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흔들림 296 話 動搖
구두 굽이 매끄럽게 깔아 놓은 활주로를 가볍게 두드렸다. 성현제는 느긋하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高跟鞋輕輕敲擊著平滑的跑道。聖賢帝悠閒地轉頭環顧四周。
조용하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승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공항 역시 같은 상황일 것이다. 관제탑 정도에나 사람이 있었을까. 그마저도 지금쯤은 피신하였을 것이다.
很安靜。除了從飛機上下來的空服員之外,感覺不到任何人的氣息。機場大概也是同樣的情況吧。管制塔台那裡或許還有人,但現在大概也已經避難了吧。
“내가 어떠한 말을 하든, 결과는 변함없을 듯하네만.”
「不管我說什麼,結果似乎都不會改變。」
“해명하실 겁니까.” 「您要解釋嗎?」
“아니.” 「沒有。」
성현제는 퍽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송태원은 활주로를 빠져나가는 승무원들을 확인했다.
成賢濟笑得十分開心,彷彿樂在其中。宋泰元雖然視線沒有離開他,卻也確認了空服員們都已離開跑道。
“이렇게까지 싸움을 걸어오는데 받아 주지 않는다면 송태원 실장님의 성의가 무색해지지 않겠나.”
「他們都這樣挑釁了,如果還不接受,那宋泰元室長的心意不就白費了嗎?」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를 억제 가능한 상태라고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您只要說不會引起任何問題,而且自己能夠控制住就行了。」
“말 한마디면 된다는 건가.”
「意思是只要一句話就行了?」
“예.” 「是。」
송태원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성현제가 저 말을 해 주리라 기대치는 않았다. 이미 심기가 뒤틀려 있음이 확연하게 보이건만 문제없다, 라고 스스로 말할 사람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굽히고 들어오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宋泰元冷靜地回答。但他並不期望成賢濟會說出那樣的話。儘管他明顯心緒不寧,但他不是那種會說「沒問題」來安慰自己的人。那樣的妥協不適合他。
이상 행동을 보이는 S급 헌터를 얌전히 보내 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화로 풀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결국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對於行為異常的 S 級獵人,不可能就這樣乖乖放他走。但他也不是那種能透過對話解決問題的對象。最終,最好的辦法就是在這裡讓他稍微冷靜下來。
“왜 한유진 씨와 동행하지 않았습니까?”
「你為什麼沒有和韓宥真先生同行?」
승무원들이 모두 공항 안쪽으로 사라지고, 송태원이 입을 열었다.
所有機組人員都消失在機場內部後,宋泰元開口了。
“한유진 군이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라는 건 미처 몰랐군. 내게는 스물다섯 살이라 하기에 깜박 속았지 뭔가.”
「我倒是沒想到韓宥真先生是需要監護人的年紀。他跟我說他二十五歲,害我一時不察就上當了。」
“그는 무사합니까?” 「他平安無事嗎?」
미소를 띠고 있던 금안이 희미하게 서늘해졌다. 송태원은 대답이 없는 성현제를 역시나 조용히 바라보았다.
那雙帶著笑意的金眸微微透出寒意。宋泰元依然靜靜地看著沒有回答的成賢濟。
문현아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 한유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최소한 성현제와의 사이에서는 발생하였을 것이다.
他從文炫雅那裡聽說了大概的情況。韓宥真沒有任何問題。但肯定有什麼事發生了,至少是在他與成賢濟之間。
그렇지 않고서야 성현제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먼저 귀국했을 리가 없었다.
不然的話,成賢濟不可能在沒有任何理由的情況下,就先回國了。
단순히 흥미를 잃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저렇게, 그답지 않은 반응을 보여 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如果只是單純失去興趣,那還好。但像他這樣,表現出不像他會有的反應,該怎麼解釋呢?
낯설었다. 이 이상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그럴 이유 또한 없었다. 각성자 관리실 실장 송태원. 다른 무엇보다 그 사실이 우선이었다.
很陌生。陌生到我不想再深入探究。而且也沒有理由這麼做。覺醒者管理室室長宋泰元。這件事比其他任何事都重要。
“성현제 헌터,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대답 부탁드립니다.”
「成賢濟獵人,請您回答關於您自身狀態的問題。」
“묵비권을 행사하면, 어쩔 텐가.”
「如果我行使緘默權,你又能如何?」
“던전 공략 직후의 상태로 상정, 대응하겠습니다.”
「我會假設是在攻略完地城後的狀態,然後進行應對。」
“그따위 것과 비교할 만한 기분은 아닌데. 하지만 좋아.”
「這心情可不是那種東西能比擬的。不過,好啊。」
성현제는 마력을 가볍게 움직였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약한 전류가 흘렀다.
成賢濟輕輕地運轉魔力。微弱的電流像呼吸般自然地流動著。
송태원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복잡한 대화보다는 차라리 이편이 편했다. 대화의 끝에는 종종 이해가 따라붙곤 하였기에 더더욱.
宋泰元指尖使力。比起複雜的對話,他更喜歡這樣。因為對話的盡頭,往往伴隨著理解。
구두가 바닥을 짓밟았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충격을 버티기 위해 단단하게 만들어진 활주로다. 특수 처리 된 지면에 희미한 금이 가고, 성현제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皮鞋踩踏著地面。這是為了承受飛機起降衝擊而堅硬建造的跑道。經過特殊處理的地面出現微弱的裂痕,成賢濟的身影從原地消失。
콰드득! 喀嚓!
주먹과 손바닥이 맞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아무런 페이크도 넣지 않고 정직하게 돌격해 온 공격을 송태원이 막아 냈다.
拳頭與手掌相撞,發出響亮的聲音。宋泰元擋住了成賢濟沒有任何虛招,正直地突擊而來的攻擊。
힘이 실린 주먹을 팽팽하게 맞서 받아 내며, 송태원이 성현제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宋泰元硬生生接下那飽含力量的拳頭,一臉疑惑地看著成賢濟。
“···뭐하는 짓입니까.” 「……你在做什麼?」
아무런 스킬도, 기교도 없는 단순한 주먹질이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這只是單純的拳擊,沒有任何技巧可言。簡直令人感到荒唐。
“화풀이나 하라고 대주는 것 아니었나.”
「你不是說要讓我發洩一下嗎?」
끼익, 구두 끝이 눌려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발길질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튀어 오르는 전류는커녕 사슬의 금속음조차 없었다.
吱呀,鞋尖被壓得扭曲變形的聲音響起,接著又是一陣踢踹。這次別說是電流竄動,就連鎖鏈的金屬聲都沒有。
송태원은 팔뚝을 내려 찔러 오는 킥을 막아 냈다. 전신에 무게를 실어 조금도 밀려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성현제가 입꼬리를 비틀며 뒤로 가볍게 뛰어 물러났다.
宋泰元用手臂擋住了朝他刺來的踢擊。他全身的重量都壓在腳上,絲毫沒有被推開,成賢濟見狀,嘴角勾起一抹弧度,輕巧地向後跳開。
“딱딱한 샌드백이로군.” 「真是個堅硬的沙包啊。」
“대체!” 「你到底!」
“대낮부터 공직자의 자기 위로나 돕는 신세라니.”
「大白天就說什麼公職人員的自我慰藉,或是幫忙的處境。」
슬픈 일이라며, 성현제가 과장 되게 울상을 지어 보였다.
成賢濟說這是件悲傷的事,誇張地擺出哭喪的臉。
“친애하는 송태원 실장님, 제대로 이를 드러내 보게.”
「我親愛的宋泰元室長,好好地露出你的獠牙吧。」
성현제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成賢濟抬起手腕確認時間,接著說道。
“다음 비행기도 오늘 내로 들어오겠지. 서너 시간쯤 걸릴까. 그 전에 위험 요소는 치워 두셔야지요.”
「下一班飛機今天之內也會進來吧。大概會花上三、四個小時?在那之前,您得先清除危險因素才行。」
“···현재 상황에서 S급 헌터에게 일정 이상의 위해를 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도 일본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以目前狀況,無法對 S 級獵人造成一定程度以上的危害。韓國也有可能發生和日本一樣的狀況。」
“자신만만하시군.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한유진 군을 아끼는 건 사실이야.”
「你很自信嘛。該怎麼說呢,我確實很喜歡韓宥真小弟。」
굽어진 손가락을 턱 근처에 가볍게 댄 채 성현제가 말했다. 겉으로는 차분하게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成賢濟將彎曲的手指輕輕抵在下巴附近,說道。表面上看起來像是在冷靜地沉思。
“둘은 없을 극히 희귀한 것이고 흥미롭기도 하였지. 그보다 더 아끼는 것은 이전에도, 이후로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가더라도 보호하고 웬만한 일은 감수할 생각도 했다네.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那兩人是極其稀有、獨一無二的存在,也很有趣。我想我再也不會遇到比他們更珍視的人事物了。即使很費心,我也想保護他們,甚至願意承擔任何風險。因為他們值得。」
송태원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宋泰元沒有放鬆警惕,注視著成賢濟。
그것은 송태원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성현제는 관대해졌다. 시간을 내고 주의를 기울여 세세하게 보살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宋泰元也深知這一點。只要是合他心意的,只要他判斷有價值,成賢濟就會變得寬宏大量。他甚至不惜花費時間和精力,細心照料。
다만 한유진을 상대로는 유독 과도하다는 생각이 이따금 들었다.
<p>只不過,面對宥真時,他總覺得自己有時會過度反應。</p>
“···이제는, 질리기라도 했습니까.” 「……現在,是連厭倦都厭倦了嗎?」
“그랬으면 차라리 편하겠다만.” 「那樣的話,我反而會比較輕鬆。」
차르륵, 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鎖鍊聲嘩啦作響。
“질렸다 해도 가치는 그대로이니, 전처럼 아껴 주면 될 일이지.”
「就算厭倦了,價值也還是一樣,只要像以前一樣珍惜就行了。」
하지만 그러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但就連這樣都變得困難了。
“약간, 혼란스러워.” 「有點、混亂。」
성현제의 시선이 송태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成賢濟的視線直直地望著宋泰元。
“어떻게 해야 할지.” 「該怎麼辦才好。」
송태원은 무심코 이를 악물었다. 대체 왜.
宋泰元無意識地咬緊牙關。到底為什麼。
문득 한유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볼 수 없으리라 믿었던 그의 모습이. 순수하게 기뻐하며 미소 짓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살갑게 다가서는 평범한 태도들.
宥賢的模樣突然浮現在腦海中。那是以前從未見過,也曾以為永遠無法見到的他的模樣。純粹地高興著、微笑著,真心為某人擔憂,親切地靠近,那些平凡的態度。
“송태원 실장.” 「宋泰元室長。」
“···항상 제멋대로 굴지 않았습니까.”
「……您不總是為所欲為嗎?」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면 어쩔 텐가.”
「要是沒辦法那樣,你打算怎麼辦?」
성현제가 도발하듯 말했다. 아니, 틀림없는 도발이었다. 황소 앞에서 붉은 천을 흔들 듯이.
成賢濟挑釁般地說道。不,這絕對是挑釁。就像在公牛面前揮舞紅布一樣。
“제아무리 마음에 드는 것이라 해도 내가 우선이라네. 어디까지나 내 것이고 내가 아껴 주는 것이며 내가 주체지.”
「就算再怎麼喜歡,我都是第一位的。它終究是我的東西,由我來愛惜,我才是主宰。」
“알고 있습니다.” 「我知道。」
송태원은 자세를 약간 바꾸었다.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더 듣고 싶지 않았다.
宋泰元稍微換了個姿勢。腳尖使力,他不想再聽下去了。
그러면서도 그는 뛰어들지는 못했다. 스스로의 욕망은 언제나 내리누르고 참아야만 하는, 제거하는 게 옳은 불순물이었기에.
但他卻無法縱身一躍。因為他總是得壓抑、忍耐自己的慾望,那是不該存在的雜質,理應被去除。
“왜 혼자 먼저 돌아왔느냐고 물었던가? 피해 왔다네.”
「你問我為什麼獨自先回來?我躲開了。」
웃기지 않느냐며, 성현제가 말했다.
「不覺得很可笑嗎?」成賢濟說道。
“내가 나를 억누르지 못하고 손대게 될 것만 같아서.”
「因為我好像會忍不住對你動手。」
“당신이, 말입니까.” 「您,會嗎?」
“그래. 그러니 송태원, 물어야지.”
「對。所以宋泰元,你得問啊。」
네 연약한 양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전에.
在將你那柔弱的羔羊撕成碎片之前。
명령이 떨어진 듯 송태원이 뛰어나갔다. 팽팽히 당겨진 목줄이 끊어진 것처럼 적에게 달려들었다. 더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유진은 약자며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성현제는 그를 위협하겠다 말했다.
指令一下,宋泰元便衝了出去。他像掙脫了緊繃的韁繩般,朝敵人猛撲過去。他已無需再深入思考。韓宥真是一名弱者,是需要被保護的對象。而成賢濟則說要威脅他。
명확하고 단순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能明確且簡單地行動。
파지지직! 전류가 튀었다. 송태원은 살을 태우고 뼈까지 그을려 버릴 전격에 그대로 뛰어들었다.
劈啪作響!電流四濺。宋泰元就這麼跳進了足以燒焦血肉、燻黑骨骼的電擊之中。
전기 저항 아이템이 있다곤 하나 상대적인 등급은 훨씬 낮았다. 하지만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으며 그것으로 충분했다.
雖然有電擊抗性道具,但相對等級低了許多。不過,足以避免致命傷,這樣就夠了。
상대의 스킬을 무효화시키는 검은 그림자로 급소를 노려 오는 유독 강력한 전격을 막아 내며 어느새 꺼내 든 나이프를 성현제의 목덜미를 향해 휘둘렀다.
我用能使對方技能無效化的黑色影子擋住了朝我致命部位襲來的劇烈電流,同時揮舞著不知何時已拔出的刀,砍向成賢濟的脖頸。
카랑! 그러나 순식간에 펼쳐진 금빛 사슬이 나이프와 맞부딪쳤다. 단순한 힘은 무게를 실은 나이프가 우세했지만 무기의 격차는 확연했다.
鏗啷!然而,瞬間展開的金色鎖鏈與小刀猛烈碰撞。單純以力量而論,承載著重量的小刀佔了上風,但武器之間的差距卻是顯而易見。
칼날이 부러지고 성현제의 손날이 송태원의 몸통을 노렸다. 송태원은 재빠르게 몸을 비틀며 무릎을 세워 뻗어 오는 성현제의 팔을 올려 찼다.
刀刃斷裂,成賢濟的手刀瞄準了宋泰元的軀幹。宋泰元迅速扭身,抬膝踢向成賢濟伸過來的手臂。
그대로 부딪친다면 타격을 입는 쪽은 성현제였다. 스킬로 무게를 더할 수 있는 송태원의 근접 공격은 동일 등급으로선 방어 스킬 없이는 막아 내기 힘들었다. 손을 거두기에도 이미 늦었다. 성현제는 피하는 대신 손바닥을 아래로 돌렸다.
如果就這樣撞上,受到衝擊的會是成賢濟。宋泰元的近身攻擊,能以技能增加重量,同等級的對手若沒有防禦技能,很難擋下。收手也已經來不及了。成賢濟沒有閃躲,而是將手掌向下翻轉。
콰드득, 단단한 지면에 금이 가라 발에 힘을 주어, 성현제의 몸이 그대로 위로 솟구쳤다. 올려치는 공격의 방향에 거스르지 않고 마치 손바닥으로 송태원의 무릎을 가볍게 짚듯이 반동을 주어 공중을 한 바퀴 돈 것이다.
喀嚓,堅硬的地面因他腳下施力而龜裂,成賢濟的身體就這麼向上躍起。他沒有逆著上擊的方向,而是像用手掌輕輕撐住宋泰元的膝蓋般,藉著反作用力在空中轉了一圈。
중력을 벗어난 듯 제 머리 위를 휙 넘어가는 성현제를 구경만 하고 있을 송태원이 아니었다. 접었던 무릎을 거둠과 동시에 그의 손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려졌다. 파바박, 무기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리고 사슬이 약 오른 뱀처럼 송태원을 향해 내리꽂혔다.
宋泰元可不是會只顧著看成賢濟,任由他像擺脫重力般從自己頭上飛過的人。他收回彎曲的膝蓋,同時手中擲出某樣尖銳的物體。啪啪啪,武器刺入肉體的聲音響起,鎖鏈像被激怒的蛇般朝宋泰元猛地落下。
콰각! 匡啷!
사슬 끝에 바닥이 파헤쳐졌다. 연이어 콰득, 콱! 몸을 피하는 송태원을 뒤쫓는다. 자신의 무기로는 대응할 수 없었기에 송태원은 한쪽 손과 팔에 약탈을 두르곤 금색 사슬을 움켜잡았다.
鎖鏈的盡頭,地面被挖開了。緊接著,匡噹、匡噹!鎖鏈追著閃躲的宋泰元。由於無法用自己的武器應對,宋泰元便將掠奪纏繞在單手和手臂上,然後抓住了金色鎖鏈。
두 사람 사이에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전류가 사슬을 따라 튀었지만 검은 그림자에 먹혀 사그라졌다.
兩人之間的鎖鏈繃得筆直。電流沿著鎖鏈迸發,卻被黑影吞噬,隨即消失。
“몬스터의 가시인가.” 「是怪物的棘刺嗎?」
사슬의 끝을 붙잡은 채 성현제가 다른 쪽 팔을 들어 올렸다. 손목에 네 개의 가시가 박혀 있었다.
聖賢帝抓著鎖鏈的末端,舉起另一隻手臂。他的手腕上扎著四根尖刺。
그는 송태원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가시 끝을 입으로 물어 뽑아냈다. 느릿하게 살을 빠져나온 가시가 발치로 툭툭 떨어졌다. 핏물이 순식간에 소맷자락을 적신다.
他沒有將視線從宋泰元身上移開,用嘴咬住刺的尖端,將其拔出。刺緩緩地從肉中拔出,一根根地掉落在腳邊。血水瞬間浸濕了袖子。
“마비 독이 남아 있지만, 약하군.”
「麻痺毒還殘留著,但很弱。」
송태원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 두 발에 무게를 실으며 단번에 사슬을 잡아당겼다. 힘을 이기지 못한 성현제가 끌려오는 듯하더니, 투두둑, 사슬의 고리가 순식간에 동강동강 끊어졌다.
宋泰元深吸一口氣。他將重心放在雙腳,猛地一拉鎖鏈。成賢濟似乎抵擋不住這股力量,被他拉了過來,接著喀嚓喀嚓幾聲,鎖鏈的環扣瞬間斷裂成好幾截。
끊어진 고리들이 힘을 받은 방향 그대로 거세게 날아가.
斷裂的環圈順著受力的方向猛烈飛去。
쾅! 콰광! 匡! 匡光!
애꿎은 비행기의 몸체를 파고들었다.
無辜的飛機機身被鑿穿了。
마치 폭탄이 쏘아진 듯한 위세였으나 송태원은 흔들림 없이 주먹질로 고리를 쳐 내며 다시 성현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앞을 무시무시한 전격이 막아섰다.
<p>宋泰元聲勢如同一枚射出的炸彈,但他絲毫不動搖,揮拳擊開圓環,再次衝向成賢濟。然而,一道可怕的閃電擋住了他的去路。</p>
쿠르르릉! 咕嚕嚕嚕!
눈을 멀게 하는 빛이 퍼져 나갔다. 사나운 포효와 함께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에너지가 송태원의 전신을 휘감아 왔다. 그 빛에 간신히 저항하며, 송태원이 바닥에 발을 내리꽂았다. 특수 콘크리트가 밀려나듯 솟아오르며 미친 듯이 춤추는 전류를 막아 냈다.
致盲的光芒擴散開來。伴隨著兇猛的咆哮,一股具有強大破壞力的能量纏繞住宋泰元的全身。宋泰元勉強抵抗著那道光芒,雙腳猛地踩向地面。特殊混凝土像被推開般隆起,擋住了瘋狂舞動的電流。
그와 동시에. 與此同時。
“큭!” 「咳!」
어느새 송태원의 뒤로 돌아간 성현제가 그의 등을 강하게 찼다. 밀려난 몸이 솟아난 콘크리트와 부딪치며 굉음을 울린다.
不知不覺間,成賢濟繞到宋泰元的後方,狠狠地踹了他的背。宋泰元被踹得倒飛出去,撞上隆起的混凝土,發出巨大的聲響。
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송태원이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차르르, 송태원이 피한 자리에 사슬이 창처럼 내리꽂히려다.
宋泰元還沒能完全睜開眼睛,便本能地翻身躲開。唰啦一聲,鎖鏈像長矛般朝宋泰元方才所處的位置猛刺而下。
“……!” 「……!」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어 송태원의 팔을 꿰뚫었다. 공격을 제대로 피하는 것조차 힘든 상대다. 마비 가시를 맞은 것도, 일부러 맞아 준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牠猛地轉向,刺穿了宋泰元的胳膊。這對手連要好好閃避都很困難。他會被麻痺棘刺擊中,很可能也是故意挨的。
낚시하듯 팔을 꿰뚫은 사슬이 크게 반원을 그리며 당겨졌다. 내던져진 송태원의 몸뚱이가 비행기를 반파시키며 잔해 사이에 나뒹굴었다. 그 위로 다시금 벼락이 내려쳤다. 이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핏물을 삼키며, 송태원이 몸을 피했다. 검게 타는 냄새와 함께 불길이 일었다.
흔들리는 연기 너머로 우뚝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소매가 조금 붉어졌을 뿐 상처 하나 없는 그의 모습에 송태원은 차라리 안도했다. 포션을 몸에 흩뿌리며 일어섰다.
越過搖曳的煙霧,看見了巍然屹立的男人。宋泰元反而鬆了口氣,因為他毫髮無傷,只是袖子稍微染紅了些。他將藥水灑在身上,然後站了起來。
“이 꼴을 보면 내 파트너가 잔소리를 하겠군.”
「看到我這副模樣,我的搭檔又要嘮叨了。」
손을 들어 자신에게로 돌아온 사슬 끝을 매만지는 동작이 더없이 우아하다. 격한 동작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조차도 일부러 그렇게 만든 듯했다. 주위의 난장판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他抬起手,輕撫著回到自己手中的鎖鏈末端,動作優雅至極。就連因劇烈動作而散亂的髮絲,也彷彿是刻意為之。他的身影,與周遭的一片狼藉顯得格格不入。
“한유진 씨에게 접근하지 마십시오.”
「請勿接近韓宥真先生。」
걸어 나오는 송태원의 발끝에 비행기의 파편이 짓밟혔다.
宋泰元腳下踩著飛機的碎片走了出來。
성현제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끓어오르는 시선과 그와는 반대로 갈려 나간 듯 딱딱한 표정에 눈길을 두었다.
成賢濟靜靜地看著他。他將目光投向那股朝自己湧來的熾熱視線,以及與之相反、彷彿被撕裂般僵硬的表情。
“두 사람은 의외로 비슷한 곳이 있어.”
「你們兩個意外地有相似之處。」
“무슨 말씀이십니까.” 「您說什麼?」
“내게 바라는 것과 짓눌려 있는 속이.”
「你對我的期望,以及你內心被壓抑的情緒。」
송태원의 눈가가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우지직, 등 뒤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宋泰元的眼角微微皺起。喀嚓,身後傳來了什麼東西倒塌的聲音。
“덕분에 약간 기분이 풀리긴 했으니 감사하다고 해 두지.”
「多虧了你,心情是好了一點,就謝過你吧。」
“기다, 려!” 「等、等等!」
“나는 여기 서 있다네.”
「我就站在這裡。」
주먹에,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송태원은 더는 덤벼들지 못했다. 기분이 풀어졌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머뭇거리는 그를 바라보던 성현제가 눈썹 끝을 조금 올리곤 몸을 돌렸다.
我的拳頭和雙腿都使上了力氣。但宋泰元沒有再撲過來。如果心情已經平復,那就這樣吧。成賢濟看著猶豫不決的他,眉梢微挑,轉過了身。
* * *
“큰 부상은 아니라고요?” 「不是什麼大傷,對吧?」
“네, 세성 길드장은 자택으로 귀가하였고 송태원 실장도 무사합니다.”
「是的,星辰公會會長已返家,宋泰元室長也平安無事。」
공항 라운지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성현제가 공항에 도착하고, 기다리고 있던 송태원과 한 판 붙었다. 들을 수 있는 것은 그게 다였다. 복잡한 심경으로 내 무릎에 앉은 피스를 쓰다듬었다.
我在機場貴賓室裡聽到了消息。成賢濟抵達機場後,便和等候多時的宋泰元打了起來。我能聽到的就只有這些了。我心情複雜地撫摸著坐在我膝上的皮斯。
‘두 사람 다 멀쩡하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兩個人都沒事,真是萬幸。」
송 실장님이 먼저 시비 걸었을 리는 없고. 성현제 씨,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속이 타서 옆에 놓인 음료수를 들이켰다.
宋室長不可能先找碴。成賢濟先生,你到底在搞什麼鬼?我心急如焚,拿起放在旁邊的飲料一飲而盡。
“이제 와서 축하받아야 한다니!”
「事到如今,居然還要我接受祝賀!」
“예림아, 사흘 지났어.” 「藝琳啊,三天過去了。」
나도 한참 지난 거 같긴 하다만.
我好像也過了很久了。
내 말에 코디네이터의 손에 잡혀 있던 예림이가 얌전하게 볼을 부풀렸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승리하고 온 우리를 환영해 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발목 붙잡히고 말았다. 갑작스런 몬스터 출몰로 분위기가 흉흉해진 만큼 더더욱 흥겨운 행사가 필요하다나.
我說完後,被造型師牽著手的藝琳乖巧地鼓起了臉頰。她本想直接回家,但對方說需要準備歡迎我們從日本友誼賽獲勝歸來的活動,所以她就這樣被纏住了。對方還說,由於突如其來的怪物出沒,氣氛變得人心惶惶,因此更需要一場熱鬧的活動。
고개를 돌리자 그간의 일에 대해 보고받느라 바쁜 유현이와 현아 씨가 보였다. 해연 길드야 큰 문제 없었지만 현아 씨는 리에트가 친 사고 때문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我轉過頭,看見宥賢和賢雅小姐正忙著聽取這段時間以來的報告。海淵公會雖然沒有什麼大問題,但賢雅小姐卻因為麗葉特闖的禍而緊皺眉頭。
“소영이한테 미안하네.” 「對素英很抱歉。」
그래도 앞으로의 일 때문인지 브레이커 길드도 함께 책임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축하고 뭐고 빨리 받고 집에 가고 싶다.
<p>即便如此,或許是為了往後的事,他並沒有說要和破壞者公會一起承擔責任。我只想趕快收下祝福什麼的,然後回家。</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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