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진짜와 가짜 (3)
249 話 真與假 (3)
황량한 공간이었다. 那是一片荒涼的空間。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뱀이 독을 흩뿌렸다. 어두운 밤이 내려앉듯 피할 곳 하나 없이 진득하게 퍼져나가는 독의 장막 속에서 남자는 태연하게 한눈을 팔고 있었다. 독기는 그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흩어져 버리고 달을 삼킬 듯 거대한 뱀 또한 공중에서 길게 꿈틀거리기만 할 뿐 먼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一條長著六隻翅膀的蛇噴灑著毒液。毒液的帷幕濃稠地蔓延開來,無處可躲,彷彿黑夜降臨,而男人卻泰然自顧地分著心。毒氣甚至無法靠近他便消散了,那條大得足以吞噬月亮的巨蛇也只是在空中長長地扭動著,不敢輕易靠近。
푸른빛이 흐르며 이번에는 크게 휘어진 금속성 뿔을 지닌 늑대가 나타났다. 허공의 뱀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덩치의 몬스터가 천천히 주위를 배회한다. 이어 덩굴이 땅을 가르며 솟아올랐다. 상대적으로 작은, 그러니 인간의 서너 배는 됨직한 독충이 수백 마리 무리 지어 날카로운 턱을 탁탁 맞부딪치고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얼음으로 이루어진 골렘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藍光流轉,這次出現的是一隻長著巨大彎曲金屬角的狼。這隻體型不亞於空中巨蛇的怪物緩緩地在周圍徘徊。接著,藤蔓破土而出。數百隻相對較小,但也有人類三四倍大的毒蟲成群結隊地發出喀喀的利顎碰撞聲,伴隨著震動大地的聲響,一具冰製的魔像兇猛地咆哮著。
“귀찮게도 구는군.” 「真是麻煩。」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틈이 만들어지고, 그 틈을 통해 근원의 힘이 담긴 몬스터가 나타난다. 세계를 삼키려는 근원의 영향력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지닌 시스템에 틈이 생긴 것이기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평균치보다 더 강했다.
他低聲喃喃自語。系統若出現異常,便會產生裂縫,透過裂縫會出現蘊含根源之力的怪物。由於系統的職責是適度調節試圖吞噬世界的根源影響力,因此出現的怪物比平均水準更強。
가장 약한 독충이 SS급. 나머지는 모두 SSS급, 그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괴물들이었다.
最弱的毒蟲是 SS 級。其餘的都是 SSS 級,而且是其中頂尖的怪物。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몬스터들 가운데서도 남자, 성현제는 시스템 창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주위를 감싼 복잡한 마나의 흐름에 이따금 눈썹을 치켜올리기도 했다.
在逐漸縮小包圍圈的怪物之中,男人,成賢濟,卻只將視線停留在系統視窗上。他偶爾會因周圍複雜的魔力流動而挑眉。
까다롭다. 真麻煩。
그가 들어간 몸의 힘을 빌린다 해도 시스템을 파고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 이 세상을 비틀어 놓고 있는 특이점인 한유진과 연관된 부분 정도만 겨우 손댈 수 있을 정도였다.
即使他藉助了進入的身體的力量,也無法深入系統。他只能勉強觸及與韓宥辰相關的部分,而韓宥辰正是目前扭曲這個世界的奇點。
“시스템 제작자라.” 「系統製造者啊。」
패륜아 쪽에 있었던 누군가, 라는 정보 외에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오래전에 존재했던 것인지, 단 한 명이었는지 혹은 여럿이었는지.
除了「是逆倫者那邊的某個人」這項資訊外,他什麼也查不到。不知道是多久以前存在的人物,是一個人還是許多人。
분명한 것은 세계를 삼키려는 근원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사실이었다. 해당 세계의 사람들이 감당 가능할 만큼 천천히 체계적으로 멸망을 향한 진도를 나아가는 시스템.
但可以確定的是,他建立了一個對抗企圖吞噬世界的根源的系統。一個讓該世界的人們能夠承受,緩緩地、有條不紊地朝向毀滅邁進的系統。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물속의 개구리가 삶겨 죽을 수도, 끝까지 버텨낼 수도, 뛰어올라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끓는 물에 갑자기 던져지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水溫逐漸升高的水裡,青蛙可能會被煮死,也可能會堅持到最後,或者跳起來逃走。但無論如何,這總比突然被丟進沸水裡要好。
[하지만 네가 이러는 거, 또 틀림없이 나와 관련된 거 아니냐. 맞지?]
「但你這麼做,肯定又跟我有關吧?對不對?」
성현제가 띄워 놓은 창에서 한유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명한 그 목소리와 달리 한유현의 목소리는 뚝뚝 끊어지고 아예 들리지 않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韓悠辰的聲音從成賢濟浮現的視窗中傳出。與他清晰的聲音不同,韓悠賢的聲音斷斷續續,甚至完全聽不見。其他人的聲音也一樣。
그나마 화면은 선명했기에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 대략적인 대화를 알아낼 수 있었다. 성현제는 형제를 비추는 창을 들여다보았다. 정확히는 한유진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幸好畫面還算清晰,可以透過讀取嘴唇的動作來大致了解對話內容。成賢濟凝視著映照著兄弟倆的視窗。確切地說,他的目光集中在韓悠辰身上。
[유현아,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柳賢兒,這不是你的錯。你一點錯都沒有。」
다정하면서도 간절한 목소리였다. 짙은 애정과 진심이 뒤섞여 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마음을 퍼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것도 한유현을 상대로.
聲音溫柔而懇切。濃厚的愛意與真心交織其中。簡直讓人難以置信,他竟能如此傾注心力,而且對象還是韓有賢。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겨우 미소 짓던 한유진의 얼굴이 다시금 환하게 밝아졌다. 결혼에 대해 말하면서 인상을 약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림자는 거의 없다.
韓有鎮原本泫然欲泣,勉強擠出的笑容,此刻又重新綻放出光芒。雖然談到結婚時,他微微皺了皺眉,但臉上幾乎沒有陰影。
언제 봐도 사이가 좋은 형제다. 성현제는 관람료라도 줄까 싶어 자신의 포인트를 확인했다.
無論何時看,這對兄弟的感情都很好。成賢濟心想,是不是該付點觀賞費,於是查看了自己的點數。
“…이런.” 「……這樣啊。」
어느새 또 포인트가 바닥나 있었다. 성현제는 하는 수 없이 먼저 줬던 퀘스트에 알림만 넣은 뒤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길이 금방이라도 덮쳐들 듯 으르렁거리는 몬스터를 향하였다.
不知不覺間,點數又見底了。成賢濟無可奈何,只好先在之前給予的任務中加入通知,然後轉移視線。他的目光投向了那隻咆哮著,彷彿隨時都會撲上來的怪物。
하나뿐인 손끝이 가볍게 움직거렸다. 새하얀 빛이 모이며 양끝이 뾰족한 창이 나타났다. 아무런 무늬나 장식 하나 없이 그저 길쭉한 막대 같은 모양새였다. 그것을 가볍게 한 바퀴 돌리며 성현제가 쇼핑 카트에 담긴 물건 목록 대하듯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他僅存的一根指尖輕輕擺動。潔白的光芒匯聚,形成了一把兩端尖銳的長矛。它沒有任何花紋或裝飾,只是一根細長的棍狀物。成賢濟輕輕轉動長矛一圈,像審視購物車裡的商品清單一樣,打量著那些怪物。
- 크르르르. 「吼——」
금속 뿔의 늑대가 먼저 반응했다. 합공이라도 하자는 듯 주위의 몬스터들에게 한 번씩 눈짓을 하고는 송곳니를 드러낸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검은빛이 어렸다. 공격력을 강화하는 능력에 이어 전신의 털이 단단하게 굳었다.
金屬角的狼最先做出反應。牠對周圍的怪物們使了個眼色,彷彿要牠們合力攻擊,然後露出獠牙。銳利的牙齒和爪子閃爍著黑光。在強化攻擊力的能力之後,牠全身的毛髮也變得堅硬。
직후 늑대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간이동이다. 늑대가 사라진 바로 그 순간, 성현제가 창끝을 가볍게 내밀었다. 허공을 향해 쿡,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찌른 것과 동시에.
隨後,狼的身影消失了。是瞬間移動。就在狼消失的那一刻,成賢濟輕輕地伸出槍尖。朝著虛空輕輕一刺,幾乎沒費什麼力氣。
- 캬아아! - 喀啊啊!
늑대의 한쪽 눈이 창에 꿰뚫렸다. 순간이동 해올 위치를 미리 짐작하고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이어 그대로 빛이 터져 나갔다.
狼的一隻眼睛被槍刺穿了。他是預先判斷了狼瞬間移動的位置,然後發動了攻擊。接著,光芒就這樣爆發開來。
콰르르릉! 역류하는 폭포처럼 치솟아 오르는 빛의 물결이 사방으로 퍼졌다. 제아무리 등급 높은 몬스터라 하더라도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었다. 청각은 천둥소리에, 후각은 늑대의 몸뚱이가 타오르는 냄새에 가로막혔다. 전신의 감각 또한 촘촘한 거미줄처럼 퍼져 나간 전류의 방해로 발휘되지 못하였다.
轟隆隆!逆流的瀑布般沖天而起的光之波紋向四面八方擴散。即使是等級再高的怪物,也難以睜開眼睛。聽覺被雷聲阻礙,嗅覺被狼的身體燃燒的氣味阻礙。全身的感官也因像密密麻麻的蜘蛛網般擴散開來的電流干擾而無法發揮作用。
순식간에 몬스터들의 감각을 차단시킨 성현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p>聖賢立刻阻斷怪物的感官,接著便開始行動。</p>
늑대 다음 타깃은 뱀이었다. 전류가 순식간에 독의 장막을 흐트러뜨리고 가볍게 휘두른 손끝에 날개가 찢겨 나갔다. 사납게 치켜 들리는 뱀의 머리를 구두굽이 짓눌렀다. 덩치의 차이는 그야말로 코끼리와 개미 수준이었지만 뱀은 짓밟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狼的下一個目標是蛇。電流瞬間擾亂了毒霧,輕輕一揮指尖,翅膀便被撕裂。高跟鞋踩扁了蛇兇猛抬起的頭。體型差異簡直是天壤之別,有如大象和螞蟻,但蛇承受不住踩踏的力量,轟地一聲巨響,被壓制在地。
이어 서걱, 머리가 잘려나가고 재생하려고 꿈틀거리는 상처 부위가 새카맣게 지져졌다.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接著唰地一聲,頭顱被斬落,正要蠕動再生的傷口處被燒灼得焦黑。這一切都發生在轉瞬之間。
소리도 제대로 못 낸 채 뱀의 숨통이 끊어지고 위기를 느낀 얼음 골렘이 방어 스킬을 겹겹이 둘렀다. 반투명하던 몸뚱이가 검게 물들고 세 겹의 방어막이 골렘을 휘감았다. 그사이 성현제는 이미 골렘의 머리 위에 올라서 있었다.
蛇甚至來不及發出聲音,氣息便已斷絕,察覺到危機的冰魔像層層疊疊地施展了防禦技能。半透明的身體染上黑色,三層防禦膜纏繞著魔像。在此期間,成賢濟已經站到了魔像的頭上。
- 키리리릭! - 嘰哩哩哩!
수천 마리의 독충이 전류의 그물에서 벗어나 그를 향해 날갯짓하기 시작했다. 귀 따가운 소리가 하늘을 뒤덮으며 검은 구름과도 같은 독충 무리가 한데 뭉쳐 움직였다. 한 마리 한 마리는 몬스터들 중 가장 약했지만 서로의 버프 스킬이 중첩되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흘러낸다.
數千隻毒蟲從電流的網中掙脫,開始朝他振翅飛來。刺耳的聲音籠罩天空,毒蟲群如同一團黑雲般聚集在一起移動。每一隻毒蟲都是怪物中最弱的,但牠們的增益技能相互疊加,散發出駭人的氣勢。
그그긍, 골렘의 팔이 제 머리 위를 향해 움직였다. 적을 붙잡아 독충 무리의 공격을 도우려는 심산이었지만. 턱. 성현제는 한쪽 발을 들어 올려 자신을 움켜쥐려는 거대한 손을 막았다. 소리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저 살짝 가져다 댄 것처럼 보였음에도.
喀喀喀,魔像的手臂朝我頭上揮來。牠是想抓住敵人,幫助毒蟲群攻擊,但。叩。成賢濟抬起一隻腳,擋住了那隻想抓住他的巨大手掌。幾乎沒有發出聲音。儘管看起來只是輕輕碰了一下。
으지직─ 喀滋─
구둣발이 닿은 골렘의 손끝에서부터 빠르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얼음덩어리가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고 새하얀 창이 골렘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겹겹의 방어막도 소용없이 부드럽게 얼음덩어리를 파고든 창이 다시금 빛을 토해 냈다.
鞋尖碰觸到的魔像指尖,迅速地開始龜裂。被染黑的冰塊碎裂成片,潔白的冰槍刺入魔像的頭頂。層層的防護罩毫無作用,冰槍輕柔地刺入冰塊中,再次綻放出光芒。
굉음과 번쩍임. 그 속에서 어느새 창을 거둔 성현제가 이번에는 기다란 실을 꺼내 둥글게 당겨 휘둘렀다. 무슨 스킬을 썼는지 핫핑크색 털실에 산산조각 난 골렘의 파편이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그것을 그대로 덤벼드는 독충 무리를 향해 쏘아내듯 던진다.
巨響與閃光。聖賢帝在其中收回了長槍,這次他拿出了一條長長的絲線,彎曲拉扯後揮舞。不知道他用了什麼技能,粉紅色的毛線纏滿了被粉碎的魔像碎片。他將其直接朝著撲來的毒蟲群射出。
- 키이이! ——嘰咿咿!
- 키릭! - 嘰!
얼음 파편을 휘감은 분홍 털실이 독충 떼 가운데를 가로질렀다. 그 직후.
<p>纏繞著冰之碎片的粉紅色毛線,橫掃過毒蟲群的中央。緊接著。</p>
쾅! 콰앙! 匡!匡昂!
털실에 휘감긴 얼음들이 말 그대로 터져 나갔다. 마력을 잔뜩 머금은 몬스터의 잔해, 얼음, 물을 전기분해 후 역시나 마력을 쏟아부어 폭발시킨 것이었다.
被毛線纏繞的冰塊,就這樣炸裂開來。那是將飽含魔力的怪物殘骸、冰塊、水進行電解後,再灌注魔力使其爆炸的結果。
무시무시한 폭발 속에서도 반수 가까이의 독충이 살아남아 성현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털실도, 골렘의 파편도 그의 발치에 넘쳐났다. 또다시 공중에서 폭발이 이어졌다. 독충들의 잔해가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在駭人的爆炸中,仍有將近一半的毒蟲倖存下來,朝著成賢帝蜂擁而至。然而,毛線和魔像的碎片卻堆滿了他的腳邊。空中再次傳來爆炸聲。毒蟲的殘骸如雨般紛紛落下。
튕겨오는 잔해를 가볍게 전기를 일으켜 막아 내며 성현제가 입꼬리를 올렸다.
成賢濟輕巧地以電流擋下彈飛而來的殘骸,嘴角上揚。
“눈치는 빠르지만.” 「你倒是挺有眼力見的。」
그의 시선이 땅 아래를 향했다. 그것을 느낀 듯 지면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성현제가 다시금 손바닥 위로 하얀 창을 만들어 냈다.
他的視線朝著地面望去。地面似乎是感受到了什麼,微微地蠕動著。成賢濟再次在掌心創造出了一把白色的長槍。
“내 파트너 뒷바라지하느라 포인트가 부족해서.”
「我忙著照顧我的搭檔,所以點數不夠。」
그냥은 못 보내주겠군. 던져진 창이 땅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어 뚫린 구멍 틈새로 체액이 분수처럼 치솟고 굵은 덩굴들이 지면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마지막 발버둥질을 하며 채찍처럼 휘둘러대는 덩굴을 성현제는 그 경로를 예측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였다.
「我可不能就這麼放你走。」
被投擲出去的長槍深深地插入地面。接著,體液像噴泉般從被刺穿的洞口縫隙中噴湧而出,粗壯的藤蔓劃破地面,猛地竄了出來。
成賢濟預測了藤蔓最後掙扎、像鞭子般揮舞的軌跡,以最小的動作閃避開來。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몬스터까지 잠잠해졌다. 침묵이 내려앉고 성현제는 몬스터들의 사체 위로 떠오른 포인트를 회수했다.
不久後,最後一隻怪物也安靜了下來。寂靜降臨,成賢濟回收了浮現在怪物屍體上的積分。
순식간에 수천만 포인트가 모여들었다. 독충의 포인트까지 거두자 1억을 가볍게 넘어섰다. 한유진이 보았더라면 어떻게든 뜯어먹으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댔을 어마어마한 포인트였다. 하지만.
<p>轉眼間,數千萬積分便累積了起來。連毒蟲的積分都收刮後,輕輕鬆鬆就超過了一億。這要是被韓有辰看見,肯定會絞盡腦汁想辦法敲詐一筆的龐大積分。但是。</p>
‘효율이 영 나쁘지.’ 「效率實在不怎麼樣。」
시스템을 움직이고 퀘스트를 보내는 것에도 포인트가 들었다. 만 포인트를 보상으로 주려면 수백만 포인트가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아이템 보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p>啟動系統和發送任務都需要花費點數。如果獎勵是一萬點,那麼就需要花費數百萬點。物品獎勵也是一樣的。</p>
성현제는 잠깐 닫아 두었던 창을 다시 열었다.
<p>成賢濟重新打開了暫時關閉的窗戶。</p>
[그 대왕 비교면 애가 확실 풋한 게 다르 달라. 송 실도 왔어 는데!]
[跟那大王比起來,這孩子確實青澀許多。宋實也來過呢!]
[그건 저도 아쉽네요.] [那我也覺得很可惜。]
‘나도 아쉽군.’ 「我也覺得可惜。」
송태원이 이 세계에 들어왔더라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아카테스 시에 대한 감상이 남다를 터였다. 어쩌면 그 딱딱한 태도에 약간이나마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宋泰元要是來到這個世界,不知道會看到什麼有趣的景象。特別是他對阿卡特斯市的感想,肯定會與眾不同。說不定他那嚴肅的態度,也會因此產生些微的變化。
성현제는 적당한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한유진과 문현아가 시그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입을 딱 다문다. 이어 이 세계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成賢濟在適中的岩石上坐下。韓誘辰和文炫雅在談論西格瑪時突然閉上嘴。接著開始談論這個世界。
- 그르르륵. - 吼隆隆。
한동안 잠잠하더니 푸른빛과 함께 진흙덩이 같은 것이 기어 나왔다. 감히 접근치는 못하고 주위만 배회한다.
沉寂了一會兒,一個泥團狀的東西伴隨著藍光爬了出來。它不敢靠近,只在周圍徘徊。
[얼굴이 아깝다. 그러게 좀 웃고 다니라니까. 스마일~]
[長得這麼好看,可惜了。就說要你多笑一笑嘛。微笑~]
그사이 한유진은 시그마와 독대하고 있었다. 사슬에 묶여 테이블 위로 끌려가는 그의 모습이 창에 비추어졌다.
與此同時,韓有辰正和希格瑪單獨會面。他被鎖鏈綑綁,拖到桌上的身影映照在窗戶上。
“저런, 역시 젊은 놈이 거칠군.”
「哎呀,年輕人果然還是比較衝動。」
어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었을 텐데. 성현제는 시그마의 태도에 혀를 짧게 찼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어도 성급하고, 또 불안정하다.
明明光是年輕,就足以讓他佔盡優勢了。成賢濟對西格瑪的態度不以為然地咋舌。儘管表面上裝作泰然自若,但實際上卻是急躁又不安。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시그마에게 있어 솔렘니스는 좁은 우리와도 같았다. 똑같은 일상, 똑같은 사건만이 반복되는 좁디좁은 세계. 그곳에 갇혀 퇴색되어 가고 있던 그의 앞에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떨어진 것이다.
這並非無法理解。對希格瑪而言,索雷姆尼斯就像個狹窄的牢籠。一個只有重複的日常、重複的事件,狹窄到不行的世界。在他被困於其中,逐漸褪色的時候,一個全新的存在降臨了。
단순히 한유진의 행동만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엔 있을 수 없는 이질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시그마는 분명 직감적으로 느꼈을 터였다. 그것은 말라죽어 가던 물고기 위에 쏟아진 시원한 물과도 같았다.
不單單是韓悠辰的行動,西格瑪肯定也直覺地感受到,他的存在本身就是這個世上不可能有的異質。那就像是灑在快要乾枯的魚身上的冰涼的水。
쫓아가는 수밖에. 그리고 손에 넣으려 하는 수밖에. 살아남기 위해서.
追上去,然後想辦法弄到手。為了活下去。
심지어 한유진은. 甚至韓悠辰也一樣。
[나한테 있어서 시그마는 너 하나뿐이야.]
[對我而言,西格瑪就只有你一個。]
이 세계의 유일한 진짜다. 그 진짜가 긍정했다. 진심을 다해 가짜여야 할 것은 진짜라고 말하였다. 커다란 오류가 발생했다. 그 직후.
這世界的唯一真實。那真實肯定了。它真心誠意地說,本該是虛假的事物卻是真實的。一個巨大的錯誤發生了。緊接著。
성현제는 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한 명이 더 같은 것을 감지했다.
成賢濟感覺到世界正在動搖。還有另一個人也察覺到同樣的事。
- 말했군요. 「你說了。」
하얀 새였다. 몸집을 작은 매 정도로 줄인 흰 새가 꽁지깃을 길게 늘어뜨리며 얼음골렘의 파편덩어리 위에 내려앉았다. 성현제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하얀 새를 바라보았다.
是隻白色的鳥。牠將身形縮小到像隻小鷹般,拖著長長的尾羽,降落在冰魔像的碎片堆上。成賢濟以絕非友善的目光望著那隻白色的鳥。
“그래. 네가 예지한 대로.”
「沒錯。就如你預言的那樣。」
미래예지종, 별을 헤아리는 새. 실제는 아니었다. 이 세계에 남은 데이터였지만 그녀는 지금의 이 미래 또한 알고 있었다.
預知未來種,數星星的鳥。那並非真實。雖然是殘留在這個世界的資料,但她也知道現在這個未來。
- 제가 보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가능성을 높이려 노력할 뿐이죠.
- 我所預見的,並非都會如實發生。我只是努力提高可能性罷了。
하얀 새의 변명에도 성현제의 눈길은 차갑기만 했다. 심지어 살기마저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빛 띤 눈의 동공이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그러나 하얀 새는 아랑곳없이 날아올라 성현제의 한쪽 어깨 위에 자리 잡았다.
即使白鳥辯解,成賢帝的目光依然冰冷。甚至開始流露出殺意。他那雙帶著金色的眼瞳,瞳孔細如針尖。然而白鳥毫不在意,飛起來停在成賢帝的一邊肩膀上。
- 특히나 이번에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쉽게 받아들여 줄 줄은 몰랐어요.
- 我還以為這次會特別困難呢。沒想到他會這麼輕易就接受。
“내 파트너는 다정하니까. 일정 선만 넘으면 그 무엇도 다 받아주지. 인간이든 몬스터든 그 외의 것이든.”
「我的搭檔很溫柔,只要不過界,無論是什麼都能接受。不管是人類、怪物,還是其他什麼。」
뭐든지. 한유현을 키웠기 때문일까. 한계가 없었다. 아직까지는. 성현제는 울상을 짓는 한유진을 들여다보았다.
什麼都行。是因為養大了韓有賢嗎?沒有極限。至少目前是。成賢濟看著一臉沮喪的韓有辰。
심지어 자신까지도. 생일날 편의점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한유진은 성현제를 가로막고 있던 선을 지워 버렸다. 그 스스로는 아직 거리를 두고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지만.
甚至連他自己也是。在生日那天,他在便利商店裡確實感受到了。韓宥辰抹去了阻礙成賢濟的那條界線。雖然他自己似乎還相信自己保持著距離。
“덕분에 꽤 곤란해.” 「多虧了你,我還挺困擾的。」
한유진은 성현제를 이미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트너 요청도 받아 주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현제로서도 드물게 어려운 문제였다. 한유진은 여전히 F급이고, 약하고, 속은 썩어문드러져 있고. 그런 주제에 한유진은 성현제를 평범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韓誘辰已經把成賢濟當成和自己一樣的人了。所以才接受了合作夥伴的請求。那麼,該怎麼辦呢?這對成賢濟來說,也是個罕見的難題。韓誘辰依然是 F 級,弱小,內心腐爛不堪。儘管如此,韓誘辰卻還是普通地喜歡著成賢濟。
혹여 그가 다치면 걱정할 것이고 위험에 처하면 구하려도 들 것이고 순수하게 생일을 축하해 주고 여상스런 대화를 나누며 새해 인사도 해올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성현제를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이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터였다.
他若受傷,我會擔心;他若遇險,我會想救他;我會真心為他慶生,與他閒話家常,也會向他拜年。或許,我甚至能改變成賢濟。畢竟,我對他並非毫無影響。
“그래도 한유현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不過,應該不至於變成像韓有賢那樣吧。」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길지 않은 고민 끝에 성현제가 선택한 것은 보호였다. 인제 와서 손에서 놓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한,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지금도 이러한데 썩은 속이 완전히 아문다면, 한유진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러니 한번 자신의 손으로 치료해 보려고 했었다.
該怎麼辦才好,成賢濟在短暫的思索後,選擇了保護。事到如今,他已不打算放手。再者,現在連自己的身體都顧不好,要是腐爛的內臟完全痊癒,韓有辰又會如何變化呢?所以他曾想過要親手為他治療。
거절당했지만. 被拒絕了。
성현제가 옅게 미소를 머금었다. 주위에 서서히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얀 새가 날아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녀의 정보는 여기에서 끝났다. 진짜가 흘러들어와 가짜를 받아주었다 해도 저 정도로 거대한 존재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성현제에게 건네줄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成賢濟的嘴角勾起一抹淺笑。周圍開始緩緩出現裂痕。白色的鳥兒飛起,隨即消失。她的情報到此為止。即使真實流入並接受了虛假,要改變如此巨大的存在也是不可能的。她能提供給成賢濟的情報也有限。
성현제는 몸을 일으켜 진흙괴물을 가볍게 처리한 뒤 퀘스트를 보냈다.
成賢濟起身,輕而易舉地解決了泥怪,然後發送了任務。
[특별 메인퀘스트! 시그마를 지켜 주세요!!]
【特別主線任務!請保護希格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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