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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화 되짚어도(3)  275 話 即使回溯(3)



“…이젠 가짜 기억까지 꾸며 내냐. 진짜가 아니면 뭐라고 하든 아무 영향도 못 준다고.”
「……現在連虛假記憶都編造出來了嗎?如果不是真的,無論說什麼都無法造成任何影響。」


[정말로 그럴까?]  [真的會這樣嗎?]


해파리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海蜇那傢伙的聲音傳了過來。


[네 앞에 나타나는 건 어디까지나 네가 만들어 내는 거야. 네 동생의 기억 정보도 섞이긴 했지만, 너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의심, 걱정, 불안, 고민 등등~ 내 스킬은 방향만 잡아 줄 뿐이지!]
「出現在你面前的,終究是你自己創造出來的。雖然也混雜了你弟弟的記憶資訊,但還是以你為基礎。懷疑、擔憂、不安、煩惱等等~我的技能只是指引方向而已!」


저딴 소리 깊게 새겨들을 필요 없다. 유현이의 기억을 되찾아서 해파리 놈을 짓이겨 놓은 뒤 돌아가자. 그것만 생각하자.
那種話根本沒必要聽進去。找回宥賢的記憶,把那隻水母混蛋碾碎之後就回去吧。只要想著這件事就好。

“내가 있어서 형이 힘들어졌어.”
「因為有我,哥才變得這麼辛苦。」

“…정말 개소리네.”  「……真是胡說八道。」

무심코 이가 악물렸다. 자신이 내게, 해만 되는 거 같다고 말하던 유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기억 때문에 이딴 환영이 나타나 버린 건가.
我不自覺地咬緊牙關。腦海中浮現出宥賢說自己對我來說,似乎只會帶來傷害的臉龐。難道是因為那段記憶,才出現這種幻影嗎?

“내가 없었더라면 형은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을 얻을 수 있었겠지. 나만 아니었으면 부모님들, 좋은 분이셨잖아.”
「如果沒有我,哥就能擁有平凡又和樂的家庭了吧。如果不是我,爸媽都是很好的人啊。」

“널 선택한 건 나다. 난 얼마든지 부모님께 갈 수도 있었어. 빌어먹을, 뭐가 날 바탕으로 했다는 거야.”
「選擇你的是我。我隨時都可以去找爸媽。該死的,什麼叫做以我為基礎?」

“힘들 일도 없었을 거야. 자퇴 같은 거 하지 않고 졸업하고, 대학교도 갔었겠지. 나를 피하듯 여행 다니지 않았더라면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일도 없었을 테니까.”
「也不會有辛苦的事了。不用休學也能畢業,也能上大學吧。如果沒有像躲避我一樣到處旅行,爸媽也不會過世。」

담담하게 말하는 가짜 동생 놈의 얼굴을 힘껏 갈겨 주고 싶었다. 저런 생각을 실제로 했었을 거라는 사실이 더 화가 났다.
真想用力甩那張故作鎮定、說著風涼話的假弟弟的臉一巴掌。他竟然真的有過那種想法,這讓我覺得更火大。

“그 모든 일을 겪지 않을 수 있었어. 형이 봐온 일들 모두를. 나 때문에 괴롭지도 않았을 거고, 폭력과 폭언을 당할 일도 없었겠지. 형의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아프게 잃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你本來可以不必經歷這一切的。你所見過的一切,都不會發生。你也不會因為我而痛苦,不會遭受暴力和惡言相向。你周圍的人也不會那麼痛苦地離你而去。」

보통 사람들이 평범하게 겪는 정도의 어려움만 있었을 거라며, 유현이가 소리 없이 웃었다. 던전에 들어가 목숨 걸고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물론이요, 살인을 하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설사 각성했다 하더라도 F급이니 헌터가 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낮은 스탯을 가지고 굳이 위험 속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柳賢無聲地笑了,說著他本來只會經歷普通人會遇到的那種程度的困難。他當然不必冒著生命危險進入地下城與怪物戰鬥,也不會殺人。就算覺醒了,他也是 F 級,不會成為獵人。他沒有理由帶著低下的能力值去冒險。

S급 헌터들은 TV 화면 속에서나 보고, 단순히 동경 정도나 했을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까맣게 모른 채. 요새는 안전하지 않냐며 던전도 몬스터도 헌터도 먼 이야기처럼 생각하면서.
S 級獵人只會在電視螢幕上看到,他頂多也只會單純地憧憬他們。他會對這個世界如何運轉一無所知。他會覺得現在很安全,地下城、怪物和獵人都是遙遠的故事。

“내가 없어야만 형이 행복할 수 있었어.”
「只有我不在,哥才能幸福。」

“야! 한유현! 아니, 이 가짜 놈아!”
「喂!韓有賢!不,你這假貨!」

더는 참지 못하고 유현이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멱살을 틀어잡고 까만 눈을 올려다보았다.
我再也忍不住,大步走向有賢。揪住他的衣領,仰視著那雙漆黑的眼睛。

“난 잘 살고 있다고! 이젠 괜찮아, 동생의 진심을 알았으니까. 그러니까 모르면 닥쳐!”
「我過得很好!我現在沒事了,因為我知道了弟弟的真心。所以如果你不懂,就閉嘴!」

“거짓말하지 마. 정말로 괜찮았다면, 형. 회귀 같은 거 하지 않았을 거야.”
「別說謊。如果真的沒關係,哥,你就不會回歸了。」

유현이의 손이 제 멱살을 잡은 내 손을 감쌌다. 너무나 똑같은 손이고 똑같은 체온이라 순간 가슴이 철렁해졌다. 진짜가 아니라 하지만.
宥賢的手包覆住我抓住他衣領的手。那雙手是如此相同,體溫也如此相同,讓我瞬間心頭一震。雖然說不是真的。

“소원석이었잖아.”  「那是願望石啊。」

“…….”  「……。」

“다 지우고,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으니까 회귀한 거야. 그러고 싶을 만큼 힘들었으니까.”
「因為想抹去一切,想讓一切都沒發生過,所以才回歸的。因為當時就是那麼痛苦。」

“아니야, 나는. 널 살리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속여서.”
「不是的,我。是為了救你。但那是不可能的,所以才騙你。」

“나를 살릴 수도 있고, 회귀할 수도 있었다면. 회귀해도 내가 멀쩡하게 되살아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형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如果既能救我,又能回歸的話。如果認為即使回歸,我也能完好無損地復活的話,哥會怎麼選擇呢?」

…그때 유현이를 살려냈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그래도 너만 있으면 돼, 라는 말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지금 가진 걸 전부 버리고 돌아가라고 하면, 나는.
……即使那時救了幼賢,世界也,會維持原樣吧。即使如此,「只要有你,就夠了」這句話,也說不出口。如果現在要我放棄所有,回到過去,我會。

“나한테는 유현이 네가, 제일.”
「對我來說,幼賢你,最重要。」

“‘나’도 있잖아. 형. 양쪽 모두 내가 있다면, 형은 고민할 필요도 없을 거야. 그렇지?”
「不是還有『我』嗎?哥。如果兩邊都有我,哥就不用煩惱了。對吧?」

“유현아.”  「宥賢啊。」

“그 다리도.”  「那條腿也是。」

돌연 낮아진 목소리에 등골이 차가워졌다. 유현이가 내 손을 떼어내며 가볍게 밀었다. 쿠당, 그대로 넘어져 주저앉은 내 앞으로 유현이가 몸을 숙였다.
突然低沉的聲音讓我的背脊發涼。宥賢甩開我的手,輕輕一推。匡噹,我直接跌坐在地,宥賢彎下身子,靠近跌坐的我。

“치료받고 싶었잖아.”  「你不是想治療嗎?」

가늘게 떨리는 한쪽 다리를 동생이 붙잡았다. 흉터 부근을 손가락들이 누르자 저릿한 통증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왔다.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감각이었다.
弟弟抓住了一條細微顫抖的腿。手指按壓著傷疤附近,一股麻痺的疼痛感直衝腦門。那是他遺忘已久,也想遺忘的感覺。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나를 찾아와 애원했을 정도로.”
「他反覆思量,最終還是來找我哀求了。」

“이거, 놔!”  「放開我!」

“그리고 나도, 형.”  「還有我,哥。」

다친 다리를 움켜쥔 채로 유현이가 말했다.
宥賢抓著受傷的腿說道。

“형 때문에 힘들었어.”  「哥,你讓我好累。」

여전히 다정하고 슬픔이 어린 목소리로. 내가 가장 걱정하던 것을 꺼내 들었다. 깊숙이 숨겨 두었지만 사방에 가시라도 돋친 것처럼 속을 찔러오곤 했던 생각을.
聲音依然溫柔,帶著一絲悲傷。他提起了我最擔心的事情。那些深藏在心底,卻又像長滿了刺般,時不時刺痛我的思緒。

“형이 나를 포기했더라면.”  「要是哥放棄我了的話。」

“닥쳐.”  「閉嘴。」

“나도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 처음부터 형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쓸데없이 신경 쓸 일 없이. 본래의 나로 남아 있었을 거야.”
「我也不會變成這樣吧。從一開始就不喜歡哥,也不會對其他人多管閒事。我會一直保持原本的樣子。」

목이 콱 막혔다. 솔직하게, 그런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현이에게 어느 쪽이 더 좋았을까. 더 나았을까. 내가 없었던 유현이가, 어쩌면 더 행복하진 않았을까.
喉嚨像是被什麼堵住了。老實說,我忍不住那樣想。對宥賢來說,哪一種會更好?會更優秀?沒有我的宥賢,會不會反而更幸福?

“형이 나를 사랑해서 내가 되었어. 형이 이렇게 만들었어. 지금의 나는 모두 형이 만들어 낸 거야. 응, 형.”
「哥愛我,所以我才變成這樣。是哥把我變成這樣的。現在的我,全都是哥創造出來的。嗯,哥。」

“…한유현.”  「……韓有賢。」

“형이 나를 죽였어.”  「哥殺了我。」

가짜가 눈을 가늘게 휘었다. 유현이는 절대로, 절대로 내게 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설사 내가 직접 제 목을 조른다 해도 나를 탓하지 않을 동생이다. 혹시 자신에게 화가 났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어왔으면 물어왔지. 유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것이 내뱉는 것은 유현이의 속마음이 아니다.
假貨瞇細了眼睛。宥賢絕對、絕對不會對我說那種話。就算我親手掐住他的脖子,他也不會責怪我,他就是那樣的弟弟。他只會擔心是不是自己惹我生氣了,然後小心翼翼地問我。雖然那傢伙有著宥賢的模樣,但它說出來的並不是宥賢的心裡話。

내 것이다.  我的。

“천천히 목을 조르다가 결국은 살해했잖아. 형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죽지 않았겠지.”
「你慢慢地勒住我的脖子,最後還是殺了我。如果不是你,我根本不會死。」

“…혼자는, 혼자서는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해. 못했을 거라고, 그래서.”
「……一個人,一個人終究撐不了多久。撐不下去的,所以。」

“모르는 일이야, 형. 그리고 최소한 괴롭지는 않았겠지. 눌러 참지 않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았을 거야. 가슴을 파고든 F급 형 같은 건 없었을 테니까.”
「很難說,哥。而且至少不會痛苦吧。我會隨心所欲地活著,而不是壓抑自己。因為不會有像你這種,深入我心的 F 級哥哥。」

젖은 숨을 삼켰다. 몇 번이나. 목 안쪽이 아프다 못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손가락 끝으로 바닥을 긁듯이 문질렀다.
我嚥下濕潤的氣息。好幾次。喉嚨深處痛得彷彿要裂開。指尖像要刮擦地板般地摩擦著。

“인정해, 형.”  「承認吧,哥。」

“…….”  「……。」

“우리는 서로에게 독이었어.”  「我們對彼此而言都是毒藥。」

그렇잖아. 서로를 서서히 죽여 가고 있었지. 그 끝을 봐. 무엇이 남았는지를.
不是嗎?我們正緩緩地將彼此推向死亡。看看那結局吧。看看還剩下些什麼。

유현이가 더욱 바싹 내게 가까이 왔다. 참 예쁘게도 웃는다.
宥賢更靠近了我一些。他笑得真好看。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一開始就不該見面。」

“유현아.”  「宥賢啊。」

“지금도 내가 여전히 눌러 참으며 형에게 묶여 있다는 생각, 하고 있잖아.”
「你現在也還在想,我依然在忍耐,被你綁住,對吧。」

“한유현.”  「韓有賢。」

“여기서 끝내자. 나는 괜찮을 거야. 형에 대한 기억만 깨끗이 지워 버리면, 자유롭게 살아가겠지. 형도 마찬가지야. 편해질 거야.”
「就在這裡結束吧。我會沒事的。只要將關於哥的記憶徹底抹去,就能自由自在地活下去吧。哥也一樣。會輕鬆起來的。」

“네가 날 기다리고 있어.”
「你在等我。」

무어라 말하든 나는 돌아갈 것이다. 유현이의 기억을 들고서. 나만 나오지 않는다고 혹시 다들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가면 틀림없이,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맞이해 줄 것이다.
無論說什麼,我都會回去。帶著宥賢的記憶。大家會不會因為只有我沒出來而擔心呢?如果我出去,他們一定會一個個露出燦爛的笑容迎接我。

“그리고 나는 시계를 선물받게 되겠지. 너는 분명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다고, 미안하다고 할 거야. 나는 괜찮다면서 해파리 놈 욕을 하겠지. 유현이 네가 무슨 잘못이야.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마.”
「然後我就會收到手錶當禮物吧。你一定會說讓我等太久了,很抱歉。我會說沒關係,然後罵那隻水母。宥賢你又沒做錯什麼。別說對不起。」

그래도 지각은 지각이죠! 하고 예림이가 핀잔을 던질 것이다. 저도 선물해 주겠다며 갖고 싶은 거 있느냐고 물어 올지도 모른다. 피스가 끙끙대며 다리 사이에 몸을 비비고 노아 씨도 그럼 저도요, 하고 눈치를 살피며 끼어들겠지. 내 파트너의 선물이라면, 운운하며 성현제도 빠지지 않으려고 들 것이다. 현아 씨는 부추기며 재미있어 할 테고, 아, 시그마의 말도 전해줘야 하지.
「就算這樣遲到就是遲到嘛!」藝琳會這樣抱怨。她也可能會問我有沒有什麼想要的東西,說要送我。皮斯會哼哼唧唧地在我腿間磨蹭,諾亞也會察言觀色地插進來說「那我也……」。成賢濟則會說什麼「既然是我搭檔送的禮物」,然後也想參一腳。賢雅小姐會煽風點火地看好戲,啊,還得轉達 Sigma 的話才行。

“우리는 함께 집에 돌아갈 거야. 집에.”
「我們會一起回家。回家。」

“형.”  「哥。」

낯익은 손이 내 목을 잡고 내리눌렀다. 거실 바닥에 뒤통수가 닿았다.
一張熟悉的手掐住我的脖子,將我按倒在地。我的後腦勺撞上了客廳的地板。

“너는 내게 이런 적 없어. 기억에 없는 폭력을 가하는 건 반칙이지.”
「你從來沒有這樣對我。對我施加記憶中沒有的暴力,這犯規了吧。」

“나는 못 돌아가.”  「我回不去了。」

이어질 말이 입에 나오기도 전에 귀에 닿기도 전에 가슴부터 찢어놓았다.
在話語說出口前,在話語傳入耳中前,心臟就已然碎裂。

“형이 포기했잖아.”  「哥你放棄了啊。」

“…아니야.”  「……不是。」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선택했잖아.”
「你拋棄我,選擇了其他人啊。」

“포기하지도, 버리지도 않았어.”  「我沒有放棄,也沒有拋棄。」

“나를 되찾을 수 있었는데 내버려 뒀어. 결국 이럴 거였다면, 형.”
「你本來可以找回我的,卻放任我不管。如果結果會變成這樣,哥。」

“아니라고.”  「才不是。」

“왜 나를 사랑했어?”  「你為什麼愛我?」

어차피 이렇게 포기할 거라면 좀 더 빨리 놓아 버리지. 왜 자신을 품에 안았느냐며 유현이의 목소리가 나를 탓해왔다. 아니, 내 목소리다.
既然會這樣放棄,那還不如早點放手。劉賢的聲音責怪著我,問我為什麼要將他擁入懷中。不,那是我的聲音。

그냥 빨리 놓아줄걸. 그럼 죽지 않았을 텐데. 힘들지도 않았을 텐데. 외롭게 혼자 버티다가 또다시 혼자 저 먼 곳에 남게 되지도 않았을 터인데. 이런 끝일 줄 알았더라면 왜 그렇게 이를 악물고 억지로 버텨온 것인지.
早知道就該早點放手。這樣他就不會死,也不會那麼辛苦。更不會孤單地獨自撐著,然後又再次獨自被留在遙遠的地方。如果早知道會是這樣的結局,當初又何必咬牙苦撐呢?

전부 다 내 욕심 같고 내 잘못 같았다.
這一切都像是我的貪婪,我的錯。

하지만, 그래도 유현아.  但是,即便如此,宥賢啊。

“내가 어떻게 그럴까.”  「我怎麼會那樣做呢。」

내 목을 잡은 손을 밀어냈다. 몸을 일으켰다.
我推開掐住我脖子的手,撐起身子。

“아팠지. 지금도 아프지. 하지만 그 모든 걸 눈앞에 들이민다 해도 나는 어린 널 사랑하지 않는 짓만큼은 할 수가 없어.”
「很痛。現在也痛。但就算把這一切都擺在眼前,我也無法做出不愛年幼的你這種事。」

“대체 왜.”  「到底為什麼。」

“그러게 왜일까.”  「是啊,為什麼呢。」


발치에 깔린 안개가 보였다. 무해의 왕의 스킬이 곧 사라지리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지독한 스킬인지 대충 감이 왔다. 아픈 과거를 차례로 펼쳐 놓고, 이렇게 힘든 기억들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능력이겠지. 넘어가서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한다면 무해의 왕에게 기억을 빼앗기게 되지 싶었다.
我看到腳邊的霧氣。感覺無害之王的技能很快就會消失。我大概猜到這是什麼樣的惡毒技能了。它會將痛苦的過去一一攤開,然後讓人們放棄這些艱難的記憶吧。如果我跨過去,想要抹去過去,我的記憶就會被無害之王奪走。

최석원이 기억을 삼키며 강해졌으니 무해의 왕 또한 비슷할 것이다. 게다가 다량의 기억이 사라지게 되면 전투 경험이나 스킬 사용법 같은 것까지 잊게 될 수도 있다. 정신공격류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더 위험한 스킬이었다.
崔碩元吞噬記憶後變得更強,那麼無害之王應該也差不多。而且,如果大量記憶消失,甚至可能會忘記戰鬥經驗或技能使用方法。本以為是精神攻擊類的技能,沒想到比想像中更危險。

기억이 싹 사라지면 날 데려가기도 편할 거고.
記憶要是完全消失,帶走我也會比較方便吧。

화르륵, 불꽃이 일며 안개를 살라먹었다. 한유현이 뒤로 물러선다. 그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火光熊熊,火焰燃燒著吞噬了迷霧。韓有賢向後退去,身影逐漸模糊。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現在放棄還來得及。」

어깨 위로 다시 무게감이 느껴졌다. 체인질링이 크게 꼬리를 흔들었다.
肩膀上再次感受到重量。變形怪用力地搖著尾巴。


[이해할 수 없어.]  [無法理解。]


해파리 놈의 허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海蜇那虛無縹緲的聲音傳了過來。


[어떻게 그런 과거를 그대로 가지고 갈 수가 있지? 심지어 회귀자잖아! 한 번 삶을 돌이킨 자들은 훨씬 유혹에 약해. 약할 수밖에 없어.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겪었으니 쉽게 포기해 버리는데.]
[怎麼能就這樣帶著那樣的過去活下去?他還是個回歸者啊!經歷過一次人生重來的人,對誘惑會更加脆弱。他們只能脆弱。因為他們經歷過機會會再次降臨,所以會輕易放棄。]


“착각하고 있군.”  「你搞錯了。」

옛집이 사라지고 대신 안개가 그 자리를 채워갔다. 한 번 삶을 돌이켰다고,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고.
舊屋消失了,取而代之的是霧氣。彷彿人生重來了一次,又獲得了機會。

“돌이킨 게 아니야.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다. 그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어.”
「我沒有讓一切重來。那些事一直都在延續。如果沒有那段瘋狂的時光,就不會有現在的我。」

5년의 시간을 깨끗이 지우고, 아예 없었던 것처럼 회귀하였다면. 그럼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었겠지.
如果能將五年的時間徹底抹去,像從未發生過一樣地回歸,那麼最終只會重蹈覆轍。

회귀해서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일이 있었기에 기회가 주어진, 아니, 만들어진 것이다.
並非因為回歸才獲得機會,而是因為經歷了這一切,機會才得以出現,不,是才得以創造。

내 동생이 만들어 준 것이다.
這是我的弟弟做給我的。

괴로웠겠지, 힘들었겠지. 하지만 유현이는 웃었다. 그걸 버리라니. 미쳤냐.
很痛苦吧,很難受吧。但劉賢笑了。要他丟掉那個?瘋了嗎?

“날 더 붙들어 둘 재주가 없다면 계약을 지켜, 무해의 왕.”
「要是你沒有能繼續留住我的本事,就遵守契約,無害之王。」

대답은 없었다. 대신 내 앞에 작은 구슬이 나타났다. 이를 사리물며 구슬을 손아귀에 쥐었다. 동시에 안개가 더욱 짙어지며.
沒有回應。取而代之的是,我面前出現了一顆小珠子。我咬牙將珠子握在手心。同時,霧氣變得更加濃密。

쉬이익!  咻!

뱀이 기는 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내기에 졌어도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로구만. 그렇게 나와야지. 전류와 함께 푸른 버들잎을 흩뿌렸다. 동시에 순간이동 스킬을 썼다. 아직 어설프긴 하지만 뻗어오는 공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p>耳邊傳來像是蛇在爬行的聲音。看來就算打賭輸了,也不打算放棄啊。這樣才對嘛。我伴隨著電流,灑出藍色的柳葉。同時使用了瞬間移動技能。雖然還很生疏,但要避開伸過來的攻擊已經足夠了。</p>

“안개로 시야를 가리려는 모양이다만.”
「看來是想用霧氣遮蔽視野。」

공중으로 이동한 직후 버들잎을 밟고 방향을 틀었다. 안개 사이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내가 있던 자리를 살벌하게 갈랐다. 공기가 우웅, 강하게 떨렸다.
在空中移動後,我立刻踩著柳葉轉向。從霧中竄出的觸手,將我原先所在的位置狠狠地劃開。空氣嗡嗡作響,劇烈地震動著。

“그래 봤자 소용없어!”  「就算那樣也沒用!」

미세하게 뻗어 나간 전류가 내 눈이 닿지 않는 곳 속속까지 파헤쳐 준다. 일종의 레이더와 비슷했다. 마력 감지능력이 올라간 덕에 이런 것도 가능해졌다. 안개 속으로 득시글거리는 촉수가 감지되었다. 좀 징그럽다.
<p>細微擴散的電流,將我目光所不及之處都徹底挖掘出來。這有點像雷達,多虧魔力感知能力提升,才能做到這種事。我感應到迷霧中蠕動的觸手,有點噁心。</p>

무해의 왕의 본체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공간이동을 써보려고 했지만 역시 아직은 힘들었다. 종족 자체의 특성이 바탕 되지 않고선 쓸 수 없는 걸까. 대신 팔뚝에 긴 상처를 냈다.
無害之王的本體也不難找到。我試著使用空間移動,但果然還是很困難。難道不是以種族本身的特性為基礎就無法使用嗎?我反而在手臂上劃了一道長長的傷口。

흘러넘치는 피가 검은 불꽃이 되어 피어올랐다. 문득 검푸르게 퍼져 나가던 불꽃이 떠올랐다.
溢出的鮮血化為黑色火焰升騰而起。我忽然想起那片靛藍色蔓延開來的火焰。

“…이젠 내게만 남았구나.”  「……現在只剩下我了啊。」

검은 혈염이 무섭게 회오리쳤다. 뻗어오는 촉수들이 제대로 닿지도 못한 채 뚝뚝 녹아내린다. 나는 긴 창으로 화한 혈염을 한껏 팔을 당기며 내던졌다.
漆黑的血焰猛烈地旋轉著。伸過來的觸手還沒碰到,就一截截地融化了。我將化為長槍的血焰盡力拉滿,然後奮力擲出。

콰과과과─ 불길의 창이 커다란 구멍을 내며 안개를 가로질렀다. 늑대에게 쫓기는 양떼처럼 화악 흩어지는 안개 너머로 무해의 왕이 보였다. 붉은빛을 띤 방어막이 해파리 놈 앞으로 펼쳐지고.
轟隆隆隆——火焰之槍開出一個大洞,穿透了迷霧。在如被狼群追趕的羊群般四散的迷霧彼端,無害之王現身了。泛著紅光的防禦罩在海蜇怪前方展開。

콰아앙!  匡啷!

요란한 폭음이 일었다. 독과 열기를 품은 검은 불꽃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웬만한 S급 헌터라 해도 감히 접근하지 못할 불길의 폭풍우 속을 나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은혜가 아니더라도, 동생의 높디높은 화염 저항을 믿었다.
一陣喧囂的巨響傳來。蘊含著毒素與熱氣的黑色火焰四散飛濺。我毫不猶豫地躍入那片即使是尋常 S 級獵人也斷然不敢靠近的火焰風暴之中。即便沒有恩惠,我也相信弟弟那高得嚇人的火焰抗性。

콰르릉, 약해진 해파리의 방어막 위로 번개를 떨어뜨리고 곧장 혈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깊게 찔러 넣었다. 방어막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해파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황금빛 문양이 들어간 거대한 대도를 휘둘러 내 공격을 막았다.
轟隆,我將閃電劈向弱化的海蜇防護罩,隨即將由血焰構成的劍深深刺入。防護罩未能撐住,碎裂開來。海蜇發出尖銳的叫聲,揮舞著刻有金色紋路的巨大大刀,擋下了我的攻擊。

“네 꼴을 봐! 얼마나 더 버틸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看看你這副德性!你覺得還能撐多久?」

“네놈보다는 더 오래.”  「比你更久。」

한 백 년쯤은 더. 카가각, 도와 검이 거칠게 맞부딪쳤다.
再一百年左右。鏗鏘,刀劍猛烈相擊。

내가 키운 S급들 275화  我培育的 S 級們 275 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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