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바깥에서 (2) 295 話 外頭 (2)
“어, 어쩌지.” 「呃,怎麼辦。」
신입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공간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시스템은 복구되었다. 아직 한유진의 세상에 접촉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다시 연결될 것이었다. 그러니 당장 급한 일은 끝났다. 마음 놓고 짧은 휴식을 취해도 되겠지만.
新人環顧四周。這個空間裡只有他一個人。系統已經恢復了。雖然還無法接觸到宥真的世界,但很快就會重新連接。所以,眼前急迫的事情已經結束了。即使可以安心地短暫休息一下。
“…시스템.” 「……系統。」
시스템을 만든 이유. 초기 시스템 제작자들. 그녀의 말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신입은 고개를 저었다. 그 길고 긴 시간들을 단숨에 내버릴 수는 없었다.
創造系統的原因。最初的系統製造者們。他無法假裝沒聽到她的話。他清楚地感覺到自己的心在動搖。但要他立刻接受自己錯了這個事實,卻很困難。新人搖了搖頭。他無法一下子就拋棄那漫長的時間。
없었지만. 雖然沒有。
벌떡 일어나 눈밭을 빙글빙글 맴돌던 신입이 손을 들어 올렸다. 하늘거리는 지느러미 같은 소매가 흘러내리고 드러난 손끝이 공중을 휘저었다. 허공에 둥근 구멍 같은 것이 나타났다.
新人猛地站起身,在雪地裡打著轉,然後舉起了手。如魚鰭般輕柔的袖子滑落,露出的指尖在空中揮舞。空中出現了一個圓形的洞。
[한동안 바쁠 거라더니, 무슨 일이야? 혹시 시스템 복구 끝났어?]
[你不是說會忙一陣子嗎?怎麼了?難道系統恢復完成了?]
“…아니요.” 「……沒有。」
나무의 물음에 신입이 무심코 거짓말을 했다. 너른 소매로 얼굴을 가리듯 하곤 말을 이었다.
樹木的詢問讓新人不經意地說了謊。他用寬大的袖子遮住臉,接著說道:
“첫 번째 근원의 세계들은, 관리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您不是說過,第一個根源世界不需要管理嗎?」
[그랬지. 그곳에는 패륜아도 효도중독자도 없어. 기본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관리자의 간섭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지.]
[沒錯。那裡沒有不孝子,也沒有孝道成癮者。基本系統雖然存在,但卻在沒有管理員干涉的情況下自動運轉著。]
신입 또한 분명 그렇게 들었다. 그곳은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라고.
新人也確實是這麼聽說的。那裡是個不需要干涉的世界。
“혼돈은요?” 「混沌呢?」
[혼돈?] [混沌?]
“네. 첫 번째 근원 쪽에 있다고 하던데요.”
「對。聽說在第一個根源那邊。」
[아, 어린 혼돈. 맞아.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린 혼돈이 그곳에 있어. 첫 번째 근원에 속한 세계들을 관리하는 유일한 초월자라고 하지. 가장 오래된 검. 아홉 별의 주인. 신화 사냥꾼. 첫 번째 근원의 황혼. 그 밖에 이런저런 소문은 많았던 모양이지만 워낙 옛날 일이라.]
[啊,幼年混沌。沒錯。我也不太清楚,但幼年混沌確實在那裡。據說祂是唯一管理屬於第一個根源的世界的超凡者。最古老的劍。九星之主。神話獵人。第一個根源的黃昏。除此之外,似乎還有很多傳聞,但畢竟是太久以前的事了。]
“얼마나 옛날인데요?” 「是多久以前的事了?」
[그를 직접 본 초월자는 몇 없을 정도로 옛날이지. 초승달이나 하얀 새, 정원사 등의 연배쯤? 인어여왕이라면 신입 시절에 봤을지도.]
[久到親眼見過祂的超越者沒幾個。大概是新月、白鳥、園丁那輩的?人魚女王說不定在還是新人時見過祂。]
구멍 너머의 나무가 손을 내저었다.
洞穴彼端的樹木揮了揮手。
[어차피 신경 쓸 필요 없는 상대야. 첫 번째 근원의 세계에 발 들이지만 않으면 마주칠 일도 없고. 그런데 갑자기 왜?]
[反正那是個你不需要費心的對象。只要不踏入第一個根源的世界,就不會遇到祂。不過你怎麼突然問這個?]
“시스템을 복구하다가, 관련 자료를 봤어요. 처음 보는 이름이라 누군가 싶어서요.”
「我在修復系統的時候,看到了相關資料。因為是第一次看到的名字,所以想知道是誰。」
[그래? 초기 시스템 제작자들과도 아는 사이이긴 했을걸. 아, 또 무슨 일 생겼나 보다. 그럼 계속 수고해, 신입아! 시스템에 손댈 수 있는 사람이 더 있으면 좋을 텐데. 그 대장장이는 가능성이 있으려나.]
[是嗎?他應該也和最初的系統製作者們認識吧。啊,好像又發生什麼事了。那你就繼續辛苦吧,菜鳥!要是能有更多人可以動系統就好了。那個鐵匠不知道有沒有可能。]
시스템의 기본적인 관리와 조작은 다른 이들도 가능했다. 하지만 내부를 살피고 파헤쳐 복구 작업을 할 능력을 갖춘 초월자는 극소수였다. 신입은 반쯤 가린 얼굴로 웃어 보이고는 손을 흔들어 구멍을 없앴다.
系統的基本管理和操作,其他人也能做到。但能深入探查、挖掘並修復系統的超凡者卻是極少數。菜鳥半掩著臉笑了笑,揮手讓洞口消失。
“…어떡하지.” 「……怎麼辦。」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 듯했다. 신입은 망설이다가 시스템을 움직였다. 첫 번째 근원의 세계에도 시스템은 존재하니 연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他似乎比想像中還要了不起。新人猶豫了一下,便啟動了系統。由於第一個根源世界也存在系統,因此連接並不困難。
복잡한 마력의 유도에 따라 통로가 만들어지고 시스템과 시스템의 길이 이어졌다. 신입은 약간 긴장된 눈초리로 다시금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곳에서 바로 연락한다면 다른 초월자들이 눈치챌 확률이 높았다.
隨著複雜的魔力引導,通道被創造出來,系統與系統之間的道路也連接了起來。新人帶著些許緊張的眼神再次環顧四周。如果直接在這裡聯繫,其他超越者很有可能會察覺到。
‘가상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이러면 외부 공격에 취약해지긴 하는데.’
「另外建立一個虛擬空間……這樣雖然會變得容易受到外部攻擊。」
신입은 시스템이 단절되어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 한유진의 세상 근처에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일종의 가짜 던전이었다. 시스템과 연결해 넘어가기에는 던전의 형태가 가장 편했다. 신입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분신을 만들어 내 던전으로 들어섰다.
新人創造了一個虛擬空間,在與系統斷絕連結、被所有人遺忘的韓宥真世界附近。那是一種假想的地下城。為了與系統連結並進入,地下城的形態最為方便。新人深吸一口氣,創造出分身,走進了地下城。
그곳은 작은 숲이었다. 여름의 햇살이 개울을 따라 반짝거렸다.
那是一座小森林。夏日的陽光沿著溪流閃爍。
“…어린 혼돈님?” 「…… 幼小的混沌大人?」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첫 번째 근원 쪽의 시스템과 연결하고 메시지도 보냈으니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을 텐데. 신입은 잠시 기다리다가 통로를 확인했다.
沒有任何回應。他已經和第一個根源那邊的系統連結,也發送了訊息,所以應該能過來這裡才對。新人等了一會兒,確認了通道。
“저기요?” 「請問?」
통, 통. 노크하듯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신입은 같은 초월자가 아닌 일반 각성자들을 상대하듯 메시지를 보냈다.
叩、叩。傳來了像是敲門的聲音。新人發送了訊息,語氣就像在和一般的覺醒者說話,而不是和同為超脫者的對象。
[어린 혼돈님? 맞으세요?] [小混沌大人?是您嗎?]
[맞다.] 「沒錯。」
[그런데 왜 안 넘어오세요?]
「可是您為什麼不過來呢?」
[나는 그런 잔재주는 못 부려. 네가 도와줘야지.]
「我沒辦法耍那種小把戲。你得幫我才行。」
[잔재주라니요!] [什麼小把戲!]
신입은 투덜거리며 그가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붉은 눈의 소년이 신입 앞에 나타났다.
新人一邊抱怨一邊幫他過來。紅眼少年出現在新人面前。
“그래, 그래. 토끼야.” 「對,對。兔子啊。」
“…허니의 동생을 닮았네요?” 「……長得真像赫尼的弟弟呢?」
“그렇게 인식되었으니까.” 「因為它就是那樣被認知的。」
신입은 신기하다는 듯 혼돈을 바라보았다. 들은 것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 같았다.
新人好奇地望著混沌。和聽說的不同,他看起來就像個普通人。
“왜 제게 연락 달라고 하셨어요?”
「你為什麼要我聯絡你?」
“나는 잔재주, 토끼 너 같은 재주는 못 부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처를 달라고 했지.”
「我可沒有小聰明,也耍不了你那種兔子把戲。所以我才說需要幫助,向你要聯絡方式啊。」
“어떤 도움이요? 기본적인 시스템 조작은 가능하실 텐데, 그 이상은 제가 몰래…….”
「什麼幫助?基本的系統操作您應該會,但除此之外,我就不清楚了……」
“기본적인 것도 거의 못 해.”
「連最基本的都幾乎做不到。」
신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p>新人睜大了眼睛。</p>
“정말요? 쉬워요. 가르쳐 드릴까요?”
「真的嗎?很簡單的。要我教你嗎?」
“초기 시스템 제작자 녀석들도 포기한 걸 무슨 수로. 배울 생각도 없다.”
「連最初的系統製作者都放棄了,我能有什麼辦法。我也不想學。」
“시스템을 못 다루시는데 어떻게 첫 번째 근원의 세계들을 관리하세요?”
「您無法操控系統,那要怎麼管理第一個根源的世界?」
신기해하며 묻는 신입의 말에 혼돈이 미소 지었다.
混沌對著好奇詢問的新人露出微笑。
“부수고 들어가서.” 「因為是破壞後進去的。」
“네?” 「是?」
“근원에게 먹히겠다 싶으면 내가 뚫고 들어가 쓸어버리고 나오는 거지. 그곳엔 나 외의 초월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태어난다 해도 내쫓아버리니, 각 세상을 보호하는 힘이 좀 부서져도 괜찮아.”
「要是覺得會被根源吞噬,我就會闖進去,把裡面的東西掃蕩一空再出來。那裡沒有我以外的超凡者,就算誕生了也會被我趕走,所以就算保護各個世界的力量稍微受損也沒關係。」
“…그게 돼요?” 「……那樣也行嗎?」
“돼.” 「行。」
가벼운 대답이었다. 신입은 당황하며 소매로 입을 가렸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다. 아니, 애초에 초월자쯤 되더라도 쉽게 시도할 수 없는 무모한 짓이었다. 무해의 왕조차도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에 억지로 들어가 약화되고 말았으니.
這回答很輕率。新人慌張地用袖子遮住嘴巴。這是他從未想過的方法。不,這根本就是即使是超越者也難以輕易嘗試的魯莽行為。就連無害之王也曾強行進入不屬於自己的世界,結果反而被削弱了。
“그럼, 다른 근원에 속한 세계들도 그런 식으로 지킬 수 있겠네요.”
「那麼,其他隸屬於不同根源的世界,也能用這種方式守護囉。」
“하면 안 되지. 보호가 사라지면 초월자들의 전쟁터가 되고 말아. 내 방식은 도망칠 장소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야. 덤벼드는 늑대 머리를 전부 베어 버리면 무방비한 양을 구경만 할 뿐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한 구역이 아닌 산 전체를 목축지로 만들어 다른 먹잇감이 모두 사라지면 죽기 살기로 이를 드러내겠지.”
「不能那樣做。要是保護消失,這裡就會變成超凡者們的戰場。我的方式之所以可行,是因為有地方可以逃。要是把所有撲上來的狼頭都砍掉,牠們就只能看著手無寸鐵的羊,無法靠近,但要是把整個山區而不是單一區域變成牧場,讓其他獵物都消失,牠們就會拚死露出獠牙吧。」
몰살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도피로는 남겨 두어야 한다.
<p>若不是打算趕盡殺絕,就該留下逃生之路。</p>
“초월자들이 합세하면 나도 귀찮고. 게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나 나서는 것이라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편이 더 나아. 원칙을 따른다면 말이다.”
「要是那些超越者聯手,我也會很麻煩。而且他們都是到最後關頭才會出手,所以用系統管理會比較好。如果按照原則的話。」
붉은 눈이 신입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지만 어쩐지 질책하는 듯해 신입은 소매를 더욱 높이 들어 얼굴을 반쯤 가렸다. 색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두 쌍의 적안이 서로 마주쳤다.
<p>那雙紅眼直勾勾地盯著新人。裡頭沒有什麼特別的情緒,卻不知為何像是在斥責,讓新人把袖子拉得更高,遮住了半張臉。顏色相似卻截然不同的兩雙紅眼,彼此對望。</p>
신입은 눈을 피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新人避開視線,轉移了話題。
“제게 도와달라시는 건…….” 「您要我幫忙的是……」
“원래 약속은 내 검들 중 하나를 빌려주는 거였는데.”
「本來約定好要借你我其中一把劍的。」
혼돈이 못마땅하게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混沌不悅地微微皺眉。
“이럴 줄 알고 직접 검을 건네주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겠지. 미래예지종이란, 역시 마음에 안 들어.”
「我就知道你會以親手遞劍為條件。預知未來的種族,果然還是不喜歡。」
“미래예지종이요?” 「未來預知種?」
“그렇다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만. 꼬마 토끼야, 한유진이라는 어린애와 연락할 수 있게 도와줘.”
「話雖如此,我卻沒有理由對自己想做的事感到猶豫。小兔子啊,幫我聯絡上韓宥真那孩子吧。」
신입이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新人一臉困惑地搖了搖頭。
“지금은 못 해요! 그런데 어린 혼돈님의 검을, 허니에게 주신 거예요?”
「現在不行!可是,您把小混沌的劍,給了赫尼嗎?」
“그래. 그 애 동생에게 갔겠지만.”
「是啊。雖然應該是去找那孩子的弟弟了。」
“어떻게, 언제요? 시스템 못 다루신다셨는데, 검을 주셨다면 메시지도 직접 전해주실 수 있을 텐데요.”
「怎麼會,什麼時候?您不是說您無法操控系統嗎,如果您給了我劍,那您應該也能直接傳達訊息吧。」
“그때는 다른 관리자가 도와줬지. 지금은 안 되는 건가. 당장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고.”
「那時候是其他管理者幫忙的。現在不行了嗎。暫時應該不會有問題。」
어린 혼돈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의 손끝에 검이 쥐어졌다. 자루부터 칼끝까지 완전히 새하얀, 외날의 장도였다.
幼小的混沌抬起頭。他的指尖握著一把劍。那是一把從劍柄到劍尖都完全雪白,單刃的長刀。
“불청객이군.” 「不速之客。」
말이 떨어진 직후, 신입 또한 느꼈다. 그리고.
話音剛落,新人也感覺到了。然後。
콰아앙─! 匡啷─!
공간이 흔들렸다. 파직거리며 하늘에 검은 선이 길게 퍼져나간다. 날카로운 발톱과 같은 것이 구름을 가르며 숲 모서리까지 떨어져 내렸다. 분노 어린 으르렁거림이 틈새 너머로 새어 들어왔다.
空間震盪。滋滋作響的黑色線條在天空中蔓延開來。尖銳的爪子劃破雲層,落到森林邊緣。憤怒的咆哮聲從裂縫中滲透出來。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你在哪裡,你到底在哪裡!]
“채터박스!” 「話匣子!」
신입이 폴짝 뛰며 숨겨져 있던 송곳니를 작게 드러냈다.
新進人員輕輕一跳,露出了隱藏的獠牙。
[무해의 왕이, 사랑스러운 내 안개가!]
[無害之王,我可愛的迷霧啊!]
“도, 돌아가! 여긴 없어!”
「滾、滾回去!這裡沒有!」
[그놈을 내놔! 양육자를, 양육자의 아이들까지 전부! 너는 지켜보고 있었겠지. 네가 도왔나? 초월자도 아닌 놈들이 그녀를 가두고 살해할 수 있었을 리가. 네놈이!]
[把那傢伙交出來!還有養育者,連養育者的孩子們也全部!你一直在旁觀看吧。是你幫的忙嗎?那些連超越者都不是的傢伙,不可能能夠囚禁並殺害她。是你這傢伙!]
하늘이 더욱 크게 갈라졌다. 진득한 독기가 스며들고 쿠르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창백한 붉은 장막이 사나운 기세를 품고서 펼쳐졌다. 하늘에서부터 무겁게 떨어져 내리는 장막을 향해 어린 혼돈이 흰 칼을 내밀었다.
天際裂得更大了。濃稠的毒氣滲透而出,伴隨著轟隆巨響,一道蒼白的紅色帷幕挾帶著兇猛的氣勢展開。幼小的混沌朝著自天而降的沉重帷幕伸出了白色的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칼끝이 허공을 갈랐다. 일자로 길게 그어진 선을 따라 가벼운 바람이 일었다. 그대로, 장막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파도라도 만난 것처럼 찢겨지고 구겨지며 하늘 끝까지 쫓겨난다.
刀尖劃破虛空,沒有一絲顫抖。沿著筆直的長線,輕風拂過。就這樣,帷幕開始被推開。它像遇到巨浪般被撕裂、揉皺,一路追趕到天際。
“시끄럽다.” 「吵死了。」
혼돈이 칼을 늘어뜨렸다. <p>混沌垂下了刀。 </p>
[…너는.] […… 你。 ]
“어린 혼돈. 이 나이에 어리다는 소리 붙는 거 참 쑥스럽다만 여러 가지 사정상, 말이야.”
「幼小的混沌。這年紀被說幼小,真讓人難為情,但基於各種情況,你懂的。」
[왜, 여기에. 분명 첫 번째 근원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為什麼,會在這裡。明明說了不會脫離第一個根源的。]
어지간히 놀랐는지 뚝뚝 끊기는 목소리에 어린 혼돈이 입꼬리를 올렸다.
或許是嚇得不輕,那斷斷續續的聲音讓幼小的混沌嘴角上揚。
“산책이다. 덤빌 거냐.” 「散步。要來嗎?」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거칠어진 숨소리와 뒤섞였다. 하지만 채터박스는 순순히 몸을 물렸다. 채터박스의 기세가 완전히 사라지고 갈라졌던 하늘이 천천히 복구되어 갔다. 그것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던 신입이 혼돈을 향해 소리쳤다.
短暫的沉默流淌而過。低沉的咆哮聲與粗重的喘息聲交織在一起。然而,喋喋不休卻順從地退開了。喋喋不休的氣勢完全消失,裂開的天空也緩緩地恢復原狀。茫然地看著這一切的新人,朝著混亂大聲喊道。
“그냥 해치울 수도 있으셨을 텐데! 위험하잖아요! 허니를 노리고 있어요!”
「您明明可以直接解決掉的!很危險耶!他們正盯著赫尼!」
“못 해.” 「辦不到。」
“네? 채터박스보다 약하세요?” 「您說什麼?您比話匣子還弱?」
“이놈의 토끼가.” 「這隻兔子。」
신입의 이마가 콱 쥐어 박혔다. 신입이 울상을 지으며 붉어진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다.
新人的額頭被狠狠地敲了一下。新人哭喪著臉,用手揉著發紅的額頭。
“어린 녀석들은 모르는 건가. 소싯적에 초월자들은 물론이고 붙어볼 만하다 싶으면 눈에 띄는 대로 잡아 죽이고 다닌 적이 있었지. 이런저런 일을 겪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내게 먼저 적의를 보이는 놈과 허락 없이 첫 번째 근원에 속한 세상에 발 들이는 놈 외엔 공격하지 않기로 맹세했어.”
「年輕人都不懂嗎?我年輕的時候,別說是超越者了,只要是看起來能打的,我都會見一個殺一個。經歷了種種事情後,為了反省,我發誓除了那些先對我表現出敵意,以及未經允許就踏入第一個根源所屬世界的人之外,我不會攻擊任何人。」
“채터박스는 먼저 덤벼들었잖아요.” 「喋喋不休是先動手的。」
“목표는 너였지.” 「目標是你。」
새하얀 도가 혼돈의 손아귀에서 스르르 사라졌다.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대충 걷어 올리며 소년이 나뭇등걸에 걸터앉았다.
純白的道從混沌的掌握中緩緩消失。少年隨意地撩起垂落的衣襬,坐到樹墩上。
“마침 한가하니 준비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마.”
「反正我很閒,就在這裡等你準備好。」
“아, 네.” 「啊,好的。」
“차나 한잔 주고.” 「給我倒杯茶。」
“…못 만드세요?” 「……您做不出來嗎?」
“못 만들어. 그런 잡기 못 부린다니까. 내가 제작 가능한 건 도검뿐이야.”
「我做不出來。那種雜技我變不出來啦。我能製作的只有刀劍。」
“잡기 아니에요!” 「才不是雜技!」
신입은 빼액 소리치면서도 테이블과 티세트를 만들어 내 공손히 차를 따랐다.
新人一邊尖叫,一邊變出桌子和茶具,恭敬地倒茶。
* * *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수고해요, 송 실장님.’
「雖然可能只是我多慮了,但還是小心為妙。宋室長,您辛苦了。」
송태원은 문현아의 말을 떠올리며 비행장을 바라보았다. 통화는 짧았다. 그저 세성 길드장의 상태가 별로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전화 건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무시해도 좋을 내용이다. 하지만 브레이커 길드장인 문현아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
宋泰元想起文賢娥的話,望向機場。通話很短,內容只是簡單地說星辰公會會長的狀況不太好。如果打電話的人是一般民眾,那這內容大可不必理會。但打電話來的卻是破壞者公會會長文賢娥本人。
초기 각성자 중에서도 이르게 각성한 그녀는 성현제와 나름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S급 헌터로서, 길드장으로서 부딪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문현아가 일부러 전해 온 충고이니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在初期覺醒者中,她算是覺醒得早的,也是少數能和聖賢帝稱得上親近的人之一。身為 S 級獵人,也曾多次以公會長的身份與他交鋒。既然是文賢雅特意傳來的忠告,就絕不能等閒視之。
송태원은 즉시 성현제가 도착 예정인 공항을 비웠다. 다행히 갑작스런 몬스터 출몰 사태로 모든 비행기의 운행이 정지되었기에 공항을 지키고 있던 몇 안 되는 직원들만 내보내면 되었다.
宋泰元立刻清空了成賢濟預計抵達的機場。幸好所有航班都因突如其來的怪物出沒事件而停飛,所以只需請走機場裡為數不多的留守員工即可。
“정말 혼자서도 괜찮으시겠어요?” 「您一個人真的沒問題嗎?」
강소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옆에는 가시날개암룡, 코메트가 웅크리고 있었다. 리에트와 날뛴 탓에 일시 구속까지 되었으나 아직 몬스터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행 가능한 용종을 놀릴 수는 없었다. 덕분에 공중에서 순찰만 돌겠다는 다짐을 받고 바로 풀려났다.
姜素英擔憂地問道。她身旁,棘翼暗龍彗星正蜷縮著。牠因為和利艾特胡鬧,一度被拘束,但在可能還有其他怪物的情況下,無法讓能飛行的龍種閒置。因此,在牠保證只會在空中巡邏後,便立刻被釋放了。
“혼자가 편합니다.” 「我一個人比較自在。」
“…혹시 저 때문에 화난 건 아니시겠죠? 그런 걸로 화내실 리 없긴 한데, 혹시나 싶어서요. 저 때문이면 살짝 연락 좀 해주세요. 브레이커에 피신해 있게요.”
「……您該不會是氣我吧?您應該不會為那種事生氣,但還是以防萬一。如果真是因為我,請稍微聯絡我一下。我會躲到『破壞者』那裡。」
“아닐 겁니다.” 「應該不是。」
“그렇겠죠? 그래도 연락 꼭 부탁드려요, 송 실장님! 제발요! 도와주시면 한동안 과속 안 할게요!”
「對吧?不過還是請您務必聯絡我,宋室長!拜託了!如果您願意幫忙,我會有一陣子不超速的!」
재차 부탁하며 강소영이 코메트의 등에 올라탔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리폰인 블루보다는 약간 더 큰 검은 드래곤이 긴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대로 훌쩍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멀어져 간다.
姜素英再次拜託,然後騎上彗星的背。雖然牠還沒完全長大,但這隻比獅鷲獸布魯還要大一點的黑龍,此刻正張開牠那對巨大的翅膀。牠就這樣輕盈地飛起,轉眼間便消失在遠方。
송태원은 암룡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비행기의 도착 예정 시간이 머지않았다. 손목까지 감기는 장갑의 벨트를 다시 조이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던전에 들어설 때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뒷목을 스쳤다. 겉으로는 석상처럼 흔들림 하나 없었지만 속은 복잡하게 뒤섞인 감정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宋泰元望著暗龍的背影,隨後將視線轉回前方。飛機預計抵達的時間已不遠。他重新收緊了延伸至手腕的長手套的束帶,短促地吐了口氣。與進入地下城時截然不同的緊張感掠過他的後頸。表面上他如石像般紋風不動,但內心卻被複雜交織的情緒攪得翻騰不已。
이윽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었다. 전 세계적으로 비행이 중지되었으니 저곳에 타고 있을 사람은 따로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내려진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 닿았다. 굉음과 함께 검은 타이어가 빠르게 회전한다. 활주로를 따라 달리던 기체가 서서히 정지했다.
不久,伴隨著震耳欲聾的聲響,一架飛機出現並降低了高度。全球航班都已停飛,因此根本無需確認機上乘客的身分。放下的起落架觸及跑道。伴隨著轟鳴聲,黑色的輪胎快速旋轉。沿著跑道滑行的機身緩緩停了下來。
송태원은 그 자리를 지키듯 꿋꿋이 선 채로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宋泰元堅定地站在原地,彷彿在守護著什麼,凝視著從飛機上下來的男人。
“오랜만이군. 여기까지 마중 나와 줄 줄은 몰랐는데.”
「好久不見。沒想到你會出來迎接我。」
감격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는 어조는 무겁지 않았다. 하지만 송태원은 자신의 몸에 실린 긴장감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我該感動嗎?他這麼說的語氣並不沉重。但宋泰元感覺到自己身上的緊張感更強烈了。
“왜 혼자 먼저 돌아온 겁니까.”
「你為什麼一個人先回來了?」
대답은 없었다. 대신 금빛 어린 눈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沒有回答。取而代之的是,那雙金色的眼眸輕輕地笑了。
“오랜만이라 말할 정도도,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하십시오.”
「也稱不上是久違了。有什麼問題的話,現在就在這裡說吧。」
위험한 존재를 들여보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의 말에 성현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危險的存在不能放進來。對於這句話,成賢濟的笑容更加深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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