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무 것도 안 사다 드려도 돼요?"
"真的什么都不用给我买吗?"

  ""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일하는 거라니까요."
"韩国人就是靠吃饭的力气工作的嘛。"

  ""

  "제 말 듣고 계세요? 아니 도대체 퇴근하고 어디서 뭘 하시길래 점심시간마다 쪽잠을,"
"您在听我说话吗?不是,您下班后到底在哪里做什么,每到午休时间就打盹——"


나갈 채비를 마친 계장이 고개를 돌리자 송 수사관은 신발을 갈아신다 말고 부리나케 달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하라는 듯 왼손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남은 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빠르게 두드렸다. 아니 그래도 밥은 먹여야지. 계장은 억울한 표정으로 수사관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수사관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准备离开的科长刚转过头,宋警官就顾不上换鞋,匆忙跑过来挡在了前面。然后像是在示意要安静一样,将左手食指放在唇边,用另一只手快速拍了拍她的肩膀。科长带着委屈的表情看着警官小声说道,不管怎样也得让她吃饭啊。警官理解地点了点头,轻轻推了推她的后背。


  "어제도 당직자 빼고 제일 늦게 퇴청했대요. 그냥 자게 두세요."
"听说昨天除了值班的人,她是最晚下班的。就让她睡吧。"


계장은 미련이 남아 있는 것처럼 연신 뒤를 돌아봤지만, 송 수사관의 손길에는 크게 뻗대지 않고 금방 자리를 비켰다.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소파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는 刘知珉의 모습이 잠깐 보였다. 셔츠 소매가 팔꿈치까지 걷혀 올라가 있고, 재킷은 상체 위에 이불처럼 덮여 있었다. 송 수사관은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손잡이를 최대한 오래 붙잡고 있다가 천천히 놓았다. 먼저 사무실을 나와 기다리고 있던 계장에게 다가간 수사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科长似乎还有些不舍,不断回头张望,但在宋警官的引导下并没有过多抗拒,很快就离开了位置。透过微微开启的门缝,可以看到刘知珉蜷缩着身体躺在沙发上的身影。衬衫袖子卷到了手肘处,西装外套像被子一样盖在上身。宋警官一直握着门把手直到门完全关闭,尽量不发出声音,然后才慢慢松开。走向已经先出办公室等候的科长后,警官这才松了一口气。

복도를 걸어가면서 계장이 우물거렸다. 나도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그는 뭔가 더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한숨만 길게 내뱉었다. 송 수사관은 그런 계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은 계기판을 바라보며 층수가 하나씩 내려오기를 말없이 기다렸다.
走在走廊里时,科长嘟囔着说道。我也是担心才这样的。她似乎还想说些什么,嘴唇微微动了动,但最终只是长长地叹了口气。宋警官轻拍了拍科长的肩膀,按下了电梯按钮。两人看着显示屏,默默等待着楼层数字一个个下降。

다른 부서 직원들과 뒤섞여 도착한 구내식당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끌벅적했다. 7월 말까지 비가 내릴 거라던 기상청의 예상과 달리 장마는 예년보다도 일찍 종료됐다. 그와 함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서 그런지 청사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부쩍 줄어들었다. 12시 땡하자마자 사무실을 나서면 식판을 챙겨 배식 받기까지 십여분이 이상이 걸렸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식당은 입구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송 수사관과 계장도 몇몇 아는 얼굴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대기줄에 합류했다.
与其他部门职员混在一起抵达的食堂和往常一样热闹非凡。与气象厅预测雨季将持续到 7 月末的预报不同,梅雨季比往年更早结束了。随之而来的是正式的酷暑开始,因此外出吃午餐的人明显减少了。一到 12 点整就离开办公室的话,从拿餐盘到打饭要花十多分钟以上。今天也一样,食堂从入口开始就门庭若市。宋搜查官和科长也与几个熟面孔点头致意后加入了排队的行列。


  "인사가 빨리 나든지 해야지,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人事调动要快点出来才行,那样下去会害死人的。"

  "전출이 처음도 아니면서 왜 이리 무리를 하시는지 참……"
"调动又不是第一次了,为什么要这样勉强自己呢,真是……"

  "옆동네로 이사 가는 거랑 같나요. 이번에는 무려 대검인데."
"这就像搬到隔壁小区一样吗。这次可是大检察官呢。"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지금 며칠째 밥도 안 먹고 저렇게 일만 하잖아."
"话虽如此……现在已经好几天不吃饭,就那样只顾着工作。"


앞사람을 따라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식판을 집어 든 계장은 배식구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셋이서 점심 먹은 게 언제냐고 물었다. 송 수사관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어보다가 저만치 뒤에 있는 양혜솔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입속말로 물었다. 유 프로는요? 송 수사관이 눈을 감고 자는 시늉을 해 보이자, 혜솔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말이 더 남아 있는 얼굴이었으나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인지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跟着前面的人慢慢挪动脚步。先拿起餐盘的科长朝配餐口走去,问着上次三个人一起吃午饭是什么时候。宋搜查官用手指数着日子,与远处的梁惠率对上了眼。她用口型问道:柳检察官呢?宋搜查官闭上眼睛做出睡觉的样子,惠率轻叹一声摇了摇头。脸上还有话要说的表情,但可能是因为周围人多,没有再继续问下去。

계장과 송 수사관은 빈 테이블을 둘러보다 사무과 직원들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식판을 내려뒀다. 한참 전에 내려왔는지 그들은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샐러드를 뒤적이던 수사관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퍼뜩 고개를 들고 계장을 바라봤다.
科长和宋搜查官环顾着空桌子,在事务科职员们附近找了个位置坐下,放下了餐盘。她们似乎很早就下来了,已经吃得差不多,正在悠闲地聊天。翻弄着沙拉的搜查官像是想起了什么,猛地抬起头看向科长。


  "유 검사님 집에는 들어가시는 거겠죠?"
"柳检察官您应该会回家的吧?"

  "지지난 주부터는 배당받는 사건도 부쩍 줄었잖아."
"从上上周开始分配到的案件也明显减少了。"

  "저희 그렇게까지 안 바빠도 되는 거 맞죠? 조만간 또 키보드랑 마우스를 압수해야 하나"
"我们不用那么忙也没关系吧?是不是过不了多久又要没收键盘和鼠标了……"


계장는 젓가락으로 밥알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송 수사관이 크게 결심하고 제 몫의 새우튀김을 건너편 식판에 올려뒀으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했다. 며칠째 점심을 거르는 유 검사에 대한 걱정이 깊어질수록 식욕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았다. 국그릇을 들어 한 모금 마시다가도 계장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科长用筷子把米粒拨来拨去。宋调查官下了很大决心把自己那份炸虾放到对面的餐盘里,但她的表情依然阴沉。对连续几天不吃午饭的柳检察官的担心越深,食欲似乎也越来越差。端起汤碗喝了一口,科长又深深地叹了口气。在同一个办公室工作的同事露出这样的神情,心情怎么可能好得起来。


  "밥상머리에서 자꾸 한숨 쉬면 복 나간다니까요."
"在饭桌上老是叹气会把福气赶走的。"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니까."
"肯定是有什么事情,但我不知道是什么。"

  "장관님 쪽은 요즘 별 얘기 없지 않아요?"
"部长那边最近没什么特别的消息吧?"

  "이번 추경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유했지. 어머니네 회사도 주총 잘 마무리 됐다고 들었고."
"这次追加预算整体氛围还算宽松。听说妈妈那边的公司股东大会也顺利结束了。"

  "그러면 집안일은 아니라는 건데"
"那就不是家里的事了……"


송 수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최근 刘知珉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난주에는 시말서를 썼다. 알람을 오후로 잘못 맞춰둬서, 운전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두어번 지각을 했는데 그 얘기가 하필 13층까지 들어간 것이었다. 보통 때라면 사무실로 불러내 차 한잔 마시며 잔소리하고 끝냈을 텐데, 요즘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차장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宋警官歪着头陷入了沉思。最近刘知珉的样子像走马灯一样在脑海中闪过。上周还写了检讨书。因为把闹钟错误地设成了下午,开车时走错了路,迟到了两次,这件事偏偏传到了 13 楼。平时的话,应该会叫到办公室喝杯茶训几句就结束了,但最近时机敏感,科长也没法就这么放过。

이번 주간 회의에서는 후배 검사보다 대답을 엉망으로 해서 부장에게 말 그대로 개털렸다는 소문이 4층 형사부는 물론이고 15층 정보통신계까지 파다했다. 그런 와중에 근태까지 소홀했으니, 어쩌면 시말서 하나로 정리된 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요즘 刘知珉 검사는 어딘가 확실히 이상했다. 바쁘고 피곤해 보인다는 말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출근한 뒤에는 자리를 거의 비우지 않고 사건 조서를 읽었다. 정오가 되면 잠깐 눈 좀 붙이겠다며 수사실로 들어가 쪽잠을 잤다. 크지 않은 소파에 몸을 구겨 웅크려 누워 있는 모습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였다.
在这周的周会上,她比后辈检察官回答得更糟糕,被部长狠狠训斥的传言不仅在 4 楼刑事部传开,连 15 楼信息通信科都知道了。在这种情况下连出勤都疏忽了,或许能用一份检讨书了结已经算是幸运的了。最近刘知珉检察官确实有些不对劲。仅仅用忙碌和疲惫来形容完全无法解释她的状态。上班后几乎不离开座位,一直在阅读案件调查书。到了正午就说要稍微眯一会儿,进入调查室小憩。蜷缩在不大的沙发上睡觉的样子,反而让看到的人感到不安。

점심시간이 끝나면 刘知珉은 다시 책상에 앉아 조서를 검토하거나 기안을 작성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했다. 계장과 송 수사관이 건넨 샌드위치나 삼각김밥은 두 사람이 퇴근할 때까지도 그대로 책상 구석에 놓여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주전부리들이 사라져 있었으니, 아마 그것들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야근을 했을 것이었다. 이런 모습만 놓고 보면 업무에 치인 평범한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리지 않았다면, 직원증을 잃어버려 새로 발급받지 않았다면, 셔츠 사이에 걸어둔 안경을 찾지 못해 책상 서랍을 몇 번이고 뒤지지 않았다면 송 수사관과 계장도 이렇게까지 刘知珉을 걱정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午休时间结束后,刘知珉又会坐回桌前审查调查书或撰写起草文件,调查嫌疑人和证人。科长和宋调查官递给她的三明治或三角饭团,直到两人下班时还原封不动地放在桌角。第二天早上上班时会发现那些零食消失了,大概是用那些东西草草解决了晚饭然后加班的吧。单看这些表现,和被工作压垮的普通检察官没什么太大区别。如果不是把手机落在车里忘记拿,如果不是弄丢了工作证需要重新办理,如果不是找不到挂在衬衫间的眼镜而翻遍桌子抽屉好几遍的话,宋调查官和科长也不会如此担心刘知珉。


  "식사 다 한 거야?"
"吃完饭了吗?"

  "네? 아, 다 먹었어요. 나가시죠."
"嗯?啊,都吃完了。我们走吧。"


계장의 말에 송 수사관이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식판이 거의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식구를 향해 걸어갔다.
听到科长的话,宋警官回过神来。不知不觉间餐盘已经几乎空了。两人从座位上起身,朝着餐具回收处走去。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정리했다. 퇴식구에 식판을 밀어 넣는 손끝에도, 나란히 식당을 빠져나가는 걸음에도 묘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시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선 수사관이 말없이 버튼을 눌렀다. 천장 위에서 울리는 구내 방송 소리에도, 옆에 있는 직원들의 웃음소리에도 그녀와 계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표시등의 숫자가 하나씩 바뀔 때마다 이제는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다짐만 거듭 곱씹을 뿐이었다.
两人从座位上起身收拾餐盘。将餐盘推进回收口的指尖,以及并肩走出食堂的脚步,都带着某种微妙的沉重感。沿着走廊行走的过程中,两人脸上的忧虑也没有消散。走到电梯前停下的搜查官默默按下了按钮。对于天花板上响起的内部广播声,对于旁边职员们的笑声,她和科长都没有什么特别的反应。每当显示灯的数字一个个变化时,只是反复咀嚼着现在必须想出什么对策的决心。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시에 퇴근시켜야겠어."
"今天无论如何都要让她准时下班。"

  "아예 모니터를 숨겨버릴까요?"
"要不要干脆把显示器藏起来?"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  "这也算是个办法吧……"


그 짧은 농담조의 대화가 끝나고 다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리 장난스럽게 말을 해도 마음 한구석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다. 무엇이 刘知珉을 이렇게 만든 건지, 어디부터 상황이 꼬인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그조차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층수가 내려가는 표시등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다. 
那段简短的玩笑话结束后,又陷入了沉默。无论说得多么轻松,心里的某个角落始终无法轻松起来。究竟是什么让刘知珉变成这样,从哪里开始情况变得复杂,完全摸不着头绪。虽然想要帮助她的心情很明确,但就连这份心意也很难在这种氛围下轻易说出口。看着显示楼层下降的指示灯,两人并肩叹了口气。









자정이 지났을 무렵 청사를 나선 刘知珉은 익숙한 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양옆으로 늘어선 빌딩들 사이, 2층 창 너머로 작은 바의 불빛이 간판 틈새로 은은히 새어 나왔다. 몇 개 남지 않은 네온사인이 깜빡이며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생기를 더했다. 주차를 마친 조용히 계단을 올라 출입문을 밀었다. 어두운 실내에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흘렀고, 반쯤 꺼진 조명 아래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은 모두 비어 있었다. 카운터 안쪽에서 글라스를 정리하던 여자만이 고개를 들어 刘知珉을 바라봤다.
过了午夜时分,刘知珉走出青瓦台,将车开向熟悉的小巷。两旁林立的建筑之间,二楼窗户后面小酒吧的灯光从招牌缝隙中隐约透出。几个仅存的霓虹招牌闪烁着,在黑暗中零星地增添着生气。停好车后,她静静地走上楼梯推开了门。昏暗的室内流淌着轻柔的爵士乐旋律,在半明半暗的灯光下,为数不多的桌子全都空着。只有柜台里面整理酒杯的女人抬起头看向刘知珉。


  "장사 끝났습니다."  "营业结束了。"


그녀는 별다른 인사 없이 작게 숨을 내쉬고 손에 들고 있던 글라스를 선반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물기를 닦던 수건을 옆으로 치워두며 刘知珉을 훑어보는 눈빛에는 걱정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刘知珉은 말없이 카운터 끝으로 가서 의자를 꺼내 앉았다. 재킷을 벗어 등받이에 걸치고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차례차례 걷었다. 셔츠는 군데군데 구겨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그대로 묻어났다. 여자는 선반에서 꺼낸 맥캘란을 빈 잔에 반쯤 따라주었다. 잔을 앞으로 밀자 호박빛 액체가 조명을 받아 금빛으로 잔잔히 일렁였다. 刘知珉은 잔을 들어 올렸다. 입술에 닿자마자 알코올 특유의 깊고 진한 향이 코끝을 찔렀지만, 망설임 없이 단숨에 들이켰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독한 술의 쓴맛과 화끈한 열기, 이어지는 뜨거운 여운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她没有特别的寒暄,只是轻轻呼了一口气,小心翼翼地将手中的玻璃杯放在架子上。她将擦拭水渍的毛巾放到一旁,打量着刘知珉的眼神中混杂着担忧和无奈。刘知珉默不作声地走到吧台尽头,拉出椅子坐下。她脱下外套搭在椅背上,依次将衬衫袖子卷到手肘处。衬衫到处都是褶皱,脸上明显透着疲惫。女人从架子上取出麦卡伦威士忌,在空杯中倒了一半。她将杯子推向前方,琥珀色的液体在灯光照射下泛着金光轻柔地摇曳着。刘知珉举起酒杯。刚一碰到嘴唇,酒精特有的深沉浓郁香味就刺激着鼻尖,但她毫不犹豫地一饮而尽。烈酒顺着喉咙流下的苦涩味道和灼热感,以及随之而来的炽热余韵,都没有让她眨一下眼睛。

빈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고요한 바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 적막 속에서는 그 잔음마저 묘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잔을 채웠다. 손끝에는 망설임이 묻어있었으나 이내 다른 종류의 싱글몰트 위스키가 얼음을 타고 유리잔 안으로 미끄러졌다. 刘知珉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물을 마시는 듯 아무렇지 않게 술을 넘겼다. 도수 40도를 훌쩍 넘기는 독주였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듯했다. 세 번째 잔까지 거침없이 비운 刘知珉을 빤히 바라보던 친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지갑에서 오만원 두어 장을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이내 간절한 목소리가 그 위로 흩어졌다.
空杯放下的声音在安静的酒吧里清晰地回响着。在寂静中,连那余音都显得莫名沉重。女人皱着眉头重新倒满了酒杯。指尖带着犹豫,但很快另一种单一麦芽威士忌便顺着冰块滑入了玻璃杯中。刘知珉这次也同样像喝水一般毫不在意地咽下了酒。虽然是酒精度数远超 40 度的烈酒,但对她似乎没有任何影响。一直盯着毫不犹豫地喝完第三杯的刘知珉的朋友,最终忍不住从钱包里掏出两三张五万韩元放在柜台上。随即急切的声音在上方散开。


  "술값 안 받을 테니까 오늘은 제발 집에 가서 자."
"酒钱我不收了,所以今天拜托回家睡觉吧。"


하지만 刘知珉은 그녀의 간청을 한 귀로 흘려듣고 빈 잔을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잔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더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자는 팔을 뻗으려다 멈칫하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취할 만한 양이었고, 무엇보다 내일은 금요일도, 주말도 아닌 평일이었다. 더는 마시게 둘 수 없다고 판단한 여자가 잠시 잔을 내려다보다 그것을 카운터 뒤쪽으로 치워버렸다. 위스키 병에 머무르는 刘知珉의 시선도 금방 눈치채고 그마저도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로 올려놓았다. 병이 유리 선반에 닿으며 작고 건조한 소리를 냈다.
但是刘知珉对她的恳求充耳不闻,把空杯子推到前面。然后用手指轻敲杯子边缘,示意要更多酒。女人伸出手臂想要倒酒,却又停下来咬住了嘴唇。这个量已经足够让人醉倒了,更重要的是明天既不是周五,也不是周末,而是工作日。女人判断不能再让她继续喝下去,看了一会儿杯子后把它收到了柜台后面。很快注意到刘知珉的视线停留在威士忌酒瓶上,连那个也放到了手够不着的架子上。酒瓶碰到玻璃架子发出了细小而干燥的声音。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 접시는 처음 내어둔 그대로였다. 정성스럽게 깎은 멜론과 수박, 복숭아는 공기에 닿은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刘知珉은 여전히 과일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여자가 조용히 포크를 집어 멜론 조각 하나를 찍고, 어물쩍거리며 刘知珉 앞으로 내밀었다.
桌子上放着的水果盘还是最初摆出来的样子。精心削好的蜜瓜、西瓜、桃子从接触空气的边缘开始慢慢变干。刘知珉依然对水果看都不看一眼。女人静静地拿起叉子叉了一块蜜瓜,犹豫着伸到刘知珉面前。


  "그러다 속 다 망가진다. 刘知珉 검사님은 이십 대가 아니시라구요."
"这样下去内心都要被毁掉了。刘知珉检察官您已经不是二十多岁了。"


刘知珉은 귀찮다는 듯 손을 한 번 휘저었다. 무언가를 내쫓듯, 혹은 굳이 반응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느슨한 동작이었다. 그다음에는 고개를 돌려 위스키 병이 진열된 선반을 바라봤다. 그 시선엔 아쉬움도, 갈망도 없었다. 마치 유리 너머의 풍경을 건성으로 훑는 사람처럼, 그저 그 자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刘知珉의 얼굴을 살펴보던 여자는 결국 망설이듯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刘知珉烦躁地挥了挥手。那是一个松散的动作,仿佛在驱赶什么,又或者觉得根本没必要回应。接着她转过头看向陈列威士忌酒瓶的架子。那目光中既没有遗憾,也没有渴望。就像一个人漫不经心地扫视玻璃窗外的风景一样,只是在看着那个地方而已。观察着刘知珉脸色的女人最终还是犹豫着小心翼翼地问道。


  "집에 무슨 일 있어?"
"家里出什么事了?"

  "그러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那我还会在这里这样吗?"


刘知珉은 시큰둥하게 받아치고서야 비로소 접시에 놓인 포크를 집어 들었다. 수박 한 조각을 찍어 입에 넣었지만 동작에는 별다른 기운이 없었다.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번져도 무슨 맛인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씹는 것도 삼키는 것도 습관처럼 반복될 뿐이었다. 여자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재차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추고,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골라가며 물었다.
刘知珉冷淡地反驳后,这才拿起了放在盘子里的叉子。叉起一块西瓜放进嘴里,但动作毫无生气。即使甜美的果汁在口中蔓延,她似乎也感受不到任何味道。咀嚼和吞咽只是习惯性地重复着。女人默默地看着她的样子,再次开口。这次她压低了声音,谨慎地选择着每一个词语问道。


  "한유진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韩有珍那里是不是出什么事了?"


포크를 들고 있던 刘知珉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자를 쳐다봤다. 눈빛은 잠시 흐려졌고, 미간이 희미하게 일그러졌다. 입술은 굳은 듯 다물어졌으며 짧은 숨이 들이켜진 다음엔 한동안 호흡이 멈췄다. 대답은 곧바로 튀어나왔으나 말투는 묘하게 건조했다. 감정이 타고 남은 자리에는 피로와 무기력만 켜켜이 쌓여갔다.
拿着叉子的刘知珉的手暂时停了下来。她慢慢抬起头看向女人。眼神瞬间变得暗淡,眉间隐约皱起。嘴唇像是僵硬般紧闭着,短促地吸了一口气后,呼吸停顿了一阵子。回答立刻脱口而出,但语调却莫名地干涩。在情感燃烧殆尽的地方,只有疲惫和无力层层堆积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那跟我有什么关系?"

  "뭐라고?"  "……你说什么?"

  "한유진한테 일이 생긴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韩有珍出了事跟我有什么关系。"


말을 마친 刘知珉은 포크를 들고 과일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구멍 난 복숭아 사이로 과즙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러다가도 금방 흥미를 잃고 포크를 툭 하고 내려놓았다. 금속이 도자기에 닿는 소리가 제법 크게 둘 사이에 울려 퍼졌다. 
说完话的刘知珉拿起叉子开始戳着水果。桃子被戳出洞后,果汁一点点流了出来。但很快就失去了兴趣,啪地一声放下了叉子。金属碰撞陶瓷的声音在两人之间响亮地回荡着。


  "그러면 너는 왜 그래."
"那你又是为什么这样。"

  "내가 뭐."  "我怎么了。"

  "지금이 몇 시인데 집에 안 가고 여기서 이러고 계시냐고요."
"现在都几点了,不回家在这里干什么呢。"


그녀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의아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억눌러지지 않은 채 터져 나왔고, 공기 중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 순간적으로 대화가 끊기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재즈 선율만이 그들 주변을 메웠다. 刘知珉은 말없이 테이블 위를 내려다보다가 손끝으로 나무 표면의 자잘한 흠집을 천천히 더듬었다. 닳은 결을 따라 무의미하게 동작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은 더욱 무감각해졌다. 그러다 刘知珉은 낮고 흐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她的声音里满含着郁闷和困惑。涌上心头的情绪没有被压抑住,直接爆发了出来,空气中流淌着紧张的气流。瞬间对话中断,只有从音响中流淌出的轻柔爵士乐旋律填满了她们周围的空间。刘知珉默默地低头看着桌面,用指尖慢慢抚摸着木质表面的细小划痕。沿着磨损的纹理无意义地重复着动作,她的脸色变得更加麻木。然后刘知珉用低沉而模糊的声音勉强开了口。


  "몰라."  "……不知道。"

  "뭐?"  "什么?"

  ""

  ""

  "모르겠다고, 나도."  "我也不知道。"


여자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그걸 네가 모르고 있으면 누가 아는데, 그런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대신 조용히 刘知珉의 얼굴을 바라봤다. 표정은 담담했다. 대답하는 목소리도, 미지근한 침묵도 모두 맥없이 흘러나왔다. 지금의 刘知珉은 화도, 슬픔도, 억울함도, 마치 그 어떤 감정도 느낄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女人觉得荒唐,发出了苦笑。如果连你都不知道的话,还有谁会知道呢,这样的话在嘴里打转,但终究没能说出口。她只是静静地看着刘知珉的脸。表情很平静。回答的声音也好,温吞的沉默也好,都显得毫无力气地流淌着。现在的刘知珉看起来就像是一个连愤怒、悲伤、委屈,甚至任何情感都没有力气去感受的人。


  "知珉아."  "知珉啊。"

  ""

  "刘知珉."

  ""

  "너 진짜 괜찮은 거야?"
"你真的没事吗?"


그제야 刘知珉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분명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아무런 초점도 없었다.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고요하고 공허한 눈빛이었다. 방금 전까지 꿈속에 있다가 아직 현실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듯 시선은 한 점에 멈춰 있었다. 
这时刘知珉才慢慢抬起头。虽然确实在看着女人,但瞳孔里却没有任何焦点。那是如同静止画面般安静而空虚的眼神。仿佛刚才还在梦中,尚未完全回到现实一般,视线停留在某一点上。


  "응, 괜찮아."  "嗯,没关系。"

  ""

  "별일은 아니고 그냥맨정신으로는 집에 못 들어가겠어서."
"也不是什么大事,只是……清醒着的话没法回家。"


목소리는 낮고 일정했다. 감정을 억지로 억누른 듯한 기색도, 무너질 듯 흔들리는 기색도 없었다. 단어와 문장에는 어떤 의미도 실려 있지 않았고, 소리만 남아 조용히 떨어졌다. 여자는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대화를 이어가는 일조차 부질없게 느껴졌다.
声音低沉而平稳。既没有强行压抑情感的迹象,也没有摇摇欲坠的颤抖。词语和句子里没有承载任何意义,只剩下声音静静地落下。女人不知道还该说些什么。现在连继续对话都显得毫无意义。


  "적응 중이야.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그래."
"正在适应中。需要一点时间。"


刘知珉은 그렇게 말한 뒤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른세수를 하듯 손바닥이 천천히 뺨을 지나갔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눈가에는 피로의 흔적이 어른거렸고, 어깨는 힘이 빠진 채 아래로 축 늘어졌다. 느릿하게 일어선 刘知珉이 재킷을 들어 팔에 걸쳤다.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은 오늘따라 유독 지쳐 보였다. 여자는 刘知珉을 차마 불러 세우지 못했다. 시야에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앞만 바라보다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올 때에야 참아왔던 숨을 내뱉었다.
刘知珉这样说完后,用双手捂住了脸。手掌像干洗脸一样慢慢划过脸颊。从手指缝隙中露出的眼角浮现着疲惫的痕迹,肩膀失去力气地垂了下来。刘知珉缓缓起身,拿起外套搭在胳膊上。朝着出入口走去的背影今天看起来格外疲惫。女人终究没能叫住刘知珉。她呆呆地只是望着前方,直到她从视线中消失,听到门开关的声音时才呼出了一直憋着的气。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올려둔 오만원짜리 지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조명이 닿은 표면이 은근하게 빛나며 그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모든 순간의 분위기와 온도, 공기까지 또렷했지만 刘知珉과 나눈 대화만큼은 그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는지, 아니면 막연한 상상이었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桌子上只剩下她放下的五万韩元纸币孤零零地躺着。灯光照射在纸币表面,隐约闪着光,更加凸显了它的存在感。那一刻的所有氛围、温度,甚至空气都历历在目,但唯独与刘知珉的对话,她无法分辨那究竟是真实发生的事情,还是模糊的想象。









제 방처럼 부장실을 들락거린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려가 핀잔을 듣는 게 요즘 일상이라고. 기안을 올리면 코멘트가 잔뜩 달려 되돌아왔다. 지적을 반영해 다시 송부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1부가 지검장과 단체로 점심 회식을 가졌다는 말도 들렸다. 식사는 전반적으로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무난하게 흘러갔지만, 상관의 격려 뒤에 담긴 속뜻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说是像进自己房间一样频繁出入部长室。每天都要被叫去好几次挨训,这就是最近的日常。提交企划案后总是被批注得满满当当地退回来。即使反映了指正意见重新提交,结果也没有太大改变。还听说刑事 1 部和地检长一起举行了集体午餐聚餐。用餐整体在温和的氛围中顺利进行,但没有人察觉不到上司鼓励话语背后隐含的真正意图。

刘知珉을 둘러싼 말들은 지검 곳곳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대검 발령에 불만을 품은 윗기수들이 집단 항의를 해 인사가 잠시 보류됐다는 추측, 원하는 부서가 아니라 본인이 고사했다는 설, 집안 사정 탓에 마음이 산란하다는 이야기까지. 진실이 무엇이든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뒤였고, 소문은 이상할 만큼 쉽게 번졌다. 부서 간의 경계는 물론 기관과 기관 사이의 벽조차도 거뜬히 넘어섰다. 형사1부 부장이 직원에게 서류를 던졌다는 이야기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한세희의 귀를 거쳐 그녀의 조카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다.
围绕刘知珉的传言在地检各处悄悄传播开来。有人推测是因为高年级检察官们对大检察厅的人事任命不满而集体抗议,导致人事调动暂时搁置;也有说法称是因为不是她想要的部门所以本人拒绝了;甚至还有传言说是因为家庭情况让她心烦意乱。无论真相如何,人们早已下了结论,谣言传播得异常容易。不仅跨越了部门之间的界限,甚至连机关与机关之间的壁垒也轻松越过。刑事一部部长向职员扔文件的传言,经过首尔中央地方法院首席法官韩世熙的耳朵,甚至流传到了她侄女那里。

한유진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刘知珉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길게 이어질 뿐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강 이사에게 연락했다. 함께한 세월이 어언 십수 년이 되었기에 평소에도 서로의 부모님과 스스럼 없이 안부를 주고받았다. 강 이사는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간 여기저기서 떠도는 말 때문에 걱정이 돼서 며칠 전 이미 통화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때도 刘知珉은 별일은 없고 요즘 생각 정리할 게 많아서 그렇다고 답하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며, 그 이후로는 괜한 관심으로 스트레스를 줄까 봐 일부러 연락을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대화 말미에는 오히려 강 이사가 되레 한유진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직 知珉이랑 어색한 거니. 그녀는 자세한 설명은 피하면서도 곧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대답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韩有珍为了确认真伪多次给刘知珉打电话,但只是长长的铃声响个不停,始终没有接通。无奈之下只好联系了姜理事。由于共事已有十几年,平时也会毫无拘束地互相问候对方的父母。姜理事告诉她,正是因为这几天到处流传的传言让人担心,所以几天前已经通过电话了。那时刘知珉也回答说没什么大事,只是最近需要整理的想法比较多,然后就先挂了电话,之后为了不因为无谓的关心给她造成压力,故意克制着没有联系。对话最后,姜理事反而问起了韩有珍:你和知珉还在闹别扭吗?她避开了详细说明,只是回答说很快就能恢复到以前的样子,然后结束了通话。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유진은 최근 통화 목록에서 刘知珉의 이름을 찾아 조심스럽게 눌렀다. 긴 연결음 끝에 들려오는 것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멘트가 전부였다. 그래서 싫어할 걸 알면서도 지검으로 향했다. 건너건너서 미리 언질을 주면 피할 게 분명했으니 일부러 평일 낮 시간을 골랐다.
经过一番深思熟虑,韩有珍最终在最近通话记录中找到了刘知珉的名字,小心翼翼地按了下去。漫长的连接音后传来的只有无法接听电话的语音提示。于是明知道会被讨厌,她还是前往了地检。如果提前通过别人透露消息的话,对方肯定会躲避,所以她特意选择了工作日的白天时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계장과 수사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방문객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刘知珉은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推开办公室门走进去时,科长和调查员都露出慌张的表情从座位上站了起来。面对这个没有预约就突然出现的访客,她们明显不知道该如何应对。相反,确认了站在自己面前的人是谁后,刘知珉将视线转向电脑显示器,若无其事地说道。


  "고소는 변호사 통해서 진행하세요."
"起诉请通过律师进行。"

  "혹시 잠깐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요."
"能麻烦您稍微让一下位置吗?我有些私事想谈。"


계장과 수사관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한유진은 종종 刘知珉과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오곤 했었다. 이따금씩은 청사 로비에서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刘知珉의 차를 얻어타고 가기도 했다. 때문에 송 수사관은 편하게 얘기하시라는 말을 남겨두고 계장과 함께 조용히 책상을 벗어났다. 이윽고 사무실 문이 닫혔다. 아주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으나, 刘知珉은 모니터에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연신 키보드만 두드렸다. 타건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공간을 채웠다. 
科长和搜查官交换了一个眼神。韩有珍经常为了和刘知珉一起吃午饭而来办公室找她。偶尔也会在政府大楼大厅等着,然后搭刘知珉下班的车回去。因此宋搜查官留下一句"你们慢慢聊",便和科长一起悄悄离开了办公桌。不久办公室的门关上了。虽然时隔很久两人再次面对面,但刘知珉的视线始终没有从显示器上移开,只是不停地敲击着键盘。敲击声以固定的间隔填满了空间。


  "혹시 내 번호 차단했니?"
"你是不是把我的号码拉黑了?"

  "응."  "嗯。"

  "왜?"  "为什么?"

  "그냥. 그러고 싶어져서."  "就是。突然想这么做了。"


망설임도, 미안함도 없는 대답이었다. 오늘의 날씨나 교통 상황에 대해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그 한마디가 오히려 더 비정하게 가슴을 후벼팠다. 한유진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언제부터인가는 타건음도 들리지 않았다. 책상 구석에 있던 서류 더미는 가운데로 옮겨졌다.
没有犹豫,也没有歉意的回答。就像在谈论今天的天气或交通状况一样漫不经心地说出的那句话,反而更加无情地刺痛着胸口。韩有珍不知道该如何回答,咬住了下唇。不知从什么时候开始,连打字声也听不见了。桌角的文件堆被移到了中间。


  "그거 물어보겠다고 여기까지 온 거야?"
"你就是为了问这个才跑到这里来的吗?"

  ""

  "이유는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이네."
"我以为你会更清楚原因……真遗憾。"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야?"
"这就是你现在该对我说的话吗?"


결국 한유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감정을 터뜨리려던 건 아니었지만, 저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이토록 철저한 무관심은 처음 겪어 봤다. 대놓고 성가신 기색을 내비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자신이 공기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刘知珉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끝으로 페이지 한 귀퉁이를 만지작거릴 뿐 넘기려는 기색은 없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저희들 사이에 가로놓인 간극만큼은 너무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最终韩有珍的声音提高了。虽然不是想要爆发情绪,但不知不觉间还是敏感地反应了。如此彻底的漠不关心还是第一次经历。超越了明显表现出厌烦神色的程度,甚至感觉自己被当作空气一样对待。刘知珉依然低着头看着文件。只是用指尖摆弄着页面的一角,却没有要翻页的迹象。长久的沉默持续着。即使不对视,也能太过清晰地感受到横亘在她们之间的鸿沟。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내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냐고."
"到底是什么问题。我在这里还要怎么做才行啊。"


그 말은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위한 것도 따져 묻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지쳐서 나온, 거의 체념에 가까운 한마디였다. 반면 刘知珉은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들어 서류 한 장을 넘겼다. 종이끼리 스치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에 나지막이 울렸다. 이 모든 상황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한 무심한 태도는 한유진에게 묘연한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
那句话既不是为了逼迫谁,也不是为了追问什么。只是因为疲惫而说出的,几乎接近放弃的一句话。而刘知珉这次也没有表现出什么特别的反应。她面无表情地抬起手,翻过了一页文件。纸张摩擦的声音在寂静的空间里轻柔地响起。这种仿佛一切状况都与自己无关的漠然态度,让韩有珍产生了莫名的焦躁感。


  "金旼炡xi한테 사과라도 해? 그거면 되는 거야?"
"向金旼炡道个歉就行了吗?这样就够了吗?"


서류를 넘기던 손가락이 멈췄다. 가볍게 들어 올린 페이지는 끝내 넘겨지지 않았고, 손끝은 굳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 찰나의 정적을 한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翻阅文件的手指停住了。轻轻抬起的页面最终没有翻过去,指尖像僵住了一样停留在原地。韩有珍没有错过那瞬间的静寂。


  "걔 때문이야 진짜?"
"真的是因为她吗?"

  ""

  "고작 金旼炡 때문에이러는 거라고?"
"就因为区区金旼炡……你就这样做?"


刘知珉이 서류철을 덮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침내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다만 한 사람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으며, 그 공백은 다른 한 사람에게 한없이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졌다. 한유진은 바짝 힘을 줘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刘知珉合上文件夹,缓缓抬起头。两人的视线终于在半空中相遇。只是其中一人的眼中没有丝毫感情,这种空白对另一个人来说感觉无比冰冷和尖锐。韩有珍紧紧握拳,用力到了极点。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할 말 다 했으면 나가 봐."
"别人的事我不知道,但这不是你需要操心的事。该说的都说了,你可以出去了。"


애써 눌러왔던 감정은 그 한마디에 터져 나오고 말았다. 한유진은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를 악물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가슴께 어딘가가 조여드는 듯한 압박이 느껴졌다. 막연한 불안과 해묵은 자책이 마구잡이로 뒤엉켜서 입 밖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一直努力压抑的情感在那句话下终于爆发了。韩有珍短促地吸了一口气,垂下了视线。虽然咬紧了牙关,但涌到嗓子眼的话语却无法阻止。指尖微微颤抖着,胸口某处感到一阵收紧般的压迫感。模糊的不安和陈年的自责胡乱纠缠在一起,开始从嘴里倾泻而出。


  "그래서 걔는 다 버리고 너한테 오겠대?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所以她要抛下一切来找你?你真的觉得她会这么做吗?"

  "나가라고 했어."  "我说了让你出去。"

  "한번 당해봤으면서 왜 아직까지 미련을 못 놓아."
"都已经吃过一次亏了,为什么到现在还放不下。"

  ""

  "너야말로 정신 차리고 네 꼴을 좀 봐."
"你才应该清醒一点,看看你自己的样子。"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심은 따로 있었고, 말은 늘 그 진심을 어긋나게 했다. 刘知珉에게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미움받는 것도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했다. 그러나 닿지 않는 마음 앞에서 감정은 늘상 왜곡된 채로 흘러나왔다. 입을 열면 상처를 남겼고, 침묵을 택하면 후회했다.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결국 부정밖에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刘知珉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유진은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사람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她不想说到这种程度。真心是另一回事,话语总是让那份真心偏离轨道。伤害刘知珉,因此被她憎恨,现在真的已经厌倦了。然而面对触及不到的心意,情感总是以扭曲的形式流淌而出。一开口就会留下伤痕,选择沉默又会后悔。在这之间能做的选择,结果只有否定而已。每当想要以这种方式也要抓住刘知珉的时候,韩有珍都会痛彻心扉地意识到自己是多么懦弱的人。


  "그러게처음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힘드냐 유진아."
"就是说啊……又不是第一次,怎么这么累呢,有珍啊。"


감정을 도려낸 듯 텅 빈 목소리였다. 그 무심함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한유진의 가슴을 더 깊이 찔렀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한유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자리에서 돌아섰고, 문을 열고 나가 복도를 빠르게 지나쳤다. 간신히 비상계단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에 등을 기댔다. 명치 한가운데가 뻐근하게 조여들었다. 셔츠 깃을 잡아당기며 답답한 숨을 틔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가까스로 호흡을 고르며 주먹으로 심장 언저리를 툭툭 두드리다가, 결국 그대로 주저앉을 듯 허리를 굽혔다. 
那是一个仿佛被挖去了感情般空洞的声音。那份漠然反而更加鲜明地深深刺痛了韩有珍的胸口。她再也无法忍受了。韩有珍紧咬着嘴唇从座位上转身,推开门走出去,快步穿过走廊。好不容易到达紧急楼梯时,她喘着粗气靠在墙上。心窝正中央被紧紧勒住般疼痛。她拉扯着衬衫领口想要缓解憋闷的呼吸,但毫无用处。勉强调整着呼吸,用拳头轻敲着心脏附近,最终还是弯下腰,几乎要瘫坐下去。

무서웠다. 刘知珉을 저렇게 만든 사람이 자신일까 봐서가 아니라, 자신이 아닐까 봐서. 그게 가장 두려웠다. 힘들어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있다면, 이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니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刘知珉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니까. 한유진은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이런 비참함은 도무지 참아내기 어려웠다.  
很可怕。不是害怕让刘知珉变成那样的人是自己,而是害怕不是自己。这是最令人恐惧的。如果她痛苦的原因在于别人,那就意味着现在真的什么都做不了了。意味着只能眼睁睁地看着刘知珉在自己触及不到的地方慢慢崩塌。韩有珍用力咬着嘴唇,直到尝到血腥味。这种悲惨实在难以忍受。









야근이 일상이 된 지 오래였지만 오늘따라 사무실 공기가 유독 답답하게 느껴졌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서류와 씨름하던 刘知珉이 볼펜을 내려놓고 목을 좌우로 돌렸다. 누구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어깨와 목덜미가 뻐근하고, 먼지라도 들어간 듯 눈이 침침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시침은 12를 넘어가고 있었다. 잠깐 바람이라도 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刘知珉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加班已经成为日常很久了,但今天办公室的空气格外让人感到闷热。在荧光灯光下与文件搏斗的刘知珉放下圆珠笔,左右转动着脖子。肩膀和后颈像是被人狠狠揍了一顿似的酸痛,眼睛也像进了灰尘一样模糊不清。看了看时钟,时针已经超过了 12 点。觉得应该出去透透气,刘知珉慢慢从座位上站了起来。

서랍을 뒤적여 며칠 전 편의점에서 산 담배를 꺼내 손에 쥐었다. 흡연자도 아니면서 왜 샀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카페인보다 더 자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刘知珉은 직원증을 풀어 바지 주머니에 대충 처박아두고 청사를 나섰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주변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고,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아스팔트 위를 스쳐 갔다. 刘知珉은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마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다 보니 흡연 부스가 보였다. 다행히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翻找抽屉,拿出几天前在便利店买的香烟握在手中。明明不是吸烟者,连自己都不知道为什么要买。似乎需要比咖啡因更刺激的东西。刘知珉乘电梯下到一楼,解下工作证随便塞进裤子口袋里,走出了办公楼。由于时间的关系,周围不仅冷清,简直可以说是寂静无声。只有路灯的光芒照亮着黑暗,偶尔经过的车辆车灯掠过柏油路面。刘知珉开始朝着脚步所向的方向漫无目的地走着。绕到建筑物后面,看到了吸烟亭。幸好感觉不到有人的气息。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담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였지만 이상하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刘知珉은 손에 쥐고 있던 담뱃값에서 연초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필터의 거친 촉감이 입술이 닿는 느낌은 여전히 낯설기만 했다. 주머니를 뒤적이며 라이터를 찾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핸드폰과 직원증 뿐이었다. 그제야 刘知珉은 라이터를 챙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편의점에 가서 사 오기도 귀찮고, 사무실로 올라가서 누군가에게 빌리기는 더더욱 번거로웠다.
推开门走进去,烟味刺鼻而来。虽然是不熟悉的味道,但奇怪的是并没有产生抗拒感。刘知珉从手中握着的烟盒里取出一支烟叼在嘴里。过滤嘴粗糙的触感贴着嘴唇,依然感觉陌生。她翻找着口袋寻找打火机,但手里摸到的只有手机和员工证。这时刘知珉才意识到自己没有带打火机。去便利店买一个也嫌麻烦,上楼到办公室找人借更是觉得繁琐。

결국 담배를 입에 문 채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이 밝아지며 희미한 전광이 얼굴을 비췄다. 잠금을 풀고 무의식적으로 네이버 어플을 눌렀다. 검색창에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습관처럼 자판을 두드리고 엔터를 누르자 검색 결과가 쭉 나열됐다. 가장 위에는 프로필이 떠 있었다. 올 초에 새로 찍었다고 했던 그 사진이었다. 깔끔하게 묶은 머리, 자연스러운 미소, 카메라를 바라보는 또렷한 눈빛. 刘知珉은 사진 속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조금씩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다.
最终叼着香烟拿出了手机。屏幕亮起,微弱的光芒照亮了脸庞。解锁后无意识地点开了 Naver 应用。手指在搜索框中移动着。习惯性地敲击键盘按下回车,搜索结果一一列出。最上面显示着个人资料。那是她说今年初新拍的照片。整齐束起的头发,自然的微笑,看向镜头的清澈眼神。刘知珉凝视着照片中的她许久,然后慢慢向下滚动。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진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면을 쥔 손이 희미하게 떨렸고, 입술 사이로는 탁한 숨이 야트막이 새어 나왔다.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화면을 다시 확인했지만, 그곳에 떠 있는 글자들은 어느 하나 변한 게 없었다.
叼在嘴里的香烟就在那一瞬间掉到了地上。握着屏幕的手微微颤抖,唇间泄出一声浑浊的叹息。视线依然紧盯着手机。几次揉眼睛重新确认屏幕,但上面显示的文字没有任何变化。


[단독] 배우 金旼炡, 드라마 촬영 중 과로로 쓰러져 병원행
[独家] 演员金旼炡,拍摄电视剧期间因过劳倒下送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