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학창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나?
[ESPN] 学生时代你是什么类型的球员呢?

[한유진] 크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잘 뛰는 선수, 그라운드에서 부지런한 선수가 되고 싶어 정말 쉬지 않고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정말 좋은 선배를 만났다. 지금까지도 쭉 한 팀에서 뛰고 있는 주승민 선수다. 제가 웃음에 좀 인색한 편인데 주승민 선수 때문에 많이 웃는다. 특히 경기 전에는 항상 저를 웃겨 주신다. 개그 감각이 정말 남다른 선수다.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달릴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선배다.
[韩宥真] 我觉得自己不算特别有天赋的选手。只是,我一直希望自己能成为一个能跑、在球场上足够勤奋的球员,所以真的不停地奔跑。而且从初中开始,我就遇到了一位非常好的前辈。就是现在也一直在同一支球队效力的朱承珉选手。我这人平时不太爱笑,但是和朱承珉选手在一起的时候总是笑个不停。特别是比赛前,他总要想办法逗我笑。他的搞笑天赋真的是独一无二。多亏了他,我才能不知疲倦地奔跑。真的是一位非常感谢的前辈。

[ESPN] 요즘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는 본인의 영상 ‘귀여운 애 빼고 잘생긴 애 넣기’는 보았는가?
[ESPN] 最近在网上爆火的你的视频 “把可爱的小家伙换下,换上帅气的小伙子”,你看了吗?

[한유진] 봤다. 조회수가 120만이 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제목 때문에 주승민 선수와 한참을 웃었다. 귀여운 애가 저였고 잘생긴 애가 주승민 선수였기 때문이다. 워낙 오랫동안 함께 뛴 선배라 둘만의 신호가 있다. 그 싸인이 교체 타임 중 무의식에 습관적으로 나온 거였는데 팬분들이 귀엽게 봐주신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
[韩宥真] 我看到了。看到点击量超过 120 万的时候吓了一跳。而且因为那个标题,我和朱承珉选手笑了好久。因为“可爱的小家伙”说的是我,“帅气的小伙子”说的是朱承珉选手。我们毕竟一起踢了那么久的球,有些只有我们俩才懂的信号。那个手势其实只是换人时无意识的习惯动作,没想到粉丝们觉得很可爱。真的非常感谢大家。

[ESPN] 5년간 트로피 소식이 없었던 팀을 왕좌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한지영 선수의 반응은 어땠는가?
[ESPN] 他将一支五年未尝胜果的队伍送上了王座。 韩智英选手的反应如何?

[한유진]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저희 동 층수가 36층, 총 72세대다. 1층부터 36층까지 저를 직.접. 데리고 다니며 우승 떡을 돌렸다. 동네잔치를 해야한다면서... 관리 사무실에 찾아가 아파트 정문에 걸어 놓을 현수막까지 주문한다는 걸 겨우 말렸다. 정말 기쁘고 정말정말 힘들었다. 
[韩宥真] 我现在住的公寓,我们这栋楼有 36 层,总共 72 户。我从 1 楼到 36 楼,一户一户*亲自*带着,挨家挨户送“夺冠喜饼”。还说要搞个小区庆祝活动…我好不容易才拦住他去物业订做挂在小区大门口的横幅。真的是又高兴又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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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비티아즈 1.  马里亚纳·维季亚兹 1 号。


소식은 대개 불시에 날아왔다. 특히 내내 기다렸던 소식일수록 잠깐 한눈팔 때 머리통을 딱 치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몇 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믿을지 말지, 내가 과연 이 소식을 바랐나, 내 기대는 충족이 되었나 속내를 떠올려 봐야 하기 때문에. 
消息这玩意儿,总是来得猝不及防。尤其是那些盼星星盼月亮的消息,往往在你稍微走神的时候,像一记闷棍敲在你的脑袋上。所以,你得花上好几秒钟才能判断这到底是好消息还是坏消息。你得想想自己到底该不该相信,这消息是不是你真心想要的,有没有达到你的预期。


“아들! 누나 드디어 이적한다.”  “儿子!姐姐我终于要转会了!”

“아 깜짝이야. 뭐라고?”  “我去,吓我一跳。你说啥?”

“나 이적한다고.”  “我说我要转会了。”

“이적? 왜? 얼마 전에 재계약한 거 아니었어?”
“转会? 为什么啊? 前阵子不是刚续约了吗?”

“회사 말고 호적.”  “别跟我扯什么公司,我要的是户口本。”

“...대체 무슨 말인데 그게.”  “……你、你这话到底是什么意思?”

“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둔해. 야. 누나 시집간다고. 이제 너랑 택배 주소 같이 못쓴다고.”
“这家伙今天怎么这么不开窍啊。喂!跟你说,姐姐要嫁人啦!以后没法跟你共用一个收货地址了。”


작년 겨울 한지영 씨가 대뜸 내 방문을 열고 묵직한 명품 쇼핑백을 안겨주면서 전해 온 소식도 그랬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치찌개에 소주잔 적시면서 너는 솔로에 나가볼까 고민하던 사람이었는데... 적잖게 당황했던 나는 일단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게 지금 쾌보인지 비보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나의 축하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누나를 향해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여 주었다. 축하해. 잘했어. 성공했네 우리 누나. 너는 솔로 안 나가도 되겠네. 이건 분명 좋은 소식이었으니까. 
去年冬天,韩智英(音)怒气冲冲地闯进我的房间,塞给我一个沉甸甸的名牌购物袋,带来的消息就是这样。明明上个月还跟我一起就着泡菜汤喝烧酒,苦恼着要不要去参加恋爱综艺《单身即地狱》呢… 我当时有点懵,先从床上爬了起来。这到底是喜讯还是噩耗?我犹豫了一下,但看到姐姐期待我祝福的眼神,还是用力地点了点头。“恭喜你,做得好,我的姐姐真棒!不用去《单身即地狱》了。” 这肯定是好消息。

한지영 씨란, 우리 엄마의 외동딸로 나와는 7살 터울이다. 누나가 계획 없이 일찍 태어난 건지 내가 눈치 없이 늦게 태어난 건지 알 순 없지만 운동하는 누나, 정확히는 빙상계 소속 메달리스트 7살 위 누나 덕에 나는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았다. 매일 엉덩이와 볼따구를 혹사당하며 혹독한 애정 공세를 겪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좀 귀찮긴 해도 누나가 없는 삶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韩智英女士,是我妈唯一的女儿,比我大七岁。我也不知道是我姐没计划好提前出生,还是我太没眼力见儿地晚出生了,反正多亏了我这搞运动的姐姐,准确地说,是冰上运动界拿奖牌的姐姐,我早早就看透了这世道。每天屁股蛋子和脸蛋子都遭罪,被她狠狠地“疼爱”。虽然是有点烦人吧,但我还真没想过没有她的日子。

매형이 될 사람은 형제가 셋인데 전부 사자 돌림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형 직업은 뭔데? 설마 누나 사고 칠 때마다 머리 쥐어뜯으시던 그 변호사? 하고 물으니, 한지영은 놉. '집사' 라고 대답하곤 푸하학 웃었다. 정말 안 웃겼는데. 결혼이 사람을 미쳐 돌게 만든 건가. 별 시답잖은 농담에도 배를 잡고 웃었다. 화장실에서도 혼자 깔깔거렸다.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웃었다. 난 우리 누나가 전신에 추리닝 타투를 새긴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未来的姐夫有三个兄弟,听说名字里都有个“狮”字。所以我就问:“姐夫是做什么的?别是上次我姐闯祸的时候,急得直挠头的那个律师吧?” 结果韩智英来了句:“No!是‘管家’!”说完就“噗哈哈”地笑了出来。我真觉得一点都不好笑。难道结婚真的能把人逼疯吗?就这种无聊的玩笑,她都能笑得肚子疼。上厕所的时候也一个人傻乐。真的是随时随地都在笑。我还以为我姐全身都纹满了秋衣秋裤的花纹呢,看来也没那么夸张。


“뭐, 뭐야. 복장이 왜 이래.”
“你...你这是什么打扮啊?”

“어때? 어울려?”   “怎么样?好看吗?”


음... 아주 솔직하게  嗯… 非常老实地说…


“어울려. 예쁘다 누나. 첨 알았어. 2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진짜 몰랐어.”
“很配啊。姐姐真漂亮。我第一次发现。一起生活了 20 多年,真的没发现。”


나도 모르게 줄줄 새어 나오는 진심 어린 사족에 누나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내 뒤통수를 한 대 빡 갈기더니 양 볼을 벅벅 쓰다듬었다.
不知道怎么回事,我这真情实感的话就跟漏水似的往外冒,我姐眼眶都红了,上来就给我后脑勺一下子,然后捧着我的脸一顿揉搓。


“한유진. 우리 애기. 우리 아들. 누나 없어도 삥 뜯기지 말고. 차 조심, 사람 조심, 남자는 특히 조심. 누나 이적해도 자주 올게. 알겠지?”
“韩宥真。我的宝贝。我的儿子。没了我罩着,别被人给欺负了。注意安全,小心人,尤其是男人!我转会了也会常来看你的,知道了吗?”


뭔지 모르게 마음이 이상했다. 딸 시집보내는 게 이런 기분일까? 날 숨 막히도록 꽉 안아 주길래 팔을 둘러 등을 다독여 줬더니 한지영은 코맹맹이 목소리로 말했다.
说不清为什么,心里头怪怪的。这感觉,难道就是嫁女儿的心情? 她紧紧地抱住我,勒得我喘不过气,我只好抬手轻轻拍着她的背,就听韩智英带着浓浓的鼻音,瓮声瓮气地说。

야. 근데 결혼식에 알지? 니네 선후배들 싹 다 데리고 와. 한 놈도 빠짐없이 와서 밥 먹고 가라고 해. 사진까지 꼭 찍고 가라고 해. 마치 협박처럼 내 옷에 콧물을 닦으며 신신당부했다.
喂,婚礼的时候,知道吧?把你那些前后辈们,一个不落地全都给我带来。必须都来吃顿饭再走,拍完照再走。他就像威胁一样,往我衣服上蹭着鼻涕,再三叮嘱。

 

결혼식은 규모가 꽤 컸다. 아는 선수들 모르는 감독님들, 마치 협회 공식 행사 같았다. 애기 넌 친구들 챙겨. 축협 화환 앞에 서서 인사 예쁘게 하고. 날 접수석에 앉히지도 않았다. 나는 그날 느꼈다. 결혼식이라는 거, 절대 두 번은 못 하겠다고. 아 결혼식은 두 번 하면 안 되는 건가? 안될 건 없겠지만... 누나의 명령대로 화환 앞에 공손히 손 모으고 서서 안면 근육이 얼얼해질 정도로 미소 날리면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또 인사하고 악수하고... 네네. 제가 바로 그 한지영 선수의 자식 같은 동생, 한지영 씨가 업어 키운 한유진이에요. 인사했다. 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 
婚礼的排场真不小,认识的选手、不认识的教练,简直像协会官方活动一样。 “小家伙,你去招呼你的朋友们。记得站在足协送的花篮前,乖乖地打招呼。” 姐姐根本没让我去签到处帮忙。那天我真切地感受到,结婚这种事,绝对不能有第二次! 啊,难道结婚本来就不该有第二次吗?倒也不是不行,只是… 按照姐姐的命令,我恭恭敬敬地站在花篮前,双手合十,笑得脸都僵了,不停地鞠躬、握手、再鞠躬、再握手…… “是是,我就是韩智英选手那个像孩子一样的弟弟,是被韩智英一手拉扯大的韩宥真。” 我机械地打着招呼,感觉魂都要飞了。

그때였다. 호텔 로비 통창으로 빛이 쏟아졌다. 우리 한지영 선수 3월의 웨딩마치 신부인데 날씨도 누나 편이네. 울 누나가 좀 우악스럽긴 해도 따뜻한 사람이니까 매형 힘내요. 속으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더니 훤칠한 남자 네 명이 입구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특히 머리가 노란 남자는 이목구비가 끝내주게 화려했다.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서 걷는 모습이 꼭 미드 장르물 주인공의 등장 씬 같았다. 남자들은 손에 봉투 하나씩을 들고서 신랑 측 접수대로 걸어갔다. 매형의 지인들인 건가?
就在那时。阳光透过酒店大堂的落地窗倾泻而下。我们家韩智英选手三月就要步入婚姻殿堂,连老天爷都站在我姐这边,这天气真给面儿。虽然我姐那人糙了点儿,但心是热的,姐夫你可要加油啊。我心里默默地为他们俩打气,突然间,视野豁然开朗,四个身材高挑的男人走进了大厅。特别是那个染着黄头发的男人,五官精致得简直不像话,那长相,绝了。沐浴在阳光下,脊梁挺得笔直,走起路来就像是美剧主角登场一样,气场全开。男人们手里都拿着一个红包,径直走向了新郎那边的签到处。是姐夫的朋友们吗?

그래서 결국 우리 매형 직업이 뭐냐하면, 의사. 재작년 판교에 4층짜리 바른척추병원을 개원한 의사였다. 물론 본업이 집사가 맞긴 했다. 실제로 유리와 구루라는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다 못해 떠받들며 살고 있었으니까. 근데 척추 전문 병원 의사 지인들이라서 다들 저렇게 자세가 꼿꼿한 걸까? 체육인들로 들끓는 하객들 사이에서 유독 이목을 끄는 무리였다. 금발의 남자 외에도 눈에 자꾸 걸려드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남자의 차림새 때문이었다. 슈트 풀 장착에 구두 또각이는 남자들 사이에서 하객룩치고는 캐주얼해 보이는 옥스퍼드 셔츠를 입은 모습이 뭔가 되게... 수직관계없는 스타트업의 젊은 CEO 같다고 해야 하나.
所以,我姐夫的职业到底是什么呢,医生。前年,在板桥开了家四层楼高的“正直脊椎医院”的医生。当然,他的本职工作确实是管家没错。毕竟他伺候着两只名叫玻璃和咕噜的猫咪,简直是捧在手心里一样。难道是因为都是脊椎专科医院的医生朋友,所以才都这么腰板挺直吗?在体育生扎堆的来宾里,这群人特别引人注目。除了那个金发男人,还有一个人也总是吸引我的视线,是因为他的穿着。在一群西装革履,皮鞋锃亮的男人堆里,他穿着一件相对休闲的牛津衬衫,感觉有点像…应该说像那种没有上下级关系的新兴创业公司的年轻 CEO 吧。

남자들은 축의금을 전달하고 매형 쪽으로 걸어갔다. 궁전같이 생긴 호텔 로비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근사한 남자 네 명. 그들에게 모여드는 시선들과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배경음악까지. 나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별안간 풉 웃음이 나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男人们交了礼金,朝我姐夫那边走去。四个英俊的男人,大步走在像宫殿一样的酒店大堂里。吸引着所有人的目光,还有那缓缓流淌的古典背景音乐。我看着眼前这一幕,突然忍不住“噗”地一声笑了出来,赶紧低下头。


“헤이, 리키.”  “嘿,Ricky。”


정말 한 편의 미드구나. 어떻게 이름까지 '리키'
真是像在看美剧一样。连名字都叫“Ricky”。


“형. Congratulations, 지인짜 축하드려요. 기분이 째져요?”
“哥,Congratulations,真心地恭喜你!是不是乐开了花儿?”

“어 그래. 째진다. 넌 근데 대체 그거 언제까지 할 거니?”
“哦,是吗。真疼啊。我说,你到底打算做到什么时候才罢休啊?”

“그러니까요. 형 저도 왔어요.”  “是啊,哥,我也来了。”

“....어어? 이게 누구야? 진짜 왔어? 어떻게 왔어?”
“……呃呃?这是谁啊?真来了?怎么来的?”

“비행기 타고요.”  “坐飞机来的。” (语气轻快,像在闲聊)


뭐야. 농담한건가 방금. 둘 다 생긴 건 멀쩡해서 왜 저래. 한바탕 웃음소리가 지나가더니 비행기 타고 온 남자가 말을 이었다.
什么鬼?刚刚是在开玩笑吗?这两个人看起来人模人样的,怎么这么不正经啊!一阵哄笑之后,那个坐飞机来的哥们儿接话了。


“당연히 와야죠. 형 결혼식인데.”  “当然要来啊,哥结婚嘛!”


내리깔고 있던 시선이 언제 저쪽으로 돌아간 건지 나는 이미 넋을 놓고 매형 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 나와 눈이 마주쳐 버린 매형이 갑자기 지인들을 내 쪽으로 안내했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눈만 끔뻑였다.
不知道什么时候,我原本低垂的视线已经转到姐夫那边,看得入了神。姐夫突然和我对上了眼,然后就招呼着他的朋友们朝我走来。我一脸懵逼,不知道发生了什么,只是眨巴着眼睛。


“여기 우리 처남. 알지? 한유진 선수.”
“这位是咱们的小舅子。认识吧?韩宥辰选手。”


매형의 지인들이 매형과 함께 내 쪽으로 가깝게 다가왔다. 나보다 키가 두세 뼘은 더 큰 남자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姐夫的朋友们跟随着姐夫,慢慢向我这边靠拢。几个比我高出两三个头的壮汉。我慢慢抬起头,挨个确认他们的脸。

아......  啊……


“유진? 유튭에 그 귀여운 축구죠? 진짜 실물이 훨씬 더 잘생기고 귀여우네요.”
“유진?是 YouTube 上那个踢足球的小可爱吧?哇,真人比视频里帅气可爱多了!”

“네.... 감사합니다.”  “嗯…...谢谢。”


금발의 쌔삥 챌린지남이 먼저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을 걸었다.
一个染着金毛,看起来刚做完“挑战”的潮男,先跟我握了握手,然后跟我搭讪。


“저도 한유진 선수 팬이에요. 왕중왕전 경기 진짜 잘 봤어요. 유튜브 영상도요. 진짜 너무 귀여우셔서 그 영상 몇 번을 봤는지 몰라요.”
“我也是韩宥辰选手的粉丝!王者之战那场比赛我看了,踢得真棒!还有 YouTube 上的视频,简直太可爱了,我反反复复看了好几遍!”

“저희 사실 한지영 선수님, 아니 형수님이랑 한유진 선수 보러 온 거잖아요.”
“我们其实是来看韩智英选手,哦不,嫂子和韩宥辰选手的,哈哈。”


한 남자가 내 귀에 속닥이는 시늉을 하며 농담을 던지자 매형이 그 남자의 팔뚝을 툭 치며 웃었다. 다들 꽤 가까운 사이인 듯 보였다.
一个男的假装在我耳边小声开玩笑,我那哥们儿姐夫就笑着拍了那男的胳膊一下。看来他们关系挺铁的。


“이따 싸인 부탁드려도 돼요?”  “待会儿能要个签名不?”


민망함에 머뭇거리는 날 대신해 매형이 답을 이어주었다.
我因为不好意思在那儿扭捏,姐夫就替我接话了。


“얌마. 우리 처남 슈퍼스타라 바빠.”
“我说你小子,我小舅子可是超级大明星,忙得很!”


아 그런가? 그럼 이따 사진이라도... 몇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긴 했는데 정확히 알아듣진 못했다. 사실은 좀 멍했다. 아무래도 이런 초대형 가족 행사가 처음인지라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고 뭘 이렇게 긴장을 한 건지 말문이 계속 막혔다. 목구멍이 따갑고 눈은 시큰거리고 속도 울렁거렸다. 
啊,这样啊?那要不待会儿合个影啥的…...后面又说了几句,但我都没太听清。其实我有点懵。毕竟是第一次参加这种超大型家庭聚会,我已经半条命都没了,也不知道自己在紧张个啥,话都说不出来。嗓子火辣辣的疼,眼睛酸涩,胃里也一阵阵翻腾。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핑계를 대고 몸을 돌리는데 무리중 가장 뒤에 서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네이비색 옥스퍼드 셔츠. 올려 넘기지 않고 수수하게 내려 빗은 검은 머리. 입가에 붙어있는 적당한 미소. 결혼식 특유의 번잡하면서도 뭉클한 어떤 분위기. 정오의 햇빛. 실내 가득한 꽃. 그 꽃 옆에서 뒷짐 진 채로 매형이 아닌 나를 보고 있는 남자. 정확히는 날 관찰하는 듯한 눈빛. 그러면서도 내게 한 마디도 걸지 않은 남자.
我先去趟洗手间。为了离开找了个借口,刚转过身,就和一个站在人群最后面的男人对上了眼。一件泛着淡淡光泽的藏青色牛津纺衬衫,没有刻意往后梳,只是随意地垂着,乌黑的头发。嘴角挂着恰到好处的微笑。婚礼上特有的那种热闹又带着一丝感动的氛围,正午的阳光,还有室内摆满的鲜花。而他,就站在鲜花旁,背着手,看着的不是新郎,而是我。更准确地说,他的眼神像是在观察我。但同时,他又一句话都没跟我说。




* * *


ㅡ 아 한유진 선수 또 앵겨가나요? 이번에는 아예 들쳐 안겨서 가는 것 같은데요.
哎呦,韩宥真选手又黏上去了?这次干脆直接给人抱起来走了,这可真是……

ㅡ 누구죠? 어떤 새끼죠? 어떤 새끼가 우리 한유진 선수를 또...!
—— 谁啊?哪个狗东西?哪个狗东西又对我们韩宥真选手……!

ㅡ 주승민 선수네요. 저 선수 영동 코흘리개 시절부터 한유진 선수랑 한 팀에서 저러고 다니기로 유명한 선수죠. 게다가 주장이에요.
哟,这不是周胜民选手嘛。这小子从在永东当鼻涕娃的时候起,就跟韩宥辰选手在一个队里,成天腻在一起,早就出名了。而且他还是队长呢。

ㅡ 예. 주장은 주장인데요, 저거 아주 미친놈이에요. 연습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웃통을 까요. 복근 세리머니를 해요. 지가 올리비에야 뭐야 아주 퇴장감이죠. 그리고는 꼭 한유진 선수를 끌어안아요. 변태 새끼예요.
—— 哎呦,话是这么说没错,可那家伙真是个疯子。每次练习赛进个球就掀衣服,秀他那八块腹肌,搞得自己跟奥利维埃似的,早该被罚下去了!而且完了还非得搂我们柳镇选手,简直就是个变态!

ㅡ 아아, 마침 변태 새끼와 선수들이 벤치로 오고 있네요. 한유진 선수 놓으라고 발악을 해보는데요, 아이쿠머니나...! 또 붙잡혔어요. 어어, 아니네요. 한유진 선수 결국 핍살기로 주승민 선수를 밀어내는 데 성공하네요. 이야, 역시 힘 좋아요. 멋져요. 아주 앙칼져요. 그래서 전 오늘도 한유진 선수의 엉덩이를 토닥여 줄 수밖에 없어요.
哎呀,正好那个变态和队员们正往板凳席走来呢。他还在死命挣扎,想放开韩宥真选手,哎呦喂……!又被抓住了。哦哦,不对。韩宥真选手最终还是用一招“杀手肘”成功地推开了朱胜民选手。哇,果然力气很大啊。真帅气。真是个小辣椒。所以今天我也只能继续拍拍韩宥真选手的屁股了。

 

“유진이 참 잘했어요. 좀 더 줘 패지 그랬어요.”
“我们宥真做得真棒!就该再狠狠揍他一顿。”

“아 쫌 형.”  “哎哟,哥,差不多得了。”

“옴마? 우리 강아지. 화났어? 왜케 예민해?”
“哎呦?我们小狗狗这是,生气啦?怎么这么敏感啊?”

“내가 왜 형네 강아지예요. 선배도 이제 그만좀요. 더워요.”
“我为什么是哥你的小狗狗啊。前辈你也饶了我吧。好热啊。”


덥다. 한바탕 뛰었더니 몸도 뜨겁고 숨도 더웠다. 유난히 더운 3월이었다. 스텝들이 양손 가득 들고 있는 토레타를 얻어 마시기 위해 벤치로 우르르 몰려드는 선수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곳은 마치 천진한 동물들의 야생 같았다.
真热啊。刚跑了一圈,浑身发烫,气儿也喘不上来。今年三月真是格外地热。队员们为了能分到一瓶托雷塔,乌泱泱地涌向长椅,每个人手里都拎满了东西。我总是觉得,这地方就像一群天真烂漫的动物聚集在一起的野生乐园。


“베이비는 요구르트 맛?”  “宝贝是酸奶味儿的?”


나는 내밀어진 하늘색 뚜껑의 병을 절레절레 마다하고 멀리 손을 뻗어 생수나 들이켰다. 그게 또 귀엽다고 동기 놈들 선배 형들 우르르깍꿍. 귀가 멀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귀염 당하는 순간을 일일이 쳐내는 것도 에너지 소모라서 나는 더 이상 피하기를 포기하고 승민형에게 백허그를 당한 채로 겨우 땀을 식히고 있었다.
我赶紧摆手拒绝那递过来的天蓝色瓶盖的饮料,伸手够了瓶矿泉水猛灌几口。结果他们又觉得我这样很可爱,那群同期、前辈们一拥而上,简直要 deafening 了,耳朵嗡嗡的。不过,要是一一回绝这种“可爱攻势”也挺耗精力,我干脆放弃抵抗,被昇旻哥从后面来了个熊抱,这才稍微缓过来,让汗水降降温。


“유진아 무릎은. 좀 어때.”  “宥真啊,膝盖怎么样了,好点没?”

“오늘 좀 신경 쓰여요.”  “今天总觉得有点心神不宁的。”

“걱정이네. 곧 경기인데.”  “有点儿悬啊,比赛马上就开始了。”


나의 현재 소속은 Y대 2학년. 국대 발탁은 아직이다. 블루힐 주니어에서 골든 에이지, 영동 진학을 거쳐 여기까지 이뤘지만, 무릎 부상에 슬럼프까지 국대가 묘하게 잘 안 풀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슬슬 위기감이 들 때쯤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작년이었다. 이후로 평가 점수는 수직 상승. 올해는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기대해 볼 만하다는 감독님의 조언이 있었다. 게다가 K대와의 친선경기 이후로는 팬클럽까지 생겨버리는 바람에 모든 경기마다 날 응원하러 와주는 팬도 있었다.
我现在是 Y 大二年级的学生,还没入选国家队。我一路从蓝山少年队到黄金时代,再到岭东高中,走到今天这一步,中间经历了膝盖受伤和低潮期,总是和国家队差那么一口气。不过幸运的是,在我开始感到危机的时候,去年拿下了 U 联赛总决赛的冠军。从那之后,我的评价一路飙升。教练说,今年只要好好管理状态,很有希望入选。而且,自从和 K 大打完友谊赛后,竟然还成立了粉丝俱乐部,每场比赛都有粉丝来为我加油。

3월. 올해 U리그 개막을 앞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무릎이 또 속을 썩였다. 고약한 놈. 당장 다음 주가 개막인데. 꾸준히 물리 치료를 병행하는데도 한바탕 뛰고 나면 종아리까지 얼얼해지는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됐다. 코치님 감독님 트레이너 선배들까지 모두가 내 무릎을 걱정했다. 주니어 시절 과격하게 굴렀던 흙바닥 축구가 남긴 잔재인 걸까. 그땐 몰랐지. 그저 뛰는 게 좋아서 마음껏 뛴 건데 이게 이제 와서 이렇게 속 썩일 줄. 근육의 부피를 좀 더 키우고 비율을 옮겨야 한다는 코칭이 있긴 했는데 살을 찌우는 행위의 피로도가 너무 높았다. 살이 절대 안 쪘다. 몸집도 더 커지지 않았다. 
三月。这是今年 U 联赛开幕前极其关键的时期。可偏偏在这个节骨眼上,膝盖这老毛病又犯了,真他妈的烦人。下周就要开赛了啊!我一直坚持做理疗,但每次剧烈运动后,那种麻木的疼痛感还是会持续 30 分钟以上,甚至蔓延到小腿。教练、领队、理疗师,还有前辈们,每个人都替我的膝盖操碎了心。 难道是青少年时期在泥地上踢球太猛,落下的病根?那时候哪懂这些啊。就只知道撒欢儿地跑,谁能想到现在会变成这样折磨人。教练倒是建议我增加肌肉体积,调整肌肉比例,但增肥的痛苦程度实在太高了。怎么吃都不长肉,体格也没变壮实。哎!

그렇다고 내 체격이 문제인 건 아니었다. 나는 내 발에 까이는 축구공보다도 작은 머리통을 가진, 왜소한 체구의 선수였지만 그만큼 빨랐다. 요리조리 잘도 날아다녔다. 때문에 수식어는 축구요정. 팬클럽 모임명도 블루페어리. 요정단.
倒也不是我这身板儿的问题。虽然我个头不高,脑袋小得跟脚底下那足球似的,但速度快啊!那叫一个灵活,嗖嗖地满场飞。所以外号是“足球小精灵”,粉丝俱乐部也叫“蓝色妖精”,妖精团什么的。

별명이 맘에 들긴 했다. 요정이라니. 귀엽잖아. 귀염받는 일이 좀 버겁긴 해도 귀여운 건 좋은 거다. 그리고 우리 한지영씨가 내 귀에 피가 나도록 주입시켜놓은 말에도 나는 동의한다. ‘귀여운 것들은 언제나 옳다.’ ‘귀여운 것들은 큰 힘을 가진다.’ 내 남성성은 귀여움인 거라고... 받아들이고 인정한 지 오래였다.
这外号我挺喜欢。“小精灵”,多可爱啊。虽然被人宠着有时候挺累的,但可爱本身是件好事儿。而且,我们韩智英女士都快把“可爱即正义”、“可爱就是力量”这些话给我念叨烂了,我完全赞同。我的男性魅力就是可爱……我早就接受并承认了。


“유진이 너 진짜 괜찮아? 계속 종아리 두들기네.”
“宥真,你真没事儿?老在那儿敲小腿。”


나도 모르게 계속 다리를 문질렀나 보다. 오늘따라 유독 증세가 심한 것 같아 보였는지 오전 트레이닝이 끝나자마자 강제 귀가를 당했다. 이틀간의 휴가도 받았다. 병원에서 꼼짝 말고 찜질 당하다가 복귀하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내려왔다. 넵. 점심 식사를 가는 멤버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걸음을 돌렸다.
我可能是不自觉地一直在揉搓腿吧。感觉今天症状格外严重,上午训练一结束就被强制遣送回家了,还外加两天假期。接到教练指示,让我老老实实待在医院做理疗再回去。 遵命。和去吃午饭的队员们挥手告别后,我转身往家的方向走去。

가방을 둘러메고 집으로 향하는 길. 한강 다리를 건너는 3호선. 문득 폰 액정에 뜬 날짜를 보니 마침 한지영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며칠간 조용했던 집안이 한바탕 또 시끌벅적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아주 조금은 그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我随意地挎着包,晃悠悠地往家走。地铁 3 号线正穿梭在汉江大桥上。无意间瞥了眼手机屏幕上的日期,嚯,正好是韩智英那小妮子蜜月旅行回来的日子。 这几天冷清清的家里,怕是又要鸡飞狗跳、热闹起来了吧。这么一想,心里竟然还真有点…小小的想念。

우리 누나. 결혼. 결혼식. 매형. 뒤이어 떠오르는 옥스퍼드 셔츠.
我姐。结婚。婚礼。姐夫。紧接着浮现在脑海里的,是那件牛津纺衬衫。

아니나 달라.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겁했다. 선물 꾸러미들과 캐리어가 현관까지 늘어져 있었으니까. 결혼하면 원래 시댁이나 신혼집에 짐 푸는 거 아냐? 안 해봐서 모르긴 몰라도 보통 그렇지 않아요?
果不其然。我一打开家门,直接吓了一跳。大包小包的礼物和行李箱一直堆到了玄关。结婚了不应该先去婆家或者在新房整理行李吗?虽然我没经历过不太懂,但一般不都是这样的吗?


“응 아냐~ 우리 신랑이 친정부터래~”
“哎呀,不是啦~ 我们新郎说要先回娘家~”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我什么都没说呢。”

“얼굴에 써있어. 한지영이 왜 여기에 있냐고. 그치만 누나 보고 싶었다고. 나두.”
“都写在你脸上了。在想韩智英怎么会在这里。但我就是想姐姐了嘛。我也是。”


양 볼에 뽀뽀 두 번. 오늘은 마빡까지 한 번 더 추가. 나는 그 모습을 인자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매형에게 멋쩍게 인사한 뒤 방문을 열었다가 또 입이 떡 벌어졌다.
他在我两边脸颊上亲了两下。今天还额外赏了我一个脑门吻。我略带尴尬地向正用慈祥目光注视着这一幕的姐夫问好,然后打开房门,再次震惊得合不拢嘴。


“뭐야 이게 다?”  “这都是些什么啊?”

“뭐긴. 너랑 너네 팀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너들 선물이지.”
“还能是什么,送你和你们队队员、教练、队医、训练师们的礼物呗。”

“.....누나 혹시 배로 왔어? 화물 컨테이너 뭐 그런 걸로?”
“……姐,你不会是坐船来的吧?就像那种货运集装箱?”

“아니? 캐리어를 한 여섯 개 더 샀나? 그치 여보?”
“哎哟,那倒没有,就是买了六个手提箱?是吧,亲爱的?”


여보래... 아직은 누나의 입에서 나오는 호칭들이 좀 적응이 안 됐다. 여보. 자기. 남편. 신랑. 뭐 그런 거. 나는 방문을 도로 닫고 거실에 늘어진 짐들을 피해 까치발로 겨우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무릎이 또 욱신거렸다. 으...
“亲爱的”都出来了…… 果然还是不太习惯从姐姐嘴里蹦出这些称呼。亲爱的。宝贝。老公。新郎。之类的…… 我赶紧把门又关上,踮着脚尖,小心翼翼地绕开客厅里堆成山的行李,好不容易挪到沙发上坐下。结果膝盖又开始隐隐作痛。 唔……


“뭐야. 무릎 또 아파?”  “怎么了,膝盖又疼了?”

“네.”  “嗯。”


엄마와 엄마의 따님이 고새 눈이 그렁그렁 해져서는 날 쳐다봤다.
妈妈和妈妈的女儿,转眼间都眼眶湿润,眼巴巴地望着我。


“아냐. 아니에요. 괜찮아. 며칠 훈련 시간 늘어서 잠깐. 그리고 나 낼부터 이틀 휴가예요. 밥 먹고 바로 병원도 갈 거야. 걱정 마세요.”
“没事,真的没事。就是最近训练时间长了,有点累。而且我明天开始休假两天,吃完饭就去医院,别担心。”


그때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매형이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 왔다.
这时,一直在旁边听着我们对话的姐夫,小心翼翼地凑过来跟我搭话。


“처남. 나 아는 의대 동생 하나 소개해 줄까?”
“小舅子,要不要我给你介绍个我认识的医学院的学妹?”

“네? 저 연애 생각 없는데요.”
“内?我可没想过要谈恋爱哦。”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누나와 매형이 동시에 크게 웃었다.
我话音刚落,姐姐和姐夫就一起 burst out laughing。


“아니아니, 유진아. 여자 친구가 아니라. 남자. 나 유학할 때 가까웠던 동생인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왔더라고.”
“哎呀,不是不是,宥真啊。不是女朋友,是男朋友。我留学的时候关系很亲的弟弟,这次来韩国了。”

“.....예? 남자요? 저를요? 왜요?”  “……诶?男的?要我?为什么呀?”

“이 친구가 근 신경 전문이거든. 근데 얘가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풋볼팀으로 나갔던 애라 선수들 케이스를 다양하게 많이 알아. 만나보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 서로 알고 지내도 좋고.”
“这位朋友可是肌肉神经方面的专家。而且他之前在美国的训练经历是在橄榄球队,所以对运动员的各种情况都了解很多。我觉得你们见见面应该不错。互相认识一下也好。”

“...미국이요?”  “……美国?” (欲言又止,带着点疑惑或者不确定)

“응. 미국. 그리고 학교 팀은 아무래도 팀 닥터잖아. 개인 주치의가 아니라. 학교 병원 소속 아냐? 자주 바뀌지?”
“嗯,美国那边。而且学校的队伍,怎么说也是队医吧。又不是私人医生。难道不是隶属于学校医院的?经常换人吗?”

“네... 그렇긴 한데요.”  “嗯… 说的也是哈。”


매형의 말에 누나는 그렇지그렇지 선수한테 의사 친구는 진짜 꿀이지. 나 봐. 뼈 관리받다가 결국 이렇게 됐잖아.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도 매형의 의견을 거들었다. 누나도 엄마도 매형도 내 표정을 보면 썩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계속 의견을 피력하는 이유는 내게 매형력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기도 해서 나는 더 거절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听姐夫这么一说,我姐立刻附和:“可不是嘛!对选手来说,有个医生朋友那真是太棒了。你看我,当初要是好好保养骨头,也不至于落到今天这个地步。” 她一边说,一边点头,我妈也跟着姐夫帮腔。 明明我姐、我妈、还有姐夫,他们都看得出我脸色不太对,明显不太乐意。可他们还是这么起劲儿地一个劲儿说,好像就想在我面前好好秀一秀姐夫的能耐似的。所以,我也不再多说什么,只是点了点头。


“네. 그럼 나중에 형 시간 되실 때 소개해 주세요.”
“好的,那等你有时间的时候再介绍给我吧。”

“말 나온 김에 당장 어때. 안 그래도 우리 답례 인사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쯤 그 친구 만날 건데. 어? 그러고 보니까 결혼식 날 인사 하지 않았나?”
“既然话都说到这儿了,不如就现在?反正为了回礼的事,明后天我也要见那朋友。嗯?这么说来,结婚那天我们是不是打过照面了?”


그날 인사 한 사람이 족히 오억 명은 되는 것 같은데요... 매형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추진력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도 이렇게 속전속결이었나 싶고.
那天打招呼的人感觉得有五亿吧… 我姐夫直接掏出手机了。他这行动力真是绝了。难怪结婚也这么雷厉风行,速度快得让人咋舌。


“어. 규빈아, 형.”  “呃,奎斌啊,哥。”


......

......


누나가 심오한 얼굴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내 무릎을 쓰다듬으며 우리 집 보물이라고. 국대 무릎이라고. 국보라고. 이렇게 귀엽게 생긴 등번호 8번이 쉬운 줄 알아? 아는 닥터 모르는 닥터 다 모셔 와야지. 암.. 혼자 중얼중얼... 나는 그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절대로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姐姐一脸严肃地蹲坐在地上,抚摸着我的膝盖,说这是我们家的宝贝,国宝级的膝盖。还说什么以为这么可爱的 8 号选手很容易当吗?得把认识的医生,不认识的医生全都请来才行。嗯... 她一个人在那自言自语... 看着她那样,我差点感动得哭出来。绝对没有其他的原因。


만남은 빠르게 성사됐다. 다음 날 한지영 내외가 처가 순회를 마치고 날 데리러 왔다. 얼마나 극진한 대우인지 황송하기까지 했다. 나는 매형의 차를 타고 모임 장소에 동행했다.
见面这事儿,敲定的那叫一个快。第二天,韩智英两口子回完娘家,就马不停蹄地来接我了。那阵仗,对我简直是捧在手心里,让我都有点儿受宠若惊。我上了姐夫的车,一同前往聚会的地点。


“규빈이랑 리키라고 키 큰 형들 기억 나? 리키는 노란 머리였는데.”
“还记得奎彬和利基吗?就是那俩大高个儿哥哥。利基还染着黄头发呢。”

“네... 알아요. 기억나요.”  “嗯…我知道,我都记得。”

“그 둘이 나올 거야. 괜찮지 처남? 좋은 애들이야. 둘 다 영어권인데 한국말도 아주 잘해.”
“他们两个马上就要来了。没问题吧,姐夫?他们都是很好的人。两个都是英语国家的人,不过韩语也说得很不错。”

“네. 알아요. 기분 째지게 비행기 타고 오신.”
“是,我知道,你坐飞机来的时候,心情那叫一个飞扬跋扈。”

“하하하. 맞아. 기억하네. 걔네들이야.”  “哈哈哈,对,我记得。就是他们几个。”


그 얼굴을 잊을 리가요. 아 근데 그냥 맨투맨이나 입을 걸 그랬다. 어제 한지영이 낼 꼭 입고 나오라고 걸어 둔 니트를 착하게 입고 나왔더니 새 옷이어서 그런가 어딘가 모르게 좀... 불편하고 구리네. 
那张脸,我怎么可能忘得了。啊,早知道就随便套个卫衣出来了。昨天韩智英非让我今天穿她挂好的那件针织衫,我听话地穿来了,结果是因为是新衣服吗?总觉得哪里...不太对劲,有点土啊。

차창밖에 한강 물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던 건지 누나의 깨우는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요놈 새끼 요즘도 침 흘리구 자네. 많이 피곤해? 물티슈 통이 뒷좌석으로 툭 던져졌고 나는 티슈 한 장을 뽑아 입가를 슥슥 닦아낸 뒤 차에서 내렸다. 도착한 장소는 으리으리한 중식당이었다. 
迷迷糊糊地望着车窗外流逝的汉江水,不知不觉睡着了,直到被姐姐的声音叫醒,我才猛地睁开眼。“你这家伙,最近还是流着口水睡觉啊。很累吗?” 一盒湿巾被扔到后座,我抽出一张,擦了擦嘴角,下了车。到达的地方是一家气派的中餐馆。

룸으로 안내를 받고 문이 열리자 먼저 와있던 남자들이 우릴 맞이했다. 두 사람은 누나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내게 악수를 청했다. 
进了房间,门一打开,先到的男人们就迎了上来。两人先是恭敬地向我姐问好,然后又跟我握手。


“제가 한유진 선수랑 밥을 다 먹게 되네요. 안녕하세요.”
“我居然有一天能跟韩宥辰选手一起吃饭了。您好。”

“......네. 안녕하세요.”  “嗯……你好。”


우리는 둥그런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메뉴는 코스요리. 전채로 푸딩 같은 죽이 가장 먼저 나왔고 아무래도 우선시 되는 대화의 주제는 누나와 매형의 결혼 스토리. 나도 디테일은 첨 듣는 얘기라서 꽤 즐겁게 경청했다. 가장 최근에 받은 누나의 메달. 그때 그 경기에서 통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그 세리머니가 프로포즈의 답신이었다니. 한지영도 가만 보면 은근 앙큼하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이어지는 주제는 규빈.. 이라는 남자의 입국 스토리였다. 
我们围坐在一个圆桌旁。菜单是套餐料理。前菜是布丁一样的粥,而大家最先聊起来的,自然是我姐和我姐夫的结婚故事。有些细节我也是第一次听,所以听得津津有味。我姐还拿出了最近获得的那枚奖牌。那时,我完全不明白她在比赛中做的那个庆祝动作是什么意思,现在才知道那是她对求婚的回应。看来韩智英(我姐的名字)这人,不声不响地还挺狡猾的。一阵欢笑过后,话题转向了一个叫“규빈”的男人要回国的故事。


“얌마. 난 너 최소 10년은 한국 땅 안 밟을 줄 알았어. 하도 미친놈처럼 공부만 해대서.”
“我说你小子。我还以为你这辈子都不打算回韩国了呢。跟个疯子似的,就知道死读书。”

 

남자가 매형에게 그간의 소식을 전했다. 영어에 전문용어까지 못 알아듣는 대화가 반 이상이었다. 그 와중에 좀 의아했던 것은 내가 듣기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학위는 필요한 만큼은 받았고, 평가도 좋고, 어느 그룹의 스카웃까지 받았는데 그걸 다 마다하고 지금 한국에 와 있다는 소리잖아. 그러니까 왜? 무슨 남모를 사명감 같은 거라도 있나? 더 캐묻지 않는 걸 보니 매형은 이미 이유를 짐작하고 있거나 프라이버시 존중이거나 둘 중 하나인 듯 보였다. 정말로 많이 궁금했지만, 그냥 입 다물었다.
那男的跟他姐夫聊着天,汇报着最近的状况。可他们说的那些,夹杂着一堆英文和专业术语,我听得云里雾里的,感觉有一半以上都没听懂。 而且,总觉得哪里怪怪的,好像少了点什么关键信息。听他的意思,该拿的学位都拿到了,评价也好的不得了,甚至有大公司想挖他过去,但他居然全都拒绝了,然后跑回了韩国。 这到底是为什么啊?难道他有什么不为人知的使命感?看他姐夫的样子,也没继续追问,估计是心里已经猜到原因了,或者就是单纯地尊重他的个人隐私吧。 我真是好奇死了,但还是忍住了,没开口问。

희한하게 생긴 이름 모를 메뉴들이 지나가고 메인 요리가 한 상 가득 올라오자 드디어 내 타이밍이 왔다. 누나가 또 호들갑을 시작했다. 키워드는 늘 같다. 우리 보물. 우리 국보. 가까운 미래에 '쏜'을 이을 '한' 어떨 때 보면 엄마보다도 누나가 더, 더, 유난이었다. 본인의 빡빡한 경기 일정 중에도 내 졸업식에 입학식까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우리 한지영 씨. 내 누나. 
一堆叫不上名字、奇奇怪怪的菜过去了,主菜满满当当摆上来的时候,终于轮到我大显身手了。我姐又开始咋呼起来了,关键词永远都一样:我们家的宝贝,我们家的国宝。还说什么在不远的将来,我有可能接 "쏜" 的班,名字不如就叫 "한" 吧!有时候感觉比起老妈,我姐才是更、更、更夸张的那一个。她自己赛程安排得那么满,我的毕业典礼、入学典礼,她一次都没落下过,我们家的韩智英女士,我的亲姐啊!


“유진 씨. 언제 경기장 한번 초대해 주세요. 저도 어렸을 땐 축구 좋아해서 자주 했었는데. 한국팀 경기는 직관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哎,宥真,啥时候赏个脸,请我去球场看看呗。我小时候也挺喜欢踢球的,没少玩儿。不过说来也惭愧,韩国队的比赛我还真没现场看过。”


김규빈 씨가 처음으로 내게 건넨 말이었다.
金奎彬 xi 第一次对我搭话,说的就是这句话。


“저는 아직 국대가 아니에요.”  “我还不是国家队的呢。”

“그런 뜻이 아니라... 학교 팀 연습 경기라도요. 아, 혹시 트레이닝은 외부인 참관이 안 되나요?”
“不是那个意思……我是说,学校队伍的那种练习赛。啊,还是说,训练是不让外人参观的?”

“개방은 아니지만... 지인들은 홈에 들어올 수 있긴 해요.”
“说开放吧,也不算完全开放... 就是熟人朋友啥的,能进我主页逛逛。”

“제가 유진 씨 움직임을 보면 도움이 좀 될 거 같아서요. 무릎을 힘들게 하는 남모를 버릇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아주 작은 버릇이라도 유진 씨처럼 오래 뛰는 선수들은 그게 가장 독이 되는 일이기도 해요.”
“我寻思着,要是我能盯着 유진 씨 (Yu Jin) 的动作看看,没准儿能帮上点忙。说不定你自己都没察觉,有什么让膝盖受罪的小毛病。像 유진 씨 (Yu Jin) 这种常年跑动的选手,再小的毛病,时间长了,那也是最要命的。”


아... 목적이 경기 직관이 아니라 내 치료의 의미였다니. 어쩐지 좀 민망했다.
啊... 原来他的目的不是为了看比赛,而是为了帮我治疗啊。搞得我有点不好意思了。


“저는 대부분 학교에 있어요. 거기가 홈이라 아무 때나 오시면 돼요.”
“我一般都在学校里待着。那里就是我的根据地,你随便什么时候来都行。”

“부상은 언제쯤이었어요?”  “你是什么时候受的伤?”

“.....고등학교...”  “.....高中那会儿...”


순간 목이 콱 막혔다. 마른기침이 연달아 튀어나와서 물을 들이켰다. 또 얼굴 벌게졌겠지. 켁켁대는 소리에 놀란 누나가 내 등을 체한 아기 달래듯 두들겨 주었다. 우리 애기 밥 먹고 트림까지 시켜줘야 된다고. 이십 대의 남동생을 아직도 세 살로 보는 누나의 장난이 오늘따라 좀 많이 민망해서 나는 내 등 뒤로 올라와 있는 누나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那一瞬间,我感觉喉咙像是被什么东西堵住了一样,难受得要命。忍不住连着咳嗽了好几声,赶紧灌了口水。肯定又脸红了吧。老姐被我的咳嗽声吓了一跳,像哄小宝宝似的,轻轻拍着我的后背,生怕我噎着。“我们家小宝宝吃完饭还得拍嗝呢。” 都二十好几的弟弟了,在老姐眼里还是个三岁小孩,今天这玩笑让我感觉格外尴尬,我赶紧把老姐放在我后背上的手拽了下来。


“유진 씨 괜찮아요?”  “宥真,你没事吧?”

“네. 사레가 들려서요. 암튼 부상은 고등학교 2학년 때요. 부상이 큰 건 아니었는데....”
“嗯,呛了一下。反正受伤是高二的时候。伤倒是不重,就是......”

“아니었는데?”  “不是吗?”

“...아팠어요.”  “……疼的。”

“그랬구나...”  “原来是这样啊……”


어느덧 대화는 나와 김규빈씨 둘의 대화가 되어있었다. 매형과 누나, 리키 씨는 이미 우리의 대화에서 빠져나가 다른 이야기 중이었다. 이목구비 화려한 미남의 웃음을 보니 기분이 째지는 듯 보였다.
不知不觉间,对话变成了我和金奎彬两个人之间的私语。姐夫和姐姐,还有 Ricky 似乎已经从我们的话题里抽身,聊起了别的事情。看着他那五官精致的美男脸上绽放的笑容,我感觉心情也跟着飞扬了起来,简直要爽爆了。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는 그 사람의 눈을 마주 보았다. 말의 행간마다 소리 없는 웃음을 끼워 넣는 버릇도 보았다. 발음도 선명하고 이목구비는 더 선명하고. 말문이 트이고 어색함이 한결 풀리자 나와 비슷한 후유증을 호소하던 풋볼팀 선수와의 일화도 꺼내 놓았다. 나는 누나가 앞 접시에 친히 딜리버리 해다 주는 요리조차 손도 대지 못할 만큼 그에게 집중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의사의 말들이 너무 신기했다. 얼굴, 목소리, 말하는 입 모양, 손의 움직임 모든 게 다 신기했다. 
我迎上了他那双带着一丝忧虑的眼睛,还注意到他说话时总爱在字里行间藏着无声的笑意。发音清晰,五官更是分明得让人移不开眼。随着话匣子打开,气氛也渐渐轻松起来,他甚至跟我分享了自己和足球队队员的故事,说那人也有着和我类似的后遗症。我简直是全神贯注地听着,连我姐夹到我碗里的菜都顾不上吃一口。他口中说出的那些医生的诊断,对我来说都太神奇了。他的脸、声音、说话时嘴唇的形状,甚至是手的动作,一切都让我觉得好奇不已。

누나는 70억 지구인들 중 하필이면 왜 매형을 선택한 걸까. 매형은 세계 200개가 넘는 국가들 중 왜 하필 미국이었던 거지? 누나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부터 지금 이 중식당까지. 3월의 시작이, 그냥 모든 게 다, 너무 이상하고 신기했다. 내가 너무 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我姐是怎么想的,全球 70 亿人里,偏偏就挑了我姐夫?还有我姐夫,世界两百多个国家,怎么就偏偏是美国佬?从我姐突然宣布要结婚,一直到现在这家中餐馆,三月刚开始,就感觉一切都太奇怪、太不可思议了。我甚至强烈怀疑,自己是不是在做一场很长的梦。我得好好捋捋,冷静一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