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되짚어도 (2) 274 話 即使回溯 (2)
“무, 무슨 소리야, 그게…….”
「你、你說什麼啊……」
나는 떨고 있었다. 겁먹고 있었다.
我顫抖著。我害怕著。
“각성, 했다고 해도… 왜 유현이 네가 헌터가 돼. 아직 어리잖아, 성인도 아니잖아…….”
「就算覺醒了……為什麼你會成為獵人?你還小啊,還沒成年啊……」
한유진 씨의 동생은 S급 각성자입니다. 그렇게 말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은 시기였다. 첫 던전 쇼크 이후 각성자들이 나타나고 그럭저럭 체계가 잡혀가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재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韓悠辰的弟弟是 S 級覺醒者。就算這麼說,當時也還沒有切身的感受。在第一次地城衝擊後,覺醒者們陸續出現,體系也勉強建立起來,但對一般人來說,這仍然只是災難,沒有更多也沒有更少。
던전과 몬스터는 미지의 두려움, 그뿐이었다. 나에게도.
地城和怪物,就只是未知的恐懼,僅此而已。對我來說也是。
“괜히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沒事別出門,待在家裡。」
나직하게 동생이 말했다. 이때까지는 아직 유현이도 나를 걱정하는 티를 냈다. 만약 이때 내가 얌전히 동생의 말에 따랐더라면… 아니,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 결국은 도마뱀 놈이 유현이에게 접근해 왔을 거고, 그리고 우리는.
弟弟低聲說道。直到這時候,柳賢還表現出擔心我的樣子。如果當時我乖乖聽從弟弟的話……不,別想那些沒用的。最終,那隻蜥蜴還是會接近柳賢,然後我們就會。
“유현아! 한유현!” 「宥賢啊!韓宥賢!」
동생은 내 곁을 떠났다. 저기 넋 놓고 서 있는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려놓고자 소용없는 발버둥질을 쳤다. 이미 세상은 변해 버렸는데도.
弟弟離開了我身邊。呆愣地站在那裡的我無法接受這個事實。我徒勞地掙扎著,想盡辦法讓一切恢復原狀。即使世界早已改變。
“유현아, 제발…….” 「宥賢啊,拜託了……」
나는 휴대폰을 붙잡고 애원하고 있었다. 배경은 예전 집이었다. 내 얼굴은 핼쑥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던 기억이 났다.
我抓著手機哀求著。背景是以前的家。我的臉頰消瘦,記得當時食不下嚥、夜不成眠。
“헌터 같은 거 하지 마, 응? 위험하잖아. 던전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시체도 못 찾는대. 시체조차도……. 그런데 왜 네가 거길 가, 유현아…….”
「別當什麼獵人,好嗎?很危險的。要是萬一在地下城出了什麼事,連屍體都找不到。連屍體都……。可是你為什麼要去那裡,宥賢啊……。」
S급 헌터. 아직 던전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던 이때는 걱정할 필요도 없는 등급이었다. 하지만 그런 거 이때의 나로서는 전혀 체감되지 않았다. 주워들은 소문은 죄다 흉흉하였고 TV에서는 연신 던전과 몬스터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S 級獵人。在地下城難度還算低的當時,這是個根本無需擔心的等級。然而,那時的我卻完全感受不到這一點。聽來的傳聞全是凶險的,電視上也不斷地講述著地下城和怪物的危險性。
장비도 모자라고 헌터도 모자라고 경험은 더더욱 모자랐기에, 등급 낮은 던전에서도 중하급 헌터들이 곧잘 죽어 나가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던전 공략 실패, 돌아오지 못한 각성자들, 부상, 사망, 실종.
由於裝備不足、獵人不足,經驗更是嚴重不足,所以即使是等級較低的地下城,中下級獵人也常常喪命。地下城攻略失敗、未能歸來的覺醒者、受傷、死亡、失蹤。
하루하루 피가 바싹바싹 말라갔다. 혹시라도 익숙한 이름이 부상자 명단, 사망자 명단, 실종자 명단에 떠오르진 않을까. 악몽도 몇 번이나 꿨었다.
每天都過得心驚膽戰。深怕熟悉的姓名會出現在傷者名單、死者名單、失蹤者名單上。惡夢也做了好幾次。
“형이 더 잘할게. 부족한 거 없도록, 더 노력할 테니까…….”
「哥會做得更好。為了不讓你有任何不足,我會更加努力的……」
휴대폰 너머는 조용했다. 지금의 내 모습보다, 이때의 기억보다 그 사실이 더 가슴을 헤집었다. 무슨 생각으로 내 말을 듣고 있었을까. 내가 어쩌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 무슨 심정으로.
手機那頭一片寂靜。比起現在的我,比起這段記憶,這個事實更讓我心如刀絞。他究竟抱著什麼樣的心情聽我說話呢?他不可能不知道我現在的處境,又是抱著什麼樣的心情呢?
나는 울었다. 我哭了。
“…제발 던전에 들어가지 마.”
「……拜託你,不要再進地下城了。」
유현아. 劉賢啊。
나는 이해하지 못했으며 동생은 물러서지 못했다. 혼란 속에 찾아온 급격한 변화 앞에 우리는 둘 다 어리고 미숙했다.
我不理解,弟弟也無法退讓。在混亂中突如其來的劇變面前,我們都還太過年輕和不成熟。
유현이가 보내 온 돈은 손대기는커녕 치를 떨며 돌려보냈다. 그때의 내게는 어린 동생의 목숨과 맞바꾼 것과 다름없는 끔찍한 돈이었다. 유현이는 내가 생활비를 받으며 안전히 지내길 바랐겠지만, 동생을 사지에 보냈다 믿고 있었던 나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무력함만이 켜켜이 쌓여갈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발만 동동 굴렀다. 군대에 끌려간 게 차라리 다행일 정도로,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가슴앓이만 하고 있었다.
劉賢寄來的錢,我別說碰了,簡直是顫抖著退了回去。那時候的我,覺得那筆錢簡直是恐怖的,無異於用年幼弟弟的性命換來的。劉賢或許希望我能收下生活費,平安度日,但對於當時深信自己把弟弟送入絕境的我來說,是絕對無法接受的。反而,無力感只會層層堆積。我什麼也做不了,只能乾著急。當時的心痛,簡直像是要窒息一般,甚至覺得被拉去當兵反而還比較好。
내가 배치된 곳은 던전 관련 보조 작업을 하는 부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도 유현이의 입김이 들어갔지 싶었다. 동생을 말리겠답시고 던전 주위는 물론 브레이커 지역까지 어슬렁거리는 나를 보호하고 뒤바뀐 세상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서.
我被分配到的部隊是負責地城相關輔助工作的。現在回想起來,這大概也是劉賢在背後動了手腳吧。為了保護我這個為了阻止弟弟而徘徊在地城周圍,甚至闖入破壞者區域的人,並讓我了解這個天翻地覆的世界。
별로 위험하지 않은 잡다한 일을 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던전과 헌터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S급 헌터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在做那些不怎麼危險的雜事時,我自然而然地對地城和獵人有了更深的了解,也明白了 S 級獵人有多麼了不起。
그 1년 사이 세상도 던전에 적응해 갔다.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헌터의 위상이 올라가고 던전 브레이크도 줄어들며 일상화되어 갔다. 동시에 상급 헌터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자신의 길드를 세우고 빠르게 성장해 가는 동생을 두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내가 복권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기도 하였다.
在那一年裡,世界也逐漸適應了地城。相關產業蓬勃發展,獵人的地位日益提升,地城崩塌的事件也越來越少,逐漸成為常態。與此同時,高級獵人成為人們嚮往的對象。周圍的人都羨慕我有一個建立自己公會並迅速成長的弟弟,甚至有人說我簡直像中了樂透一樣。
빌어먹게도. 真是該死。
“…아무도 없네.” 「……一個人也沒有。」
1년 뒤에 돌아온, 텅 빈 집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뭐가 잘된 일이고 뭐가 축하할 일인지. 내게는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소식을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 이야기 들었다면서.
望著一年後歸來,空無一人的家,我喃喃自語。什麼是好事,什麼值得慶祝?我什麼都沒有。不知怎麼地,消息傳開了,電話從四面八方打來。都說聽說了我弟弟的事。
그날 도망쳤다. 집은 물론, 남아 있던 동생의 물건을 전부 버리고. 유현이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것도 이때였다. 동생에겐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았다.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하나 받아 버린다면 주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사실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那天我逃走了。不僅是家,連弟弟留下的所有物品都丟棄了。也是在這個時候,我告訴劉賢不要再聯絡我。我不想從弟弟那裡得到任何東西。如果我收下哪怕一點點東西,周圍人說的那些話似乎就會變成事實。
키운 보람이 있겠네. 동생 덕 보겠다. 돈 쓸어담는다면서. 걱정할 거 하나 없겠다.
養育的努力沒有白費。你會因為弟弟而受益。他們說你賺了很多錢。你一點也不用擔心。
나는 바라지 않았다. 조금도 달갑지 않았다.
我一點也不想要。一點也不喜歡。
그렇게 도망치고서도, 동생을 되찾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다.
即使那樣逃走了,也沒能完全放棄找回弟弟。
[MKC 길드가 국내 세 번째 S급 던전의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MKC 길드장 최석원 헌터 또한 중상을 입고…….]
[MKC 公會成功攻略了國內第三座 S 級地下城。雖然造成了多數傷亡,MKC 公會會長崔碩元獵人也身受重傷……。]
[해연 길드의 S급 던전 낙찰에 대해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關於海淵公會得標 S 級地下城一事,輿論紛紛質疑是否為時過早。]
[수담 길드장 윤경수 헌터의 의문의 입원에 대해…….]
[秀談公會會長尹京秀獵人可疑的住院事件……]
S급 헌터도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어린 S급 헌터인 유현이를 향한 걱정스러운 시선도 많았다. 던전 공략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기만 하면 부정적인 기사들도 쏟아졌다.
S 級獵人也不是不會受傷。當時,國內外最年輕的 S 級獵人,也就是劉弦,受到了許多擔憂的目光。只要攻略地城的時間比預期長,負面報導就會接踵而來。
그 모든 것을 철저한 외부인처럼 쳐다만 봐야 했던 내가, 각성에 목매달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느껴졌으니까.
我只能像個徹底的局外人一樣看著這一切,開始執著於覺醒,這在某種程度上是理所當然的。因為那感覺是唯一的辦法。
각성만 하면. 혹시라도 S급 헌터가 된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只要覺醒。如果能成為 S 級獵人,所有的一切都會恢復原狀。
“봐줄 만은 하네.” 「還算能看。」
위가 조금 따끔거리긴 하다만 지금은 괜찮으니까, 그래서 괜찮았다.
胃部是有些刺痛,但現在沒事了,所以沒關係。
- 방심하면 안 돼.
- 不能掉以輕心。
체인질링이 한쪽 앞발을 들어 내 뺨을 꾹 눌렀다. 조그만 발톱이 달린 발은 약간 말랑거렸다.
變形怪抬起一隻前腳,輕輕按壓我的臉頰。那隻長著小爪子的腳掌摸起來有點軟。
“방심 안 해.” 「我不會大意的。」
이제 시작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내 인생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보는 정도라면, 역시 괜찮을 듯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것만 잊지 않는다면.
我知道這才剛開始。因為這是我的人生。但如果只是這樣看看,應該還是可以的。因為外面還有等著我的人。只要不忘記這點就好。
지금과는 다르게 각성센터가 개장했다. 지금과는 다르게 나는 각성센터로 가 각성했다. F급 보조계 헌터. 여기서 포기했더라면 편해졌을까. 하지만 지금 현재는 사라졌을 것이다. 대신 나를 떠나지 못한 유현이와, 이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p>與現在不同,覺醒中心開張了。與現在不同,我去了覺醒中心覺醒。F 級輔助系獵人。如果當時放棄了,會不會比較輕鬆?但現在的我應該已經消失了。取而代之的是,無法離開我的宥賢,以及在這個世界直到最後的我。</p>
‘…생각하지 말자.’ 「……別想了。」
말려들지 말고. 別被捲進去。
“하여간 좋게 말로 하면 안 되지!”
「反正好好說話就是不行!」
퍽, 소리와 함께 배를 걷어차였다. 몸이 붕 떴다가 바닥을 구른다. 저릿하게 퍼져나가는 통증에 눈을 깜박였다. 어, 잠깐만.
我被踹了一腳,伴隨著「砰」的一聲,身體騰空而起,然後在地上滾了一圈。麻痺的疼痛蔓延開來,我眨了眨眼。呃,等等。
“어차피 너한테 남은 건 한유현 형이라는 딱지밖에 없는데 왜 고집을 부리고 그러냐.”
「反正你身上剩下的,就只有韓有賢哥這個標籤而已,為什麼還要這麼固執?」
혀를 쯧쯧 차며 쪼그리고 앉은 남자가 내 머리를 바닥에 꽉 눌렀다.
「嘖嘖。」男人咋著舌,蹲下身,將我的頭死死按在地上。
분명 조금 전까지는 단순히 구경꾼의 입장이었는데, 어느샌가 내가 환영 속에 들어와 있었다. 와, 정말 완벽하게 실감 나는 4D다.
明明直到不久前都還只是個旁觀者,不知不覺間我卻已身處幻境之中。哇,這真是完美又真實的 4D 體驗。
‘얌전히 버텨내는 게 어디까지 말하는 거지.’
「乖乖撐著,是撐到什麼程度?」
계약서에서는 지금 발동된 스킬에 저항하지 않는다, 였으니 맞고 있어야 하나. 고통은 느껴졌지만 실제 몸에 타격이 가진 않는 듯했다. 단순한 환상통이다. 애초에 계약서 내에 무해의 왕의 스킬은 물리적인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쓰여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사인도 안 했지.
契約書上寫著「不會抵抗現在發動的技能」,所以應該要承受下來吧。雖然感覺到疼痛,但身體似乎沒有受到實際的打擊。這只是單純的幻肢痛。畢竟契約書上寫得很清楚,無害之王的技能不會造成物理傷害。如果不是這樣,我也不會簽名。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아직 괜찮다. 오히려 여태까지가 너무 쉬웠다. 해파리 놈이 자신 있어 할 정도였건만 인생 되돌아보기로 끝날 리가.
雖然有點驚慌,但還好。反而是至今為止都太輕鬆了。那水母傢伙明明還很自信,人生怎麼可能就這樣回顧一下就結束。
“잘나신 동생한테 버림받았다고 해도 매달리면 주위 눈치 봐서라도 뭐 하나 줄 거 아니냐. 응?”
「就算被你那了不起的弟弟拋棄了,只要你死纏爛打,他也會看在周圍人的眼色份上,多少給你點什麼吧?嗯?」
“…미안한데 누구더라.” 「…… 抱歉,你是哪位?」
“뭐?” 「什麼?」
“너처럼 찌질한 새끼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일일이 기억도 못 하겠더라고.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 악당을 어떻게 다 외우겠냐.”
「像你這種窩囊廢不只一個,我根本記不住。擦身而過的龍套惡黨,我怎麼可能全部記住。」
인벤토리 목록을 힐끗 확인해 보았다. 텅텅 비다시피 한 것이 이때의 소지품만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스탯도 별 능력 없는 F급, 그대로일 테고.
我瞥了一眼物品欄。幾乎是空蕩蕩的,看來只能使用這個時候的物品。能力值也是沒有任何能力的 F 級,應該還是老樣子吧。
“지금 몸뚱이로 반항하는 건 계약 위반 아니다. 현실의 내 몸도, 능력치도 아니고 상황에 따른 반응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現在這具身體的反抗,不算違約。畢竟我說過,這不是我現實的身體和能力值,所以可以根據情況做出反應。」
“대체 무슨 헛소리, 컥!”
「你到底在胡說什麼,咳!」
마침 적당한 단검이 인벤토리에 있기에 눈앞의 놈의 목덜미에 살포시 꽂아 주었다. 단검을 쥔 손목을 비틀며 확실하게 숨 줄기를 끊어 놓으며 주위를 살폈다. 당연히 한 명만 있는 건 아니고.
<p>正好背包裡有把合適的短刀,便輕輕地插進眼前那傢伙的後頸。我扭轉握著短刀的手腕,徹底切斷他的生機,同時環顧四周。當然,不可能只有一個人。</p>
“미, 미친!” 「瘋、瘋了!」
“잡아!” 「抓住!」
그나마 빠르게 반응하며 덤벼드는 놈을 향해 시체를 힘껏 내던졌다. 방금 죽은 따끈따끈한 시체가 피를 흩뿌리며 날아들자 기겁하며 피한다. 허둥대는 꼴이 완전히 무방비했다. 저런 빈틈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면 납치되어 협박당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我將屍體用力丟向反應最快、撲上前來的傢伙。剛死、熱騰騰的屍體噴灑著鮮血飛來,嚇得他趕緊閃避。他慌亂的模樣完全沒有防備。看到這種破綻,如果就這樣錯過,那可就不像一個被綁架、受威脅的人該有的樣子了。
놈의 시선 아래로 몸을 낮추어 접근해 단숨에 다리를 걸었다. 그렇잖아도 균형이 흐트러져 있던 몸이 쉽사리 넘어지고 이번에도 정확히 목을 찍었다.
我壓低身子,在牠的視線下方接近,然後一腳絆倒牠。牠本來就失去平衡的身體輕易地倒下,這次我也精準地掐住牠的脖子。
“시, 시발! 사람을 죽였어!”
「靠、靠夭!殺人了!」
환영 주제에 실감 나게 반응하며, 남은 한 놈이 부리나케 도망쳤다. 그 뒤통수를 향해 칼을 던졌다. 하지만 내 힘으로는 닿지 못하고 바닥에 툭 떨어진다. 유현이라면 멋지게 박혔을 텐데.
明明是幻影,卻反應得如此真實,剩下的一個傢伙急忙逃跑。我朝著他的後腦勺扔出刀子。然而,刀子卻無法觸及,只是輕輕地掉落在地上。如果是幼賢的話,一定能帥氣地插中吧。
“야, 듣진 못하겠지만 내 동생은 나 안 버렸다.”
「喂,你可能聽不到,但我弟弟沒有拋棄我。」
단 한 번도. 從來沒有。
이건 괴롭기는커녕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는데, 라고 생각하기도 잠깐.
這與其說是痛苦,不如說是痛快,我才這麼想了一下。
“아윽, 큭!” 「呃啊,咳!」
뜨겁게 살을 헤집는 고통이 팔에서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비명을 삼켰다. 던전에서 부상 좀 입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건 자살행위다. 여기 약해진 사냥감이 있습니다, 하고 몬스터에게 광고하는 꼴이지.
灼熱的劇痛在手臂上撕裂著皮肉。我習慣性地吞下尖叫。在地下城裡受了點傷就大聲嚷嚷,根本是自殺行為。這不就等於在向怪物們宣告:「這裡有個虛弱的獵物!」嗎?
이를 악물며 흐릿한 눈을 깜박였다. 늘어진 내 팔에 칼이 박혀 있었다. 언뜻 봐도 꽤 좋은 아이템이다. 하급 장비는 절대 아니다.
我咬緊牙關,眨了眨模糊的雙眼。刀子插在我垂下的手臂上。乍看之下,這似乎是個相當不錯的道具。絕不是低階裝備。
“젠, 후윽, 장. 글러먹었, 윽!”
「真、呼、糟。 搞砸了、呃!」
칼이 거칠게 빠져나갔다. 언제였더라. 아무튼 경험 좀 있다고 F급 헌터가 까불 만한 상대는 아닐 터였다.
刀刃粗暴地抽離。是什麼時候來著。總之,這不是 F 級獵人憑著一點經驗就能輕易招惹的對象。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말라고. 해연 길드장 놈이 제 형한테 아무리 관심 없다고 해도 그놈 덕을 보긴 했잖냐. 동생 이름 팔아 해먹은 거 꽤 있지? 그러니 대가 치른다고 생각해.”
「別想得太難過。就算海淵公會長那傢伙再怎麼對他哥不關心,你也還是受了他的恩惠不是嗎?你是不是打著他弟弟的名號撈了不少好處?所以就當作是付出代價吧。」
웃음소리가 몸 위로 떨어졌다. 해연을 욕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유현이와 부딪쳤다가 불이익을 받기라도 한 놈들인 모양이었다.
笑聲落在我身上。還聽到了咒罵海淵的聲音。看來是和宥賢起了衝突,結果吃了虧的傢伙們。
내가 유현이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해연과의 다툼 후 내게 분풀이하는 놈들이 생겨났다. 다만 오래가진 않았다. 해연에서 한유현과 나를 연관 지어 분풀이하는 것이 거슬린다는 식으로 말하며 죄다 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在我與劉賢關係不睦的消息傳開後,一些傢伙在與海淵爭執後,開始將怒氣發洩在我身上。不過這種情況沒有持續太久。因為海淵那邊說,將韓宥賢和我扯上關係來發洩怒氣,讓他們感到不快,所以把那些人都掃除了。
이렇게 당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동생에게 폐를 끼치는 거라며 공개적으로도 한 소리 들었었다.
「這樣老是被人欺負,根本就是給弟弟添麻煩。」我還曾因此被公開數落過。
“…네놈들 전부 죽었, 악!”
「……你們這些傢伙全都死、惡!」
“왜, 한유현이 구하러 오기라도 한다더냐.”
「怎麼,韓有賢會來救你嗎?」
“그 새끼도 매정하지. 부모 대신 뒷바라지해 준 형을 가차 없이 잘라 버리고. 그게 인간이냐.”
「那傢伙也真無情。毫不留情地拋棄了代替父母照顧他的哥哥。那是人嗎?」
열이 확 올랐다. 저 헛소리가 한발 늦게 기억 속 생생히 떠올랐다. 이때 나는.
我火氣一下子就上來了。那些胡言亂語晚了一步,鮮明地浮現在我的記憶中。那時候我。
“시발, 내가 모자라니까!” 「他媽的,因為我能力不足!」
내가 F급밖에 못 되었고, 사고 치고, 괜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고. 지금도 이렇게.
我明明就只是個 F 級,還老是闖禍,又會被捲入不該管的事情裡。現在也是這樣。
“그래도 동생 새끼라고 편드냐?”
「就算是他媽的弟弟,你也要袒護他嗎?」
“그냥, 윽, 사실이다, 왜! 해연 길드장씩이나 되어 피붙이 하나 거두는 게 뭐가 힘들다고. 버릴 만했으니 버렸겠지!”
「就、呃,事實就是如此,為什麼!身為海淵公會會長,收養一個親人有什麼困難的。肯定是覺得可以拋棄才拋棄的吧!」
그렇게 말했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그래, 차라리 그게 더 편했으니까.
他是這麼說的。在那之後也一直如此。對,反正那樣更輕鬆。
아무 이유가 없다면 정말로 죽어 버릴 거 같아서. 내가 잘못한 거라면 납득할 수 있으니까. 모두가 나를 탓할수록 유현이는 잘못되지 않았고, 내가 괜히 욕심내다 실수한 거고, 내가 망친 거고.
如果沒有任何理由,我真的會死掉。如果是我做錯了,我還能接受。大家越是責怪我,就越證明宥賢沒有錯,是我白白地貪心犯了錯,是我搞砸了。
나만 잘하면, 성공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只要我表現好,只要我成功,好像就能回到過去。</p>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멀쩡하기 힘들긴 했겠지.
或許,我有點精神失常了。要保持正常是很困難的。
“…유현이 잘못이 아니야.” 「……不是宥賢的錯。」
그럼 내 잘못이다. 주위에서 떠드는 대로. 동생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헌터가 되겠다고 나대다가 F급 판정받고는 민폐나 끼쳐대고. 한유현은 단지 그런 쓰레기를 버렸을 뿐이니까, 나만 번듯해지면 원래의 동생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那就是我的錯了。就像周圍的人說的那樣。因為對弟弟感到自卑,所以才想成為獵人,結果卻被判定為 F 級,只會給人添麻煩。韓宥賢只是丟棄了那樣的垃圾而已,只要我變得體面,他就會變回原來的弟弟。
아마도 그게, 내 마지막 희망이었고… 동시에 이루려 노력하기 무서운 바람이었다. 내가 멀쩡해져도 유현이가 여전히 차디차다면.
那或許是我的最後一絲希望……同時也是我害怕去實現的願望。如果我恢復正常,但宥賢依然冷若冰霜的話。
“좀 아프네.” 「有點痛呢。」
돌이켜볼수록 답 없는 삶이었다.
回顧過往,人生真是毫無希望。
짤막짤막하게 과거의 폭력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봤자 별짓 다 당했었네, 정도의 감상이었다. 단순 폭력이라면 디아르마 놈이 최고였지. 죽지 않으니까 가감 없이 별거 다 해 볼 수 있었고.
過去的暴力片段零星地掠過腦海。不過也只是「原來我經歷過這麼多啊」的程度罷了。說到單純的暴力,迪亞爾瑪那傢伙才是最厲害的。反正不會死,所以可以毫無顧忌地嘗試各種手段。
그리고 또다시 피가 튀었다.
然後,鮮血再次飛濺。
“도, 망쳐……!” 「逃、逃啊......!」
낯익은 얼굴이 쓰러졌다. 서른 중반의 남자였다.
一張熟悉的臉孔倒了下去。是個三十多歲的男人。
- 캬르륵! - 喀嚕嚕!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몬스터가 덤벼들었다. 이족보행 하는 대형 개처럼 생긴 괴물이 발톱을 휘두르고, 나는 반사적으로 피했다. 몸이 가벼웠다. 상대는 E급 몬스터고 나는, E급 헌터의 스탯을 배로 받았다.
怪物朝呆站著的我撲了過來。長得像雙足步行的大型犬的怪物揮舞著爪子,我反射性地躲開了。身體很輕盈。對方是 E 級怪物,而我,則獲得了雙倍的 E 級獵人能力值。
손에 들린 창을 휘둘렀다. 창대로 침이 뚝뚝 떨어지는 몬스터의 주둥이를 쳐내고 빙그르 돌려 창날을 목덜미에 찔러넣었다. 창에 꿰뚫린 몬스터의 시체를 그대로 들어 올려 덤벼드는 다른 개새끼들의 공격을 막았다.
揮舞著手中的長槍。用槍桿擊開口水滴落的怪物口鼻,然後轉動長槍,將槍刃刺入牠的頸部。直接舉起被長槍貫穿的怪物屍體,擋住了其他撲上來的狗崽子們的攻擊。
퍽, 콰득, 제 동료의 시체에 발톱과 이빨이 박힘과 동시에 창대를 잡고 몸을 위로 솟구쳤다. 장대높이뛰기를 하듯 훌쩍 뛰어 몬스터들의 등 뒤로 내려서며 칼을 뽑아들었다. 죽은 남자의 스킬이, 불현듯 떠올랐다.
「噗哧」、「喀滋」——利爪與牙齒嵌進同伴的屍體,與此同時,我抓住槍桿,身體向上躍起。我像撐竿跳一樣輕盈地跳到怪物們的身後,拔出刀。那個已故男人的技能,突然浮現在我的腦海中。
예비용 정글도까지 꺼내 두 개의 칼을 마치 양손잡이처럼 능숙하게 사용했다. 칼날에 예리함이 더해지며 두 개의 개대가리가 싹둑 잘려 나간다. 직후 오른손의 칼을 강하게 던졌다. 콱! 헌터를 덮치던 몬스터의 뒤통수에 칼날이 박힌다.
他甚至拿出備用的叢林刀,像個雙刀流高手般熟練地使用兩把刀。刀刃變得更加鋒利,兩顆狗頭應聲被砍斷。緊接著,他用力擲出右手的刀。唰!刀刃深深刺入正撲向獵人的怪物後腦勺。
“유, 유진 씨!” 「柳、柳真先生!」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헌터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원래라면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갑자기 힘이 주어져 봤자 냉정하게 움직일 경험도, 마음가짐도 가지질 못했으니까. 그저 울면서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死裡逃生的獵人,用驚訝的眼神看著我。原本的話,誰也救不了。就算突然獲得力量,也沒有冷靜行動的經驗和心態。只是哭著胡亂揮舞著刀。
지금도 정말로 구하고 싶었던 사람은.
現在也真正想拯救的人是。
“…살아 있어.” 「……還活著。」
비록 회귀로 되살아나는 게 완벽하지는 않아도. 살아 있다. 그러니 이것도, 괜찮다.
儘管透過回歸重生並非完美。但至少還活著。所以這樣也,沒關係。
“몇 번을 보여 줘도 똑같을 테니 포기하시지.”
「就算看幾次都一樣,還是放棄吧。」
내 말에 동의하는지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났다. 대신 내 기억에는 없는 것이.
或許是同意我的話,這次只看了一次就結束了。不過,卻出現了我記憶中沒有的東西。
“형.” 「哥。」
눈앞에 나타났다. 스물다섯 살의 유현이였다. 예전 집의,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에 유현이가 서 있었다. 옅게 미소 짓고 있다. 저런 건 내 기억에 분명 없었는데.
出現在眼前。是二十五歲的劉賢。在以前的家,我們曾一起住的家裡,劉賢站在那裡。他淺淺地笑著。我的記憶中明明沒有這樣的畫面。
“미안해.” 「對不起。」
검기만 한 두 눈이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那雙漆黑的眼眸看起來非常悲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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