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상자 (2) 202 話 箱子 (2)
문현아의 움직임은 내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고 인식한 직후, 송태원의 팔뚝이 주먹질을 막아 내고 있었다.
文賢娥的動作快到我幾乎看不見。在我意識到她進入洗手間後,宋泰元的手臂就擋住了她的拳頭。
쿠득. 喀嚓。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돌진이나, 그 외 스킬을 쓴 것인지 송태원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세면대가 둥글게 파이듯 부서진다. 그 와중에도 송태원은 나를 보호해 감쌌다.
聲音不大。但不知是衝刺還是使用了其他技能,宋泰元的身體沒能撐住,向後退去。洗手台被撞得凹陷破碎。即便如此,宋泰元仍舊保護著我。
콰드득, 타일이 부서지고 손가락 한 마디쯤 움푹 팰 정도로 강하게 송태원의 왼발이 바닥을 짓밟아 몸을 버텼다. 이어 오른쪽 다리가 굽어지며 문현아의 허리께를 찌르고 들어갔다.
匡噹,磁磚碎裂,宋泰元的左腳用力踩踏地面,凹陷約一指節深,以此穩住身體。接著,右腿彎曲,刺向文賢娥的腰部。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였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타격음도 들렸다. 하지만 내 눈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타닥,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문현아가 뒤로 뛰어 물러났다.
距離非常近。我以為躲不開,也確實聽到了擊中聲。但我的眼睛還沒來得及看清狀況,文賢娥就發出輕快的腳步聲,迅速往後跳開。
겉보기로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였다. 역시 선생님 스킬 없이 S급 헌터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건 무리였다. 대체 어떻게 주고받은 거지.
表面上看起來毫髮無傷。果然,沒有老師技能,要跟上 S 級獵人的動作還是太勉強了。他們到底怎麼過招的?
“뭐 하자는 거지?” 「想做什麼?」
송태원에게 감싸진 나를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그녀가 말했다. 후두둑, 세면대의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她看著被宋泰元護在身後的我,疑惑地說道。嘩啦,洗手台的一部分掉到了地上。
“왜 또 보호하고 계신 건지, 송 실장님.”
「宋室長,您又在保護什麼呢?」
“한유진 씨를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我沒有要傷害韓誘辰先生的意思。」
“밖에서도 느껴질 만큼 살벌하게 굴어 놓고서?”
「您表現得殺氣騰騰,連外面都感受得到,還說沒有?」
송태원이 대답 대신 미간을 좁혔다. 문현아가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宋泰元沒有回答,只是皺起眉頭。文炫雅看著他聳了聳肩。
“혹시 자기 상태가 어떤지 잘 파악되지 않는 거 아닌가. 요새 과로하셨나 봐. 휴가 좀 내는 건 어때?”
「你是不是不太清楚自己的狀況啊?最近是不是過勞了?休個假怎麼樣?」
“…괜찮습니다.” 「……我沒事。」
“진심이야, 송 실장님. 안색도 영 별로고. 일주일 정도는 내가 대신 신경 써 줄 수 있어. 마침 세성 길드장은 물론이고 해연에서도 줄줄이 던전 들어간다니까 이참에 쉬라고.”
「我是說真的,宋室長。你的臉色很差。我能替你處理一週左右的工作。反正世成公會長和海淵的人都要接連進入地城,你趁這個機會休息一下吧。」
문현아가 허리에 한쪽 손을 올린 채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송태원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文賢雅一手叉腰,一臉擔憂地說道。但宋泰元卻絲毫不為所動。
“배려에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시 될 소지가 많습니다.”
「感謝您的體諒。但恕我拒絕。這在法律上有很多問題。」
“우리 한 소장님 쫓아와서 위협한 건 문제없고?”
「我們韓所長被追著威脅就沒問題?」
“다시 말씀드리자면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을 뿐입니다.”
「我再說一次,我沒有要傷害您的意思。我只是想確認一些事情。」
민원인이라도 상대하듯 송태원이 고저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칠 생각이 없다고. 연이은 그 말에 나도 문현아도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宋泰元像是在應付民眾投訴般,用平淡無波的語氣說道。說他沒有要傷害人的意思。他接連說出的這句話,讓我和文賢娥都露出了微妙的表情。
“코앞에서 이 다 드러내고 으르렁거려 놓고서는. 한 소장도 어이없다는 얼굴이잖아.”
「明明就在眼前露出牙齒咆哮了,韓所長也一臉荒唐。」
“…일단 제 몸뚱이는 멀쩡하긴 해요.”
「……我的身體暫時是沒事。」
그래, 뭐. 손대지는 않았지. 오히려 쓰러지는 거 잡아 주었고. 하지만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등골이 저릿하다. 내가 착각했다고 넘기기에는 모든 것이 다 무겁고 날카로웠다. 문현아도 그걸 느끼고 들이닥친 것이고.
是啊,他倒是沒動手。反而還扶住了差點跌倒的我。但我的心臟至今仍在狂跳,背脊也陣陣發麻。這一切都太沉重、太尖銳了,無法讓我當作是自己會錯意。文賢娥也是察覺到這點才闖進來的。
“바로 뒤에 거울도 있으니 한번 들여다라도 보시지? 지금 자기 표정이 어떤지.”
「你身後就有鏡子,照照看吧?看看你現在是什麼表情。」
“충분히 봤습니다.” 「我已經看得很清楚了。」
송태원의 대답을 듣는 순간 소름이 짜악 돋았다.
聽到宋泰元回答的那一瞬間,我全身都起了雞皮疙瘩。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랬다. 모두 봤겠구나. 나는 내내 세면대 앞에 서 있었고 거울은 여느 화장실의 것처럼 충분히 컸다. 잘 관리되어 깨끗한 거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선명하게 비추어졌을 것이다.
雖然我沒有察覺到,但確實如此。他應該都看到了吧。我一直站在洗手台前,鏡子就跟其他洗手間的鏡子一樣大。那是一面保養得很好、很乾淨的鏡子。從頭到尾,所有的一切應該都清晰地映照出來了。
설마 확인해 보고 싶다는 게 나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였던 건가. 말이 그다지 없었던 것도 거울 속의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던 탓이었나.
難道他想確認的,是他對待我的態度嗎?他話不多,也是因為一直在觀察鏡子裡的自己嗎?
“…소감을 묻고 싶기도 하고 묻기 싫기도 하고. 그래서 어땠어, 송 실장님?”
「……想問感想,又不想問。所以怎麼樣,宋室長?」
답변은 없었다. 대신 나를 감싸고 있던 팔이 풀어졌다. 송태원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沒有回答。取而代之的是環抱著我的手臂鬆開了。宋泰元往旁邊退了一步。
“실례가 많았습니다, 한유진 씨.”
「方才多有失禮,韓悠辰先生。」
정중한 사과에 되레 머릿속이 까맣게 휘저어졌다. 그걸 다 보고 있었다고. 거울로.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他鄭重的道歉反而讓我的腦袋一片混亂。他把一切都看在眼裡了。透過鏡子。我甚至無法想像他當時是抱著什麼樣的心情。
심지어 나는 공포 저항을 끄고 평범한 F급 스탯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 위협을 가해 오는 S급 헌터 앞의 모범적인 약자로서.
我甚至關閉了恐懼抗性,像個普通的 F 級能力者一樣嚇得發抖。作為一個在威脅自己的 S 級獵人面前,表現得無比弱小的模範弱者。
그것은 아마도 송태원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일 터였다.
那大概是宋泰元最不想看到的,他自己的模樣吧。
…진짜 미쳤나. 아니 왜 그렇게까지. 심지어 내 말에 흔들리는 반응까지 모두 다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저 성격에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겠지. 오히려 새기듯 확실하게 전부 담아 넣었겠지.
……真是瘋了。不,為什麼要做到這種地步。甚至連我對他的話語所產生的動搖反應,他都親眼確認了。以他的性格,應該不會避開視線吧。反而會像刻印一樣,將一切都確切地收入眼底吧。
정말 미친 짓이다. 자해에도 정도가 있지, 진짜.
真是瘋狂的舉動。自殘也有個限度吧,真的。
‘…결국 나는 위험했던 적이 없었어.’
「……結果我從來沒有過危險。」
성현제는 비각성자가 다수 있는 장소라면 안전할 것이라 하였다. 그런 곳이라면 송태원이 자제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成賢濟說,在有許多非覺醒者的場所會很安全。因為那樣的地方,宋泰元會更容易克制。
하지만 거울은 그 이상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 드러내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나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송태원은. 차라리 거울 속에 비치는 괴물을… 살해하겠지.
<p>但那面鏡子應該有著更深一層的效用。直視著自己齜牙咧嘴的模樣,宋泰元,他不是會傷害我的人。他寧可……殺死映照在鏡中的怪物。</p>
답답함에 속이 다 아팠다.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我悶得心都痛了。怎麼會有這種人啊。
“…송태원 실장님.” 「……宋泰元室長。」
공포 저항이 없는 탓인가, 무서울 정도였다. 몸에 맞지 않는 상자를 버리는 대신 스스로의 팔다리를 잘라서라도 맞추려 드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或許是因為沒有恐懼抗性吧,這程度簡直令人毛骨悚然。他會不會不是丟棄不合身的箱子,而是寧願砍斷自己的手腳也要去配合呢?我甚至產生了這種想法。
…생각해 보면, 풀을 뜯어먹는 늑대가 오래 살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살행위다.
……仔細想想,吃草的狼是不可能活得久的。那根本是自殺行為。
“저는 송 실장님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필요한 분이신 건 당연하고요.”
「我認為宋室長是個好人。當然,他也是這世上不可或缺的人。」
“이후로도 제가 한유진 씨를 해칠 일은 없을 겁니다.”
「之後我也不會再傷害韓誘辰先生了。」
송태원이 나직하게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宋泰元低聲說道,語氣溫和。
“한유진 씨로부터 위협을 느낀 것은 인정합니다. 무서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당신의 목을 조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我承認我感受到來自韓有辰先生的威脅。或許我很害怕。現在我也想掐住你的脖子。但現在應該沒事了。」
…미친놈이, 진짜. ……這瘋子,真是。
“한유진 씨를 해치기 전에 제가 먼저 죽게 될 겁니다.”
「在傷害韓有辰先生之前,我會先死。」
거울 속의 괴물을 똑똑히 기억하고. 내 목을 조르기 전에 그것을 떠올려 제 목을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清楚記得鏡中的怪物。在牠掐住我的脖子前,就先想起牠,然後刺穿牠的脖子嗎?
“송 실장님, 저는 당신이 좀 더 오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宋室長,我希望您能活得更久一點。」
“그리 쉽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
「他不會那麼輕易就死的。」
“…좀 더 느슨해지시면 안 됩니까? 나름 괜찮게 지내기도 했잖아요, 우리.”
「……你就不能放鬆一點嗎?我們也曾相處得不錯啊。」
“지금도 괜찮습니다. 이제 한유진 씨께서는 안전하실 테니까요. 연락을 받지 않아 죄송합니다. 이후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現在也沒關係。韓誘辰先生您現在應該安全了。很抱歉沒有接您的電話。之後不會再發生這種事了。」
“저는 송태원 씨, 당신을 걱정하는 겁니다.”
「我是在擔心你,宋泰元先生。」
이번에도 그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성현제와 관련되어서가 아니라, 나 때문에 죽어 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這次他似乎也活不下來了。這次不是因為跟成賢濟有關,而是不是會因為我而死掉呢?我產生了這種不祥的預感。
송태원이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宋泰元微微傾著頭,俯視著我。
“아직도 스킬을 낮추신 상태입니까.”
「您還在壓抑技能嗎?」
“예.” 「是。」
“한유진 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韓宥辰先生是個好人。我很清楚這點。」
그 어조가 나를 달래는 듯도 했다.
那語氣聽起來像是在安撫我。
“위험할 수도 있으니 원래대로 돌려놓으십시오.”
「可能會很危險,所以請恢復原狀。」
“송 실장님. 송태원 씨.”
「宋室長。宋泰元先生。」
“괜찮습니다.” 「沒關係。」
괜찮기는, 젠장.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데 송태원이 문현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哪裡好了,該死。我不知道該說什麼,只能在心裡乾著急,這時宋泰元將視線轉向文賢娥。
“세면대의 파손은 각성자관리실에서─” 「洗手台的損壞由覺醒者管理室負責——」
“어, 아냐. 아뇨. 제가 먼저 덤빈 거잖습니까. 브레이커로 보상 청구해요. 화장실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놀라서 실수한 걸로 해 두죠. 그래야 내 맘도 편하고.”
「喔,不是。不對。是我先動手的不是嗎?用破壞者來申請賠償吧。就說是我跑錯廁所,嚇了一跳才失誤的。這樣我也比較安心。」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我知道了。謝謝您。」
가볍게 고개 숙인 송태원이 몸을 돌려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문현아가 다가와 슬쩍 속삭였다.
宋泰元輕輕點頭,轉身走出洗手間。文賢娥走到望著他背影的我身邊,輕聲說道。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다만, 이거 한 소장이 차인 건가.”
「雖然我不太清楚發生了什麼事,但韓所長這是被甩了嗎?」
“…따지자면 그렇겠네요.” 「……如果硬要說的話,算是吧。」
“너무 까다로운 상대를 골랐어. 3년간 푹 곪아 있는 사람이잖아. 바뀌려면 일단 터뜨려야 하는데, 자칫하다간 치료는커녕 덧나 사망할 수준이라고.”
「你選了個太棘手的對象。那個人已經爛了三年,要改變就得先爆開,但一個不小心,別說治療了,可能會惡化到死亡的程度。」
“하지만 내버려둬도 오래 살긴 힘들잖습니까.”
「但就算放著不管,也很難活得長久吧。」
“그렇긴 하지. 왜 저렇게 사는지 몰라. 신기해. 적당히 타협해도 괜찮을 텐데.”
「的確是這樣。真不知道他為什麼要那樣活著。真神奇。明明適當地妥協一下也沒關係啊。」
문현아의 말에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8년간 타협하지 못했었다. 포기하지 못하고서. 그리고 지금도 포기하지 못하고서.
文賢娥的話讓我無奈地苦笑。我也曾八年不願妥協。無法放棄。而現在,也依然無法放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하구나.
我好像也沒資格說別人。
그러니까 더더욱 송태원의 끝이 바뀌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행동이 되레 더 그의 목을 조이게 된 것만 같아 불안해졌다.
所以他更希望宋泰元的結局能有所改變。然而,我卻感到不安,因為我的行為似乎反而更勒緊了他的脖子。
“너무 걱정하지 마.” 「別太擔心了。」
문현아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文炫雅拍了拍我的肩膀說道:
“저래 봬도 S급이잖아. 별일 없으면 한 소장보다 훨씬 더 오래 건강하게 살걸. 한소장님은 자기 몸부터 먼저 신경 쓰셔야지. 건강은 이십대 때부터 미리미리 챙겨놔야 하는 법이야.”
「他再怎麼說也是 S 級啊。如果沒什麼特別的事,他會比韓所長活得更久、更健康。韓所長您應該先顧好自己的身體。健康這種東西,從二十幾歲開始就得好好保養了。」
볼일 끝났으니 돌아가자며 앞서 걸어간다. 부서진 세면대를 힐끗 돌아보곤 그 뒤를 따라갔다.
他走在前頭,說事情辦完了就回去吧。我瞥了一眼碎裂的洗手台,然後跟了上去。
* * *
차르륵. 사슬이 흔들렸다. 연결되는 고리고리마다 금빛 전류가 작게 튀어 오른다.
嘩啦。鎖鏈晃動。連接的每個環節都迸出細小的金色電流。
- 크르르. ——喀喀。
짐승이 낮게 울었다. 가시처럼 날선 갈기를 지닌 호랑이와 비슷한 몬스터였다. 그 크기가 일반적인 호랑이의 서너 배는 됨직했다.
野獸發出低沉的吼聲。那是一隻長著如刺般鋒利鬃毛,外形與老虎相似的怪物。牠的體型約莫是一般老虎的三、四倍大。
발톱이 땅을 긁고 가시갈기가 곤두선다. 하얗게 얼룩진 몸뚱이 주위로 서늘한 바람이 맴돌았다. 카가각, 괴수가 휘감은 바람이 바위 하나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놓는다. 섣불리 접근했다간 믹서기 속에 뛰어든 꼴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利爪抓撓著地面,棘刺般的鬃毛根根豎起。冰冷的風環繞著牠那雪白的身體。喀嘎嘎,怪獸捲起的風瞬間將一塊岩石磨成了粉末。若是貿然接近,恐怕會落得跳進攪拌機裡的下場。
“이상하군.” 「真奇怪。」
위협적인 스킬을 두른 몬스터 앞에 선 남자가 작게 말했다. 그의 시선이 주위를 느릿이 살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面對身披威脅性技能的怪物,男人輕聲說道。他的視線緩緩掃視四周,但什麼也沒映入眼簾。
- 캬아아! - 喀啊啊!
칼날 같은 송곳니를 잔뜩 드러내며 몬스터가 뛰어올랐다. 바람이 더욱더 거세지고 긁힌 바닥으로부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시야가 가려졌지만 남자, 성현제는 아무렇지 않게 손끝을 움직였다.
怪物露出尖刀般的獠牙,猛地跳了起來。風勢愈發猛烈,刮擦的地面揚起陣陣塵土。視線受阻,但男人,成賢濟,卻毫不在意地動了動指尖。
주인의 주변을 뱀처럼 맴돌고 있던 사슬이 길게 솟구쳤다. 카라락, 바람과 금속이 부딪치고 작은 번개가 연이어 번뜩였다. 단단한 바위도 조각내는 바람이었지만 사슬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대로 바람의 방패를 부수고는 몬스터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졌다.
纏繞在主人周圍的鎖鏈像蛇一樣竄起。喀啦啦,風與金屬碰撞,小小的閃電接連閃爍。那風足以將堅硬的岩石雕刻成碎片,但鎖鏈卻毫髮無傷。它就這樣擊碎了風之盾,像箭一樣射向怪物。
콰드득 喀啦!
사슬이 몬스터의 머리를 꿰뚫고 턱 아래로 빠져나왔다. 도축장에 걸린 고깃덩이처럼 사슬에 꿰인 몬스터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황금색 빛이 사슬을 타고 화려하게 퍼져 나갔다.
鎖鏈貫穿了怪物的頭部,從下顎穿出。怪物像掛在屠宰場的肉塊般被鎖鏈穿透,開始掙扎。但那也只是一瞬間。金色的光芒沿著鎖鏈華麗地擴散開來。
비명은 없었다. 커다란 머리통이 순식간에 박살 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머리만 남은 몸뚱이가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질 때까지도 성현제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핀 그가 자신의 마력을 섬세하게 움직였다.
尖叫聲沒有響起。因為巨大的頭顱瞬間就被擊碎了。直到只剩下頭顱的身體轟然倒下,成賢濟仍陷入沉思。他再次環顧四周,細膩地操控著自己的魔力。
미세한 전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땅 위는 물론 땅속으로도, 공중으로도. 수색하듯 넓게 주위를 더듬어 확인하던 성현제가 돌연 한 지점을 바라보았다. 이어.
微弱的電流向四面八方擴散開來。不只地面上,連地底下、空中也是。成賢濟像在搜索般,廣泛地摸索周圍確認著,突然望向某個點。接著。
콰과광! 匡啷!
벼락이 떨어졌다. 강력한 마력이 사정없이 퍼부어지고 성현제의 감각에 걸린 무언가가 사라졌다. 거슬리던 것은 처리했다. 하지만.
雷電劈落。強大的魔力毫不留情地傾瀉而下,聖賢者感應到的某個東西消失了。礙眼的東西已經處理掉。但是。
“이번에는 또 뭘까.” 「這次又是什麼?」
그로서도 정체는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한유진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은 들었다. 언제나처럼.
就連他都無法掌握其真面目。不過,他猜測這或許與韓有辰有關。一如往常。
“슬슬 기승수를 구해 두는 게 좋겠군.”
「差不多該去弄點騎乘獸了。」
멀리 거리를 띄운 채 일반 몬스터를 상대 중인 공략 팀원을 바라보며 성현제가 중얼거렸다. 기승수가 유용하긴 했지만 그리 급한 것은 아니었다. 던전 공략이 힘에 부친 것도 아니요, 빠르게 진행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聖賢濟望著遠處與一般怪物對峙的攻略組成員,喃喃自語。奇承洙雖然有用,但也不是那麼急迫。攻略地下城並不吃力,也沒有什麼非得快速進行的理由。
그러니 자신의 것은 급하게 구할 생각이 아니었다. 속성은 물론 다른 모든 것도 만족할 만큼 어울리는 몬스터로 느긋이 찾아볼 예정이었지만.
所以他並不急著尋找自己的東西。他打算慢慢尋找一隻無論是屬性還是其他所有方面都令他滿意的怪物。
던전 밖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이 궁금해졌다. 자신의 파트너는 또 분명 얌전히 있지 않았겠지. 조금 전의 거슬리는 시선은 무슨 일이었을까. 호기심이 솟았고 그는 그런 감정을 참는 편이 아니었다. 하니 빠르게 던전을 공략할 방법을 마련하는 수밖에.
<p>我開始好奇地城外頭會發生什麼事。我的搭檔肯定又不會乖乖待著吧。剛才那道惱人的視線又是怎麼回事?好奇心油然而生,而他並不是個會壓抑這種情感的人。所以,只能盡快想辦法攻略地城了。</p>
성현제는 사라진 무언가가 있던 지점을 다시 한 번 바라본 뒤 몬스터 무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p>成賢濟再次望向某物消失的地點,接著便轉身走向那群怪物。</p>
* * *
“진짜 괜찮겠어?” 「你真的沒問題嗎?」
걱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유현이와 피스를 바라보았다. 나름 열심히 말려 보았지만 결국 동생 놈은 피스와 단둘이서 S급 던전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위험하지도 않고 더 빨리 공략할 수 있다곤 하지만 걱정되는 걸 어쩌겠냐.
我滿懷擔憂地望著宥賢和 Peace。雖然我已經很努力地勸阻了,但弟弟那傢伙最終還是決定和 Peace 兩人一起進入 S 級地下城。儘管他們說不危險,而且能更快地攻略,但我還是忍不住擔心,這該怎麼辦呢?
“저번보다 길이가 더 짧은 곳이야. 그래서 몬스터 무리가 다른 넓은 곳보다 더 크긴 하지만 팀원이 없을 땐 그편이 편해.”
「那裡比上次去的地方更短。所以怪物群雖然比其他寬闊的地方更大,但沒有隊友的時候,那樣反而比較方便。」
“명우가 준 구슬은 잘 챙겼지? 피스는 유체화하면 네가 보호해 줄 수 있을 거고. 게이트석도 두 개 잘 챙겼고?”
「明宇給的珠子有好好收著吧?皮斯要是液態化,你應該能保護牠。兩顆傳送石也好好收著了吧?」
“다 잘 챙겼어.” 「都帶齊了。」
걱정 말라며 방긋 웃는다. 요새는 잘 웃다보니 더 어리게 보여서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던전을 안 보낼 수는 없고. 강해지긴 강해져야 하고.
他笑咪咪地說不用擔心。最近他很愛笑,看起來更稚嫩了,這讓我心裡更不舒服。但又不能不讓他去攻略地城。他必須變得更強。
“피스 너도 조심해야 한다.”
「和平,你也要小心。」
- 끼아앙. - 嘰呀——
아직 유체화 상태인 피스가 대답하듯 울며 내 다리에 몸을 비볐다. 빙그르 아예 한 바퀴를 돌고는 몸집을 키운다. 피스에게 내새끼 스킬을 화염 저항 스킬 성장으로 사용해 주었다. 화염 저항부터 빨리 S급으로 올려야 유현이가 화염 스킬 쓰기 편해질 테니까.
<p>仍處於幼體化狀態的皮斯像在回答般地嗚咽著,在我的腿邊磨蹭。牠滴溜溜地轉了一圈,然後長大了體型。我對皮斯使用了「我的孩子」技能,將其用於火焰抗性技能的成長。因為只有盡快將火焰抗性提升到 S 級,宥賢使用火焰技能才會更方便。</p>
성체가 된 피스의 풍성한 갈기털에 손을 파묻고 쓰다듬어 주었다.
我將手埋入已成年的皮斯那豐厚的鬃毛中,輕撫著牠。
- 그르릉. - 吼隆。
“둘 다 밥도 잘 챙겨 먹고. 이거 과일 말린 거야. 명우한테 배워서 내가 만든 거니까 가지고 가. 던전에서 난 거라 인벤토리에 들어가더라.”
「你們兩個都要好好吃飯。這是水果乾。我跟明宇學的,我自己做的,所以帶走吧。這是從地城裡出來的,所以可以放進物品欄。」
병에 든 말린 과일을 유현이에게 주었다.
我把瓶子裡的果乾遞給了劉賢。
“그럼 다녀올게. 형도 일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가능한 사육소에 있어.”
「那我出門了。哥你也不要工作太多,盡量待在飼育所裡。」
“너, 또 린이 나한테 붙여 놓은 거 아니지? 어딨냐, 보여 줘 봐.”
「你,該不會又把凜丟給我了吧?在哪裡,讓我看看。」
유현이의 오른쪽 어깨 위로 붉은 도마뱀이 툭 튀어나왔다. 나한테 인사라도 하듯 꼬리를 살랑거린다.
柳賢的右肩上,一隻紅色蜥蜴突然冒了出來。牠搖著尾巴,像是在跟我打招呼。
“적당히 챙겨요, 아저씨. 끄떡도 없이 돌아올걸요.”
「大叔,你差不多該準備了。他會毫髮無傷地回來。」
내 호위 겸 따라온 예림이가 투덜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我的護衛兼跟屁蟲藝琳抱怨著。話是這麼說沒錯啦。
“길드장님 잘 다녀와요. 피스도.”
「願會長大人一路順風。還有和平。」
예림이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유현이가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피스도 따라 사라졌다. 괜찮겠지.
隨著藝琳的道別,柳賢率先走進傳送門,和平也跟著消失了。應該沒事吧。
“괜찮을 거라니까요, 진짜. 한유현 쎄긴 쎄잖아요.”
「我說沒事就沒事,真的。韓誘賢真的很強不是嗎?」
예림이가 얼른 나가자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내일은 예림이의 팀이 첫 던전 공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호흡을 맞춰 본다는 의미에서 S급은 아니고 A급 중위쯤 되는 던전이었다.
藝琳拉著我的手臂,催促我快點出去。明天是藝琳的隊伍首次攻略地下城。為了培養默契,這次攻略的不是 S 級,而是 A 級中等的地下城。
“이번에는 우리 둘이서만 외식해요!”
「這次只有我們兩個人出去吃飯!」
저번 일 아직 잊지 않았구나. 알았다고 하며 게이트를 돌아보았다. 애들 다 보내려니까 허전해지네. 한동안 집이 텅 비겠구나.
看來她還沒忘記上次的事。我說知道了,然後回頭看了看傳送門。把孩子們都送走,感覺家裡空蕩蕩的。接下來一段時間,家裡會很冷清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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