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홍혜인은 통화를 끝낸 뒤에도 한참 동안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상대가 끊은 지는 이미 몇 초가 지났지만 화면이 자동으로 꺼질 때까지 천장을 올려다봤다. 드라마 촬영도 막바지니 이번에는 정말 고생했다고 밥 한 끼 사주는 줄 알았다. 식당은 너희가 예약하라는 말에 의심을 잠깐 내려두었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을까.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만 생각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과거를 이제 와 탓하는 것도 우습기는 했다. 소속사 단체 회식이 마무리 될 즈음이면 주머니를 뒤적이다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 같다고 아쉬운 연기하는 인간이 오석민이었다. 홍혜인은 그 모습을 몇 년 째 지켜봤으면서 또다시 속아 넘어간 것이고. 
怎么就没有一天能平静度过呢。洪惠仁结束通话后,很长时间都没能放下手机。对方已经挂断几秒钟了,但她一直仰望着天花板,直到屏幕自动熄灭。电视剧拍摄也到了尾声,这次还以为真的会请吃顿饭来慰劳大家的辛苦。说到餐厅让你们自己预约时,暂时放下疑心也许就是祸根。现在回想起来,当时只想着这是不会再来的机会,毫不犹豫地翻看菜单的过去,现在来责怪也很可笑。每当经纪公司聚餐快要结束的时候,摸摸口袋然后装作可惜地说好像把钱包落在办公室了的人,就是吴石民。洪惠仁看了她好几年这副模样,却又一次上当受骗了。


  "거기도 식사 끝났대요?"
"那边也吃完饭了吗?"

  "다 먹은 거지 겸아?"
"都吃完了吧,谦雅?"

  "네. 나가시죠."  "是的。我们走吧。"

  "이 지랄을 떨어놓고 旼炡이한테 요즘 회사 사정이 어쩌구하면서 계산 떠밀었기만 해봐."
"要是搞了这种事情,然后还跟旼炡说什么最近公司情况怎么样,把账单推给她的话。"

  "에이, 설마요."  "啊,不会吧……"


대답이 작아지는 걸 보니 그렇게 말하는 본인도 어딘가 마뜩잖은 모양이었다. 핸드폰을 챙겨 들려던 홍혜인은 잠시 멈칫하고 유리잔 쪽으로 손을 뻗었다. 반쯤 남아 있던 탄산수를 단번에 비워냈으나 속은 여전히 더부룩하기만 했다. 피차 서로 좋은 감정이 없다고 해도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는 한솥밥 먹는 식구였다. 당분간은 계속 얼굴 보고 지내야 하니 이쪽도 마지못해 나온 건데, 정말 누구 말마따나 어디 가서 사람 약 올리는 법을 따로 배워오는 건지. 홍혜인은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看到回答声音变小,连说这话的本人似乎也有些不太满意的样子。正要拿起手机的洪惠仁停顿了一下,伸手拿向了玻璃杯。一口气喝完了剩下一半的苏打水,但肚子里依然感到闷胀。虽然彼此都没有好感,但在合同期结束之前还是要一起共事的同事。短期内还要继续见面相处,这边也是勉强才出来的,真不知道是不是专门去哪里学过怎么气人的方法。洪惠仁深深叹了口气,从座位上站了起来。

들어왔을 때와 달리 방을 나서는 걸음은 다소 무거웠다. 옆에 있는 성한겸도 괜스레 쭈뼛거리며 홍혜인의 눈치를 살폈다. 계단 내려가는 발소리가 유독 크게 공간에 울려 퍼졌다. 오代表와 단 둘이 있었을 金旼炡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것을 넘어서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재계약을 두고 별별 헛소리를 염불처럼 외웠을 꼴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1층에 다다르자 홍혜인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봤다. 오픈키친과 로비를 구분하는 커다란 어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으로는 보였던 것은.
与进来时不同,离开房间的脚步显得有些沉重。旁边的成韩谦也莫名其妙地畏缩着,察看着洪惠仁的脸色。下楼梯的脚步声在空间里格外响亮地回荡着。一想到金旼炡独自和吴代表在一起,胸口的郁闷感已经超越了界限,连头都开始隐隐作痛。围绕着续约问题念叨各种胡话的样子,不用看也能想象得到。到达一楼后,洪惠仁四处张望着周围。首先映入眼帘的是分隔开放式厨房和大厅的大鱼缸,接下来看到的是。


  "오 代表는?"  "吴代表呢?"

  "일 있다고 먼저 갔어."
"说有事先走了。"

  "그러면 너 혼자 방에 있던 거야? 이거 진짜 미친 새,"
"那你是一个人在房间里吗?这真是疯了,"

  "아냐. 방금 나갔어 代表님."
"不是的。代表님刚刚出去了。"


금방이라도 뒤쫓아 갈 것처럼 눈빛이 번득이던 홍혜인이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성한겸도 어물쩍거리며 앞을 막으려다 그녀의 누그러진 표정을 확인하고 구석으로 비켜섰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잠시, 홍혜인은 어쩐지 미심쩍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눈길은 다시 金旼炡에게로 향했다.
刚才眼神闪烁着仿佛随时要追出去的洪惠仁这才收回了视线。成韩谦也支支吾吾地想要挡在前面,确认她的表情缓和后才退到了角落。刚觉得松了口气,洪惠仁却不知为何疑惑地转过头来。目光再次投向了金旼炡。


  "계산 안 하고 튄 거야?"
"没结账就跑了?"

  "걱정 마. 오늘은 내가 선수 쳤어."
"别担心。今天我抢先一步了。"


金旼炡은 조용히 웃으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듯 두어 번 가볍게 흔들기까지 했다. 지갑은커녕 카드 비슷한 것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홍혜인은 엄지를 치켜세웠고, 성한겸은 소리 없이 손뼉을 치며 만족스러운 박수를 보탰다. 두 사람의 반응에 짧게 웃은 金旼炡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출입문으로 향했다. 홍혜인이 자연스레 그녀의 옆에 발을 맞췄다.
金旼炡安静地笑着,摊开手掌给她们看。仿佛真的什么都没有一样,还轻轻摇了两下。别说钱包,连卡片之类的东西都看不到。看着这一幕的洪惠仁竖起了大拇指,成韩谦则无声地拍着手,满意地鼓起掌来。看到两人的反应,金旼炡短暂地笑了笑,慢慢迈步朝出入口走去。洪惠仁自然而然地跟上她的步伐,走在她身边。


  "겸아, 넌 집에 어떻게 갈 거야?"
"谦啊,你要怎么回家?"

  "대로변에 나가서 택시 잡아 타려고요."
"去大路边准备拦出租车。"

  "그래? 잠깐만 있어 봐."
"是吗?你等一下。"


 식당 입구 즈음에서 멈추어 선 홍혜인은 지갑에서 오만원권 두어장을 꺼내 성한겸에게 내밀었다. 조심히 들어가. 밴에 있던 의상은 장 室长이 반납했다니까 회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성한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면 아예 손안에 지폐를 넣어주고 억지로 주먹을 쥐게 만들었다. 이어서 金旼炡까지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하자 그는 얼떨결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래. 잘 가 한겸아. 홍혜인은 거의 등 떠밀듯 남자를 배웅했다. 그리고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 조용히 물었다. 서초로 갈 거지? 대답은 듣지도 않았으면서 일단 택시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 잠금부터 풀었다.
在餐厅入口附近停下脚步的洪惠仁从钱包里掏出两三张五万韩元递给成韩谦。小心进去。车里的服装室长已经归还了,所以公司附近也别靠近。成韩谦进退两难地犹豫着,她干脆把纸币塞进她手里,强行让她握成拳头。接着金旼炡也说明天见打招呼,她不知所措地点了点头。好,路上小心,韩谦啊。洪惠仁几乎是推着男人的背送她离开。然后久久地望着远去的背影,静静地问道。要去瑞草吧?连答案都没听就先解锁手机准备叫出租车。


  "다음에는 법카 받아서 우리끼리 오자."
"下次拿到法人卡,我们自己来吧。"

  "응."  "嗯。"

  "내일은 한 8시쯤에 데리러 갈게."
"明天 8 点左右我去接你。"

  "그래. 언니 혹시 뒤에 약속 없으면 나랑 술 한잔하고 들어갈래?"
"嗯。姐姐如果后面没有约会的话,要不要和我喝一杯再回去?"


와인은 기껏해야 반병 마셨는데 그새 취해서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만큼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반면 상대방은 무슨 일 있었냐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홍혜인은 입술을 달싹이다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旼炡아. 저녁이 아니라 아침인 거 알지? 상황이 상황인 터라 스케줄을 깜빡한 거라 여겼으나 이번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明明葡萄酒最多只喝了半瓶,却觉得是不是喝醉了听错了。这个提议实在太令人惊讶了。反观对方却一脸淡然地看着自己,仿佛在问有什么事一样。洪惠仁舔了舔嘴唇,小心翼翼地反问道。旼炡啊,你知道现在是早上不是晚上吧?以为是因为情况特殊忘记了行程安排,但这次她依然面无表情地点了点头。


  "언제 또 이렇게 시간 날지 모르잖아.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지긴 좀 아쉬워서."
"不知道什么时候还能有这样的时间呢。只是吃个饭就分开的话有点可惜。"

  "혹시오代表랑 무슨 일 있었어? 재계약 얘기한 거지? 뭐래? 그때 영화 엎어진 거 또 너 탓해? 아니 미친 인간이 지가 다단계 같은 투자사 믿고 대본 받아왔으면서 어따대고."
"该不会……你和吴代表发生什么事了吧?谈续约的事了吧?她说什么了?那时候电影泡汤的事又怪你了?不是,那个疯子明明是自己相信了传销一样的投资公司拿来的剧本,还有脸说什么。"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홍혜인은 재빨리 연락처를 뒤적였다.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한 순간, 새하얀 손가락이 화면을 덮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핸드폰을 가져가 등 뒤로 숨기는 것이었다. 홍혜인은 입도 다물지 못한 채로 앞을 쳐다봤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话还没说完,洪惠仁就迅速翻找着通讯录。发现眼熟的名字的瞬间,雪白的手指覆盖了屏幕。然后悄悄地拿走手机藏到了身后。洪惠仁连嘴都合不上地看着前方。不知道该如何反应,无法做出正确的判断。


  "진짜 그런 거 아니야. 그분은 늘 그랬듯 자기 자랑만 1절부터 4절까지 돌림노래로 반복하셨어. 나도 평소처럼 한 귀로 흘려들었고."
"真的不是那样的。她像往常一样,从第一段到第四段像轮唱一样反复炫耀自己。我也像平时一样左耳进右耳出。"

  ""

  "그냥. 맥주라도 한잔 하고 가자는 거지. 누구씨 때문에 밥은 따로 먹었으니까."
"就是。喝杯啤酒再走吧。因为某人的缘故饭都分开吃了。"

  ""

  "조금 그래? 하긴 아침에 픽업 오려면 피곤할 텐데 술은 다음에,"
"有点那样吧?不过早上要来接人的话会很累,酒就下次吧,"

  "됐어요. 맥주는 제가 살 거니까 배우님은 내일 아침에 해장국이나 같이 먹어주세요."
"没关系的。啤酒我来买,演员님明天早上陪我一起吃醒酒汤就行了。"


金旼炡은 작게 웃었다. 이렇다 할 대답 없이 그저 짧은 숨을 내쉬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짧게 눈을 맞춘 홍혜인은 아무 말 없이 모자를 벗어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챙이 눈썹을 살짝 덮자 金旼炡이 익숙한 듯 고개를 숙였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홍혜인이 金旼炡에게 바짝 붙어 오른쪽 어깨를 살짝 감쌌다. 내딛는 걸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金旼炡轻笑了一下。没有什么特别的回答,只是轻轻呼了一口气,点了点头。短暂对视后,洪惠仁什么也没说,脱下帽子戴在了她的头上。帽檐微微遮住眉毛时,金旼炡熟练地低下了头,洪惠仁没有错过这个时机,紧贴着金旼炡,轻轻搂住了她的右肩。迈出的步伐和平时一样沉稳。









  "잠깐만. 신발 벗어야지."  "等一下。得脱鞋。"


흰 러그 위로 푹신하게 발을 디뎠다. 기운이 빠진 듯 허리를 숙이던 金旼炡은 한쪽 운동화를 억지로 벗겨내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刘知珉이 얄팍한 팔뚝을 부여잡았다.
脚踩在白色地毯上,感觉软绵绵的。金旼炡像是没了力气似的弯着腰,勉强脱掉一只运动鞋时失去重心摇晃起来。刘知珉反射性地伸出手,抓住了她纤细的手臂。


  "안 취했다며."  "不是说没醉吗。"

  "안 취했어 그냥…"  "没醉,只是……"


말끝을 흐린 金旼炡이 부축을 받으며 현관을 겨우 벗어났다. 힘이 빠진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쳐 거실에 다다르자 별다른 고민도 없이 천천히 소파에 몸을 붙였다. 앉았다기보다는 맥없이 기대었다는 쪽에 더 가까운 자세였다. 刘知珉은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듯 조용히 숨을 고르는 金旼炡을 바라보다 모자를 벗어 스툴 위에 대충 던져뒀다. 그다음에는 소파 밑으로 들어간 슬리퍼 한 짝을 꺼내 가지런히 정리해두고 바닥에 주저앉아 金旼炡을 올려다봤다.
金旼炡话音未落,在搀扶下好不容易离开了玄关。她步履无力地穿过走廊来到客厅,没有多想就慢慢靠在了沙发上。与其说是坐下,不如说是无力地倚靠着更准确。刘知珉看着金旼炡安静地调整呼吸,似乎不打算再动了,便脱下帽子随手扔在凳子上。然后把掉到沙发下面的一只拖鞋拿出来整齐摆好,自己坐在地板上仰视着金旼炡。


  "씻겨줘요?"  "帮我洗吗?"

  "조금만있다가."  "稍等一下……等会儿。"


고개를 젖힌 채 천장을 바라보던 金旼炡은 어느 순간 눈을 감았다. 무릎 위에 놓인 손끝이 살짝 떨리더니 이내 힘이 풀린 채 그대로 멈췄다. 어깨는 천천히 내려앉았고, 앉은 자세는 점점 더 느슨해졌다.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숨결은 낮고 일정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불빛이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刘知珉은 살짝 몸을 틀어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벌써 열한 시가 넘어 있었다.
仰着头望向天花板的金旼炡不知何时闭上了眼睛。放在膝盖上的指尖微微颤抖了一下,随即失去力气就那样停住了。肩膀缓缓垂下,坐姿也变得越来越松懈。寂静中传来的呼吸声低沉而平稳。从窗帘缝隙透进来的微弱灯光在脸上投下了阴影。刘知珉稍微转过身确认了桌上的手机。已经过了十一点了。


  "…안 자고 뭐 했어요."
"……没睡在做什么呢。"


속삭이듯 물어보는 목소리는 약간 늘어졌다. 소파에 반쯤 기대 잠든 줄 알았는데 잠깐 눈만 감고 있던 모양이다. 긴 속눈썹 아래로 말간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졌다. 뜬금없는 질문을 꺼낸 것 외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지만, 말끝에는 취기와 피로가 엉켜 있는 것 같기도 했다. 
轻声询问的声音有些拖长了。还以为她半靠在沙发上睡着了,看来只是闭了一会儿眼。长长的睫毛下传来清浅均匀的呼吸声。除了突然抛出这个问题之外,其他倒没什么变化,但话音里似乎夹杂着醉意和疲惫。


  "드라마 봤지."  "看电视剧了。"

  ""

  "旼炡xi 기다리면서."  "等旼炡 xi 的时候。"


한동안 적막이 이어졌다. 刘知珉은 바닥에 앉은 채로 무릎을 안았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던 탓인지 마지막 말은 거의 혼잣말처럼 들렸다. 에어컨의 미세한 작동음만이 너른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金旼炡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얇았다.
一阵沉默持续了一段时间。刘知珉坐在地板上抱着膝盖。也许是因为声音越来越小,最后的话几乎听起来像是自言自语。只有空调细微的运转声充满了宽敞的空间。没过多久,金旼炡的嘴角轻柔地勾起了弧线。唇间传出轻微的漏气声。细得无法分辨是笑声还是叹息。


  "왜 기다렸어요?"  "为什么要等呢?"

  "旼炡xi랑 같이 자려고."  "想和旼炡 xi 一起睡。"


金旼炡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옆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마치 주인에게 허락이 떨어진 강아지처럼 刘知珉은 바닥에서 일어나 소파 끝자락에 걸터앉았다. 몸을 살짝 틀어 金旼炡을 바라본 뒤에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취기 섞인 숨결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金旼炡点了点头,用手掌拍了拍自己身边的位置。刘知珉就像得到主人允许的小狗一样,从地板上起身坐到了沙发的边缘。她稍微转过身看向金旼炡,然后小心翼翼地为她拨开垂落的头发。带着酒气的呼吸变得更加清晰可感。


  “무슨 일 있었어요?”  "发生什么事了吗?"


거리는 좁혀졌으나 거실은 여전히 고요했다. 옷이라도 갈아입혀 줘야 하나 고민할 찰나, 金旼炡이 눈을 뜨고 刘知珉을 바라봤다. 허공에서 눈빛이 뒤엉켰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한참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아주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정하고 조용한 부정이었다.
距离拉近了,但客厅依然安静。正当刘知珉考虑是否该帮她换件衣服时,金旼炡睁开眼睛看向了她。两人的目光在空中交汇纠缠。没有回答。只是静静地凝视了许久,然后非常缓慢地摇了摇头。这是一个端正而安静的否定。


  "내일 아침에 스케줄 있지 않아요?"
"明天早上没有行程吗?"

  "응. 여덟 시 반까지 앞에 나와 있기로 혜인언니랑 약속했어요."
"有的。我和惠仁姐姐约好了八点半之前要到前面等着。"

  "그렇구나."  "这样啊。"


刘知珉은 한쪽 손으로 무릎을 쓸며 물었다. 꿀물이라도 타줄까요. 이번에도 金旼炡은 말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출근 시간이 엇비슷한 건 다행이었지만, 뭐라도 먹여서 보내려면 이제 슬슬 재워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촬영장에서 숙취로 덜 고생하겠지. 발그레한 뺨을 검지로 살며시 눌러본 刘知珉이 쓰게 웃었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 내렸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刘知珉用一只手抚摸着膝盖问道。要不要给你泡点蜂蜜水。这次金旼炡依然默默地摇了摇头。幸好上班时间差不多,但如果要让她吃点什么再走的话,现在应该让她睡一会儿了。这样在拍摄现场就不会因为宿醉而太难受了。刘知珉用食指轻轻按了按那微红的脸颊,苦笑了一下。再次意识到她确实比初次见面时瘦了不少。


  "검사님."  "……检察官。"

  "네."  "是的。"

  "내일 뭐 해요."
"明天做什么。"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 보고, 오후에는 공판 나가요."
"上午在办公室处理业务,下午出庭。"


달라진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못해 장단을 맞춰줬던 시절과 비교하자면 저 역시. 刘知珉은 후드집업 소맷자락을 만지작거리는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改变的不仅仅是这些。和那个不情不愿地配合的时期相比,我也是如此。刘知珉静静地低头看着摆弄连帽衫袖口的手。


  "검사님"  "检察官大人……"

  "왜요."  "怎么了。"

  "주말에는 뭐 할 거예요."
"周末要做什么呢。"

  "상황 봐서 旼炡xi랑 집에서 영화 볼 것 같은데요."
"看情况的话,应该会和旼炡 xi 在家里看电影。"

  "나 없으면요."  "如果我不在的话。"

  "그러면 뭐잠깐 회사 갔다가글쎄요.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어요"
"那就……先去一下公司……嗯,我还没想到那么远呢。"


金旼炡은 설핏 웃으며 刘知珉의 손가락을 조몰락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뭐야. 가만히 손을 내어준 刘知珉은 능청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그러다 문득, 조심스레 손끝을 감싸 쥐었다. 시선은 여전히 金旼炡에게 머물러 있었다.
金旼炡淡淡一笑,开始轻抚着刘知珉的手指。这是什么意思。静静伸出手的刘知珉故作天真地歪着头,嘴角微微上扬。然后突然,小心翼翼地握住了指尖。视线依然停留在金旼炡身上。


  "검사님."  "检察官大人。"

  "네."  "是的。"

  "刘知珉."

  "응."  "嗯。"

  "知珉언니."  "…知珉姐姐。"


낯선 호칭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刘知珉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마른침을 삼켰다. 잠깐 명치에 숨이 걸렸다. 호칭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입 안이 바짝 말라붙는 느낌이었다. 답지 않게 우물쭈물거리던 刘知珉이 뒤늦게 金旼炡을 바라봤다. 맑은 눈동자는 오롯이 한 사람을 담고 있었다. 분명 에어컨은 켜져 있을 텐데 목덜미가 조금씩 달아올랐다.
这是个陌生的称呼。在意料之外的情况下慌张的刘知珉没能立即回答,嘴唇颤动着咽下了口水。一瞬间胸口有些窒息。仅仅是称呼改变了一下,嘴里就感觉干燥得要命。不像平时那样支支吾吾的刘知珉迟迟才看向金旼炡。清澈的眼眸里完全装着一个人。明明空调应该是开着的,但后颈却渐渐发热起来。


  "검사님 이거 좋아했잖아요."
"检察官您不是很喜欢这个吗。"

  "내가요?"  "…我吗?"

  "응. 그때 막 물도 쏟고, 그러다가 나 기다리고."
"嗯。那时候还洒了水,然后等我。"

  "그걸 기억해요?"  "您还记得那件事?"

  "당연하지. 이렇게 손도 주고, 接吻도 하고, 그다음에는그랬잖아."
"当然了。像这样牵手,接吻,然后接下来...不是那样了吗。"


괜히 머쓱해진 刘知珉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러자 金旼炡은 자기를 보라는 듯 손을 잡고 흔들었다. 
莫名感到不好意思的刘知珉轻咳了一声,移开了视线。于是金旼炡像是要她看向自己一样握住她的手摇了摇。


  "知珉언니."  "知珉姐姐。"


刘知珉은 허탈하게 실소를 터트리며 金旼炡을 마주 봤다. 취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거리낌 없이 저를 가지고 놀았다. 그런 金旼炡을 보고 있자니 刘知珉의 심장도 덩달아 빨리 뛰기 시작했다. 도저히 맞받아칠 수 없게 만드는 태도에 결국 刘知珉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刘知珉虚脱地苦笑着看向金旼炡。也许是因为酒意,她比平时更加毫无顾忌地戏弄着自己。看着这样的金旼炡,刘知珉的心脏也跟着开始快速跳动起来。面对这种让人完全无法反击的态度,刘知珉最终只能无奈地摇了摇头。


  "자주 불러줄 걸 그랬다."
"应该经常叫你的。"

  "아니 뭐딱히 그렇지는 않지만, 싫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
"不是什么...倒也不是特别那样,但更不是讨厌。"

  "知珉언니."  "知珉姐姐。"

  ""

  "그런데 언니는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不过姐姐真的是个很好的人。"


다소 맥락 없는 칭찬이었다. 대화의 흐름을 좀처럼 따라가기 어려웠다. 刘知珉은 멍하니 金旼炡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반동거를 하며 함께 지내는 동안 술에 취한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스태프들과 회식하다가 중간에 따로 나온 金旼炡과 전화 한 적은 몇 번 있어도, 지금처럼 마주 보고 앉아서 얘기했던 날은. 
这是有些缺乏脉络的称赞。很难跟上对话的流程。刘知珉呆呆地看着金旼炡,只是眨着眼睛。这么想来,在一起同居的期间,几乎没有见过她喝醉的样子。虽然和工作人员聚餐时中途单独出来的金旼炡通过电话聊过几次,但像现在这样面对面坐着聊天的日子。

기억을 되뇌던 刘知珉은 金旼炡의 손을 잡아 제 머리 위에 올려뒀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 金旼炡은 익숙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回忆着往事的刘知珉握住金旼炡的手,放到了自己的头上。虽然没有说什么特别的话,但金旼炡用熟悉的手法轻抚着她的头发。


  "예쁘다 刘知珉."  "真漂亮啊,刘知珉。"

  "큰일이네."  "……这下糟了。"

  "뭐가요."  "什么?"

  "이러면 손만 잡고 못 자는데. 내일도 지각할 거고."
"这样的话光是牵着手就睡不着了。明天又要迟到了。"


물끄러미 刘知珉을 바라보던 金旼炡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부드럽게 휘어졌다. 장난처럼 던져진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아주 가볍지도 않았다. 손끝이 머리카락 사이를 천천히 훑으며 刘知珉의 관자놀이 언저리를 가만히 눌렀다. 깊고 느린 움직임 속에서 무언가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刘知珉은 고개를 돌리려다 말고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다. 金旼炡이 팔을 뻗자 刘知珉은 조용히 다가가 그 품에 안겼다. 안겼다기보다는 안아주는 자세였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신경 쓰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렇게 여름밤은 고요히 깊어갔다.
静静凝视着刘知珉的金旼炡嘴角再次温柔地弯起。虽然是玩笑般说出的话,但其中蕴含的意义却并不轻松。指尖缓缓划过发丝间,轻抚着刘知珉的太阳穴附近。在深沉缓慢的动作中,某种东西正在危险地摇摆着。刘知珉想要转过头去,却又重新看向正前方。彼此的呼吸几乎要触碰到的距离。金旼炡伸出手臂,刘知珉静静走近,投入了她的怀抱。与其说是被拥抱,不如说是拥抱的姿势,但这并不重要。也没有人在意这些。就这样,夏夜静静地深沉下去。









햇살은 커튼 틈새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먼저 눈을 뜬 刘知珉은 몸을 일으켜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재료들을 확인한 뒤에는 간단한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콩나물국을 끓이고 계란말이를 부치는 동안에도 시선은 자꾸 침실 쪽으로 향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지만 팬이 달궈지는 소리나 물 끓는 소리가 날 때마다 멈칫하고 누군지도 모를 이의 눈치를 살폈다.
阳光静静地透过窗帘的缝隙洒进来。最先睁开眼的刘知珉正身,悄悄地走向厨房。打开冰箱确认了食材后,开始准备简单的早餐。在煮豆芽汤和摊鸡蛋卷的时候,视线总是不自觉地朝卧室的方向看去。虽然尽量轻手轻脚地行动,但每当平底锅加热的声音或水沸腾的声音响起时,都会停顿一下,留意着不知是谁的动静。

어느 정도 식탁이 차려지고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刘知珉은 슬리퍼를 끌며 침실로 걸어갔다. 어쩌다 보니 자정을 한참 넘어서야 잠이 든 만큼 옆자리에 비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마냥 끌어안고 오후까지 푹 자고 싶었지만, 이쪽은 고작해봤자 인사고과 개판 내고 승진 밀리는 직장인이고 이불에 파묻혀 있는 사람은. 刘知珉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매트리스 끝에 걸터앉았다. 旼炡xi. 씻고 나와요. 매니저님 오기 전에 밥 조금만 먹고 가요. 애정이 감춰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餐桌差不多摆好后,刘知珉看了看挂在墙上的时钟,拖着拖鞋走向卧室。不知怎么的,直到过了午夜很久才睡着,似乎没有注意到身边空了。虽然很想就这样抱着一直睡到下午,但这边充其量也就是个搞砸人事考核、升职无望的上班族,而埋在被子里的那个人是。刘知珉在心里叹了口气,坐在床垫边缘。旼炡 xi,洗漱出来吧。经纪人来之前稍微吃点饭再走。声音里掩饰不住的爱意。


  "저기요. 배우님."  "那个,演员nim。"

  ""

  "일어납시다요. 지각하면 홍 매니저님이 내 번호 차단할 수도 있어."
"起来吧。迟到的话洪经理可能会把我的号码拉黑的。"


그냥 말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金旼炡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웅크렸고, 刘知珉은 망설이지 않고 이불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졌다. 맨 허리에 닿은 손끝이 닿자 金旼炡이 꿈틀거리며 반쯤 몸을 일으켰다. 刘知珉은 그런 그녀의 입술에 刘知珉이 짧게 입을 맞춘 다음 먼저 침실을 나섰다. 
光是说说还不够。金旼炡连眼睛都睁不开,把脸埋在枕头里缩着肩膀,刘知珉毫不犹豫地把手伸进了被子里。温暖的体温直接传了过来。手指触碰到光裸的腰部时,金旼炡扭动着半坐起身。刘知珉在她的唇上轻吻了一下,然后先走出了卧室。

복도를 따라 부엌까지 걸어간 刘知珉은 제법 익숙한 손놀림으로 식기를 정리했다. 냉장고를 열어 숙취해소제를 꺼낸 뒤 물잔 옆에 가지런히 두고, 혹시 빠뜨린 건 없는지 식탁을 둘러보다 복도 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머리를 대충 묶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金旼炡을 확인한 뒤에는 조용히 의자를 빼주고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그 전보다 사람 사는 집다워진 아침 풍경이었다.
沿着走廊走到厨房的刘知珉用相当熟练的手法整理着餐具。打开冰箱取出解酒药放在水杯旁边整齐摆好,环视餐桌看看有没有遗漏什么,然后身体斜向走廊那边。确认了随便扎着头发慢悠悠走过来的金旼炡后,便安静地拉开椅子,然后坐到了对面的位置。确实比之前更像有人居住的家庭早晨景象了。


  "검사님."  "检察官大人。"

  "응."  "嗯。"

  "나 몰래 산삼 같은 거 먹어요?"
"你背着我吃人参之类的东西吗?"

  "글쎄요."  "不知道呢。"


金旼炡이 식탁에 앉으며 던진 농담에 刘知珉은 어깨를 으쓱이며 씩 웃었다. 아직 완전히 잠이 깨지 않은 듯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아 있었지만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콩나물국을 한 번 떠 먹고 고개를 끄덕인 金旼炡이 숙취해소제를 손에 들고 흔들어보며 다시 물었다. 오늘 야근해요?
金旼炡坐到餐桌前开玩笑时,刘知珉耸了耸肩膀笑了起来。虽然声音还有些低沉,似乎还没有完全清醒,但看起来状态并不差。金旼炡喝了一口豆芽汤点了点头,拿着解酒药在手里摇了摇,再次问道。今天要加班吗?


  "旼炡xi 일찍 들어오면 안 하지."
"旼炡 xi 早点回来的话就不会这样了。"

  "그러다 일 밀리면 부장님한테 혼나지 않아요?"
"这样的话工作积压了不会被部长骂吗?"

  "칭찬보다는 그게 더 취향이라서 괜찮아요."
"比起表扬,我更喜欢那种,所以没关系。"


刘知珉이 태연하게 받아치며 계란말이 하나를 金旼炡 밥그릇 위에 올려뒀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이번에는 웃지도 않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결국 金旼炡이 젓가락을 들다 말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刘知珉淡然地回击着,将一块鸡蛋卷放在了金旼炡的饭碗上。不知道哪里是真心话,这次她连笑都不笑就回答了。最终金旼炡拿着筷子停下动作,发出了苦笑。


  "하여간 한 마디를 안 져."
"真是一句话都不肯输。"

  "안 져주는 게 뭔지는 새벽처럼,"
"不让着是什么意思就像黎明一样,"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金旼炡은 제 밥그릇 위에 있던 계란말이를 집어서 입을 막아버렸다. 刘知珉의 뻔뻔한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물잔을 쓰윽 밀어주기도 했다. 물잔을 집어 든 刘知珉은 천천히 한 모금 넘기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젓가락을 들었다. 金旼炡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노려봤지만 刘知珉은 태연하게 멸치볶음을 집어먹었다. 잠깐의 정적 끝에 金旼炡이 못 이긴 듯 고개를 저으며 작게 웃었다. 분위기는 다시 평온해졌고, 식탁 위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果然,刘知珉若无其事地说完后,金旼炡就夹起自己饭碗上的鸡蛋卷堵住了她的嘴。金旼炡一边对刘知珉厚颜无耻的回答露出无语的表情,一边还贴心地把水杯推了过去。刘知珉拿起水杯慢慢喝了一口,然后若无其事地拿起了筷子。金旼炡挑起一边眉毛瞪着她,但刘知珉却淡定地夹起炒银鱼干吃了起来。短暂的静默过后,金旼炡像是败下阵来似的摇了摇头,轻声笑了。气氛重新变得平静,餐桌上的温暖氛围得以延续。


  "몰랐는데 나 살림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没想到我在持家方面也很有天赋呢。"


국을 뜨려던 金旼炡은 순간 멈칫했다. 숟가락을 쥔 손이 허공에서 굳었고, 그녀는 알 수 없는 눈초리로 刘知珉을 바라봤다. 刘知珉은 목덜미를 긁으며 눈을 피했다. 그럼에도 金旼炡이 시선을 거두지 않으니 결국 얼버무리듯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냥. 어필 한 번 해봤어요. 오늘따라 국이 맛있길래. 어쩌면 별다른 뜻 없이 한 얘기일 수도 있었다. 다만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말한 본인도 선뜻 짚어낼 수 없었다. 제 앞에 있는 金旼炡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 꿈같은 일상이 조금 더 오래 이어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을 뿐이었다. 설령 그것이 헛된 바람일지라도.
正要盛汤的金旼炡瞬间停住了。握着勺子的手在半空中僵住,她用难以捉摸的眼神看着刘知珉。刘知珉挠着后颈避开了视线。即便如此金旼炡还是没有移开目光,最终她只好含糊地继续说道。不是,就是。试着撒个娇而已。今天的汤特别好喝。也许这只是随口说说,没什么特别的意思。只是为什么突然会有这种想法,连说话的本人也说不清楚。看着面前的金旼炡,脑海中忽然闪过一个模糊的想象——希望这种梦一般的日常能够再持续久一点。哪怕那只是虚幻的愿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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