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협회장은 (4) 第 130 話 協會長(4)
말이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시퍼렇게 날을 간 칼쯤 되었을 것이다. 과거의 수치를 도려내는, 어지간히 무던한 사람이라 해도 인상을 찌푸리고 말 무례한 언사였지만 송태원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如果說言語有形狀的話,那大概就是一把磨得鋒利的青鋼刀了。那是割除過去恥辱的話語,即使是相當寬容的人也會皺眉頭的無禮言辭,但宋泰元的表情卻絲毫未變。
혹시 화를 내는 건 아닐까 살짝 기대했었는데.
本來還稍微期待他會生氣呢。
‘하긴 성현제에게 시달린 사람이 내 한마디에 발끈할 리 없지.’
「說到底,被聖賢帝折磨過的人,不可能因我一句話就火冒三丈。」
그 인간이 무려 쉽지 않을 텐데, 라는 소리까지 한 상대다. 여기까지 온 것도 협회를 건드려서지 그를 직접 찔렀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까다롭다, 정말. 자기 자리에 못 박힌 듯 안주하는 사람이 세상 제일 까다롭지.
那傢伙可是連「不簡單」這種話都說過的對象。能走到這一步也是因為觸怒了協會,要是直接刺他一刀,他也不會眨眼。真是難搞,真難搞。那些像釘在自己位置上安於現狀的人,才是世上最難纏的。
찬 잔은 채울 수 없다. 억지로 비우기에는 잔이 아니라 커다란 수조쯤 되어서, 밀어 넘어뜨리기도 힘들다. 나름 발길질을 해 보았건만, 송태원의 얼굴 위론 잔물결 하나 일질 않았다.
盛滿的杯子無法再添。硬要倒空也不是杯子,而像是個大水槽,推倒都很困難。我試著用腳踢了踢,但在宋泰元的臉上連一絲漣漪都沒有掀起。
“세성 길드장과 생각보다 더 가까우신 모양입니다.”
「看來您和世成公會長的關係比想像中還要親近呢。」
“아니요, 전혀요. 서로 목적이 분명한 바싹 마른 관계죠.”
「不,完全不是。我們彼此目標明確,是乾巴巴的關係。」
억울할 정도로 쓸모 있는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손잡은 것뿐이다. 부디 오해하지 마십시오.
只是因為他實在太有用,無可奈何才牽手合作。請不要誤會。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높으신 분들께서 저 입막음 좀 해 달라고 송 실장님께 매달리기라도 했답니까.”
「那到底是怎麼回事?難道那些高高在上的人,還求宋室長幫我封口嗎?」
“손 내미십시오.” 「請伸出手來。」
웬 손. 뭔가 싶어 내밀자 내 손바닥 위로 네모난 키를 툭 떨어뜨린다. 포털 키다. 이어 현관의 열쇠까지 겹쳐졌다. 두 열쇠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공포영화의 소품 같다.
伸出什麼手呢?我心想,伸出手後,他便把一把方形的鑰匙輕輕放在我的手掌上。是通道鑰匙。接著又疊上了玄關的鑰匙。兩把鑰匙上沾著不久前的血跡,看起來像恐怖電影的道具。
“협회 간부가 비밀리에 추가 제작한 열쇠입니다. 더는 없다 말하였으나 혹 모를 일이니 한동안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這是協會幹部秘密額外製作的鑰匙。我說過不會再有了,但以防萬一,請你這段時間多加留意。」
한신 길드장에게 뜯어낸 열쇠가 아니었군. 여분 열쇠를 만들었다니, 깜찍한 짓이다.
這不是從韓信公會長那裡搶來的鑰匙啊。竟然還做了備用鑰匙,真是個可愛的舉動。
“열쇠 주인은 살아 있습니까?”
「鑰匙的主人還活著嗎?」
“물론입니다. 인벤토리 내에 소지하고 있어 약간 손을 썼어야 했을 뿐입니다.”
「當然活著。我把鑰匙放在背包裡,所以稍微動了點手腳而已。」
약간이라. 일단 상대가 각성자였던 모양이다. 손바닥 위를 향했던 시선을 들어 송태원을 바라보았다. 검게 가라앉은 눈은 여전히 그 의중을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稍微動了點手腳。看來對方是覺醒者。抬起原本盯著手掌的視線,看向宋泰元。他那雙深沉黯淡的眼睛依舊難以捉摸他的心思。但他還是把鑰匙交給了我。
내 안전을 우선시하였다는 뜻이다.
這表示你把我的安全放在首位。
“열쇠 주인보다 절 우선시해 주시다니, 감동이네요. 이왕이면 제가 던진 공도 그대로 받아 들고 계셔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比起鑰匙的主人還優先考慮我,真讓人感動。如果你能直接接住我丟的球就更好了。」
협회에 가져다 바치지 말고.
別拿去協會獻上。
어차피 목줄 묶인 개 노릇 할 거라면 그 목줄 나 줘도 되지 않나. 열쇠도 감사하긴 하다만 이왕 주는 거 좀 더 붙여 주시지.
反正都得當條被拴著的狗,那條繩子給我不行嗎?鑰匙雖然也很感謝,但既然要給,能不能多給一點。
“한유진 씨.” 「韓有真先生。」
내 말에 담긴 속내를 눈치챈 것일까. 민원인을 대하듯 사무적이던 목소리에 뚜렷한 날이 섰다. 공포 저항이 없었으면 꽤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他是否察覺到我話語中的深意了呢?那原本對待民眾般冷淡的聲音,變得銳利了起來。若沒有恐懼的抗拒,這聲音恐怕相當具有威脅性。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내 왼쪽 어깨를 커다란 손이 가볍게 붙잡았다. 조금 전부터 긴장하고 있던 피스가 이를 드러냈다.
他又向前跨了一步。一隻大手輕輕地抓住了我左肩。從剛才開始緊張的 Peace 露出了牙齒。
“괜찮아, 피스야.” 「沒關係,Peace。」
- 크르르. - 咕嚕咕嚕。
내 다독임에 피스가 묵직한 경고음을 흘리곤 입을 다물었다. 얌전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화염뿔사자를 바라보던 송태원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在我的安撫下,Peace 發出沉重的警告聲後閉上了嘴。正看著乖乖坐著、屁股貼地的火焰角獅,宋泰元將視線轉向了我。
“자신만만해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길들인 짐승이, 한둘이 아니니까.”
「我覺得他們有理由充滿自信。畢竟被馴服的野獸,可不只一兩隻。」
어깨를 잡은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아직 아플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송태원이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握住肩膀的手漸漸用力了起來。還不到痛的程度。但如果宋泰元一動念,瞬間就能將其粉碎。
“그러나 당신은 목줄 노릇 하기엔 연약해.”
「可是你太脆弱,不適合當牽繩。」
“새삼스러운 말씀이네요. 손가락 끝으로 휘감아 당기기만 해도 툭 끊어지는 가느다란 실이 송 실장님 취향 아니셨습니까. 아니면, 튼튼한 사슬 씨라도 소개해 드려요?”
「真是老生常談呢。用指尖輕輕一繞一拉就斷的細線,不正是宋室長您的菜嗎?還是,要我介紹您結實的鎖鏈先生?」
자신을 확실하게 묶어 둘 수 있는 강한 구속력을 원했더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지. 멀리 갈 것도 없이 성현제가 친절히 목줄 걸어 줬을 것이다.
如果他真想要能牢牢束縛住自己的強力約束力,早就不會在這裡這樣了。不用往遠處想,聖賢帝早就好心地給他套上了項圈。
하나 송태원은 아마도, 혹은 분명하게, 평범함에 묶이길 바랐다. 평범하지 않은 자신을 안정적으로 휘감아 잡아 둘 가느다란 끈을.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만. 글레이프니르라도 구해 와야 하나. 펜리르도 개과긴 하지.
哈娜·宋泰元或許,或者說明確地,希望被平凡所束縛。希望有一條細細的繩索,能穩穩地將那不平凡的自己緊緊纏繞住。雖然那種東西根本不存在。難道要去找格雷芬尼爾嗎?芬里爾也是隻犬科動物啊。
“어차피 지금 송태원 씨가 비집고 들어앉은 우리도 그리 튼튼한 건 아니잖습니까. 애초에 당신이 알아서 머리 숙이고 기어들어 가지 않으면 잡아넣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反正現在宋泰元先生能擠進來坐下的我們,也不是什麼堅不可摧的存在。從一開始,如果你不自己低頭乖乖進來,根本沒有人能把你抓起來。」
“튼튼하진 않더라도 사라질 일은 없습니다. 잘못 건드려 일부가 무너진다 해도 수백 마리의 거미가 달라붙은 거미집처럼 이내 복구될 겁니다.”
「雖然不算堅固,但絕不會消失。即使不小心碰壞了一部分,也會像數百隻蜘蛛附著的蜘蛛網一樣,很快就會修復。」
맞는 말이긴 하다. 다 죽여서라도 지배하겠다는 미친 폭군 S급이라도 튀어나오지 않는 한 국가가 무너지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런 폭군은 나올 가능성이 희박했다. 중세 시대쯤 된다면 모를까, 현대의 문물은 쓸어버리기엔 너무 편하고 아까운 것들이니까.
說得也沒錯。除非冒出像是要殺光所有人來統治的瘋狂暴君 S 級,否則國家不會崩潰。而且那種暴君出現的可能性也很低。或許是在中世紀時代還說得過去,但現代的文明成果太便利、太珍貴,根本不可能被輕易摧毀。
과거의 왕보다 현대의 중산층이 훨씬 더 풍족하게 산다지 않던가. 골치 아프게 새로운 체계 만드느니 던전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본주의를 누리는 게 더 낫지.
過去的國王不如現代的中產階級過得富足,不是嗎?與其費心去建立新的體系,不如用在地城裡賺來的錢享受資本主義更好。
“반면에 한유진 씨는 입질 한 번에 끝입니다.”
「反過來說,韓有珍小姐只咬一口就結束了。」
“우리 애들 안 물어요.”
「我的孩子們不會咬人。」
“저는 뭅니다.” 「我會咬。」
두 개의 시선이 동시에 내 손바닥 위로 향했다. 왜 굳이 피를 묻힌 채로 열쇠를 가지고 왔을까 싶었는데. 이미 물어뜯고 왔다는 경고장 같은 거였군요. 죄송합니다. 입마개까지 하신 줄 알았는데 역시 목줄만 있으셨나 봅니다.
兩雙目光同時投向我的手掌。心想為什麼偏偏帶著沾了血的鑰匙來呢。原來是已經咬過的警告信啊。抱歉,我還以為你們戴了口罩,果然只有項圈啊。
“제가 이래 봬도 험한 꼴 많이 당해 봐서요. 잇자국 좀 나는 건 신경 안 쓰는데. 송태원 씨에게는 이미 물려도 봤지 않습니까.”
「我雖然看起來這樣,但其實吃過不少苦頭。咬痕什麼的我倒是不在意。對宋泰元先生,我也已經被咬過了,不是嗎?」
“그래서 더 곤란합니다.” 「所以更加為難了。」
송태원이 내 어깨를 놓고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왜 곤란하다는 거지.
宋泰元放開我的肩膀,退後一步說道。到底是為什麼覺得困難呢。
“헌터협회 일부를 물갈이하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就滿足於更換獵人協會的一部分人吧。」
다시 사무적으로 돌아간 목소리다. 적당히 먹고 떨어지라고 경고할 겸 온 건가. 자기 우리를 되게 아끼시네.
聲音又恢復了公事公辦的語氣。是來警告我們適可而止、吃飽就走的嗎?他真是很在乎我們呢。
‘어쩐다.’ 「怎麼辦。」
원래 덩치 좋은 남자이긴 했지만 새삼스럽게 방벽처럼 크게 느껴졌다. 산에다 불 질러서 동굴에 처박힌 호랑이가 튀어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불장난 적당히 하라는 말만 던지고 도로 기어들어 가려 하네.
本來就是個身材魁梧的男子,但此刻卻讓人感覺像一道巨大的防壁。雖然他像是被放火燒山後躲進洞穴的老虎突然跳了出來,不過他只丟下一句「玩火要適可而止」就想鑽回去。
‘이번 물갈이로 회귀 전보다 협회 상태가 나아지긴 하겠지만.’
「這次的換血雖然會讓協會的狀況比回歸前好一些,」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전보다 더 빨리 던전 난이도가 올라갈 텐데 그에 따른 반응이 미적지근해서야 협회는 여전히 길드들 발목이나 잡고 늘어지게 되겠지. 특히 길드들 사이 조율하고 안정적인 경쟁 구도 만들겠답시고 뻘 짓 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不過也不能因此就放心。地城的難度會比以前更快提升,如果對此反應依舊冷淡,協會恐怕還是會繼續拖累各大公會。尤其是協會在公會之間調和,想要建立穩定的競爭格局,做了不少無謂的蠢事。
독과점은 안 됩니다, 이해는 하지만 세상 망할 판에 떠들 소리는 아니지. 그러니까 회귀 전처럼 망해서 삼켜질 거 아니면 맨 위쪽에 급변하는 현실에 맞춰 터프하게 움직여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壟斷是不行的,我理解,但這種時候也不是該吵鬧的時候。所以,除非像回歸前那樣垮掉被吞併,否則就必須有人在最頂端,能夠根據瞬息萬變的現實,強硬地行動。
한숨 한 번 내쉬고 송태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嘆了一口氣,直直地盯著宋泰元看。
과거의 자리에 묶여 있고 싶어 하는 S급 각성자. 제 덩치에 맞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억지로 몸을 구기고 있는 모습이 헌신적이면서도 이기적이다.
想要被束縛在過去位置上的 S 級覺醒者。明明知道自己不適合那個位置,卻仍強行扭曲身體的模樣,既奉獻又自私。
‘그래도 협회장 자리도 일단 우리 안이긴 하지 않나.’
「不過協會長的位置,至少暫時還不是我們的吧。」
지금도 낮은 위치는 아니고. 특수성 탓에 현장에서 직접 뛰며 지시받는 쪽에 가깝긴 하지만. 완전히 지시 내리는 쪽으로 올라가면 스스로가 참지 못할 거 같기라도 하다는 걸까.
現在也不是低位階。因為特殊性質,雖然比較接近於在現場直接奔跑並接受指示的一方。但如果完全升到下達指示的一方,似乎會覺得自己無法忍受吧。
모순투성이인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지만.
雖然無法完全了解那充滿矛盾的內心。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같이 한잔하죠. 여기도 배달되니까, 생맥으로.”
「既然都來到這裡了,一起喝一杯吧。這裡也能外送,點生啤酒。」
가볍게 던진 말에 송태원이 눈썹을 조금 꿈틀거렸다.
隨意丟出的一句話讓宋泰元的眉毛微微動了動。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사양하겠습니다.”
「……現在還說出這種話嗎。我就不客氣了。」
“성현제 씨 뒷담 깔 건데 진짜 싫어요?”
「你真的討厭我背後說成賢帝先生的壞話嗎?」
그 인간 같이 까 줄 사람 몇 없을 텐데. 일반인 수준 상대라면 더더욱. 보안실에 전화를 걸며 재차 권했다. 송태원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돌아 나가지는 않았다.
那個人能這麼直言不諱的人應該不多吧。要是對一般人就更不用說了。他一邊打電話給保安室,一邊再三勸告。宋泰元皺了皺眉,但並沒有轉身離開。
* * *
“응, 별일 없어. 그냥 술 한잔하는 중이야. 독 저항 있는 거 알면서 무슨 걱정을 하냐. 신경 쓰지 마.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嗯,沒什麼事。只是喝一杯而已。明明知道我有解毒能力,還擔心什麼。別放在心上。別工作太晚了。」
괜찮아, 다 괜찮아, 문제없어, 해 주곤 전화를 끊었다. 송태원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유현이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어 예림이도 괜찮냐고 물어봐 오고 문현아로부터도 문자가 왔다. 성현제는 던전 공략 중이라 잠잠했다. 연락 왔으면 댁 뒷담 중이라고 대답해 줬을 텐데.
沒關係,都沒關係,沒問題,說完就掛了電話。看來宋泰元來過的消息傳到了柳賢耳裡。接著藝琳也問他是否沒事,文賢那邊也傳來了簡訊。成賢濟正在攻略地城,所以很安靜。如果有聯絡的話,我本來會回答說你們在背後說人壞話。
“그러니까 언젠가 세성 길드장이랑 송 실장님이 같이 있을 때요. 송 실장님이 형 같아 보인다고 말하면 꽤나 속 쓰려 하지 않을까요, 그 인간.”
「所以說,有一天當世成公會會長和宋主任一起的時候,如果宋主任說他看起來像哥哥,那個傢伙應該會相當難過吧。」
“전 그 자리에 없었으면 합니다만.”
「我希望我當時不在那裡。」
“왜요, 보고 싶지 않으세요?”
「為什麼,不想見面嗎?」
“제 속이 먼저 쓰려질 것 같습니다.”
「我肚子裡好像先要翻江倒海了。」
무뚝뚝하게 말하면서도 눈매가 희미하게나마 풀어졌다. 취할 순 없었지만, 맥주는 시원했고 함께 온 안줏거리도 먹을 만했다.
雖然話語冷淡,但眼神卻微微柔和了些。雖然喝不醉,啤酒卻很冰涼,隨帶來的小菜也還算好吃。
“그래도 대놓고 보복하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不過他也不是那種會明目張膽報復的類型吧。」
“안 하지도 않지요.” 「也不是不做的。」
“고작 그런 걸 담아 둘 거 같지도 않은데요.”
「我倒覺得他不太可能會把那種東西留著。」
“문득 생각났다고 예상치 못하게 되돌려 주니 문제입니다.”
「突然想起來,意外地還了回去,這就是問題所在。」
당한 적 있는 걸까. 나보다 훨씬 오래, 많이 엮였을 테니 이를 갈 만한데도 의외로 덤덤했다. 아니, 저 남자가 이렇게 말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쌓인 게 많다는 뜻일지도.
他曾經被欺負過嗎?畢竟他比我早得多,也牽扯得更多,理應咬牙切齒才對,卻出乎意料地平靜。或者,正因為那個男人這麼坦率地說出來,才代表他心中積怨已深。
- 삐약! - 啾!
우리 주위를 동글동글 떠다니던 삐약이가 송태원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거기 아니야, 삐약아. 머리 위에 새끼 새를 얹고서도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잔을 비웠다.
圍繞著我們四處飄動的啾啾,停落在宋泰元的頭頂上。不是那裡啦,啾啾。頭上頂著小鳥,他卻若無其事地把杯子喝乾了。
그리고 다시 별거 아닌 말이 오갔다. 다만 암묵적인 동의라도 한 듯이 서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은근슬쩍 협회장 자리에 대해 찔러도 보았으나 송태원은 부드럽게 화제를 돌렸다.
然後又交換了一些無關緊要的話。不過彷彿有默契般,彼此都沒有提起關於自己的事情。雖然偷偷試探了一下協會會長的位置,但宋泰元卻溫和地轉移了話題。
* * *
티브이 속에서 헌터협회 이사진 중 한 명의 비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전 S급 아이템 밀수출에 비하면 소소한 범죄였으나 격앙된 여론은 즉각 퇴거를 외쳤다.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헌터협회 대상 특별 조사팀이 꾸려지게 될 거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電視中播出著有關獵人協會理事之一貪污的新聞。相比之前 S 級物品走私案,這只是小罪行,但激憤的輿論立刻要求其辭職。也有人主張必須進行全面調查。甚至傳出獵人協會將組成特別調查小組的謠言。
협회 소속 사람들 중 거리낌이 있는 자들은 언제 불똥이 튈까 싶어 전전긍긍하였다. 굵직한 허물을 감추기라도 했다면 밤에 잠도 제대로 오질 않았다.
協會所屬的人中,心存顧忌者總是提心吊膽,擔心何時會被牽連。若是能掩蓋重大過失,晚上也難以安然入睡。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안색이 죽은 것은 한유진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當然,其中臉色最慘白的,是那些收到韓有珍警告的人。
“이대로 둬선 안 됩니다. 대중의 관심을 돌려야만 합니다.”
「不能就這樣放任不管,必須轉移大眾的注意力。」
맞는 말이었다. 평소라면 적당히 묻힐 일도 죄다 파헤쳐지고 있는 것은, 납치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협회에 집중된 탓이었다.
說得沒錯。平時本會被適當掩蓋的事情,因為綁架事件,人們的目光全都集中在協會上,才會被一一挖掘出來。
하지만 어떻게. 但是怎麼辦呢。
“열애설 정도로는 씨도 안 먹힐 텐데.”
「光是熱戀傳聞根本不會有用。」
마수사육사의 납치보다 더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건수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거액으로 인간을 사고판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온갖 살까지 덧붙인 것을 어떻게 이길까.
沒有什麼比魔獸飼育師被綁架更能引起話題的事件了。怎麼能比得上一個用驚人巨款買賣人類,還加上各種血腥刺激的故事呢。
그때 한 남자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那時,一名男子輕聲開口。
“던전을 터뜨립시다.” 「讓我們炸開地城吧。」
그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이 흠칫 굳었다. 하지만 놀람은 길지 않았다.
他的話讓另外兩人一驚,僵住了。但驚訝並未持續太久。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能準時嗎?」
“원래라면 열흘 전에 공략을 시작했어야 할 불법 A급 던전입니다. 이번 일 때문에 공략이 미뤄졌는데 길어야 이삼 일 내로 터질 겁니다.”
「本來應該在十天前就開始攻略的非法 A 級地城。因為這次的事情攻略被延後了,但最多也只會在一兩天內爆發。」
“이 사람, 작정하고 미루고 있었구만.”
「這個人,明明就是故意拖延的嘛。」
“눈길을 돌리는 데에 이만한 것도 없지요.”
「沒有什麼比這個更能轉移目光了。」
제아무리 자극적인 기사라 해도 현실 목숨의 위협보다 더할까. A급 던전이 아깝긴 하였지만, 그보다 더한 것도 빼돌릴 수 있는 것이 헌터협회의 자리다.
再怎麼刺激的報導,也比不上現實中生命的威脅。雖然有些可惜 A 級地城,但比起那個,更重要的是獵人協會的位置能夠偷取更珍貴的東西。
오랜만의 상급 던전 브레이크는 화제의 최상단을 차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久違的高級地城突破,足以成為話題的最頂端。
* * *
- 끼우웅. - 嗡嗡嗡。
피스가 떨어지기 싫다는 듯 내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 그렇게 잠깐 어리광을 피우다가 유현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품에서 뛰어내린다.
피스像是不想離開似的,把頭蹭在我的胸膛上。這樣撒了會嬌後,瞥了一眼柳賢,便從懷裡跳了下來。
“잘 갔다 와, 피스야.”
「一路平安,Peace。」
- 꺙! - 噫!
대답하듯 소리 내곤 유현이 옆으로 가 선다. 이어 동생이 나를 걱정을 살짝 담아 바라봐 왔다.
像是在回答似的發出聲音後,柳賢走到旁邊站著。接著,弟弟帶著一點擔心的神情看著我。
“오래 안 걸릴 테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不會花太久時間,乖乖待在家裡。」
“내가 니 형이다.” 「我是你哥。」
무슨 보호자처럼 굴기는. 이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긴 하다만.
裝什麼保護者似的。雖然這樣做也不是一天兩天的事了。
“어차피 얼굴 팔려서 나갈 생각도 없어. 근처에서 던전이라도 터지지 않는 한 얌전히 처박혀 있으마.”
「反正臉都丟光了,也沒打算出去。除非附近地城爆炸,不然我就乖乖待著。」
“진짜 얌전히 있어야 해요, 아저씨!”
「真的要乖乖待著喔,叔叔!」
예림이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얘들이 진짜. 내가 정신적으로는 네 나이의 두 배다, 이 녀석아.
也令琳擔心地說道。這些傢伙真是的。我在精神上可是你的兩倍年紀呢,這傢伙。
“예림이 네 걱정부터 해. 정식으로 S급 던전 공략 가는 거 이번이 처음이잖아. 하위도 아니고.”
「藝琳你先擔心你自己吧。這是你第一次正式去攻略 S 級地城耶。還不是下位的。」
홍콩에서의 일로 한유현은 박예림이 S급 던전 공략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경험만 충분하다면 화력 면에서는 던전 환경만 맞춰 주면 S급 중위까지도 공략 가능할 것이라 하였다.
在香港的事件中,韓有賢判斷朴藝琳已經成長到能夠組建 S 級地城攻略隊的程度。只要經驗足夠,火力方面只要適應地城環境,就有可能攻略到 S 級中尉。
그래서 이렇게 S급 던전 공략에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所以才會這樣一同前往攻略 S 級地城。
우리 예림이, 정말 많이 컸네. 각성한 지 이제 겨우 두 달 차인데, 정말 빠르다. 인어여왕의 도움이 크긴 했어도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이었다.
我們的藝琳,真的長大了很多。覺醒才剛滿兩個月,真的很快。雖然美人魚女王的幫助很大,但這成長速度實在異常迅速。
“걱정 마세요! 저 길드장님이랑 맞먹었잖아요. 충분히 강하다니까요.”
「別擔心!我可是和那位公會會長不相上下的。絕對夠強的。」
“3 대 1이었어.” 「是三對一。」
유현이의 말에 예림이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聽到柳賢的話,藝琳揚起了眉毛。
“세성 길드장님은 견제 정도만 했고 노아 오빠도 공격은 안 했으니 내가 다 했거든? 그리고 길드장님 버프도 받았잖아요.”
「世成公會會長只是稍微牽制了一下,連 Noah 哥哥也沒攻擊,我都是自己打的喔?而且還有受到會長的增益呢。」
“속성 버프에 스탯 대여에 노아 헌터와 세성 길드장 보조에 화염 저항 코트에 환경까지 완벽했지. 중간부터는 형을 안전한 곳에 두어서 버프도 없었고. 그래도 비겼지.”
「屬性增益、屬性點借用、還有諾亞獵人和世星公會會長的支援,加上火焰抗性外套,環境也完美無缺。中途開始把你放在安全的地方,所以沒有增益效果。即便如此還是打成平手了。」
“난 두 달 차, 넌 삼 년 차! 그리고 그때부터는 세성 길드장도 아저씨 보호하려고 물러났잖아요. 2 대 1이지! 노아 오빠는 여전히 보조만 했고.”
「我是兩個月資歷,你是三年資歷!而且從那時起,三成公會會長也為了保護大叔而退下了。是兩對一啊!Noah 哥哥依然只是輔助而已。」
음, 사이좋네. 嗯,感情真好。
“던전에 들어가서는 싸우면 안 된다. 유현이도 예림이도 둘 다 사랑해. 피스도 물론. 너무 급하게 공략 끝내려고 들지 말고 안전이 최고야. 예림이 넌 특히나 더 잘 보고 잘 배워.”
「進入地城後不可以打架。無論是柳賢還是藝琳,我都愛你們兩個。Peace 當然也是。不要急著想要快速攻略,安全才是最重要的。藝琳,你尤其要多觀察、多學習。」
“응.” 「嗯。」
“네.” 「是的。」
“진짜로 싸우지 마라. 항상 조심하고.”
「真的不要打架。要時時小心。」
피스까지 포함해 셋이 차에 올라탔다. 머리 위의 삐약이를 품으로 내려 안고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유현이 녀석, 또 혼자 날뛰면 안 되는데. 예림이 경험도 쌓게 해 줘야지.
包括 Peace 在內,三人一起上了車。將頭頂上的小鳥抱在懷裡,凝望著漸行漸遠的背影。那傢伙柳賢,又不能讓他一個人亂跑了。也該讓藝琳多累積些經驗才行。
‘그나저나 아직 연락들이 몇 없군.’
「話說回來,聯絡還是寥寥無幾呢。」
물러나 주세요, 하고 공손히 부탁한 협회 간부 중 긍정적인 답을 해 온 사람은 아직 네 명밖에 없었다. 기한은 하루 더 남아 있지만, 끝까지 버티면 진짜 억지로 끌어내려야 하나. 원만하게 가기를 바랐는데.
請您讓開,禮貌地請求的協會幹部中,給出肯定答覆的還只有四人。期限還剩一天,但如果堅持到底,真的得硬拉下來嗎。原本希望能圓滿解決的。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온 건 그날 저녁이었다.
意想不到的消息是在那天晚上傳來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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