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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소장님 (6)  196 話 所長 (6)



“안녕하세요.”  「您好。」

한유진이 작게 인사했다. 목소리부터 표정, 태도까지 모두 주눅 든 티가 역력했다. 상급 헌터들 사이에 끼인 스탯 F라면 당연한 모습이었기에 두 일본인은 아무런 의심 없이 마주 머리 숙였다.
韓宥辰小聲地打招呼。從聲音到表情、態度,都明顯帶著畏縮的痕跡。對於夾在上級獵人之間、能力值 F 的他來說,這是理所當然的表現,因此兩名日本人毫無疑慮地低頭回禮。

“한유진 소장님의 기승수 사육 스킬에 대해서는 저희 일본 제일의 길드, 아마테라스에서도 무척이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對於韓宥辰所長的馴養技能,我們日本第一的公會『天照』也抱持著極大的興趣。」

“아, 예. 감사합니다.”  「啊,是。謝謝您。」

“‘검은 소의 숲’ 던전을 원하시는 것도 기승수를 구하기 위함이시겠지요.”
「您想攻略『黑牛之森』地下城,也是為了獲得騎乘獸吧。」

“…예.”  「……是。」

떨떠름한 대답이었다. 동시에 한유진이 세성 길드장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나카지마는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這是個不情願的回答。同時,中島沒有錯過韓有辰察看成聖公會會長臉色的舉動,將其盡收眼底。

“이미 기본적인 조율은 끝이 났으니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基本的協調已經結束了,應該不需要多說什麼了吧。」

성현제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한유진은 머뭇거리다가 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늘이 드리워진 한유진의 얼굴에 나카지마가 한껏 상냥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成賢濟坐下後說道。韓宥辰猶豫了一下,然後坐在離他稍遠的地方。中嶋看著韓宥辰臉上投下的陰影,用極其溫和的語氣開口說道。

“검은 소의 숲을 필요로 하시는 분은 한유진 소장님이시고 슬라임 던전은 해연 길드의 소유가 아닙니까. 그러니 저희 측에서는 한유진 소장님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需要黑牛之林的,是韓宥辰所長您,而史萊姆迷宮並非海淵公會所有。因此,我方斗膽說一句,韓宥辰所長的意見至關重要。」

겉보기에는 한유진을 위해 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상대하기 편한 사람을 붙잡고 휘두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동시에 기승수 사육소의 주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속셈도 있었다.
表面上,這番話是為了韓宥辰好。但其內心深處,卻是想抓住一個容易對付的人來擺佈。同時,也有意圖給騎乘獸飼育所的主人留下好印象的盤算。

퍼져 있는 소문처럼 마수사육사가 주위의 S급 헌터에게 억압되어 있는 것이라면, 잘 구슬려 빼돌리는 것도 가능할 터였으니. 지금의 모습으로 보아선 헛소문이 아닌 듯해, 나카지마는 더더욱 친절한 미소를 머금었다.
如果像流傳的謠言那樣,馴獸師被周圍的 S 級獵人壓制,那麼好好哄騙一番,將他拐走也是有可能的。看他現在的樣子,似乎不是空穴來風,中嶋的笑容於是更加親切了。

“한유진 군도 그렇게 생각하나?”
「韓誘辰也這麼認為嗎?」

성현제의 가벼운 물음에 한유진의 시선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面對成賢濟輕描淡寫的提問,韓誘辰的視線落到了桌上。

“저는, 그냥…….”  「我只是……」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한 소장님.”
「韓所長,請您放心地說吧。」

나카지마의 말에 한유진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엄치다가 성현제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리는 것에 나카지마가 재차 격려했다.
聽到中島的話,韓誘辰微微抬起頭。他的目光四處游移,然後瞥了一眼成賢帝。中島再次鼓勵他,因為他只是動了動嘴唇,卻沒有說話。

“괜찮습니다. 걱정 말고 말씀하십시오, 이 나카지마 귀담아듣겠습니다.”
「沒關係的。請您別擔心,儘管說吧,我中島會仔細聆聽的。」

“…말씀하신 대로 슬라임 던전은 해연 길드의 것입니다.”
「……正如您所說,史萊姆地下城是海淵公會的。」

한유진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주눅 든 것은 여전했지만 한결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韓有辰緊握拳頭說道。雖然仍舊畏縮,但看起來卻是鼓起了勇氣。

“일본의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새끼 몬스터 또한 제 관할이고요.”
「日本的地下城裡能獲得的幼體怪物,也歸我管轄。」

“그렇고말고요.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那是當然。您說得對極了。」

나카지마는 세성 길드장의 눈치를 살피며 맞장구를 쳤다. 성현제는 의외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中嶋看著成賢濟的臉色,隨聲附和。成賢濟卻意外地沒有表現出任何反應。

“그래서 저는, 이번 협상에서…….”
「所以,我這次的協商……」

잠깐 힘이 들어갔나 싶던 한유진의 목소리가 또다시 작아졌다. 참지 못한 한숨을 흘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에 나카지마가 목을 뻣뻣이 세우며 세성 길드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韓誘賢的聲音,才剛聽起來稍微有力,卻又再次變小了。他忍不住嘆了口氣,肩膀也垮了下來,中島見狀,便僵硬地轉過頭,看向成賢會會長。

“세성 길드장님, 혹 괜찮으시다면 잠깐이나마 자리를 피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한유진 소장님께서 좀 더 편히 대화를 나누실 수 있을 듯합니다.”
「成賢會會長,如果您方便的話,能否請您暫時迴避一下?這樣一來,韓誘賢所長應該能更自在地與我們對話。」

S급 헌터에게 나가 달라 말하는 것은 나카지마로서는 크나큰 각오를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등급이 절대적인 일본의 헌터였기에 이 정도의 반항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상대는 해외의 헌터이며 무엇보다 자국의 길드를 위한 일이다.
對中島而言,要求 S 級獵人離開,是需要下很大決心的事。身為一個等級至上的日本獵人,光是這種程度的反抗,就讓他背脊發涼。但對方是外國獵人,而且最重要的是,這是為了自己國家的公會。

성현제가 눈가를 살짝 휘며 입을 열었다.
成賢濟微微瞇起眼,開口說道。

“우리 한 소장님이 워낙 귀하고 소중한 분이시라. 보호자도 없이 타국 헌터들과 둘 수는 없는 일이네만.”
「我們韓所長是如此珍貴又重要的人。沒有監護人,不能把他單獨留在異國獵人身邊。」

“목숨이 열 개쯤 되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세성 길드장님의 보호하에 있는 사람을 해치겠습니까. 한유진 소장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세성 길드장님의 손을 더럽힐 것도 없이 직접 제 배를 가르겠습니다.”
「除非有十條命,否則怎敢傷害在世成公會長保護下的人呢?如果韓誘辰所長連一根汗毛都掉了,世成公會長甚至不用弄髒自己的手,我會親自剖開我的肚子。」

“그렇게까지는…….”  「不至於到那種地步……」

한유진이 작게 중얼거리고 나카지마가 믿어달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韓有辰小聲嘀咕著,中嶋則露出彷彿在說「請相信我」的笑容。

“재차 부탁드리겠습니다, 세성 길드장님. 한유진 소장님께도 기회를 주십시오.”
「我再次懇求您,成賢濟會長。請也給韓有辰所長一個機會。」

손가락으로 가볍게 턱을 괴고 있던 성현제가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한유진을 바라보았다.
成賢濟用手指輕輕撐著下巴,緩緩轉動視線,望向韓有辰。

“한 소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韓所長您怎麼看?」

“저는…….”  「我……」

“걱정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別擔心,請您誠實回答。」

나카지마의 부추김 속에서 한유진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在中島的催促下,韓誘辰緊緊咬住下唇。他猶豫了許久,才從座位上站起來。

“세성 길드장님, 잠시만 이쪽으로 와 주세요.”
「星辰公會會長,請您暫時到這邊來一下。」

회의실의 구석으로 간 한유진이 성현제에게 무어라 작게 속삭였다. A급 헌터인 두 일본인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어 성현제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韓誘賢走到會議室的角落,對成賢濟小聲說了些什麼。聲音小到連兩位 A 級獵人日本人都聽不見。接著,他懇切地對成賢濟說道:

“부탁드리겠습니다.”  「拜託您了。」

“방금 한 말은 잊지 않고 기억해 두겠네.”
「你剛才說的話,我會牢牢記住的。」

“예.”  「是。」

성현제는 긴말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유진이 힘없이 자리로 돌아왔다. 아마도 무언가 대가를 제안하고 세성 길드장을 내보낸 것이리라. 나카지마가 한껏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成賢濟沒多說什麼,轉身就出去了。韓誘辰看著他的背影,無力地回到座位上。他大概是提出了什麼代價,才讓成世公會長離開的吧。中嶋露出了十分擔憂的表情。

“너무 무리하신 건 아니신지요.”
「您會不會太勉強自己了?」

“…괜찮습니다. 세성 길드장님께서도 정도를 아시는 분이시니 과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沒關係。成賢公會長也是個懂得拿捏分寸的人,應該不會太過分。」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한 듯 테이블 위에 올린 양손을 맞잡아 꼼지락대던 한유진이 크게 한숨을 토해 냈다.
韓宥辰邊說,邊不安地將放在桌上的雙手交握,不安地搓動著,接著重重地嘆了口氣。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검은 소의 숲 던전을 원하지 않습니다.”
「我老實說吧。我,不想要黑牛森林副本。」

“…예?”  「…… 咦?」

나카지마와 그 옆의 일본인이 당황했다.
中島和旁邊的日本人嚇了一跳。

“새끼 몬스터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단시간에 여러 마리를 성장시킬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세성 길드장님께서는… 제게 일반 기승수 수 마리를 빠르게 키워내길 요구해 왔습니다. 일본의 던전을 차지한다면 새끼 몬스터 수급은 쉬워질 테니까요.”
「要將幼體怪物培養長大,需要耗費許多時間與心力。而且也無法在短時間內培養好幾隻。然而,聖城公會會長他……卻要求我快速培養出好幾隻普通的騎乘獸。如果能佔領日本的地下城,幼體怪物的供給就會變得容易。」

한유진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韓宥辰一臉憂愁地接著說道。

“그것도 세성이 아닌 해연 소유의 던전을 미끼로 내걸면서 말입니다. 겉으로는 해연에도 도움이 되고, 기승수 사육소의 크기도 키울 좋은 기회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세성에서 저를 갉아먹으려 드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기승수를 완벽히 갖춘 S급 공략팀을 만들어 낼 거라고 하더군요.”
「而且還拿不是星辰,而是海淵所擁有的地城當誘餌。表面上說這對海淵也有幫助,是擴大騎乘獸飼育所規模的好機會……但實際上,這和星辰想把我啃蝕殆盡沒什麼兩樣。他們說,要我在最短時間內,組建一支擁有完美騎乘獸的 S 級攻略隊。」

“아… 그렇습니까.”  「啊……是嗎。」

나카지마와 그 동료가 난감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일본의 던전을 필요로 하지 않다니. 아니, 되레 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中島和他的同伴們面面相覷,一臉為難。這和他們預想的完全不同。竟然不需要日本的地下城。不,甚至可以說,是把那些當成了累贅。

“그래도 A급 새끼 몬스터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不過,如果能穩定取得 A 級幼體怪物,將來不是會有幫助嗎?」

“저는 그냥 의뢰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니, 솔직히 벅찹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새끼 몬스터를 구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러니 가능하다면 이번 협상을, 없었던 일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我光是接受委託就已經很足夠了。不,老實說,我已經應接不暇了。我完全沒有想過要親自出馬去救幼體怪物。所以如果可以的話,這次的協商,能不能就當作沒發生過呢?」

간절한 목소리에 나카지마가 미간을 좁혔다. 한유진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각종 생산품의 재료가 되는 슬라임 던전을 차지할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무엇보다 일본에는 아직까지 C급 이하 슬라임 던전밖에 나타나질 않았다. 상급 재료용 슬라임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야만 하는 처지인 것이었다.
中嶋聽到懇切的聲音,眉頭皺了起來。他不可能按照韓有辰的要求取消協商。他不能錯過佔領史萊姆地下城,這個能生產各種產品材料的機會。最重要的是,日本至今為止,只出現了 C 級以下的史萊姆地下城。高級材料用的史萊姆,目前都必須從海外全數進口。

“…세성 길드장님께서 받아들이지 않으실 듯 합니다만.”
「……星辰公會會長大人恐怕不會接受吧。」

“…예. 그렇겠지요.”  「……是,應該是吧。」

한유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나카지마가 한유진을 설득했다.
韓有辰無力地點了點頭。中嶋沒有錯過這個機會,說服了韓有辰。

“어차피 협상을 무효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反正也無法讓協商無效化不是嗎?所以——」

“아니요.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不,現在放棄還太早了。」

한유진이 돌연 시선을 곧게 들어 올렸다. 어깨를 펴고 나카지마를 마주 바라보았다.
韓有辰突然抬起頭,挺直了肩膀,與中嶋對視。

“초면의 해외 헌터께서도 이렇게나 저를 응원해 주시는데 계속 기죽어 있어서야 부끄러운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連初次見面的海外獵人也如此支持我,如果我繼續意志消沉,那豈不是太丟臉了嗎?」

“아, 그것이…….”  「啊,那個嘛……」

“나카지마 씨께서는 제 편이시지요?”
「中島先生,您是站在我這邊的吧?」

수줍게 웃으며 하는 말에 나카지마가 말을 더듬거렸다. 슬라임 던전을 어떻게든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유진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A급 헌터로서의 기세를 살려 협박을 해야 하나, 끝까지 좋게 설득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카지마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中島結結巴巴地回答了這句帶著羞澀笑容的話。無論如何都必須佔領史萊姆地下城。但支持韓有辰也很重要。究竟該以 A 級獵人的氣勢來威脅,還是該好好說服到底呢?煩惱的中島用力地點了點頭。

“물론입니다.”  「當然。」

“감사합니다. 그럼 부디 저를 도와주세요.”
「謝謝您。那麼,請您務必幫助我。」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만, 한 소장님.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닙니다.”
「我當然會幫您,但韓所長,進行協商也不是件壞事。」

나카지마가 달래듯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했다. S급 헌터라 해도 회의실 문밖에서는 엿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였다.
中嶋用溫和的語氣,像是在安撫般說道。即使是 S 級獵人,在會議室門外也很難聽到如此微小的聲音。

“대놓고 반발하기에는 세성 길드장은 버거운 거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일단은 숙이는 척 물밑으로 이득을 취하시지요.”
「公然反抗的話,成星公會長不是個難以應付的大人物嗎?所以,您就先假裝順從,然後在檯面下獲取利益吧。」

“이득이요?”  「好處嗎?」

“예. 하라다 헌터.”  「是的,原田獵人。」

나카지마의 부름에 옆의 헌터가 인벤토리에서 계약서와 서류뭉치를 꺼내었다.
聽到中島的呼喚,旁邊的獵人從物品欄中拿出契約書和一疊文件。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한유진 소장님의 존재 없이는 검은 소의 숲 던전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일종의 덤을 몇 가지 준비해 왔습니다.”
「老實說,要是沒有韓有辰所長,黑牛森林副本的價值就不高了。所以為了以防萬一,我準備了幾樣贈品。」

협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를 위한 것들이었다.
這些都是為了應付談判不順利時所準備的。

“세성 길드장은 단순 교환으로 만족하는 듯하니, 한유진 소장님께서 조용히 가져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星辰公會會長似乎只滿足於單純的交換,韓俞辰所長您悄悄地拿走如何?」

한유진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서류를 향하였다. 일본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로 적힌 서류에는 각종 아이템 목록이 줄지어 있었다.
韓有辰的視線望向桌上的文件。文件以日語和韓語兩種語言書寫,上面羅列著各式各樣的物品清單。

“…제가 일본어를 몰라서 정확하게 번역이 되었는지 조금, 의심이 갑니다.”
「……我不太懂日文,所以有點懷疑翻譯得是否精確。」

“그것을 위해 여기 이 계약서가 있습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제공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為此,這裡有這份合約。只要簽下這份提供您所需物品的合約……」

“지금부터 30분간 제가 묻는 아이템에 대해 사실대로 솔직하게 설명하겠다는 계약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您看這樣如何,現在起三十分鐘內,您將會針對我所詢問的物品,誠實且坦白地進行說明,我們就此簽訂一份契約。」

“아아, 예. 그렇게 하시면 되겠군요.”
「啊啊,是,那樣做就可以了。」

나카지마는 계약서를 작성하며 조금 의아하게 한유진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중퇴에 검정고시를 쳤으며 대학은 가지 못한 채 변변치 못한 일이나 하던, 고작해야 스물다섯 살짜리로 알고 있다. 당연히 이런 자리는 어색하고 서툴러야만 했다.
中嶋一邊寫著合約,一邊有些疑惑地看著韓有辰。他知道韓有辰是高中輟學,考了同等學力鑑定,沒能上大學,只能做些不怎麼樣的工作,充其量不過是個二十五歲的年輕人。當然,這種場合他應該會感到尷尬和生疏才對。

그런데도 이상하게 능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p>然而,卻有種奇怪的熟練感。</p>

‘그래 봤자 S급 헌터 손에 쥐인 F급이지만.’
「就算那樣,也只是被 S 級獵人握在手中的 F 級罷了。」

지금도 저렇게 잠깐 의욕을 내비쳤다가, 이내 눈을 내리깐다.
現在也是,像那樣短暫地展現出幹勁,隨後又垂下眼簾。

“배려해 주시는 것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역시 해연 길드가 마음에 걸리네요.”
「您如此費心,我真心感謝,但海淵公會果然還是讓我放心不下。」

“해연 길드가요?”  「海淵公會嗎?」

“예. 슬라임 던전을 세성이 가로채어 제 욕심을 채우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여러 가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뒷사정이 있기는 합니다만……. 겉보기도 그렇고 실제로도 무척이나 손해 보는 일이라 역시 가능하면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편이…….”
「是的。星辰搶走史萊姆地下城,就等同於滿足自己的私慾。雖然有許多不便詳述的內情……但無論是表面上還是實際上,這都是一樁非常虧本的買賣,所以如果可以的話,這次的事情還是當作沒發生過比較……」

또다시 우물거리는 한유진의 모습에 나카지마가 속으로 혀를 찼다. 어째 쉬울 듯 쉽게 넘어오질 않는다. 머리를 굴리던 나카지마가 교활하게 눈빛을 빛냈다.
看到韓有辰又在吞吞吐吐,中嶋在心裡咋舌。事情似乎沒那麼容易解決。中嶋轉了轉腦筋,狡猾地眼神閃爍。

“하면 이런 방식은 어떠하겠습니까. 일본에서는 헌터 사이에서 분란이 있을 경우, 동일 등급의 결투를 통해 승리자가 모든 것을 차지합니다.”
「那麼,這種方式如何呢?在日本,如果獵人之間發生糾紛,會透過同等級的決鬥,由勝利者取得一切。」

“결투요?”  「決鬥?」

한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韓宥辰睜大了雙眼。


‘드디어 나왔구나.’  「總算出來了。」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겉으로는 어리둥절한 척했다. 나카어쩌고가 느끼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我心裡暗自竊喜,表面上卻裝作一臉茫然。那個什麼中野的,用油膩的臉點了點頭。

일본처럼 헌터의 위세가 법규를 넘을 정도로 강하고 등급이 중세 계급 수준으로 취급받는 나라에서는 던전 관리권이나 아이템 소유권을 두고 분란이 일 경우 길드전, 또는 개인전을 벌여 해결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말 그대로 강한 자가 다 해먹었다.
在日本這種獵人聲勢強大到凌駕法規,等級被視為中世紀階級水準的國家,一旦發生爭執,為了爭奪地城管理權或道具所有權,通常會以公會戰或個人戰來解決。說白了,就是強者為所欲為。

야만적이고 불합리한 방식이지만 지금만큼은 반가웠다. 다 해먹는 거 좋지.
這方式野蠻又不合理,但此刻我卻很歡迎。通吃很好啊。

“예. 슬라임 던전은 어디까지나 해연 길드의 소유이니 해연의 헌터와 저희 측 헌터가 결투를 벌이는 것이지요. 교환이 아닌 승자가 패자의 던전을 가지고 가는 겁니다.”
「是的。史萊姆地城無論如何都是海淵公會的資產,所以是由海淵的獵人與我們這邊的獵人進行決鬥。這不是交換,而是由勝者拿走敗者的地城。」

“…해연의 헌터라면.”  「……如果是海淵的獵人。」

“박예림 헌터가 걸맞겠지요. 각성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지났으니 승부에서 패배한다 해도 흠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과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훌륭하게 싸웠다고 하면 오히려 앞날이 기대되는 유망주로 이름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朴藝琳獵人會很合適。她覺醒至今才剛滿三個月,就算在勝負中落敗,也不會有損名聲。如果說她戰鬥得非常出色,甚至到了險勝的程度,反而能讓她以備受期待的潛力股之姿聲名大噪。」

일본인이 역시나 예림이를 노려왔다. 아직 자신의 팀으로 S급 던전 공략 경험조차 없는 햇병아리 헌터. 만만하게 느껴지겠지.
日本人果然還是盯上了藝琳。一個連攻略 S 級地下城的經驗都沒有的菜鳥獵人,對他們來說,藝琳應該很好對付吧。

“하지만 결국 해연에서 일방적으로 던전을 잃고 끝나는 게 아닙니까.”
「但結果不就是海淵單方面失去地城,然後就結束了嗎?」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 드려야지요. 물밑으로 한유진 소장님과 해연 길드가 대가를 받고 세성 길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좋은 한 방이 되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겉으로는 세성 길드장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테니 후환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當然要讓他們付出代價。韓誘辰所長和海淵公會將在檯面下獲得報酬,而星辰公會則一無所獲。怎麼樣?這不是個好辦法嗎?甚至表面上看起來,您還會像是追隨星辰公會會長,所以也不用擔心後患。」

히죽거리는 나모 씨를 마주 보며 어설프게 미소 지어 주었다. 이것 참, 너무 잘해 주셔서 쥐꼬리만큼 미안해지려고 하네.
我面對著咧嘴而笑的羅模先生,笨拙地回以微笑。哎呀,他對我這麼好,害我產生了一點點的愧疚感。

“정말 훌륭한 방법 같습니다만… 슬라임 던전의 가치는 작지 않습니다. 해연에 그만한 대가를 주실 수 있을까요?”
「這確實是個好方法,但是……史萊姆迷宮的價值不小。您能給海淵相對應的代價嗎?」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해 온 물건이 있습니다.”
「我準備了以防萬一的物品。」

나 뭐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검은색의, 로브와 코트의 중간쯤 되는 형태의 옷이었다.
羅拿表情凝重地從物品欄中取出某樣東西。那是一件黑色的衣服,介於長袍和外套之間。

허리의 끈 부분에 알 수 없는 문양과 새의 깃털 모양 장식이 달려 있었다. 분명 기억에 있는 장비인지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腰間繫帶處掛著不知名的紋樣和鳥羽狀的裝飾。這顯然是記憶中的裝備,因此嘴角忍不住上揚。

저거 진짜 그건가. 진짠가. 분명 일본 길드장 소유물이긴 했는데 정말로 저걸 내놓겠다고.
這真的是那個嗎?是真的嗎?明明是日本公會長的所屬物,卻真的要拿出來嗎?

“일본 S급 던전 첫 공략 때 나온 ‘푸른 천둥새의 예장’입니다. 무려 SS급 장비지요.”
「這是首次攻略日本 S 級地下城時,所獲得的『藍色雷鳥的禮裝』。是件貨真價實的 SS 級裝備呢。」

“SS급이요?”  「SS 級?」

“예,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是的,您要親自確認看看嗎?」

나모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옷을 걸쳐 주었다. 물론 옷자락은 붙잡고 있는 채였다. 혹여 인벤토리에 넣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羅莫先生從座位上起身,替我披上衣服。當然,他仍抓著衣襬,以防我將衣服收進物品欄。

“기본 옵션 증가에 순간 속도 상승 스킬, 데미지를 받을수록 방어력이 중첩 증가하고… 전(電) 속성 저항 S급까지 있군요!”
「基本選項增加,瞬間速度上升技能,受到傷害時防禦力會重複增加……還有電屬性抵抗 S 級!」

연기할 필요 없이 진심으로 활짝 웃었다. 알지, 이거. 아마테라스 길드장이 랭킹전에서 자주 사용했던 장비다. 속성 저항을 자랑하면서 랭킹 1위인 성현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며 떠들어 댔었지.
我不需要演戲,真心實意地燦爛笑了起來。我知道這個。這是天照公會會長在排名戰中經常使用的裝備。他曾大肆宣揚,說只有他才能打敗屬性抗性極高、排名第一的成賢帝。

물론 소리만 요란하고 한 번도 이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유현이가 가지게 된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속성 저항 외의 다른 옵션도 훌륭하고 속성별로 다 맞춰서 상황에 맞게 착용하는 게 최고기도 하니까 무척이나 탐나는 장비였다.
當然,那只是聽起來很厲害,卻從來沒贏過。但如果宥賢能擁有它,那情況就不同了。除了屬性抗性之外,其他選項也很出色,而且能根據不同屬性來搭配穿戴,以應對各種情況,所以這是一件非常令人垂涎的裝備。

“일본에서도 SS급 장비는 흔치 않을 텐데요.”
「在日本,SS 級裝備應該也不常見吧。」

“물론 그렇습니다만 저희 길드장님께서 주로 사용하시는 SS급 외투는 따로 있습니다. 천둥새의 예장은 길드장님의 능력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 속성 저항의 종류도 현재로서는 필요치 않은 것이거든요. 반면에 해연 길드는 언제든 세성과 맞부딪칠 가능성이 있으니 무척이나 유용할 겁니다.”
「當然是這樣沒錯,不過我們公會長主要穿的 SS 級外套是另外一件。雷鳥的禮裝和公會長的能力有些不符,而且屬性抗性種類目前也用不著。反觀海淵公會隨時都有可能和星辰對上,所以這件會非常有用。」

아직 S급 세계 랭킹전은 없으니까 저렇게 나올 법했다. 근데 SS급 외투가 또 있다니.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아이템이 배쯤 많이 나왔다고 해도 기껏해야 두세 개쯤 될 텐데 자국의 최상급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죄다 긁어모은 건가. 거대 길드의 횡포다.
<p>S 級世界排名戰還沒開打,所以會出現那樣的結果也是情有可原。不過,居然還有 SS 級外套。就算日本的道具比我們國家多出兩倍,頂多也就兩三個吧,難道他們把所有本國最頂級的道具都搜刮一空了嗎?這根本就是大型公會的暴行。</p>

“그럼 정말로 이걸 대가로 주시는 겁니까?”
「那麼,您真的要將這個作為代價嗎?」

“물론입니다. 흡족하시리라 믿습니다.”  「當然。我相信您會很滿意的。」

유현아! 형이 해냈다! 너 줄 옷 뜯어냈어! 마음 같아선 예장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다. 아이고, 이쁜 것.
宥賢啊!哥辦到了!把你穿的衣服搶過來了!真想直接親禮服一口。哎呀,真是個漂亮的孩子。

“이걸로 해연 길드에 면목이 서게 되었습니다. 슬라임 던전의 가치가 크다 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這下子,海淵公會總算能抬頭挺胸了。就算史萊姆地下城的價值很高,這也不是個容易的決定,謝謝您。」

“천만에요. 저희도 해연 길드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랍니다.”
「不客氣。我們也充分預料到海淵公會的反彈,並為此做好了準備。希望今後的關係能更加鞏固。」

S급 장비 너덧 개쯤이나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대박이다. 아무리 쓰지 않는 장비라 해도 SS급인데 그걸 타국에 홀랑 넘기다니, 생각 이상으로 일본 내 아마테라스 길드장의 권력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本來只打算敲詐個四、五件 S 級裝備,沒想到竟然大豐收。即使是不用的裝備,那也是 SS 級的,竟然就這樣輕易地轉讓給他國,看來日本天照公會會長的權力比想像中還要大。

남 주는 대신 자기 필요한 것과 교환하는 짓으로 봐선 개인적인 욕심이 큰 듯도 하고.
從他與人交換所需,而非白白給予的行為來看,他似乎是個私慾很重的人。

A급 슬라임 던전을 차지하면 일본 내에서의 길드 위치가 더욱 굳건해지긴 하겠지. 그걸 위해서인가. 아무튼 감사.
如果能佔據 A 級史萊姆地下城,在日本國內的公會地位確實會更加穩固吧。是為此嗎?總之,感謝。

“일본 측에서 설마 길드장이 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요? 박예림 헌터가 어리다 보니 걱정이 되어서요.”
「日本那邊,總不會是公會會長親自出馬吧?朴藝琳獵人年紀還小,我有點擔心。」

“당연히 그럴 수야 없지요. 2년 차 헌터로 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예 확실하게 계약서를 작성해 드리겠습니다. 아, 해연 길드장의 허가를 따로 받으셔야 할까요?”
「我當然不能那麼做。我打算以兩年資歷的獵人身分來做。我會在這裡直接把合約書寫好給您。啊,您需要另外取得海淵公會長的許可嗎?」

“아니요, 이번 일에는 제가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여기 관련 서류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위치는 바다 근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 일방적인 싸움이 되면 어린 마음에 상처가 클 수도 있으니까요.”
「不,這次的事情我被全權委任了。所以才更小心謹慎。這是相關文件。如果可以的話,地點請選在海邊附近。如果變成太過單方面的戰鬥,可能會對幼小的心靈造成很大的傷害。」

“원하시는 대로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我會盡力滿足您的要求。」

일본인이 자신 있게 말했다. 예림아, 경기장 침몰시켜도 괜찮아. 마음껏 날뛰렴. 우리 땅 아니니까.
日本人自信地說道:「藝琳啊,就算把競技場弄沉也沒關係。盡情地大鬧一場吧。反正那裡不是我們的地盤。」

‘바닷가라면 유현이와도 맞먹을 정도였으니.’
「如果是海邊的話,那可是能和宥賢匹敵的程度。」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이왕이면 유현이를 상대로 지목했으면 싶었지만 일본 측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들진 않을 테고.
應該沒什麼好擔心的吧。不過,如果可以的話,我倒是希望他能指名宥賢當對手,但日本那邊應該不會冒這種風險。

예림이와 이야기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랭킹전 참가 못 하는 거 계속 아쉬워했는데 좋아하겠구만.
藝琳那邊已經談妥了。她一直很遺憾沒能參加排名戰,現在應該會很高興吧。

나 뭐시기가 길드장 서명이 들어가 있는 계약서를 꺼내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내기 결투였다.
羅什麼的拿出了一份有著公會會長簽名的合約。表面上,這只是一場單純的打賭決鬥。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고 푸른 천둥새의 예장을 포함해 예림이 줄 S급 팔찌도 하나 챙겼다.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거래였다.
合約簽了兩份,除了青雷鳥的禮裝,還多拿了一條藝琳會給的 S 級手鍊。這是一筆讓心情自然而然變得溫暖的交易。

“이거 세성 길드장님께서 탐탁잖게 여기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城主大人可能會不太滿意,但您沒關係嗎?」

계약서를 챙기며 일본인이 걱정하는 척 말했다. 성현제가 이번 일로 날 핍박이라도 하면 자기들은 좋을 거면서, 뭘.
他收著合約,假裝擔心似地說道。成賢濟就算會因為這件事而逼迫我,他們也只會樂見其成,還說什麼呢。

“걱정 마세요.”  「請別擔心。」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십시오. 한유진 소장님이시라면 대환영입니다.”
「若您有任何困難,請隨時與我聯繫。韓誘辰所長,我們隨時歡迎您。」

그러면서 명함을 건넨다. 아예 넘어오라고 대놓고 말하지 그러냐. 슬라임 던전 차지하고, 세성과 내 관계 틀어 놓고, 나와 해연과는 돈독해지고, 노림수 많이 깔아 놓기는 했다.
他遞出了名片。怎麼不乾脆直接說要我跳槽算了。他佔據了史萊姆迷宮,破壞了我和星辰的關係,卻又和我與海淵交好,這擺明了是設下了不少圈套。

명함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고 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我收下名片放進物品欄,然後傳了封訊息到手機裡,接著便起身。

이내 문이 열리며 성현제가 들어섰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내게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隨後門開了,成賢濟走了進來。他大步流星地走近我,將手中的東西遞給我。

“주문하신 아이스 카페라떼입니다.”  「您點的冰咖啡拿鐵。」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感謝您答應我的請求。」

“내 파트너가 원하시는 것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
「我的搭檔想要的,我當然得答應。」

두 일본인의 얼빠진 시선 속에서 빨대를 쪽 빨았다.
在兩個日本人呆滯的目光中,我吸了一口吸管。

“제가 한 말 잊지 않고 기억하시겠다더니, 과하게 단데요. 휘핑도 빼 달랬잖습니까.”
「您不是說會牢記我說的話嗎?這也太甜了。我不是說不要鮮奶油嗎?」

아이스 카페라떼 중간 사이즈로 너무 달지 않게, 휘핑은 빼서. 근데 달잖아. 휘핑크림 위에 코코아 파우더도 뿌려져 있다.
中杯冰拿鐵,不要太甜,不要鮮奶油。結果還是很甜。鮮奶油上還撒了可可粉。

“맛있지 않나?”  「不覺得很好吃嗎?」

“맛있긴 하네요. 이 호텔 커피 잘하네.”
「確實很好喝。這間飯店的咖啡很不錯。」

비싼 데라서인가.  是因為很貴的關係嗎?

일 다 끝났으니 미련 없이 돌아서려다가 참, 하고 내 명함을 꺼내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비즈니스적인 마음을 듬뿍 담은 미소를 머금었다.
工作都結束了,正想毫不留戀地轉身離開,卻又想起什麼,便拿出我的名片。然後將名片放到桌上,臉上掛著充滿商業氣息的笑容。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고객님. 가능한 빠른 준비 부탁드리지요.”
「期待您的聯絡,顧客。請盡快準備。」

“자, 잠깐만요, 한 소장님!”
「等、等一下,韓所長!」

“네?”  「是?」

“아니, 그… 두 분께서…….”
「不,那個……兩位……」

나카지마는 더듬거리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나와 성현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많이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中島結結巴巴地說不出話來,輪流看著我和成賢濟。他腦袋瓜裡轉動的聲音,彷彿連我這裡都聽得見。看來他非常驚慌失措。

“…아닙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不,我會盡快再與您聯繫。」

고민 끝에 결국은 그냥 내 명함을 챙기고 만다. 아직은 예림이를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기대 잔뜩 해 두세요.
他苦惱了一陣子,最終還是收下了我的名片。他大概還以為只要贏過藝琳就行了吧。那就儘管期待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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