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아이템 설명서 (2)
293 話 道具說明書 (2)
“안녕.” 「嗨。」
열 두엇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몸에 비해 큰 로브를 치렁하게 걸치고 문양이 들어간 검대에 장검을 차고 있다. 곱슬기가 있는 검은 머리카락. 흰 피부. 붉은 눈동자.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소년은 동생과 닮아 있었다.
是個看起來十二、三歲的少年。身上披著一件對他來說過大的長袍,腰間繫著一條有花紋的劍帶,佩著一把長劍。一頭微捲的黑髮,白皙的皮膚,紅色的眼眸。坐在大石頭上的少年,長得和我的弟弟很像。
그것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一看到那個,我反射性地咬緊牙關。
“…또 내 동생의 모습을.”
「……又變成我弟弟的樣子了。」
“왜냐하면.” 「因為。」
“알아.” 「我知道。」
해파리에게 들었다. 내게 친숙한 모습이 이 세계에 들어오기 쉽고 어쩌고저쩌고. 그 검, 함정이었나. 날 선택해! 라고 광고하는 수준이긴 했어. 하지만 시스템에, 아이템 상점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체인질링이 막아 준 직후기도 하고.
我是從海蜇那裡聽說的。我熟悉的模樣比較容易進入這個世界,諸如此類。那把劍,是陷阱嗎?它簡直像在廣告「選我!」。但我沒想到它會直接對系統和道具商店造成問題。而且那是在變形怪剛幫我擋下之後。
“해파리 뒈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신입이 온 건가.”
「海蜇才死了多久,這麼快就有新人來了。」
“오, 신입 취급해 주는 거야? 고맙네.”
「喔,把我當新人看待嗎?謝啦。」
소년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귀엽다. 젠장. 속지 말자. 겉모습만이야, 안 귀여워.
少年發出笑聲。可愛。該死。別被騙了。只有外表可愛,其實不可愛。
“용건이나 빨리 말해. 내 동생이 걱정─”
「快點說正事。我弟弟很擔心——」
소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내 몸이 기울어졌다. 다리를 툭, 가볍게 채이는 것만으로 나무토막이라도 된 것처럼 힘이 빠졌다. 동시에 내 한쪽 팔과 어깨를 잡고 살며시 바닥에 눕힌다.
少年的身影消失了。我還沒完全意識過來,身體就傾斜了。只是輕輕地被掃了一下腿,我就像木頭一樣失去了力氣。同時,他抓住我的一隻手臂和肩膀,輕輕地將我放倒在地。
단순히 쓰러뜨려서 눕혔다, 라고 설명하기엔 너무 다른 움직임이었다. 내게는 작은 충격 하나 오지 않았다. 다리를 쳤을 때도 살짝 두드리는 수준의 느낌 이상은 들지 않았다. 바닥 또한 분명 단단할 텐데도 침대에 눕는 것보다 더 부드럽게 등이 닿았다.
要解釋成「只是單純地打倒在地」,這動作實在太不一樣了。我沒有受到一絲衝擊。踢到腿的時候,感覺也只是輕輕敲了一下,沒有更強烈的感覺。地面明明很堅硬,但背部接觸地面時,卻比躺在床上還要柔軟。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머릿속이 다 멍해졌다.
我感覺很不真實,腦袋一片空白。
“…스킬?” 「……技能?」
“기술이긴 하지. 의미가 약간 다르지만.”
「這確實是技術。不過意義上有些不同。」
소년이 허리를 약간 굽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의미가 다르다면, 마력을 쓰는 그런 스킬이 아니라 순수한 자신의 기량, 그런 건가. …살짝 소름이 돋았다.
少年微微彎腰,俯視著我說道:「如果意義不同,那不是使用魔力的技能,而是純粹的自身實力,是這樣嗎?」……我感到一絲毛骨悚然。
“왜 이렇게 비실비실해. 피죽도 못 얻어먹은 거 같게.”
「你怎麼這麼虛弱?看起來像是沒吃過飽飯一樣。」
그가 치렁한 소매를 걷으며 내 가슴을 가볍게 눌러 보았다. 마치 진료라도 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리곤 인상을 확 찌푸렸다.
他捲起寬大的袖子,輕輕按了按我的胸口。那動作就像是在診斷一樣。然後他猛地皺起眉頭。
“마나각인 새긴 놈 누구야? 솜씨가 없으니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 놨잖아.”
「是誰給你刻的魔力烙印?手藝這麼差,簡直是亂塞一通。」
…경력 제일 많고 실력도 최고라는 가드가 맡아 준 거였는데. 아무튼 분위기가 어째 묘했다. 새로 온 효도중독자인가 했건만 적의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는 듯했다. 뭣도 모르고 물가에서 노는 어린애 보고 혀를 쯧쯧 차는 것 같다.
……那是由資歷最深、實力最強的護衛負責的。總之,氣氛有些微妙。我本以為是新來的孝道中毒者,但他卻絲毫沒有敵意。反而像是擔心我一樣。就像看到一個什麼都不懂、在水邊玩耍的小孩,忍不住嘖嘖稱奇。
“돌아 봐.” 「轉過身。」
“…어?” 「……咦?」
“엎드리라고.” 「趴下。」
머뭇거리다가 돌아누웠다. 상의가 휙 걷어 올려졌다.
我猶豫了一下,然後轉過身趴下。上衣被猛地掀了起來。
“저기, 동생이 걱정할 거 같은데.”
「那個,你弟弟好像會擔心。」
“걱정 마. 모를 테니. 마나 맥을 여는 건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지 이렇게 한 번에 터놓으면 감당이 되나. 원맥자라 해도 부담될 짓을 해 놓았어.”
「別擔心,他不會知道的。開啟魔力脈絡需要慢慢花時間,像這樣一次全部打通,怎麼承受得了?就算他是原脈者,這也是會造成負擔的事。」
“…원맥자요?” 「……原脈者?」
“태생 S급이라고도 하지. 막아 놓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애 몸을 회쳐 놓을 뻔했네. 그대로 놓아뒀으면 오감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마나 감각만 극대화돼 결국 미쳐 버리고 말았을 거다.”
「也稱為天生 S 級。幸好有阻擋住,不然差點就把那孩子的身體給毀了。如果就那樣放著不管,他的五感會逐漸麻痺,只有魔力感應會被極大化,最終會發瘋的。」
무서운 소리였다. 그런 살벌한 부작용이 있었을 줄이야.
這聲音聽起來很可怕。沒想到會有這麼可怕的副作用。
“천천히 트이도록 손봐 줄게. 10만 포인트.”
「我會慢慢幫你打通。十萬點。」
“…예?” 「…… 咦?」
“대가 없이는 못 움직여.”
「沒有代價,我可不會動。」
저 소년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깝지는 않았다. 설마 사기 치는 건 아니겠지. 고개를 끄덕이자 눈앞에 10만 포인트를 지불하겠냐는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수락한 직후 따뜻한 기운이 등에 닿았다.
如果那少年說的是實話,那這點錢就不算什麼。他應該不會騙我吧。我點了點頭,眼前就出現了是否支付十萬點的訊息視窗。我接受後,一股溫暖的氣息隨即傳到我的背上。
“이래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야. 오래 살고 싶다면 최대한 얌전히 웅크리고 있어야겠다만, 그럴 아이였으면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겠지.”
「就算這樣,根本問題還是沒變。如果想活久一點,就得盡量安靜地縮著,但如果她是那種孩子,我們也不會這樣見面了。」
“동생보다는 오래 살아야 하는데요.”
「我必須比我弟弟活得更久。」
“원맥자는 마나가 극히 부족한 환경이거나 일부러 생기를 소진하지 않는 한 최소 이백 년은 살아.”
「圓麥子除非在魔力極度匱乏的環境下,或者故意耗盡生氣,否則至少能活兩百年。」
동생 수명이 긴 건 좋다만 내가 자신이 없어졌다. 이백 년은 무린데.
弟弟的壽命長是好事,但我卻沒了自信。兩百年太難了。
“제가 이백 년쯤 더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我如果想再活兩百年,該怎麼做?」
“몸 관리 잘하면 20년 정도는 더 살겠다.”
「身體保養得好,大概能再多活二十年。」
“너무 짜네. 백만 포인트 더 드릴게요.”
「太小氣了。我再給你一百萬點。」
“지금 상태로 수명을 늘리려면 보다 격 높은 상대에게 종속되는 것뿐이다만. 널 받아줄 만한 사람은 별로 없어.”
「以你現在的狀態,若想延長壽命,只能臣服於更高階的對象。但沒什麼人會收留你。」
“나름 인기 많은데.” 「我還挺受歡迎的啊。」
해파리는 나한테 관심 많았다고.
海蜇對我很有興趣。
“그런 문제가 아니라. 10년 뒤에도 살아 있으면 도와주마.”
「不是那個問題。如果你十年後還活著,我就幫你。」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온열마사지라도 받는 것처럼 기분 좋았다. 절로 눈이 스르륵 감겼다.
撫摸背部的雙手,舒服得就像在做溫熱按摩。我不由自主地閉上了眼睛。
“다 됐어.” 「都好了。」
“…벌써요?” 「……這麼快?」
아쉬워하며 몸을 돌려 일어나 앉았다. 소년이 한쪽 손을 펼쳤다. 손바닥 위로 칠흑색 검이 나타났다. 침식하는 군림자의 검.
我惋惜地轉身坐起。少年攤開一隻手,掌心上出現一把漆黑的劍,是侵蝕君臨者的劍。
“자, 내 검이다.” 「來,這是我的劍。」
저 소년의 검이라면. 如果是那個少年的劍。
“…어린 혼돈?” 「……幼小的混沌?」
“이 나이에 어리다는 소리 듣긴 쑥스럽지만.”
「雖然這把年紀聽到『幼小』會有點不好意思。」
내미는 검을 받았다. 매끄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검집은 약간 따스했다. 무심코 뽑아 보려는 나를 어린 혼돈이 막았다.
我接過他遞來的劍。劍鞘由光滑的皮革製成,摸起來有些溫熱。我下意識地想拔劍,卻被幼小的混沌阻止了。
“성질 더러운 녀석이야. 너한텐 위험해.”
「那傢伙脾氣很差,對你來說很危險。」
“살아 있어요?” 「還活著嗎?」
“지금은 잠든 상태지만 잠꼬대 정도는 하거든.”
「現在是睡著的狀態,但會說夢話。」
“신기하네요. 심장을 넣어서 그런 겁니까?”
「真神奇。是因為把心臟放進去了嗎?」
“통째로 다 들어갔지.” 「是整個都放進去了。」
“네? 설명창에는 뿔로 만들었다고 적혀 있던데요.”
「您說什麼?說明視窗上寫著是用角做的啊。」
“뿔을 뽑아 기본 틀을 만들고 심장을 꺼냈지. 날개를 자르고 비늘을 벗기고 가죽을 뜯어내어 뼈로 화로를 만들고 기름진 살덩이를 쌓아 불을 피워내어.”
「我拔下牠的角做成基本框架,然後取出心臟。斬斷翅膀,剝下鱗片,撕下皮肉,用骨頭做成火爐,堆積肥美的肉塊生火。」
화르륵, 검은 연기와도 같은 불길이 그의 주위를 한 바퀴 맴돌았다.
呼嚕嚕,黑煙般的火焰在他周圍盤旋了一圈。
“녹아내린 비늘로 검신을 감싸고 두들기고 다시 감싸고. 다섯 수레에 가득 찬 검은 비늘이 넉 자 검신에 남김없이 스며들 때까지. 가죽은 검집으로, 가장 큰 송곳니는 슴베로, 날개와 발톱은 자루로. 마지막에 심장을 부숴 검날에 새겨 넣음으로써 완성되었지. 흑룡 그 자체인 검이.”
「用融化的鱗片包裹劍身,敲打,再包裹。直到五車的黑鱗完全滲入四尺劍身為止。皮做成劍鞘,最大的獠牙做成劍柄,翅膀和爪子做成劍柄。最後,我擊碎心臟,將其刻在劍刃上,這把劍就完成了。一把黑龍本身化成的劍。」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검인 듯했다. 그래서 흑룡의 심장을 부활시키면 L급까지 성장한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설마.
……這把劍似乎比想像中還要厲害。所以,如果黑龍的心臟復活,就能成長到 L 級嗎?難道說……
“그 흑룡, L급이었습니까?” 「那隻黑龍,是 L 級的嗎?」
“아마도. 잡느라 고생했어. 청동과 흑쇠로 이루어진 산맥에 자리 잡아 제 불길로 금속을 녹여 강을 만들어 삼키며 계속해서 재생해서, 산부터 날려 버려야 했지.”
「大概是吧。為了抓牠,吃了不少苦頭。牠盤踞在由青銅和黑鐵組成的山脈中,用自己的火焰融化金屬,形成河流並吞噬,不斷再生,所以我們不得不把整座山都炸掉。」
옛일을 회상하던 어린 혼돈이 다시 바위에 걸터앉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回憶著往事的幼年混沌,再次坐到岩石上,望向我。
“검에 관련된 건 뭐든지 물어봐. 나는 설명서로 온 거니까.”
「關於劍的任何事都可以問我。我是以說明書的身分來的。」
“다른 건요?” 「還有別的嗎?」
“안 돼. 이미 충분히 말했어. 아이템 설명서 범위 밖이야.”
「不行。我已經說夠了。這超出道具說明書的範圍。」
검에 관한 것만 된다 이건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劍相關的才行嗎。我稍微思考了一下,然後開口說道。
“검을 만든 사람, 주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我想更了解鑄造這把劍的人,以及它的主人。」
“시도는 좋았다만 안 돼.”
「嘗試得不錯,但不行。」
“검이 왜 아이템 상점에 들어가게 된 겁니까? 원래는 없었던 것 같은데.”
「劍怎麼會進到道具商店裡?我記得原本沒有啊。」
“이것도 애매한데. 일종의 투자야.”
「這也有點模稜兩可。這是一種投資。」
그밖에 이것저것 검과 억지로 엮어가며 물어봤지만 대부분은 답변을 거부당했다. 어쩔 수 없이 검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除了這些,我還硬是把劍扯進話題,問了許多問題,但大部分都被拒絕回答。無可奈何之下,我只好問了對劍最感興趣的問題。
“흑룡의 심장은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습니까.”
「黑龍的心臟要怎麼才能復活?」
“이제야 물어보네. 아이템 상점에 흑룡의 심장 조각이 있을 거다. 그걸 키워.”
「現在才問啊。道具商店裡應該有黑龍的心臟碎片。把它養大。」
“키우라고요?” 「要我養?」
“그 마석처럼.” 「就像那顆魔石一樣。」
소년의 손가락이 내 심장 위를 가리켰다.
少年的手指指向我的心臟。
“앞은 이미 자리가 찼으니 등을 내 검으로 갈라 심장 조각을 넣어.”
「前面已經沒位置了,把他的背用我的劍劃開,把心臟碎片放進去。」
“위험한 건 아니죠?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동생보다 오래 살아야 해서.”
「應該不危險吧?就跟您說過的一樣,我得比我弟活得久才行。」
“조합한 마석을 성장시키는 것과 비슷해.”
「這跟讓組合後的魔石成長差不多。」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지. 얼른 아이템 상점에서 흑룡의 심장 조각을 구매했다. 단돈 만 포인트였다.
那麼當然得做。我趕緊在道具商店購買了黑龍的心臟碎片。才區區一萬點。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那麼,就麻煩您了。」
검을 나름 공손히 내밀었지만 어린 혼돈은 받지 않았다.
他將劍遞了過去,態度還算恭敬,但幼小的混沌並沒有接。
“새 주인에게 맡겨.” 「交給新主人。」
아니 그건 좀……. 유현이가 해줄까. 설득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골머리가 아파온다.
不,那有點……宥賢會幫我嗎?光是想到要說服他,就已經頭痛了。
“해주시면 안 돼요?” 「不能幫我嗎?」
“안 돼.” 「不行。」
“그럼 다른 사람은요? S급 여럿 있는데. 같은 태생 S급도 있고.”
「那其他人呢?有好幾個 S 級耶。也有同樣是天生 S 級的。」
“안 돼. 그것도 조건 중 하나야.”
「不行。那也是條件之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성장 방법을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잘 꼬드겨 보는 수밖에.
沒辦法。但這總比不知道成長方法好多了。只能好好誘哄看看了。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總之,謝謝您。我會好好使用的。」
꾸벅 머리 숙여 인사해 주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원래 L급쯤 되는 무기를 SS급으로 낮춰 보내준 거나 다름없는 듯한데, 정말 고마운 일이다. 패륜아 놈들도 이렇게 잘해 주면 얼마나 좋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게 찝찝하긴 했지만 마나각인도 손봐 줬고, 일단은 매우 땡큐다.
他點頭哈腰地向我問好。看他的眼色,似乎是把原本 L 級左右的武器降級成 SS 級送了過來,真是太感謝了。那些不肖子孫要是也能對我這麼好該有多好。雖然不知道確切的原因讓人有些不舒服,但魔力刻印也幫我處理好了,總之是非常感謝。
붉은 눈이 고개 숙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에휴, 하고 과장된 한숨을 내쉰다.
<p>那雙紅色的眼睛靜靜地看著我低下頭。然後,牠誇張地嘆了口氣,發出「唉」的一聲。</p>
“처음부터 마나가 풍부한 세계였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하필 그런 곳이어서. 너도 그렇지만 네 동생도 말이다.”
「要是從一開始就是魔力豐沛的世界,那會好得多。偏偏是那種地方。你也是,你弟弟也是。」
“제 동생도라니, 차이가 큽니까?”
「我弟弟也……是說,差很多嗎?」
“당연히 크지. 주변 마나가 풍족하다면 원맥자는 가만히만 있어도 열 살 즈음에 S급의 능력치를 갖추고 스무 살쯤엔 SS급으로 성장해. 하지만 너희 세계에는 마나가 희박했으니 평범한 인간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을 거다.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셈이지.”
「那當然是很大的。如果周圍的魔力充裕,元脈者光是待著,十歲左右就能擁有 S 級的能力值,二十歲左右就能成長為 SS 級。但你們的世界魔力稀薄,所以大概只比普通人好一點。等於是白白浪費了可以成長的時間。」
그런, 진짜 손해잖아. 원래라면 유현이가 이미 SS급이었을 거라니, 무척이나 아쉬웠다.
這、這真是虧大了。要是宥賢本來就是 SS 級,那真是太可惜了。
“하지만 그런 환경이라면 양육자 노릇 하기는 또 힘들었을 것이니.”
「但那種環境,要扮演養育者的角色,想必也很困難吧。」
어린 혼돈이 훌쩍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나는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p>幼小的混沌輕巧地來到我面前。不知不覺間,我已彎下腰。感覺到一隻手輕輕撫摸我的頭。</p>
“다음에 또 보자.” 「下次再見。」
그리고 주위가 확 밝아졌다. 눈을 깜박였다. 내 앞에 유현이가 서 있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然後周圍豁然明亮起來。我眨了眨眼。宥賢站在我面前,一臉擔憂地看著我的臉。
“형, 괜찮아?” 「哥,你還好嗎?」
“어? 어.” 「喔? 喔。」
“갑자기 멍하게 서서 말이 없던데, 역시 아직 피곤한 거지?”
「突然呆站在那裡不說話,果然還是很累吧?」
“아니, 아!” 「不、不!」
군림자의 검! 얼른 손을 내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화들짝 놀라며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검이 있었다. 다행이다. 얼른 새카만 검을 꺼내어 동생 앞에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君臨者的劍!我趕緊低頭看手,卻什麼也沒拿著。我嚇了一跳,確認了一下物品欄,劍就在那裡。太好了。我趕緊拿出漆黑的劍,得意地向弟弟展示。
“이것 봐, 유현아.” 「你看,宥賢啊。」
“웬 검이야?” 「什麼劍?」
“포인트 상점 나타났다고 했잖아. 방금 샀지. 무려 SS급 검이라고.”
「你不是說出現了點數商店嗎?我剛才買了。那可是 SS 級的劍啊。」
유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뿌듯한 심정으로 얼른 확인해 보라며 검을 내밀었다. 유현이가 검을 받아들었다. 자루를 잡고, 소리도 없이 스르르 뽑아 든다. 검날은 반사광조차 없이 그저 검었다. 그러면서도 그 짙은 어둠이 스스로 빛을 흘리는 듯했다.
宥賢的眼睛睜得圓圓的。我得意地遞出劍,示意他趕緊確認。宥賢接過劍。他握住劍柄,無聲無息地緩緩抽出。劍刃漆黑一片,甚至沒有反光。然而,那濃郁的黑暗卻彷彿自行流淌著光芒。
아이템 설명창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눈으로만 보아도 예사 무기가 아니다. 검을 찬찬히 살펴보는 동생의 모습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떠냐고 묻고 싶은 걸 꾹 참았다.
光是憑肉眼看,就知道這不是普通的武器,更別說確認道具說明視窗了。看著弟弟仔細端詳著劍的模樣,我嘴角不自覺地上揚。我拚命忍住想問他感覺如何的衝動。
한참 만에 유현이가 작게, 탄성 같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宥賢過了許久才輕輕地、像嘆息般地吐出一口氣。
“오싹해.” 「好陰森。」
“응?” 「嗯?」
“SS급 장비는 내게도 있지만 이건 다른 느낌이야. 무거워.”
「我也有 SS 級裝備,但這感覺不一樣。好沉重。」
흑검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유현이의 손끝에서부터 불길이 일었다. 검푸른 불이 검신을 길게 훑어 올라가며, 그 아래로 푸른색 문양이 희미하게 드러났다가 이내 사라진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며 반 바퀴 빙글 돈 검의 끝이 흰 손 위에 내리 놓였다. 검을 양손으로 받쳐 든 채 유현이의 눈길이 다시금 자신의 새 무기를 살펴보았다.
黑劍向前遞出。火焰從宥賢的指尖燃起。深藍色的火焰沿著劍身向上竄升,下方藍色的紋路若隱若現,隨即又消失無蹤。劍尖銳利地劃破空氣,旋轉了半圈後,落在白皙的手上。宥賢雙手捧著劍,目光再次審視著自己的新武器。
“하지만 정말, 정말로 좋아.”
「但我是真的、真的喜歡。」
가볍게 취한 듯 몽롱하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이내 환히 웃는다. 잠깐 긴장했던 나도 얼굴을 활짝 폈다.
那聲音聽起來像是微醺,甚至有些朦朧。接著,他燦爛地笑了。我原本有些緊張,此刻也放鬆下來,臉上綻開笑容。
“원래 L급 무기였다더라.” 「聽說那原本是 L 級武器。」
“L급?” 「L 級?」
“응. 오래되어서 등급이 떨어진 거래. L급 이하 불에는 녹지도 않고 성장시킬 수도 있어. 지금 스킬 세 개잖아, 성장하면 두 개 더 늘어난다? 원래 L급이니 지금 있는 스킬도 따라 등급이 올라갈지도 몰라.”
「嗯,因為年代久遠,所以等級才掉下來。L 級以下的火燒不掉它,而且還能讓它成長。你現在有三個技能,成長後會再增加兩個喔?它原本就是 L 級,所以現在的技能說不定也會跟著提升等級。」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L급 무기에 S급, A급 스킬은 어울리지 않으니. 유현이가 감탄 어린 눈으로 나와 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這很有可能。L 級武器不適合 S 級、A 級技能。宥賢以讚嘆的眼神,輪流看著我與劍。
“형… 고마워. 정말 고마워.”
「哥……謝謝你。真的謝謝你。」
“고맙긴, 내가 네 무기 책임진다고 했었잖냐.”
「謝什麼,我不是說過要負責你的武器嗎?」
“하지만 형도 그냥 얻은 건 아닐 텐데. …포인트만 쓴 거 확실하지?”
「但哥你也不是白白得來的吧。……確定只用了點數?」
“당연하지! 사억오천만짜리다, 그거. 다른 SS급 검은 이삼억 정도 했는데 제일 비싼 검이라고. 마음에 들어?”
「當然啊!那把可是四億五千萬的。其他 SS 級的劍大概都兩三億,就那把最貴。喜歡嗎?」
“응, 여태까지 썼던 무기들과는 비교가 안 돼. 언제나 그랬지만 형이 진짜 최고야!”
「嗯,這跟我至今用過的所有武器都不能比。雖然一直都是這樣,但哥你真的是最棒的!」
심장 키워야 한다는 소리는 나중에, 집에 가서 하자. 스킬도 기대된다며 유현이가 방긋방긋 웃었다.
「心臟要變大」這種話,我們回家再說。宥賢笑咪咪地說他也很期待技能。
“최대 길이가 5미터나 된다면 바로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빨리 써 보고 싶어.”
「最大長度有五公尺的話,雖然很難馬上適應,但我還是想快點用用看。」
“참아라. 여기서는 절대 안 돼.”
「忍著點。這裡絕對不行。」
“던전 안에 들어가서 연습해 봐야겠지. 하급 던전이라도 하나 구해서 바로 들어갈까.”
「得進地城裡練習才行。要不要找個低級地城,然後直接進去?」
“나도 한번 가야 하니까, 같이 가자.”
「我也得去一趟,一起去吧。」
신입 만나서 회귀 사실 말할 거라고도 하고 SS급 몬스터들 잡은 보상도 뜯어내야지.
我還得去見新人,告訴他我回歸的事實,並且從他那裡拿到獵捕 SS 級魔物的獎勵。
유현이가 몇 번이나 재차 검을 살펴보고 그걸 보며 나도 뿌듯해하는 사이 비행기가 한국에 들어섰다.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실에서는 며칠 안 지났지만 내 체감으론 정말 오랜만이다. 집에 가면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어야지, 생각하는데.
宥賢反覆檢查了幾次劍,而我在一旁看著也感到很欣慰,就在這時,飛機進入了韓國領空。隨後傳來了即將降落的廣播。雖然現實中才過了幾天,但對我來說卻感覺過了很久。我心想,回家後要好好休息一天,什麼事都不做。
“아저씨, 저기 좀 봐요!”
「大叔,你看那邊!」
예림이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예림이가 가리키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藝琳大喊。我心想發生了什麼事,便望向藝琳所指的窗外。
“…뭐야, 저게.” 「……那是什麼?」
반파된 비행기가 보였다. 그 주변 또한 멀쩡하지 않았다. 몬스터라도 나타난 건가 싶었지만 한국은 분명 빠르게 정리되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저 광경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p>我看到一架半毀的飛機。周圍也沒好到哪裡去。我心想是不是有怪物出現,但韓國明明說已經很快就整理好了。然而眼前的景象,看起來卻是剛發生沒多久。</p>
검게 타 버린 비행기의 일부와 그을린 바닥. 설마.
燒得焦黑的飛機殘骸與燒焦的地板。不會吧。
“성현제인 거 같지?” 「好像是成賢齊?」
어느새 다가온 문현아가 말했다. 흔적을 보면 십중팔구라는 소리에 입안이 절로 메말랐다. …대체 뭘 한 거야.
<p>文炫雅不知不覺間來到身旁,開口說道。一聽到光看痕跡就有八九成的機率,我頓時口乾舌燥。……你到底做了什麼?</p>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