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물의 정령 (4)
265 話 水之精靈 (4)
다시 형체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고작해야 사람보다 약간 큰 크기가 된 정령이 아마도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없으니 표정도 모르겠고.
精靈再次凝聚成形,但現在牠的體型頂多比人類大一點點,牠大概是望著我吧。因為沒有眼睛,所以也看不出表情。
- 세 번째의 흔들림을 느꼈을 때 밖에서 아주 강한 힘이 이곳을 엿보려고 했습니다. 마침 제가 있는 곳 근처였고 저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건드려 보았어요.
——當我感覺到第三次震動時,外面有一股非常強大的力量試圖窺探這裡。正好就在我所在的地方附近,而且牠的性質與我相似,所以我試著碰觸了一下。
“밖에서?” 「外面?」
- 안개로 상대의 기억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양육자를 찾는 듯했어요. 아마도 당신이겠지요.
- 他擁有能以霧氣操控對方記憶的力量,似乎在尋找養育者。大概就是您吧。
무해의 왕. 해파리다. 이 세계의 효도중독자가 무해의 왕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無害之王。是水母。如果這個世界的孝道中毒者是無害之王,那還算好。
“확실하게 밖인 건가? 여기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라?”
「確定是在外面嗎?不是這個世界的存在?」
- 네. 이곳이 만들어진 던전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제게 들어오려고도 했었습니다. 예림 님이 델타의 몸에 들어간 것처럼요. 하지만 이내 밖으로 밀려났고 저는 그자의 힘의 일부와 정보를 가지게 되었지요.
- 是的。他知道這裡是被創造出來的地下城,也曾試圖進入我體內。就像藝琳大人進入了 Delta 的身體一樣。但很快就被排斥出去了,而我則獲得了他部分的力量和資訊。
원래 정령은 스킬을 쓸 수 없기에 아까 같은 재주를 부리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였다. 즉, 안개로 내 기억을 조작하려던 것은 해파리의 스킬이었다.
精靈原本無法使用技能,所以剛才那種把戲幾乎不可能辦到。也就是說,用霧氣操縱我記憶的,是水母的技能。
단순히 기억을 훔치는 것만 아니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니. 정말 위험한 능력이다.
不只偷取記憶,連改變記憶也能辦到。真是危險的能力。
‘결국 원반을 마저 설치하면 신입만이 아니라 효도중독자들도 간섭해 들어올 수 있다는 거겠지.’
「看來只要把圓盤安裝好,不只新人,連孝道中毒者也能干涉進來了。」
신입이 그걸 막아 줄 수 있을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게 불안했다.
新人能阻止這一切嗎?至今仍毫無音訊,讓我感到不安。
- 남은 힘은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 힘의 주인이 기억을 건드리는 것을 한 번 정도는 막아 줄 거예요.
- 我會將剩餘的力量給您。雖然您不可能像我一樣運用這股力量,但它至少能阻止這股力量的主人一次,不讓祂觸碰您的記憶。
옅은 안개가 내 몸을 휘감았다가 사라졌다.
一陣薄霧纏繞著我的身體,然後消散了。
“예림이한테 주는 게 아니라?”
「不是給藝琳嗎?」
- 예림 님에게는 저 진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겁니다. 특히 불의 정령의 계약자는…….
- 因為藝琳大人有那顆珍珠了。但其他人必須小心。特別是火焰精靈的契約者……
“왜 또.” 「怎麼又來了。」
자꾸 유현이를 걸고넘어지니까 슬슬 짜증이 나려 한다.
老是拿宥賢說嘴,我開始有點不耐煩了。
- 이번에는 속성 때문이 아니에요. 이미 안개의 주인에게 기억의 일부를 빼앗겼기에 더 취약해져 있을 테니까요.
——這次不是因為屬性。他已經被迷霧之主奪走一部分記憶,所以會更加脆弱。
“기억을 빼앗겼던 건 맞지만 되찾았는데도?”
「雖然記憶被奪走了,但不是也找回來了嗎?」
- 제가 알기론, 완전히는 아니에요. 안개의 주인은 그의 기억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 據我所知,並非完全如此。迷霧之主仍保有他的記憶。
…신입이, 경고하기는 했었다. 약간은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유현이는 안개에 휘말렸던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억을 빼앗기기도 했으니… 젠장, 그 빌어먹을 해파리 놈이.
……新人確實警告過我。說記憶可能會消失一部分。柳賢是那些被捲入迷霧中的人裡,被奪走最多記憶的……該死,那隻該死的水母。
- 조심하세요. - 請小心。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정령의 모습이 흐려졌다. 예림이가 걱정스럽게 나를 돌아보았다.
留下最後一句話後,精靈的身影變得模糊。藝琳擔憂地回頭看著我。
“기억 잃었던 거, 잘 해결된 거 아니었대요?”
「不是說失憶的問題,都已經好好解決了嗎?」
“…전부 되찾은 줄 알았는데 남아 있었나 봐. 그래도 별다른 지장은 없는 정도니까 크게 신경 쓸 필요까진 없어.”
「……我以為都找回來了,看來還是有殘留。不過這程度不至於造成什麼影響,所以不用太過擔心。」
사소한 거겠지. 하지만 진짜 별거 아닌 조그만 기억이라고 해도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예림이에게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應該是些微不足道的小事吧。但即使是再怎麼微不足道的小小記憶,我也不打算放任不管。雖然我跟藝琳說沒關係。
두 번 다시는 동생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극히 작은 일부라도, 절대로.
我不會再讓任何人奪走我的弟弟第二次。即使是極其微小的一部分,也絕不允許。
“근데 정령이요, 저랑 계약한 애도 제 속을 막 말하고 다니진 않겠죠?”
「可是精靈啊,跟我簽約的那個孩子,應該不會到處亂說我的心事吧?」
“어, 글쎄다. 린이는 좀… 말하는 편이기는 했어. 그게 진짜 유현이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嗯,這個嘛。凜是比較……會說話的。雖然不知道那是不是裕賢真正的想法。」
내 말에 예림이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我話一說,藝琳的臉色就發白了。
“속을 정확히 못 읽는다고 해도 항상 같이 다닐 텐데… 말할 만큼 크기 전에 잘 가르치면 할 말 못 할 말 가릴 수 있을까요? 여기 정령들 전부 너무 솔직해요! 아까처럼 제 일 다 떠들고 다니면 어쩌죠?”
「就算無法精確掌握他的心思,我們也總會在一起……如果在他長大到能說話之前好好教導,他能分辨什麼該說什麼不該說嗎?這裡的精靈們都太老實了!要是像剛才那樣,把我所有的事情都說出去怎麼辦?」
너무너무 끔찍하다며 예림이가 울상을 지었다. 나도 정말 싫긴 했다.
「太、太可怕了。」藝琳哭喪著臉說。我也真的很討厭。
“린이도 전부 다 말하고 다니는 건 아니야. 명우네 이스무아르는 린이에 비해 점잖은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널 소중히 여긴다면 네가 싫어하는 짓도 당연히 하지 않겠지. 가르쳐 주면 알아들을 거야.”
「林依也不是什麼都說。明宇的伊斯穆阿爾跟林依比起來,也算是比較穩重的。最重要的是,如果他珍惜你,當然就不會做你不喜歡的事。只要教他,他就會懂的。」
“그렇겠죠? 그래야 해요. 안 그러면 저 밖에 못 나가요! 지금도 쪽팔려 죽겠는데! 아, 한유현한텐 절대로 비밀이에요! 저 엄마아빠 생각하며 울었다는 거 절대 말하지 마세요!”
「對吧?一定要這樣。不然我沒辦法出門!我現在已經羞恥到快死了!啊,絕對要對韓有賢保密!我為了爸爸媽媽哭的事情,絕對不要說出去!」
“그래, 그래. 말 안 해.”
「好啦,好啦。我不說了。」
“어차피 한유현도 울었겠지만요. 울었죠, 그쵸? 저번에도 엄청 울었댔는데.”
「反正韓有賢也哭了,對吧?上次也哭得很慘,對吧?」
“어… 응. 그랬지.” 「呃...... 嗯。 是啊。」
“걱정 마세요. 그거 가지곤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한유현도 제 성적 가지고 별말 안 했고.”
「別擔心。我不會對那件事說什麼的。韓誘賢也沒對我的成績說什麼。」
주위의 물이 흔들렸다. 수면으로 올라가려는 듯 예림이가 내 주위까지 넓게 마력을 움직였다.
周圍的水晃動著。藝琳似乎想浮上水面,將魔力大範圍地擴散到我周圍。
“그래도 예림아, 2학기에는 조금만 더 신경 쓰자. 저번 기말이야 막 각성해서 바빴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이미 헌터니 별 쓸모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
「話說回來,藝琳啊,下學期再多用點心吧。雖然上次期末考妳才剛覺醒,很忙,情有可原,但我認為妳還是好好上課比較好。雖然妳已經是獵人,可能會覺得沒什麼用,但未來世界會怎麼變化,誰也說不準。」
“아저씨, 저 공부 잘하는 편이라고요. 저번엔 진짜 바빠서 그랬지. 헌터 교육에 던전도 가고, 또 김하연 법무팀장님 말이에요. 그분한테서 법 공부도 했다고요!”
「大叔,我可是很會讀書的。上次是真的太忙了。除了獵人教育和下副本,還有金河淵法務組長,我也跟她學了法律!」
“법을?” 「法律?」
“어느 정도 선까지 사고 쳐도 괜찮은가~ 라는 거요. S급 헌터의 사회적 위치와 상황에 따른 뒤처리 가능한 위법 수위 적정선 같은 거랄까요? 던전에 몬스터 튀어나오는 판에 상급 헌터가 법 다 지키고 사는 거 힘들다고요. 한유현도 법무팀장님이 앉혀 놓고 가르쳐 줬대요.”
「大概是到什麼程度的闖禍是沒關係的~之類的。S 級獵人的社會地位和情況,以及事後能處理的違法程度的適當界線?在怪物從地城裡跑出來的情況下,高級獵人要完全遵守法律是很困難的。韓俞賢也聽說是被法務組長叫去坐下來教導的。」
과일이라도 사들고 찾아봬야겠다. 예림이와 내 몸이 수면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我得買些水果去探望她才行。藝琳和我的身體開始緩緩地浮向水面。
“하연 팀장님 헌터계 법 쪽으론 되게 유명하시대요. 특히 길드장부터가 어리다 보니까 미성년 헌터 관련법은 거의 다 그분 손이 닿았다더라고요.”
「聽說河燕組長在獵人界的法律界非常有名。特別是因為我們公會長很年輕,所以幾乎所有關於未成年獵人的法律都經由她的手。」
미성년자 헌터가 활동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제약을 없애는 것과 동시에 보호에도 힘썼다고 하였다. 지금은 미성년자 헌터 등록 가능 나이도 높이려는 중이라 조금만 더 늦게 각성했으면 헌터 못 되었을 거라며 예림이가 말해 주었다.
她說,他們在消除未成年獵人活動不必要限制的同時,也致力於保護他們。藝琳告訴我,現在他們正打算提高未成年獵人可以註冊的年齡,所以如果我再晚一點覺醒,可能就當不成獵人了。
“원래라면 브레이커로 갈 예정이었는데 꼰대들이 법무팀장 자리에 여자를 어떻게 앉히냐고 반대해서 해연에 온 거래요. 해연이 그런 건 별로 없잖아요. 현아 언니도 도련님은 공평해서 좋다더라고요.”
「她本來打算去布雷克,但那些老頭子反對,說怎麼能讓一個女人坐上法務組長的位置,所以她才來了海淵。海淵在這方面比較沒那麼多意見。炫雅姊也說少爺很公平,這點很好。」
“우리 유현이가 그런 편이긴 하지.”
「我們家宥賢是那種人沒錯。」
“형님 빼고 평등하게 다 싫어한다고.”
「除了哥以外,我平等地討厭所有人。」
“…그 정도는 아니지 않냐.”
「……沒那麼誇張吧。」
예림이가 까르르 웃었다. 藝琳咯咯地笑了。
“아저씨 말곤 관심 없다는 게 더 맞긴 하죠? 싫어하는 것도 관심이긴 하니까.”
「說對大叔以外的人都不感興趣,這樣更貼切吧?畢竟討厭也算是一種關心。」
“그래도 예림이 너와 피스에겐 신경 쓰고 있어. 유현이 편드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엔 그래.”
「即便如此,我還是很關心藝琳妳和和平。我不是偏袒宥賢,只是我個人是這麼想的。」
“어, 음. 저도 한유현이 전 들을 자격 있다고 말했을 때 티는 안 냈지만 좀 놀랐어요. 나 확실히 인정했구나 싶어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이것도 비밀이에요.”
「呃,嗯。韓有賢說我有資格聽的時候,我雖然沒有表現出來,但其實有點驚訝。心想他果然是認可我了,也覺得很欣慰。這也是個秘密喔。」
“헌터로서는 유현이가 나보다 널 더 믿을걸.”
「作為獵人,佑賢會比我更相信你。」
또다시 환한 웃음이 예림이의 얼굴 위로 퍼져 나갔다. 느릿이 바다 위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릴 적 이야기도, 처음으로 예림이 부모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예림的臉上再次綻放出燦爛的笑容。我們緩緩地朝著海邊走去,聊著各種各樣的話題。從小時候的故事,到第一次詳細地談論預林父母的事情。
나는 함부로 물어볼 수 없었고, 예림이도 지금 보호자인 나를 신경 써서 꺼내기 꺼려졌던 말들이.
我不敢隨意開口詢問,而預林也因為顧慮到身為她監護人的我,所以有些話一直不願說出口。
“삼촌네 있을 때는요, 부모님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에 아저씨한테 다른 아저씨가 데리러 오는 상상 같은 거 했었다고 말했잖아요. 그건 떠올리면 즐거웠지만 엄마아빠는 아팠거든요.”
「在叔叔家的時候,我盡量不去想爸媽。我之前不是跟您說過,我會想像有別的叔叔來接我嗎?那樣想的時候雖然很開心,但想到爸爸媽媽就會很難過。」
그래서 키워드 효과가 부모님이 아닌 아저씨로 나타났던 것일까. 여전히 슬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엄마아빠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말에, 지금 키워드를 적용하면 나를 부모님 중 한 분으로 느끼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所以關鍵字效果才會以大叔而不是父母來呈現嗎?雖然我依然感到悲傷,但聽到他說現在想爸媽的次數更多了,我便想,如果現在套用關鍵字,他會不會把我當成父母中的其中一人?幸好沒有。
촤아악, 물이 솟구치며 수면 밖으로 나왔다. 그새 강해진 햇살이 유독 눈부시게 느껴졌다.
嘩啦啦,水花飛濺,躍出了水面。陽光變得更加炙熱,格外耀眼。
“형, 별일 없었어?” 「哥,沒發生什麼事吧?」
대화만 했다기엔 너무 오래 걸렸다며 유현이가 다가와 물었다.
「光是談話,時間也拖太久了吧。」宥賢走過來問道。
“응, 멀쩡해. 다만 해파리가 우리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더라.”
「嗯,我沒事。只是水母好像在等我們出來。」
동생의 표정이 단숨에 차가워졌다. 나도 그렇지만 유현이는 더더욱 치가 떨릴 상대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쪽이든 꼼짝 못 하니 진정하라고 달랬다.
弟弟的表情瞬間冷了下來。我不提,但對劉賢來說,那更是個令人咬牙切齒的對手。即便如此,我還是安撫他,讓他冷靜下來,因為現在無論哪一方都動彈不得。
“얘들아, 모두 모여!” 「孩子們,都過來!」
예림이가 진주를 들어 흔들어 보이며 외쳤다.
藝琳舉起珍珠晃了晃,大喊道。
“너희들이 직접 내가 사는 곳으로 넘어오는 건 힘들어. 하지만 대신 정령의 알이라는 건 만들 수가 있대!”
「你們要直接過來我住的地方很難。但是,他們說可以代替你們做出精靈的蛋!」
- 알이요? - 蛋嗎?
- 들어 본 적 있어!
- 我聽過!
몇몇 정령이 예림이가 설명하기도 전에 신나게 떠들어 댔다. 정말 말 많긴 하구나.
一些精靈在藝琳說明之前,就興高采烈地吵鬧起來。話真的很多啊。
- 만들기 어려운데. - 很難做出來耶。
- 쉽게 깨어나지도 않아요.
- 牠們不會輕易醒來。
- 얼마나 오래 사세요?
- 您能活多久?
“걱정 마, 금방 깨어난다고 했어. 알의 기틀은 이 진주가 있고.”
「別擔心,他說很快就會醒過來。蛋的基礎有這顆珍珠在。」
준비는 다 되었다고, 너희들의 힘을 불어넣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자 정령들이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我說準備都已經就緒,只要你們將力量注入進去就行了,話音剛落,精靈們便蜂擁而上。
- 저요, 저요! - 我、我!
- 나도! - 我也要!
- 여기도 있어요! - 我這裡也有!
“차례대로 줄 서, 줄! 질서 안 지키는 정령은 안 받아 준다!”
「排隊,排隊!不遵守秩序的精靈不准進來!」
예림이의 호령에 정령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온갖 형체들이 얼음바다 위로 끝없이 늘어서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었다. 오늘 내로 끝나긴 할까.
在藝琳的號令下,精靈們井然有序地排成一列。各種形態的精靈在冰海上無止盡地延伸,那景象真是壯觀。甚至隨著時間的推移,數量不減反增。今天之內能結束嗎?
“정령의 알이라는 거 잘은 모르겠다만, 저 정도로 많은 정령이 힘을 모아 주면 더 강한 정령이 태어나는 건가?”
「精靈蛋什麼的,我雖然不太清楚,但如果這麼多精靈齊心協力,是不是就能誕生出更強大的精靈?」
“글쎄요, 영향이 없지는 않겠죠?”
「這個嘛,要說沒影響是不可能的吧?」
문현아와 내 말에 이린이 유현이의 어깨 위로 올라가 꼬리를 탁탁 쳤다.
文賢娥和我的話讓伊琳跳到劉賢的肩上,甩了甩尾巴。
- 그래도 린이가 최초니까 저기선 제일 강할 거야. 절대 안 져요!
- 就算如此,伊琳也是最初的,所以在那裡會是最強的。絕對不會輸!
“동생뻘이니 사이좋게 지내야 해.”
「是弟弟輩的,要好好相處。」
- 저건 물인데요? 형, 불이랑 물은 사이 나빠요.
- 那是水耶? 哥,水火不容啦。
“유현이랑 예림이는 사이 안 나쁘잖아.”
「佑賢和藝琳感情不是很好嗎?」
처음에는 좀 거부감 느끼긴 했다지만 지금은 괜찮지.
一開始雖然有點排斥,但現在不是好多了嗎?
- 형! 인간이랑 정령은 다르다고요! 린이는 물 싫어요!
「哥!人類和精靈不一樣啦!凜不喜歡水!」
빼액 소리치는 이린을 근처에 있던 물의 정령들이 빤히 쳐다보았다. 작은 도마뱀이 움찔하더니 유현이의 목깃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서도 작게 싫다고요, 하고 투덜거렸다.
伊琳尖叫的模樣,讓附近的水之精靈們都直盯著看。小蜥蜴顫了一下,鑽進了宥賢的衣領裡。即便如此,牠還是小聲地抱怨著「我不要啦」。
불이 좋아하는 속성이라면 나무쯤 되려나. 나무도 있나.
如果火喜歡的屬性是木頭的話,那大概是木頭吧。有木頭嗎?
‘돌아가면 정령의 알을 수배해 봐야겠다.’
「回去後得找找看有沒有精靈的蛋。」
내가 부화시킬 수 있다니까. 다른 속성들은 물론이고 같은 속성도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여러 정령이 같은 사람과 계약 가능한 모양이니까. 무슨 색이 있었더라. 초록색은 혹시 독일까. 식물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독이라면, 한쪽에 조용히 서 있는 노아를 돌아보았다.
我說我可以孵化牠們。其他屬性當然不用說,同屬性也是越多越好。看來好幾隻精靈可以和同一個人簽約。有什麼顏色來著?綠色會不會有毒啊?雖然也可能是植物,但如果是有毒的話,我回頭看向安靜站在一旁的諾亞。
독이나 혹은 치유 계통 정령이 노아 씨와 계약해 줄 거라는 법은 없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제일 좋아해 주는 존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노아 씨가 아닐까. 그러니 노아 씨를 위한 정령을 찾아주고 싶었다.
雖然沒有毒系或治癒系精靈會和諾亞先生簽約的道理,但諾亞先生不正是這裡最需要一個最喜歡自己的人嗎?所以我想為諾亞先生找到一個精靈。
다른 사람들도 계약 가능하다면 좋을 테고.
要是其他人也能簽約就好了。
정령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고 예림이 손안의 진주가 점차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크기도 조금 더 작게, 타원형으로 변해 간다.
精靈們持續分享自身的力量,藝琳手中的珍珠也逐漸染上藍光。大小變得更小一些,形狀也轉為橢圓形。
끝이 없는 듯하던 줄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윽고 완전히 새파란 색으로 변한 알이 마지막 정령의 힘을 받았다. 모든 정령이 그 알을 바라보았다. 짧은 침묵이 지나가고, 하얀 고래가 긴 지느러미를 들어 올렸다.
看似無止盡的隊伍也縮短了許多。不久,完全變成湛藍色的蛋,獲得了最後的精靈之力。所有精靈都望著那顆蛋。短暫的沉默過後,白色鯨魚抬起了長長的鰭。
- 안녕히 가세요, 예림 님.
- 藝琳小姐,再見。
- 잘 가요! 안녕!
- 再見!掰掰!
- 잊지 않을게요! 좋아해요!
- 我不會忘記的!我喜歡你!
- 나도! 안녕! - 我也是! 掰掰!
- 조심해서 가세요. - 請小心慢走。
와글와글 인사말이 쏟아졌다. 수많은 목소리가 파랗게 잘랑잘랑 흔들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예림이도 한껏 소리치고 두 팔을 흔들었다.
此起彼落的問候聲傾瀉而出。彷彿能看見無數的聲音,藍色地搖曳著、晃動著,然後降落。藝琳也大聲喊著,揮舞著雙臂。
“잘 있어! 다들!” 「再見!大家!」
돌아서는 예림이의 얼굴이 아주 잠깐 울 것 같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밝아졌다. 푸른색 알을 소중히 감싸 쥔 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藝琳轉過身時,臉上似乎短暫地浮現了想哭的表情,但很快又恢復了開朗。她小心翼翼地抱著藍色的蛋,朝我們這邊飛了過來。
“이제 가요.” 「現在走吧。」
“그래, 가자.” 「好,走吧。」
“알은 지금 아저씨한테 주면 안 되죠?”
「蛋現在不能給大叔吧?」
“여기서 깨어나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시간이 좀 걸리긴 할 거라지만 혹 모르니까. 인벤토리에 잘 넣어 놔. 들어가니?”
「要是他在這裡醒來就麻煩了。雖然說會花點時間,但還是以防萬一。好好地放進物品欄裡。放得進去嗎?」
“네, 들어가네요. 아이템으로 떠요.”
「是的,進去了。以道具的形式出現。」
뒤에 남은 정령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예림이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떠올리면 아픈 기억이 되겠지만, 그래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도 되겠지.
他沒有特別提及,那些留下來的精靈們會怎麼樣。因為藝琳也已經知道了。雖然回想起來會是痛苦的回憶,但總有一天也能再次談論吧。
나는, 어떨까. 我呢,會怎麼樣?
해가 지기 전에 드로시아를 출발했다. 과거 기록들을 열심히 뒤져 찾은 리베누아 숲은 드로시아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다. 정확히는 드로시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사라진 도시 근처의 숲이었다. 멀긴 해도 메드상의 플로르 호로는 한나절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在太陽下山前,我們離開了德羅西亞。我努力翻查過去的紀錄,找到的里貝努瓦森林離德羅西亞相當遠。確切來說,那座森林位於可說是德羅西亞前身的失落城市附近。雖然很遠,但梅德先生說,搭乘弗洛爾號大約半天就能抵達。
그곳에서 네 번째 원반을 설치하면 마지막 하나만 남게 된다. 시그마가 어떻게 될지, 정령의 알을 무사히 가지고 나갈 수 있을지, 성현제 그 인간은 언제쯤에나 얼굴 보게 될지, 그리고.
在那裡裝好第四個圓盤後,就只剩下最後一個了。希格瑪會怎麼樣,能不能平安地把精靈的蛋帶出去,成賢濟那個人什麼時候才能見到面,還有。
던전 밖에서 도사리고 있을 무해의 왕.
盤踞在迷宮外的無害之王。
“유현아.” 「宥賢啊。」
창 너머로 비치는 붉게 물들어 가는 설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포인트 상점의 아이템과 스킬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동생이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望著窗外被染成紅色的雪原,我轉過頭。弟弟正專注地看著點數商店的物品和技能,他將視線轉向我。
“너, 혹시 시계 기억해?”
「你,還記得那隻手錶嗎?」
“시계?” 「手錶?」
잘 모르겠다는 듯 유현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동생이 앉아 있는 앞으로 다가갔다.
<p>「不太清楚。」</p>
<p>宥賢歪著頭,走到弟弟坐著的面前。</p>
“전에 성현제가 나한테 시계를 주려 한 적 있었잖아.”
「以前成賢濟不是想送我手錶嗎?」
“…거절하기 싫었던 거야, 형? 하지만 내가 먼저 형한테 선물해 주고 싶어서…….”
「……你是不想拒絕嗎,哥?可是我想要先送禮物給你啊……」
유현이의 말끝이 흐려졌다. 붉은색 두 눈이 느릿이 깜박였다. 동생의 손등 쪽에 있던 이린이 피부 밖으로 나와 입을 벌렸다.
<p>劉賢的話語漸漸模糊。他那雙紅色的眼睛緩緩眨動。在弟弟手背上的伊琳從皮膚中鑽了出來,張開了嘴。</p>
- 왜 그래 유현아? 인벤토리에 있잖아, 시계. 지금 인벤토리에는 없지만.
- 怎麼了,宥賢啊?手錶在置物箱裡啊。雖然現在不在置物箱裡。
“…무슨 시계?” 「……什麼手錶?」
- 유현아? - 有賢啊?
린이에게 말하지 말라고 손짓했다. 단순히 기억만 지워진 게 아닌 모양이었다. 사라진 기억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예 인식을 못 하는 듯했다.
我向林怡打手勢,示意她別說。看來不只是單純地抹去記憶而已。她似乎完全無法辨識與消失的記憶相關的故事。
“아무것도 아니야, 유현아.” 「沒什麼,佑賢啊。」
“…형?” 「…… 哥?」
“내가 하나 사줄까. 손목시계 말이야. 이미 여럿 있겠지만.”
「要我買一個給你嗎?我是說手錶。你應該已經有很多個了。」
“아냐, 없어. 길드 보급용 스톱워치뿐이야. 금방 부서지기도 하고 그런 장신구는 별로라서. 물론 형이 주면… 차고 다니기에는…….”
「不,沒有。只有公會補給用的碼錶。而且那種飾品很容易壞,我也不太喜歡。當然,如果是哥送的……戴著的話……」
유현이의 얼굴 위로 고민이 짙게 어렸다. 아무래도 곧잘 망가지긴 하겠지. 일이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빼서 인벤토리에 넣기엔 또 번거롭고.
宥賢的臉上浮現濃濃的苦惱。看來確實很容易壞。每次有事就立刻拿下來放進物品欄,又很麻煩。
“몇 개든 사줄게. 뭘 고민하고 그러냐. 형 이제 돈 많잖아.”
「要幾個都買給你。你在猶豫什麼啊。哥現在很有錢了不是嗎。」
얼마든지 부숴도 된다. 잃어버리든 망가지든 그만큼 다시 사줄 테니까. 그리고 네 기억도 어떻게든 되찾아 주마.
你想怎麼破壞都行。不論是弄丟還是弄壞,我都會再買給你。還有,你的記憶我也會想辦法幫你找回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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