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예림이 第 170 話 禮琳
- 푸르릉. - 嗡隆隆。
유현이와 예림이가 나타나자마자 훈련용 인형 뒤로 숨어 버린 두 유니콘들이 머리만 배꼼 내민 채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등급 차이 때문인지 종족 특성인지 다른 마수들과 달리 저 망아지들은 예민한 편이었다. 예림이와 처음 만났을 때도 손을 물어 버렸었는데, 이제는 아예 접근조차 하려 들질 않는다.
一出現,柳賢和藝琳兩隻獨角獸便躲到訓練用假人後面,只露出頭來,警戒地盯著我。也許是因為等級差異,也可能是種族特性,這兩匹小馬不像其他魔獸那麼粗心大意,反而相當敏感。剛認識藝琳時還咬過我的手,現在甚至連靠近都不願意。
“하양아, 까망아. 이리 와.”
「白白,黑黑,過來。」
내 부름에 하양이가 먼저 또각또각 발굽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이어 까망이가 몸을 낮추었다가 풀쩍 단번에 뛰어온다. 아직 어린 망아지 크기지만 내 뒤에 둘 다 숨기는 무리건만 어떻게든 숨겠다고 서로 몸을 최대한 붙인다. 그러면서 내 옷자락을 잘근거렸다. 옷 씹는 버릇이 있어서 여러 벌 버렸지.
我一喊,白白先發出咔嗒咔嗒的蹄聲走近。接著黑黑先蹲下身,然後一躍而起跳到我身邊。牠們雖然還是小馬的大小,但都躲在我身後,彼此緊緊靠著,想盡辦法藏起來。牠們還咬著我的衣角。因為有咬衣服的壞習慣,我已經丟了好幾件衣服。
“저도 집 옮길래요!” 「我也要搬家!」
예림이가 외치고 망아지들이 또다시 흠칫 놀란다.
藝琳大聲喊著,小馬們又一次嚇了一跳。
“한유현만 홀랑 들어가는 건 치사하잖아요!”
「只有韓有賢一個人搬進去太不公平了!」
“아니, 유현이는 내 동생이잖아. 치사하단 소리가 왜 나오냐. 우리 원래 같이 살았어.”
「不,有賢是我弟弟。怎麼會說不公平呢?我們本來就是一起住的。」
같이 산 기간이 떨어져 산 기간보다 훨씬 길다. 회귀 전을 제외하면 이제 겨우 3년이니까. 별일 없었으면 여전히 같이 살고 있었을 거고. 올해 입대했으려나.
一起生活的時間遠比分開生活的時間長。除了回歸前,現在也才剛滿三年。如果沒發生什麼事,應該還是會繼續住在一起。今年應該是入伍了吧。
내 말에 예림이가 분한 얼굴을 하고 유현이가 보란 듯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망아지들이 기겁하며 타닥타닥 다시 인형 쪽으로 도망친다.
聽我這麼說,예림露出一副不服氣的表情,유현則得意洋洋地走到我身邊。小馬驚慌失措,嘰嘰喳喳地又跑回玩偶那邊躲起來。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살았지.”
「我從出生開始就一直住在一起啊。」
“역시 치사해!” 「果然就是太卑鄙了!」
…당연한 일 가지고 뭐 하냐, 둘 다.
…這種理所當然的事幹嘛吵架,兩個人。
“짐은 그것뿐이야?” 「行李就只有這些嗎?」
잠깐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캐리어 하나면 너무 적지 않나. 동생 집에 개인용품은 별로 안 보이긴 했다만.
又不是去旅行,只有一個行李箱是不是太少了點。雖然在弟弟家沒看到什麼個人物品。
“당장 입을 옷 정도만 챙겼어. 다른 건 집에도 있고, 필요한 건 사면 되니까.”
「只帶了馬上要穿的衣服而已。其他的家裡也有,需要的話再買就行了。」
하긴 돈 있으니 무슨 걱정이겠냐. 그래도 다른 챙길 물건이 없다는 말은 탐탁찮게 들렸다. 예전 집 떠나서 3년이나 살았으니 이런저런 잡다한 추억거리들이 제법 쌓였을 만하지 않나. 아예 옮긴 건 아니니 해연 쪽 집에 둬도 상관없어서일까.
說到底,有錢又有什麼好擔心的呢。不過聽他說沒什麼其他要帶的東西,總覺得有點不太對勁。畢竟離開老家已經三年了,應該積累了不少各種零零碎碎的回憶吧。難道是因為沒完全搬走,放在海妍那邊的家裡也無所謂嗎?
“먼저 들어가 있어. 방은 계속 쓰던 곳 쓸 거냐?”
「你先進去吧。房間還是用以前那間嗎?」
“응. 그 방이 좋아.”
「嗯,我喜歡那間房間。」
동생 녀석이 방긋방긋 웃고 있다 보니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도 성인이긴 한데 너무 귀엽게 구는 거 아니냐. 어릴 때 생각도 나고.
看到弟弟咧嘴笑,我也不由自主地露出笑容。雖然他已經是成年人了,但這樣可愛的模樣,真讓人想起小時候。
유현이를 올려보낸 뒤 두 유니콘에게도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말 한마디에 알아서 통통 뛰어간다. 그러곤 토라진 듯 불퉁하게 서 있는 예림이에게로 다가갔다.
“예림아.” 「藝琳啊。」
“저 혼자 사는 거 싫어요.”
「我不喜歡一個人住。」
툭 내뱉는 목소리가 조금 풀이 죽었다.
“기숙사 좋긴 한데, 전보다 편하긴 한데, 그래도 좀 쓸쓸해요.”
「雖然宿舍不錯,比以前方便,但還是有點寂寞。」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린애를 혼자 두었구나 싶어졌다. 언제나 활기차게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놀러 다녀서, 아무 문제 없구나 생각해 버렸다. 쓸쓸해할 만한 게 당연한데도.
聽到那句話後,才意識到孩子是獨自一人留下的。她總是活潑地與他人相處,四處遊玩,讓人以為完全沒問題。即使理應感到寂寞,也被忽略了。
“미처 챙겨 주지 못해서 미안해.”
「沒能好好照顧你,真是抱歉。」
“아니에요. 안 맞는 사람들이랑 사는 것보단 훨씬 나아요. 하지만 나도 아저씨랑 같이 살고 싶은데. 안 돼요?”
「不是的。比起和不合適的人一起生活,這樣好多了。但我也想和叔叔一起住,可以嗎?」
“안 될 것까진 없지만 일단 성별이 다르고 나이도 어리고…….”
「雖然不見得完全不行,但畢竟性別不同,年紀也比較小……。」
“아저씨보다 제가 훠얼씬 더 강하니까 상관없어요.”
「我比大叔強多了,所以沒關係。」
“그래도 불편하지 않을까.” 「不過還是會不舒服吧。」
“삼촌네 살 땐 사이 나쁜 사촌 새끼가 둘이나 있었는걸요. 방도 저 혼자 못 썼어요.”
「我在叔叔家住的時候,有兩個關係很差的表兄弟呢。連房間我都不能自己一個人用。」
“불편했겠다.” 「一定很不舒服吧。」
“죽이고 싶었죠.” 「我曾想殺了他。」
예림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藝琳認真地說道。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걸음을 옮겼다.
該怎麼辦呢。猶豫了一下後,便移動了腳步。
“우리 같이 산책 좀 하자.”
「我們一起去散散步吧。」
“너무 심각하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싫으면 거절해도 돼요.”
「你這樣太嚴肅了吧?如果不喜歡大叔,也可以拒絕啊。」
“싫은 건 아니야.” 「並不是討厭。」
다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只是有一件事讓人猶豫不決。
예림이와 함께 옥상정원으로 올라갔다. 가로등이 군데군데 서 있긴 하지만 제법 어둡다. 해가 졌음에도 여름 공기는 아직 후덥지근했다. 그리고 이내.
我和藝琳一起走上了屋頂花園。雖然路燈零星地豎立著,但還是相當昏暗。雖然太陽已經下山,夏天的空氣依然悶熱難耐。接著,便是。
“윽.” 「唔。」
모기가 팔에 달라붙었다. 가로등 근처에는 다른 날벌레들도 우글거린다. 벌레 싫어.
蚊子叮在手臂上。路燈附近還有其他的飛蟲亂竄。討厭蟲子。
“참, 아저씨는 모기가 물죠.”
「對了,大叔是被蚊子叮的喔。」
“보통은 물지. 게다가 독 저항이 인식할 정도가 안 되는지 가려워.”
「通常會咬人。而且毒性抵抗力似乎不夠明顯,會癢。」
자기는 각성 후엔 모기 물린 적 한 번도 없다며 예림이가 차가운 탄식을 약하게 사용했다. 피부가 서늘해지며 하얀 안개가 주위로 퍼져 나간다.
自從覺醒後,他說自己一次也沒被蚊子叮過,예림輕輕地發出一聲冷嘆。皮膚感到一陣涼意,白霧在周圍慢慢散開。
“이러면 모기가 안 올걸요.”
「這樣蚊子就不會來了吧。」
“시원하네.” 「真暢快。」
“그쵸. 에어컨이 따로 필요가 없다니까요.”
「對吧。我說根本不需要另外裝冷氣。」
그때 푸드덕 날갯짓 소리와 함께 블루가 나타났다. 부리를 쫘악 벌리며 인사하는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는 녀석이다 보니 지금은 한창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就在那時,隨著撲棱撲棱的翅膀聲,Blue 出現了。牠嘴巴大大張開,半眯著眼睛打招呼。因為牠是日出而作、日落而息的傢伙,現在正是牠熟睡的時間。
“계속 자지 왜 나왔어.”
「一直睡覺幹嘛出來了。」
- 꺄우. - 噫吁。
“블루야, 오랜만!” 「布魯,好久不見!」
내게 머리를 비비고 예림이에게는 힘껏 들이받은 그리폰이 하품을 쩍 했다. 얼른 들어가 자라며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자 꼬리를 휙 흔들곤 다시 날아간다.
那隻蹭著我頭,卻用力撞向藝琳的格里芬打了個大哈欠。我趕緊摸摸牠的脖子,示意快點進去睡覺,牠便搖了搖尾巴,又飛走了。
“블루 진짜 현아 언니 줄 거예요?”
「布魯,你真的要給現雅姊姊嗎?」
“브레이커에서 이번에 몬스터 새끼 무사히 낙찰 받으면 안 보낼 수도 있고. 현아 씨가 잘 돌봐 주긴 할 것 같지 않냐.”
「這次在《Breaker》如果順利拍下那隻怪物小子,也許就不會送走了。妳不覺得玄雅小姐會好好照顧牠嗎?」
“엄청 아껴 주겠죠. 블루가 냉기 저항 있으면 저랑 같이 던전 돌아도 될 텐데. 현아 언닌 속성 안 타서 부러워요.”
「一定會非常疼愛的吧。如果 Blue 有抗寒能力的話,就可以跟我一起去地城了。羨慕現雅姊姊不受屬性限制。」
“너한테 맞는 기승수도 반드시 구해다 주마. 냉기 저항 있는 몬스터 새끼 얻기만 하면 제일 먼저 키워 줄게.”
「我一定會幫你找來適合你的騎乘獸。只要弄到有抗寒能力的怪物寶寶,我會第一個培育牠。」
“특별대우라고 욕먹는 거 아니에요?”
「這不會被罵成是特別優待嗎?」
“욕 좀 먹으면 어때. 원래 사회는 인맥 빨이야.”
「被罵又怎樣,社會本來就是靠人脈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따라 걸었다. 이번에 공략한 S급 던전 이야기도 나왔다. 보스를 혼자 빠르게 처리한 덕분인지 괜찮은 S급 아이템을 받았다고 했다.
一邊聊著各種話題,一邊沿著路走著。這次攻略的 S 級地城也成了話題。聽說因為他一個人迅速解決了 Boss,得到了不錯的 S 級道具。
“덕분에 남은 빚 다 갚게 됐어요. 그동안 반쯤 갚았었는데, S급 아이템 감정가가 딱 남은 금액만큼 나왔거든요.”
「多虧了你,我終於還清了剩下的債務。之前只還了一半,結果 S 級道具的鑑定價剛好是剩下的金額。」
“경매 들어가면 좀 더 나올걸? 반쯤 갚은 것도 대단하네.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拍賣的話應該會賣得更好吧?還能還一半也很厲害了。我還以為會花更久時間呢。」
“그 큰 두꺼비 나왔던 던전 덕이 컸죠. 그때 마석 제가 다 먹었잖아요. 두꺼비 부산물도 금액 분배했는데 그게 또 엄청 비쌌었죠.”
「那個出現大蟾蜍的地城真是幫了大忙。當時魔石都是我全拿了。蟾蜍的副產品也有分配金額,那個還非常貴呢。」
그 밖의 던전에서도 S급인 덕에 분배 비율이 높다 보니 차곡차곡 잘 모였다면서 활짝 웃는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너무 기특한 거 아니냐. 내가 다 뿌듯해짐과 동시에 가슴 안쪽이 무거워졌다.
在其他地城裡,因為是 S 級,分配比例也高,所以慢慢地累積得很好,他笑得燦爛。才剛上國中,難道不覺得他太了不起了嗎?我心裡既感到驕傲,同時胸口也沉甸甸的。
‘내 새끼 스킬의 키워드 효과…….’
「我孩子技能的關鍵字效果……」
예림이에게는 알고 적용한 건 아니다. 하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유현이는 애초에 내가 양육자였지만 예림이는 다르다. 내게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았고, 그로 인해 호감이 생긴 것이다.
對예림來說,並不是有意識地去了解並應用。但她無法不在意。유현一開始就是我的養育者,但예림卻不同。她從我身上看到了別人的影子,因此產生了好感。
그 사실을 계속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도 이 아이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我無法繼續對這個事實視而不見。最重要的是,我也喜歡這個孩子。
그냥 친분 있는 헌터로 끝낼 것이라면 입 다물고 있어도 괜찮다. 아는 사이 정도로 인사나 하며 지나치는 수준이라면 스킬 효과로 인한 시작이었다 해도 별로 거리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리 도덕적인 인간도 아니니까.
如果只是當作有點交情的獵人,那麼閉嘴也沒關係。只是點頭打個招呼,彼此認識而已,即使是因為技能效果而開始,也不會覺得有什麼不舒服。畢竟我也不是什麼道德高尚的人。
하지만 예림이는 너무 가까워졌다. 그리고 더욱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있었다. 우리 둘 다.
但是禮琳已經靠得太近了。而且我們兩個都想要更靠近彼此。
“예림아. 네게 말해 줘야 할 게 있어.”
「藝琳,有件事我得告訴你。」
스킬 창에는 대상이 키워드 효과를 알게 되면 스킬의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 알게 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일단 내게 양육자를 비춰 보는 효과는 스킬 창에는 없었다. 키워드를 정확히 말해 주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스킬 창에 표시되지 않은 숨겨진 효과를 설명해 주는 것도 금지되어 있는 것일까.
技能視窗上寫著,如果對象知道了關鍵字效果,技能就無法施展。那麼知道的範圍到底有多廣呢?目前為止,技能視窗上並沒有顯示會讓對方看到養育者的效果。不直接說出關鍵字,而是含糊其辭地解釋技能視窗上未顯示的隱藏效果,這樣做是否也被禁止了呢?
‘만약 스킬이 적용 취소된다면.’
「如果技能被取消的話。」
내 새끼 스킬의 성장 버프를 예림이에게 줄 수 없다는 건 큰 손해다. 하지만 내가 인어여왕의 스킬을 뜯어 낸 것처럼 어떻게든 보충해 주면 된다. 그러니까.
我無法將我孩子技能的成長增益給予예림,這是很大的損失。但就像我拆解了人魚女王的技能一樣,總能想辦法補足。也就是說。
“일전에 나를 보면 어릴 때 알고 지내던 아저씨가 생각난다고 말했었지.”
「之前你說看到我會讓你想起小時候認識的那位大叔。」
내 말에 예림이가 크게 당황한 얼굴을 했다.
聽到我這麼說,藝琳露出非常慌張的表情。
“어, 그거 역시 신경 쓰고 계셨어요? 지금은 안 그래요!”
「欸,那個你也很在意嗎?現在已經不會了!」
“안 그래?” 「不是嗎?」
“네! 처음엔 그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났던 건 사실이에요. 아저씨가 제 앞에 나타나 준 것도요, 계속 상상해 왔던 일이었거든요.”
「是的!一開始我確實常常想起那位大叔。大叔出現在我面前這件事,也是我一直以來不斷想像的事情。」
예림이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예림이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예림有些害羞地接著說。
“그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릴 때 일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면 살아 있었고,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었어요. 소공녀처럼요. 부모님 대신 옛날처럼 절 돌봐주겠다면서, 삼촌 집에서 데리고 나가 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살게 되는 꿈같은 거 꿨었는데. 그런데 아저씨가 진짜로 나타나서 각성시켜 줬잖아요.”
「我知道那位大叔已經去世了,但那是我小時候的事。所以我曾經幻想過他或許還活著,會突然出現。就像《小公主》裡那樣。他會代替父母像以前一樣照顧我,帶我離開叔叔家,住進有花園的豪宅,那種夢幻般的情景。但結果大叔真的出現了,還讓我覺醒了。」
상상과는 좀 다르긴 했지만 더 좋았다고 말했다. 돈이며 집이며 인형 같은 게 그냥 주어지는 것보다 자기 힘으로 얻을 수 있게 된 것이 더 만족스럽고 즐겁다고.
雖然和想像中有些不同,但他說這樣更好。比起錢、房子或像洋娃娃一樣的東西被直接給予,能靠自己的力量獲得,讓他感到更滿足、更快樂。
“그래서 비슷하게 느낀 건 사실이지만 이젠 아니에요. 아저씨가 더 좋아요.”
「所以說感覺相似其實是真的,但現在不是了。我比較喜歡大叔。」
또렷하게 나를 마주 보며 말했다. 문득 김성한이 떠올랐다. 예림이 또한 김성한처럼 내게서 양육자를 생각나게 하는 키워드 효과가 사라진 것일까. 그럼에도 여전히 내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면.
她清晰地直視著我說話。忽然間,我想起了金成漢。也許藝琳就像金成漢一樣,對我來說那種讓人聯想到養育者的關鍵字效果已經消失了吧。即便如此,她仍然對我表現出好感的話。
어쩐지 속이 뜨끈해졌다. 조금 망설이다가 공포 저항 스킬을 껐다. 공포 저항을 켜 놓은 채라면 나 혼자 방어벽을 세우고서 쉽게 말해 버리는 셈이니까.
不知怎的,心裡暖暖的。猶豫了一下,便關掉了恐懼抗性技能。因為如果開著恐懼抗性,我就只能自己築起防禦壁,輕易地說出來。
“일단… 고마워.” 「首先……謝謝你。」
“뭐가 고마워요. 아저씨가 저한테 잘해 주니까 좋아진 건데.”
「哪裡感謝啊。是因為大叔對我好,我才變得更好。」
“그래도 고마워. 그리고 예림아, 처음 우리가 가까워진 건… 사실은 내 스킬 효과 덕이 커.”
「不過還是謝謝你。還有,예림啊,我們第一次變得親近……其實很大程度上是因為我的技能效果。」
“…네?” 「……什麼?」
예림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입안이 약간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藝琳睜大了雙眼,嘴裡感到微微乾燥。
“일종의… 상대방에게 호감 같은 걸 느끼게 하는 스킬 효과가 있었어. 스킬 창에는 안 나온 탓에 나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네가 나를 어릴 때 돌봐 준 아저씨처럼 느낀 게 바로 그 스킬 때문이야.”
「這是一種……讓對方產生好感之類感覺的技能效果。因為技能欄裡沒有顯示,所以我一開始也不知道,但你覺得我像小時候照顧你的大叔,正是因為那個技能的關係。」
말을 하면서 스킬 창을 확인해 보았다. 박예림, 그 세 글자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행히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키워드 적용이 취소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說話的同時,我確認了技能欄。朴藝琳,那三個字並沒有消失,依然留在那裡。幸好這種說明方式並不會取消關鍵字的應用。
한숨을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吞了口氣,再次開口。
“미안하다. 널 속인 거나 다름없지만 난…….”
「對不起。雖然這幾乎等同於欺騙你,但我……」
“잠깐만요.” 「等一下。」
예림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예림以困惑的表情舉起一隻手。
“그럼, 어, 아저씨가 저한테 잘해 준 것도… 스킬… 때문이에요?”
「那麼,呃,叔叔對我好也是……因為技能……嗎?」
“응? 아니, 스킬은 너한테 적용된 거니까.”
「嗯? 不,技能是套用在你身上的。」
“…진짜죠?” 「……真的嗎?」
“진짜야.” 「真的。」
“다행이다.” 「真是太好了。」
예림이의 얼굴에 잠시 드리워졌던 불안한 기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활짝 웃으면서 내 팔을 아프지 않게 툭 친다.
예림臉上短暫浮現的不安神色瞬間消失了。她燦爛地笑著,輕輕地拍了拍我的手臂,沒有讓我感到疼痛。
“전 또 아저씨가 스킬 때문에 친절한 건 줄 알고 놀랐잖아요. 스킬 아니었음 저 안 좋아하는 줄 알고.”
「我還以為叔叔因為技能才會這麼親切,嚇了一跳呢。如果不是技能,我還以為你不喜歡我呢。」
“그럴 리가 없잖아. 그리고 스킬에 지속시간이 있어서 지금은 너한테도 효과 사라졌어. 좀 전에 더는 나를 어릴 때 알던 그 아저씨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스킬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야.”
「怎麼可能呢。而且技能有持續時間,現在對你也沒效果了。剛剛你不是說不再把我當成小時候認識的那個叔叔了嗎?那是因為技能效果消失了。」
“진짜요? 그럼 저도 양심의 가책 같은 거 느낄 필요 없겠네요?”
「真的嗎?那我也不用感到什麼良心不安了吧?」
그동안 찝찝했었는데 속 시원해졌다며 기지개까지 쭉 켠다. 기분 좋다고, 날아갈 것 같다더니 정말로 공중에 살짝 떠올랐다. 나와 눈높이를 맞춘 예림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這段時間一直覺得不舒服,現在終於暢快了,還伸了個大懶腰。她說心情很好,感覺快要飛起來了,果然真的輕輕地飄到了空中。與我平視的예림露出了燦爛的笑容。
“아저씨 정말 쓸데없는 걱정 하고 있었구나.”
「大叔你真的是在白擔心呢。」
“…쓸데없는 걱정이라니.” 「……真是多餘的擔心。」
“그렇잖아요.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 이것저것 다 퍼주고, 나 너 좋아해, 귀여워해 티 팍팍 내놓고선 사실은 스킬로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든 거였어, 라니. 솔직히 그 반대여야 맞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날 홀린 게 아니라 내가 아저씰 홀린 거 같았다고요.”
「不是嗎?突然冒出來,什麼都給我,然後又明明白白地說喜歡我、覺得我可愛,結果其實是用技能讓我喜歡上你的。說實話,應該是相反才對吧?不是大叔迷住我,而是我迷住了大叔。」
…그 정도였나. 잘 모르겠다.
…大概是那樣吧。不太清楚。
“예림이 네가 먼저 날 좋아해 주니까 그런 거지. 그게 스킬 효과 때문이었고.”
「是因為你先喜歡我,예림。那是技能效果的關係。」
“비싼 밥 사 주고, 각성하게 해 주고, 계약이며 이것저것 도와준 사람을 안 좋아할 정도로 양심 없지 않아요, 저.”
「我可不是那種連請你吃昂貴的飯、幫你覺醒、還有合約什麼的都幫忙了,卻不喜歡你、沒良心的人。」
“그래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정신계 작용 하는 스킬을 쓴 것부터가 문제야. 가볍게 넘어가면 안 돼. 예림이 네가 잘 몰라서 심각성을…….”
「不過這件事還是應該更嚴肅地思考。從使用能撼動人心的精神系技能開始,就是問題所在。不能輕描淡寫地帶過。也許是因為你不太了解,才沒意識到嚴重性……」
“또 이러신다.” 「又來這一套了。」
예림이가 내 말을 끊으며 내 손을 잡고 악수하듯 흔들었다.
藝琳打斷我的話,握住我的手像握手一樣搖了搖。
“그냥 미안했다, 하고 끝내요. 그리고 블루 살았던 복층 저 주시면 돼요.”
「就說聲抱歉,然後結束吧。然後那個藍色住過的複層給我就行了。」
“복층? 거기 넓긴 한데 한쪽이 벽 대신 난간으로 트여 있어서 네 방으로 쓰긴 불편할 텐데.”
「複層?那裡雖然寬敞,但一邊不是牆而是欄杆,拿來當你的房間應該會不太方便吧。」
“커튼 달면 되죠. 예전부터 복층에서 살고 싶었어요! 가짜지만 창문도 나 있잖아요. 열 수 있으면 진짜 완벽했을 건데. 저는 짐 많아서 다 옮기는 건 힘들고, 기숙사랑 아저씨 집이랑 둘 다 쓰려고요. 길드장님처럼요.”
「裝上窗簾就好了。我從以前就想住在夾層裡!雖然是假的,但也有窗戶嘛。如果能打開就真的是完美了。我東西很多,全部搬過去很辛苦,所以打算兩邊都用,宿舍和大叔家裡都要用。就像公會長一樣。」
그래도 되죠,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聽到「這樣可以嗎?」的話,他點了點頭。
“그럼 이제 얼굴 펴세요. 그만 미안해하고 대신 저까지 들어오는 거 틀림없이 싫어할 한유현 퇴치하는 걸 도와주세요!”
「那麼現在請抬起臉來。別再道歉了,幫我一起對付那個肯定討厭我也進來的韓有賢吧!」
“그렇게 싫어하진 않을 거 같은데.”
「我覺得他不會那麼討厭的。」
“말 듣자마자 인상 확 찌푸릴 모습 눈에 선하거든요. 지금도 아저씨 늦게 들어온다고 언짢아하고 있을걸요.”
「一聽到這話,皺眉頭的模樣就浮現在眼前。現在大叔應該還在因為你晚回家而不高興吧。」
그러니 얼른 들어가자며 앞장서는 뒷모습을 조금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마무리 지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於是我有些發呆地望著他領先走進去的背影。雖然心中仍有「就這樣結束可以嗎」的念頭,但心情確實輕鬆了許多。
우리 예림이가 너무 착해서, 너무 쉽게 용서를 해 주네. 그때 예림이가 나를 홱 돌아보았다.
我們的예림真是太善良了,太容易原諒人了。那時예림猛地轉過頭看著我。
“또 그렇게 보신다. 그러면서 뭘 계속 미안해해요.”
「又是那樣看著我。然後一直說對不起幹嘛。」
“응?” 「嗯?」
“빨리 와요. 어서요.” 「快點來,快點。」
팔랑팔랑 흔드는 손짓을 따라 발을 내디뎠다. 시원한 안개가 주위를 맴도는 탓인가, 팔에 매달리는 온기가 유독 기껍게 느껴졌다.
跟著那揮舞著的手勢邁步而出。或許是因為涼爽的霧氣在周圍繚繞,纏繞在手臂上的溫暖格外令人心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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