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天啊……」
나는 문앞에 놓인 거대한 택배 박스 안을 들여다보며 탄식했다. 짙은 눈썹과 오똑한 콧날, 티 없이 매끄러운 피부. 한쪽 뺨을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가 있긴 했지만, 그걸로는 이 안드로이드의 미친 미모를 깎아낼 수 없었다.
我望著門口巨大的包裹箱,嘆了口氣。濃密的眉毛、高挺的鼻樑、毫無瑕疵的光滑皮膚。雖然臉頰上有一道長長的疤痕,但這並不能減損這具人造人的驚人美貌。
내 이름은 김독자. 어제까지만 해도 대기업 게임 회사, 미노 소프트의 QA 계약직 직원이었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한 지금은 그냥 백수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我的名字是金獨子。直到昨天為止,我還是大企業遊戲公司「米諾軟體」的品管約聘員工,但現在沒有續約,就只是個無業遊民。而我正處於一個尷尬的境地。
어제는 나와 재계약을 하지 못한 계약직들의 송별회가 있었다. 재계약을 한 입사 동기들의 불편한 송별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잘 먹지도 못하는 소주로 병나발을 불었다. 그대로 만취한 채 새벽의 야리꾸리한 TV 홈쇼핑 광고를 본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전화기를 붙잡고 뭐라고 했던 것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분명 내가 전화를 걸었던 홈쇼핑 광고는 이것이었다.
昨天,公司為那些沒有續約的約聘員工舉辦了歡送會。我帶著那些已經續約的同期同事們不自在的歡送,回到家後,便拿起我不太能喝的燒酒,對著瓶口猛灌。我記得自己就這樣喝得酩酊大醉,然後看到了凌晨時段那些奇奇怪怪的電視購物廣告。我也模模糊糊地記得自己抓著電話說了些什麼。我打電話過去的電視購物廣告,肯定就是這個。
[외로운 밤을 위한 안드로이드] [為寂寞夜晚而生的安卓機器人]
…분명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를 판매하는 홈쇼핑이었다. 온갖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최신형을 한달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잠시 혹했던 것 같다.
……那顯然是個販售為此目的而製造的安卓機器人的電視購物頻道。我似乎曾一度被那句「最新型號,功能齊全,可免費試用一個月」的話所誘惑。
하지만 결코 남성형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但我絕不想要男性型號。
침음을 삼키며 안드로이드를 내려다보던 나는 일단 이것을 집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이 최신형 안드로이드의 출고가는 어마무시했다. 만에 하나 여기에 기스라도 났다가는…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我嚥了口口水,低頭看著那個安卓機器人,決定先把它帶進屋裡。這款最新型安卓機器人的出廠價格高得嚇人。萬一它刮傷了……唉,光是想像就覺得可怕。
나는 끙끙거리며 안드로이드를 박스에서 빼내 옮겼다. 덩치가 오라지게 크고 무거워 원룸 안에 들이는 것만으로도 등에 땀이 찼다.
我哼哧哼哧地把那具人造人從箱子裡搬出來。他體型巨大又沉重,光是搬進套房就讓我汗流浹背。
“?” 「?」
안드로이드를 원룸 한 구석에 처박아두는데, 그의 자켓 주머니에서 네모난 무언가가 떨어졌다. 소책자였다. 안드로이드 설명서 같은 건가? 나는 의아해하며 그것을 집는데, 소책자의 앞면에 이런 게 쓰여 있었다.
我把人造人丟到套房的一個角落,這時有樣四方形的東西從他夾克口袋裡掉了出來。是本小冊子。難道是人造人的說明書?我疑惑地撿起來,小冊子的封面寫著這些字。
[안드로이드 ‘유중혁’ 설정집] [人造人「劉眾赫」設定集]
설정집?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차게 식은 얼굴을 했다.
設定集?我歪了歪頭,隨即明白這是什麼,臉色瞬間冷了下來。
요즘 출고되는 섹스 안드로이드는 하나같이 가격이 비쌌다. 그냥 비싼 게 아니라 나 같은 서민은 숨만 쉬고 돈을 모아도 사기 힘들 정도로 비쌌다. 그렇다보니 고급화 전략이다 뭐다 하며 별의 별 옵션을 다 붙이곤 했다. 이 안드로이드 ‘유중혁’을 만든 회사, <스타 스트림> 같은 경우는 이렇게 안드로이드에게 설정을 붙였다. 즉, 그저 예쁜 안드로이드에 불과한 녀석에게 그럴 듯한 이야기를 붙여 소비자와의 심적인 거리를 가깝게 한 것이다.
最近出廠的性愛機器人一個比一個貴。不是普通的貴,而是像我這種平民,就算只靠呼吸存錢也難以買到的程度。因此,他們會以高級化策略為名,附加各種選項。製造這款機器人「劉眾赫」的公司,<星流>,就是這樣為機器人設定了背景。也就是說,他們為一個原本只是漂亮的機器人,加上了引人入勝的故事,拉近了與消費者之間的情感距離。
…그래, 꽤 사연있어 보이긴 한다. 이름부터가 쿨워터향이 물씬 풍기는 ‘유중혁’이 아니던가. 나는 한쪽 구석에 처박아둔 유중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꽤 성격있어 보이는 얼굴이긴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넋이 나가 흙을 내밀면 얌전히 주워먹을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애물단지 같은 놈을 쏘아보다가 다시 벌러덩 누워 아까까지 읽고 있던 소설을 읽었다.
……好吧,看起來確實很有故事。光是名字「劉眾赫」就散發著一股酷勁。我盯著被我丟在角落的劉眾赫。他那張臉看起來很有個性,但現在卻完全失了魂,一副只要遞給他泥土,他就會乖乖撿起來吃的樣子。我瞪著這個麻煩的傢伙,然後又躺了回去,繼續看著剛才讀到一半的小說。
[멸망 이후의 세카이] [滅亡後的世界]
작가 : 싱샹송 作者:星湘頌
현실 도피에는 웹소설만한 게 없었다. 현실은 재미 없고 웹소설은 재미 있으니까. 다음달 생활비, 학자금, 보험료, 거기에 애물단지 유중혁까지. 현실은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 지금은 이불 속에서 ‘멸망 이후의 세카이’ 따위를 읽고 싶었다.
逃避現實沒有比網路小說更好的了。因為現實很無聊,而網路小說很有趣。下個月的生活費、學貸、保險費,再加上那個麻煩精劉眾赫。光是想到現實就讓人嘆氣。所以現在只想窩在被窩裡讀什麼《滅亡之後的世界》。
***
“음….” 「嗯......」
재취업을 위해 구직 사이트를 뒤적이던 나는 좀처럼 마음에 드는 회사가 보이지 않아 머리를 긁적거렸다. 적당한 연봉에 야근없고 회식없는 회사는 환상종에 가까웠다. 있다고 해도 막상 면접을 보러 가면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느니 ‘다이아몬드 회원’이라느니 다단계 회사나 할법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눈알이 빠져라 구직 사이트를 보고 있던 나는 지친 얼굴로 벌러덩 바닥에 누웠다.
為了再就業,我翻遍了求職網站,卻遲遲找不到中意的公司,不禁搔了搔頭。薪資適中、不用加班、沒有應酬的公司,簡直是夢幻般的存在。就算有,實際去面試時,對方卻說什麼「網路行銷」或「鑽石會員」,盡是些傳銷公司才會說的話。我盯著求職網站,眼睛都快掉出來了,最後疲憊地仰躺在地板上。
“…” 「……」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부터 장마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창가 근처의 벽지를 보자, 벌써 거뭇한 곰팡이가 올라온 게 보였다. 이렇듯 장마가 시작되면 이 집은 으레 이런 것이 올라오곤 했다.
窗外下著淅瀝的雨。說起來,我好像隱約聽說今天開始進入梅雨季。望向窗邊的壁紙,已經能看到黑色的霉斑冒了出來。每當梅雨季開始,這棟房子總是會冒出這些東西。
곰팡이가 피는 허름한 반지하 월세 주택. 이곳이 내 보금자리였다. 어릴 적 친척집을 전전하던 내게 겨우 생긴 내 공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에 웃풍이 불고 여름에 곰팡이가 펴도 나는 몇년 째 이 곳을 나가지 않았다. 돈을 모으지도, 미래를 위해 스펙을 쌓지도 않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치고 피로해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發霉的破舊半地下月租房。這裡曾是我的棲身之所。從小在親戚家輾轉的我,好不容易才有了自己的空間。然而,無論冬天寒風如何凜冽,夏天霉菌如何滋生,我數年來都未曾離開這裡。我沒有存錢,也沒有為了未來累積資歷。因為早已疲憊不堪,不想再多做任何事了。
나와 입사 동기이자, 이제는 미노 소프트의 정직원인 유상아 씨는 송별회 날 내게 굉장히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얼굴을 할 필요는 없었다.
與我同期進入公司,現在已是 Mino Soft 正職員工的劉尚雅小姐,在歡送會那天對我感到非常抱歉。但她其實沒有必要露出那種表情。
그녀는 노력했고 나는 하지 않은 것 뿐이니까.
她努力了,而我沒有,就只是這樣而已。
또다시 고개를 처드는 자괴감에 나는 다시 이불을 돌돌 말며 낮잠을 자려는데, 문득 벽 한구석에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自責感再次湧上心頭,我把棉被捲了起來,正想再睡個午覺,卻突然瞥見牆角有什麼東西。
안드로이드 유중혁. 安卓劉眾赫。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기계.
為了滿足某人而誕生的機器。
언제나 생각하지만, 생긴 것만큼은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처럼 완고하기 짝이 없었다. 여자들은 저런 얼굴을 좋아하는 건가? 나는 이제껏 짐짝처럼 방치해놓고 있던 유중혁에게 다가갔다.
我總是在想,他那張臉,看起來是那麼的頑固,彷彿什麼都無法妥協。女人們都喜歡那種臉嗎?我走向一直被我像行李一樣丟在一旁的劉眾赫。
“….” 「……」
희미하지만 숨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안드로이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진짜 사람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사람처럼 만들어놓았다. 택배로 온 게 아니었다면 진짜 사람인줄 알았을 정도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유중혁의 뺨을 만져보았다.
雖然微弱,但能聽見呼吸聲。我心想,現在的機器人真是厲害。就算只是為了讓人感覺像在和真人互動,也做得太像人了。如果不是包裹送來的,我還真以為是真人。我好奇心起,小心翼翼地抬手摸了摸劉眾赫的臉頰。
“와….” 「哇......。」
최신형 안드로이드답게 유중혁의 뺨은 매끄럽고 보드라우며 진짜 사람처럼 따뜻했다. 너무 촉감이 좋아 유중혁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님을 알면서도 기분이 이상해질 정도다. 나는 애써 흥미를 거두며 그에게서 손을 떼어냈다.
身為最新型的仿生人,劉眾赫的臉頰光滑柔嫩,像真人一樣溫暖。觸感好到即使知道劉眾赫不是活生生的生命體,心情卻還是變得奇怪。我努力收回興致,將手從他身上拿開。
그러고보니 이 녀석에게 설정집이 있었던가.
說起來,這傢伙有設定集嗎?
나는 녀석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포켓북을 꺼냈다. 설정집에는 녀석의 대략적인 정보가 들어있었다.
我從那傢伙口袋裡拿出那本袖珍書。設定集裡有那傢伙的大致資訊。
<등장인물 요약 일람> <登場人物摘要一覽>
인물 : 유중혁 人物:劉眾赫
배우성 : ??? 裴宇星:???
전용 특성 : 회귀자 <1863회차> (신화), 유희의 지배자 (전설), 철혈의 패왕 (전설), 마왕 살해자 (신화), 영원의 고독자 (준신화), 별들의 공포 (신화)….
專屬特性:回歸者 <1863 回合> (神話)、遊戲的支配者 (傳說)、鐵血的霸王 (傳說)、魔王殺手 (神話)、永恆的孤獨者 (準神話)、星辰的恐懼 (神話)……。
전용 스킬 : [현자의 눈 Lv.???], [백병전 Lv.???], [사상 백신 Lv.???], [백보신권 Lv.???], [주작신보 Lv.???], [파천검도 Lv.???]…(중략)….
專用技能:[賢者之眼 Lv.???]、[白兵戰 Lv.???]、[思想疫苗 Lv.???]、[百步神拳 Lv.???]、[朱雀神步 Lv.???]、[破天劍道 Lv.???]……(中略)……
성흔 : [회귀 Lv.???], [전승 Lv.???]….
聖痕:[回歸 Lv.???]、[傳承 Lv.???]……
…회귀를 1863번이나 한 설정이라고? 어느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도 주인공이 회귀를 세번 이상하면 전개가 늘어진다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그 회귀를 무려 1863번이나 했다니…. 설정만 봐도 이건 에바였다. 나는 차게 식은 얼굴로 유중혁의 설정을 한장씩 넘기는데,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게 써있었다.
……設定上竟然回歸了 1863 次?任何一本受歡迎的奇幻小說,只要主角回歸超過三次,劇情就會被罵拖沓。然而,他竟然回歸了 1863 次……光看設定就覺得這太誇張了。我面無表情地翻閱著劉眾赫的設定,在最後一頁看到了這段話。
[원작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달피아)]
[原作:在滅亡的世界中活下來的三種方法(達爾皮亞)]
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어? 나는 스마트폰을 켜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달피아>에 들어가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진짜로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총 3149회로 완결인 이 장편 판타지 소설은 역시나 노잼이었는지 100회 이후로는 조회수가 전부 0이었다. 좆망 소설다웠다.
原著小說是另外一本嗎?我打開智慧型手機,進入網路小說連載網站「月亮皮亞」。搜尋了一下,真的有。「在滅亡的世界中活下來的三種方法」。這部總共 3149 回完結的長篇奇幻小說,果然很無聊,100 回之後的點閱率全部都是 0。真是一部爛透了的小說。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잠시 망설였다. 건설적으로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재취업을 준비할지 아니면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회귀자 안드로이드의 좆망 원작 소설을 볼지. 판단은 빨랐다.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읽기 시작했다. 미노 소프트를 그만둔 요 며칠 간 웬만한 웹소설은 다 읽어보았기에 무료하기도 했다.
我低頭看著智慧型手機,猶豫了片刻。是要建設性地瀏覽求職網站,為重新就業做準備,還是要看突然找上門的迴歸者安卓的狗屎原著小說。我很快就做出了判斷。我再次鑽進被窩,開始閱讀《在滅亡的世界中活下來的三種方法》。這幾天辭去了 Mino Soft 的工作,幾乎所有網路小說都看過了,所以也覺得無聊。
나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이불 속에서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1화를 눌렀다.
我沒開燈,窩在被窩裡點開了《在滅亡的世界中活下去的三種方法》第一集。
***
이번 장마는 꽤 지독했다. 6월 말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주일 째 그치질 않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나 역시 고생스럽게 비 속을 뚫고 면접을 보러가기 보다 그냥 집에 처박혀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약칭 ‘멸살법’을 읽으며.
這次梅雨季相當難熬。從六月底開始下的雨,已經持續一個星期沒有停歇。因此,我也沒有辛苦地冒雨去面試,而是直接窩在家裡,閱讀著《在滅亡的世界中存活的三種方法》,簡稱《滅活法》。
“이 개복치 녀석 또 회귀하네.”
「這隻翻車魚又回歸了。」
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투덜거렸다. 유중혁은 벌써 세자리 수가 넘는 회귀를 했지만, 그는 여전히 시나리오의 끝자락에 도달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은 회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중혁은 단순히 페이지를 낭비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매 순간마다 치열하게 저항하고 고민하며 어렵게 한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의 오만이, 어떤 때는 주변 사람의 배신이 그가 한 회차 동안 풀어나갔던 이야기를 포기하게 했다. 이번 화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회귀로 끝나는 고구마 전개에 참지 못한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던진 채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한참을 몸부림을 친 끝에 벌떡 일어난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유중혁에게 다가가 투덜거렸다.
我煩躁又惋惜地抱怨著。劉眾赫已經進行了超過三位數的迴歸,但他仍然沒有絲毫要抵達劇本盡頭的跡象。剩下的回數多得驚人,這或許是理所當然的。然而,劉眾赫並非只是在浪費頁數。他每時每刻都在激烈地抵抗、苦惱,艱難地一步步前進。但有時是他的傲慢,有時是周遭人的背叛,讓他放棄了他在一個回數中解開的故事。這次的故事也一樣。最終,我忍受不了以迴歸收尾的鬱悶發展,扔下智慧型手機,仰面躺在地板上。掙扎了好一會兒,我猛地起身,走到坐在角落的劉眾赫身邊,抱怨起來。
“야! 그 중요한 순간에 회귀를 하면 어떡해! 아직 방법이 더 있을지도 모르잖아!”
「呀!那種重要關頭怎麼能回歸!說不定還有其他辦法啊!」
“….” 「……」
“중혁아, 너는 그게 문제야. 회귀 성흔 하나 믿고 조금만 틀어져도 금방 그 회차의 삶을 포기하는 거.”
「重赫啊,你就是這點有問題。仗著有回歸聖痕,只要稍微出點差錯,就馬上放棄那一輪的人生。」
“….” 「……」
“바보같은 놈. 나라면 먼저 안나 크로프트부터 족쳤을 텐데. 그리고 공필두랑 동맹 맺은 다음에 너를 주시하는 성좌들을 설득해서….”
「真是個笨蛋。如果是我,會先解決安娜.克羅夫特。然後再和孔弼斗結盟,接著說服那些監視著你的星座……」
나는 혼자 열불이 터져 마네킹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유중혁에게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소설 밖에 있는 ‘독자’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저번 회차보다 진전이 있나 싶었는데 말이다. 실망과 분노로 한참을 떠들어대던 나는 화가 가라앉자 요 며칠간 그랬던 것처럼 유중혁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유중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봐주었다. 섹스 안드로이드답게 접촉에 반응하는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길게 흉이 진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我獨自氣得火冒三丈,對著像人體模型般呆坐著的劉眾赫喋喋不休。我知道自己之所以能這樣說,是因為我是小說外的「讀者」,但我還是忍不住發火。我本以為這次會比上次有進展,沒想到卻是這樣。在失望與憤怒中滔滔不絕地說了許久,待怒氣平息後,我像這幾天一樣,將頭靠在劉眾赫的大腿上。劉眾赫歪著頭,疑惑地看著我。他果然像個性愛機器人一樣,對觸碰有所反應。我伸出手,撫摸著他臉上那道長長的傷疤,說道。
“이번 회차도 고생했어.” 「這次也辛苦你了。」
“….” 「……」
“그래도 너무 빨리 포기하려 하지 마.”
「就算這樣,也別太快放棄。」
나는 유중혁을 응원했지만, 유중혁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허공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我替劉眾赫加油,但他仍舊一臉茫然地望著虛空。
누가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유중혁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싸이코패스에 잦은 회귀로 자아만 비대해진 폭군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좋았다. 유중혁이 회귀는 해도 시나리오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別人聽了或許會覺得奇怪,但我喜歡劉眾赫。他雖然是個視人命如草芥的變態,也是個因頻繁回歸而自我膨脹的暴君,但我還是喜歡他。因為劉眾赫即使回歸,也從未放棄過劇本。
주인공다운 재능에 온갖 기연이 그에게 몰려든다면 솔직히 시나리오를 적당히 진행해도 되었다. ‘멸살법’에 나오는 십악(十惡)처럼 약한 화신들을 쥐어짜며 호의호식해도 되는데, 유중혁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세계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가족과 연인을 모두 잃어도 심지어 믿었던 동료에게 크게 배신당해도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잦은 회귀에 안타까움과 답답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如果主角般的天賦和各種奇緣都聚集在他身上,說實話,就算隨便推進劇情也無所謂。他大可以像《滅活法》中描述的十惡一樣,壓榨弱小的化身,過著錦衣玉食的生活,但劉眾赫從未那樣做。無論發生什麼事,他都不會放棄拯救世界。即使失去所有家人和愛人,甚至被信任的同伴背叛,他依然如此。正因如此,我只能為他加油。對於他頻繁的迴歸,我除了感到惋惜和鬱悶之外,別無他法。
너 같이 고결한 절망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你這樣高潔的絕望,世上還有第二人嗎?
나는 장맛비가 내리는 한달 내내 유중혁의 옆에서 멸살법을 읽었다. 하지만 재취업이라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읽은 건 아니었다. 그저 그의 행보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별들이 화신을 희롱하는 시나리오의 세계에서 결국 그가 해내고자 한 일을 해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在梅雨季下了一整個月的雨期間,我一直在劉眾赫身旁閱讀《滅活法》。但我並不是為了逃避「重新就業」這個現實才讀的。我只是對他的行動感到太過好奇。好奇在一個星星們戲弄化身的劇本世界裡,他最終是否達成了他想做的事。
그렇게 나는 유중혁의 반납일을 하루 남겨놓은 채 ‘멸살법’ 3149편을 모두 읽었다.
我讀完了《滅活法》的 3149 個章節,而劉眾赫的歸還日只剩下了一天。
“끝이야? 이게 진짜 끝이라고?” 「結束了?這就是真正的結束?」
다시 보고, 또 봐도 끝이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폐인처럼 ‘멸살법’만 읽은 결과였다. 나는 끝까지 내려간 스크롤을 바라보았지만, 3149회 맨 마지막에 쓰여진 완전할 완(完)자는 바뀌지 않는다. 나는 허탈감과 아쉬움에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유중혁에게 다가가 물었다.
再看一次,又看一次,還是結束了。這是廢寢忘食、像個廢人般只讀《滅活法》的結果。我望著拉到盡頭的捲軸,但第 3149 回最後寫的「完」字卻沒有改變。我因虛脫和惋惜而呆坐了一會兒,總覺得有些不真實。我把智慧型手機放到地上,走近劉眾赫問道。
“중혁아.” 「重赫啊。」
“….” 「……」
“정말 거기가 네 이야기의 끝이었어?”
「那真的是你故事的結局嗎?」
“….” 「……」
“정말 끝이야?” 「真的結束了嗎?」
한달동안 내 삶을 지배했던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거듭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유중혁을 만든 회사, <스타 스트림>은 정말 너무한 놈들이었다. 고작해야 섹스 안드로이드에 불과한 이 녀석에게 지나친 사연을 붙여놓았다. 나는 마네킹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정말로 3149편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완전히 지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철혈같은 의지로 천번이 넘는 죽음과 회귀를 거친 놈은 결국 인간성이 닳아버린 것으로 모자라 자아까지 흐려진 것처럼 보였다.
我一再詢問這個在一個月內主宰我人生的故事主角,卻沒有得到任何回應。創造出劉眾赫的公司「星流」真是太過分了。他們竟然給這個不過是性愛機器人的傢伙,附加了如此過度的故事。我茫然地看著像人偶般呆坐著的劉眾赫。他看起來真的在經歷了 3149 個故事後,徹底筋疲力盡了。這個憑藉鋼鐵般的意志,經歷了上千次死亡與回歸的傢伙,最終不僅人性磨損殆盡,連自我似乎也變得模糊不清。
그게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那能稱之為人生嗎?
그게 정말 성좌들에게 농락당하지 않은 거라 말할 수 있을까.
那真的能說沒有被星座們玩弄嗎?
유중혁을 만든 회사는 승리했다. 나는 이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존재를 좋아하고, 싫어하고, 원망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피조물에 불과한 이 녀석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유중혁이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드로이드로서 접촉에 반응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래서 다들 안드로이드에 열광하나보다.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의 집결체는 내 현실과 무관한 존재이니까. 그를 마음껏 사랑해도 그가 벽을 넘어와 내 비참한 현실을 이 섬연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테니까. 이 벽이 있는 한,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이 끔찍한 사내도 내게 동정과 사랑의 대상이 될 뿐이다.
創造劉眾赫的公司勝利了。我知道這個故事是虛構的,卻還是喜歡、討厭、怨恨、支持這個存在。我愛上了這個不過是造物罷了的傢伙。我騎到他身上。劉眾赫便茫然地看著我。即使知道他只是身為機器人對接觸做出反應,我還是覺得他很可愛。難怪大家都對機器人如此狂熱。因為這個可愛的故事集合體,是與我的現實無關的存在。我可以盡情地愛他,他也不會越過這道牆,用這雙冰冷的眼睛看著我悲慘的現實。只要這道牆還在,這個視人命如草芥的可怕男人,對我來說就只會是同情與愛的對象。
나는 유중혁의 뺨을 쓰다듬으며 마음껏 그를 가여워하는데, 갑자기 손목이 붙들렸다. 억세게 붙들린 손에, 나는 깜짝 놀라는데, 금방까지 멍하니 있던 유중혁이 또렷해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당황으로 굳어지는데, 유중혁이 입을 열었다.
我撫摸著劉眾赫的臉頰,盡情地憐憫著他,突然手腕被抓住了。我的手被緊緊抓住,嚇了一跳,剛才還茫然的劉眾赫,此刻正用清晰的眼神看著我。我因驚慌而僵住,劉眾赫開口了。
“이름.” 「名字。」
“뭐?” 「什麼?」
생각지도 못한 유중혁의 말에 나는 어안벙벙해지는데, 유중혁이 메마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다시 물었다.
劉眾赫說出我意想不到的話,讓我目瞪口呆,而劉眾赫則用乾涸的眼神仰望著我,再次問道。
“이름 뭐냐고.” 「你叫什麼名字?」
“김, 독자….” 「金、獨子……」
“이상한 이름이군.” 「真是個怪名字。」
우수어린 유중혁의 목소리에 나는 얼이 나갔다. 최신 안드로이드는 음성까지 지원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포즈가 야리꾸리하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유중혁을 바라보는데, 유중혁이 멸살법 속에서 종종 지었을 법한 단호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劉眾赫那帶著憂鬱的聲音讓我愣住了。看來最新的安卓系統連語音都支援了。我沒察覺到自己的姿勢有多麼奇怪,只是呆呆地望著劉眾赫,而他則用著在《滅亡的世界》中經常會露出的堅毅表情對我說道。
“김독자, 나는 본래의 메인 시나리오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의 서브 시나리오를 받았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곳의 시나리오를 돌파해야한다.”
「金獨子,我為了回到原本的主線劇情,才接下了這裡的支線劇情。要回去,就必須突破這裡的劇情。」
“무, 뭐?” 「唔、什麼?」
“네게 빌려진 존재로서 그 기능을 다해야 원래의 시나리오로 복귀할 수 있다.”
「身為被你借用的存在,我必須盡到職責,才能回歸原來的劇本。」
당혹스럽고 황당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유중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설마… 진짜 그걸 하자는 거야?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나는 현실도피를 했지만, 유중혁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雖然我感到困惑又荒謬,但除此之外,我立刻就明白劉眾赫在說什麼。難道……他真的想那麼做嗎?哎呀,不可能吧。不可能的。我雖然逃避現實,但劉眾赫卻像釘釘子一樣說道。
“네게 성적인 만족감을 주어야 나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我必須讓你獲得性方面的滿足,才能繼續說接下來的故事。」
타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직선적인 눈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눈앞의 안드로이드는 ‘멸살법’ 속의 유중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단점과 결점이 있지만,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주인공.
<p>面對那雙找不到一絲妥協的直率眼神,我情不自禁地笑了出來。眼前的機器人與《滅活法》中的劉眾赫毫無二致。他是一個有缺點和不足,卻擁有堅韌精神力的主角。</p>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因此我也不自覺地這麼回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你想怎麼做就怎麼做吧。」
***
“자, 잠깐…!” 「等、等等!」
유중혁에 의해 바닥에 눕혀진 나는 당황한 얼굴로 유중혁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유중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하는 거야? 진짜로? 나는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 이 상황에 얼어버렸다. 나는 28년 동안 연애 경험은 커녕 여자와 손도 잡아본 적 없는 외로운 독신 남성이었다. 여자와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물며 남자라니. 게다가 상황상 내가 아래인 것 같은데…. 나는 다가오는 유중혁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로막으며 침착해지려 애를 썼다. 젠장, 눈빛이 또렷해지자 얼굴이 더욱 잘생겨보였다. 손바닥을 들어 그가 키스하려는 걸 막자, 유중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p>被劉眾赫壓倒在地,我一臉慌張地仰望著他。劉眾赫則挑了挑眉,俯視著我。真的,要來嗎?真的嗎?我被這毫無真實感的狀況嚇呆了。我活了二十八年,別說戀愛經驗了,連女生的手都沒牽過,是個孤獨的單身漢。跟女生都沒做過,更何況是男生。而且看這情況,我好像是下面的那個……我用手掌擋住劉眾赫湊近的臉,努力讓自己冷靜下來。該死,眼神變得清晰後,他的臉看起來更帥了。我抬起手掌阻止他親吻,劉眾赫挑了挑眉問道。</p>
“왜 이러는 거지? 나는 분명 본래의 시나리오로 돌아가기 위해 너와 섹스해야 한다고 말했을 텐데?”
「你這是怎麼回事?我明明說過要為了回到原本的劇本而跟你上床,不是嗎?」
“! 그,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해줘야 할 거 아냐!”
「!你、你總得讓我有點心理準備吧!」
“그딴 건 할 필요없으니 손 치워라. 김독자.”
「那種事沒必要做,把手拿開。金獨子。」
유중혁은 단호하게 내뱉으며 내 손목을 붙들었다. 이 녀석은 안드로이드 중에서도 강압적인 타입인 걸까? 허락을 하자마자 쌩 초짜인 사람에게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했다. 나는 유중혁에게 양손이 붙들린 채 강제로 키스당했다. 단호하고 고집스런 입매와 달리 그의 입술은 엄청나게 부드럽고 말랑했다. 뜨거운 접촉에 뛸 듯이 놀란 것도 잠시, 유중혁의 느릿한 키스에 나 역시 조금씩 녀석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입술을 빨아당기며 얽어오는 혀를 조심스럽게 휘감았다. 평소라면 남자와 키스했다는 것 자체에 구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중혁은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였다. 그 점이 나를 좀 더 대범하게 했다. 어느새 나는 그의 목에 팔을 휘감으며 탐욕스럽게 녀석의 입술을 핥고 있었다. 그러자 유중혁이 늘어진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루만지듯 갈빗대를 쓸던 그는 손을 올려 도드라진 꼭지를 꾹 눌렀다.
劉眾赫斷然說道,同時抓住了我的手腕。這傢伙在安卓機器人中,是屬於強勢的那一型嗎?才剛答應,他就不給身為菜鳥的我任何準備時間,直接強行推進。我被劉眾赫用雙手抓住,強行吻了上去。與他堅決又固執的唇形不同,他的嘴唇異常柔軟。在熱烈的接觸下,我短暫地驚訝了一下,但隨著劉眾赫緩慢的親吻,我也開始一點點地配合他。我閉上眼睛,吸吮著他的嘴唇,小心翼翼地纏繞著他伸過來的舌頭。換作平時,我可能光是和男人接吻就會想吐。但劉眾赫不是人,而是安卓機器人。這一點讓我更大膽了一些。不知不覺中,我已經將手臂環上他的脖子,貪婪地舔舐著他的嘴唇。這時,劉眾赫將手伸進我鬆垮的 T 恤裡。他輕撫著我的肋骨,然後將手往上移,輕輕按壓著我突出的乳尖。
“거, 거기는, 읏…! 왜…!” 「那、那裡,唔……!為、為什麼……!」
하지만 유중혁은 대답없이 유두 주변을 빙글빙글 돌리고 괴롭히듯 잡아당길 뿐이었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부위가 전기를 맞은 듯 찌릿해졌다. 너무 과하게 괴롭혀진 탓에 손을 떼도 화끈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몸을 뒤틀며 바르작거리자, 유중혁은 목덜미를 깨물다말고 아래로 내려가 셔츠를 걷었다. 그리고 잔뜩 괴롭혀진 유두를 혀끝으로 핥았다.
但劉眾赫沒有回答,只是繞著乳頭打轉,像在折磨般地拉扯。平時毫無存在感的部位,此刻卻像觸電般地刺痛。被過度折磨的緣故,即使放開手,仍能感受到灼熱的疼痛。我扭動身體掙扎,劉眾赫停止啃咬我的脖頸,向下掀開我的襯衫。然後用舌尖舔舐著被他折磨得紅腫的乳頭。
“! 자, 잠깐, 흣, 히잇…!”
「! 等、等等,哈、嘿......!」
혀가 닿자마자 아래가 직격당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애무를 당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아래가 부풀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유중혁은 유두를 이로 갉으며 내 츄리닝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성기에 닿는 손에 놀라 퍼덕거리자, 유중혁은 걸리적거린다는 듯 몸으로 짓누른 채 다시 내 성기를 쓸어올렸다.
舌頭一碰到,下方便受到直擊。明明直到剛才,被愛撫時臉頰也只是發燙的程度,現在下體卻腫脹起來。劉眾赫似乎察覺到了這一點,他用牙齒輕咬著我的乳頭,同時將手伸進我的運動褲裡。我因他的手觸碰到性器而驚慌地掙扎,劉眾赫卻像嫌我礙事般用身體壓制住我,再次撫摸我的性器。
“하, 읏, 으응! 그, 그만…! 그만…!”
「哈、唔、嗯! 不、不要了......! 不要了......!」
내가 몸을 뒤틀며 몸부림을 치자, 유중혁은 아예 츄리닝 바지와 드로즈를 전부 벗겨버렸다. 반쯤 선 성기가 밖에 드러나자, 유중혁은 비난하듯 말했다.
我扭動著身體掙扎,劉眾赫乾脆把運動褲和四角褲都脫了。半勃的性器暴露在外,劉眾赫責備地說道。
“입과 몸이 따로 노는군.” 「嘴上說不要,身體倒是挺誠實的。」
그의 말에 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반박했다.
聽了他的話,我臉紅地反駁。
“그렇게 만져대는데 안 일어서면 고자지.”
「都這樣摸了,還不硬起來就是廢物。」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빠르던데?”
「那樣說來,反應倒是挺快的?」
유중혁은 선액을 뚝뚝 흘리는 귀두 끝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에 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이건 결코 내 탓이 아니었다. 단지 유중혁이 너무 기능에 충실한 것 뿐이었다. 그러나 조루가 의심될 정도로 반응이 빠른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홱 돌리자, 유중혁은 피식 웃더니 내 다리 사이로 입을 가져다댔다.
劉眾赫用手指輕輕戳著不斷滴落著腺液的龜頭前端說道。我聽了臉色漲得通紅。但這絕不是我的錯。只是劉眾赫太過忠於功能罷了。然而,反應快到令人懷疑是否早洩,這也是事實。我閉著嘴,猛地轉過頭去,劉眾赫輕笑一聲,然後將嘴湊到我的兩腿之間。
“! 야! 뭐하는, 읏, 으읏…!”
「! 呀! 你在做、唔、唔唔......!」
나는 다리 사이를 직격하는 뜨거운 감촉에 당황하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유중혁은 이미 그럴 걸 알고 있었다는 듯 허벅지를 꽉 붙든 채 내 것을 삼켜나갈 뿐이었다. 펠라라니! 세상에 펠라라니! 풍문으로만 듣던 그것을 직접 당하니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그저 감싸인 그곳이 너무 기분 좋고 뜨거워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유중혁의 머리통을 밀어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유중혁은 혀로 기둥을 길게 핥으며 나를 몰아붙일 뿐이었다. 나는 반쯤 울상이 된 얼굴로 내 성기를 빠는 유중혁을 내려다보았다. 유중혁이, 그 냉정하고 무자비한 싸이코패스 유중혁이 내 좆을 빤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캐붕이었다. 유중혁이 누구인가. 하늘의 별들을 모조리 떨어뜨린 시나리오의 재앙이 아니던가. 이 녀석은 죽었으면 죽었지 남의 좆을 빨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그런 설정을 가진 안드로이드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현실을 도피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쾌감의 홍수였다.
我因大腿間被直擊的灼熱感而驚慌失措,掙扎了起來。但劉眾赫似乎早已料到,緊緊抓住我的大腿,只顧著吞噬我的那裡。口交!天啊,竟然是口交!親身體驗這只在傳聞中聽過的事,讓我完全沒有真實感。只是被包覆的那個地方太舒服、太熱,讓我快要瘋了。我顫抖著手,試圖推開劉眾赫的頭。但劉眾赫只是用舌頭長長地舔著我的柱狀物,將我逼入絕境。我半哭喪著臉,俯視著正在吸吮我性器的劉眾赫。劉眾赫,那個冷靜無情、精神變態的劉眾赫,竟然在吸我的雞巴?怎麼想這都是人設崩壞。劉眾赫是誰?他不就是將天上所有星星都擊落的劇本中的災難嗎?這傢伙寧可死也不會去吸別人的雞巴。即使知道他是一個擁有這種設定的機器人,我還是逃避了現實。若非如此,我無法承受這股快感的洪流。
“핫, 읏, 제발, 아, 중혁아, 아…!”
「哈、唔、拜託、啊、眾赫啊、啊……!」
어느새 뿌리 끝까지 삼킨 유중혁은 목구멍을 조이며 추삽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곱슬한 그의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그를 밀어내고 싶기도 그를 잡아당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주는 폭력적인 쾌감에 버둥거리는 수 밖에 없었다. 절정이 어느새 코앞이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듯한 아슬함에 나는 옅게 흐느끼는데, 유중혁이 삼키듯 내 성기를 빨며 이를 세웠다. 그 날카로운 감각에 나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은 채 허리를 덜덜 떨었다. 세상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어떤 자위로도 이렇게까지 느낀 적이 없었다.
劉眾赫早已將根部吞到盡頭,正掐著喉嚨抽插著。我抓著他捲曲的頭髮,既想推開他,又想拉近他。然而,我卻無法做出任何選擇。我只能在他所給予的暴力快感中掙扎。高潮轉眼間就近在眼前。在被逼到懸崖邊緣般的危險中,我輕聲啜泣著,劉眾赫卻像要吞噬我一般,吸吮著我的性器,並豎起了牙齒。在那股尖銳的感覺中,我用手掌摀住嘴巴,腰部顫抖不已。世界褪色成一片雪白。從未有任何一次自慰能讓我感受到如此強烈的快感。
한차례의 쾌감이 휩쓸고 지나가자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행군이라도 다녀온 기분이었다. 나는 방바닥에 널부러져 밭은 숨만 헐떡이는데, 목울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자, 입맛을 다시는 유중혁이 보였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소리질렀다.
一陣快感席捲而過,全身的力氣都被抽乾了。感覺就像是剛行軍回來一樣。我癱軟在地上,大口喘著氣,卻聽見吞嚥的聲音。我抱著不會吧的想法抬起頭,看見劉眾赫正回味著。我臉色漲紅地大喊。
“야! 그걸 왜 먹어!” 「喂!你為什麼要吃那個!」
“기분은 좋았나?” 「感覺好嗎?」
내가 경악하든 말든 유중혁은 자기 할 말만 했다.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기분이 좋기는,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유중혁이 무려 입가에 묻은 내 정액을 훔치고 있었으니까. 뜻하지 않은 캐붕에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不管我多麼驚訝,劉眾赫都只說他想說的話。我啞口無言。因為,感覺確實很好。但我仍然很難接受這個情況。因為劉眾赫竟然在舔拭我嘴角的精液。突如其來的角色崩壞讓我腦袋一片混亂。
그래, 저 녀석은 지금 원래의 시나리오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인 거야! 내가 복상사를 할 정도로 만족감을 주어야 이 서브 시나리오가 끝난다고 굳게 믿는 거지!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好,那傢伙現在是為了回到原本的劇本,正拼命努力著!他堅信只有我滿足到會馬上風的程度,這個次要劇本才會結束!俗話說老虎抓兔子也會盡全力,所以……。
“헉! 뭐 하는 거야!” 「赫!你在做什麼!」
나는 회음부로 쏟아지는 차가운 감각에 놀라 현실로 돌아왔다. 당황한 나는 소리질렀지만, 유중혁은 눈썹만 잠시 꿈틀거릴 뿐 하던 일을 계속 했다. 내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린 채 그는 로션을 쏟아붇고 있었다.
我被會陰部傳來的冰冷感嚇了一跳,回到了現實。我慌張地大叫,但劉眾赫只是眉毛輕輕抽動了一下,便繼續他手上的工作。他將我的雙腿大大地分開,然後倒著乳液。
“지, 진짜 뭘 하는 거야!”
「你、你到底在做什麼!」
내가 겁에 질려 묻자, 유중혁은 멍청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말했다.
我嚇得問他,劉眾赫用看白痴的眼神說道。
“몰라서 묻나? 네놈을 만족시켜줘야 본래의 시나리오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 않나.”
「明知故問?我不是說過,只要滿足你,就能回到原本的劇本嗎?」
“추, 충분히 만족했으니까 됐어! 이제 됐으니까, 읏…!”
「夠、夠滿足了,所以沒關係!現在這樣就夠了,唔……!」
“허락했으면 어중간하게 내빼지 마라, 김독자.”
「既然都允許了,就別半途而廢,金獨子。」
유중혁은 문답무용으로 둔부를 벌리고서 로션에 흠뻑 젖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물감에 나는 버둥거렸지만, 놈의 거대한 몸뚱이에 짓눌려 수치스럽게 엉덩이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놈은 안드로이드답게 더럽게 힘이 셌다. 3원칙상 인간인 나를 해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위압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안을 헤집는 손가락으로 점점 기분이 이상해져갔다.
劉眾赫不容分說地掰開我的臀瓣,將沾滿乳液的手指探入。異物感讓我掙扎,卻被他巨大的身軀壓制,只能羞恥地獻出臀部。他果真不愧是人造人,力氣大得嚇人。雖然根據三大原則,他不會傷害身為人類的我,但那股壓迫感仍舊揮之不去。就在這時,他那在體內攪動的手指,卻讓我漸漸產生了異樣的感覺。
“윽, 이상, 해… 빼, 흣…!”
「呃,怪、怪怪的...... 拿、拿掉啦......!」
도톰하게 융기된 어딘가가 눌리자, 발끝이 저릿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했다. 뒤로 느끼다니, 변태 같았다. 내가 겁을 먹고 버둥거리자, 유중혁은 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꽉 붙든 채 내부를 희롱했다. 손가락의 갯수까지 늘려가며 노골적으로 안을 넓혀가자, 나는 서러운 마음에 유중혁의 팔뚝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소리질렀다.
當某處隆起被按壓時,腳尖酥麻得令人愉悅。但同時也感到害怕。從後面感受,簡直像個變態。我嚇得掙扎,劉眾赫卻緊緊抓住我,不讓我反抗,同時在內部戲弄著。他甚至增加手指的數量,露骨地擴張內部,我感到委屈,便用拳頭猛捶劉眾赫的手臂,大聲尖叫。
“그만, 읏, 그만 하라고, 했잖아!”
「夠、夠了,唔,我不是說夠了嗎!」
“….” 「……」
“싫다고…! 하지 말라고! 이러는 거, 읏, 강간이야!”
「不要……!住手!你這樣,呃,是強暴!」
내가 눈물까지 내비치며 소리쳤지만, 유중혁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我即使聲淚俱下地大喊,劉眾赫仍舊用他那不動搖的眼神俯視著我,開口說道。
“김독자, 나는 원래의 시나리오로 돌아가야 한다.“
「金獨子,我必須回到原來的劇本。」
“…!” 「……!」
“그 과정에서 너를 강간하게 되든 화간하게 되든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在那過程中,無論我是強姦你還是與你合意性交,我都無所謂。但是。」
유중혁은 강인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劉眾赫以堅毅的眼神凝視著我,開口說道。
“맹세하겠다. 절대 네가 아프지 않도록 하겠다.”
「我發誓。我絕對不會讓你受傷。」
유중혁은 눈물범벅이 된 내 뺨에 키스하며 다시 한번 나직하게 속삭였다.
劉眾赫親吻著我淚流滿面的臉頰,再次低聲呢喃。
“반드시 너도 즐기게 해주겠다.” 「我一定也會讓你樂在其中。」
웃기지도 않은 호언을 하며 유중혁이 내안으로 들어왔다. 철혈의 패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녀석의 것은 무시무시했다. 한순간에 숨이 턱 끊어지는 줄 알았다. 뱃속이 꽉 들어차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하자, 유중혁은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내 뺨과 입술을 핥아주었다. 그 서투른 위로에 나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이렇게 폭력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놈이 그래도 싫지 않아서였다. 자괴감이 들었다. 놈의 잘생긴 얼굴을 마구 후려치고 싶을 만큼 그가 밉고 사랑스러웠다.
劉眾赫說著可笑的豪語,進入了我的體內。不愧是鐵血的霸王,他的東西非常驚人。我感覺自己瞬間喘不過氣來。腹部被填滿,連呼吸都困難,劉眾赫便暫停動作,舔舐我的臉頰和嘴唇。面對他笨拙的安慰,我淚流不止。因為即使他如此暴力地闖入,我卻不討厭他。我感到自責。我恨他,卻又愛他,恨不得狠狠揍他那張帥氣的臉。
“흐아앗…! 읏! 하읏! 자, 잠깐…!”
「呼啊啊......! 唔! 哈啊! 等、等等......!」
단숨에 빠져나갔다가 다시 처박히는 성기에 나는 벅차고 두려워져 유중혁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놈은 아무 말없이 허벅지를 꽉 붙든 채 들이박기만 할 뿐이었다. 철퍽거리는 물소리와 빠듯할 정도로 안을 채웠다가 빠지는 감각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기분 좋았다.
性器一下子抽離,又再次猛地撞入,我感到既吃力又害怕,便抓住了劉眾赫的手臂。然而,那傢伙卻什麼也沒說,只是緊緊抓住我的大腿,不斷地衝撞。那啪嗒作響的水聲,以及將內部填滿到幾乎要撐破,然後又抽離的感覺,讓我感到羞恥,卻又舒服到腿軟。
“하읏! 아! 아앗! 주, 중혁아! 아, 아아…!”
「哈啊! 啊! 啊啊! 主、中赫啊! 啊、啊啊......!」
느끼는 지점을 계속 찔리자, 머리를 새하얗게 탈색시키는 쾌감이 무겁게 쌓여갔다. 나는 유중혁의 목에 팔을 감고 상처투성이인 그의 어깨와 팔을 마구 할퀴었다. 풍랑 속에 흔들리는 조각배가 된 기분이었다. 이 쾌감의 폭풍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유중혁에게 매달려 엉엉 우는 것 뿐이었다.
當他不斷地刺中我的敏感點時,那種將我的腦袋漂染成一片雪白的快感沉重地累積起來。我環住劉眾赫的脖子,瘋狂地抓撓他那傷痕累累的肩膀和手臂。我感覺自己就像一艘在風浪中搖曳的扁舟。在這場快感的暴風雨中,我什麼也做不了。我只能緊緊地抱著劉眾赫,放聲大哭。
절정은 길고 끈질겼다. 겨우 두번째 절정인데 온몸의 정기가 쥐어 짜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사정을 하며 흐느꼈다. 너무 좋은데, 너무 과했다. 아무리 초콜렛이 맛있어도 입안에 백개씩 처넣으면 누구라도 울 터였다. 달다 못해 구역질까지 나는 쾌감에 나는 스물여덟이나 먹었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스타 스트림>에 전화해 왜 이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냐고 항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중혁이 나를 안은 채 느리게 위아래로 치댔다. 그에 따라 그의 것 역시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高潮漫長而頑固。這才第二次高潮,卻感覺全身精氣都被榨乾了。我一邊射精一邊抽泣。太舒服了,卻也太過頭了。巧克力再好吃,一口氣塞一百個進嘴裡,誰都會哭的。甜到令人作嘔的快感,讓我這個二十八歲的人眼淚直流。我打算明天一醒來就打電話給《星流》,抗議他們為什麼要製造這種爛安卓。然而,劉眾赫抱著我,緩緩地上下抽動。隨之,他的東西在我體內也越來越大。
“뭐, 뭐야…! 왜, 왜…! 흐윽…!”
「這、這是什麼……!為、為什麼……!嗚……!」
“너도 즐기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你不是說過會讓我樂在其中嗎?」
“무슨! 미친…! 으읍…!” 「什麼!瘋了……!唔……!」
말도 안되는 소리에 내가 항의하려하자, 유중혁은 일부러 키스로 입을 막았다. 숨이 껄떡껄떡 넘어가는 거친 키스에 내가 축 늘어져 가쁜 숨만 내쉬자, 유중혁은 예의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我正要抗議這荒謬的言論,劉眾赫卻故意用吻堵住了我的嘴。在粗暴的吻中,我喘不過氣來,全身癱軟,只能大口喘息,劉眾赫便用他那慣有的堅毅表情說道。
“이 서브 시나리오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아있다. 김독자.”
「直到這個支線劇本結束,還有很多時間,金獨子。」
“흑, 으흑….” 「嗚,嗚嗚……。」
“그때까지 반드시 즐기게 해주겠다.” 「在那之前,我一定會讓你樂在其中。」
벽창호같은 그의 호언에 나는 결국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他那番如頑石般堅硬的豪語,最終讓我像個孩子般,嚎啕大哭起來。
***
“김독자.” 「金獨子。」
“….” 「……」
“자나?” 「睡了嗎?」
나는 이불을 둘둘 감은 채 씨근거렸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게다가 너무 울어서 그런지 눈이 떠지지 않았다. 내일 당장 저 안드로이드를 반납해버릴 것이다. ‘멸살법’ 때문에 살짝 혹해 섹스를 허락하긴 했지만, 저건 불량품이었다. 그만하라고 해도 사람 말을 들어처먹질 않았다. 하지만 그게 ‘멸살법’의 ‘유중혁’다운 행동이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기 위해 누가 뭐라고 지껄여도 제 갈길만 가는 벽창호 회귀자. 그게 마음에 들어서 나는 그 좆망 소설을 끝까지 본 거였다. 그래서 지금 ‘멸살법’ 주인공, 유중혁과 섹스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데, 유중혁이 또다시 나를 불렀다.
我用被子將自己裹得緊緊的,氣喘吁吁。全身像被痛毆過一樣,疼痛不已。而且,大概是因為哭得太厲害,眼睛都睜不開了。我明天就要把那個安卓機器人退貨。雖然因為《滅活法》的關係,我有點心動,所以才允許了性行為,但那根本是個瑕疵品。就算我叫他停,他也不聽人話。但那確實是《滅活法》中「劉眾赫」的行為。為了推進劇情,不管誰說什麼,都只走自己的路,是個固執的迴歸者。我就是喜歡這一點,所以才把那本爛透的小說看到了最後。所以現在,我感覺自己好像和《滅活法》的主角劉眾赫發生了性關係。我抵擋不住身心俱疲的感覺,閉上了眼睛,劉眾赫卻又再次呼喚了我。
“김독자.” 「金獨子。」
“….” 「……」
“많이 아팠나?” 「很痛嗎?」
나는 잔다. 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중혁은 내가 안 자는 걸 눈치챘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我睡著了。睡到什麼都聽不見。但劉眾赫似乎察覺到我沒睡,繼續說著。
“아팠나보군.” 「看來是痛著了。」
“…” 「……」
사실은 그렇게 못 참을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게 서러웠던 것 뿐이지. 내가 계속 입을 다물자, 유중혁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事實上,並沒有痛到無法忍受的程度。只是因為他一意孤行,讓我感到委屈罷了。我持續沉默不語,劉眾赫便用乾燥的聲音說道。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군.”
「我無意間說了謊。」
“….” 「……」
“만약 다른 원하는 게 있다면 들어주겠다.”
「如果你還有其他願望,我可以替你實現。」
유중혁은 그 답지 않게 달래는 투로 말했다. 원작의 그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볼일이 끝났으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3회차의 말랑한 유중혁이라면 모를까, 1863회차인 유중혁에게는 택도 없는 말이었다. 내가 계속 무시한 채 돌아누워있자, 유중혁 역시 옷을 주워입고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희끄무레한 새벽빛이 돌 무렵, 살짝 옆을 돌아보자 유중혁이 전과 달리 눈을 감고 있는 게 보였다. 반납할 때가 다 되어서 꺼진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꾸물꾸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말도 못하게 그곳이 얼얼하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멍하니 유중혁을 쳐다보았다. 내일이면 <스타 스트림>의 직원들이 찾아와 유중혁을 수거해갈테니까. 밉지만, 미운만큼 좋아하는 주인공이다. 나는 유중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劉眾赫用不像他會用的語氣安撫道。原著的他不會說這種話。事情辦完了就是辦完了。如果是第三輪的軟弱劉眾赫或許還會,但對第一八六三輪的劉眾赫來說,這根本是不可能的事。我繼續無視他,轉身背對著他,劉眾赫也撿起衣服穿上,回到他原本坐著的位置。當微弱的晨光出現時,我稍微轉頭一看,發現劉眾赫不像之前那樣閉著眼睛。或許是快到歸還時間,所以關機了。我緩緩地從座位上站起來。那裡依然麻木得說不出話,全身一點力氣都沒有。但我還是坐在座位上,茫然地看著劉眾赫。因為明天《星流》的員工就會來把劉眾赫回收走。雖然討厭,但他是個我既討厭又喜歡的主角。我望著劉眾赫說道。
“…에필로그를 보고 싶어.” 「……我想看後記。」
“….” 「……」
“거기가 네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我希望那裡不是你的終點。」
“….” 「……」
“잘 자라, 유중혁.” 「好好睡吧,劉眾赫。」
나는 욱씬거리는 근육통을 견디며 잠을 청했다.
我忍受著痠痛的肌肉,沉沉睡去。
***
다음날 유중혁은 내 원룸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놀라서 <스타 스트림>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스타 스트림>은 안드로이드를 내게 렌탈한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홈쇼핑에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화주문을 했던 그 시간에는 서유럽 특가 패키지 여행 상품이 방송되고 있었다.
隔天,劉眾赫從我的套房裡憑空消失了。我嚇得打電話給<星流>的客服中心,但<星流>只是不斷重複說他們從未將安卓租賃給我。打電話給電視購物也一樣,在我打電話訂購的那個時間,電視上正在播放的是西歐特價旅遊行程的商品。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유중혁은 한달동안 내 원룸에 있었다.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짐짝처럼 다가왔던 그는 공허함만 남긴 채 나를 떠났다.
真是活見鬼了。劉眾赫明明在我套房裡待了一個月。當我因無法續約而陷入自責時,他像個包袱一樣闖入我的生活,如今卻只留下空虛,然後離開了我。
“저는 독자입니다.” 「我是讀者。」
“아아, 자네 외동인가?” 「啊啊,你是獨生子嗎?」
나는 오늘도 내 공과금과 학자금을 갚아줄 새 직장을 찾아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았다. 가끔은 미노 소프트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여전히 계약직에서 짤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착찹해지지만, 전처럼 자괴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我今天也為了尋找能償還水電費和學貸的新工作,而撰寫履歷、參加面試。偶爾也會和以前在米諾軟體公司共事的同事們見面小酌。雖然一想到自己被約聘公司解僱,心裡還是會很鬱悶,但已經不像以前那樣感到自責了。
최근 나는 돈을 모으고 있다. 식비를 줄이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한푼 두푼 모으고 있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왜 그러는 지 아는데,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 뿐이다.
最近我正在存錢。我減少伙食費,甚至還去打工,一點一滴地存著。為什麼要這麼做,我也不知道。不,其實我是知道為什麼,只是在假裝不知道罷了。
강철과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제 갈길을 걸어가는 녀석.
他擁有鋼鐵般的意志,無論誰說什麼,他都只走自己的路。
그런 게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미련스럽게 이러는 것이다.
明知那樣的東西不可能成為我的所有物,我卻還是如此愚蠢地執著。
지이이잉—. 滋——。
“?” 「?」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뜬 팝업창에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我正在便利商店上大夜班,突然彈出一個視窗,我沒多想就低頭看手機。然後我驚訝地睜大了眼睛。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에필로그 편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在滅亡的世界中活下去的三種方法》的後記已更新。]
생각지도 못한 알림창에 나는 곧바로 ‘달피아’ 앱을 열었다. 그리고 여전히 조회수가 0인 그곳으로 들어가자, 수 많은 활자들이 내 망막을 가득 채웠다.
沒想到會跳出通知視窗,我立刻打開「月皮亞」App。點進那個點閱率依然是 0 的地方,無數鉛字便填滿了我的視網膜。
나는 소망한다. 이 에필로그가 내가 바라던 에필로그이기를.
我希望。這個後記,是我所期望的後記。
회귀자 유중혁이 마침내 구원받는 이야기이기를.
是關於回歸者劉眾赫,最終獲得救贖的故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