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천천히  ※請慢慢修改

※원본썰 : https://twitter.com/BBBBBisu/status/1263051806042583040?s=19
※原文:https://twitter.com/BBBBBisu/status/1263051806042583040?s=19


서울의 중심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빌딩숲속 사이로 유선형의 매끄러운 세단하나가 부드러운 엔진음을 내며 지나갔다. 어느 대기업의 건물 외곽에 다다르자 차는 멈춰섰다. 곧 조수석 문이 열리며 짙은 회색빛의 정장을 차려입은 사내가 해사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在首爾市中心,高樓林立的建築群中,一輛流線型光滑的轎車發出輕柔的引擎聲駛過。當車輛抵達某大企業建築外圍時,便停了下來。隨後,副駕駛座的車門打開,一名身穿深灰色西裝的男子,面帶笑容地從車上下來。

“이따봐. 유중혁.”  「待會見。劉眾赫。」

빼꼼히 열린 차창틈새로 살풋 눈웃음을 지어준 김독자는 비뚤어진 가방끈을 고쳐메고 건물의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를 내려준 검은 세단은 그대로 후문쪽으로 돌아 지하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지정석도 아니건만 늘 비워져 있는 자리에 차는 익숙하게 주차되었다. 운전석에서 내리며 조금 흐트러진 앞머리를 손으로 대강 쓸어올리며, 유중혁은 창틈새로 보았던 애인의 여우 같은 미소를 다시금 생각했다.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근질거렸다. 어디서 그런 앙큼한 짓거리만 배워오는 것인지.
金獨子從微微開啟的車窗縫隙中,輕輕地對他露出一個笑眼,然後整理了一下歪斜的背包帶,朝著大樓正門走去。那輛載他來的黑色轎車則直接繞到後門,滑進了地下停車場。儘管不是指定車位,車子卻熟練地停在那個總是空著的位置。劉眾赫從駕駛座下來,隨意地用手撥了撥有些凌亂的瀏海,腦海中再次浮現愛人從車窗縫隙中露出的狐狸般的笑容。光是想像,嘴角就忍不住上揚。他到底從哪裡學來這些狡黠的舉動呢?

벌써 8년째 연애중인 유중혁과 김독자의 월요일 출근길이었다.
這是劉眾赫和金獨子交往第八年的週一上班路。

 

스무살 무렵, 그들의 첫 만남은 어느 술집에서 였다. 유중혁은 운좋게 이른 나이에 취직한 대규모 게임회사의 회식자리였고, 김독자는 대학동기들과 입대전 마지막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성인이 되기전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보지 못한 유중혁은 새내기 말단사원에게 들이밀어지는 폭탄주들을 연신 들이키곤 휘청거렸다. 평소엔 똑부러지게 근무하던 모습만 보여주는 어리고 얼굴반반한 막내사원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니 술기운이 오른 상사들은 깔깔대고 웃었다.
他們第一次相遇是在二十歲左右,地點是某間酒吧。當時劉眾赫正參加一家大型遊戲公司的聚餐,他很幸運地在年輕時就進入這家公司;而金獨子則和大學同學進行入伍前的最後一次聚會。劉眾赫在成年之前從未碰過酒,此時卻不斷地被新進菜鳥員工灌著深水炸彈,喝得搖搖晃晃。平時工作表現精明幹練、長相俊俏的年輕菜鳥開始搖搖晃晃,酒酣耳熱的上司們便哈哈大笑起來。

막아서는 이 하나없었다. 그저 귀엽다며 볼을 꼬집고 손깍지를 끼고 그의 술잔을 자꾸만 채워넣었다. 연거푸 건배만 해대던 김독자는 소란스러운 옆자리의 소음에 짜증스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유중혁과 눈이 마주쳤다. 이미 벌개진 얼굴로 멍하니 눈만 끔벅이고 있을 뿐인데도 퇴폐적인 미모를 뿜어대는 사내를 보고 김독자가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沒有人阻止他。他們只是捏著他的臉頰,說他可愛,還和他十指緊扣,不斷地為他斟滿酒杯。金獨子原本只是不斷地乾杯,此時卻不耐煩地轉過頭,看向旁邊吵鬧的聲音。然後,他與劉眾赫四目相接。儘管劉眾赫的臉已經漲紅,只是呆呆地眨著眼睛,卻依然散發著頹廢的美感。金獨子彷彿被迷惑般地從座位上站了起來。

다같이 술에 취해있는 동기들은 혼자 자리에서 이탈하는 이를 붙잡지 않았다. 이미 반은 테이블위에 엎드린 채 뻗어있었다. 김독자는 자신의 자리를 빙돌아 반대쪽 자리로 걸어갔다. 옆자리도 반절 이상은 술에 떡이되어 테이블에 엎어져 있었으므로 아무도 다가오는 김독자를 막지않았다. 마지막까지 유중혁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원샷을 외쳐대던 상사하나가 따라준 잔을 들고 휘청거리던 손에서, 채워진 술잔이 빠져나갔다.
所有醉醺醺的同期們都沒有阻止獨自離開座位的人。一半的人已經趴在桌上不省人事了。金獨子繞過自己的座位,走向對面的座位。旁邊的座位也有一半以上的人醉得一塌糊塗,趴在桌上,所以沒有人阻止金獨子走過來。直到最後,一個還在勾著劉眾赫的肩膀,大喊著「一口乾」的上司,手中搖搖晃晃地拿著倒滿酒的酒杯,酒杯從他手中滑落了。

유중혁이 눈을 깜박이며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의 손에서 사라진 잔은 어느새 김독자의 손으로 넘어가 그의 입술위로 탈탈 털어지는 중이었다.
劉眾赫緩緩地抬起頭,眨了眨眼。他似乎不太理解這個情況。從他手中消失的酒杯,不知何時已經轉移到金獨子的手中,正被他一口氣倒進嘴裡。

“…누구지?”  「……是誰?」

“바보냐…. 거부하면, 끄흡, 되잖아….”  「你是笨蛋嗎……拒絕,咳,不就好了……」

술도 제대로 못마시는게. 라고 말하는 이의 얼굴은 이미 토마토처럼 붉었고 발음도 영 시원치 않았기에 유중혁은 떨떠름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도 테이블 한구석에서 조용히, 두 사람은 술잔을 주고 받았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주제에 상대의 술주정을 탓하며 티격태격 잔을 부딪혔다.
「明明就不會喝酒。」說這話的人臉已經紅得像番茄,發音也含糊不清,劉眾赫只是不情願地點了點頭。即便如此,兩人還是在桌子的一角安靜地推杯換盞。他們互相不知道對方的名字和年齡,卻又互相指責對方的酒品,吵吵鬧鬧地碰著杯。

어쩌다보니 같이 술집까지 나오게 되었으나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또 다른 술집으로 들어갔던가? 아니면 각자 집으로 헤어졌던가? 물론 그럴일은 없었다. 다음날 눈을 뜬 유중혁은 전라상태로 호텔에서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서걱 필름을 가위로 자른 듯 회식자리에서 나온 후가 기억나질 않았다. 다행히 오늘은 토요일이었기에 지각할 걱정은 덜었다. 아주 근본적인 고민에서 벗어나고 나니 두 번째로 찾아온 시름이 그를 흔들었다.
不知怎麼地,他們一起去了酒吧,但之後的事情就不太記得了。是又去了另一家酒吧嗎?還是各自回家了?當然,這是不可能的。因為第二天劉眾赫醒來時,是全身赤裸地在飯店裡醒來的。就像用剪刀剪斷了膠卷一樣,從聚餐出來之後的事情完全不記得了。幸好今天是星期六,不用擔心遲到。擺脫了最根本的煩惱後,第二個煩惱又困擾著他。

성인 남자 둘이 누워도 널널한 호텔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본인 혼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상대도 속옷한장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숙취로 인해 두개골을 망치를 두들기는 듯한 두통이 계속 찾아왔다. 통증과 속쓰림으로 머리가 핑핑돌아 생각을 하려해도 제대로 되지를 않았다.
這張即使兩個成年男人躺下也綽綽有餘的飯店床上,不只有他一個人。甚至對方也沒穿一件內衣。宿醉引起的頭痛像錘子敲打著頭骨一樣持續不斷。疼痛和胃灼熱讓他頭暈目眩,即使想思考也無法正常進行。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빈속을 붙잡고 끙끙 앓고 있으려니 상대도 비슷한 소리를 내며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깨워야 하나. 이대로 나가야하나. 아주 잠깐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유중혁은 예의바르고 올곧은 사내였으므로 그건 곧 지워버렸다. 일단 매트리스에 파묻혀있는 사내를 깨우기 위해 덮어져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當他抱著空蕩蕩的胃,忍受著反胃的感覺時,對方也發出了類似的聲音,開始蠕動起來。要叫醒他嗎?還是就這樣離開?逃跑的選項只在他腦海中閃過一瞬間,但劉眾赫是個有禮貌且正直的男人,所以他很快就打消了這個念頭。他先是掀開了蓋在身上的被子,準備叫醒那個埋在床墊裡的男人。

“…….”  「……。」

“…으응….”  「……嗯……」

유중혁은 사내를 흔들어 깨우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새하얀 나신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열꽃은, 그래. 아름다웠다. 그렇긴 한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도 완연하게 깨달아버려서 유중혁은 절망스러웠다. 사내의 골반위에 커다랗게 남은 손가락모양의 멍자국은 딱 유중혁의 손크기와 맞아떨어졌다. 둥둥 울려대는 뇌가 더욱 더 의기양양하게 북소리를 울려대는 느낌이었다.
劉眾赫沒能搖醒那男人,只是張了張嘴。那片在雪白身軀上盛開的熱疹,是的,很美。話雖如此,劉眾赫卻因過於清晰地意識到其所代表的意義而感到絕望。男人骨盆上那大大的指印瘀傷,正好與劉眾赫的手掌大小吻合。他感覺自己嗡嗡作響的腦袋,正更加得意地敲響戰鼓。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사념에 빠져있는 동안 옆에 누워 끙끙 앓던 사내가 빼꼼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자는동안 열이 올라 살짝 붉어졌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못해 창백해지는 것을 제 눈으로 보면서 유중혁은 다시한번 양손에 얼굴을 처박았다.
雙手掩面,陷入沉思的片刻,躺在一旁呻吟的男人悄悄地睜開了眼皮。親眼看著那張睡夢中因發燒而微微泛紅的臉,變得慘白,甚至毫無血色,劉眾赫再次將臉埋進雙手之中。

“…누구…?”  「……你是誰?」

이런 젠장. 어지간해서는 욕설을 내뱉지 않는 유중혁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비속어를 꿀꺽 삼켜냈다. 왜인지 입안이 쩍쩍 말라갔다.
「該死。」劉眾赫極少說髒話,此刻卻將湧到喉頭的粗話硬生生吞了回去。不知為何,他口乾舌燥。

“아윽….”  「呃啊……」

몸을 일으키려던 사내가 허리아래를 붙잡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반쯤 세워졌던 상체가 다시 시트위로 고꾸라지려는 것을 유중혁이 반사적으로 붙잡아 주었다. 맞닿은 살갗은 체온이 비슷한 탓에 뜨겁지도, 서늘하지도 않았다. 매끈한 피부위로 닿는 온기는… 사실 꽤 기분이 좋았다.
男人想撐起身子,卻捂著腰部以下,臉上表情扭曲。劉眾赫反射性地扶住他半撐起的上半身,避免他再次倒回床單上。兩人肌膚相觸,體溫相近,既不燙也不涼。撫摸著光滑肌膚的溫熱感……其實感覺還挺不錯的。

“…괜찮나?”  「……你還好嗎?」

“어…응…. 그런데….”  「呃...... 嗯...... 可是......」

사내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데굴데굴 굴러갔다. 어쩐지 저입에서 나올 말이 상상이 되었기에 유중혁은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물론 망상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사내는 의외로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那男人的眼珠混亂地骨碌碌轉著。劉眾赫不知怎地,想像得到那張嘴會說出什麼話,所以想堵住他的嘴。當然,這只在妄想中才有可能。男人意外地很快就回過神來,自然地搭話。

“나 욕실좀 데려다주라…. 못 걷겠어.”
「扶我到浴室去一下……我走不動了。」

“…그래.”  「…… 好。」

“근데 너 몇 살이야? 이런거 묻기에는 진도가 너무…빨랐나…?”
「你幾歲啊?這樣問會不會太……快了點?」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사내앞에서 유중혁은 고개를 처박고 죄인처럼 그를 부축해줄 수밖에 업었다. 누가봐도 제가 한짓이 뻔한 자국들이 눈송이처럼 새하얀 사내의 나신위에 검고 붉게 새겨져 있었다. 와중에 그걸보고 기억에도 없는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인지 아래가 기세좋게 크기를 키워갔다. 사내의 시선이 잠시 자신의 것에 닿은 듯 했지만, 두 사람 모두를 위해 무시하기로 한 것 같았다.
在對著他輕笑著開玩笑的男人面前,劉眾赫只能像個罪人般低著頭,扶著他。任誰來看,他所做下的痕跡都清晰可見,黑紅地刻印在男人雪白的裸身之上,如雪花般。與此同時,看著那些痕跡,不知是否是記憶中不曾有過的本能正在蠢動,他的下身氣勢洶洶地膨脹起來。男人的視線似乎短暫地觸及了他的下身,但為了兩人,他似乎決定無視。

 

“…김독자야.”  「……金獨子啊。」

“…유중혁이다.”  「……是劉眾赫。」

어색하다. 호텔에서 기억도 없는 하룻밤을 치러버린 유중혁과 김독자는 결국 그대로 헤어지지 못하고 근처의 식당으로 와버렸다. 민망하기도 했지만 유중혁은 자신이 어제 얼마나 짐승같이 그를 탐했을지 떠올려보았다. 띄엄띄엄 새벽까지 몸을 섞었던 기억이 날듯도 했는데 결국 새의 부리로 쪼아대는 듯한 잔두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김독자는 깨작이던 수저질을 멈추고 유중혁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真尷尬。在飯店度過毫無記憶的一夜後,劉眾赫和金獨子終究沒能就此分開,而是來到了附近的餐廳。雖然很難為情,但劉眾赫回想起自己昨天是如何像野獸般地貪戀著他。斷斷續續地,他似乎能想起直到凌晨都還交纏在一起的記憶,但最終,他還是因為像被鳥喙啄食般的陣陣頭痛而皺起了眉頭。金獨子停下了他那漫不經心的筷子,只是呆呆地看著劉眾赫。

“…더 안먹나?”  「……不吃了嗎?」

아직 반공기는 더 남아있는 그릇에서 완전히 손을 뗀 김독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金獨子完全放開了那個還剩下半碗飯的碗,搖了搖頭。

“배불러.”  「我飽了。」

짙은 눈썹 한쪽이 산처럼 휘어올라갔다. 고작 저걸 먹고 배부르다 손을 놓는 이가 이해가 되질않아 저도 모르게 눈을 치켜떴다. 김독자는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눈을 떼지 않고 유중혁의 얼굴을 감상했다.
濃密的眉毛一邊像山一樣向上揚起。他無法理解只吃那點東西就說飽而放下碗筷的人,不自覺地挑起了眉。金獨子即使感受到那樣的視線,卻仍不移開目光,欣賞著劉眾赫的臉。

“그런데 중혁아.”  「話說,重赫啊。」

너 진짜 잘생겼다. 그렇게 말하며 상체를 휙 앞으로 들이미는 김독자 덕분에 유중혁은 입에 물고 있던 국물을 뱉을 뻔했다. 유혹한다기에는 너무도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의 얼굴을 이곳저곳 뜯어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김독자의 얼굴은 꽤나 곱상한 인상이었다.
「你長得真好看。」金獨子說著,上半身猛地前傾,害得劉眾赫差點把嘴裡的湯汁噴出來。他看到一雙黑色的眼眸,那眼神真誠得不像在誘惑,正仔細地打量著自己的臉。近看之下,金獨子的長相確實相當清秀。

맨몸도 그렇지만 얼굴도 햇빛은 못보고 자란 듯 백지장처럼 새하얬다. 그런데다 새카만 머리카락은 아래로 쭉쭉 내리뻗은 직모였고, 가는 눈썹과 입술선, 이목구비에 크게 들어차 있는 사슴 같은 눈망울, 그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흑요석을 닮은 속눈썹까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유중혁이 눈을 깜박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체가 앞으로 약간 숙여져 있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았는지 김독자가 입꼬리를 길게 말아올렸다.
不只身體,臉也像沒見過陽光般,白得像張紙。再加上漆黑的頭髮直直垂下,細長的眉毛和唇線,五官中那雙佔據大半、像鹿一樣的眼睛,以及輕輕覆蓋其上、像黑曜石般的睫毛。直到想到這裡,劉眾赫才眨了眨眼。他不知不覺間,上半身微微前傾。金獨子似乎察覺到他著迷地望著自己的臉,嘴角緩緩上揚。

아, 그순간 유중혁은 아까부터 심장부근을 간질거리던 이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김독자의 얼굴을 볼때마다, 그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볼때마다, 김독자의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느껴지던 이것의 정체를 말이다.
啊,那一瞬間,劉眾赫明白了從剛才起就一直搔刮著心臟附近的那股異樣感的真面目。就是每次看到金獨子的臉,每次他目不轉睛地盯著自己,每次金獨子的聲音呼喚著自己的名字時,所感受到的這股異樣感的真面目。

“…렇지, 안그래, 중혁아?”  「……對吧,金獨子?」

“……어.”  「…… 喔。」

“어디 아파? 너 얼굴이 빨간데.”
「你哪裡不舒服嗎?你的臉很紅。」

아직 술기운이 안떨어졌나. 슬로모션으로 다가오는 김독자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유중혁의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김독자의 손위를 감싸잡았다.
酒意還沒退嗎。金獨子那隻白皙纖細的手以慢動作靠近,碰觸到劉眾赫的額頭。接著,一隻寬大結實的手包覆住金獨子的手。

“…왜그래? 진짜 안좋아?”  「……怎麼了?真的不舒服嗎?」

안좋다. 평생 느껴본적 없었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터져나갈 듯 가슴을 울려댔다. 걱정스럽게 제 얼굴을 올려다보는 말간 낯은 왜이리도 보드라워 보이는지. 이미 식사를 끝내고 옆에 위치한 카페에 옮겨온 것도 인지하지 못할만큼 유중혁은 명치를 찌르는 이질감에 둔감해져 있었다. 단순히 숙취라고 생각했건만. 술기운은 이미 저 아래로 파묻힌지 오래였다. 지금 느껴지는 심장의 쿵쾅거림은.
糟透了。心臟從未有過的悸動,彷彿要炸裂般在胸口迴盪。那張擔憂地仰望著自己的清秀臉龐,為何看起來如此柔和?劉眾赫甚至沒意識到自己已經用完餐,轉移到旁邊的咖啡廳,他對那股刺痛胸口的異樣感變得遲鈍。原以為只是宿醉,但酒意早已消散多時。現在感受到的心臟劇烈跳動,是。

“…김독자.”  「……金獨子。」

“어? 약 사다줄까?”  「咦?要我幫你買藥嗎?」

“나와 만나보겠나.”  「你願意和我見面嗎?」

양심이 있을법한 곳에서 덜컹거리는 소음이 날 것같았다. 잠시 멍하게 눈을 깜박이던 김독자가 뻗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유중혁이 스스로가 내뱉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정말 멋도 없고 분위기도 없는 고백이 아닐수 없었다. 심지어 원나잇으로 밤을 보낸지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은 채였다. 당황한 나머지 말이 헛나왔다, 무시해라, 술이 안깼다며 횡설수설하던 유중혁의 양볼을 따뜻한 손바닥 두 개가 홱 잡아챘다.
良心所在之處,似乎會發出喀啦喀啦的聲響。金獨子茫然地眨了眨眼,緩緩地放下伸出的手。劉眾赫嚇了一跳,回過神來,抱著頭,為自己說出的荒謬話語感到懊惱。這告白真是毫無風采,也毫無氣氛。甚至,距離他們一夜情才剛過不到一天。劉眾赫慌亂之下胡言亂語,說著「別理我,我只是酒還沒醒」,這時,兩隻溫暖的手掌猛地捧住了他的雙頰。

“…술기운에 하는 이야기야?”  「……這是酒後吐真言嗎?」

벗어나려 얼굴을 틀어도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손은 쉽사리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바동거리는 고갯짓에 더 단단히 손아귀에 힘을 주고 그의 양볼을 꾸욱 짓눌렀다. 김독자의 단호한 눈동자가 유중혁의 홍채를 잡아먹을 듯 쏘아보았다. 질문에도 한참을 답이 없자 조금 힘없는 목소리가 한번더 고막위로 흘러내렸다.
即使他轉過臉想掙脫,那雙捧著他臉的手卻不輕易放開。反而因為他掙扎的轉頭,手掌更加用力地收緊,緊緊地壓住他的雙頰。金獨子堅定的眼神彷彿要吞噬劉眾赫的虹膜般瞪視著他。問題久久沒有得到回答,他那略顯無力的聲音再次傳入耳膜。

난 진심인데…. 웅얼거리듯 터져나온 목소리에 유중혁의 동공이 크게 벌어져 꿈틀거렸다. 신비로운 것이라도 보는 것처럼 짙은 흑안이 은하수를 담고 반짝거렸다. 커다란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의 반응에 김독자가 생긋 웃음을 터트렸다. 낭창하게 퍼져가는 웃음소리에 사방이 고요해지고 해사하게 피어오르는 웃음꽃에 눈앞에 오로라가 하늘거렸다. 사람이,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유중혁은 스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느낄수 있었다.
我是認真的……。劉眾赫的瞳孔因那喃喃自語般冒出的聲音而猛地擴大,顫動著。他那深邃的黑眸彷彿看見了什麼神秘之物,閃爍著銀河般的光芒。金獨子看著他像個得到大玩具的孩子般純粹地高興的反應,不禁綻放出笑容。隨著那清脆的笑聲蔓延開來,四周變得寂靜,眼前彷彿有極光在搖曳,那是因笑容而綻放的花朵。原來,一見鍾情的感覺,劉眾赫直到二十歲才第一次體會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설프기 짝이 없게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이름도 모르고 속궁합부터 맞춰 본 이들은 스무살 꽃 같은 나이에 늦은 첫사랑을 피어냈다. 동갑에다가(빠른년생인 김독자가 형이라 우기고는 있지만) 꽤나 취향도 성격도 잘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빗나간 시작점과는 정 반대로 잔잔하고 알콩달콩한 연애생활을 즐겼다.
兩人之間,沒有誰先誰後,這段戀情就這樣笨拙地開始了。他們甚至不知道彼此的名字,就先從性愛開始契合,在二十歲花樣年華的年紀,綻放了遲來的初戀。同齡的兩人(雖然金獨子是早年出生,硬是說自己是哥哥),無論是喜好還是性格都相當契合,與他們偏離的起點截然相反,兩人享受著平靜而甜蜜的戀愛生活。

대기업에 이미 취직한 상태인 유중혁은 김독자의 군생활도 기다려주었다. 그가 복학을 준비할때도, 졸업후 자신의 회사에 이력서를 세 번이나 넣는 동안에도 유중혁은 곁을 지켜주었다. 그런 애인에게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커져갈 즈음, 드디어 김독자는 원하는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유중혁, 그의 사랑하는 연인이 근무하는 회사였기에 그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劉眾赫在大型企業就職後,仍等待著金獨子服完兵役。當金獨子準備復學,以及畢業後三次向自己的公司投遞履歷時,劉眾赫都守候在他身邊。正當金獨子對這位愛人的感激之情,逐漸被歉疚之意取代時,他終於如願進入了那家大型企業。由於那是劉眾赫,他所深愛的戀人任職的公司,金獨子的喜悅也因此倍增。

이미 사회 초년생시절 운좋게 입사한 유중혁은 입사 8년차에 벌써 직급자가 되어 있었고, 김독자는 이제 갓 입사한 6개월차 새내기 신입사원이었다. 하필 다른부서로 배치되어 사무실에선 애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한지 8년차, 나름 장기연애라 부를수 있는 기간이었다. 어리기만 했던 스무살의 그들은 이제 나이 스물여덟의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p>劉眾赫在社會新鮮人時期很幸運地進入公司,工作八年後已經是個主管了,而金獨子則是個才剛進公司六個月的新人菜鳥。可惜的是,他們被分發到不同部門,所以在辦公室裡見不到愛人的臉,這點雖然令人惋惜,但他們還是很開心。兩人開始交往已經八年了,這段時間足以稱得上是段長跑戀愛。當年那個青澀的二十歲的他們,如今都已是二十八歲、堂堂正正的上班族了。</p>

김독자가 취직을 하자, 대학을 졸업하며 함께 얹혀살기 시작했던 유중혁의 자취방에서 나와 이사를 했다. 꼬깃꼬깃 모아온 적금을 합치고 은행에서 약간의 대출까지 받아 훨씬 넓고 세련된 아파트로 이사한 첫날 김독자는 감격에 겨워 훌쩍대며 울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마냥 사랑스러워서, 유중혁은 하루종일 김독자를 끌어안고 있었더랬다.
金獨子找到工作後,便從大學畢業後就一直借住的劉眾赫的租屋處搬了出來。兩人將辛苦存下的積蓄合在一起,又向銀行貸了點款,搬進了更寬敞、更時尚的公寓。搬家的第一天,金獨子感動得抽抽搭搭地哭了起來。劉眾赫覺得這樣的他可愛極了,於是整天都抱著金獨子。

 

“좋은 아침입니다, 유중혁 과장님.”  「早安,劉眾赫科長。」

“…네. 좋은 아침입니다. 김독자씨.”  「……是。早安,金獨子先生。」

우습게도 두 사람의 열애사실을 아는 이는 사내에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는 같은 집에서 나란히 걸어나와 같은 차를 타고, 회사 건물부근에서 김독자가 내렸다. 정문으로 그가 걸어들어 가고나면, 주차장에 차를 세운 유중혁이 아무일 없는척 사무실로 들어갔다. 눈치빠른 직원들이 알아채기라도 할까봐 한명이 먼저 사무실에 들어가면, 다른 한명은 휴게실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커피한잔을 마시고 느긋하게 출근했다.
可笑的是,公司裡沒有人知道他們倆正在熱戀。早上,兩人從同一棟房子裡並肩走出,搭乘同一輛車,金獨子在公司大樓附近下車。等他走進正門後,劉眾赫才將車停在停車場,若無其事地走進辦公室。為了避免被眼尖的員工發現,如果其中一人先進入辦公室,另一人就會在休息室裡消磨時間,喝杯咖啡,然後悠哉地去上班。

퇴근길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퇴근시간이 더 이른 유중혁이 먼저 지하로 내려가 있으면 30분쯤 후에 김독자가 퇴근을 했다. 그렇게 나란히 한차를 타고와서, 한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下班路上也沒什麼不同。同樣是下班時間更早的劉眾赫先下到地下室,約莫半小時後金獨子也下班了。兩人就這樣並肩搭著同一輛車回來,然後走進同一個屋簷下。

원래는 연애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통과하고 출근이 확정되자 김독자가 불안해했다. 혹시나 아주 사소한 것마다 트집을 잡고서 애인빽이니 낙하산이니 하는 소리를 듣기는 싫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김독자 본인도 싫었지만, 그 대상이 사랑하는 연인에게로 향한다면 아주 기분이 더러울 것 같았다. 높은 자리 올라가서 무능력한 애인 뒤처리나 해준다던가, 시기잘타서 직급달고 남자꽁무니나 쫓아다닌 다던가.
他本來沒打算隱瞞戀情。但當他通過面試並確定上班後,金獨子卻感到不安。他不想因為一些雞毛蒜皮的小事就被挑剔,然後聽到什麼「靠情人走後門」、「空降部隊」之類的話。金獨子本人也不喜歡聽到這些話,但如果這些話是針對他所愛的人,那他會覺得非常噁心。像是什麼爬到高位卻幫無能的情人擦屁股,或是趁機上位、追著男人跑之類的。

유중혁은 두 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품을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김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자신을 위해 씩씩대며 콧김을 뿜는 연인이 귀여워서 그냥 마음대로 생각하게 놔둬버렸다. 어찌됐든 그렇게 사내에서 둘의 은밀한 비밀연애가 시작되었다.
劉眾赫想告訴金獨子,沒有人會對那兩個人抱有那種想法,但看著為了自己而氣呼呼地噴著鼻息的戀人,覺得他很可愛,便任由他去想了。總之,兩人在公司裡就這樣開始了祕密的戀情。

“…그거 복사할 겁니까.”  「……你要複製那個嗎?」

“아, 유중…과장님. 네. 좀 많은데 먼저 쓰실래요?”
「啊,劉中……科長。嗯。是很多,您要先用嗎?」

“제것 하는김에 같이 복사해서 자리로 올려놓겠습니다.”
「我順便幫您影印一份,然後拿到您的座位上。」

“…그럴 필요는 없….”  「……沒那個必要……。」

“쉬고 계세요.”  「您好好休息。」

“……네.”  「……是。」

사무실에서 마주쳤을 때 딱딱하게 존댓말만 써야하는건 아쉬웠지만 이런 상황에 놓일수록 괜히 가슴이 간질거렸다. 일단 유중혁의 얼굴을 가장 좋아하는 김독자였기에, 각잡힌 정장차림에 머리까지 틀어올린 애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며 존댓말로 대해줄때마다 속으로 수백번씩 심장을 두드려팼다. 아무리 침착하려고 해도 집안에 온통 배여있는 유중혁의 페로몬이 은근하게 사무실을 맴돌때면 쿵쾅대는 박동이 멈추질 않았다. 그가 입사한 이래로 가장 크게 했던 고민은 잘생긴 제 애인에게 껄떡거리는 불순한 종자들을 어떻게 쳐낼까하는 문제인 듯 했다.
雖然很可惜在辦公室遇到時,只能用生硬的敬語,但越是這種情況,心裡就越是癢癢的。畢竟金獨子最喜歡劉眾赫的臉,所以每當他那穿著筆挺西裝、頭髮梳得整齊的愛人,露出溫柔的微笑並用敬語對待他時,他都會在心裡捶打自己的心臟數百次。無論他如何努力保持冷靜,當劉眾赫那瀰漫在整個家中的費洛蒙,若有似無地在辦公室裡徘徊時,他那劇烈跳動的心臟就無法停止。自從他入職以來,他最大的煩惱似乎是如何擺脫那些對他英俊的愛人圖謀不軌的傢伙。

간혹가다 탕비실이나 화장실에서 마주쳐 두 사람만 남게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마다 은근하게 손장난을 치거나 가볍게 버드키스를 날리는 것으로 업무중 쌓여있던 애정을 표출했다. 그러다가 찻잔을 씻으러 왔던 직원 하나에게 걸릴뻔 했지만 다행히도 눈치가 제로인 직원이었기에 매끄럽게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각지대에서 서로에게 향하는 애정표현은 멈추질 않았다.
偶爾也會在茶水間或洗手間裡,兩人獨處。每當這時,他們便會悄悄地玩弄對方的手,或是輕輕地啄吻,以此表達工作中積累的愛意。有一次差點被來洗茶杯的員工撞見,但幸好那員工是個沒眼力勁的,他們才得以順利脫身。即便如此,在死角處,他們對彼此的愛意表達也從未停止。

외근에서 돌아온 김독자가 로비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 스르륵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하고 마구 달려갔다.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세이프한 엘리베이터 안에는 유중혁이 있었다. 달려오느라 거칠어진 숨소리 사이로 딸꾹, 하는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살짝 느슨해진 넥타이와 숨이차 달아오른 얼굴, 엉망이 된 머리를 부끄러운 듯 매만지며 우물쭈물거리는 김독자를 보고, 유중혁은 말없이 엘리베이터의 닫힘버튼을 눌렀다. 저멀리서 같은과 대리가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지만 자비따위는 없었다.
金獨子出差回來,正拖著疲憊的步伐走過大廳,突然瞥見電梯門正緩緩闔上,他立刻拔腿狂奔。氣喘吁吁地趕上電梯,勉強擠進去後,發現劉眾赫也在裡面。他粗重的喘息聲中夾雜著一聲「嗝」。金獨子有些難為情地整理著微鬆的領帶、因奔跑而漲紅的臉龐,以及凌亂的頭髮,支支吾吾地不知該說什麼。劉眾赫看著他這副模樣,默默地按下了電梯的關門鍵。遠處,同部門的代理正慌慌張張地跑過來,但劉眾赫絲毫沒有手下留情的意思。

문이 닫히기 무섭게 유중혁의 단단한 손이 김독자의 얼굴을 감싸 들어올렸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밀려들어온 달큰한 살덩이가 열기를 품고 입안을 쓸었다. 농염하고 짙게 혀를 섞는 곳이 회사라는 점에서, 김독자도 달뜬 신음을 내뱉으며 유중혁의 온기를 반겼다. 1층에서 7층. 아주 짧은 입맞춤이었다.
門才剛關上,劉眾赫結實的手便捧起金獨子的臉。他還來不及叫出對方的名字,甜膩的肉塊便已闖入,帶著熱氣掃過他的口腔。在公司這種地方,兩人竟如此濃烈地交纏舌尖,金獨子也發出急促的呻吟,迎接劉眾赫的溫熱。從一樓到七樓,這是一段極為短暫的親吻。

“…오후업무는 많이 남았나?”  「……下午的工作還剩很多嗎?」

“…아니. 아마….”  「……不,或許……」

“일찍 끝내라.”  「早點結束。」

너무해. 유중혁의 태양 같은 미소를 보며 김독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터질것 같은 바지춤부터 해결해야 할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유중혁또한 마찬가지 였다. 가방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쪼르르 휴게실로 달려가는 김독자와 어기적대는 유중혁을 보는 이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太過分了。金獨子看著劉眾赫那如太陽般的笑容,心裡想著。他得先解決快要炸開的褲襠,然後才能回辦公室。而劉眾赫也一樣。幸好,沒有人看見金獨子把包包整齊地抱在胸前,然後一溜煙地跑向休息室,也沒有人看見步履蹣跚的劉眾赫。

들킬 듯 말 듯, 반년이 지나가도록 아찔하게 이어지는 비밀연애는 나름 즐겁고 산뜻했다. 사무실에서는 그리도 서로를 못만져서 안달이다가도 집에만 돌아가면 10년은 함께 산 부부처럼 서로의 배를 베고 누워 티비를 보거나, 나란히 앉아 팩을 붙여주거나, 물장난을 치며 함께 샤워하는 것이 전부였다. 두런두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투닥대며 양치질을 끝내면 한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하루는 팔베게를 하고 잠들때도 있었고, 또 하루는 딱달라붙어 끌어안은채 잠들때도 있었다. 평온하고 잔잔한, 하지만 견고한 사랑이었다.
被發現的危機若隱若現,這段持續了半年、令人暈眩的秘密戀情,倒也稱得上是愉快而清爽。在辦公室裡,兩人總是按捺不住想觸碰彼此的衝動,但只要一回到家,卻又像相伴十年的老夫老妻般,枕著對方的肚子看電視,或是並肩坐著替對方敷臉,又或者在淋浴時玩水嬉鬧,這就是他們生活的全部。兩人絮絮叨叨地分享著一天的故事,吃過晚飯,又打打鬧鬧地刷完牙,便躺在同一張床上入睡。有時是枕著手臂入眠,有時則是緊緊相擁而睡。這是一段平靜而溫和,卻又堅實的愛情。

 

신입사원의 일정은 스스로가 선택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반년이 넘어가도록 연차한번 제대로 맞춰서 써보지 못하고 주말에만 겨우 집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퍽 억울하고 갑갑하던 차에, 운이좋게 두 사람의 여름날짜가 겹쳤다. 정확하게 5일. 김독자가 취업하기 전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가까운 해외를 둘러보기에 딱 적당한 기간이었다. 아직 한달이 넘게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유중혁은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김독자는 그 준비성을 보며 혀를 차면서 박수를 쳤다.
<p>新鮮人的行程很難由自己選擇。因此,半年多來,他從未好好地請過年假,週末也只能勉強在住家附近轉轉。正當他感到非常委屈和鬱悶的時候,幸運地,兩人的暑假日期重疊了。整整五天。這段時間剛好足夠他們去金獨子在就業前曾說過想去的鄰近海外地區走走。雖然還有一個多月的時間,但劉眾赫已經完成了所有準備。金獨子看著他那份準備周全,一邊咋舌一邊拍手叫好。</p>

3박 4일. 언뜻 짧아보이기도 하는 기간이었으나 둘은 아주 알차게 관광지를 쏘다녔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커다란 유적지를 관람하기도 하고 티비에서 보던 유명한 맛집을 들러보기도 했다. 내키는 대로 먹고 마시고 즐겼다. 그중 최고는 단연코 여행지내내 머물렀던 호텔이었다.
三天四夜。乍看之下是段很短的時間,但兩人卻很充實地跑遍了觀光景點。他們參觀了只在網路上看過的大型遺跡,也走訪了在電視上看過的知名美食餐廳。隨心所欲地吃喝玩樂。其中最棒的,無疑是旅途中一直下榻的飯店。

“이게 그거래. 아로마…뭐더라.”  「聽說這是那個。芳香……什麼來著。」

“테라피.”  「治療。」

“그래. 그거…악.”  「對。那個……呃。」

“어깨 좀 펴고 다녀라, 김독자. 맨날 구부정하게 다니니 여기가 뭉치는거다.”
「走路的時候肩膀挺直一點,金獨子。你每天都彎腰駝背的,這裡才會僵硬。」

“나도 알아….”  「我也知道......」

알긴 아는데 세상살이가 그리 쉽겠냐. 신입사원의 하루는 눈치보는 걸로 시작해서 눈치보는 것으로 끝난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는 하루종일 펴질 날이 없었고, 덕분에 단단해진 어깨를 풀어준다며 유중혁은 김독자의 위에 올라타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등어리로 쏟아지는 맨질거리는 향유가 간지러웠다. 그 위를 유중혁의 커다란 손이 쓸고 지나갈때마다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아픈데,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我是知道啦,但這世道哪有那麼容易。菜鳥的一天從察言觀色開始,也以察言觀色結束。整天縮著的肩膀從來沒有舒展開來過,多虧了這副僵硬的肩膀,劉眾赫才能騎在金獨子身上,細心地替他按摩,說是幫他放鬆。滑溜溜的香油倒在背上,感覺癢癢的。每當劉眾赫的大手撫過,後頸就起雞皮疙瘩。明明很痛,卻不知為何感覺很好。

“아흑….”  「啊、呃……。」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가?”  「……會不會太喜歡了點?」

“좋긴 누가 좋…억.”  「誰說好…呃。」

잘못하면 혀를 깨물뻔 했다. 말하고 있는데 그 무게로 짓누르는 건 너무하다고 말하려 고개를 홱 젖혔다. 그리고 김독자는 그대로 딸꾹질을 했다.
差點咬到舌頭。他正想說話,卻被那股重量壓得喘不過氣,正想抱怨這太過分了,便猛地仰起頭。然後金獨子就這麼打了個嗝。

“…안좋나?”  「……不好嗎?」

미친….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도 모르고 김독자는 감탄어린 욕설을 내뱉었다. 단단하게 짜인 유중혁의 가슴근육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늘거리는 옷가지가 휘청거릴 때마다 안에 비춰지는 나신에 저절로 눈이 돌아갔다. 꿀꺽. 김독자의 목울대가 적막한 방안에 크게 울렸다. 민망함에 몸서리치는 그의 새하얀몸을 유중혁의 양손이 꾸욱 짓눌렀다. 허리춤에 묶여있던 가운의 끈이 손짓한번에 쉽사리 풀려 침대아래로 떨어져내렸다.
「搞什麼……」金獨子不自覺地脫口而出,發出感嘆的咒罵。劉眾赫結實的胸肌最先映入眼簾。每當輕薄的衣物晃動時,他赤裸的身體若隱若現,讓金獨子不自覺地轉開視線。咕咚。金獨子的喉結在寂靜的房間裡發出巨大的聲響。劉眾赫的雙手緊緊按住他那因尷尬而顫抖的雪白身體。繫在腰間的浴袍帶子,隨著他的一個手勢輕易鬆開,掉落在床下。

“난, 좋은데.”  「我,覺得不錯啊。」

씨근덕거리는 숨소리는 어느새 귓가의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엉덩이골 위를 문지르는 덩어리는 금세 빳빳하게 고개를 처들고 팔뚝만큼 부풀어 올랐다. 미친거 아니야…!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린 틈에 유중혁의 입술이 혓바닥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등뒤에서 덮쳐져오는 무게감에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였다. 거대하고 흉흉한 것이 등줄기를 따라 문질러질 때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粗重的喘息聲不知不覺已近在耳畔。磨蹭著臀溝的硬物很快便硬挺地抬起頭,膨脹得像手臂一樣粗。你瘋了嗎……!雖然想這麼喊,但轉過頭的瞬間,劉眾赫的嘴唇已將他的舌頭吞噬。背後襲來的重量感讓他不自覺地弓起了腰。每當巨大而兇猛的東西沿著脊背磨蹭時,他的臀部便會像期待著什麼似的使勁。

“하…. 김독자.”  「哈……金獨子。」

짐승이 이름을 부를때마다 흉통이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날개뼈위로 닿았다 떨어지는 가슴팍이 녹아내릴 듯 뜨거웠다. 귀뒤로 내려앉는 숨소리에 고개를 붕붕 휘저었다.
每當野獸呼喚他的名字,胸口便劇烈地起伏。貼上又離開的胸膛,熱得彷彿要融化。他猛烈地搖著頭,因為那呼吸聲正落在他的耳後。

“자, 잠깐….”  「等、等等......。」

참지못하고 김독자가 뒤로 팔을 뻗어 유중혁의 상체를 밀어냈다. 아니, 밀어내려고 했다. 가슴팍위에 힘없이 내려앉은 손마디가 바들거렸음에도 그는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벌어진 입안으로 길쭉한 손가락두개가 밀려 들어왔다. 단숨에 목구멍을 찔렀다가 뭉근히 혀뿌리를 눌러대는 감촉에 넘기지못한 타액이 주륵 흘러내렸다.
金獨子忍不住將手伸到身後,推開劉眾赫的上半身。不,他是想推開。儘管無力地落在胸膛上的指節顫抖著,他卻絲毫沒有被推開。兩根修長的手指伸進他張開的嘴裡。唾液順著嘴角流下,因為他無法吞嚥,那兩根手指瞬間刺入他的喉嚨,然後又緩緩地壓住他的舌根。

말을 잇지도 못하고 입속을 헤집는 손가락을 열심히 물고 빨아댔다. 잔뜩 침범벅이 된 손가락이 빠져나가며 길게 은사를 늘어트렸다. 무어라 입을 뻐끔이려던 김독자가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축축해진 손가락이 금세 엉덩이사이를 쓸어내렸다. 반사적으로 앞으로 기어나가려던 김독자의 허리를 단단한 팔이 휘어감아 고정시켰다.
他話都說不出來,只是努力地吸吮著在嘴裡攪動的手指。沾滿口水的手指抽離時,拉出了一條長長的銀絲。金獨子正要張嘴說些什麼,卻急忙吸了口氣。濕漉漉的手指很快地滑過臀縫。金獨子反射性地想往前爬,卻被一隻結實的手臂緊緊地環住腰部固定住了。

“거, 거기 잠시만….”  「呃,請、請等一下……」

“가만히 있어라.”  「別動。」

잠깐의 발버둥은 신경도 쓰지않고 젖은 손가락하나가 벌어지지 않은 둔부를 파고 들어왔다. 움찔, 시트위를 기던 다리가 저절로 굽어지며 엉덩이를 처들었다. 비좁은 구멍안을 단숨에 비집고 들어간 것과는 달리 꽉 닫혀있는 안쪽은 처음처럼 틈없이 맞붙어있었다. 유중혁의 뜨거운 숨결이 김독자의 뒷목을 물들여갈수록 뒷구멍을 파고드는 손가락이 깊은 곳을 향해 움직였고 꿈틀거리는 살덩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他絲毫不在意那短暫的掙扎,一根濕潤的手指探入尚未開啟的臀縫。金獨子猛地一顫,原本在床單上蠕動的雙腿不自覺地彎曲,臀部也隨之抬起。與那瞬間便被撐開的狹窄洞口不同,緊閉的內裡依然像最初那樣毫無縫隙地貼合著。隨著劉眾赫炙熱的氣息染上金獨子後頸,探入後穴的手指也朝深處移動,蠕動的肉塊變得灼熱。

“…힘, 빼라.”  「……放、放鬆。」

제 것을 받기에는 마냥 버겁기만한 구멍안으로 중지손가락이 자비없이 틈을 쑤시며 들어왔다. 벌써부터 손가락을 뜨겁게 오물거리는 내벽의 움직임이 모조리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영 늘어날 기미가 없는 아래의 감촉에 유중혁의 반대손이 허공에서 달랑거리는 김독자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서서히 달아오르는 성기에 닿는 열기만으로도 김독자는 파들거리며 몸을 떨었다.
中指毫無慈悲地鑽入洞穴,那洞穴對承受我的東西來說,只會感到無比吃力。我感覺到內壁的蠕動,已經開始炙熱地吞噬著手指。下方的觸感毫無擴張的跡象,劉眾赫的另一隻手輕柔地握住金獨子在空中晃盪的性器。明明什麼都還沒做,光是觸碰到那逐漸升溫的性器所散發的熱氣,金獨子就顫抖著身體。

“빠, 빨리.”  「快、快一點。」

하, 유중혁이 사나운 웃음소리를 냈다. 저 홀로 열에 달아오른 김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성기를 쥔 유중혁의 손을 잡고 아래위로 치대고 있었다. 정말이지 사람을 애타게 만드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애인이었다. 유중혁은 일부러 흔들리는 성기를 꾸욱 잡아쥐기만 했다. 조금씩 차오르던 흥분감이 일순 멈추자 김독자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불위로 머리를 부볐다.
哈,劉眾赫發出粗獷的笑聲。金獨子獨自一人情慾高漲,不知不覺間握住劉眾赫抓住自己性器的手,上下磨蹭著。這情人真是吊人胃口的一把好手。劉眾赫故意只緊緊握住那晃動的性器。逐漸升高的興奮感瞬間停滯,金獨子發出呻吟,將頭埋進被褥裡磨蹭。

“아, 싫어…. 만져줘….”  「啊,不要...... 摸我......」

유중혁은 일부러 아주 느리게 손에 잡히는 성기를 귀두까지 잡아올렸다가 아래로 훅 미끄러트렸다. 그것을 반복할때마다 품안에서 끙끙대는 목소리가 울렸다. 한손으로는 프리컴이 새어나오는 기둥을 쓸어주며 한손으로는 점점 부드러워지는 구멍속을 벌리고 쑤셔댔다. 손가락 사이를 주욱 벌려 안쪽을 가위치기하듯 짓치자 빨갛게 달아오른 귀두끝이 파르르 떨렸다. 사정이 가까워졌는데도 느릿느릿 치대기만 하는 손가락이 원망스러운 듯 자꾸만 김독자의 양손이 자신의 성기를 쥐락펴락했다.
劉眾赫故意緩慢地將手中握住的性器從龜頭處往上推,然後又猛地往下滑。每重複一次,懷裡便傳來一聲聲的呻吟。他一手撫摸著滲出前列腺液的柱身,另一手則撥開並深入逐漸濕潤的穴口。當他將手指撐開,像剪刀般攪動內部時,紅腫的龜頭前端便顫抖起來。儘管高潮將近,金獨子卻似乎怨恨著那緩慢撫弄的手指,他的雙手不斷地抓握著自己的性器。

부드럽게 손가락에 감겨오는 내벽이 점차 손짓을 따라 벌어질수록 유중혁의 손도 위아래를 슬금슬금 오르내렸다. 결국 둥근 요도구에서 허여멀건한 진액이 꿈틀대며 흘러나왔다. 이도저도 아닌 사정감에 김독자가 짜증스럽게 시트를 구겨쥐었다.
內壁柔軟地纏繞著手指,隨著手勢逐漸張開,劉眾赫的手也緩緩地上下撫動。最終,乳白色的黏液從圓形的尿道口蠕動著流出。金獨子因這種不上不下的射精感而煩躁地抓緊了床單。

“씨…발…. 그거, 싫어….”  「他媽的……我、我不要……」

싫기는 무슨. 유중혁이 비릿하게 웃으며 김독자의 뒷목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있던 뒷구멍으로 손가락네개를 처박아넣었다. 갑작스레 짓이겨지는 내벽의 압박감에 김독자의 허리가 뒤틀렸다. 여전히 단단한 손아귀 안에 잡힌 성기는 질금대며 정액을 툭툭 흘려댔다. 채 배출되지 못한 사정감이 머릿속을 쿵쿵 울려대는 기분이었다.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중혁의 두터운 손마디가 주륵 뒤로 물렸다가 벌어진 내벽으로 한번에 밀려들어왔다.
什麼討厭不討厭的。劉眾赫輕蔑地笑了笑,輕輕吻了金獨子的後頸。然後,他迅速將四根手指插進金獨子那瞬間放鬆的後穴。內壁突然被擠壓的壓迫感讓金獨子的腰肢扭曲。仍然被緊握在堅實手掌中的性器不斷滲出精液。那種未能完全排出的射精感,彷彿在腦海中轟鳴作響。不知是知道還是不知道他的心思,劉眾赫粗厚的手指節滑出,又一次性地推入那敞開的內壁。

“읏, 흐응….”  「唔,哼嗯......。」

길다란 중지손가락이 안쪽의 살점을 꾹 짓누르자 김독자의 새된 비음이 늘어졌다. 다시한번 얕은곳으로 빠져나간 손가락이 방금전보다 깊숙한 곳으로 밀고들어왔다. 좁디 좁은 곳을 더듬고 긁어내리는 감촉에 내장까지 떨려오는 것 같았다.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엉덩이를 치켜들라는 듯 안으로 찔러넣던 질척한 손길이 위쪽을 향해 처올라갔다. 고작해야 손가락일 뿐인데, 전립선까지 짓이겨오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修長的中指用力按壓內裡的軟肉,金獨子發出尖銳的鼻音。指頭再次滑向淺處,然後比剛才更深入地推了進去。在狹窄之處摸索、刮擦的觸感,彷彿連內臟都在顫抖。那濕黏的手指不斷往裡探,似乎是想讓金獨子抬高不斷塌陷的臀部,然後向上方頂去。明明只是手指,卻能清晰感受到前列腺被擠壓的感覺。

“히, 끅흐, 읏…!”  「呃、咳哼、唔......!」

울 듯 말 듯 더듬거리는 신음소리에 유중혁이 이를 세우고 손가락을 박아넣었다. 쿨쩍이며 흘러나온 애액이 손바닥을 타고 고환까지 주륵 흘러내렸다. 뻐금거리던 귀두끝이 말간 진액만 질금거리며 시트위를 적셔갔다. 체취를 맛본 알파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오메가의 목덜미를 짓씹었다. 타액으로 젖어들어가는 마른 살갗위에 붉은 잇자국이 생겨났다. 이제 구멍을 벌려대는 손가락은 마치 성기라도 된 것처럼 움직였다. 허리짓을 하듯 철벅이며 추삽질을 반복하는 감각에 김독자가 침대위로 얼굴을 문지르며 자지러졌다.
劉眾赫聽著那似哭似泣、斷斷續續的呻吟聲,咬緊牙關,將手指插了進去。愛液汩汩流出,沿著手掌一直淌到睪丸。龜頭翕動著,只流出清澈的津液,浸濕了床單。聞到體味的 Alpha 本能地咬住 Omega 的後頸。乾燥的皮膚被唾液浸濕,留下了紅色的齒痕。此刻,那撐開穴口的手指,動作彷彿成了性器。金獨子在床上磨蹭著臉,因那如腰部擺動般,啪嗒作響、反覆抽插的感覺而顫抖不已。

“흐으, 아, 앙! 기, 기다….”
「呼,啊,嗯! 等、等等......」

제대로 방출하지 못한 정액이 전립선을 쑤셔대는 손가락으로 왈칵 요도구를 타고 투둑 터져나왔다. 기둥을 타고 허여멀건하게 쏟아져 내리는 정액이 고환을 타고 흘러가다가 음부의 바로 아래쪽에서 툭툭 떨어져내렸다.
未能順利排出的精液,隨著攪弄著前列腺的手指,猛地沿著尿道口噴濺而出。精液沿著陰莖流淌而下,乳白色的液體滑過睪丸,滴滴答答地落在陰部正下方。

“하으…. 기다…리…하윽!”  「哈啊...... 等...... 等...... 哈啊!」

축축하게 젖어 흐르는 애액을 엉덩이골에 치대던 손가락이 자비없이 빠져나가고 바로 구멍위로 뭉툭한 살덩이가 틈을 파고들었다. 침대위는 벌써 앞뒤로 흘러내린 체액에 눅진히 젖어가고 있었다. 언제 넣어도 버겁기만한 유중혁의 성기가 주름진 구멍위를 뭉근히 비벼대자 김독자가 다급하게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쥐었다. 작은 토끼가 성욕을 좇아 바르작대는 꼴이 귀여워서 유중혁은 와중에 미소가 번졌다.
沾濕淋漓的愛液在股溝上磨蹭,手指無情地抽離,隨即粗鈍的肉塊便鑽入穴口。床鋪早已被前後流淌的體液浸潤得黏膩。每每進入都嫌撐脹的劉眾赫的性器在褶皺的穴口上緩緩磨蹭,金獨子急忙用手握住自己的性器。小兔子追逐性慾而扭動的模樣可愛極了,劉眾赫不禁在其中綻開一抹微笑。

“아, 으흐.”  「啊,嗯哼。」

엄지손가락으로 둔부를 양쪽으로 잡아벌린 유중혁의 손이 느리게 주름위를 매만졌다. 파드득 튀어오르는 허리가 무게감에 잔뜩 짓눌렸다. 손가락을 네 개나 물고있던 주제에 다물리기만 하는 구멍이 귀두를 물고 잔뜩 벌어졌다. 끝에 겨우 고여있던 애액이 쿨쩍이며 주먹만한 성기의 입구를 적셔주자 조금씩 느리게 귀두가 빨려들어갔다. 젤리속에 주먹을 집어넣은 듯 성기의 모양대로 붙어오는 내벽이 한없이 달라붙어왔다.
劉眾赫用拇指將臀瓣向兩側掰開,他的手緩緩撫摸著皺褶。猛地彈起的腰肢被重量壓得死死的。明明含著四根手指,卻只會緊縮的穴口,將龜頭含住,大大地張開。好不容易積在前端的愛液咕嘟作響地潤濕了拳頭般大小的性器入口,龜頭便一點一點地緩緩被吸了進去。內壁像將拳頭伸進果凍般,緊貼著性器的形狀,不斷地黏了上來。

“흡, 하으응….”  「嘶,哈啊......。」

버거운 부피감이 얕은 곳을 잘게 치대며 구멍안을 쑤셔 들어오는 감각에 김독자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대로 단번에 치고 올라온다면 정말 입밖으로 차오를 것 같은 흥분감에 성기를 문 엉덩이가 파르르 떨렸다. 겨우 입구에 걸쳐있는 귀두가 달라붙는 살덩이들을 밀어내며 죽죽 안으로 파고들었다. 깔짝이며 들쑤시던 성기의 모양을 따라 벌어진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져 찌르르 뒷목을 울렸다. 밭은 숨을 헐떡이던 김독자가 극점을 꽉 짓누르고도 한참을 더 밀려들어오는 부피감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金獨子摀住了嘴,沉重的體積感在淺處細細揉搓,鑽入洞穴的感覺讓他難以承受。如果就這樣一口氣衝上來,那種興奮感彷彿會從嘴裡溢出,夾著性器的臀部微微顫抖。勉強掛在入口的龜頭推開緊貼的肉塊,緩緩地向內鑽去。隨著性器輕輕攪動的形狀,張開的洞穴擴張到極限,震得後頸一陣酥麻。金獨子喘著粗氣,沉重的體積感即使緊緊壓住極點,卻仍不斷向內推進,最終他還是忍不住哭了出來。

“흐, 으윽, 아, 아파…. 흐윽….”
「呼,嗚呃,啊,好痛……呼呃……」

“쉬이….”  「噓……」

이제 기분좋아질 거야. 금수 같은 목소리가 고막을 달궈댔다. 그말이 정답이라는 듯 어느새 팔뚝만한 성기를 문 엉덩이가 제맘대로 들썩였다. 입으로는 훌쩍훌쩍 울음을 웅얼거리면서 잘도 성기를 조여무는 애인의 뒷구멍을 느리게 문질렀다. 흥분어린 입매가 사납게 치켜올라갔다.
現在你會感覺好起來的。野獸般的聲音灼熱著耳膜。彷彿這句話是正確答案,含著手臂般粗大性器的臀部,不知不覺間隨心所欲地顫動著。他緩慢地撫摸著愛人後穴,對方嘴裡嗚咽著哭泣,卻仍緊緊地夾著性器。興奮的嘴角兇猛地向上揚起。

“읍, 하윽!”  「唔,哈啊!」

천천히 길을 내며 어루고 달래기만 하던 성기가 한순간에 내벽의 끝에 닿았다. 돋아난 혈관들은 빠짐없이 내벽을 이리저리 긁어내렸다. 억지로 벌어져있는 구멍은 말만한 것을 삼키고도 자꾸만 오물거렸다. 제 주인을 닮아 야하고 탐욕스러운 구멍이었다.
性器緩緩地開拓著道路,只是一味地愛撫和哄慰,卻在瞬間抵達了內壁的盡頭。隆起的血管無一例外地刮擦著內壁。被迫張開的孔穴吞下了巨大的東西,卻仍舊不停地蠕動著。那是一個像極了它主人,既淫蕩又貪婪的孔穴。

“끄으, 아, 그마, 안.”  「唔,啊,別、別再。」

“…하.”  「…… 哈。」

뒤로 뻗어온 손이 유중혁의 아랫배를 밀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얀 손등 아래로 드문드문 보이는 접합부가 도톰히 부어올라 말간액을 질질 떨궜다. 미치도록 야하기만한 구멍은 성기가 추삽을 해댈때마다 묽은 애액이 절걱이며 흘러내렸다. 음부를 타고 뚝뚝 떨어지는 점액이 마치 고환이 사정한 것처럼 보이도록했다. 정말이지.
從後方伸來的手,使勁地推著劉眾赫的下腹。白皙的手背下方,隱約可見的接合處腫脹得飽滿,不斷滴落著清澈的液體。那淫靡至極的孔穴,每當性器抽插時,稀薄的愛液便嘩啦啦地流淌下來。沿著陰部滴落的黏液,看起來就像是睪丸射精了一般。真是的。

“…미치겠군.”  「…… 真是要命。」

“…끄흑…!”  「……呃、呃啊!」

신음을 짓씹은 유중혁이 아직 한마디가량 남아있던 뿌리끝을 자비없이 안쪽으로 처박아넣었다. 휘꺽 젖혀진 고개를 따라 하얀 목울대가 드러났다. 꾹 닫혀있던 내벽을 휘저어 막힌곳을 꿰뚫은 성기가 자꾸만 결장아래를 짓눌렀다.
劉眾赫咬著呻吟,毫不留情地將還剩約莫一截的根部捅了進去。隨著他猛然仰起的頭,白皙的喉結顯露出來。攪動著緊閉的內壁,貫穿堵塞處的性器不斷壓迫著結腸下方。

“하, 아악!”  「哈,啊啊!」

아예 음모가 엉덩이에 비벼질 정도로 몸을 꾹 누르자 새된 신음이 튀어나왔다. 내장을 찔러올리듯 박힌 성기에 안쪽의 여린살갗이 오물오물 달라붙어왔다. 김독자가 헐떡이며 공기를 들이키는 동안 유중혁은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자신의 것을 쑤셔넣은채 가만히 숨을 골랐다. 이대로 품에 옥죄어 허리를 짓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다시 매트리스 위에 이마를 부비적거리며 칭얼거리기 시작한 김독자의 등줄기부터 뒷목을 타고 유중혁의 입술이 지분거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귓바퀴를 콱 깨물면 흉흉하게 벌어진 구멍안이 파드득 떨어댔다. 살살 장벽을 벌리고 들어간 성기를 물린 유중혁은 귀두만 겨우 걸쳐져 있을 때 다시 느리게 안쪽을 헤집었다.
他將身體緊緊壓下,幾乎讓陰毛都磨蹭到臀部,尖銳的呻吟聲隨之溢出。內裡嬌嫩的肌膚蠕動著,緊貼著那如刺入內臟般深埋的性器。當金獨子喘息著吸氣時,劉眾赫將自己的性器深深埋入他體內最深處,靜靜地調整呼吸。他強忍住此刻想將他緊擁入懷,猛烈衝撞的渴望。金獨子又開始在床墊上磨蹭著額頭,發出嗚咽聲,劉眾赫的嘴唇從他的脊背一路輕撫到後頸。當他用力咬住那泛紅的耳廓時,那駭人地張開的穴口便顫抖不已。劉眾赫緩緩地將性器從那撐開的壁壘中抽出,只讓龜頭勉強掛在邊緣,然後又緩慢地深入攪動。

길고 두터운 것이 툭 내벽을 긁어올리면서 볼록 튀어나온 극점을 꾹꾹 문질렀다. 안쪽에, 더 깊은 내장까지 찔러들어가는 느린 허리짓에 김독자가 힘없는 손을 들어 유중혁의 허벅지를 팍 내리쳤다.
又長又粗的東西刮擦著內壁,緩緩地凸起,輕輕地摩擦著突出的敏感點。緩慢的腰部動作深入內部,甚至觸及更深層的內臟,金獨子無力地抬起手,猛地拍打劉眾赫的大腿。

“흐, 으…빨리…!”  「呼,呃……快點……!」

웃음소리와 비슷한 신음을 흘린 유중혁이 뿌리끝까지 성기를 밀어넣었다. 그대로 천천히, 깊은 곳을 깔짝이며 잘게 기둥이 흔들거렸다. 꺼떡이는 성기가 꺾어지는 곳을 쑤셔팠다가 다시 극점을 짓뭉갰다. 다시 내장에 박혀오는 무게감에 김독자의 성기가 힘없이 사정을 했다. 허여멀건한 정액은 투둑 시트위를 짙게 적셨다.
劉眾赫發出類似笑聲的呻吟,將性器推到根部。就這樣緩緩地,輕輕地觸碰著深處,柱身細微地顫動著。勃起的性器在彎曲處來回抽插,再次搗碎了極點。金獨子的性器在再次被內臟壓迫的重量下無力地射精了。乳白色的精液啪嗒地,濃稠地浸濕了床單。

“아, 으흑…주, 중혁아.”  「啊,嗚……主、中赫啊。」

자꾸만 느릿느릿 추삽질을 해대는 탓에 혈관과 귀두끝이 내장을 들쑤시는게 생생히 느껴졌다. 내벽을 가를 듯이 박혀오는 기둥이 반갑다는 듯 접합부를 쿨쩍이는 애액이 거품과 함께 질척한 소리를 냈다.
他緩慢地抽送著,血管和龜頭末端清晰地感覺到在攪動著內臟。柱狀物彷彿要劃開內壁般地插入,接合處的愛液像是在歡迎般地發出黏膩的咕嚕聲,伴隨著泡沫。

빠르게 해줘, 고개만 살풋 돌려 유중혁의 목덜미에 입을 촙 맞추며 김독자가 속삭였다. 천천히 구멍을 깔짝이는 성기에 사정감이 차오르기만 할뿐 배출이 되질않아 괴로웠다. 쾌감이 쌓이고 쌓이는데 절정에 이르지 못한 몸뚱이가 자꾸만 매트리스로 무너져내렸다. 다행히 울음섞인 앙탈에 유중혁은 이를 꽉 물며 김독자의 골반을 틀어쥐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훅 뒤집히며 내벽이 잘근거리던 성기가 살덩이들을 죄 헤집고 돌아갔다. 깜박, 가늘게 뜬 눈가에 저도모르게 비져나온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快一點。」金獨子輕輕轉過頭,將嘴唇貼上劉眾赫的頸項,低聲說道。性器緩慢地在穴口處磨蹭,射精感不斷累積卻無法排出,令他痛苦不堪。快感層層堆疊,身體卻無法達到高潮,不斷地癱軟在床墊上。幸好,劉眾赫聽到他帶著哭腔的撒嬌,緊咬牙關,握住金獨子的骨盆。瞬間,視線猛地翻轉,原本在內壁處磨蹭的性器,將所有肉塊都攪動了一遍。眨眼間,他半睜的眼角不自覺地滲出淚珠,晶瑩地凝聚著。

김독자의 허벅지사이로 자리를 잡은 유중혁이 그의 다리한짝을 어깨위로 걸쳤다. 빼꼼히 들린 엉덩이 사이로 빠듯하게 벌어진 연홍빛의 구멍이 부어오른채 두툼한 성기를 꼭 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어라 할새도 없이 투둠한 성기가 안쪽을 콱 내리찧었다.
劉眾赫在金獨子的大腿間就位,將他的一條腿扛上肩頭。從微微抬起的臀瓣間,可以看見那緊繃張開的嫣紅穴口腫脹著,緊緊含住粗大的性器。還來不及說什麼,那粗重的性器便猛地向內搗去。

“흐, 아앙! 하, 악!”  「呼,啊啊! 哈、呃!」

눈앞에 별이 튀고 시야가 자꾸만 깜박였다. 위로 밀려올라가지 않도록 골반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장골을 압박했다. 귀두만 삼키도록 주욱 빼낸 성기가 순식간에 다시 닫힌 내벽에 처박혔다. 음부가 고간에 부딪혀 빨갛게 달아올랐다. 힘없이 매트리스 위에서 흐느적거리는 팔을 들어 유중혁이 자신의 뒷목에 둘러주었다. 상체가 가까워지니 안쪽을 짓이기는 각도가 틀어져 더욱 쾌감을 쥐어짰다.
眼前星光迸濺,視野不斷閃爍。緊握骨盆的手使勁壓迫髂骨,以免身體向上滑動。剛抽出只剩龜頭的性器,瞬間又被緊閉的內壁撞了回去。陰部撞上股間,變得紅腫發熱。劉眾赫抬起無力地在床墊上擺動的手臂,環繞在自己的後頸上。上半身靠近後,擠壓內部的角度改變,更榨取出快感。

“아, 아! 흐앙…!”  「啊、啊!嗚嗯……!」

교성을 토해내는 잇새로 타액이 흘러 턱 끝에 고였다. 그마저도 유중혁이 짧게 입을 맞춰오는 통에 죄다 그의 입술위를 적셨다. 빠르게 성기가 출입하는 접합부에 새하얀 거품이 일어나 구멍을 부드럽게 녹여냈다. 정액보다 더 새하얀 피부에 열과 쾌감이 올라 온통 발갰다. 유중혁의 시선이 제 허리짓에 맞춰 들썩이는 아랫배로 향했다. 홀린 듯이 그위로 손을 덮고 꾸욱 눌렀다.
他嘶吼著,唾液從齒縫間溢出,積在下巴尖。就連那點唾液,也因為劉眾赫短暫的親吻,全數沾濕了他的唇。性器快速進出的接合處,泛起潔白的泡沫,溫柔地融化了穴口。比精液更為潔白的肌膚,因熱度與快感而漲紅。劉眾赫的視線望向隨著他腰部動作而起伏的下腹。他像是著了魔般,將手覆蓋其上,用力按壓。

“하윽, 하, 하지! 마…!”  「哈啊,不、不、不要! 住手...!」

손바닥 아래로 불룩 튀어나오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마른 뱃가죽위로 솟아오르는 제 성기의 모양이 만족스러운 듯 자꾸 아랫배위로 튀어오른 정액을 뭉근하게 펴바르며 꾹꾹 손바닥을 눌렀다. 허리를 처올릴때마다 안쪽을 눌러대는 통에 극점이고 내장이고 죄다 뭉개졌다. 내벽이 열기에 녹아 흐물거리자 성기를 뒤로 뺄때마다 발간살덩이가 죽 딸려나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차오르는 통에 유중혁은 눈을 꾹 감았다 떴다.
手掌下傳來沉甸甸的隆起感。他似乎很滿意自己那在乾癟的肚皮上隆起的性器形狀,不斷地將噴濺到小腹上的精液緩緩抹開,並用力地按壓著手掌。每當他挺腰時,內裡被壓迫得極點,連內臟都彷彿被揉碎了。內壁因熱氣而融化變得軟爛,每當他將性器抽出時,紅色的肉塊便會隨之拉扯出來。光是看著這景象,劉眾赫便感到一股射精感湧上,他緊閉雙眼,然後又睜開。

“히끅…!”  「嗝......!」

파득, 김독자의 허리가 매트리스위에 둥글게 튀어올랐다. 파르르 떨리는 것이 성기인지, 내벽인지, 아니면 지금 제 성기가 처박아대는 결장인지 알수가 없었다. 괴물처럼 큰 성기를 삼키고 있는 내장이 꿈틀대며 몸을 떨었다. 꺼떡이는 성기가 딸기처럼 붉었지만 바들거리기만 할뿐 액체를 뿜어내지는 못했다. 뒷구멍으로 찾아오는 오르가즘은 길고 짙었다. 정말 죽을것 같은 쾌감이 이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흐느적거리는 김독자의 손가락이 유중혁의 아랫배를 밀어내듯 건드렸다. 새하얗고 마른 손가락 사이로 까슬한 음모가 훑어졌다.
金獨子的腰在床墊上弓起,猛地彈了一下。不知道是性器、內壁,還是現在他的性器正插進去的結腸在顫抖。吞噬著怪物般巨大性器的內臟蠕動著,身體顫抖不已。那根抽動的性器紅得像草莓,卻只是顫抖著,無法噴出液體。從後穴傳來的高潮漫長而濃烈。那種幾乎要人命的快感,現在甚至變得痛苦。金獨子癱軟的手指觸碰著劉眾赫的小腹,像是要將他推開。粗糙的陰毛從他蒼白而瘦削的指間掃過。

“흐으…. 죽…을거, 같….”  「呼...... 我...... 快...... 死了......」

하악, 띄엄띄엄 단어를 뱉어내는 목소리가 다시 갈라진 신음을 쏟아냈다. 유중혁은 김독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손대지 않고도 기대에 찬 유두가 봉긋이 솟아올라와 있었다. 아래로는 빠르게 성기를 처박아넣으며 입술은 느긋하게 유륜을 지분거렸다.
哈啊,斷斷續續吐出字句的聲音再次發出沙啞的呻吟。劉眾赫將臉埋進金獨子的胸膛。即使沒有觸碰,充滿期待的乳頭也已高高挺立。他快速地將性器埋入下方,嘴唇則悠閒地玩弄著乳暈。

“으, 응…하악…!”  「唔、嗯……哈啊……!」

유두끝을 이로 잘근거리다가 혀로 주욱 쓸어올리니 뜨거운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유중혁의 세운 혀끝이 젖꼭지를 폭폭 찌르고 동그랗게 핥아냈다. 잇자국이 부어오를 때까지 물고 빨아대던 까만정수리가 이제는 목울대를 우물거렸다. 턱선을 타고 쪽쪽 부끄러운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면서도 유두를 꼬집고 튕기는 손가락을 멈추지를 않았다.
他用牙齒輕輕啃咬著乳頭,然後用舌頭緩緩舔舐,使其沾滿了炙熱的唾液。劉眾赫豎起的舌尖輕輕戳刺著乳頭,然後圓潤地舔舐著。那烏黑的髮旋,方才還在啃咬吸吮著乳頭,直到留下齒痕並使其腫脹,此刻卻已在喉結處輕輕蠕動。他沿著下顎線發出羞恥的啵啵聲,一邊親吻著,一邊卻未曾停止用手指捏弄和彈撥乳頭。

“자, 잠…아, 아앙…!”  「等、等... 啊,啊嗯...!」

다급한 목소리는 채 이어지지 못하고 몸뚱이만 바르르 떨었다. 연신 차오르는 쾌감에 이제는 젖꼭지만으로 절정에 달아올랐다. 좁아터진 장벽을 꿰뚫고 박아넣던 유중혁의 성기도 움찔, 떨리며 뜨거운 정액을 울컥 쏟아냈다. 내장깊이 채워지는 열기에 바르작거리던 김독자도 다시금 다리를 파득 흔들며 절정에 이르렀다. 점액을 쏟아내지 못한 성기가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아랫배위에서 꺼덕이는 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절정에 김독자의 고개가 휘청거렸다. 중혁아, 중, 혁아. 사정열 속에서 제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중혁이 거칠게 씨근덕거렸다.
急切的聲音未能持續,只剩下身體不住顫抖。不斷湧上的快感,如今只靠著乳頭便已達到高潮。穿透狹窄腸壁、猛力抽插的劉眾赫的性器也猛地一顫,噴出滾燙的精液。被深埋內臟的熱氣填滿,金獨子也再次掙扎著,雙腿不住顫抖,達到高潮。未能射出黏液的性器腫脹得彷彿要炸開,在小腹上不住抽動,然而高潮卻似乎永無止境,金獨子的頭搖晃著。眾赫啊,眾、眾赫啊。聽著愛人在射精的熱潮中,焦急地呼喚著自己的名字,劉眾赫粗重地喘息著。

“윽, 하…. 김독자.”  「呃,哈……金獨子。」

미안하다. 대충 웅얼거린 사과가 무엇을 향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와중에 김독자의 양쪽 다리가 훌쩍 들렸다. 유중혁의 양팔이 그의 다리를 쥐어벌리고 제 상체로 허벅다리를 꾸욱 눌렸다. 꼼짝도 하지못하게 억눌러진 자세로 정액을 흘리던 성기가 다시금 내장을 쾅 내려찍었다.
對不起。金獨子還搞不清楚這聲含糊的道歉是衝著什麼,雙腿就已經被高高抬起。劉眾赫的雙臂扳開他的腿,用自己的上半身用力壓住他的大腿。在這種動彈不得的壓制姿勢下,原本正流著精液的性器再次猛烈地撞擊著內壁。

“…끄으…!”  「…… 呃啊......!」

말도 잇지못하고 위아래로 흔들리기만 하는 김독자의 몸을 짓누르고, 유중혁이 점차 처박는 움직임을 빠르게했다. 아예 위에서 아래로 구멍을 틀어막는 성기가 아까보다도 더 부피를 키우고 내벽에 들이박혔다. 속절없이 침대와 유중혁의 몸 사이에서 구겨지는 몸뚱이에 점점 더 열감이 올랐다. 아까와 다른 사정감이 물밀 듯 타고올라왔다.
劉眾赫壓制著金獨子那說不出話,只能上下搖晃的身體,逐漸加快了抽插的動作。完全從上到下堵住洞口的性器,比剛才更加膨脹,撞擊著內壁。在床和劉眾赫身體之間,被無情地擠壓的身體,熱度越來越高。與剛才不同的射精感如潮水般湧了上來。

숨이 막혀 목구멍에선 쉰소리만 자꾸 터져나왔다. 흔들리는 눈앞이 흐릿해지는 와중에 상체가 훅 들려 단단한 가슴팍에 폭 안겼다.
呼吸困難,喉嚨裡不斷發出嘶啞的聲音。眼前搖晃的景象逐漸模糊,這時上半身猛地被抬起,重重地跌進一個堅實的胸膛。

“흐…으읏….”  「呼……嗯……」

자신을 꼬옥 품에 안고있는 유중혁의 표정도 살짝 흐트러진채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와중에 찡그려진 눈가마저도 깎아만든 조각상 같아서 김독자는 헐떡이며 얼굴을 감상했다. 찰나의 여유는, 정말 잠시뿐이었다.
緊緊抱著自己的劉眾赫,臉上的表情也有些紊亂,粗重地喘著氣。即便如此,他那皺起的眉眼仍像雕塑般完美,金獨子喘息著欣賞他的臉龐。這片刻的閒暇,真的只有一瞬。

“…아, 아악! 흐, 으, 아앙…!”
「…… 啊,啊啊! 呼,唔,啊啊......!」

마주보게 앉아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유중혁이 팔을 풀며 허리를 처올렸다. 중력으로 결장을 쑤욱 치고 올라온 성기가 한참을 더올라가 살덩이를 쑤셨다. 휘어지는 곳을 벌리다못해 아예 직장에 처박히는 팔뚝만한 부피감에 꺽꺽대는 숨소리가 절로 터졌다. 히끅, 교성도 내뱉지못하고 퍽퍽 처박히는 굵은 성기에 벌어진 구멍틈새로 아까 싸지른 정액이 꿀럭이며 흘러내렸다.
面對面坐著、抱住自己的劉眾赫鬆開手臂,挺起腰身。被重力向上頂入結腸的性器又向上挺進了許久,捅進了肉塊。被撐開到彎曲的部位,甚至被直接捅進直腸的、手臂般粗大的體積,讓自己忍不住發出哽咽的喘息聲。嘶、自己連呻吟都發不出來,粗大的性器猛烈地捅入,剛才射出的精液咕嘟咕嘟地從撐開的洞口流了出來。

“힉! 그, 그마안, 아, 아!”
「嘶!那、那樣,啊、啊!」

유중혁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김독자의 얼굴이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젖어갔다. 엇박자로 들썩이던 김독자의 성기가 왈칵 물줄기를 토해냈다. 푹푹 성기가 내벽을 찔러올릴 때마다 붉은 요도구에서 오줌처럼 말간 액체가 픽 쏘아져 음부로 흘러내렸다. 분수처럼 체액을 쏟아내는 성기를 붙잡고 유중혁이 몇 번더 허리를 털어내자 이내 뜨거운 정액이 내벽을 온통 적셔대며 터져나왔다. 두 번째 사정은 아까보다 더욱 후희가 길었다. 뭉근하게 귀두를 돌리며 안쪽을 문지르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김독자가 훌쩍였다. 빼지않은 성기는 아직도 바짝 선채 여린 살덩이들을 죄다 밀어냈다.
金獨子將臉埋在劉眾赫的胸膛,臉上沾滿了淚水和唾液,濕漉漉的。金獨子那不合拍地抽動的性器,猛地噴出了一股水柱。每當性器深深地刺入內壁時,紅色的尿道口便像尿液般噴出清澈的液體,流向陰部。劉眾赫抓著像噴泉般湧出體液的性器,又挺動了幾下腰,隨即,炙熱的精液便噴湧而出,浸濕了整個內壁。第二次射精的餘韻比上次更長。當他輕輕轉動龜頭,摩擦著內側時,金獨子便用沙啞的聲音抽泣著。那未曾拔出的性器,依然堅挺地將所有嬌嫩的肉團推開。

“힘…드러…. 흐으….”  「好... 累...。 呼...。」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반가워 평소보다 더 과하게 몰아부친 것이 뒤늦게 미안해진 유중혁이 눈을 데굴굴렸다. 구멍을 지분대던 성기가 달싹이나 싶더니 다시 기세를 키워 꺼덕이는게 내벽으로 느껴졌다. 김독자가 가슴팍에 힘없이 늘어진채 울상을 지었다.
久違的休憩令人欣喜,劉眾赫卻因自己比平時更過度的索求而感到歉疚,他轉動著眼珠。在穴口磨蹭的性器似乎動了一下,接著又蓄勢待發地挺入,內壁感受到了它的抽送。金獨子無力地癱軟在劉眾赫胸膛上,愁眉苦臉。

“시러…. 못, 흐아, 앙…!”  「不要...... 不、哈啊、嗯......!」

부풀어 오르는 성기에 맞춰 한계없이 벌어지는 제 안쪽의 감각이 선연했다. 또 한번 유중혁은 성의없는 사과를 짓씹고는 품에 들려있던 김독자를 조심히 침대위로 눕혔다. 개새끼. 작게 웅얼거린 목소리는 금세 신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눈물이 비져나와 짓무르기 시작한 눈꺼풀 위에 따스한 입술이 내려앉았다. 다정하기 그지없는 부드러운 입맞춤과는 다르게 아래는 서서히 속도를 올려 깊은곳을 처박아대고 있었다.
隨著腫脹的性器,體內毫無限制地擴張的感覺清晰無比。劉眾赫又一次咀嚼著敷衍的道歉,小心翼翼地將抱在懷裡的金獨子放到床上。狗娘養的。低聲的咒罵很快被呻吟聲淹沒,聽不見了。溫暖的嘴唇落在淚水溢出、開始紅腫的眼瞼上。與那溫柔至極的吻不同,下方卻逐漸加快速度,深深地撞擊著深處。

머릿속이 온통 정액으로 범벅이 되는 기분이었다. 엉덩이에 부딪혀오는 살갗이 뜨겁고 저릿했다.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익숙한 오르가즘에 몸을 파르르 떨며 김독자가 눈을 꾹 감았다. 시야가 가려지니 찔걱이며 맞붙어오는 성기의 물기어린 소리가 더욱 생경하게 들렸다. 점점 소리가 멀어져가는 착각이 들었다. 김독자. 잔뜩 열기를 품은 목소리가 이름을 부른 것도 같았는데, 정신이 자꾸만 붕 떠갔다. 새벽녘이 다가올 때까지 뜨겁게 달궈진 침대속의 체온은 식을 생각이 없는듯했다.
腦子裡彷彿被精液攪得一團糟。撞擊臀部的肌膚又熱又麻。金獨子全身顫抖,熟悉的性高潮蔓延開來,他緊閉雙眼。視線被遮蔽,性器黏膩碰撞的水聲聽起來更加清晰。他產生了聲音漸漸遠去的錯覺。金獨子。似乎有帶著熱氣的聲音呼喚著他的名字,但他的精神卻不斷地飄浮。直到黎明時分,床鋪裡炙熱的體溫似乎都沒有冷卻的打算。

낯선 이국에서 맞이하는 여행의 마지막날은 어느때보다 열렬하게 흘러갔다.
在異國他鄉迎接的旅行最後一天,比任何時候都更加熱烈地流逝。

 

“…김독자, 내가 미안….”  「……金獨子,對不起……。」

“조용히해. 이 색마야.”  「安靜。你這色鬼。」

“…잘못했….”  「……我錯了……。」

“닥쳐.”  「閉嘴。」

비틀거리면서도 죽어라 혼자 걷겠다는 김독자의 옆에 멀찍이 떨어져서 유중혁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크게 휘청거리는 김독자를 끌어안고 유중혁은 손이 발이 되도록 사과만 해댔다. 여행지에서 격하게 보낸 마지막날 밤덕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유중혁은 제 애인의 손발이 되어 부지런히 몸을 굴렸다.
劉眾赫焦躁不安地遠遠跟在金獨子身後,金獨子雖然搖搖晃晃,卻執意要獨自前行。在機場,劉眾赫抱住踉蹌的金獨子,不停地道歉。由於在旅行地度過了激烈而難忘的最後一夜,在返回韓國的整個過程中,劉眾赫都勤奮地充當著他愛人的手腳。

3박 4일간의 알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휴가의 마지막 날엔 두 사람 모두 집에서 늘어져 여유를 즐겼다. 신입사원의 첫 휴가를 고깝게 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유중혁은 다음날 김독자의 손에 쇼핑백을 한가득 쥐여주며 회사앞에 내려주었다.
結束了充實的四天三夜旅行後,假期的最後一天,兩人都在家裡放鬆享受。劉眾赫憑經驗知道,有些人會對新進員工的首次休假感到不滿,於是在隔天將滿滿一袋購物袋塞到金獨子手中,並在公司門口讓他下車。

상사들에게 눈치보이지 말라는 의미의, 일종의 뇌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첫날부터 쓸일없는 특산품들을 죄다 사모으더라니. 꽤나 고가의 기념품들을 한아름 쥐고 돌아온 김독자를 동료들이 반겼다. 나중에서야 유중혁의 깊은 뜻을 눈치챈 김독자는 떨떠름하게 건네오는 상사의 안부인사에 대충 대답했다.
這是一種賄賂,意思是不要看上司的臉色。難怪他從第一天起就買了一堆沒用的特產。同事們歡迎金獨子抱著一大堆昂貴的紀念品回來。金獨子後來才察覺到劉眾赫的深意,便敷衍地回答了上司冷淡的問候。

하필 애매하게 금요일에 복귀했더니 주말전날 이라며 부서 전체 회식이 잡혀있었다. 김독자가 입사한 이래로 첫 회식이었다. 본부장이 늘어놓는 장황한 건배사를 끝으로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자리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김독자는 자신의 빈잔에 요령껏 몰래 물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리에서 술에 취하면 끝이 영 좋지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시간여가 흐르자 홍조를 띄우고 비틀거리는 나이많은 동기 하나가 쓰잘데기 없는 질문들을 던져댔다.
偏偏金獨子在週五這個尷尬的時間點復職,所以部門聚餐就訂在週末前夕。這是金獨子入職以來第一次參加聚餐。本部長冗長的祝酒詞結束後,酒席才正式開始。眼看酒席似乎會拖得很晚,金獨子便機靈地偷偷往自己的空杯裡倒水。因為他本能地知道,在這種場合喝醉,下場通常都不太好。果不其然,一個多小時後,一位臉色泛紅、搖搖晃晃的年長同事開始問些無關緊要的問題。

“…단 말이지. 그래서, 독자씨는?”  「……是這麼回事。所以,獨者先生呢?」

“네?”  「什麼?」

“이거말이야, 이거.”  「這個啦,這個。」

술냄새를 풀풀 풍기는 동기놈이 눈앞에 새끼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구닥다리 방식으로 애인의 유무를 물어보는 동기의 물음에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황한 나머지 김독자는 말을 헤매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渾身酒氣的同期將小指伸到他眼前。同期用老套的方式詢問他是否有對象,引來附近人們的目光。金獨子一時慌張,結結巴巴地回答:

“어, 그…. 아직…없습니다.”  「呃,那個……還……沒有。」

제멋대로 안타까운 눈을 하고서 혀를 끌끌 차던 동기놈은 술자리가 끝날때까지 소개팅을 주선해 주겠다며 제 취향을 물어댔다. 취향 같은 소리하네. 유중혁이 1863명이여도 지금의 중혁이만 고를건데. 생각과는 정반대로 김독자는 예의바르게 미소를 띈채 비틀거리는 동료의 몸을 택시 안으로 구겨 넣어주었다. 저멀리서 익숙한 세단이 클락션을 가볍게 울렸다.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얼굴로 웃음지은 김독자가 얼른 차를 향해 뛰어갔다.
那個自顧自露出惋惜眼神,還嘖嘖稱奇的同期,直到酒局結束都還在問我的喜好,說要幫我介紹相親對象。什麼喜好不喜好的。就算劉眾赫有 1863 個,我也只會選現在這個眾赫。金獨子心裡想的完全相反,他禮貌地微笑著,把搖搖晃晃的同事塞進計程車裡。遠處,一輛熟悉的轎車輕輕按了聲喇叭。金獨子臉上瞬間融化出笑容,趕緊跑向那輛車。

성수기도 이제 끝물이었고 길었던 사내 휴가시즌도 막바지였다. 들떠있던 마음들을 다시 바로잡고 너도나도 새로운 계획안을 쥐어짜내기 바빴다. 김독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휴가가 끝나니 업무강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밀리고 밀렸던 하반기 보고서들과 결재서류가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모든 직원들이 아연실색을 했다. 빡센 업무가 한동안 반복되가며 몇주가 금세 흘러갔다.
旺季已近尾聲,漫長的員工休假季也到了尾聲。大家收斂了興奮的心情,紛紛忙著絞盡腦汁提出新的企劃案。金獨子也不例外。假期結束後,工作強度急劇上升。堆積如山的下半年報告和待簽文件如潮水般湧出,讓所有員工都瞠目結舌。高強度的工作持續了幾週,時間飛逝。

점심시간이 되자 김독자는 팀원들 몇몇과 회사근처의 한식집을 찾았다. 썩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었으나 대충 편의점 간편식으로 때웠다가 퇴근길에 유중혁이 쏟아부을 잔소리가 두려운 탓이었다. 주문한지 5분도 지나지않아 메뉴하나로 통일한 백반이 주욱 셋팅되어 올라왔다. 김독자는 은근하게 풍겨오는 비린향에 콧잔등을 찡그렸다. 늘 먹던 음식인데 오늘따라 냄새가 영 아니었다. 상했나? 시킨 음식에 손도 대지않고 물릴 순 없었으니 무리하게 수저를 들었다.
午休時間一到,金獨子便和幾位組員到公司附近的一間韓式餐廳用餐。雖然不是什麼特別喜歡的食物,但他怕隨便用便利商店的簡餐打發,下班時會被劉眾赫唸個沒完。點餐後不到五分鐘,統一菜色的韓式定食便陸續上桌。金獨子聞到若有似無的腥味,皺了皺鼻子。明明是常吃的食物,今天聞起來卻特別不對勁。是壞掉了嗎?他沒辦法對點來的食物一口都沒動就說不吃,只好硬著頭皮拿起湯匙。

“…우윽….”  「…… 唔呃......」

저도 모르게 비져나오는 헛구역질에 김독자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는 그를 팀원 두엇이 따라와 등을 두드려주었다. 먹은 것도 없으니 게워낼 것도 없다는게 다행이었다. 그와 함께온 직원들도 놀랐으나 가장 놀란 것은 김독자 본인이었다. 수저를 입에 물기 무섭게 역하게 속을 뒤틀어대는 향이 위장을 죄다 뒤집어 놓는 것 같았다.
金獨子無意識地乾嘔起來,連忙離開座位。他急忙跑向洗手間,有兩名組員跟了上去,輕拍他的背。幸好他什麼都沒吃,所以也沒什麼好吐的。與他同行的員工們都嚇了一跳,但最驚訝的還是金獨子本人。湯匙才剛碰到嘴唇,那股令人作嘔的氣味就彷彿把他的胃攪得天翻地覆。

“독자씨, 괜찮아요?”  「獨子先生,你還好嗎?」

“…아, 네…. 죄송합니다.”  「……啊,是。……對不起。」

죄송할게 뭐있냐며 속이 안좋으면 먼저 들어가라고 직원 하나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속이 좋지 않으면 굳이 먹지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여주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김독자는 결국 자리에 앉아 물만 들이켰다. 괜히 자신 때문에 식사중인 팀원들마저 불편해질 것 같아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15분은 더 이르게 업무에 복귀한 김독자를 제외하고 부서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여니 미리 도착해있던 문자 메시지가 반짝거렸다.
「有什麼好對不起的,身體不舒服就先回去吧。」一名員工拍了拍他的肩膀,還補充說如果身體不舒服,不吃也沒關係。金獨子雖然說沒事,但最終還是坐在位子上,只喝了水。他擔心自己會讓正在用餐的組員感到不自在,於是便先行離開,直接回到了辦公室。除了比平時提早十五分鐘回到工作崗位的金獨子之外,部門裡沒有其他人。他坐下來打開手機,一條早已抵達的簡訊閃爍著。

「 점심 제대로 챙겨 먹어라. 」
「午餐要好好吃。 」

「 밥 먹었나? 」  「 吃飯了嗎? 」

「 다먹고 연락해라. 」  「 吃完再聯絡我。 」

「 저녁에 먹고싶은 것 있으면 말해라. 」
「 晚上想吃什麼就說。 」

많이도 보내놨네. 애정은 물론 관심까지 뚝뚝 흘러넘치는 메시지를 보고있자니 더부룩하던 속도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김독자는 유중혁에게 거짓으로 답장했다.
<p>傳了真多啊。看著那些滿溢著愛意與關心的訊息,感覺連胃部的不適都緩解了。金獨子抱著這是第一次也是最後一次的想法,回覆了劉眾赫一個謊言。</p>

「 김치찌개 먹었어. 맨날가던 거기. 」
「 吃了泡菜鍋。就是每天都去的那裡。 」

제 속이 뒤집어져 끼니도 걸렀다는 걸 아직 유중혁은 몰랐다. 고작 배가 쓰린걸로 애인의 걱정을 늘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음식상태가 좋지 않았나, 생각하며 핸드폰 액정위를 톡톡 두드렸다. 저녁메뉴를 물어보는 유중혁의 연락에 김독자는 잠시 고민했다. 한번 헛구역질을 했더니 입맛은 전혀 없었으나 퇴근후에 사랑하는 이와 다정히 손을 붙들고 장보러 갈 생각을 하자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들떴다.
劉眾赫還不知道自己胃裡翻騰,連飯都沒吃。他不想因為胃痛這種小事,讓愛人擔心。他只是想著是不是食物狀況不好,然後輕輕敲了敲手機螢幕。金獨子對劉眾赫詢問晚餐菜色的訊息,猶豫了一下。他剛才乾嘔了一次,完全沒有胃口,但一想到下班後能和心愛的人手牽手去買菜,低落的心情又重新雀躍起來。

그러다보니 잊고 있던 허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은 틈을 타서 평소에 잘 열어보지 않는 가장 아래 서랍을 잡아당겼다. 주먹만한 수첩 몇 개를 들춰내자 가장 아래쪽에 노란 소시지가 들어있었다. 서랍 깊은 곳은 유중혁 몰래 간식을 모아두는 그의 비밀창고였다. 그중 하나를 꺼내들고 껍데기 위에 빨간 표시선을 따라 주욱 비닐을 잡아 뜯었다.
正因為如此,好像又找回了被遺忘的飢餓感。趁著人們還沒回來,我拉開了平時不常打開的最下面抽屜。翻開幾個拳頭大小的筆記本後,最下面放著一根黃色的香腸。抽屜深處是他偷偷藏零食的秘密倉庫,不讓劉眾赫知道。我拿出一根,沿著包裝上的紅色標示線撕開了塑膠膜。

“…윽.”  「…… 呃。」

뜯어지기 무섭게 후각을 자극하는 역한 냄새가 퍼졌다. 순간적으로 코를 틀어막은 김독자의 손에서 반쯤 벗겨진 소시지가 떨어졌다. 뭐지? 아까도 그렇고 이번에도 입에 밀어넣기도 전에 올라오는 음식냄새에 인상이 구겨졌다. 혼란스러운 김독자의 머릿속에 문득 위염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부터 꼬여버리는 체질인지라 늘상 위장염을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撕開的瞬間,一股惡臭撲鼻而來。金獨子連忙摀住鼻子,手中半剝開的香腸掉落在地。怎麼回事?剛才也是,這次也是,食物的氣味還沒入口就讓他皺起了眉頭。金獨子混亂的腦海中,突然閃過「胃炎」這個詞。他天生就是那種一有壓力胃就絞痛的體質,所以胃炎一直如影隨形。

하긴 요즘 들어서 업무량이 과하게 늘어나기도 했고 추가 근무도 간간히 하고 있었으니 몸에 피로가 쌓일법도 했다. 하나둘씩 제자리로 들어오는 직원들이 시끌벅적한 틈을 타서 김독자는 회사부근의 커다란 내과로 저녁진료를 예약했다.
說起來,最近工作量確實過度增加,加班也時不時地有,身體會累積疲勞也是理所當然。趁著員工們陸續回到座位,喧鬧聲中,金獨子預約了公司附近一家大型內科診所的晚間門診。

6시 반. 퇴근하고 유중혁을 만나 함께 들르기에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대충 약이나 처방받고나서 저녁장을 보러갈 계획을 짜며 꼬르륵거리는 뱃가죽을 붙잡고 오후업무를 시작했다. 아침 이후로 영 먹은게 없어서인지 퇴근시간이 가까워오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미리 챙겨두었던 가방을 한손에 쥐고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니 이미 차에 타 시동을 걸어놓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유중혁이 보였다.
六點半。這正是下班後與劉眾赫會合,然後一起去藥局的絕佳時間。我盤算著大概拿個藥,然後去買晚餐的計畫,一邊按著咕嚕作響的肚子,一邊開始下午的工作。或許是因為早上之後就沒吃東西,隨著下班時間的逼近,我全身都沒了力氣。我單手拎著預先準備好的包包,搖搖晃晃地走下停車場,只見劉眾赫已經坐在車裡,發動了引擎,等著我。

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서러움과 우울함이 몰려왔다. 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한 김독자의 표정을 본 유중혁의 낯이 빠르게 굳어갔다.
不知是否因為飢餓,一看到他的臉,無盡的悲傷和憂鬱便湧上心頭。劉眾赫的臉色迅速僵硬,因為他看到金獨子一坐上副駕駛座就開始哽咽。

“…김독자?”  「……金獨子?」

다정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르며 커다란 손이 다가와 눈꼬리에 대롱거리는 눈물방울을 스윽 훔쳐냈다. 갑작스레 울상이 된 연인의 얼굴을 보고 유중혁은 당황으로 물들어갔다. 답지않게 손을 어디둬야할지 모르고 주춤거리기도 했다.
溫柔的聲音呼喚著他的名字,一隻大手伸過來,輕輕拭去他眼角懸掛的淚珠。劉眾赫看到戀人突然哭喪著臉,頓時手足無措。他不像平時那樣,不知該把手放在哪裡,顯得有些猶豫。

“무슨일 있었나?”  「發生什麼事了嗎?」

낮에만 해도 해사하던 얼굴이 죽을상이 되어있으니 퍽 걱정스러웠는지 유중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상냥했고 등어리를 토닥대는 손길은 너무도 따뜻했다. 노곤하게 풀어지던 감정이 배속을 꾸륵 울려대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바닥으로 푹 꺼졌다. 결국 김독자는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조금 칭얼거렸다. 평소에 말끔하던 얼굴은 어디가고 물기어린채 꼬물거리는 표정을 보아하니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아냈던 모양인지라 유중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白天還陽光燦爛的臉龐,此刻卻愁眉苦臉,劉眾赫似乎非常擔心,小心翼翼地問道。他的聲音無比溫柔,輕拍他背脊的手也溫暖極了。原本疲憊鬆懈的情緒,隨著肚子咕嚕作響的聲音,再次徹底跌落谷底。金獨子最終還是把午餐時間發生的事情一股腦兒地說了出來,還帶點撒嬌的語氣。他平時整潔的臉龐不知去了哪裡,取而代之的是濕潤而扭曲的表情,看來是忍耐了很久才說出來的,劉眾赫便乖巧地點了點頭。

그러다가 끼니도 거르고 속까지 아프다는 애인의 말에 유중혁의 눈이 뒤집혔다.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던 유중혁은 다른 것보다도 밥을 챙기지 못헀다는 대목에서 불타오르며 예약된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
後來,愛人說他連飯都沒吃,胃都痛了,劉眾赫的眼睛都紅了。劉眾赫是個典型的韓國人,比起其他事,他更受不了愛人沒好好吃飯這點,於是怒火中燒地開車前往預約好的醫院。

“혹시 모르니 오늘 저녁은 죽으로 바꿔야겠군.”
「或許以防萬一,今晚的晚餐得換成粥了。」

“으응…. 미안해….”  「嗯……對不起……」

다시 훌쩍이기 시작한 김독자에게 그런걸로 미안해할 필요없다며 유중혁이 코끝을 톡톡 두드렸다. 더욱 울상이 된 얼굴에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원래대로라면 기분좋게 마트에 가서, 그가 먹고싶다 했던 갈비찜 재료를 사들고 알콩달콩 즐거운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었을 시간이었는데 허약한 몸뚱이가 눈치없이 말썽을 부렸다.
劉眾赫輕輕敲了敲金獨子的鼻尖,說他不需要為這種事道歉,金獨子又開始抽泣起來。他的臉變得更加沮喪,眼眶也紅腫了起來。本來這個時候,他們應該高高興興地去超市,買他想吃的燉排骨的食材,然後享受甜蜜愉快的晚餐時光,但虛弱的身體卻不識相地出了問題。

김독자가 에약한 병원은 회사에서 차로 3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마감시간인 탓인지 대기하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예약자 이름을 대자 곧바로 김독자는 진료실로 안내를 받았다. 속이 좋지않다는 말에 다른 증세나 통증따위를 물어보며 두어가지 검사를 마친 의사의 표정이 어딘지 오묘했다. 눈을 부릅뜨고 검사지를 들여다보던 의사가 최근에 관계를 가진적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김독자는 착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金獨子預約的醫院離公司很近,車程不到三分鐘。或許是因為接近休息時間,沒有其他病患在等候。報上預約姓名後,金獨子立刻被引導進診間。他表示身體不適,醫生詢問了其他症狀和疼痛,並進行了幾項檢查,醫生的表情有些微妙。醫生瞪大眼睛看著檢查報告,問他最近是否有過性行為。金獨子雖然不明白這有什麼關係,但還是老實地回答有。

“…음. 초음파 검사를 먼저 해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嗯。您可能需要先做一下超音波檢查。」

의문스럽게 고개를 갸웃하는 김독자와는 달리 의사의 표정은 진지했다. 어리둥절한 얼굴을 띈채 초음파실로 향하는 김독자를 보며 밖에서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던 유중혁은 불안함에 다리를 떨어댔다. 대리석 바닥위를 두드리는 구두굽이 요란하게 병원 로비를 채워갔다. 고작 20분의 검사시간인데도 슬로모션 비디오를 틀어놓은 듯 느릿느릿 지나갔다. 무채색과 푸른빛이 어그러진 초음파 사진을 보며 의사가 한군데를 손가락으로 콕 짚었다. 눈만 끔뻑이는 김독자에게 아까보다 조금 더 상기된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
金獨子疑惑地歪著頭,與他不同的是,醫生的表情很嚴肅。劉眾赫看著一臉茫然地走向超音波室的金獨子,焦急地在外面等待結果,不安地抖著腿。鞋跟敲擊大理石地板的聲音響徹醫院大廳。明明只有二十分鐘的檢查時間,卻像播放慢動作影片般緩慢地流逝。醫生指著一張黑白與藍色混雜的超音波照片的某處,對著只是眨著眼睛的金獨子,用比剛才更激動的聲音開口說道。

“여기에 하얀 점 보이시죠?”  「您看到這裡的白點了嗎?」

“…? 네.”  「……?是的。」

아까까지만 해도 잘게 패여있던 미간이 매끈하게 펴지며 의사가 싱글벙글 웃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점이 쏟아진 잉크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타원형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있는, 마치 강낭콩 같은 모양새였다.
醫生原本緊皺的眉頭,此刻已平滑地舒展開來,他笑得合不攏嘴。他手指所指之處,有個拇指大小的黑點,像潑灑的墨水般印在那裡。那形狀像顆腎豆,橢圓的中央微微凹陷。

“이게 태아입니다.”  「這是胎兒。」

“……예?”  「…… 咦?」

김독자가 눈을 깜빡이며 바보처럼 되물었다.
金獨子眨了眨眼,傻氣地反問道。

“축하드립니다. 이제 4주차세요.”  「恭喜您。您現在懷孕第四週了。」

“네……?”  「什麼……?」

아까보다 더 멍한 목소리로 다시금 되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축하한다는 말뿐이었다. 반쯤 혼이 나간채로 진료실에서 걸어나오는 김독자를 보자마자 유중혁이 다가가 등을 토닥거렸다. 아직 검사 결과를 듣지못한 유중혁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는지 제 애인을 꼭 끌어안고 괜찮냐고 물었다. 그와 동시에 붙어있던 몸이 홱 떨어져나갔다. 김독자가 유중혁의 양 어깨를 잡고 힘주어 밀어냈다.
他用比剛才更茫然的聲音再次反問,但得到的回答卻只有恭喜。劉眾赫一看到金獨子半魂出竅地走出診間,立刻走上前拍了拍他的背。還沒聽到檢查結果的劉眾赫,看到他無力地蹣跚走出來的樣子,心裡很痛,便緊緊抱住他的愛人,問他還好嗎。與此同時,緊貼著的身體猛地分開了。金獨子抓住劉眾赫的雙肩,用力推開了他。

“너…휴가 갔을 때 콘돔안썼어…?”  「你……休假的時候沒用保險套……?」

질문을 듣자마자 유중혁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단호하게 열렸던 입술은, 금세 주춤거리며 다물렸다.
劉眾赫一聽到這個問題,立刻皺起眉頭,張開了嘴。然而,他原本堅決的嘴唇,很快就猶豫地閉上了。

“당연히 썼….”  「我當然寫了……。」

“…썼지?”  「……寫的吧?」

“……음.”  「……嗯。」

휴가 이후로 일이 계속 바빴던 탓에 관계를 가진적은 없었고, 4주차라면 해외로 나갔던 시기와 딱 들어맞는다. 콘돔을 끼고 시작했던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중간에 찢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하나밖에 남아있질 않았던가? 마지막에 기절하듯 눈을 감은 김독자의 배위에 제 성기를 치대며 정액을 문지를때는, 콘돔이 씌워져있지 않았다. 으흠…. 유중혁이 대답하지 못하고 길게 침음했다. 끝까지 입만 달싹이며 눈알을 데굴에굴 굴리는 그를 보고 김독자가 우는 소리를 빼액 질렀다. 주먹을 꼭 쥔 하얀손등 위에 핏줄이 돋아난채로 너른 등짝을 내려치자 퍽퍽 둔탁한 소리가 났다.
休假之後工作一直很忙,所以沒有發生過關係,如果是第四週的話,正好符合他出國的時間。他清楚記得一開始有戴保險套,但好像中途破了。不,是不是只剩下一個了?最後,當金獨子像昏過去一樣閉上眼睛,他將自己的性器抵在金獨子的肚子上,摩擦著精液時,並沒有戴保險套。嗯哼……劉眾赫沒有回答,只是長長地嘆了口氣。金獨子看著他只是動了動嘴唇,眼珠子骨碌碌地轉,便尖叫著哭了起來。他緊握著拳頭,青筋暴起的白皙手背拍打著寬闊的背部,發出沉悶的「噗噗」聲。

“…흐어어엉…. 이…개복치자식아…. 아직 결혼도, 흐윽, 못, 했는데…. 으흐어어엉….”
「……嗚嗚嗚……你這……翻車魚混蛋……我還沒結婚,嗚,就……嗚嗚嗚……」

다 책임지라며 자신을 두드려패는 애인의 손이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유중혁이 김독자의 팔을 한손으로 부여잡고 다시 품안으로 폭 끌어안았다. 등근육이 워낙 단단한 탓인지 여리디 여린 김독자의 작은 주먹은 그 사이에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뒤늦게 검사 결과를 전달받은 유중혁이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김독자를 껴안은채 진단서를 챙기고 진료비를 결제했다. 아이가 업었어도 당연히 평생 책임질터였고 결혼도 물론 김독자와 할 계획이 만만이었던 유중혁은 당연히 널 책임질 것은 자신뿐이지 않느냐고 말을 꺼냈다가 두배는 더 신명나게 두드려 맞았다.
劉眾赫深怕愛人那邊說著要他負責,一邊捶打著他的手會受傷,便單手抓住金獨子的手臂,再次將他緊緊抱入懷中。或許是因為背部肌肉太過結實,金獨子那柔弱的小拳頭已經變得紅通通的。劉眾赫稍晚才收到檢查結果,他抱著將臉埋在他懷裡痛哭的金獨子,收好診斷書並結清了醫療費。即使沒有孩子,他本來就打算要對金獨子負責一輩子,也早就計畫好要和金獨子結婚,劉眾赫理所當然地說出「能對你負責的,不就只有我嗎?」這句話,結果又被加倍痛打了一頓。

차에 돌아와서도 훌쩍임을 멈추지 못하는 김독자를 어르고 달래며 유중혁은 잽싸게 장보기를 끝마쳤다. 평소에는 몸에 좋지않다고 잘 사주지않는 과자도 오늘은 원없이 카트에 집어 넣어주고 양손 두둑히 장바구니를 든채 집으로 향했다. 애인은 서러움에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데 자꾸만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느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回到車上,劉眾赫哄著仍舊止不住抽噎的金獨子,迅速地結束了採買。平常他總說零食對身體不好,不常買給金獨子,今天卻是毫無顧忌地往購物車裡丟,然後兩手提著滿滿的購物袋回家。戀人正因委屈而淚如雨下,他卻得拚命忍住不斷上揚的嘴角,嘴唇為此微微顫抖。

김독자의 원인불명 속쓰림이 입덧인걸 알게되자 유중혁은 그날 저녁 상다리가 부러져라 음식을 차려냈다. 마치 이중 하나는 입에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얼굴로 눈치를 보며 접시를 하나하나 셋팅했다. 그 꼴이 잘못을 저지르고 쭈뼜거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와중에 평소답지않는 모습이 귀여워서 김독자는 살짝 부어오른 눈을 휘며 실소를 터트렸다. 휘황스럽게 차려진 식탁위를 보고있자니 군침이 절로 고였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많지 않았다.
金獨子得知自己不明原因的胃灼熱是孕吐後,劉眾赫那天晚上便準備了豐盛到足以壓斷桌腿的飯菜。他小心翼翼地將一道道菜餚擺上桌,臉上寫滿了「會不會有哪一道菜合胃口」的忐忑。那模樣活像個犯了錯、畏縮不前的小孩。金獨子看著他一反常態的可愛模樣,微腫的雙眼彎成了月牙狀,忍不住噗哧一聲笑了出來。看著滿桌豐盛的菜餚,他不禁垂涎三尺,但話說回來,真正吃進嘴裡的卻沒多少。

“…으음….”  「…… 嗯......」

“억지로 먹지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먹을수 있는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종류별로 만들어 본거니까.”
「就算不勉強吃也沒關係。反正我只是想確認有沒有能吃的東西,所以才把所有種類都做了一遍。」

“…그치만….”  「……可是……」

미안하잖아….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반쯤 잠겨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손수 요리한 것들은 분명 맛이 좋을테지만 뱃속에 자리잡은 아기씨는 입맛도 까탈스러운지 이것도 저것도 자꾸만 밀어냈다. 결국 먹는둥 마는둥 몇수저를 떠넘기던 김독자는 반그릇도 비우지못하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제 잘못인양 계속 미안하다 사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유중혁은 대강 테이블위를 정리하고 김독자를 안아주었다.
「抱歉啊……」 他含糊的聲音半是沉啞。心愛的人親手為自己做的料理,想必是美味的,但盤踞在腹中的小生命卻挑剔得很,這也不吃,那也不吃,總是不斷地推開。金獨子最終也只是敷衍地扒了幾口飯,連半碗都沒吃完就放下了餐具。劉眾赫看他一直道歉,一副是自己做錯了事的模樣,心疼不已,便大致收拾了一下桌子,然後抱住了金獨子。

설거지따위야 어차피 다음날 아침에 하더라도 상관없으니, 온종일 울적했을 연인의 기분에 맞춰 씻겨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것까지 자발적으로 유중혁이 나섰다. 미지근한 미온수에 담궈져 민망함으로 손사래를 치던 김독자도 금세 얌전해졌다. 조금씩 끼얹어지는 따스한 물과 느리게 비누거품을 치대는 유중혁의 손안에서 김독자는 말랑하게 녹아내렸다. 오징어마냥 흐느적거리는 그의 기분이 밝아진건 말할 것도 없었다.
反正碗盤就算隔天早上再洗也沒關係,劉眾赫自發性地為整天心情鬱悶的戀人清洗、穿衣、哄睡。金獨子泡在溫熱的水中,原本還因難為情而揮手拒絕,卻也很快就安靜下來。在劉眾赫緩緩淋上的溫水和慢慢搓揉出的肥皂泡泡中,金獨子軟綿綿地融化了。他那像魷魚般軟爛的心情,更是不用說也知道變得開朗起來。

뽀송하게 마른 잠옷까지 걸쳐입고 행복한 김밥말이가 되어 토닥임을 당하는 주제에 무어라 불평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무겁게 가라앉는 눈꺼풀을 이기지못하고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워낙에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인지라 김독자는 몸한번 뒤채지 않고 깊게 잠들었다.
他穿上乾爽的睡衣,像幸福的紫菜包飯一樣被輕輕拍打著,嘴裡還咕噥著抱怨,但很快就抵擋不住沉重的眼皮,陷入了沉睡。由於這一天發生了太多事情,金獨子一動也不動地沉沉睡去。

 

다음날은 김독자의 연차날이었고 유중혁은 그에게 맞춰 오전 반차를 냈다. 침대위에 앉고도 잠에 취해 휘청대던 김독자는 공주님다루듯 살살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미간을 살풋 구겼다. 전날 의사가 조언한대로 산부인과에 찾아간 두 사람은 새로 초음파검사도 하고 산모수첩도 빼먹지않고 받아왔다. 손바닥만한 다이어리를 받아들고 괜스레 가슴한켠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유중혁은 혹시나 엑셀에 올려둔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히 운전에만 집중했다.
隔天是金獨子的年假,劉眾赫也配合他請了半天假。金獨子坐在床上,卻仍因睡意而搖搖晃晃,被輕輕搖晃肩膀時,他微微皺起了眉頭,彷彿被當成公主般對待。兩人按照前一天醫生的建議去了婦產科,做了新的超音波檢查,也沒忘記領取孕婦手冊。劉眾赫接過那本巴掌大的手冊,心裡莫名地感到一陣悸動,他小心翼翼地專心開車,生怕不小心踩油門的腳會使勁。

“…중혁아빠?”  「…… 重赫爸爸?」

“…….”  「……。」

비틀. 힘이 풀린 핸들을 따라 검은 세단이 휘청였다. 겨우 차선을 유지하고 있던 유중혁이 눈썹은 찌푸리고 입꼬리는 잔뜩 말아올린 아주 요상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렸다. 잔소리는 차마 하지못하고 개구지게 웃고있는 김독자의 얼굴만 힐끗 쳐다보고 다시 도로위로 시선을 돌렸다.
車身歪斜。黑色轎車隨著鬆脫的方向盤搖搖晃晃。勉強維持在車道上的劉眾赫,眉頭緊蹙,嘴角卻又高高揚起,臉上掛著一副極其古怪的表情,嘴巴一張一合。他終究沒能說出半句抱怨,只是瞥了一眼金獨子那張頑皮地笑著的臉,便又將視線轉回了路面。

달큰한 분위기 속에 집에 도착하자, 유중혁은 김독자가 입덧으로 못먹는 음식들은 제외하고 이것저것 요리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오후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하는 탓에 혼자 끼니를 챙겨야하는 애인이 걱정되어 애정을 듬뿍담아 만들어낸 음식들이 하나둘 냉장고를 채워갔다. 가뜩이나 제대로 챙겨먹지도 않는데 못먹는 음식까지 늘어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가기전에 신신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在甜蜜的氛圍中回到家,劉眾赫將金獨子因孕吐而不能吃的食物排除在外,做了各式各樣的料理放進冰箱。由於下午必須回公司,他擔心獨自用餐的愛人,於是將滿滿的愛意融入料理中,一道道菜餚漸漸填滿了冰箱。金獨子本來就不好好吃飯,現在又多了不能吃的東西,這讓他憂心忡忡。出門前,他也不忘再三叮囑。

“꼭 반찬은 다 꺼내놓고 먹어라.”
「記得要把小菜都拿出來再吃。」

“알겠다니까….”  「我知道了啦……」

“쌀밥도 있고 미음도 있으니까….”  「有白飯也有稀飯……」

“알겠어어…. 빨리가. 벌써 지각이잖아.”  「我知道了啦……快點去。你已經遲到了。」

먹는데 있어서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애인을 뒤로하고 출근하려니 마음이 찝찝한지 자꾸만 발길이 멈춰섰다. 결국 김독자의 손에 억지로 떠밀린 몸을 이끌고 유중혁은 터덜터덜 다시 차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15분이나 지각이었다. 회사일에 관해선 칼같던 부과장이 지각을 하자 팀원들은 무슨일 있으시냐며 물어왔고 부장은 슬쩍 잔소리 하나를 얹고 사라졌다.
將在飲食方面完全不可靠的愛人拋在身後準備去上班,劉眾赫的心情似乎很不安,腳步總是停滯不前。最終,劉眾赫被金獨子硬是推著,拖著疲憊的身體再次走向車子。理所當然地,他遲到了 15 分鐘。對於工作一向嚴謹的副科長遲到,組員們紛紛詢問他是否發生了什麼事,而部長則輕輕地唸了一句後便消失了。

평소에 귀신처럼 일처리가 빠삭하던 유중혁이었기에 다행히 근태에는 반영되지 않고 유하게 지나갈수 있었다. 답지않게 지각한 걸로도 부족해서 업무시간내내 연신 실소를 흘려대는 유중혁의 행등을 보며 직원들이 수근거렸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은 분명맞는데, 저렇게까지 풀어진 모습을 보이다니. 궁금해하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보여드는 관심은 어찌할 수 없었다. 직급의 차이가 있는지라 차마 상사에게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쌓여가는 호기심들은 드문드문 탕비실에 모여들어 입방아를 오르내리기 바빴다.
劉眾赫平時處理事情快得像鬼一樣,所以幸好沒有反映在出勤上,得以順利過關。員工們看著劉眾赫不像樣地遲到,還不夠,工作時間內還不斷地發出嗤笑聲,便竊竊私語起來。他心情好是肯定的,但竟然表現得如此放鬆。即使不想好奇,也無法控制不斷湧現的關心。由於職位上的差異,他們不敢直接問上司,累積的好奇心便零星地聚集在茶水間,忙著閒聊。

“수고하셨습니다.”  「辛苦了。」

밀린 업무도 마다하고 퇴근시간 1분전 가방을 챙기던 유중혁이 아니나다를까 정각이 됨과 동시에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한번 더 쑥덕거렸다. 유중혁은 부지런히 차를 몰고 김독자가 먹고싶다고 보내둔 분식집으로 달려갔다. 한아름 주문한 떡볶이와 튀김들이 식기라도 할까싶어 품에 안은채 차에 돌아온 유중혁이 향한곳은 집이 아닌 백화점이었다.
劉眾赫不顧堆積如山的工作,在下班前一分鐘就收拾好包包,果不其然,時間一到,他立刻就道別。人們見狀又竊竊私語起來。劉眾赫勤快地開著車,趕往金獨子傳訊息說想吃的路邊攤。他點了一大堆辣炒年糕和炸物,深怕它們涼掉,便抱在懷裡回到車上,而劉眾赫的目的地不是家裡,而是百貨公司。

이전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프러포즈링을 하루라도 빨리 받을수 있도록 주문을 넣어놓고 나서야 까만 세단은 집으로 내달렸다. 그토록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떡볶이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으나 김독자는 피곤했는지 먼저 잠들어있었다. 거실 소파에 몸을 접어넣고 잠들어있는 얼굴위로 살그머니 입을 맞춘뒤 사온 떡볶이는 냉장고로 직행했다. 늘어진 팔다리를 안아들고 침실로 향하는 동안에도 김독자는 잘도 잤다. 고롱거리는 숨소리가 잦아들때즈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위에 파묻힌 온기는 두 개가 되어있었다. 달뜬 밤이 깊어갔다.
預先看好的求婚戒指,在下訂單好讓自己能早一天收到後,黑色轎車才駛回家中。買了金獨子一直嚷著想吃的辣炒年糕回家,但他似乎累了,已經先睡著了。將身體蜷縮在客廳沙發上,輕輕吻上他睡著的臉龐後,買回來的辣炒年糕便直接進了冰箱。抱著他癱軟的四肢走向臥室時,金獨子依然睡得很沉。當他平穩的鼾聲漸漸平息時,伴隨著窸窣聲,被窩裡的溫暖變成了兩份。炙熱的夜晚漸漸深了。

 

아직은 겉으로 태도 나지 않았고 아이도 예민한 성정이 아니었기에 회사에서 김독자의 임신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하기야 지난번 회식 자리에서 애인이 없다고 대못을 박아놨는데 갑자기 임신이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어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한가지 생겼는데, 결혼은 고사하고 사귀는 사람도 없다던 이가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由於表面上還看不出來,孩子也不是敏感的體質,所以公司裡沒有人察覺到金獨子懷孕的事實。話說回來,上次在公司聚餐時,他已經斬釘截鐵地說自己沒有愛人,所以突然說懷孕的事也說不出口。因此,他產生了一個煩惱,因為一個連交往對象都沒有,更別說結婚的人,是不可能申請育嬰假的。

아직 시기는 일렀지만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갑갑해지는 상황에 고민만 잔뜩 늘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힘들게 들어온 대기업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 둘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점심시간마다 찾아오는 구역질과 하루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제 기분에 날이 갈수록 신경이 곤두섰다. 입에 들어오는 족족 음식들을 마다하고 나면 평소에 당기지도 않던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라 허기를 자극했다.
儘管時機尚早,但隨著日子一天天過去,情勢變得越來越令人窒息,煩惱也隨之增加。然而,這份大學畢業後好不容易才進入大企業的工作,也不是說辭就能立刻辭掉的。每天午餐時間都會湧上的噁心感,以及一整天像坐雲霄飛車般起伏不定的情緒,讓她日益神經緊繃。每當食物入口,她便會拒絕,而平時不曾想過的東西卻會充滿腦海,刺激著她的飢餓感。

그 덕분에 김독자는 근무중에도 몇 번이고 탕비실이나 화장실로 도망치듯 달려가 울적해지는 달래느라 바빴다. 체질 때문인지 입덧탓인지, 마른 팔다리에는 전혀 살이 붙질않는데 아랫배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불러왔다. 몇주가 지나고나자 평소에 즐겨입던 슬랙스마저 지퍼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상태로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는 쌓이고, 몸은 금방 피로로 지쳐갔다.
多虧如此,金獨子在上班時也數度像逃難般衝去茶水間或洗手間,忙著安撫鬱悶的心情。不知是體質還是孕吐的緣故,他瘦弱的四肢絲毫沒有長肉,下腹卻隨著時間推移明顯隆起。幾週過後,就連他平時愛穿的西裝褲拉鍊都繃得緊緊的。那樣的狀態下,整天坐在辦公室裡盯著螢幕,壓力不斷累積,身體也很快就因疲勞而筋疲力盡。

임신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배려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신입사원에게 자비없이 떠맡겨지는 고된 일들을 해치우고 있노라면 억울함이 들끓기도 했다. 퇴근후에 김독자의 짜증을 고대로 받아주는 것은 당연히 유중혁이었다. 한참을 떽뗵거려도 실없이 싱긋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하루종일 품고있던 골머리도 스르륵 녹아내렸다. 그러고나면 죄없는 연인에게 분풀이한 스스로에게 자책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沒有人知道我懷孕的事,所以我從沒期待過會得到什麼優待,但當我被迫處理那些新進員工必須承擔的繁重工作時,心裡還是會感到委屈。下班後,理所當然地,是劉眾赫承受了金獨子的所有抱怨。即使我對他大吼大叫了很久,只要看到他那無奈又帶著微笑的臉,我一整天累積的煩惱就會瞬間消散。然後,我又會因為對無辜的戀人發洩而感到自責。

그러던 어느 주말, 점심때까지는 늘어져서 함께 뒹굴거리던 유중혁이 어쩐일로 일찍일어나 요란스럽게 달각였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김독자가 주방으로 비척이며 걸어가니 예쁜 3단 도시락통을 채우고 있는 유중혁이 보였다.
就在某個週末,向來會賴床到午餐時間,然後一起滾來滾去的劉眾赫,不知為何竟早早起床,發出吵雜的聲響。金獨子被那噪音吵醒,搖搖晃晃地走到廚房,便看見劉眾赫正在裝填漂亮的3層便當盒。

“…왠 도시락?”  「……什麼便當?」

“기분전환 좀 할 겸.”  「轉換一下心情也好。」

“소풍가자고?”  「要去野餐?」

“그래.”  「好。」

소시지로 문어를 만들고 메추리알로 병아리를 만드는 것을 보며 김독자가 키득거렸다. 후식까지 착실하게 담아낸 도시락은 눈으로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웠다. 설마 싶었던 마음도 잠시, 두 사람은 정말로 한강공원에 돗자리까지 집어들고 나와있었다.
金獨子看著香腸做成的章魚和鵪鶉蛋做成的小雞,咯咯地笑了起來。連甜點都紮實地裝進去的便當,光是看著就令人食指大動。兩人只是短暫地懷疑了一下,便真的帶著野餐墊來到漢江公園。

일주일내내 쌓여있던 짜증도 훌훌 잊어버리고 김독자가 입안에 김밥을 밀어넣으며 방실거렸다. 딱봐도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는게 눈에 훤히 보여서 괜스레 미안함도 들었다. 드문드문 산책길을 거닐때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정말 부부가 된 것같아 마음이 뭉클해졌다. 입덧도 어느정도 끝물인 것인지 유중혁이 만들어온 도시락은 역하지도 않고 입에 잘만 들어갔다. 볼을 잔뜩 부풀리고 오물거리는 김독자를 보고있자니 자신마저 배가 부른 느낌이라 유중혁은 피식 웃음지었다.
金獨子把飯捲塞進嘴裡,笑得合不攏嘴,一週以來積攢的煩躁也一掃而空。他一眼就看出對方是想讓他開心,心裡不禁有些過意不去。兩人偶爾在散步道上漫步時,他總是笑得很燦爛,緊緊牽著對方的手。他感覺自己真的像個已婚人士,心頭一陣暖意。孕吐似乎也差不多到了尾聲,劉眾赫做的便當吃起來一點也不反胃,反而很順口。看著金獨子鼓著腮幫子咀嚼的樣子,劉眾赫也覺得自己飽了,不禁輕聲笑了出來。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아 햇살이 뜨겁지도 않았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하늘은 청명하고 높았으며 잔디밭은 푸른빛으로 반짝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방실거리는 김독자를 바라보던 유중혁이 머뭇거리며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在樹蔭下找了個位置,陽光不那麼炙熱,微風輕拂,涼爽宜人。天空清澈高遠,草地閃耀著翠綠的光芒。久違的愉悅感讓嘴角不自覺上揚。劉眾赫看著眉開眼笑的金獨子,猶豫地從懷裡掏出一個小盒子。

“김독자.”  「金獨子。」

“응?”  「嗯?」

새빨간 벨벳케이스는 한눈에 봐도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뚜껑을 열어 올리는 유중혁의 손이 떨리는 것까지도 눈에 훤히 들어왔다.
那鮮紅色的天鵝絨盒子,一看就知道是什麼東西。劉眾赫緩緩掀開盒蓋,連他顫抖的手都清晰可見。

“이제와 너무…늦은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事到如今,會不會太……太遲了呢?」

까만 스펀지위에 한쌍의 반지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햇살을 머금고 오색으로 반짝이는 다이아를 보며 김독자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만 크게떴다. 유중혁이 얼마전에 미리 주문해두었던 결혼반지 한쌍이 케이스안에 곱게 자리잡고 있었다.
<p>一對戒指在黑色海綿上閃閃發光。金獨子看著飽含陽光、閃耀著五彩光芒的鑽石,嘴巴合不攏,只是睜大了眼睛。劉眾赫前些日子預訂的一對結婚戒指,正安穩地躺在盒子裡。</p>

“사랑한다. 김독자.”  「我愛你。金獨子。」

나와 결혼해줘. 그 짧은 문장을 이야기하면서도 긴장으로 갈라진 목소리가 바르르 떨려왔다. 순서가 조금 어긋나기는 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프러포즈는 꽤나 근사했다. 고급진 레스토랑에 멋드러진 정장 차림이 아니어도 좋았다. 기분좋은 하늘 아래에서, 푸르른 자연을 바라보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미는 어여쁜 청혼을 과연 누가 거절할수 있을까. 김독자는 몰랐겠지만 그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청혼을 받아들이는 그의 얼굴은 세상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보석보다 반짝이는 예쁜 미소로 화답하며 연인의 손을 마주잡는 김독자의 얼굴이 태양처럼 빛을 냈다.
「嫁給我吧。」說出這簡短句子的同時,他因緊張而沙啞的聲音微微顫抖。雖然順序有些錯亂,但這第一次也是最後一次的求婚,卻是相當美好。即使不是在高級餐廳裡,穿著帥氣的西裝,也無妨。在令人心情愉悅的天空下,凝視著翠綠的自然,面對最愛的人遞出的美麗求婚,又有誰能拒絕呢?金獨子或許不知道,但那一刻,他點頭接受求婚的臉龐,比世上任何事物都還要美麗。金獨子以比寶石更閃耀的燦爛笑容回應,並與戀人緊握雙手,他的臉龐如太陽般閃耀著光芒。

“왜 울고그래, 중혁아. 이렇게 좋은날.”
「中赫啊,你哭什麼呢?這麼好的日子。」

자신도 모르게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를 훔칠 생각도 없이 유중혁이 눈을 깜박거렸다. 어느새 맺혀있던 눈물방울이 투둑 떨어져 뺨위를 달궜다. 기분이 너무 들뜨면 울음이 난다는데,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유중혁은 오늘에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기쁨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劉眾赫眨了眨眼,甚至沒想到要擦拭自己不知不覺間泛紅的眼眶。不知何時積聚的淚珠啪嗒落下,灼熱了他的臉頰。人們說心情太過激動時會哭泣,劉眾赫直到今天才第一次明白那是怎樣一種感受。這是喜悅的淚水。

“내가 정말…. 잘해주겠다. 김독자.”  「我會對你……非常好的,金獨子。」

어쩐지 오늘따라 머리를 오래 매만지는가 싶더라니, 청혼하면서 잘보이려고 그런건가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나왔다. 한쪽씩 나눠낀 반지가 왼손에서 찬란히 반짝였다. 사이즈도 오차없이 딱 맞아떨어졌다. 김독자는 발개진 유중혁의 눈가를 콕콕 찌르며 장난을 쳐댔다. 우리 쭝혁이 내가 안받아줄까봐 울어쪄요? 혀짧은 소리로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샐쭉 치켜뜬 눈으로 유중혁이 노려보며 말했다.
他今天怎麼摸頭髮摸了那麼久,原來是求婚前想讓自己看起來好一點,想到這裡,金獨子就忍不住一直笑。兩人手上各戴著一半的戒指在左手無名指上燦爛地閃耀著。尺寸也分毫不差地完美貼合。金獨子戳了戳劉眾赫泛紅的眼角,開玩笑地說:「我們眾赫是不是怕我不會答應,所以哭了呀?」他正用撒嬌的語氣咯咯笑著,劉眾赫就瞇起眼睛瞪著他,說道:

“하지, 마라. 김독자….”  「住、住手。金獨子……。」

웅얼거리며 내뱉은 말에 필사적으로 훌쩍임을 감춘 것이 다 드러나보였다.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에 김독자가 유중혁을 끌어안고 다독거렸다. 체격차이가 있으니 품에 끌어안긴 꼴이 되었지만 두 사람 모두 신경쓰지 않았다. 따스한 볕아래 누워 한참을 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둘은 해가 길게 땅거미를 지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他含糊不清地說著,拼命掩飾的抽泣聲卻完全暴露了出來。金獨子抱著劉眾赫,輕聲安慰著他斷斷續續的聲音。由於體格差異,他被抱在懷裡,但兩人都不在意。他們在溫暖的陽光下躺了許久,繼續談論著未來,直到太陽在地上拉出長長的影子,他們才起身。

 

김독자는 당연히 아이를 낳고나서 결혼식을 올리겠거니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배가 더 불러오기전에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의지로 예식장 날짜까지 일사천리 잡아버린 유중혁을 보며 탄식과 한숨 그 사이의 무언가를 토해냈다. 김독자는 눈을 잔뜩 흘기고 예비신랑에게 혀를 차주는 것까지 잊지않았다.
金獨子理所當然地以為會等孩子出生後再舉辦婚禮,結果卻完全不是這麼回事。看著劉眾赫以在肚子更大之前舉辦婚禮的意志,一口氣敲定婚禮場地日期的模樣,金獨子吐出了介於嘆息與無奈之間的某種東西。金獨子還不忘狠狠地瞪了準新郎一眼,並咂了咂舌。

그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 불과 몇일 전이었는데. 회사내 두 개 부서가 하루종일 들썩였다. 하나는 김독자가 속해있는 기획팀이었고, 또 하나는 당연히 유중혁이 속해있는 마케팅팀이었다. 두 부서에 속해있는 직원 모두가 갑작스럽게 뿌려진 청찹장을 하나씩 쥐고 있는 것을 보며 잠시 외근을 다녀온 김독자가 뒷목을 잡았다. 놀랍게도 청첩장은 유중혁이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돌린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도는 것을 듣고 맹물을 연거푸 들이마셨다.
聽到那個消息不過是幾天前的事。公司裡兩個部門一整天都鬧哄哄的。一個是金獨子所屬的企劃組,另一個當然是劉眾赫所屬的行銷組。金獨子出差回來,看到兩個部門的員工都人手一張突如其來的請帖,頓時扶住後頸。他聽說請帖竟然是劉眾赫一張一張親自發的,驚訝得連連灌了好幾口白開水。

외모는 물론이고 실적까지 뛰어나 최단시간내에 간부급으로 올라간 유중혁은 사내에서도 유명했다. 평소 애인이 있다는 티를 내기는커녕, 결혼은 고사하고 평생 혼자살 것처럼 생겨먹은 어디 소설 남주인공 같은 그가 어쩐일로 다른부서에 내려와 건네준게 청첩장이라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다들 끼리끼리 뭉쳐 소곤거리는 와중에 김독자만 혼자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앓는 소리를 냈다. 유중혁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청첩장을 열어본 이들이 하나같이 눈이 땡그래져서 고개를 기우뚱 꺾었다.
<p>劉眾赫不僅外貌出眾,業績也十分亮眼,以最短時間晉升為幹部,在公司內部也很有名。他平時從不表現出有對象的樣子,別說結婚了,簡直就像是會孤獨終老的小說男主角,沒想到他竟然會來到其他部門,遞出的東西竟然是喜帖。人們竊竊私語也情有可原。大家三五成群地聚在一起低聲議論,只有金獨子一個人把頭埋在桌上,發出痛苦的呻吟。打開喜帖的人們,看到那與劉眾赫風格迥異的可愛設計,無一例外地都瞪大了眼睛,歪著頭。</p>

“김…독자…?”  「金…獨子…?」

“우리부서에 있는 그 독자씨는 아니죠?”
「不是我們部門那個獨子先生吧?」

여전히 자리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김독자에게 그와 친분이 있던 동기들이 우르르 몰려와 질문을 퍼부어댔다.
金獨子仍舊低著頭坐在原位,與他交好的同期們蜂擁而上,向他拋出一個又一個問題。

“독자씨도 유과장님 청첩장 받았어요?”  「獨子先生也收到劉科長的請帖了嗎?」

“여기 김독자라고 적혀있는데 혹시 독자씨는 아니죠?”
「這裡寫著金獨子,獨子先生該不會就是他吧?」

“유과장님이랑 독자씨랑 사귀어요?! 언제부터?”
「劉科長和獨子先生在交往嗎?!從什麼時候開始的?」

“에이, 설마 두분이 결혼하시는 거겠어. 애인없다고 하셨잖아.”
「哎,他們兩個怎麼可能結婚。你不是說他們沒有愛人嗎?」

“독자씨 이름이 흔한것도 아닌데 설마.”
「獨子先生的名字不常見,應該不會吧。」

“본인한테 물어보면 돼지! 그래서 독자씨.”
「問本人不就知道了!所以獨子先生。」

유과장님이랑 무슨 사이에요? 유중혁이 사내에서 꽤 인기가 많은 탓에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이 죄다 몰려와 김독자를 추궁했다. 난감하게 웃으며 속으로는 욕지기를 짓씹던 김독자가 입술만 잘근거리자 주변을 에워싼 이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격양되어갔다.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은, 화제거리의 당사자인 유중혁이었다.
你和劉科長是什麼關係?由於劉眾赫在公司裡人氣頗高,對他感興趣的員工們全都圍了過來,追問著金獨子。金獨子尷尬地笑著,心裡咒罵著,只是咬著嘴唇,周圍圍觀者的聲音便更加激動了。而將他從困境中解救出來的,正是話題的當事人劉眾赫。

“유과장님 애인 없다고 하셨는데…아니었나봐요.”
「劉科長不是說他沒有女朋友嗎……看來不是這樣。」

“…누가 그런소리를 했지?”  「……是誰說了那種話?」

“그야 딱보면…. 어…? 유, 유과장님….”
「那當然是一看就知道……咦?劉、劉科長……」

“청첩장은 잘들 봤나보군,”  「看來你們都把喜帖看得很清楚了。」

어느새 다가온 유중혁이 저승사자처럼 무리지어있는 팀원들의 등짝을 서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김독자는 그의 눈치를 보며 양손을 꾹 잡았다 떼기를 반복했다. 그 몸짓을 보며 유중혁의 한쪽 눈썹이 씰룩 올라갔다.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제 애인이었다. 저 자그마한 머리통안에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지는 안봐도 뻔했다. 신입사원인 자기보다도 연차있고 평가도 좋은 유중혁의 이미지가 말한마디에 무너져 내릴까봐 머리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듯 했다. 안좋은 소문이 잘나가는 애인의 발목을 붙잡고 끌어내리기라도 할까 싶어 변명거리를 고심하는 얼굴에 그늘이 두껍게 드리워져 있었다. 유중혁은 자신에게 집중되어있는 똘망똘망한 시선을 주욱 훑었다. 그리곤 당당하게 김독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不知何時走近的劉眾赫,正像個地獄使者般,冷冷地盯著圍成一團的組員們的背影。金獨子看著他的臉色,反覆地緊握又鬆開雙手。看著他的動作,劉眾赫的一邊眉毛挑了起來。現在,只要眼神一對上,就能清楚看穿他在想什麼的,是他的愛人。他那小小的腦袋瓜裡在煩惱什麼,不用看也知道。他似乎能聽到金獨子絞盡腦汁的聲音,擔心比自己這個新進員工資深、評價也更好的劉眾赫的形象,會因為一句話而崩塌。金獨子苦思著辯解的理由,臉上籠罩著厚厚的陰影,似乎是擔心不好的傳聞會拖住他那前途光明的愛人的後腿,甚至將他拉下馬。劉眾赫掃視了一圈集中在他身上的炯炯有神的目光。然後,他堂堂正正地走向金獨子。

“김독자.”  「金獨子。」

“……어?”  「……咦?」

“오늘 저녁은 뭐가 먹고 싶은가.”
「今晚想吃什麼?」

“…어…?”  「…… 呃?」

“오랜만에 외식도 좋겠군. 퇴근하고 데리러올 테니 기다려라.”
「好久沒在外面吃飯了,這樣也不錯。下班後我會去接妳,等我。」

중혁아 미쳤어…? 돌아서서 자기 부서로 돌아가는 유중혁의 뒤통수에 수많은 시선이 꽂혀들었다. 그 시선들은 곧 김독자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모든 사원들이 눈을 빛내며 어머, 어머, 하는 소리를 냈다. 정작 관심을 한몸에 받고있는 김독자 본인은 아연실색해서 굳어진채 토끼처럼 바들거리고 있었다. 어쩌지, 하는 심정에 잔뜩 웅크려있던 것도 잠시뿐이었고 동료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두 사람을 축하했다.
眾赫啊,你瘋了……?劉眾赫轉身回到自己的部門,無數道視線釘在他的後腦勺上。那些視線很快又轉向金獨子。所有員工都眼睛發亮,發出「哎呀,哎呀」的聲音。然而,備受矚目的金獨子本人卻嚇得臉色發白,僵硬地像兔子一樣顫抖著。他心想著「怎麼辦」,蜷縮成一團,但這也只是一瞬間,同事們便齊聲鼓掌,祝賀兩人。

“뭐야! 독자씨 애인은 없다더니 유과장님이 애인이라서 숨긴거였구나?”
「什麼啊!你不是說你沒有愛人嗎?原來是因為劉科長是你的愛人,所以你才隱瞞的啊?」

걔 중에는 답답했던게 뻥 뚤려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두 사람의 열애썰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혼식에 관해서 묻는 이들도 있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허둥거리며 일일이 답해주던 김독자가 어버버하며 대답했다.
其中,有人覺得鬱悶的心情豁然開朗,也有人好奇兩人的熱戀傳聞。還有一些人詢問關於婚禮的事。金獨子手忙腳亂地一一回答著如瀑布般傾瀉而來的問題,結結巴巴地說道。

“결…혼은 생각없었는데 아이가 먼저 생겨버려서….”
「我……本來沒想結婚,結果孩子搶先一步出生了……。」

그 말과 동시에 시끌벅적하던 사무실안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가 이내 더큰 소음이 터져나왔다.
那句話說出口的同時,原本吵雜的辦公室陷入短暫的沉默,隨後爆發出更大的喧囂。

“두분 벌써 아이도 있어요!? 몇 살인데요?”
「兩位已經有孩子了!?幾歲了?」

“이름은 뭐에요? 사진있어요?”  「叫什麼名字?有照片嗎?」

“어…6개월이에요. 내년 초에 출산일인데….”
「呃……六個月了。預產期在明年年初……」

“…….”  「……。」

“…….”  「……。」

더큰 소음은 방금전의 침묵보다 더한 침묵으로 잠재워졌다. 죽음 같은 적막속에서 김독자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말한게 있나싶어 방금한 이야기를 더듬거렸다. 침을 넘기느라 꿀렁이는 울대소리마저 들릴만큼 고요해진 공간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죄책감이나 그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김독자가 임산부라는 점에 놀랐것도 있었지만, 놀람보다 더 거대한 죄책감이 밀물처럼 흘러들어왔다.
更大的聲響被比方才的寂靜更甚的寂靜所掩蓋。在死寂般的沉靜中,金獨子回想著自己方才說的話,心想是不是說錯了什麼。在連吞嚥口水時喉嚨發出的咕嚕聲都清晰可聞的寂靜空間裡,人們各自懷著罪惡感或類似的情緒,閉口不語。雖然他們對金獨子是孕婦這點感到驚訝,但比驚訝更巨大的罪惡感如潮水般湧來。

여태껏 5개월, 6개월차인 임산부에게 업무를 죄다 떠넘기고 잔업까지 시킨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심지어 오늘 김독자는 외근까지 다녀온 차였다. 분위기가 적막하다 못해 숙연해지기 까지 하자 김독자는 눈치를 보며 잔뜩 풀이 죽어갔다. 거기까지 하고나니 짧고 강렬했던 휴식시간이 끝나버려 다시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그날은 퇴근시간 5분전부터 동기들이 김독자의 짐가방을 손수 챙겨주며 빨리 퇴근해보라고 성화였다. 참으로 정신없고 혼이 쏙 빠지는 날이었다.
這五、六個月以來,將所有業務都推給孕婦,甚至讓她加班的記憶如跑馬燈般閃過。甚至今天金獨子還出差去了。氣氛從寂靜變得肅穆,金獨子察言觀色,整個人都蔫了。做到這裡,短暫而強烈的休息時間便結束了,大家又一個個回到自己的座位上。那天,距離下班時間還有五分鐘,同事們便親手幫金獨子收拾好包包,催促他趕快下班。真是個忙碌又讓人心力交瘁的一天。

“…퇴, 근…하겠습니다….”  「…… 我、我要...... 下班了......」

“조심히 들어가요 독자씨!”  「獨子先生,路上小心!」

“주말 푹쉬고요!”  「週末好好休息喔!」

과한 친절을 베푸는 선배와 동료들의 인사에 반쯤 놓은 정신을 붙잡을 새도 없이 문앞에 서있는 이의 몸에 턱, 하니 가로막혔다. 부딪힌 코를 붙잡고 고개를 드니 유중혁의 얼굴이 보였다.
我還來不及抓住那半脫離的意識,就被過度親切的前輩和同事們的問候聲,以及擋在門口的人影給堵住了去路。我捂著撞到的鼻子抬起頭,看見了劉眾赫的臉。

“유중혁 너….”  「劉眾赫你……。」

“갈까.”  「走吧。」

기획팀 문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기다리고 있던 유중혁이 김독자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을 건네쥐고 손을 마주잡았다. 평소 같은 유중혁의 모습이었지만 장소가 회사라는 점에서 김독자는 얼굴이 붉다못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면서 손목시계를 훑어본 유중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까딱였다. 정확하게 칼퇴근인 것을 확인하고나자 조각상처럼 미소가 흐드러졌다.
劉眾赫就這麼杵在企劃部門口,等著金獨子,他接過金獨子手中的包包,然後與他十指交扣。雖然這是劉眾赫一貫的作風,但由於地點在公司,金獨子臉紅得簡直快要爆炸。劉眾赫悠哉地邁開步伐,掃了一眼手錶,滿意地點了點頭。確認是準時下班後,他便像雕像般綻放出燦爛的笑容。

이제 거리낄것이 없어진 것인지, 그날 이후로 유중혁은 출퇴근시간에 딱 맞춰 김독자를 마중했다. 나란히 손을 잡고 출근하여 함께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직원들이 훈훈한 낯으로 헤실거렸다. 어여쁘게 사랑하는 커플을 구경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한편으로는 외로움이 북받쳤다. 아직은 커플보다 솔로가 많은, 옆구리가 시린 이들이 많은 사내에선 이따금 외로움에 우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물론 유중혁과 김독자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不知是否已無所顧忌,從那天起,劉眾赫便在上下班時間準時接送金獨子。看著兩人手牽手上班,又一同回家的背影,員工們都露出溫馨的笑容。除了欣賞這對可愛的情侶,心頭感到暖意之外,另一方面,孤寂感也油然而生。在這間公司裡,單身者仍比情侶多,許多人感到形單影隻,偶爾還能聽到因寂寞而哭泣的聲音。當然,劉眾赫和金獨子對此毫無察覺。

 

7개월차. 이제 임신 중반즈음에 접어든 김독자가 어느날인가 조심스럽게 부장에게 서류를 제출했다. 그의 뒤를 따라가는 몇몇 이들의 시선에 언뜻 보였던 문서제목은 ‘출산휴가 신청서’였다. 눈치없는 기획팀 차장은 김독자가 임신한 사실만 알뿐 그가 몇 개월차인지, 남편은 누구인지 따위에 관심을 두지않았다. 그래서 그날 일이 터졌다.
七個月了。某天,金獨子小心翼翼地向部長提交了文件,他已進入懷孕中期。跟在他身後的一些人,目光瞥見文件標題是「育嬰假申請書」。不識趣的企劃組次長只知道金獨子懷孕了,卻不關心他懷孕幾個月、丈夫是誰之類的事。所以那天就出事了。

“…출산휴가?”  「……育嬰假?」

“…아, 네….”  「……啊,是……」

눈을 흘겨뜨곤 위아래로 김독자를 훑어보던 차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으레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난 차장놈이 잔소리를 퍼붓기전의 신호인 것을 알아챈 이들이 숨을 죽였다.
科長斜眼打量著金獨子,從上到下將他掃視了一遍,接著長長地嘆了口氣,用手指輕敲著桌面。察覺到這是素來以脾氣暴躁聞名的科長在訓斥人之前的信號,眾人屏住了呼吸。

“지금 하반기 발표가 코앞인데, 독자씨가 이렇게 빠지면 부서전체에 민폐끼치는 거 알아요, 몰라요?”
「現在下半年的發表會迫在眉睫,獨子你這樣一走,會給整個部門添麻煩,你知道不知道?」

“…….”  「……。」

직원들이 한결같이 혀를 차며 차장의 욕을 짓씹었다. 하반기 보고서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이 김독자였는데, 다 된 밥에 고작 숟가락만 찔러넣은 주제에 한다는 소리가 보고서 초안 작성자에게 하는 소리가 저랬다. 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개소리였다.
員工們不約而同地咋舌,在心裡咒罵著科長。下半年報告投入最多心力的是金獨子,結果這傢伙只是在現成的飯菜裡插了根筷子,卻對報告的初稿撰寫者說出這種話。這根本是讓人無法不罵的狗屁話。

“지난번에 말했던 계획안 수정할 부분은 겨우 기한만 맞춰놓고, 실적도 안나왔는데 무턱대고 휴가신청을 하면 제가 얼씨구나 하고 받아줘야 하는게 맞습니까?”
「上次說的企劃案,要修改的部分也只是勉強趕上期限,根本沒有實績,你卻貿然申請休假,難道我該拍手叫好地答應嗎?」

“…아닙니다.”  「…… 不是。」

어쨌거나 제출된 서류를 검토도 하지않고 무를수는 없었으니 차장은 싫은티를 잔뜩 내며 대충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래놓고 하는말이 더 가관이었다. 임신진단서니 뭐니, 별에 별 것을 다 요구하며 필요하지도 않은 증빙서류를 잔뜩 가져오라며 김독자를 구박해댔다. 반박하지도 못하고 허리만 연신 굽혀대던 김독자가 결국 잔뜩 풀이 죽은 채로 자리에 돌아왔다. 그는 몰랐겠지만, 이미 동기몇몇이 차장의 새로운 지랄모음을 길게 풀어 써내려가며(아주 약간의 과장도 덧붙여서) 유중혁에게 조용히 메신저를 보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메신저가 깜박거렸다.
無論如何,提交的資料不可能不經審閱就作廢,所以科長一臉不情願地隨手接過文件。而他接下來說的話更是荒謬。他要求金獨子提供各種不必要的證明文件,像是懷孕診斷書之類的,不斷刁難他。金獨子無法反駁,只能不停地彎腰,最後垂頭喪氣地回到座位。他可能不知道,但已經有幾個同期同事將科長的新一輪刁難事件(還添油加醋了一點)詳細寫下來,悄悄地傳訊息給劉眾赫。不到十秒鐘,訊息就開始閃爍。

‘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是,我會處理。」

처리하겠다뇨. 얼굴은 신이 몇 날 며칠을 빚어만든 것처럼 생겨선 말투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동기들은 답대신 작은 이모티콘 하나만 띄워보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차장은 죽었구나.
「我會處理。」他說。那張臉蛋美得像是神明耗費數日才雕塑而成,語氣卻兇悍至極。同期們沒有回話,只傳送了一個小小的表情符號,心裡想著:這下次長死定了。

동기들의 비밀스러운 고발이 시작된건 놀랍게도 유중혁의 아이디어에서 였다. 김독자가 워낙 평소에 면박을 받거나 불리한 처우를 받아도 본인이 티를 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유중혁은 나름대로 사내에서 직급도 꽤 높고(짧은 사이에 부장까지 승진했다. 역대 최단기록으로 부장으로 승진한 이라고 한다.), 인맥도 꽤 넓은 편이었는데 김독자는 정말 칼같이 선을 긋고 일을 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김독자는 제 3자가 보기에도 너무 빡빡하게 굴었다. 그래서 유중혁은 일일이 기획팀 사원들을 찾아가 김독자가 혹여라도 받는 부당한 처우들이 있으면 대강 신호만 달라 부탁했다. 평소에 차장이 다른 사원들에게도 행동거지가 좋지 않은탓인지 부탁을 받은 모든 이들이 좋다며 수락했더랬다.
令人驚訝的是,同事們秘密告發的開端,竟是來自於劉眾赫的主意。問題在於金獨子平時就算受到斥責或不平等待遇,他本人也從不表現出來。劉眾赫在公司裡職位相當高(在短時間內晉升到部長,據說是史上最短時間晉升部長的人),人脈也相當廣,但金獨子卻總是公事公辦,劃清界線。公私分明是理所當然的,但金獨子在旁人看來卻過於嚴苛。因此,劉眾赫便一一拜訪企劃組的員工,拜託他們,如果金獨子受到任何不公平的待遇,只要給個信號就好。或許是因為平時車長對其他員工的行為舉止也不太好,所有被拜託的人都欣然接受了。

7개월차면 기획팀 차장처럼 눈치없는 이들이 보기에도 티가 좀 나야하는 것이 맞지않나 싶었으나 워낙 태생이 마른 체격탓인지 김독자는 다른 산부들보다 배가 덜부른 상태였다. 아이도 제 부모를 닮아 어느정도 선에서 크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했다. 한동안 열심히 먹고 싶다는게 많아 이것저것 사다 입에 물릴때는 그래도 살집이 좀 붙나 싶었는데, 그 기간이 지나고 나니 입도 짧아져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배가 좀 나왔구나 싶어보였다. 유중혁의 뒷작업(?)으로 기획팀 직원들이 열심히 간식이며 군것질거리를 사다가 김독자의 입에 물려주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살이 영 붙질않는 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七個月大的話,就算像企劃組次長那樣沒眼力見的人,也應該看得出一些端倪才對,但金獨子天生體型偏瘦,肚子比其他孕婦小。據說孩子也像他父母一樣,在某個階段生長速度變慢了。有一段時間,他很想吃很多東西,所以當劉眾赫買來各種食物餵他時,他還以為自己會長點肉,但那段時間過去後,他又變得食慾不振,不認識的人看了只會覺得他肚子有點大。在劉眾赫的「幕後操作」下,企劃組的員工們也經常買來零食和點心餵金獨子。儘管如此,他卻一直沒有長胖,這讓人很擔心。

김독자가 시무룩한 얼굴을 한 채 자리로 돌아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뒤로 한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기획팀 차장은 마케팅팀 부장의 호출을 받고 헐레벌떡 사무실을 나섰다. 김독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조용히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조용히 박수를 쳐댔다.
金獨子一臉沮喪地回到座位上,再次敲打著鍵盤。不到一個小時後,企劃組的次長便接到行銷組部長的電話,匆匆忙忙地離開了辦公室。金獨子對此一無所知,但周圍的人卻悄悄地拍手叫好。

실력있는 직급자들만 모인다는 마케팅팀에 들어오기전 말단시절 유중혁은 영업팀에 있었다. 그 시절 오로지 영업실력만으로 실적 1위를 휩쓸고 다녔던 그의 입놀림에 기획팀 차장은 그날 눈물이 쏙 빠지도록 매타작, 아니, 입타작을 당했다. 아주 작은 꼬투리부터 시작했던 호령은 장장 한시간동안 이어졌다. 자신보다 어린 상급자가 뱉어내는 신랄한 비판에 정신이 쏙 빠져있는 차장에게 마지막으로 유중혁이 툭 말을 덧붙였다.
在進入據說只聚集了有實力的主管的行銷團隊之前,劉眾赫在基層時期是待在業務團隊的。那時候,他光憑業務能力就橫掃了業績第一名,企劃團隊的科長在那天被他的口才說得眼淚都快掉出來了,不,是被他罵得體無完膚。從一個小小的把柄開始的訓斥,足足持續了一個小時。劉眾赫最後對著被比自己年輕的上級吐出的辛辣批評搞得心神不寧的科長,輕輕地補上了一句話。

‘제가 청첩장을 빠트리진 않은 것 같은데, 확인 안해보신 모양이군요.’
「我好像沒漏掉喜帖,看來您沒確認過呢。」

‘예에…?’  「咦......?」

‘당신부서의 김독자 사원의 출산휴가는 왜 반려시킨겁니까.’
「你部門的金獨子職員的育嬰假為什麼駁回了?」

당황으로 물들어 있던 차장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김독자의 이름이 어리둥절한 모양이었으나 방향을 잘못잡은 대답이 뒤죽박죽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바쁜시기인걸 알고 일부러 휴가를 쓰는거다, 고작 몇 달사이에 결혼이고 임신이고 다 핑계거리다, 젊은 사람이 겨우 임신으로 대우받으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유중혁은 그의 말을 모조리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車長那張因驚慌而染上色彩的臉,急速地變得難看。金獨子這個名字突然冒出來,他似乎感到一頭霧水,但卻給出了一個錯誤的回答,混亂地脫口而出。他說什麼知道現在是忙碌時期,所以才故意請假;說什麼才短短幾個月,結婚和懷孕都只是藉口;說什麼年輕人竟然想靠懷孕來獲得特殊待遇……可惜劉眾赫沒有閒暇聽他說完這些話。

“한 차장님.”  「韓次長。」

“…네…! 유부장님.”  「……是、是的……!俞部長。」

“제가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我剛才不是說了嗎?」

청첩장을 확인해보지 않으신 것 같다고. 짐승같이 나직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리자 뒷목에 찌르르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차장은 몸을 떨었다.
您好像沒有確認喜帖。當野獸般低沉的聲音在辦公室裡迴盪時,次長感到後頸一陣刺痛的雞皮疙瘩,身體顫抖起來。

“의사가 정해준 시기입니다. 7개월차부터는 몸에 무리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사내규정으로도 출산예정일 3개월전부터 출산휴가는 자유롭게 신청이 가능하고요.”
「這是醫生規定的時期。從懷孕七個月開始,就不能讓身體太過勞累。而且根據公司規定,預產期前三個月就可以自由申請產假了。」

“…아, 그…그렇긴 한….”  「……啊,這……這倒是……」

“속도위반은, 예상못한 일이었습니다만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습니다. 그리고 대우요.”
「超速駕駛,雖然是意料之外,但並沒有違反規定。還有待遇方面。」

“…그…으….”  「…… 呃...... 嗯......」

“지금 제가 차장님께 손도 대지않고 욕설한번 날리지 않는게 대우입니다.”
「我現在沒有對車長您動手,也沒有罵一句髒話,這就是優待了。」

아직까지 눈치없이 끔뻑이는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유중혁이 턱을 괸 고개를 살짝 대각선으로 비틀었다. 짙은 흑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차장은 몸서리를 치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본인도 알파이건만,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우성 알파의 기세에 위축된 어깨가 잔뜩 움츠러 들었다. 그제서야 흔들리던 초점이 제자리를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몰랐던 사실을 입으로 더듬거렸다.
劉眾赫直視著那雙依然不識趣地眨動著的眼睛,微微將手托著下巴的頭斜向一邊。光是那雙深邃的黑眸注視著自己,次長便渾身顫抖,將視線垂向地面。他自己也是個 Alpha,卻被眼前咆哮著的優性 Alpha 的氣勢所震懾,肩膀不由自主地縮了起來。直到這時,他那搖擺不定的焦點才失去原位,四處遊蕩,口中結結巴巴地說出自己不知道的事實。

“…설….”  「…… 雪......」

“네. 김독자의 아이는 제 아이입니다.”
「是。金獨子的孩子就是我的孩子。」

“…….”  「……。」

“일개 사원이라고 이 이상 더 제멋대로 구신다면 저도 사양않고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한명오 차장님.”
「韓明吾次長,如果您再以區區職員的身分如此放肆,我也不會客氣地『款待』您。」

유중혁이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으나 웃는 얼굴보다는 사냥감을 물기 직전의 맹수 같은 표정이었다. 휘청거리며 90도로 인사를 하고 마케팅팀을 나선 차장이 넋이 나간채로 자리로 돌아갔다. 당연한 소리지만 사무실에 돌아오기 무섭게 김독자에게 본인이 직접 찾아가 제입으로 쓸데없는 꼬투리를 잡고 물어진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출산휴가는 당일에 바로 승인이 떨어졌다.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태클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획팀의 사원들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같은 상황에 분노했다가 경외로움을 느꼈다가, 통쾌함을 넘나들었다. 마지막은 사랑꾼 유중혁에게 소리없는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劉眾赫的嘴角拉長,與其說是笑容,不如說更像捕獵前夕的猛獸。搖搖晃晃地九十度鞠躬後,行銷部經理失魂落魄地回到座位。理所當然地,他一回到辦公室,立刻親自去找金獨子,為自己多管閒事、找碴的行為道歉。產假當天就獲准了。這雖然是破例,但沒有人提出異議。企劃部的員工們對這場實時上演的戲劇般情境,從憤怒到敬畏,再到痛快淋漓。最後,他們默默地為愛妻狂魔劉眾赫獻上掌聲。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나고, 남들이 모두 바지런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시간에 김독자는 밀린 웹소설을 읽었다. 태교도 좋지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일러준 유중혁 덕분에 마음편히 하고싶은 일들을 했다. 장황하지도 않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웹소설을 잔뜩 읽거나, 아주 느즈막히 일어나 중천에 떠있는 해를 보며 기지개를 켜거나, 단맛밖에 나지않는 싸구려 코코아를 사다가 세 개를 한번에 풀어먹거나. 그런 것들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하루하루 시도해가며 김독자는 보기좋게 살도 오르고 아이도 이전과 달리 쑥쑥 커갔다. 기분좋은 변화였다.
大約一週後,當所有人都忙著敲打鍵盤時,金獨子卻在讀他積欠的網路小說。多虧了劉眾赫告訴他,胎教固然重要,但做自己最喜歡的事也很好,他才能心安理得地做自己想做的事。那些都是些不浮誇的小事。他會大量閱讀自己喜歡的網路小說,或者非常晚才起床,看著高掛天空的太陽伸懶腰,又或者買來只有甜味、廉價的可可粉,一次泡三包來喝。就是這些事。金獨子一天天嘗試著這些微不足道的事,他長得很好看,也長了肉,孩子也和以前不同,快速地長大。這是令人愉快的變化。

유중혁은 문장그대로 그를 공주님 취급했다. 눈뜨는 순간부터 잠에 들때까지 오로지 자신을 어화둥둥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유중혁 덕분에 김독자는 마지막 달까지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 편안히 요양했다.
劉眾赫字面意義上將他當成公主般對待。從睜開眼睛的那一刻起,直到入睡為止,劉眾赫都忙著哄他,多虧如此,金獨子直到最後一個月都沒沾過一滴水,安穩地休養著。

“김독자.”  「金獨子。」

평소처럼 현관으로 달려나오는 기척이 없어서인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제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서 유중혁은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도롱도롱 낮게 들려오는 콧소리가 기분좋게 고막에 붙어왔다. 사랑하는 이의 알 수 없는 욕구로 구매했던 흔들의자는 정말 기가막히게 써먹어다. 나른하게 삐걱이는 의자에 기대앉은채 졸고있는 김독자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며 유중혁이 가볍게 눈꺼풀위로 입을 맞췄다.
或許是因為沒有像往常一樣,察覺到有人跑向玄關,他的聲音有些低沉,呼喚著戀人的名字。脫下鞋子,走進客廳,劉眾赫無聲地笑了出來。低沉的鼾聲輕柔地傳入耳膜,令人感到愉悅。為了滿足心愛之人的莫名需求而購買的搖椅,如今竟派上了大用場。劉眾赫輕輕撥開金獨子靠在搖椅上打瞌睡的頭髮,輕柔地吻上他的眼瞼。

“다녀왔다.”  「我回來了。」

여전히 자그마한 고롱거림은 멈추질 않았지만 오히려 그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임부복까지 갖춰입은 옷위로 볼록솟은 배가 뒤뚱거렸다. 유중혁의 뜨거운 손길이 살포시 그위에 내려앉자 작은 태동이 손바닥아래로 꿈틀거렸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오메가. 나의 연인. 이제는 온전히 자신의 손안에 쥐여진 행복이 부드럽게 전신을 맴돌았다. 의자의 움직임에 맞춰 느리게 흔들거리는 김독자의 손에는 짜다만 털뭉치가 쥐여있었다.
細小的咕嚕聲仍未停歇,但那聲音反而讓他的心安定下來。如今,金獨子身上穿著孕婦裝,隆起的肚子搖搖晃晃。劉眾赫溫熱的手輕輕覆上,小小的胎動便在掌心下蠕動。一切都如此神秘而可愛。我的 Omega。我的愛人。此刻,完全掌握在手中的幸福溫柔地縈繞全身。金獨子手中握著一團織到一半的毛線,隨著椅子的晃動緩緩搖擺。

뜨개수세미를 만들겠다고 난리법석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얇은 털실로 곱게 뜬 아기요의가 반절은 넘게 완성되어 있었다. 유중혁의 눈동자에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낱낱이 들어찼다. 뒤죽박죽으로 시작한 결혼생활 이었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그것마저도 운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嚷著要織菜瓜布,彷彿還是昨天的事,沒想到現在,用細毛線精心編織的嬰兒毛毯,已經完成了一大半。劉眾赫的眼底,滿滿都是心愛之人的身影。雖然這段婚姻生活始於一團混亂,但如今想來,或許那也是一種命運吧。

숨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고요한 집안에는 세 개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짧아진 해를 쫓아 크기를 늘여가는 땅거미가 찾아든 집안은 온통 따스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햇살이 따뜻한 것인지, 마주잡은 이의 온기가 따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어떤것이라도 좋았다. 마침내 온전하게 채워진 사랑의 크기가 심장을 파고들며 크게 부피를 키웠다. 비로소 단단해진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屋內一片寂靜,只偶爾傳來呼吸聲,卻能聽見三道心跳聲。隨著日頭漸短,暮色將屋子籠罩,屋內滿溢著溫暖的光芒。不知是陽光溫暖,還是手中相握之人的溫度溫暖,無論是哪一種都好。那終於被完整填滿的愛意,鑽入心扉,大大地膨脹開來。那份終於變得堅實的,便是幸福。




<사랑~흐림>의 외전은 웹발행 계획이 없습니다:D 감사합니다.
<愛~陰霾>的番外沒有網路發行計畫喔:D 謝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