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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사방이 푸르스름한 꼭두새벽에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다. 모자를 눌러 쓰고 집을 나서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오늘은 반드시 헤어지자고. 더는 미뤄둘 수 없었다. 재고 따질 것도,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눈 꽉 감고 한 번 저지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마음의 준비도 깜이 되는 사람에게나 허락 됐다. 그런 의미에서 金旼炡은 남들보다 운이 좋았다.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단지 사랑만 져버리면 되는 거였다.
天气格外晴朗。虽然太阳还没升起,四周都是青蒙蒙的破晓时分,天空中却没有一丝云彩。似乎是戴着帽子出门时下定了决心。今天一定要分手。不能再拖下去了。没什么需要考虑的,也没什么需要深思的。只要紧闭双眼,狠下心做一次就行了。心理准备这种东西,只有有胆量的人才配拥有。从这个意义上来说,金旼炡比别人幸运。本来就不存在其他选择。这也不是什么难题。只要舍弃爱情就行了。
현관문이 닫히는 동시에 손안의 핸드폰이 작게 진동했다. 연달아 날아온 문자는 5분 후에 도착하니 시간 맞춰 내려오라는 내용이었다. 金旼炡은 알겠다고 짧게 답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玄关门关闭的同时,手中的手机轻微震动了一下。接连发来的短信内容是 5 分钟后到达,让她按时间下来。金旼炡简短地回复知道了,然后走进了电梯。在前往地下停车场的途中,她确认了镜子中自己的模样。和昨天没什么两样。还好。
차 안에서 대화는 간간이 이어졌다. 홍혜인이 스케줄에 대해 이것저것을 설명하면, 金旼炡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대로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이는 식이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분주한 출근길이 지나갔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金旼炡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사람이 저 중에 또 있을까 싶기도 했다.
车内的对话断断续续地进行着。洪惠仁对行程安排进行各种说明时,金旼炡静静地听着,然后补充说按原计划进行应该没问题。车窗外是首尔繁忙的上班路。每次遇到红灯时,金旼炡都会望着街上来往的人们。所有人都在为了各自的日常生活而忙碌地奔波着。她也想着,那些人当中是否还有今天必须和某人分别的人呢。
시간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金旼炡은 샵에서 메이크업 받는 내내 핸드폰으로 저녁 약속 장소를 찾았다. 아까 봤던 곳은 디너 코스가 너무 짧아서, 지금 보는 곳은 메뉴 구성이 너무 단조로워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헤어를 담당하는 室长님은 어제 시상식 스타일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 일간지에서 선정한 레드카펫 베스트 드레서에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도 그녀로부터 전해 들었다. 소속사 바꿔도 샵은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에는 대답 대신 작게 웃어 보였다.
时间如往常一样流逝着。金旼炡在化妆间做造型的整个过程中都在用手机寻找晚餐约会的地点。刚才看的那家餐厅晚餐套餐太短,现在看的这家菜单构成又太单调,让她难以做出决定。负责发型的室长对昨天颁奖典礼的造型赞不绝口。她还告诉她某日报评选的红毯最佳着装者名单中,她已经连续三年榜上有名的消息。对于就算换经纪公司也不要换造型店的话,她没有回答,只是淡淡地笑了笑。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도 담담함을 잃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이끌어내고, 카메라 앞에서 울고, 웃고, 대화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기계적으로 수행했다. 탁 감독은 따로 코멘트 할 게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몇몇 스태프와 매니저들은 박희은 작가가 오디션도 안 보고 여주로 뽑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고 수군거렸다. 정작 본인은 무엇을 어떻게 연기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모니터링만 수십 번 반복했는데, 스태프들에게는 그 모습조차 배우의 몰입감으로 비추어졌다.
在电视剧拍摄现场,她也努力保持着淡然。背台词、调动情感、在镜头前哭泣、欢笑、对话,这一系列过程她都机械性地完成着。卓导演竖起大拇指说没什么可评价的,几个工作人员和经纪人窃窃私语说总算明白朴希恩编剧为什么连试镜都不用就选她做男主角了。而当事人自己却不太记得是怎么演的,只能反复看监视器回放几十遍,但在工作人员眼中,连这个样子都被视为演员的投入感。
점심에는 대기실에서 혜인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밥알 하나하나가 모래알처럼 느껴졌지만 억지로 젓가락을 움직였다. 혜인을 걱정시키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오후 촬영까지 버텨야 했으니까. 마치 대본에 적힌 지문에 따라 움직이듯 반찬 몇 개를 집어먹고 쌀밥을 헤집었다. 혜인이 어제 회식 끝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잤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했다. 역시나 거짓말이었다. 金旼炡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매트리스에 걸터앉아 오늘 할 말을 계속 연습했다. 우리 여기까지 할래요. 그 짧은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어떤 톤으로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午餐时间在休息室和惠仁一起吃了便当。每一粒米饭都像沙粒一样难以下咽,但还是强迫自己动着筷子。既不想让惠仁担心,更重要的是还要撑到下午的拍摄。就像按照剧本上的舞台指示行动一样,夹了几样小菜,扒拉着米饭。惠仁问昨天聚餐结束后是不是一回家就睡了,我回答说是的。这当然又是谎言。金旼炡几乎整夜未眠。坐在床垫上不断练习着今天要说的话。我们就到这里吧。这句简短的话反复念叨了无数遍。用什么语调说,该做什么表情,无数次地思考着。
오후 촬영도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됐다. NG가 거의 나지 않아 원래 계획보다 일찍 스케줄이 끝났다. 감독은 이대로만 가면 나중에 추가 촬영을 따로 잡을 필요는 없겠다며 꽤 흡족해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金旼炡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적어도 일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것에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드라마에 걸려 있는 투자금이 얼마인데 사랑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下午的拍摄也没有什么特别的问题,顺利进行着。几乎没有 NG,比原定计划提前结束了拍摄。导演说如果一直这样下去的话,后面就不需要单独安排补拍了,显得相当满意。看着哼着小曲的男人,金旼炡努力扬起嘴角。至少没有影响到工作,这让她能暂时松一口气。这部剧投资了多少钱啊,爱情算什么大不了的事。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재차 마음을 가다듬었다. 식당까지 데려다주면 되냐는 혜인에게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랑 만나냐는 질문에는 아는 언니라고 대충 둘러댔다. 홍혜인은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바지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들었다. 시상식 뒤풀이가 자정 넘어서야 끝난 만큼 그녀 역시 적잖이 피곤해 보였다. 金旼炡은 택시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요즘 따라 재계약에 대해 물어보는 기자가 부쩍 늘었다는 혜인의 말이 떠올라 조용히 뒷좌석에 올랐다.
重新整理妆容,换好衣服后,再次整理了心情。对于惠仁问是否要送到餐厅的询问,她面无表情地点了点头。对于问和谁见面的问题,她敷衍地回答说是认识的姐姐。洪惠仁不再关心,从裤子口袋里掏出了车钥匙。颁奖典礼的庆功宴直到过了午夜才结束,她看起来也相当疲惫。金旼炡一时考虑要不要打车去,但想起惠仁说最近询问续约问题的记者明显增多了,便安静地坐上了后座。
퇴근 시간 직전의 도로는 다소 복잡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연인과 만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헤어지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순간마저 세상과 동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다소 서글펐다. 시작만큼이나 끝도 평범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예외로 남아야 하는 관계였다.
下班时间前的道路有些拥挤。人们都在匆忙地朝着各自的目的地前进。其中应该有去见恋人的人,也有回家和家人吃晚饭的人。但要去分手的人应该不多。连这样的时刻都要与世界格格不入,实在有些悲凉。开始时不平凡,结束时也无法平凡,直到最后都要作为例外存在的关系。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金旼炡은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刘知珉이 던지는 질문들에 하나씩 성실하게 답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표정이 굳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당연히 음식 맛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입에 넣고 씹고 삼키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반복했을 뿐이었다. 속이 더부룩한 건지 아니면 뒤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오 代表에게 연락해서 일주일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망설이다 보면 어느덧 테이블에는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吃晚饭的时候,金旼炡也努力表现得尽可能镇定。对刘知珉抛出的问题一一认真回答。注意着不让声音颤抖,不让表情僵硬,继续用餐。当然,食物的味道完全感受不到。只是机械地重复着放入嘴中、咀嚼、吞咽的动作。不知道是胃里发胀还是在翻搅。正犹豫着是不是现在就该联系吴代表,请求再给一周时间,不知不觉间桌上已经摆上了甜点。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재차 다짐했다. 우리는 헤어지는 게 맞아. 그게 서로를 위한 최선이야. 여기서 더 미루면 나는 절대 이 사람을 놓지 못할 거야. 욕심은 끝없이 깊어질 거고, 그 위로 거듭해서 변명을 덧대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오늘 반드시 헤어져야 해. 金旼炡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차에 오른 후에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촬영이 끝나면 어떻게 지낼 거냐 묻는 刘知珉에게 당분간은 차기작을 고르며 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전혀 계획이 없었지만 일단 에둘러 대답했다.
走向停车场时再次下定决心。我们分手是对的。这对彼此都是最好的选择。如果在这里再拖延下去,我绝对无法放开这个人。欲望会无止境地加深,还会在其上反复堆砌借口。所以我们,今天必须分手。金旼炡打开了副驾驶座的门。上车后对话也自然地继续着。刘知珉问拍摄结束后打算怎么过,她回答说暂时会一边挑选下一部作品一边休息。其实对要做什么完全没有计划,但还是先委婉地回答了。
내비게이션이 목적지 근처라고 안내했을 때 金旼炡은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에는 아무런 알람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뭐라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정리될 것 같았다. 刘知珉이 짐 챙기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했을 때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입을 열면 분명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잠시 후, 아파트 후문 근처에 차가 멈춰 섰다. 비상등 깜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刘知珉이 도착했다고 말했지만 金旼炡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찰칵하고 안전벨트 풀리는 소리가 차 안에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金旼炡은 천천히 숨을 고른 뒤에 간신히 刘知珉을 불렀다.
导航提示快到目的地时,金旼炡低头看着手中的手机。屏幕上没有显示任何提醒,但觉得只要一直盯着看什么的,思绪就能整理清楚。刘知珉说要帮忙收拾行李时,她也没有回答。现在开口的话,声音肯定出不来。不久后,车子在公寓后门附近停下了。传来了危险警示灯闪烁的声音。刘知珉说到了,但金旼炡依然没有抬头。咔嚓一声安全带解开的声音在车内格外响亮地回荡着。金旼炡慢慢调整呼吸后,才勉强叫了刘知珉的名字。
작은 목소리였어도 떨림은 없었다. 이내 옆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입술을 달싹이는 金旼炡은 조수석 바닥만 바라봤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서 다행이었다. 지금 표정이 어떤지는 金旼炡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콧등이 시큰해졌다. 이대로 계속 앉아 있다가는 머지않아 울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됐다. 두 눈을 질끈 감은 金旼炡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우리 여기까지 할래요.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문장이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刘知珉이 뭐라고 대답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상관없었다.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으니까.
声音虽小,但没有颤抖。很快旁边传来了回答。金旼炡舔了舔嘴唇,只是盯着副驾驶座的地板。幸好头发遮住了脸。现在是什么表情,连金旼炡本人都不知道。鼻梁开始发酸。如果继续这样坐下去,不久后可能就会哭出来。这是必须避免的。金旼炡紧闭双眼,艰难地开口说道。我们到此为止吧。这是几天前就准备好的句子,但真正说出口后,反而感觉不太真实。刘知珉会怎么回答,她已经知道了。不,无论什么回答都无所谓。因为结局早已注定。
刘知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에는 라디오 소리와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刘知珉이 날씨 얘기를 시작했다. 주말에 비가 올 거라고, 올해는 장마가 길 거라고.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가슴이 조여왔다. 서서히 실감 났다. 이것이 저희의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순간을 돌이킬 수 없다.
刘知珉有一段时间什么话都没说。车里只能听到收音机的声音和空调运转的声音。然后刘知珉突然开始聊起天气。说周末会下雨,今年的梅雨季会很长。金旼炡只是静静地听着刘知珉的声音。实在抬不起头来。胸口发紧。渐渐地有了实感。这就是她们的最后了。现在谁也无法挽回这个时刻。
차체의 잠금이 풀렸다. 金旼炡은 조수석 손잡이를 잡았다. 차에서 내린 후 문을 닫으려다 주춤거렸다. 마지막으로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결국 金旼炡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문을 닫았다. 刘知珉이 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车门解锁了。金旼炡握住了副驾驶座的门把手。下车后正要关门时犹豫了一下。感觉最后应该打个招呼,但想不出合适的话。不,其实是想说的话太多了。不知道该从哪里开始,该怎么开口。最终金旼炡什么也没说就关上了车门。能感觉到刘知珉在车里看着自己,但始终没有回头。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다. 연기는 별거 아니었다. 정말 너무 쉬웠다. 진심은 속으로 삼켰다. 이 또한 익숙했다. 늘 해오던 일이었다. 주차장을 지나 아파트 출입구로 향하는 동안 앞만 쳐다봤다. 뒤를 돌아보면 다시 차로 뛰어가서 제가 했던 말을 전부 취소하고 刘知珉을 끌어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하는 것이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헤어져야 했다. 옆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옆에 있어서는 안 됐다.
整理着呼吸朝公寓走去。双腿颤抖着,但尽量不表现出来。演戏并不是什么大不了的事。真的太简单了。真心话咽进了肚子里。这也很熟悉。一直以来都是这样做的。经过停车场走向公寓入口的时候只看着前方。如果回头看的话,感觉又会跑回车那里,把自己说过的话全部收回,然后抱住刘知珉。所以无论如何都必须坚持下去。不想分手。但是必须分手。想待在身边。但是不能待在身边。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서야 金旼炡은 고개를 들었다. 이게 맞아. 잘한 거야.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벽에 기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임벨과 함께 문이 열렸다. 겨우 발을 떼고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열 발자국 남짓한 거리가 유독 멀게만 느껴졌던 날이었다. 金旼炡은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 키패드를 눌렀다. 첫 번째 숫자를 입력한 순간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이번에도 누가 볼세라 재빨리 눈가를 닦아냈다.
进入回家的电梯后,金旼炡才抬起头。这样是对的。做得很好。嘴里嘟囔着不知道是对谁说的话,靠在了墙上。全身的力气都被抽空了。没过多久,伴随着提示音,门开了。好不容易迈开脚步,朝玄关走去。仅仅十来步的距离,今天却感觉格外遥远。金旼炡用颤抖的手按下门锁键盘。输入第一个数字的瞬间,滚烫的眼泪顺着脸颊滑落。这次也是担心被人看到,赶紧擦掉了眼角的泪水。
왜 우는지 저 조차도 알지 못했다. 내가 선택한 일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입술을 꽉 깨물며 숨을 가다듬고 다시 키패드를 누르려고 했지만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서 숫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金旼炡은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주먹을 세게 움켜쥐어도 호흡은 조금씩 거칠어졌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목소리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마지막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인사였다. 마치 내일이면, 아니 꼭 내일이 아니라도 며칠 뒤에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것 같았다. 보고 싶었다고,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보며 서로를 꼭 끌어안을 것만 같았다.
连我自己都不知道为什么要哭。明明是我选择的事情。明明是没办法的事情。紧咬着嘴唇调整呼吸,想要重新按键盘,但视线模糊得厉害,数字都看不清楚。金旼炡抬起头望向天花板。为了忍住即将涌出的眼泪,即使紧握双拳,呼吸还是渐渐变得粗重。"小心进去"这句话久久在耳边回响。这完全不像是最后的告别。仿佛明天,不,就算不是明天,过几天也会再次见面,互相问候彼此的近况。仿佛会说着想念对方,问着这段时间过得怎么样,然后紧紧拥抱彼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만나기는커녕 다시는 연락 할 수도 없다. 접점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견딜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참아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다. 문고리를 잡고 있던 새하얀 손이 맥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어깨도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내 숨겨왔던 감정들이 끝끝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다.
但现在再也不可能了。别说见面,连联系都不能再联系了。回到了没有任何交集的关系。所以更加无法忍受。一整天忍耐着的一切都在瞬间崩塌。握着门把手的雪白手掌无力地垂了下来。肩膀也开始颤抖。一直隐藏着的情感终究还是爆发了出来。仅凭一个人来承受实在是太力不从心了。
언제 어떻게 도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원에게 여기에 차를 대시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에 기어를 D로 옮겼다. 그다음에는……익숙한 주차장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어찌저찌 운전해서 서초동까지 무사히 온 것 같은데 페이지가 뜯겨나간 책처럼 중간이 텅 비어 있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필름이 끊길 수 있나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던 거라고 하기에는 최근 들어 야근했던 날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요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 줄만 알았다.
什么时候怎么到达的已经记不清了。听到在公寓周围巡逻的保安说不能在这里停车,这才后知后觉地回过神来,连连道歉后把档位挂到了 D 档。然后……看到熟悉的停车场映入眼帘,似乎是不知怎么开车平安到达了瑞草洞,但中间像被撕掉页面的书一样空白一片。明明滴酒未沾,竟然也会断片,这让人有些意外。但要说是因为太累而神志不清,最近加班的日子屈指可数。最近过得比任何时候都要好。至少我是这么以为的。
시동을 끄고 멍하니 앞만 쳐다봤다. 앞 유리에 차갑게 반사되는 형광등 불빛도, 멀리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도 전부 다른 세상의 것들처럼 느껴졌다. 刘知珉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수석을 바라봤다. 텅 비어 있는 좌석은 어쩐지 낯설기만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저 자리에 金旼炡이 앉아 있었는데 그마저도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여기까지. 그 단어를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조수석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시트를 쓸어보다가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차가운 인조가죽의 감촉만이 손바닥에 전해질 뿐이었다.
熄火后呆呆地只是盯着前方。前挡风玻璃上冷冷反射的荧光灯光,还有远处传来的汽车声,全都像是另一个世界的东西。刘知珉慢慢转过头看向副驾驶座。空荡荡的座位不知为何显得陌生。明明刚才金旼炡还坐在那个位置上,连这都让人觉得像是梦一样毫无现实感。到此为止。一边轻声嘟囔着这个词,一边小心翼翼地向副驾驶座伸出手。抚摸着座椅后握紧拳头,但什么也没抓到。只有冰冷的人造皮革触感传到掌心。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던 金旼炡이 아직까지 선명하기만 했다. 머리카락에 가리어진 얼굴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손가락도, 조수석을 나와 문을 닫던 모습도, 출입구로 길게 뻗은 그림자도 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렸다. 여기까지. 그게 金旼炡이 정한 선인 듯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대로 따라야만 했다. 어째서 지금인지, 왜 그만해야 하는지 따질 것도 없었다. 刘知珉은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끝이 어떻게 될지 알고 시작한 관계였다.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했던 순간이었다.
一直不怎么抬头的金旼炡至今仍然清晰无比。被头发遮住的脸庞,摆弄手机的手指,从副驾驶座出来关门的身影,还有朝着出入口长长延伸的影子,都在眼前不断晃动着。到此为止。这似乎就是金旼炡定下的界限。那么自己就只能照着做了。没必要追究为什么是现在,为什么要停止。刘知珉只需要接受就行了。这是明知结局如何才开始的关系。这是迟早要面对的时刻。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하는 것이었다. 과거의 刘知珉은 역시나 생각이 너무 짧았다.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망정 대단히 선심 쓰듯 부채감까지 떠넘겼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하면 뭘 어쩌겠다고. 金旼炡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몇 날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게 뻔했다. 자신은 그런 분위기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刘知珉은 안경을 벗어 대시보드 위에 대충 던져두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여러모로 한심스럽기만 했다. 평소와는 분명 달랐을 텐데, 한 번쯤은 감정을 드러냈을 텐데.
不过如果说有什么让人在意的话,就是想到她在做出这种选择之前,一个人得承受多少内心的煎熬。过去的刘知珉果然想得太浅薄了。不但没能减轻负担,反而还像是施恩一样把负债感也推给了对方。但现在后悔又能怎么办呢。金旼炡为了该怎么开口而苦恼再苦恼,肯定好几天都没能好好睡觉。而自己却完全没有察觉到那种氛围。刘知珉摘下眼镜随手扔在仪表盘上,用手掌粗暴地抹了抹脸。各方面都只是让人觉得可悲而已。明明和平时一定是不一样的,至少应该流露过一次情感的。
한참동안 운전석에 앉아 있던 刘知珉은 겨우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버튼을 누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도착을 알리는 차임벨도 금방 울려 퍼졌다.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차례로 입력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집까지 오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러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두 쌍의 슬리퍼였다. 刘知珉은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신발을 벗었다. 기분이 묘했다. 오랜 꿈에서 비로소 깨어난 것 같았다.
刘知珉在驾驶座上坐了很久,才终于下车朝电梯走去。按下按钮没多久门就开了。到达提示音也很快响起。站在玄关门前,她依次输入了门锁密码。从地下停车场到家里连 5 分钟都不到。进入室内时最先映入眼帘的,是地毯旁整齐摆放着的两双拖鞋。刘知珉怔怔地看着那双拖鞋,缓缓脱下了鞋子。心情很微妙。仿佛终于从一场漫长的梦中醒来。
거실로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액자, 시계, 테이블, 텔레비전, 책장. 모든 게 제자리에 있었다. 刘知珉은 쓰러지듯 소파에 몸을 내리고 앉아 창밖을 쳐다봤다. 밤이 제법 깊어 사방이 깜깜했다. 저기 멀리 다른 건물의 불빛들만이 어둠 속에서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인데도 뭐가 이렇게 적응이 안 되나 싶었다. 당장 어제도 일찍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혼자 저녁을 시켜 먹고, 늦게까지 이 자리에서 텔레비전을 봤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해 할 이유가 없다.
走向客厅的同时环顾了一下四周。什么都没有变。相框、时钟、桌子、电视、书架。所有东西都在原来的位置。刘知珉像要倒下似的瘫坐在沙发上,望向窗外。夜已经很深了,四周一片漆黑。只有远处其他建筑的灯光在黑暗中炫耀着自己的存在。明明是熟悉的景色,却不知道为什么这么难以适应。明明昨天也是早早下班回到家,一个人叫了晚餐,直到很晚都在这个位置看电视。怎么想都没有理由感到别扭。
한숨을 길게 내뱉은 刘知珉이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이 납덩어리처럼 무거웠다. 혹시 몰라 혀도 깨물어봤다. 아팠다. 이곳이 현실이라는 뜻이었다.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나갔다. 집이 너무 조용했다. 텔레비전이라도 켜둘까 싶어서 소파 쿠션 사이를 더듬어봤지만 리모컨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내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金旼炡이 자꾸 떠올랐다.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그 모습이 당분간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 것 같았다. 실은 허튼 미련일지라도 아주아주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랐다.
长长叹了一口气的刘知珉靠在了椅背上。明天还要上班,为此还得洗澡换衣服,但却怎么也动不了。身体像铅块一样沉重。以防万一还咬了咬舌头。很疼。这意味着这里是现实。嘴唇间泄出了苦笑。家里太安静了。想着要不要打开电视,在沙发靠垫间摸索着,但遥控器没有抓到手。很快就放弃了,闭上了眼睛。金旼炡不断浮现在脑海中。她头也不回地走开的那个身影,似乎会在相当长的一段时间里继续在脑海中徘徊。其实即使是无谓的眷恋,也希望能够非常非常久地留存下去。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刘知珉은 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벌써 자정이었다. 이제 정말 씻고 침대에 누워야 했다. 그런데도 일어날 기력이 없었다. 그냥 이 자리에 아침까지 앉아 있고 싶었다. 움직이기 싫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내일 하루 쯤은 해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했다.
时间过了多久呢。刘知珉睁开眼睛确认了手机。已经是午夜了。现在真的该洗漱躺到床上了。但是却没有起身的力气。只想就这样坐在这里直到早晨。不想动。什么都不想做。希望明天一天太阳都不要升起。
부장실에 도착한 형사1부 검사들은 수첩과 파일을 꺼내놓고 조용히 눈치를 살폈다. 오전 햇살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 긴 테이블 위에 사각형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출입문 근처 앉은 양혜솔이 주변을 둘러보며 동료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다시 한번 수첩을 확인했다. 그 안에 빼곡히 적힌 메모들을 훑어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봤다. 테이블 끝 창가 쪽 의자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到达部长室的刑事 1 部检察官们拿出笔记本和文件,安静地察言观色。上午的阳光透过窗户洒进来,在长桌上画出方形图案。坐在出入口附近的梁惠率环顾四周,与同事们互相点头致意后,再次确认了笔记本。她翻看着里面密密麻麻记录的备忘录,忽然抬起头看向旁边。桌子尽头靠窗的椅子依然空着。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는데도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혜솔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카톡과 문자에 이어 부재중 전화까지 살펴봤지만 그 이름만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검사들도 하나둘 빈 자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로 대검 간다고 이제 아주 눈에 뵈는 것도 없냐며 중얼거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어깨를 으쓱하고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挂在墙上的时钟指针已经指向整点,但座位仍然空着。惠瑟小心翼翼地拿出手机。她查看了 KakaoTalk、短信,甚至是未接来电,但都找不到那个名字。其他检察官们也开始一个个注意到那个空位。有人小声嘀咕着说要去大检察厅了,现在是连人影都看不到了吗,另一个人则耸耸肩,摇头表示不知道。
문을 열고 부장이 들어온 것은 정각 10분 후였다. 모든 검사들이 일제히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그는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을 한 명씩 훑어본 뒤에 테이블 맨 앞쪽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다 주인 없는 의자 하나에 시선을 고정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부장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미간이 찌푸려졌고, 입술은 약간 굳어졌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경직됐다. 다른 검사들은 숨소리까지 참아내며 남자의 반응을 살폈다.
门打开,部长走进来的时候正好是 10 分钟后。所有检察官都齐刷刷地站起身,向那个男人低头行礼。她将头发梳理得整整齐齐,扫视了一遍参加会议的职员们,然后走向桌子最前方自己的位置。走着走着,她的视线定格在一把无主的椅子上,停下了脚步。部长的脸上掠过微妙的变化。眉头皱了起来,嘴唇也稍微绷紧了。气氛瞬间变得冰冷僵硬。其他检察官连呼吸声都憋着,观察着那个男人的反应。
"뭐야. 유 프로 오늘 출근 안 했대?"
"什么?听说刘专业今天没来上班?"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못마땅함이 담겨 있었다. 혜솔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声音如往常一样低沉平静,但其中却带着隐隐的不悦。惠雪小心翼翼地起身回答道。
"아뇨, 그런 소리는……곧 올 것 같습니다. 아침에 급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不,没有那种声音……应该很快就会来的。早上好像有什么急事。"
"전화해봐." "打个电话试试。"
그는 명령조로 짧게 말하고 커피를 홀짝였다. 혜솔은 재빨리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연락처에서 知珉의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몇 직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혜솔을 올려다봤다. 한참 후에야 스피커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선배.
她用命令的语气简短地说道,然后啜了一口咖啡。惠雪迅速解开手机锁屏。在联系人中找到知珉的名字,按下了通话键。铃声长长地响着。一次,两次,三次。几名员工紧张地抬头看着惠雪。过了好一会儿,扬声器那边才传来声音。是的,前辈。
"회의 시작했어. 그래. 빨리 들어와."
"会议开始了。嗯。快进来。"
혜솔은 제 할 말만 하고 곧장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핸드폰을 재킷 주머니에 넣어뒀다. 바로 앞이라고 합니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부장은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에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검사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慧雪只说了自己要说的话就直接挂断了电话。然后尴尬地笑了笑,把手机放进了外套口袋里。说是就在前面。部长确认了墙上挂着的时钟后,像是明白了一样点了点头,然后把注意力转向了坐在旁边的检察官。
"일단 최 프로 얘기부터 듣자고."
"先听听崔检察官的话吧。"
주간회의는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진행 상황을 순서대로 보고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최 검사가 목을 가다듬고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의 기소를 결정했고, 다음 주 화요일 공판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부장이 피고인의 항소 가능성을 묻자, 그녀는 준비해온 자료를 건네며 변호사가 1심에서 선고받기 위해 합의 의사를 타진해 왔다는 것을 설명했다.
周例会以各自负责案件的进展情况按顺序汇报的方式进行。崔检察官清了清嗓子,用沉稳的声音开始简报。她决定对网络诽谤案进行起诉,预定下周二开庭审理。部长询问被告上诉的可能性时,她递过准备好的资料,说明辩护律师已经就在一审中宣判达成和解的意向进行了试探。
그때 출입문이 조용히 열렸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刘知珉은 테이블 상석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 비어 있는 의자로 걸어갔다.
这时门静静地打开了。房间里所有的视线都齐刷刷地投向一边。不好意思来晚了。刘知珉朝着桌子上座的方向弯腰行礼,然后走向空着的椅子。
"아무리 바빠도 시간 약속은 지킵시다."
"再忙也要遵守时间约定。"
간결하면서도 뼈가 실린 한 마디였다. 刘知珉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서 느릿하게 수첩을 펼쳤다. 부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모양인지, 계속 보고하라는 듯 최 검사 맞은 편에 앉은 남자에게 손을 휘적였다. 반면 큰소리 나기를 내심 기대었던 직원들은 고까운 표정을 감추지도 않았다.
简洁而又一针见血的一句话。刘知珉再次低下头,缓缓翻开记事本。部长似乎不打算再多说什么,朝着坐在崔检察官对面的男子挥了挥手,示意继续汇报。而内心期待着会有大动静的职员们,连失望的表情都懒得掩饰。
"성한대학교 개인정보 유출 건은 현재 교육부 감사와 맞물려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 측에서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결과는 내주 안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圣韩大学个人信息泄露案目前正在配合教育部审计进行。大学方面也已着手自行调查,结果预计在下周内公布。"
정치적 이슈로 번질 소지는 없냐는 질문에 남자는 현재로서는 단순 보안 시스템 미비로 보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교육부 감사 결과를 지켜보며 수사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다음은 친족 간 명예훼손 분쟁 건이었다. 재산 상속 문제와 얽혀 있어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이고, 현재 조정 위원회에서 합의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부장은 가족 분쟁은 되도록 재판 없이 해결하는 게 좋겠다며 변호사에게 적극적으로 합의를 권유하라고 지시했다.
对于是否会发展成政治问题的提问,男子回答说目前看来只是单纯的安保系统不完善,但为了防备可能出现的情况,正在关注教育部的审查结果,同时调整调查方向。接下来是亲族间名誉毁损纠纷案件。主要内容是该案涉及财产继承问题,刑事告发和民事诉讼同时进行中,目前调解委员会正在尝试进行协议仲裁。部长指示说家庭纠纷最好尽量不通过审判解决,要求律师积极劝导当事人达成和解。
다음 검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유포 건에 대해 보고했다. 기술적 분석이 복잡해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고, 결과 나오기까지 2주 정도 더 소요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중에 미성년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덧붙이자, 부장은 미성년자 관련 건은 최우선으로 처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혜솔은 동기의 보고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옆을 힐끔거렸다. 얼핏 보기에는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냥 회의 시간을 깜빡한 건가. 양혜솔이 수첩 끄트머리에 물음표를 그렸다.
下一个检察官报告了最近急剧增加的深度伪造色情制作传播案件。由于技术分析复杂,已委托国科搜进行鉴定,预计还需要 2 周左右才能出结果。在补充说明受害者中也有未成年人后,部长再三叮嘱未成年人相关案件要优先处理。惠率一边心不在焉地听着同事的报告,一边偷偷瞥向旁边。乍一看和上周没什么太大区别。只是忘记了会议时间吗。梁惠率在笔记本末尾画了个问号。
이어서 혜솔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결재판을 챙겨 부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료를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아둔 후에,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혜솔이 맡은 사건은 사이버 스토킹이었는데, 피해자가 연예인이다 보니 확인되지 않는 소문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가해자는 여러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협박과 스토킹을 해왔고, 현재는 사이버 수사팀의 IP 추적으로 신원 특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接下来轮到惠瑟了。她拿着审批文件夹走向部长。然后取出资料整齐地摆放在桌子上,再回到自己的座位坐下。惠瑟负责的案件是网络跟踪,由于受害者是艺人,基于未经证实传言的推测性报道正在大量涌现。加害者制作了多个虚假账户持续进行威胁和跟踪,目前网络搜查队的 IP 追踪已经在一定程度上确定了身份。
"언론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지?"
"媒体应对方面是怎么处理的?"
"피해자 측 변호사와 협의해서 수사 진행 상황은 최소한으로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与受害者方面的律师协商后,调查进展情况只进行最低限度的公开。"
"그래, 기자 새끼들한테 괜한 정보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거야. 자칫 잘못하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对,要特别小心不要让那些记者混蛋们得到不必要的信息。一不小心就可能导致二次伤害。"
부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혜솔의 보고가 끝이 났으니 다음 사람이 이어서 발표를 하면 되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이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펜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부장이 헛기침을 했다. 큼. 그럼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부장의 얼굴에 서서히 짜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양혜솔이 刘知珉의 팔을 건드리며 작게 속삭였다. 정신 좀 차리지. 맞은 편에 있던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혀를 찼다. 刘知珉은 그제야 부장을 쳐다봤다.
部长满意地点了点头,将视线移向旁边。惠率的汇报结束了,接下来应该由下一个人继续发表,但当事人似乎完全没有察觉到这一点。房间里所有人都在看着一个人,她却完全没有注意到,正用右手转着笔。最终等得不耐烦的部长轻咳了一声。咳。即便如此依然没有反应。部长的脸上开始慢慢浮现出不悦的神色。梁惠率碰了碰刘知珉的胳膊,小声嘀咕道。清醒一点吧。对面的男人摇着头咂了咂舌。刘知珉这才看向部长。
"남부발전 임원이 직급, 급여, 상벌 기록 등의 직원 정보를 외부로 반출한 사건입니다. 내부망 로그기록을 분석해서 피의자 특정하고 조사 진행할 예정입니다."
"南部发电高管将职级、薪资、奖惩记录等员工信息泄露到外部的事件。我们计划通过分析内部网络日志记录来特定嫌疑人并进行调查。"
"소환은 언제쯤 할 건데."
"传唤大概什么时候进行。"
"일단은 다음 주 중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暂定计划在下周内进行。"
"다음 주 언제. 정확한 날짜 나왔어?"
"下周什么时候。确切日期出来了吗?"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딱히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회의 들어오기 전에 예상하고 미리 대답을 준비했을 법한 수준인데, 오늘은 어째 수첩에 대충 적힌 메모들을 그대로 읽기만 했다.
虽然很突然,但并不是什么特别困难的问题。这是在进入会议前就能预想到并提前准备好答案的水平,但今天不知怎么的,只是照着笔记本上草草记录的备忘录念了一遍。
"죄송합니다. 확인해서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抱歉。我会确认后另行汇报的。"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데."
"受害规模大概是什么程度。"
"그것도 확인 중입니다." "这个也在确认中。"
혜솔은 제가 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입술을 축였다. 이건 객관적으로 봐도 충분히 지적받을 만한 태도였다. 월요일 오전부터 털리고 시작하면 더욱 파이팅 넘치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어서 저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무성의함이었다. 일정한 박자로 책상을 두드리는 부장도 잔소리하기에는 입이 쓰니 실소만 내뱉고 마는 것일 테다. 그의 눈길이 테이블 반대편 끝자리로 닿았다. 형사 1부 막내 검사가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시작하겠습니다.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지만 나름 차분하게 본인의 사건을 보고했다. 그런데도 부장은 마치 누구 보란 듯이 연신 까다로운 질문만 퍼부었다.
惠雪舔了舔嘴唇,表情比我还要紧张不安。客观来看,这确实是足以被指责的态度。难道是想着周一上午先被训一顿,这样就能更有斗志地度过一周吗?这种漫不经心的态度实在让人无法理解。部长有节奏地敲着桌子,大概是觉得训斥起来也没什么意思,只是轻笑了一声就算了。她的视线落到了桌子对面的末座。刑事 1 部的新人检察官整理了一下呼吸,小心翼翼地开了口。"开始汇报。"虽然表情有些僵硬,但还是相当冷静地汇报了自己负责的案件。即便如此,部长还是像故意做给谁看似的,接连抛出刁钻的问题。
"증거 수집은 어떻게 진행했나."
"证据收集是怎么进行的。"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을 캡처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我们已经截图保存了聊天记录和邮件内容。"
"캡처만? 원본 데이터는 확보했어?"
"只是截图?原始数据拿到了吗?"
"그…아직 원본까지는……" "那个……原始数据还没有……"
"피의자가 증거 인멸할 가능성은 고려 안 해? 회사 서버에서 데이터 삭제하면 어떻게 할 건데."
"没考虑过嫌疑人销毁证据的可能性吗?如果从公司服务器删除数据怎么办。"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为了防备那种情况……"
"대비해서 뭘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봐."
"为了应对做了什么?具体说说看。"
남자가 더듬거리며 대답하려고 했지만 부장의 매서운 시선에 조금씩 말이 꼬였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또박또박하던 목소리도 점차 가늘어져 갔다. 회사 측에 증거 보전 요청서를 발송했다는 대답에 부장이 강제성이 있냐고 되물었으나, 그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男人结结巴巴地想要回答,但在部长锐利的视线下话语渐渐变得混乱。额头开始冒出冷汗,原本清晰的声音也逐渐变得细弱。在她回答说向公司发送了证据保全申请书后,部长反问是否具有强制性,但这次她同样没能给出像样的答复。
"그래서 법원에 증거보전 명령 신청을…검토하고 있습니다"
"所以正在……检讨向法院申请证据保全命令"
"이거 저번 주에 배당 받은 사건 아냐? 며칠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검토 단계야."
"这不是上周分配到的案件吗?都过了好几天了,为什么还在审查阶段。"
"그게…" "那个……"
"기본도 안 되어 있어. 자료 제대로 만들어서 점심시간 전까지 다시 보고해."
"连基本功都没做好。把资料重新整理好,午饭前再来汇报。"
회의 준비를 덜 한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에 대한 대우는 무척 달랐다. 다른 직원 역시 그 차이를 느꼈지만 입 밖으로 불만을 내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부장이 수첩을 덮으며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会议准备不足这一点双方都一样,但受到的待遇却截然不同。其他员工也感受到了这种差异,但没有人敢将不满说出口。在这种紧张的氛围中,会议即将结束时,部长合上记事本传达了指示事项。
"인사 얼마 안 남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이번에 방 빼야 하는 사람들은 사건 처리에 차질 없도록 미리미리 정리해둬. 괜히 질질 끌면서 깔고 앉고 있다가 다음 담당자한테 떠넘기지 말고."
"人事调动没剩多少时间了,这个大家都知道吧?这次要搬出办公室的人要提前整理好,别影响案件处理。别拖拖拉拉地赖着不走,然后把烂摊子丢给下一个负责人。"
"알겠습니다." "知道了。"
"특理事항 없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没有特殊事项的话,今天就到这里吧。"
그 말에 직원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자 부장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업무수첩을 챙겨 들고 기수 순서대로 부장실을 빠져나갔다. 양혜솔도 테이블을 벗어나려다 멈칫하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혹시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거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부장에게 타이밍을 빼앗기고 말았다.
听到这话,员工们一个接一个地从座位上站了起来。各自向部长弯腰行礼后,拿起工作手册按照入职顺序依次离开了部长室。杨惠率也准备离开桌子时停顿了一下,看向刘知珉。她本想问问是不是昨天喝的酒还没醒,但被部长抢了先机。
"유 검사는 잠깐 나 좀 보고 가."
"刘检察官,稍等一下,看我一眼再走。"
혜솔은 할 수 없이 다른 검사들을 따라 걸음을 옮겨야 했다. 혼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노파심이 들어 문이 닫히기 전에 고개를 빼서 안을 살펴봤으나, 의자에 가려져 부장의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다. 복도를 걸어가던 혜솔이 잠시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봤다. 이따가 점심 먹으면서 물어볼까 아니면 기다렸다가 같이 갈까.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출근 전날 과음하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었고. 양혜솔은 짧게 고민하다 발걸음을 돌렸다.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월요일이니 그런 거지 싶었다.
惠雪只能无奈地跟着其他检察官们离开。应该不会挨骂的。不过还是有些担心,在门关上之前探出头往里面看了看,但被椅子挡住了,没能确认到部长的脸色。走在走廊里的惠雪停下脚步,回头看了看。是等会儿吃午饭的时候问一下,还是等着一起走呢。看起来倒不像是生病的样子。更不是那种上班前一天会喝多的类型。梁惠雪简单思考了一下后转身离开了。觉得没必要自寻烦恼。大概是因为周一的缘故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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