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화 댁네 집이었는데 (1)
304 話 你家 (1)
“송 실장님, 기다려 주세요. 아직 고민 중이라잖습니까.”
「宋室長,請等一下。不是說還在考慮嗎?」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송태원을 말렸다. 그리곤 남은 주스를 마셨다. 맛있긴 맛있어.
我制止了不知不覺間站起身來的宋泰元。然後喝光了剩下的果汁。真的很好喝。
“그리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건, 그걸 굳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결국 제게 손 못 대겠다는 뜻 아닙니까.”
「而且,無法做出決定,特地這樣說,不就代表您不能動我嗎?」
눈을 들어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왜 답지 않은 소릴 하는 거지.
我抬眼望向成賢濟。他為什麼說出這種不符他風格的話?
“일단은요, 이유나 좀 들어봅시다. 보호자 제안 해가며 별별 거 다 챙겨 주더니 갑자기 왜 토라졌습니까? 지금도 이렇게 먹이고 있으면서. 충분히 살찌웠으니 이제 도축하겠다는 건가.”
「首先,我們聽聽理由吧。你又是提議當監護人,又是照顧我各種事情,怎麼突然就鬧彆扭了?現在不也還這樣餵養著我嗎?難道是覺得我夠肥了,現在要宰殺了嗎?」
“지금 상태로는 평생 키워야 할 듯싶네만.”
「以你現在的狀態,看來得養你一輩子了。」
“다 컸습니다. 송 실장님 칼 빼 드시기 전에 대답이나 하시죠.”
「我已經長大了。在宋室長拔刀之前,你還是先回答吧。」
잔이 다시 채워졌다. 무르익어 달큰한 향이 넘쳐난다.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또한 여전히 주방 가득 맴돌고 있었다.
杯子又被斟滿了。成熟的香氣滿溢而出。令人聯想到鬆軟麵包的香氣,也依然瀰漫在廚房裡。
“기시감은 항상 들었었지.” 「我一直都有似曾相識的感覺。」
조금 더 먹겠나, 하며 크루아상이 내어졌다.
可頌被端了出來,問著還要不要再多吃一點。
“비슷한 일을 혹은 똑같은 일을 겪었던 듯한 느낌이.”
「感覺好像經歷過類似的事情,或是完全相同的事情。」
“실제로 겪었던 것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那很有可能是他實際經歷過的事。」
내 회귀 때문만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세계에서의 그의 경험으로. 성현제의 손끝이 작고 예쁜 잼 병의 뚜껑을 돌려 열었다. 단내가 또다시 섞여 든다.
不只是因為我的回歸,也因為他過去在某個世界的經歷。成賢濟的指尖轉開了小巧可愛的果醬瓶蓋。甜味再次混雜其中。
“무엇이든 금세 익숙해지고 금세 지루해지고. 시시하게 끝나 버리곤 했다네.”
「無論什麼都很快就習慣,也很快就厭倦。總是無趣地結束。」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 사는 게 엄청난 차이가 있진 않을 테니까요.”
「就算說是完全不同的世界,人們的生活方式也不會有太大的差異吧。」
우리 세상만 해도 다양한 문화가 있지만 그 속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먹는 거 입는 거 자는 거, 싸우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고 증오에 물들고. 심지어 성현제는 어떤 세계에서든 숭배의 대상이었겠지. 항상 쉽게 가장 위에 올라 언제나 주위를 내려다보는 위치.
光是我們這個世界,就有著各式各樣的文化,但其本質卻必然相似。吃喝穿睡,有爭吵也有親近,有墜入愛河也有被憎恨所染。甚至連成賢濟,無論在哪個世界,都應該是受人崇拜的對象吧。總是輕易地爬到最高處,永遠俯視著周遭的位置。
그로서는 정말 재미없었을 것이다.
對他來說,那一定很無趣。
“그래도 이유는 알게 되었으니 조금쯤 속 시원하지 않습니까?”
「不過,既然知道了原因,不是多少會覺得痛快一點嗎?」
초승달에게 묶여 있다는 건 열 받겠지만. 말하면서 송태원을 힐끔 쳐다보았다. 우리가 무슨 소릴 하는지 짐작도 안 갈 텐데, 몸을 일으켜 선 그대로 묵묵히 성현제의 움직임을 주시만 하고 있다.
雖然被新月綁住會很火大。我說著,偷偷瞥了一眼宋泰元。他應該完全猜不到我們在說什麼,只是默默地站起身,專注地觀察著成賢濟的動向。
“덕분에 두 사람이 더욱 각별해졌지.”
「多虧了這件事,讓他們兩個的關係變得更加特別了。」
나이프를 집어 들며 성현제가 미소 지었다. 너무 각별해져서 죽이고 싶어졌다는 건가.
成賢濟拿起刀子,微笑著說道。是變得太過特別,所以才想殺了他嗎?
“우리 송태원 실장님이 정말 특이하긴 한 모양이야.”
「看來我們宋泰元室長真的很特別啊。」
성현제의 시선을 따라 나도 송태원을 올려다보았다.
我跟著成賢濟的視線,也抬頭看向宋泰元。
“그러게요. 그렇게까지 유래 없는 분일 줄은 몰랐네요.”
「說得也是。沒想到他會是如此前所未有的人物。」
우리가 왜 이러는지 영문을 알 길 없을 송 실장님께서 눈썹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자기 자신을 극단적으로 억누르는 사람이야 드물지 않겠지만 그게 S급 각성자라는 건 진짜 희귀한 모양이었다. 성현제도 처음 보는 모양이니까.
宋室長微微皺眉,她大概不明白我們為何會這樣。極端壓抑自己的人或許不少見,但 S 級覺醒者如此就真的稀有了。連成賢濟也是第一次見到。
성현제는 S급은 물론이고 태생 S급도 많이 만나 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양육자도 마주친 적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보호자를 아끼는 태생 S급 각성자를. 유현이나 리에트 같은 성향의 태생 S급이 자기 둥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한 번쯤은 겪어 보지 않았을까. 물론 내 동생은, 그중에서도 특별했지만… 강한 관심은 석 달 정도로 끝났다니까 거기까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고. 초월자들도 예상치 못했다고 하였으니.
成賢濟不僅見過許多 S 級,也見過許多天生 S 級。或許也曾遇過養育者。那些珍惜自己保護者的天生 S 級覺醒者。宥賢或里葉特那種傾向的天生 S 級,建立並維持自己的巢穴,他應該也曾見過一兩次吧。當然,我弟弟是其中特別的……但強烈的關注只持續了三個月,所以他應該沒能預料到那種程度。連超越者們都說沒預料到。
“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 되지. 두어 번 정도라면 아직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처음만은 못하다네.”
「不斷重複看同一個場景,絕不是件愉快的事。如果只是一兩次,或許還能感受到樂趣,但終究比不上第一次。」
“좋은 건 몇 번을 봐도 좋던데요. 예예, 더럽게 예민하고 까다로우시다 이거죠.”
「美好的事物看幾次都還是很美好啊。是是是,您就是敏感又挑剔。」
기억에서 지워진 과거를 느끼고 있을 정도니까. 시그마 보면 처음부터 저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삶을 반복당하면서 더욱 예민해진 듯했다.
因為他甚至能感受到記憶中被抹去的過去。看西格瑪的樣子,他一開始好像沒這麼嚴重,但隨著生命不斷重複,他似乎變得更加敏感了。
“한유진 군 역시, 아주 특별하지.”
「韓宥真先生也一樣,非常特別。」
크루아상에 잼이 듬뿍 발라졌다. 하얀 접시 위에 흘러내린 잼을 나이프 끝으로 우아하게 긁어 무늬를 만들어 낸다. 보기만 해도 혀끝이 달다.
可頌麵包上塗滿了果醬。他優雅地用刀尖刮起白色盤子上流下來的果醬,畫出圖案。光是看著,舌尖就感覺到甜味。
“제가 좀 많이 특별하고 유일하긴 합니다.”
「我確實非常特別,而且是獨一無二的。」
초월자들 공인 유일한 완벽한 양육자라 하니. 스탯 F급 주제에 S~L급 칭호 스킬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인간도 드물었을 거고. 무척이나 건방진 태도로 팔짱을 끼고 턱 끝을 들며 성현제를 쳐다보았다.
既然是超越者們公認唯一完美的養育者。像我這種 F 級能力值,卻掛著一堆 S~L 級稱號技能的人類,想必也是少之又少吧。我以非常傲慢的態度抱起雙臂,抬起下巴,看向成賢濟。
“앞으로도 볼 수 없을 테니 있을 때 많이 보십쇼.”
「以後也看不到了,趁現在多看兩眼吧。」
이런 기회 두 번은 없어요. 잼에 더해 생크림까지 하얗게 내려앉았다. 그만해, 달아 죽으라는 거냐. 과일은 또 왜 얹어. 예쁘긴 하다만.
這種機會可不會有第二次。除了果醬,還鋪上了一層厚厚的鮮奶油。夠了,是想甜死我嗎?為什麼還要放水果?雖然是挺漂亮的啦。
“그래서 아껴 주고 싶었다네. 나를 위해서라도. 내 즐거움을 위해서가 맞았지.”
「所以想好好珍惜他。為了我自己也好。為了我的樂趣,這才是對的。」
“먹을 때 엉망될 거 같은데요.”
「吃的時候好像會弄得一團糟耶。」
칼로 잘라 먹어야 하겠지. 귀찮다. 그냥 크루아상 주면 안 되나. 성현제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을 들었다. 실이 휙, 날카롭게 휘둘러지고 크루아상을 갈랐다. 아마도. 움직임이 내 눈엔 보이지도 않았다. 크루아상도, 얹힌 크림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네 번 휘둘렀으니 다섯 등분 났지 싶지만 겉보기에는 모르겠다.
得用刀切著吃吧。真麻煩。直接給可頌麵包不行嗎?成賢濟拿起一條細如髮絲的東西。那條線咻地一聲,銳利地揮舞而過,將可頌麵包切開了。大概吧。那動作快到我的眼睛根本看不見。可頌麵包和上面的奶油都沒有絲毫的凌亂。揮舞了四次,應該是切成了五等份,但從外觀上看不出來。
접시가 내 앞에 놓였다. 포크를 들어 끝부분을 살짝 밀어내자 잘린 틈이 벌어졌다.
盤子擺在我面前。我拿起叉子,輕輕推開邊緣,切開的縫隙便裂開了。
“내가 보기엔 즐거우셨던 거 같은데. 혹시 이제 질렸습니까?”
「我看您玩得挺開心的啊。難不成現在玩膩了?」
“질렸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 나는 내 관심이 식었다 하여 부수는 짓은 안 한다네. 그저 눈길을 돌릴 뿐이지.”
「要是厭倦了,就不用煩惱了。我不會因為失去興趣就毀掉它。我只是轉移視線而已。」
“버림받은 사람이 혼자 멋대로 무너지는 거고 말이죠.”
「被拋棄的人獨自隨意崩潰罷了。」
“버렸다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군.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지. 납득하지 못하고 쫓아와 내 발목을 잡으려 든다면, 그때는 손대는 수밖에 없지만.”
「說丟棄有些不妥,只是將它留在原地。如果無法接受而追上來,想絆住我的腳,那時就只能動手了。」
맛있다. 달긴 달았지만 의외로 너무 달진 않았다. 성현제의 말대로다. 강소영은 좋게 끝난 적이 별로 없다, 라고 했지만 성현제에게 미련 남기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멀쩡하지 않은가. 유현이야 미련은커녕 아예 없어져 주면 속 시원할 테고 석시명도 마찬가지겠지. 현아 씨도 그냥 아는 사이로 잘 지내고 있고 소영 씨도 사는 게 참 즐거워 보이고. 노아 씨도 성현제로 인한 문제는 없는 듯했다. 리에트가 문제지.
好吃。雖然甜,但意外地沒有太甜。正如成賢帝所說。姜素英很少有好結果,雖然他這麼說,但只要不對成賢帝留下迷戀,應該就沒問題吧。看看我周圍的人,不都好好的嗎?宥賢別說迷戀了,要是他能完全消失,我會更痛快,石時明也一樣吧。賢雅小姐也只是普通朋友,相處得很好,素英小姐也看起來活得很快樂。諾亞先生似乎也沒有因為成賢帝而產生問題。問題是莉艾特。
“저 댁 발목 안 잡아요. 공사 구분 제대로 합니다. 좀 허전하긴 할 거 같은데 이별에는 일가견 있거든요. 설사 혼자 남는다고 해도 살아갈 순 있습니다.”
「我不會纏著你。公私分明。雖然可能會有點空虛,但我很擅長離別。就算只剩下我一個人,也能活下去。」
8년 간 살긴 살았는걸. 지금은 그때보다 훠얼씬 낫고. 내 말에 성현제가 슬픈 척했다.
八年來我確實是活下來了。現在也比那時候好上太多了。聖賢濟聽了我的話,假裝很難過。
“그렇게 말하니 내가 섭섭해지는군.”
「你這麼說,我可要傷心了。」
“허전하긴 할 거라니까요. 전 누구 씨와 달리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내는 건 잘 못해서. 이따금 생각하겠죠. 정말 잘나고도 이상한 인간 하나 있었지. 나쁘진 않았어. 크루아상 맛있었고.”
「我說了會很空虛的。我跟某人不一樣,沒辦法像用刀切蘿蔔一樣一刀兩斷。偶爾會想起吧。曾經有過一個真的很優秀又奇怪的人。他還不錯。可頌很好吃。」
남은 한 조각을 마저 입안에 넣었다.
<p>將剩下的一塊也放進嘴裡。</p>
“그래서 왜입니까. 계속 절 제거하면 안 되는 이유만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所以為什麼?您好像只說了不能繼續除掉我的理由。」
“나는 한유진 군을 포기하지 못할 거라네. 손에서 놓을 생각 또한 없고.”
「我無法放棄韓宥真,也沒打算放手。」
…주스 마시다 사레들릴 뻔했다. 뭐래.
……我喝果汁差點嗆到。他在說什麼啊。
“뭐냐, 되게 앞뒤 안 맞는 말 하시고 있으십니다만.”
「搞什麼,你說的話也太前後矛盾了吧。」
“내 흥미와 내 즐거움을 위해서 약간의 희생은 할 수 있어. 특히나 나는 자극이 절실한 입장이니 말일세. 내 상태에 대한 이유를 알고 나니 더더욱 팔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지더군.”
「為了我的興趣和樂趣,我可以做出一些犧牲。特別是我現在迫切需要刺激。在知道我狀態的原因後,我更覺得一條手臂根本不算什麼。」
“…그 정돕니까?” 「……就這樣嗎?」
“이래 봬도 상당히 닳아 있다네.”
「你別看我這樣,我可是相當磨損了呢。」
문득 그의 바랜 머리색이 눈에 들어왔다. 신체를 말하는 걸까 영혼을 말하는 걸까 혹은 둘 다일까. 새로운 자극으로 덧칠해 주지 않으면 위험해지기라도 하는 건가. 지루함에 파묻혀 멈춰 버린다거나.
他的褪色髮絲突然映入眼簾。他說的是身體,還是靈魂,抑或是兩者皆是?如果沒有新的刺激來重新塗抹,就會變得危險嗎?還是會被無聊淹沒而停滯不前呢?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지나쳤지. 선이 애매해졌다고 해야 할까. 나를 위한 것인지, 순수하게 한유진 군을 위한 것인지. 그 경계선이 혼란스러워졌다네. 만약 한유진 군의 속을 갈라 파헤친다면 내가 원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但最近有點過頭了。該說界線變得模糊了嗎?是為了我,還是單純為了韓宥真?那條界線變得混亂了。如果剖開韓宥真的內心,挖出他的想法,應該會湧現出我想要的新事實吧。」
“음,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거 아닙니까. 갈랐다가 죽어 버리면 손해니까.”
「嗯,這不就跟會下金蛋的鵝一樣嗎?要是剖開了卻死了,那可就虧大了。」
“요즘은 배 좀 가른다고 죽지 않는다네. 갈라 본 다음 꿰매고 치료하며 회복시키는 일도 즐거울 것이고.”
「現在剖個肚子也不會死人。剖開後再縫合、治療,讓他們恢復健康,這過程也會很有趣。」
그, 그래. 요샌 그렇겠지. 아니면 엑스레이 찍어 본다거나.
「嗯,對。最近應該是這樣吧。不然就是照 X 光之類的。」
“그… 러니까, 성현제 씨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절 위해서 참게 된 게, 뭐 거슬려서… 그런 겁니까? 제가 그쪽한테, 과하게 영향을, 미쳐서……?”
「那……也就是說,您不是為了自己,而是為了我才忍下來的,這讓您……感到不快嗎?我對您,造成了過度的影響……?」
내가 말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대. 진짜 그런 거 맞나? 영향이라고 해도 대충 손가락 끝에 가시 박힌 정도겠지만. 성현제는 그런 작은 거슬림도 견딜 이유가 없는 인간이고.
<p>我邊說邊覺得心情很奇怪。不,怎麼會變成那樣。真的有那回事嗎?就算說是影響,大概也只是指尖扎了根刺的程度吧。成賢濟是個沒有理由忍受那種小麻煩的人。</p>
“거슬리기는 하네만 그런 이유로 내 소중한 거위의 목을 자르지는 않아.”
「雖然礙眼,但我不會因為這種理由,就砍掉我寶貴鵝子的脖子。」
나를 그렇게 봤다니 조금 실망이군, 하고 성현제가 낮게 웃었다. 배는 갈라도 목은 자르지 않겠다 말씀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你竟然那樣看我,真教人有些失望。」成賢濟低聲笑了起來。「真是太感謝您了,竟然說出就算要剖開我的肚子,也不會砍下我的頭這種話。」
“그것 또한 새로운 자극이지. 언제 또 이런 혼란스러움을 겪어 보겠나.”
「那也是一種新的刺激。什麼時候還能再經歷這種混亂呢?」
“그럼 뭐요, 뭔데요, 뭐.”
「那又怎樣,是什麼,是什麼。」
살짝 짜증날 거 같다. 진짜 이유가 뭐야. 처음부터 성현제답지 않은 소리라고 생각하긴 했다. 자기 불쾌하다고 아직 가치가 남아 있는 상대를 쓱싹 해 버리는 건 어울리지 않지. 근데 그럼 왜.
<p>感覺會有點火大。真正的理由是什麼?我從一開始就覺得這不像成賢濟會說的話。因為自己不爽,就把還有利用價值的對象給解決掉,這不像是他會做的事。但那又是為什麼?</p>
“그러니 한유진 군의 책임이 아니야.”
「所以這不是韓宥真你的責任。」
“…예?” 「…… 咦?」
“오지 않았다면 좀 더 고민했을 듯하지만. 마침 두 사람이 함께라 잘되었어.”
「如果你沒來,我可能會再多考慮一下。不過你們兩個正好都在,這樣很好。」
“저기요, 알아들을 수 있게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我說,您不能說點我聽得懂的話嗎?」
이제는 송 실장님은 물론이고 나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現在不只宋室長,連我也不知道那是什麼意思了。
“한동안은 챙겨 주기 힘들 듯하니, 도련님과 꼬마 아가씨를 너무 걱정시키지 말게.”
「我暫時沒辦法照顧你,所以別讓少爺和小小姐太擔心了。」
“해외 나가요?” 「你要出國嗎?」
“이런 건 취향이 아니지만 막상 해 보니 나쁘진 않군. 다리는 괜찮아졌고, 잠은 최소 일곱 시간은 자도록 하고. 표정을 보아하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로군.”
「這種事雖然不是我的喜好,但實際做起來倒也不壞。腿已經沒事了,睡眠至少要睡滿七個小時。看你的表情,似乎好多了。」
에그타르트 포장해 줄까, 하고 묻는 말에 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뭐하자는 건데.
聽到他問要不要幫我打包蛋塔,我不禁皺起眉頭。這是在搞什麼鬼?
“포장은 무슨, 제대로 설명 듣기 전에는 안 돌아갈 겁니다만. 아니, 애초에 말해 줄 거 있어서 왔습니다. 저 용건도 못 꺼냈어요.”
「什麼包裝,我沒聽清楚說明前是不會回去的。不,我一開始就是有話要說才來的。我連正事都還沒說呢。」
“일종의 과부하라고 할까.” 「算是某種過載吧。」
“네?” 「是?」
“나는 많이 닳았고 동시에 많은 것이 누적되어 있지. 스카우터도 그러더군. 한계에 다다랐다고.”
「我磨損得很嚴重,同時也累積了很多東西。偵測器也這麼說,說我已經達到極限了。」
스카우터라면, 초승달의 조각 중 하나인 그 말 새끼?
如果是偵察者,是指那塊新月碎片之一的馬崽嗎?
“새로운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다는 뜻이라네. 아슬아슬한 상태에 흔들리기까지 했으니 버티기 어려워진 거지.”
「意思是需要新的東西,但同時也沒有餘裕去接受新的東西。在岌岌可危的狀態下甚至還動搖了,所以變得難以承受。」
“…무슨 소립니까, 그게.” 「……那是什麼意思?」
“지금이라도 한유진 군을 제거한다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겠지. 내 손으로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처리한다면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就算現在立刻除掉韓宥真,也能恢復穩定吧。如果我親手確實處理掉不穩定因素,就能更快平靜下來。」
…그러니까, 내 존재 자체가 성현제에게 위협이 되었다, 이 말인가. 잔뜩 부푼 물풍선에 새로운 물을 집어넣는 것으로도 모자라 툭툭 치기까지 하는, 그런 존재라는 거야?
……所以,我的存在本身,對成賢濟來說就是個威脅,是這個意思嗎?我就是那種,不只往漲滿的水球裡灌水,甚至還會去戳它一下的存在嗎?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你到底在說什麼?」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송태원이 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성현제가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默默地看著我們的宋泰元再也忍不住開口了。成賢濟用著絲毫沒有歉意的表情看著他並回答。
“설명해 줄 수 없어 미안하군.”
「抱歉,我無法解釋。」
“송 실장님, 죄송해요. 나중에요. 그냥 얼굴 안 보는 정도로 잠깐이나마 버틸 수는 없는 겁니까? 한동안 마주치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보죠.”
「宋室長,抱歉。晚點再說吧。難道就不能暫時忍耐一下,不要見面嗎?我們暫時不要碰面,先找找解決辦法吧。」
“해결책은 이미 찾았다네.” 「解決方案我已經找到了。」
“뭐야, 그럼 왜-.” 「什麼啊,那為什麼——」
“약간 위험하지만.” 「雖然有點危險。」
그러면서 웃는다. 약간? 백에 하나쯤 성공 확률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성현제를 쏘아보았다.
她說著笑了。有點?聽起來成功機率大概只有百分之一?我猛地從座位上站起來,怒視著成賢濟。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一定還有其他辦法。」
“한유진 군. 돌아가게.” 「韓宥真,回去吧。」
“싫-” 「不—」
순간 성현제를 둘러싼 공기가 변화하였다. 송태원이 내 허리를 낚아채며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금안이 가느다랗게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것은 아직 성현제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무거웠다.
瞬間,聖賢周圍的空氣變了。宋泰元一把抓住我的腰,迅速往後退。金色的眼眸中帶著一絲淺淺的笑意。那雖然還是聖賢的模樣,卻沉重無比。
쌓이고 쌓인 무언가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어마어마한, 거의 한 세계와 같은 것이 인간으로 작게 압축되어 있다가, 터져 버리기 직전인, 그런 느낌이 들었다.
有什麼東西積累已久,正隱約地滲透出來。那感覺就像是某種龐大無比、幾乎等同於一個世界的存在,被壓縮成渺小的人形,如今卻瀕臨爆發的邊緣。
“…대책 있다며!” 「……你不是說有對策嗎!」
“있지.” 「我說啊。」
“뭔데요!” 「什麼事!」
“너무 많은 것이 쌓여 문제라 하니 일부 덜어내면 그만 아니겠나.”
「你說累積了太多東西是個問題,那只要減少一部分不就好了嗎?」
“말은 쉽네! 그게 됩니까?”
「說得倒容易!那怎麼可能辦得到?」
“친애하는 송태원 실장님께서 잘해 준다면.”
「如果親愛的宋泰元室長能好好表現的話。」
나와 성현제가 동시에 송태원을 바라보았다. 송태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我和成賢濟同時望向宋泰元。宋泰元皺起眉頭。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請您明確地說。」
“간단해. 약탈을 잘 사용해 보게. 지금 자네가 느끼고 있는 평소의 나보다 더한 괴물을 잘 발라 내어 삼켜.”
「很簡單。好好利用掠奪吧。把現在你所感受到的、比平時的我更像怪物的東西,好好地剝離出來,然後吞噬。」
“…….” 「……。」
“자칫하면 나 또한 삼켜지겠지만, 그때는 송태원을 위한 선물이라 해둘까.”
「一個不小心,我也會被吞噬,但到時候就當作是送給宋泰元的禮物吧。」
…그게 선물이냐. 송 실장님 목 조르는 짓이지. 송태원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
……那哪是禮物啊。根本是掐住宋室長的脖子。宋泰元短促地吐了口氣。不知不覺間,他的手中已然握著劍。
“이대로 두면, 어떻게 됩니까.”
「如果就這樣放著,會怎麼樣?」
“아직은 괜찮지만 생존본능이 더 강해진다면 한유진 군을 살해하려 들겠지. 그다음 차례는 자네일 테고.”
「現在還好,但如果生存本能變得更強,他就會試圖殺害韓宥真。下一個就輪到你了。」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막겠습니다.”
「那麼,我會阻止你。」
“지금 스킬 등급으로는 섬세한 조절까지는 아직 힘들겠지. 알아서 잘 살아남아 보겠네.”
「以你現在的技能等級,要做到精細的控制還很難吧。自己看著辦,努力活下來吧。」
총 처음 쏴 보는 사람 앞에서 머리 위에 사과 올려놓을 건데요, 운 좋으면 살 수 있겠죠 뭐. 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대체 약탈 스킬을 뭐 어떻게 쓰라는 건지도 모르겠건만 송태원은 몸의 중심을 약간 낮추며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p>「我打算在第一次拿槍的人面前,把蘋果放在他頭上,運氣好的話應該能活下來吧。」聽起來就像是這個意思。宋泰元不明白掠奪技能到底該怎麼用,但他還是微微放低重心,擺出了攻擊的架勢。</p>
“소, 송 실장님! 가능할 거 같아요?”
「宋、宋室長!有可能嗎?」
“모릅니다. 하지만 저건.” 「我不知道。但那個是。」
검의 손잡이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握住劍柄的手收緊了力道。
“인간이 아닙니다.” 「他不是人類。」
“…그거 설마 그냥 죽이고 보겠다는 말은 아니시죠?”
「……你該不會是說,就直接殺了他吧?」
대답이 없었다. 환장하겠네. 이러다 줄초상 치르는 거 아니냐. 성현제를 살해한 후의 송태원이 무사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살긴 살겠지. 제대로 살아갈지가 문제지만.
沒有回應。真是要瘋了。這樣下去會不會全軍覆沒啊。宋泰元在殺害成賢濟之後是否能安然無恙,說實話,我不知道。他應該會活下來吧。但問題是,他能否好好地活下去。
“젠장, 송 실장님! 잠시만요!”
「該死,宋室長!等一下!」
“밖으로 나가십시오.” 「請出去。」
송태원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가면 일 터질 거 뻔한데! 하지만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어떻게 막지. 일단 은혜 켜고 몸으로 가로막기라도 해야 하나. 유현이… 는 같이 성현제 목 따 버리려 들 거 같으니 에블린 씨를 불러와서…….
宋泰元語氣平淡地說道。出去肯定會出事啊!但他似乎完全沒有聽我說話的打算。該怎麼阻止呢?總之先開啟恩惠,用身體擋住他嗎?宥賢他……感覺會跟我一起去把成賢宰的脖子砍下來,所以還是把艾芙琳小姐叫過來……。
“아니면 제가 직접 안전한 곳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不然我直接把您轉移到安全的地方。」
송태원의 손이 내 팔을 잡았다. 다른 쪽 손에 들렸던 검이 사라지고 수갑이 나타났다. 방해할 거 눈치채셨구나. 하하.
宋泰元的手抓住了我的手臂。他另一隻手上拿著的劍消失了,手銬出現了。他察覺到我會妨礙他了啊。哈哈。
“은혜야!” 「殷惠啊!」
내가 소리침과 동시에, 我大喊的同時,
번쩍, 빛이 터져나갔다. 폭음은 작았다. 하지만 강력한 마력이 좁디좁은 범위로 휘몰아치고 송태원을 단숨에 뒤로 밀어냈다. 그그극, 바닥이 긁히며 송태원이 넘어지지 않고 버텨 섰다. 그 사이에 얼른 성현제에게로 뛰어갔다.
唰地一聲,光芒爆射而出。爆炸聲很小。但強大的魔力在狹窄的範圍內猛烈地旋轉,瞬間將宋泰元推了回去。吱嘎作響,地板被刮擦著,宋泰元沒有跌倒,穩穩地站住了。趁著這個空檔,我趕緊跑向成賢濟。
성현제의 앞을 감싸듯 막아서며 송태원을 겨눠 총을 꺼내 들었다. 머뭇거림 없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총구에서 마탄이 발사되었다. 송태원은 그사이 자세를 바로잡고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검은 기운에 휘감긴 칼날이 마탄을 가르듯 받아낸다. 퍽, 하고 작은 소리와 함께 탄환이 흩어졌다. 총기형 무기는 처음 보는 것일 텐데도 대응이 능숙하다.
<p>我擋在成賢濟身前,將槍口對準宋泰元,掏出了槍。我毫不猶豫地扣下扳機,魔彈同時從槍口射出。宋泰元趁機擺正姿勢,拔出了劍。纏繞著黑色氣息的刀刃彷彿要劈開魔彈般地擋了下來。砰,一聲輕響,子彈散開了。他應該是第一次見到槍械型武器,但應對卻如此熟練。</p>
“내가 성현제 씨 댁 머리 날려 버릴 줄도 몰랐는데, 댁 지키겠다고 이러고 있게 될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습니다! 두 번은 없을 경험 연달아 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 째지네요!”
「我沒想到自己會把成賢濟先生的頭給砍了,更沒想到自己會為了保護他而變成這樣,這真的是做夢都沒想過的事!連續經歷了兩次絕無僅有的經驗,我真是爽翻了!」
아, 인생 참 즐겁다. 啊,人生真是愉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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