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결혼이 자연스러운 세계라는 설정입니다 ‧˚₊*̥(* ⁰̷̴͈꒨⁰̷̴͈)‧˚₊*̥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这是一个同性婚姻被视为自然的世界设定 ‧˚₊*̥(* ⁰̷̴͈꒨⁰̷̴͈)‧˚₊*̥





중년의 여성은 도톰하고 고급스러운 엠보 재질의 흰 서류철을 들고 굳게 닫힌 방문 앞을 서성였다. 잔잔한 꽃과 잎사귀가 양각으로 돋은 서류철을 펼치면, 깨끗하고 빳빳한 종이에 인쇄된 한 남자의 프로필이 꽂혀 있을 것이다.
中年女性手持一个厚实高档的白色浮雕文件夹,在紧闭的房门前来回踱步。如果打开这个表面印有精致花朵和叶子浮雕的文件夹,里面会有一张干净挺括的纸,上面印着一个男人的个人资料。


“용복아, 아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읽어봐. 응?”
"龙馥啊,儿子。别这样,就看一眼好吗?嗯?"


여자는 애타는 목소리로 방문 밖에서 타일렀다. 널찍하고 고상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집의 깊숙한 곳까지 볕이 들고 있었으나, 어쩐지 여자가 딛고 선 방문 앞까지는 닿지 못하는 듯했다.
女人站在房门外,用恳切的声音劝说着。虽然宽敞典雅的室内装潢让阳光可以照射到房子的深处,但不知为何,似乎就是无法触及女人所站立的那扇房门前。


”싫어… 싫어. 안 볼래. 나 그거 안 보고 안 나갈래.“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不要...不要。我不想看。我不看那个就不出去。"

”어떻게 그래. 집안끼리의 약속인걸. 엄마가 보기엔 정말 인물 훤-하고 좋은 친구라니까. 편견 갖지 말고 이거 한 번만 봐. 내일이 첫 만남인데 아직도 안 보면 어떡하니.”
"怎么这样呢。这可是两家人之间的约定啊。妈妈看他真的是个很出色很好的孩子。别带着偏见,就看这一次吧。明天就是第一次见面了,到现在还不看怎么行呢。"

“그러니까 어떻게, 내 결혼을, 나만 쏙 빼놓고 나머지 사람들끼리 약속할 수 있어?”
"所以说,怎么能把我的婚事,只把我排除在外,其他人就擅自约定好了呢?"


방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마치 부모가 자신을 팔아먹기라도 했다는 듯, 설핏 충격과 울먹임까지 묻어 있었다. 용복의 집안 또한 몹시 유복한 편이었으나, 그걸 고려해도 사회적 지위나 자산 규모에 큰 차이가 있는 상대의 집안에서 찔러온 혼담에 용복의 부모가 버선발로 마중을 나갔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从门缝中传出的声音里,仿佛父母把自己卖掉了一样,隐约带着震惊和哽咽。虽然李龙馥家也算是非常富裕,但即便考虑到这一点,在社会地位和资产规模上有很大差距的对方家庭提出的婚事,李龙馥的父母却迫不及待地欣然接受,所以他说的也不完全是错的......


“일이 상의 없이 흘러간 점은 엄마도 참 미안하고 속상해. 하지만 그 집에서 먼저 네가 좋다고 두드려 오는 걸 어쩌니. 그렇게 좋은 조건에 멋진 분인데 너랑 한 번 이어주기라도 해 보자는 게 엄마와 아빠의….”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事情没有事先商量就这样发展了,妈妈也很抱歉,也很难过。但是那家人先主动表示喜欢你,我们能怎么办呢?条件这么好,又是这么优秀的人,妈妈和爸爸只是想试着撮合你们一下......"

”너무해.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다 거짓말이야.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그렇게 우리 아들과 결혼해도 좋다고 말하는 부모님이 어디 있어?”
"太过分了。明明说爱我,爸爸妈妈怎么能这样做?全都是骗人的。哪有父母会去跟不认识的人说'可以和我们儿子结婚'这种话?"

“이런 사랑의 방식도, 시작도 있어. 그리고, 아들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 주고 싶은 것도 부모 마음이야. 엄마 아빠도 다 이런 식으로, 선으로 결혼했어. 이렇게 시작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这种爱的方式,这种开始也是存在的。而且,想给儿子介绍好人家也是父母的心意啊。妈妈爸爸不也是这样,通过相亲结的婚吗?有多少人就是这样开始,然后幸福地生活在一起。"


속이 상한 어머니의 말이 길어지는데도 방문 뒤에서는 답 없이 조금 훌쩍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용복의 어머니는 한숨을 폭 내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尽管伤心的母亲继续说着,但门后只传出了一些抽泣的声音,没有任何回应。李龙馥的母亲深深地叹了口气,咬住了嘴唇。








맞선 전야 上  相亲前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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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용복의 가족이 살고 있는 주택가로 고급 세단이 미끄러졌다. 운전기사까지 대동한 중년의 남자는 트렁크에 각종 선물을 가득 싣고도, 장갑까지 낀 손에 작은 상자를 쥔 채였다.
几天前,一辆豪华轿车滑进了李龙馥家人居住的住宅区。一位中年男子带着司机,后备箱里装满了各种礼物,戴着手套的手里还握着一个小盒子。


정중한 자세로 초인종을 울린 남자는 혼담이 오가는 상대 집안에서 보낸 오랜 수행비서였다. 상대 집안의 모계는 권세 있는 사업가 집안이었고 부계는 대대로 법조인을 하는 집안으로, CEO인 어머니와 전직 판사 아버지 사이에서 난 아들 또한 갓 임용된 검사였다.
以恭敬的姿态按响门铃的男子是来自相亲对象家族的资深私人秘书。对方家族的母系是一个有权势的企业家家族,父系则世代从事法律职业,身为 CEO 的母亲和前法官父亲的儿子也刚刚被任命为检察官。


용복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로, 그러니까 혼담이 오갔다는 사실 자체를 듣지도 못한 상태로 낯선 이를 위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저보다 한참 나이가 있는 남자가 저를 알아보고 허리를 깊이 숙이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마주 숙였다. 멋진 콧수염까지 기른 노신사는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李龙馥完全不知道这些事情,也就是说,他在完全没有听说过有人在谈论婚事的情况下,亲自为这位陌生人打开了门。当他看到一个比自己年长许多的男子认出了他并深深鞠躬时,他吃惊地也鞠了一躬。这位留着漂亮胡子的老绅士用平静的语气开口说道。


“우선 저희 도련님께서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마음 깊이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업무와 연수 일정 때문에 부득이 제가 대리 방문하게 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首先,我们少爷对于无法亲自前来拜访感到非常遗憾。由于工作和培训日程的原因,不得不由我代为拜访,再次真诚地表示歉意。感谢您的谅解。"


용복은 벙 찐 채로 희끗한 남자의 정수리를 내려다 보았다. 남자는 그 긴 문장을 다 쏟아내고 나서야 허리를 세웠다.
龙馥目瞪口呆地低头看着那个头发斑白的男人的头顶。男人说完那一长串话后才直起腰来。


남자는 흰 면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벨벳으로 감싸인 상자를 열었다. 화이트 골드의 링 중앙에는 큰 컷팅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 그 옆으로도 줄줄이 작은 다이아가 박힌 아주 화려한 반지였다.
男子戴着白色棉手套,小心翼翼地打开了天鹅绒包裹的盒子。白金戒指的中央镶嵌着一颗巨大的切割钻石,周围还环绕着一圈小钻石,是一枚非常华丽的戒指。


“끼워 보시겠습니까?”  "要插进去吗?"


대체 왜 자신이 이것을 껴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용복은 신사의 정중한 태도에 압도되어 우물쭈물 반지를 껴 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왼손 검지에 껴 보려는 것을 남자가 약지에 끼도록 교정해 주었다.
虽然不明白为什么自己要试戴这个,但李龙馥被绅士的礼貌态度所压倒,犹豫地试戴了戒指。他无意识地想戴在左手食指上,但那个男人纠正他,让他戴在了无名指上。


“꼭 맞으시네요. 다행입니다.”  "真是太合适了。太好了。"

“…….”  "……."

“부모님께 말씀 들으셨겠지요. 이 반지는 시부모 되실 분들의 정혼 링이었습니다. 대를 물려 결혼반지로 쓰이게 되는 것을 보니 몹시 감동적입니다.”
"想必您已经听父母说过了。这枚戒指曾是您未来公婆的订婚戒指。看到它能代代相传成为结婚戒指,真是令人感动。"


그 대목에서는 노신사의 뒤에 서서 선물을 나를 준비까지 하던 운전기사까지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감동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在那一刻,就连站在老先生身后准备递送礼物的司机也不禁用手捂住嘴巴,努力抑制住内心的感动。

결혼이니, 대를 이은 반지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용복이 드디어 입을 열어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냐고 물을 때가 되어서야 저만치 용복의 어머니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婚姻啊,传承的戒指啊,李龙馥被敲窗户的声音惊醒,终于开口问这是在说什么的时候,远处才传来他母亲下楼的声音。


“세상에, 오신다는 연락을 그만 놓쳤네요!”
"天哪,我竟然错过了他们要来的消息!"


용복의 어머니를 알아본 노신사가 다시금 허리를 깊이 숙였다. 정원에 깔린 판석을 가로질러 뛰어온 그녀가 일행을 환대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용복아, 인사는 드렸니? 물으며 돌아보는 어머니의 양 뺨은 기쁨으로 붉어져 있었다.
认出李龙馥母亲的老先生再次深深鞠躬。她穿过铺在花园里的石板跑来,热情地迎接一行人并与他们握手。"龙馥啊,你打招呼了吗?"她回头问道,双颊因喜悦而泛红。




집에는 산더미 같은 선물이 쌓였다. 정성스레 포장된 온갖 값비싼 선물들을 다 제쳐두고, 어머니는 용복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늦게나마 상황 설명을 다 듣고도 아직 뇌에서 처리해내지 못한 용복이 옆에서 빤한 눈길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완전히 반지에 홀려 있었다. 돋보기안경까지 낀 채로 거실로 드는 볕에 다이아 반지를 천천히 굴려 감상하는 눈길은 흡사 명화에 푹 빠진 감상자 같았다.
家里堆满了如山的礼物。母亲把所有精心包装的昂贵礼物都推到一边,和李龙馥并排坐在沙发上。尽管李龙馥坐在旁边,用呆滞的眼神看着她——他虽然听完了迟来的情况说明,但大脑还没能完全处理这些信息——母亲却完全被戒指迷住了。她戴着放大镜,在客厅透进来的阳光下慢慢转动钻石戒指,欣赏着它,就像一个沉浸在名画中的鉴赏家。


“내가 정말 많은 반지도, 다이아몬드도 봤지만 이건 어쩜…. 정말 고상하면서도 화려하네. 우리 복이는 정말 복도 많아. 내 새끼.”
"我见过很多戒指和钻石,但这个真是... 既高贵又华丽。我们龙馥真是福气满满。我的宝贝。"


그렇게 말하고 난 어머니가 보송한 정수리에 쪽 소리 나게 뽀뽀하자, 용복의 표정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说完这句话后,母亲在蓬松的头顶上响亮地亲了一口,李龙馥的表情明显变得不悦起来。


“엄마, 정략…. 결혼이라니, 장난이지? 나 무서운데….”
"妈妈,政治联姻……这是在开玩笑吧?我好害怕……"

“무섭긴 뭐가, 널 사랑해 줄 좋은 집안에 장가 가는 건 축복이야.”
"有什么好害怕的,嫁到一个会爱你的好家庭是一种祝福。"

“나한텐 말도 없이…. 슴미닌지 뭔지 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 못 해.”
"连跟我说都不说一声…. 我可不能和什么昇玟还是谁、我都不认识的人结婚。"

“승민 군이 누군지는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 일단 상대가 네가 맘에 든다잖니.”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从现在开始慢慢了解金昇玟就好了。首先,对方不是已经喜欢上你了吗。"

“나 좋다는 사람은 원래도 많아! 그중에서도 날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결혼할 건데, 왜….“
"本来就有很多人喜欢我!我要和其中真正喜欢我的人谈恋爱结婚,为什么…."

“그래. 그치만 너는 계속 애인이랑 금세 헤어지고, 한 달이면 차이거나 차기만 하고 집 와서 울기나 했잖아.“
"是啊。但你总是很快就和恋人分手,一个月不是被甩就是甩人,然后回家哭鼻子。"

“그건…. 아직 진짜 잘 맞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 거고…….“
"那是……因为还没遇到真正合适的人……"


용복의 모친은 이제 용복의 손에 반지를 끼워보고 작고 끝이 발그레한 손가락을 요리조리 돌려 보며 감탄했다.
李龙馥的母亲现在给李龙馥的手上戴上戒指,转动着他小巧而指尖微红的手指,赞叹不已。


“너무 잘 어울려. 승민 군이랑 처음 보는 날 꼭 이 반지 끼고 가야 해? 그리고 아들, 연애결혼? 그거 다른 거 아니야. 둘이 만나서 친해지고 서로 알아가는 것도 연애야. 상대 집안에서 드라이브가 장난 아냐. 삼사개월이면 식까지 진행 될 거야. 너무 로맨틱하지?“
"太般配了。第一次见昇玟的时候一定要戴这个戒指吗?还有儿子,恋爱结婚?那不是别的。两个人见面,变得亲密,互相了解,这也是恋爱啊。对方家里的推动力可不是开玩笑的。三四个月就能办到婚礼了。是不是很浪漫?"

”로맨틱? 뭐가 로맨틱?“  "浪漫?哪里浪漫了?"

”상대가 네 사진을 보고 운명을 느껴서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대. 그것도 최대한 빨리. 어때, 너무 만나보고 싶지 않아?”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对方看了你的照片后感觉是命中注定,说想要结婚。而且还想尽快。怎么样,是不是很想见见对方?"


이야기하며, 소녀처럼 발까지 동동 구르는 어머니는 몹시 기뻐 보였지만 용복은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说着,像个小女孩一样兴奋地跺着脚的母亲看起来非常高兴,但李龙馥却惊恐地从座位上猛地站了起来。


“엄마!”  "妈妈!"


충격을 받아 속눈썹까지 파르르 떨릴 기세였다.
他受到的冲击如此之大,连睫毛都要颤抖起来了。


“내 사진을 어디다 돌렸어요?”  "你把我的照片传到哪里去了?"

“네가 지난 남친이랑 헤어지고 상심했을 때, 아빠랑 상의 하에 결혼정보회사에…….“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在你和前男友分手伤心的时候,我和你爸商量后找了婚介公司......"

”엄마 아빠가 나를 팔았어!“  "爸妈把我卖了!"

”용복아, 용복아!“  "龙馥啊,龙馥啊!"


머리로 작은 벼락이 내리꽂힌 것 같은 충격에, 제 손바닥에 얼굴을 폭 파묻고 잠시 서 있던 용복이 이내 자리를 털고 제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하지만 용복의 가족만을 위해 지어진 단정한 이층 주택은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민첩하게 벗어나기에는 좀 지나치게 널찍했다. 용복이 복도와 계단을 가로지르는 동안 어머니는 희고 예쁜 디자인의 서류철을 손에 쥐고 열심히 변명을 두르기에 바빴다. 널 팔았다니, 아들! 그런 거 아니야. 여기 그 승민 군 얼굴을 봐. 자기소개도 읽어봐. 엄마 아빠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결혼 상대를 네게—.
仿佛一道小闪电击中了头顶,李龙馥把脸埋在手掌中站了一会儿,随后甩开双手大步朝自己的房间走去。然而,这座专为龙馥一家建造的整洁的两层小楼,对于想要迅速逃离母亲怀抱的他来说还是太宽敞了。当龙馥穿过走廊和楼梯时,母亲手里拿着一个设计精美的白色文件夹,忙不迭地解释着。卖了你?儿子!不是那样的。你看看这个金昇玟的照片。再读读他的自我介绍。爸妈只是觉得他是最适合你的结婚对象——。


콰앙. 방문이 단단히 닫혔다.  砰。房门紧紧地关上了。




*




맞선……. 단어만 떠올려도 눈이 질끈 감겼다. 단어부터 진짜 못생겼다.
相亲……. 光是想到这个词就忍不住闭上了眼睛。这个词从一开始就长得太丑了。


용복은 제 방 창가에 앉아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별이나 헤아리고 있었다. 제 처지가 너무 막막하게 느껴져서 말도 안 나왔다. 내일이면 꼼짝 없이 모 호텔 일 층의 카페에 앉아 승민인지 민승인지 하는 대단한 김씨 집안의 아들과 결혼을 전제로 한 대화를 해야 했다. 며칠 동안 부모님께 반항하며 각종 선물과 반지를 돌려주고 약속을 물리자고 이야기 했지만 끄떡 없었다. 어머니는 대체 왜 싫어하는지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그 남자의 사진과 다이아 반지를 번갈아 보여주며 설득하려고만 했고, 늘 자상하고 편안하기만 하던 아버지는 전에 없이 딱딱한 표정으로 '인생에 몇 찾아오지 않는 좋은 기회이고, 이제까지 너 좋은 대로만 하며 키워주었는데 이제 좀 멀쩡히 좋은 남자 한 번 만나서 결혼하라는 부모 부탁 하나 못 들어 주는 거냐'며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李龙馥坐在自己房间的窗边,听着蟋蟀的声音,数着星星。他感到自己的处境非常绝望,甚至说不出话来。明天他将不得不坐在某酒店一楼的咖啡厅里,与一个叫金昇玟还是民升的大家族金氏的儿子进行以结婚为前提的对话。这几天他一直在反抗父母,退回各种礼物和戒指,要求取消约定,但都无济于事。母亲不理解他为什么如此厌恶,只是不断地向他展示那个男人的照片和钻石戒指,试图说服他。而一向温和体贴的父亲则以前所未有的严厉表情说:"这是人生中难得的好机会,我们一直按你的意愿养育你,现在你连见一次好男人结婚这样的父母请求都不能答应吗?"明显表露出失望之情。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부모님의 착한 아들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무난히 그렇게 살고만 싶었는데. 늘 저를 예뻐만 하던 부모님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대립하게 될 줄은 몰랐다.
到底该怎么办呢?我一直以为自己是父母眼中的好儿子,也只想平平淡淡地继续这样生活下去。没想到有朝一日会因为结婚这个话题与一直疼爱我的父母产生对立。


솔직히 그간 용복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산 것은 맞다. 용복의 집안 정도의 서포트면 남들 다 멀쩡히 졸업하는 대학도 용복은 제 멋대로 하고 다니느라 아버지 입김으로 겨우 입학하고 졸업했다.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놀다가 뭔가 금세 반한 남자(그리고 주로 친구들은 대체 그 사람이 왜 좋은거야? 라고 되묻는 남자)와 도파민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아름답고 젊은 날을 담뿍 즐겼다. 남자가 생길 때마다 프로필 사진이며 휴대폰 잠금화면에 도배해 두었고 이런 사람이랑 만나고 있다고 부모님께 자랑하는 일도 서슴없었다. 천편일률적인 타투이스트 혹은 래퍼 직업의 근육질 마초 남자친구를 자랑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차분한 눈빛과 절제된 미소가 자신을 결혼정보회사의 매니저에 넘길 전조였다는 걸, 사랑에 빠진 용복이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说实话,龙馥一直以来都是想做什么就做什么。以龙馥家庭的支持程度,别人都能顺利毕业的大学,龙馥却因为我行我素,最后靠父亲的影响力才勉强入学和毕业。他就是和朋友们玩耍,玩着玩着就迅速迷上某个男人(而朋友们通常会反问,你到底喜欢他哪一点?),重复着多巴胺和肾上腺素爆发的循环,尽情享受美好而年轻的日子。每当有了新男友,他就会把对方的照片设为社交媒体头像和手机锁屏,甚至毫不犹豫地向父母炫耀自己在和这样的人交往。面对儿子炫耀那些千篇一律的纹身师或说唱歌手职业的肌肉型男友,母亲平静的眼神和克制的微笑其实预示着她要把儿子交给婚介公司的经理,但陷入爱河的龙馥怎么可能意识到这一点。


결혼 그리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까지 닿아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던 용복은 진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침대 위에서 휴대폰 액정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친한 친구인 지성에게서 온 전화였다.
李龙馥正托着下巴,一脸严肃地思考着关于婚姻和人生的意义,这时他感觉到了震动,回头一看。床上的手机屏幕亮了起来。是好朋友지성打来的电话。


-야, 이용복. 뭐 하냐? 요새 뭐 하길래 집에만 박혀 있어? 인스타도 안 하고?
-喂,李龙馥。你在干什么呢?最近在忙什么,总是窝在家里?连 Instagram 都不用了?


차마 맞선을 보게 되었고, 부모님께 동선마저 은근히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릴 수는 없었다. 용복은 휴대폰에 대고 큰 한숨을 쉬고 겨우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李龙馥实在无法通过电话告诉对方,自己竟然被安排去相亲,甚至连行动都被父母暗中控制的事实。他对着手机深深叹了口气,勉强说出了能说的话。


“나……. 많은 일이 있었어.”  "我……发生了很多事。"

-뭐? 무슨 일인데 그래. 나올래?
-什么?发生什么事了?要出来吗?


지성이 두 사람이 뻔질나게 드나들곤 했던 클럽 이름을 댔다. 누구도 있고 누구도 있어서 같이 테이블 잡고 놀고 있다는 말에 어쩐지 용복의 가슴 속에서 불꽃이 솟구쳤다.
智成说出了两人经常出入的俱乐部名字。听到某某和某某也在那里,一起占了桌子玩耍的消息,不知为何龙馥心中突然燃起了一股怒火。


“나 지금 집인데 나갈게, 좀 시간 걸릴 수도 있는데, 최대한 빨리 갈 거야.”
"我现在在家,马上出发,可能需要一点时间,但我会尽快赶到。"

-어 그래, 와. 너 진짜 뭔 일이 있긴 있나 보다?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哦,好吧,来吧。看来你真的遇到什么事了?"

“응. 나 오늘 술 많이 마셔야 돼. 삶이 그만큼, 또 아주 많이 힘들어….”
"嗯。今天我得喝个痛快。生活实在是太,太艰难了……"


용복은 폰을 한 쪽 어깨와 귀 사이에 꽂은 채로 이미 옷을 고르고 있었다. 가슴팍 중간까지 떨어지는 검정 민소매와 라이더 자켓, 너덜너덜하리만치 찢어진 블랙 진이 손에 잡혔다. 기묘한 반항심과 승부욕으로 용복의 눈에 반짝 생기가 돌았다. 맞선 전날 밤, 부모님 몰래 실컷 마시고 놀 것이다. 내일 일은 아무렇게나 되든지 말든지, 뭐.
李龙馥一边用肩膀和耳朵夹着手机,一边已经在挑选衣服了。他拿起一件黑色无袖上衣,长度刚好到胸口中间,还有一件机车夹克,以及一条破烂不堪的黑色牛仔裤。李龙馥的眼中闪烁着奇特的反叛和好胜心。在相亲前夜,他打算瞒着父母尽情喝酒玩乐。管他明天会怎样呢,随它去吧。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매만지던 용복은, 가벼운 마음으로 정혼 상대에게서 받은 화려하고 값비싼 반지 상자도 바지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처지 비관과 상대 험담을 동시에 할 생각이었다.
龙馥站在镜子前整理头发,轻松地将订婚对象送的华丽昂贵的戒指盒塞进了裤子后口袋。他打算向朋友们展示戒指,同时抱怨自己的处境并说对方的坏话。




.

.

.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운 방 안이었다. 불은 모조리 꺼져 있고 두터운 암막 커튼이 조금 열린 틈 사이로 도시의 조명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직전의 기억이 무엇이었더라? 용복은 혼몽한 머릿속을 더듬었다. 친구들에게 맞선과 정략결혼 사이의 그 무언가를 하게 된 처지를 털어놓고 조금 울다가, 미친 듯 폭음하고, 음악에 맞춰 춤 추다가, 또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비틀비틀 화장실로 향하는 저를 걱정하는 지성에게 괜찮다고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던 것?
突然回过神来,发现自己在一个黑暗的房间里。所有的灯都关了,厚重的遮光窗帘微微敞开的缝隙中透进了城市的灯光。最后的记忆是什么来着?李龙馥努力回想着混沌的脑海。向朋友们倾诉了自己介于相亲和政治联姻之间的处境后小哭了一场,然后疯狂地狂饮,随着音乐跳舞,又喝酒……记得自己醉醺醺地摇摇晃晃往洗手间走,对担心自己的志晟挥手说没事吗?


“으음…….”  "嗯……"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용복은 조금 탄식하며 상대의 입술을 삼켰다. 창으로 조금 비쳐 들어오는 실낱같은 인공적인 빛이 그럭저럭 호감형으로 느껴지는 상대의 옆얼굴로 미끄러지고 있었지만, 얼굴을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았다. 남자는 키스가 아주 능숙했다. 용복은 입을 벌려 입맞춤에 응하며 남자의 부드러운 머리칼 속에 손을 파묻어 흐트러뜨렸다.
但是现在这些都不太重要了。李龙馥轻叹一声,吞噬了对方的嘴唇。透过窗户照进来的一丝人造光线滑过对方看起来还算顺眼的侧脸,但还不足以看清他的面容。不过这也无所谓了。这个男人的吻技非常娴熟。李龙馥张开嘴回应着这个吻,同时将手埋入对方柔软的发丝中,揉乱了他的头发。




*




이상하리만치 낯선 기분에 반짝 눈이 떠졌다. 용복은 안개 낀 것처럼 멍한 머리를 가동하려 노력하며 눈을 굴렸다. 커튼이 반쯤 걷혀 있었고 환한 햇살이 얼굴과 침구를 데우고 있었다. 낯선 침구와 천장, 고급품이지만 단기간의 숙박만을 위한 가구들. 의심의 여지 없이 이 곳은 호텔 룸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용복은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숙여 침구를 걷고 제 몸 이곳저곳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집중한 입술이 튀어나왔다. 커다랗게 뜨인 눈도 굴러떨어질 것 같았다. 누군가 닦아준 것 같지만 여전히 미끄러운 체액이 길을 튼 자국이 남아있는 군데군데와 몸 곳곳에 집요하게 키스를 떨어뜨린 흔적들. 다 써 묶인 콘돔과 그것의 패키지가 깔끔하게 한 쪽에 모아져 있었다. 용복은 비명 대신 침묵을 지르며 양손으로 제 입술을 꾹 눌렀다.
奇怪的陌生感让他突然睁开了眼睛。李龙馥努力转动着像被雾笼罩般迷糊的脑袋,转动着眼球。窗帘半开着,明亮的阳光温暖着他的脸和被褥。陌生的床单和天花板,虽然是高级品但明显只为短期住宿准备的家具。毫无疑问,这里是酒店房间。想到这里,李龙馥坐了起来。他低头掀开被子,仔细打量着自己的身体各处。不自觉地,他的嘴唇撅了起来。瞪大的眼睛似乎要掉出来。虽然看起来像是被人擦拭过,但仍有滑腻的体液留下的痕迹,以及身体各处执着的吻痕。用过的安全套和包装整齐地堆在一边。李龙馥用双手紧紧捂住嘴唇,无声地尖叫着。


그간 자유롭게 저 좋은 대로 살아온 자신이었지만 폭음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원나잇을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은 맞선을 보기로 한 날 아니었던가. 맞선 보기로 한 날 이런 걸…. 했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충격이었다. 누가 뭐래도, 비록 믿어주지 않을지라도, 용복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만 배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부류였다. 심지어는 플라토닉 러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해서 종종 비웃음을 사기도 하는.
虽然他一直以来都随心所欲地生活,但从未在酒醉神志不清的状态下与陌生人发生过一夜情。而且,虽然他并不太在意,但今天不是应该去相亲的日子吗?在相亲的日子做了这种事……连他自己都感到有些震惊。不管别人怎么说,即使没人相信,李龙馥属于那种认为只有和喜欢的人才能亲热的古板类型。他甚至还主张柏拉图式的爱情完全可能存在,因此经常遭人嘲笑。


룸 한쪽에 제 옷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먼저 일어난 상대가 정돈해 둔 것 같았다. 샤워실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있는 걸 보니 상대는 씻고 있다. 용복이 속옷을 챙겨 입고 바지로 발을 꿰어 넣기 시작한 것은 정말로 본능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구멍이 크게 난 데미지 블랙 진으로 자꾸 발이 빠지려고 했다. 어제 취중으로 벗어던졌을(혹은 벗겨졌을) 가슴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나시를 꿰어 입고 라이더 자켓을 걸쳤다. 다행히도 자켓 주머니에 휴대폰이 멀쩡히 들어 있었으나 배터리가 방전 상태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용복은 주머니에서 잡히는 머니클립에서 대충 지폐를 한 움큼 꺼내서 협탁에 둬 버렸다. 어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무마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도망치듯 호텔 룸을 떠났다.
房间一角整齐地摆放着我的衣服。看来是先醒来的那个人整理好的。从浴室传来水滴落的声音,对方应该正在洗澡。李龙馥本能地穿上内衣,开始把脚伸进裤子里。心里着急,脚总是从破洞很大的黑色牛仔裤里滑出来。他套上昨晚醉酒时脱掉的(或被脱掉的)胸前几乎全透的背心,再披上机车夹克。幸运的是,夹克口袋里的手机完好无损,但电池已经没电了。不知道是出于什么考虑,李龙馥从口袋里摸出钱夹,随手抽出一把钞票放在床头柜上。不知道昨晚我们之间发生了什么,但希望这些钱能够平息一切。就这样,他像逃跑一样离开了酒店房间。







그렇게 곧장 도망친 곳은 인근의 깔끔한 비즈니스호텔이었다. 남은 방이 있고 가능하다기에 후다닥 체크인을 했다. 현금이 더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침부터 웬 비즈니스호텔에서 카드를 긁는 것을 부모님께 들켰다가는 두 손 두 발이 다 묶여 혼담 오간 집에 보내져 버릴지도 몰랐다.
就这样,他们直接逃到了附近一家整洁的商务酒店。由于还有空房,他们迅速办理了入住。幸好还剩下一些现金。如果被父母发现从早上就在商务酒店刷卡,他们可能会被捆住手脚送到已经谈好婚事的人家里去。


휴대폰이 충전되자 지성과 부모님으로부터 온 수많은 알림들이 보였다. 차마 정직하게 마주할 자신이 없어 실눈을 뜨고 대충 확인한 내용은 대략 이랬다. ‘너 다시 올 거야?‘ ’아닌가보네.. 그래 이번엔 좋은 남자 만나라’. 이건 지성이었고.
手机充好电后,显示出许多来自郑在玹和父母的通知。我没有勇气诚实地面对它们,只是眯着眼睛大致看了一下内容,大概是这样的:"你还会回来吗?" "看来不会了..好吧,这次希望你能遇到一个好男人"。这是郑在玹发来的。


‘어디냐’ ‘밤에 나간 거니 아침에 나간 거니’ ‘네가 새벽같이 나갔을 리 없겠지 맞선 전날 밤중에 몰래 나가다니’ ‘정말 실망이구나’ ‘혼담은 집안끼리의 약속인데 말 없이 사라지면 집안 망신이다‘ 여기까지가 아버지….
"你在哪里?" "是晚上出去的还是早上出去的?" "你不可能一大早就出去了吧,相亲前一晚偷偷溜出去?" "真是太让人失望了。" "相亲是两家之间的约定,你就这样不声不响地消失了,这让我们家族蒙羞。" 到这里是父亲的话……


그리고, ‘맞선 장소엔 늦지 않게 꼭 나타나렴’. 평소와는 달리 그 어떤 걱정의 기색도 없이 맞선에나 기어나가라는 한 줄의 메시지가 어머니의 것이었다. 용복은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흐른 채로 샤워 부스로 들어가 더운물을 틀었다.
然后,"一定要准时出现在相亲地点"。与平时不同,这条没有任何担忧之意、催促他去相亲的简短信息是来自母亲的。李龙馥眼中含着委屈的泪水,走进淋浴间打开了热水。




도어맨이 열어주는 문 사이로 질질 끄는 발걸음을 이었다. 비록 비즈니스호텔의 샤워 부스에서였지만 깨끗하게 씻고 단장하고 온 상태였다. 하지만 속에서는 어제 먹은 술이 요동치고 있었고 옷차림 또한 어제 그대로라 지나치게 야하다는 자각은 있었다. 5성급 호텔 로비의 샹들리에 크리스털이 떨어뜨리는 부드러운 조명으로 허벅지의 드러난 살이나 가슴팍의 주근깨 같은 것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민소매를 끌어당기고 바지춤을 매만졌다.
门童为他打开门,他拖着沉重的脚步走了进去。虽然只是在商务酒店的淋浴间里洗漱,但他还是把自己收拾得干干净净。然而,昨晚喝的酒在胃里翻腾,衣着也和昨天一样,他意识到自己穿得太过暴露了。五星级酒店大堂水晶吊灯洒下的柔和灯光,似乎让他裸露的大腿和胸前的雀斑一览无遗,他不由自主地拉了拉无袖上衣,整理了一下裤腰。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꽤 남아있는 채였다. 주문하겠냐고 묻는 웨이터에게 일행이 있다고 답해 물리고 잠시 공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유리 물잔 뒤로 비치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면서…….
距离约定的时间还有一段时间。他婉拒了询问是否点餐的服务员,说有同伴要来,然后陷入了短暂的幻想。他透过玻璃杯看着自己的手指……


잠깐. 그 반지 어디 있지.
等等。那枚戒指呢?


제 손가락에는 본인이 평소 잘 끼고 다니는 액세서리 뿐이었다. 당연하다. 그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반지를 굳이 끼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정신이 퍼뜩 든 용복은 제 옷에 주머니가 있는 곳이라고는 다 더듬어 가며 붉은 벨벳으로 감싸인 반지 케이스나 다이아 링 따위가 있는지를 확인했지만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아악. 작게 신음하며 용복은 테이블에 엎드렸다.
他的手指上只戴着平常习惯佩戴的饰品。这很正常。没有理由非要戴着那枚令人压力山大的戒指。李龙馥猛然惊醒,开始摸遍全身上下所有可能有口袋的地方,寻找那个包裹着红色天鹅绒的戒指盒或钻戒,但什么也没找到。啊啊啊。他轻声呻吟着,趴在了桌子上。


술을 마시고 또 퍼마시던 어제의 기억을 헤아려 보았을 때 반지가 스쳐 간 마지막 장면은, 친구들 앞에서 그 반지를 펼쳐 보이며 토하는 시늉을 하던 것이다. 친구들은 반지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재력과 고급스러움에 감탄하는 한편, 상대는 분명 배 나오고 술 좋아하고 이마 벗겨진 검사인 게 분명하다며 험담하는 용복에 고개를 대충 어울려주며 술이나 한 잔 더 따라주곤 했다.
回想起昨天喝得烂醉如泥的记忆,戒指最后出现的场景是,在朋友们面前展示那枚戒指时假装要吐的样子。朋友们一边惊叹于戒指散发出的压倒性财力和高贵气息,一边附和着李龙馥的闲话,说对方肯定是个大腹便便、酒鬼、秃顶的检察官,然后就又给自己倒了一杯酒。


한참을 그러다, 지성이 ’그래도 귀한 물건이니 조심히 간수하라‘며 링을 잘 갈무리해서 다시 자켓 안주머니에 넣어주었고…. 용복 또한 알겠다고, 내일 이걸 돌려주고 결혼을 무르고 오겠다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감각만은 생생한데……. 그 뒤 기억은 폭음으로 깔끔하게 끊겨 있다.
这样过了好一会儿,智成说"毕竟是贵重物品,要好好保管",然后小心地把戒指包好,重新放进了外套的内袋里……龙馥也点头表示明白,郑重地说明天要把这个还回去,取消婚约的感觉还历历在目……之后的记忆就被大量饮酒彻底切断了。


“이용복 씨?”  "李龙馥先生?"


낯선 목소리가 머리꼭지로 떨어졌다. 용복은 쥐어뜯던 머리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陌生的声音从头顶传来。李龙馥停止抓挠头发,抬头看向声音的主人。


깔끔하고 차가운 이목구비, 호리호리한 몸에 옷감 좋은 정장을 걸친 남자였다. 전반적으로 잘 생겼지만 어쩐지 웃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는 않는 얼굴이었다.
干净利落而冷峻的五官,瘦削的身材穿着质地上乘的西装。整体来说长相英俊,但却是一张难以想象笑容的脸。


그러니까, 정략 혼담을 넣은 상대는 머리가 벗겨지지도, 배가 나오지도 않은 제 또래 미형의 남자였다. 그래서 엄마가 자꾸 사진이라도 봐 달라며 방문 앞에서 서성였던 건가. 문득 잘 차려입은 상대에 비해 가슴팍 훤한 제 착장이 다시금 부끄러워진 용복은 귀뺨이 조금 뜨거워짐을 느꼈다.
所以,被安排相亲的对象是一个头发没有秃、肚子也没有凸出来的同龄美男子。难怪妈妈一直在门口徘徊,想让我至少看看照片。突然,李龙馥意识到自己敞开的胸襟与对方精心打扮的装束形成了鲜明对比,顿时感到有些羞愧,脸颊微微发烫。


“아…. 네. 안녕하세요.“  "啊……好的。您好。"


용복이 데면데면 인사하자 상대는 의자를 빼 앉았다. 김승민입니다, 짧고 군더더기 없는 인사와 함께.
龙馥冷淡地打了招呼,对方拉开椅子坐了下来。"我是金昇玟",简短而干脆的自我介绍。


용복은 어느 새 긴장해서 물을 머금고 말끄럼 승민을 쳐다보았다.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는 그는 흰 얼굴에 그 어떤 긴장도, 동요도 없었다. 어느 모로 보아도, 용복의 사진만을 보고 그렇게 강력한 추진력으로 혼담을 밀어붙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태도였다.
李龙馥不知不觉间紧张起来,含着一口水,默默地看着金昇玟。他举手叫来服务员,白皙的脸上看不出任何紧张或动摇的迹象。从任何角度来看,他的态度都不像是仅仅看了李龙馥的照片就如此强烈地推进这场相亲的样子。


“시원하게 입고 오셨네요.”  "穿得真清爽啊。"


감흥 없이 메뉴판을 훑으며 승민이 말했다. 아마 용복의 가슴팍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별로 눈치가 잽싸지 않은 용복이 느끼기에도 질책의 의도가 전해지는 문장이었다. 하긴 첫 만남, 맞선 자리에 이따위로 입고 오는 사람이 대체 누가 있을까. 이제 막 반지까지 잃어버렸다는 사실까지 깨달은 터라, 용복은 기가 죽은 채로 냅킨 귀퉁이만 구겼다.
金昇玟漫不经心地浏览着菜单说道。他可能是在看着李龙馥的胸口说的。即使是反应不太敏捷的李龙馥也能感受到这句话中的责备之意。说真的,谁会在第一次见面,相亲的场合穿成这样呢?刚刚意识到连戒指都弄丢了,李龙馥垂头丧气地只顾揉搓餐巾的一角。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想吃点什么吗?"


입맛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용복은 무엇이든 괜찮다고 답변했다. 승민은 별 고민 없이 제 맘에 드는 코스를 2개 주문한 뒤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고 용복을 훑어보았다. 승민의 단정한 손가락 위에서 용복에게 전해졌던 반지의 짝임이 분명한 화이트 골드 링이 반짝이고 있었다. 용복의 것보다는 조금 심플한 디자인이어서 단정한 느낌이었다.
因为完全没有胃口,所以李龙馥回答说什么都可以。金昇玟毫不犹豫地点了两份自己喜欢的套餐,然后十指交叉,托着下巴打量着李龙馥。在金昇玟整洁的手指上,闪耀着一枚白金戒指,显然是与李龙馥戒指成对的。它比李龙馥的戒指设计更简单一些,给人一种整洁的感觉。


”반지를 안 끼고 오셨네요.”  "您没戴戒指就来了呢。"

“…….”  "……."

“생각보다, 말수는 별로 없으신 편이고.”
"比想象中的话还要少呢。"

“그런 게 아니라…. 죄송해요.”
"不是那样的……对不起。"


직업이 검사라더니 과연 몇 마디만으로도 취조 당하는 기분이었다. 입술만 잡아 물고 안절부절못하던 용복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떨어뜨린 채로 입을 열었다.
听说他的职业是检察官,果然只说了几句话就让人有种被审讯的感觉。龙馥一直咬着嘴唇坐立不安,终于抬起头,眉毛耷拉着开口说道。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조금 생각해봤는데.”
"那个…我有话想说,我想了一下。"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什么事?请说说看。"

“김승민 씨…. 좋으신 분 같아서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죄송한데요, 저는 사실 이 결혼이 많이 어렵고 불편해서요. 전 진짜 절 좋아해 주는 사람이랑 연애결혼하는 거면 바랄 게 없는데, 맞선은 그런 거랑 거리가 멀잖아요. 저 모르게 부모님이 마음대로 결정하신 거라서....“
"金昇玟先生……您看起来是个很好的人,所以我真的很抱歉要说这样的话。实际上,我觉得这门婚事很困难,也让我感到不自在。如果是和真心喜欢我的人谈恋爱结婚的话,我别无所求。但相亲和这种情况相去甚远,不是吗?这是父母在我不知情的情况下擅自决定的……"

”…….“  "……."

”승민 씨께서도 혹시, 부모님이 원해서 이 자리에 나오신 거라면 우리 합의 하에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건 어떠세요?”
"昇玟先生,如果你也是因为父母的意愿才来参加这次相亲的话,我们不如达成共识后一起向父母说明情况如何?"

“따로 만나는 분이 있으신 겁니까?”
"您有单独见面的人吗?"

“아뇨….”  以下是翻译成简体中文的版本: "不是的……"

“맞선 자리까지 와서,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제가 좋은 사람 같다는 말로 시작하는 거절은 좀 당황스럽긴 하네요."
"明明都来相亲了,却说没有特别在交往的人。然后以'我觉得你是个好人'开头来拒绝,这确实让我有点措手不及呢。"

”…….“  "……."

”전 용복 씨가 마음에 들어요.“
"我喜欢李龙馥。"


그렇게 말하는 승민은 의자 등받이로 몸을 누이며, 뜨거운 물수건으로 손을 적시고 있었다. 거절을 당한 사람 같지도 않았고, 그 거절을 또 단칼에 쳐내는 모습답지도 않게 몹시 편안하고 여상했다. 심지어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은 더 가관이었다.
金昇玟这么说着,身体靠在椅背上,用热毛巾擦拭着手。他看起来既不像被拒绝的人,也不像那个果断拒绝别人的样子,反而显得非常轻松自在。甚至接下来的话更加令人惊讶。


”어느 정도로 마음에 드냐면요, 용복 씨 얼굴이랑 제 머리를 닮은 애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我喜欢到什么程度呢,我甚至想如果能有一个长得像李龙馥的脸和我的头发的孩子就好了。"

”네? 그렇게까지요?”  "什么?有必要做到那种程度吗?"

“네.”  "好的。"


그렇게까지 상세한 미래를 상상했다니 충격이었다. 용복은 어떻게든 승민을 거절해야겠다는 압박감에 휩싸여 버렸다. 너무 긴장해서 아무 말이나 뱉어냈다.
李龙馥被如此详细地想象未来的场景震惊了。他感到一阵压力,觉得无论如何都要拒绝金昇玟。由于过于紧张,他脱口而出了一些话。


”근데…. 그 반대로 제 머리랑 승민 씨 얼굴을 닮은 아이면 실망이 크실 텐데 어쩌죠….”
"但是…如果孩子长得像我的头和金昇玟的脸的话,你们会很失望吧,那该怎么办呢…"

“…제 외모가 그렇게나 맘에 안 찹니까?”
"……我的外貌就这么不合您的心意吗?"

“아, 그게 아니라. 죄송해요, 그게 아닌데…. 진짜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啊,不是那样的。对不起,不是那个意思……真的没有那种意图。"


용복을 응시하는 승민의 표정이 싸늘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며 용복은 본인이 엄청나게 무례하고 패륜적인 발언을 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멍 난 블랙 진 속으로 손을 꼼질꼼질 집어넣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거기로 숨어들고 싶었다.
金昇玟盯着李龙馥的表情冷若冰霜。李龙馥这才回过神来,意识到自己刚才说了一番极其无礼且大逆不道的话,于是将手不安地塞进破洞牛仔裤里。如果有老鼠洞的话,他真想钻进去躲起来。


차가운 정적이 감도는 테이블 위로, 애피타이저가 내려졌다. 서버가 다녀간 뒤, 용복은 표정을 정돈하고 테이블 위로 숨을 골랐다. 고통스러운 진실을 실토해야 할 시간이었다.
冰冷的寂静笼罩着餐桌,前菜被端了上来。服务员离开后,李龙馥整理了一下表情,在桌上深吸了一口气。是时候吐露痛苦的真相了。


“사실 제가…. 큰 잘못을 했거든요. 혼담 넣으면서 절 마음에 무척 들어 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뜻깊은 선물도 보내주셔서 정말 놀랐구요….“
"其实我……犯了一个大错误。我听说您在提亲时对我非常中意。您还送来了一份意义深远的礼物,真的让我很惊讶……"

”네.“  "好的。"

”진짜 죄송해요. 면목이 없어요. 저 승민 씨가 보내주신 반지를, 잃어버리게 됐거든요.“
"真的非常抱歉。我无地自容。我把金昇玟送给我的戒指弄丢了。"

“…반지를 잃어버리셨다고요?”  "……您说您弄丢了戒指?"

”진짜 죄송해요. 반지는… 어떻게든 찾고 보상해 드릴게요.”
"真的非常抱歉。戒指...我一定会想办法找到并赔偿给您的。"


용복의 자백에 승민은 한참이나 말을 잃었다.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지르는 승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한숨을 삼킨 승민이 입을 열었다.
听到李龙馥的坦白,金昇玟一时语塞。金昇玟用手指揉着额头,表情看起来不太对劲。他深吸一口气,然后开口说道。


“곤란합니다. 그건 단순히 우리 둘만의 정혼 반지가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의 약혼 반지였는데.“
"这太为难了。那不仅仅是我们两个人的订婚戒指。那是我父母的订婚戒指。"

”죄송합니다….“  "对不起……"

”소중히 해 달라고 굳이 따로 말씀을 드릴 필요도 없는 사연이잖아요.“
"这是不需要特意嘱咐要好好珍惜的故事啊。"


용복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꾸벅거렸다. 원나잇이나 하다가 철없이 잃어버렸다는 사실까지 알면 진짜 엄청나게 경멸 당하고 고소 먹을지도.
李龙馥低着头不停地鞠躬道歉,说即使有两张嘴也无话可说。如果让人知道他是在一夜情后不小心弄丢的,恐怕会遭到更多的鄙视,甚至可能被起诉。


“제가 승민 씨 집에 신세 지기엔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결혼은 과분한 것 같습니다. 승민 씨도 이쯤 되면 절 원하시지 않을 거구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릴게요. 반지는 꼭 어떻게든 찾거나 보상할 방법을 알아볼게요….”
"我觉得我犯了太大的错误,不该再麻烦金昇玟先生了。结婚对我来说太奢侈了。到这个地步,金昇玟先生也不会再想要我了吧……我再次低头向您道歉。戒指的话,我一定会想办法找到或者补偿的……"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여러모로 용복 씨는 이 결혼을 하실 상황은 아닌 거 같고요.“
"既然您这么说,那也没办法了。从各方面来看,李龙馥先生似乎都不适合现在结婚。"

“미안해요….”  "对不起……"


용복은 몇 번째인지 모를 사과를 건네면서 눈가를 촉촉하게 적셨다. 진심으로 미안하기도 했지만 서글프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 결혼을 하실 상황이 아니라는 말은 몹시 맞는 말이긴 했고, 본인이 큰 사고를 친 것도 맞는데, 그걸 면전에 직접 듣는다는 건 마냥 해맑은 편인 용복 입장에서는 꽤나 위축되는 말이긴 했다.
李龙馥递出不知道第几次的道歉,眼角湿润了。他真心感到抱歉,但也感到悲伤。从各方面来说,现在确实不是结婚的好时机,这话说得很对,而且他自己也确实闯了大祸。但是直接当面听到这些话,对于一向天真烂漫的李龙馥来说,还是让他感到相当沮丧。

테이블 위로 깍지를 낀 승민은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애피타이저 위 어딘가의 허공을 노려보며 골똘히 침묵하던 승민이 입을 뗐다.
金昇玟十指交叉放在桌上,脸上露出沉思的表情。他凝视着开胃菜上方某处的虚空,沉默了一会儿后开口说道。


“앞으로 세 번, 제가 부르면 나와 볼래요?”
"接下来三次,我叫你的时候能出来吗?"

“네?”  "什么?"

”일단 집안에 둘러댈 이야기도 필요해요. 혼담이 오갔고, 양가에서도 다 기대하는 상태잖아요. 갑자기 모든 걸 없던 일로 할 순 없죠. 만나면서 적당히 시간과 이야기를 벌어봐요. 그 동안 반지를 찾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파혼은 그 이후에 양가에 얘기해 보면 타이밍이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首先我们需要一个能对家里人说的故事。毕竟双方家庭都在期待这门亲事,婚约也已经谈好了。我们不能突然把一切都当作没发生过。见面的时候,适当地拖延时间,编造一些理由。在这期间,您也许能找到戒指。之后再向双方家庭提出解除婚约,时机应该不会太糟糕。"

”아아….“  "啊啊……"

“반지는 저도 흥신소를 통해 좀 찾아보겠습니다. 흔치 않은 물건이니까 가능할지도 모르죠.”
"我也会通过侦探社寻找戒指。因为是不常见的物品,说不定能找到。"


용복은 승민의 친절과 청산유수에 감격해서 다 드러난 가슴팍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었다. 세 번 부르면 나오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마 꼭두새벽에 연락하거나 해병대 캠프, 재판장 같은 데로 부르는 것은 아닐 테니까.
李龙馥被金昇玟的善意和流利的表达深深感动,他把手放在裸露的胸口上,喘着气。虽然他不太清楚"叫三次就出现"具体是什么意思,但应该不会是在大清早联系他,或者叫他去海军陆战队训练营、法庭之类的地方吧。

만나기 싫다고 질질 짜고 발버둥 치던 그간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상대는 생각보다 선하고 아량 넓은 사람인 듯했다. 정말 다행이야. 용복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승민을 바라보았다. 최대한의 감사와 존경을 담아서.
尽管之前一直哭闹着不想见面,但相比之下,对方似乎是个比想象中更善良、更宽容的人。真是太好了。龙馥用闪闪发光的眼睛看着昇玟,眼神中充满了最大程度的感激和尊敬。


타이밍 좋게 서버가 식사를 날라왔고, 승민은 용복에게 들 것을 권했다. 용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기를 쥐었다. 이제 좀 무언가를 먹을 힘이 났다.
正好服务员端来了餐点,昇玟建议龙馥吃点东西。龙馥点点头,拿起了餐具。现在他终于有力气吃点东西了。




*




용복은 가출 청년 치고 지나친 환대를 받았다. 승민 쪽에서, 첫 맞선 자리를 마친 용복이 집에 가면 받아볼 수 있도록 화사한 꽃다발을 하나 주문해 둔 모양이었다. 그것은 당연히 용복의 어머니가 먼저 받아보게 되었고… 어머니는 그렇게 날 세우고 울며불며 안 간다던 맞선에 무탈히 다녀온 아들에게 뽀뽀 세례를 하며 꽃다발을 들려주었다.
李龙馥作为离家出走的年轻人,受到了过分热情的款待。看来是金昇玟那边,为了让李龙馥结束第一次相亲回家后能收到,预订了一束鲜艳的花束。当然,这束花首先被李龙馥的母亲收到了……母亲对这个之前坚决不去、哭闹着说不去相亲,却平安归来的儿子,一边亲吻一边将花束交给了他。


“어쩜! 어쩜 이렇게 낭만적인 청년이 다 있지, 요즘 세상에? 너희 세대는 꽃 선물도 안 하고 편지도 안 쓰는 줄 알았는데!“
"哎呀!哎呀,现在这个世界上怎么还有这么浪漫的年轻人呢?我还以为你们这一代都不送花也不写信呢!"

”엄마, 그만해….“  "妈妈,别这样了……"

”옷은 그러고 갔니? 하여튼 너도…. 그래도 승민 군은 네 이런 점마저 맘에 들었나보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잘 모르겠어. 그래서, 어땠니? 응? 엄마한테 들려줘.“
"你就穿成这样去的吗?真是的,你啊……不过看来金昇玟连你这一点都喜欢呢。现在的年轻人我真是搞不懂了。所以,怎么样?嗯?跟妈妈说说。"


용복은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정말 누군지 모르고 나갔는데,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고. 내가 실수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참 친절하고 좋은 분 같았다고. 어딘가 냉하고 단정한 얼굴의 승민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李龙馥坦率地表达了自己的感受。他说自己真的不知道对方是谁就出去了,但感觉和至今为止遇到的人都不一样。虽然自己犯了很多错误...但对方比想象中更加友善和善良。他一边回想着金昇玟那张冷峻而整洁的脸庞,一边这样回答道。


”너도 괜찮았나 보구나. 엄만 너무 기쁘다.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원래 그렇게 샤프한 미남이 봐도 봐도 새롭게 좋은 거야…. 정말, 결혼감으로 딱이야.“
"看来你也觉得不错啊。妈妈太高兴了。而且我敢保证,本来就那么帅气的美男子,看多少次都会觉得新鲜好看的……真的,简直是理想的结婚对象。"


용복의 모친은 화사한 꽃다발을 섬세한 손길로 꽃병에 옮겨 담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볕이 잘 들고 거실의 한 중앙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아름다운 꽃다발이 놓이자 거실이 곧장 향기로 풍성해졌다.
李龙馥的母亲哼着小曲,用细腻的手法将鲜艳的花束插入花瓶中。当美丽的花束被放置在阳光充足、客厅中央最显眼的位置时,整个客厅立即充满了芬芳。




*




그런 꽃다발을 보내기까지 한 것 치고는 승민은 별다른 연락도 없었다.
考虑到他送了那样的花束,昇玟却没有任何特别的联系。

우리는 어차피 파혼할 사이니까, 또 승민은 임용된 지 얼마 안 되어 워낙 바쁘다고 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용복은 영혼 없이 샤인머스캣의 낱알을 오물거리며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我们反正是要解除婚约的关系,而且昇玟说他刚刚被录用不久,非常忙碌,所以我就这么想了。李龙馥无精打采地在客厅里打滚,嘴里咀嚼着无核青提。


승민과 만나고 난 뒤 사흘 간, 그날 방문했던 클럽과 호텔을 전전하며 분실물을 뒤지고 다녔다. 경찰서에도 분실물 신고를 하고 왔다. 물론 소식은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바보 같지 않나 싶었다. 그런 반지를 습득하면 누가 경찰서에 가져다주겠냐고. 딱 봐도 비싼 건데 그냥 꿀꺽하지 않을까….
和金昇玟见面后的三天里,我一直在那天去过的俱乐部和酒店之间来回奔波,翻找遗失物品。我还去警察局报了失物。当然,没有任何消息。连我自己都觉得有点傻。谁会把那样的戒指拾到后送到警察局呢?一看就知道很贵重,肯定会直接私吞吧……


휴대전화가 울린 건 그때였다. 저장해 둔 승민의 번호였다. 혹시 반지를 찾았다는 소식일까 싶어 손까지 살짝 떤 용복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就在那时,手机响了。是保存的昇玟的号码。用复想着会不会是找到戒指的消息,手都微微颤抖的龙馥急忙接起了电话。


“여보세요? 승민 씨?”  "喂?昇玟?"

-네. 저예요. 저장해 두셨네요.
-嗯。是我。你把我的号码存下来了啊。

“네! 물론이죠.”  "好的!当然可以。"


기쁘게 답변한 용복은 목소리를 확 줄인 뒤 수화구에 속삭였다.
李龙馥高兴地回答,然后降低声音对着话筒轻声说道。


“혹시…. 반지 소식이 있나요?“  "或许……有戒指的消息吗?"

-아, 반지…. 아뇨, 없습니다.
-啊,戒指……不,没有。

”아…….“  "啊……"


기대감에 솟구쳐있던 용복의 어깨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李龙馥原本因期待而高耸的肩膀慢慢地松弛了下来。


-오늘 저녁 7시까지 XX호텔로 나올 수 있죠.
-今晚 7 点前能到 XX 酒店吗?

“네? 아, 네.”  "什么?啊,好的。"

-네, 나오세요. 약속했으니까요. 그럼 이따 봬요.
-好的,请出来吧。因为我们约好了。那么待会儿见。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겼다. 용복은 전화로 듣는 승민의 말투는 좀 딱딱한 편이어도, 목소리는 참 부드러운 것 같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향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외출 준비가 필요했다.
说完这句话,电话就挂断了。李龙馥想着,虽然金昇玟在电话里说话的语气有点生硬,但声音听起来真的很温柔。他朝房间走去,为了赶上时间,需要准备出门了。




*




승민이 용복을 부른 호텔은 그다지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용복 또한 여러 번 방문한 곳이긴 했는데, 가장 마지막 기억이 지나치게 엉망인 탓이다.
金昇玟叫李龙馥来的那家酒店并不是个留有多少美好回忆的地方。虽然李龙馥也曾多次造访,但最后一次的记忆实在是糟糕透顶。


그러니까 이 호텔은, 자신이 지난번 술에 취한 채로 모르는 사람과 원나잇을 하고 반지까지 잃어버린 곳이었다.
所以这家酒店就是他上次喝醉后和陌生人一夜情,还弄丢了戒指的地方。


심지어 호텔리어가 눈에 익었고 상대도 저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하긴 고작 엊그제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저렇게 생긴 반지가 있지 않았냐고, 묵은 객실 번호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보신 적 없느냐고 로비를 한참이나 서성였으니.
甚至连酒店服务员都觉得眼熟,对方似乎也认出了我……也是,就在前几天,我眼含泪水,问他们有没有见过这样那样的戒指,虽然不记得具体的房间号,但总之问他们有没有看到过,在大堂里徘徊了好一阵子。


“지난번과는 다른 느낌으로 또 예쁘시네요.”
"这次给人的感觉和上次不同,但还是很漂亮呢。"


인사를 나누고, 얇은 하늘색 캐시미어 니트와 슬랙스 차림의 용복을 훑어본 승민은 갑자기 그런 감상을 뱉었다.
互相问候后,昇玟打量了一下身穿浅蓝色薄羊绒衫和西裤的李龙馥,突然冒出了这样的感想。


미인이란 평을 자주 듣긴 해도 승민 같은 사람이 무감한 듯 전하는 저런 말은 좀 신기했다. 용복은 승민 씨도 정장 차림이 잘 어울리신다고 솔직한 답변을 전했다. 승민은 눈썹을 약간 들썩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냥 인사치레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지난번에 승민 씨 닮은 아이를 낳으면 어떻고 저쩧고 하는 말을 꺼냈으니 제 말에 신뢰가 있을 리가.
虽然经常听到别人说自己长得好看,但像金昇玟这样的人用一种无动于衷的态度说出这样的话还是有点新奇。李龙馥诚实地回答说金昇玟先生穿正装也很合适。金昇玟只是稍微挑了挑眉毛。看来他只是把这当作客套话。也是,上次自己还说什么生个像金昇玟先生的孩子之类的话,他怎么可能相信自己说的话呢。


용복은 승민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 호텔에 1층 말고도 에프앤비 시설이 있었나? 루프탑에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멎은 곳은 누가 봐도 객실 층이었다. 어리둥절한 용복을 뒤로 한 채로 승민은 그저 객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李龙馥跟着金昇玟进入电梯。这家酒店除了一楼还有其他餐饮设施吗?是在屋顶吗?正当他这么想着的时候,电梯停在了一看就知道是客房楼层的地方。金昇玟留下一脸困惑的李龙馥,径直朝着客房走去。


“안 들어와요?”  "不进来吗?"


객실의 문을 연 승민이 턱짓하는 모습에 용복은 저도 모르게 그 말에 따랐다. 야경이 펼쳐진 객실에는 퀸사이즈 침대가 덩그라니 있는 모양새였다. 철컹, 용복의 등 뒤로 객실의 문이 잠겼다.
金昇玟打开房门,朝李龙馥示意。李龙馥不由自主地跟着他进去了。房间里能看到夜景,一张大号床孤零零地摆在那里。咔嗒一声,李龙馥身后的房门锁上了。


“씻고 왔죠?”  "洗完澡了吗?"

“네…. 네?”  "什么……什么?"


카드키도 꽂지 않아 어두운 객실로 비쳐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이 승민의 옆얼굴을 비추었다. 반듯한 콧대가 그대로 방향을 틀며 얼뜬 표정의 용복과 가까워졌다. 두 입술이 부딪치며 탄력 있는 살점이 눌렸다. 객실의 현관과 승민의 어깨 사이에 갇힌 채로 용복은 순식간에 입술을 내 주었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용복이 승민을 밀어내려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가까운 곳에서 그의 향수 냄새가 훅 끼쳤다. 승민은 어깨로 올라온 용복의 손을 제 목을 끌어안고자 하는 시도라고 생각했는지, 흥분한 채로 용복을 벽으로 더 깊숙하게 몰아붙였다. 용복은 참지 못하고 승민의 가슴팍을 두들기고 고개를 틀어 그의 품을 벗어나고자 했다.
房卡还没插入,昏暗的客房里透进来的城市灯光照亮了金昇玟的侧脸。他挺直的鼻梁转向一旁,靠近了表情恍惚的李龙馥。两人的嘴唇相碰,富有弹性的唇肉被压在一起。李龙馥被困在客房玄关和金昇玟的肩膀之间,瞬间就张开了嘴唇。突如其来的亲吻让李龙馥吃惊,他想推开金昇玟,手搭上了对方的肩膀,这时近距离闻到了对方香水的味道。金昇玟似乎误以为李龙馥搭在肩上的手是想要搂住自己的脖子,兴奋地将李龙馥更深地压向墙壁。李龙馥忍不住拍打金昇玟的胸口,扭头想要挣脱他的怀抱。


그제야 승민은 용복을 놓아주었다. 입술이 떼어지자 용복은 제 입술을 가린 채로 가슴을 빠르게 들썩거렸다.
这时金昇玟才放开了李龙馥。唇分之际,李龙馥用手捂住嘴唇,胸口剧烈起伏着。


“지금…. 지금 뭐 하신 거예요? 여기 우리 왜 왔어요?”
"现在……你刚才做了什么?我们为什么来这里?"

“키스했죠. 용복 씨는 뭘 하러 온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接吻了。李龙馥先生你觉得我来这里是为了做什么呢?"

”밥 먹으러요.“  "去吃饭。"

”배고프셨구나. 끝나고 먹어요 그럼.“
"看来你饿了啊。那等结束后我们一起吃吧。"


대꾸한 승민은 갑자기 용복의 콧대 쪽에 소리 없이 뽀뽀했다. 용복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金昇玟回应道,突然无声地亲了一下李龙馥的鼻梁。李龙馥皱起眉头,摇了摇头。


”뽀뽀 그만 하세요..”  "别再亲了.."

“그래요. 미안해요.”  "好的。对不起。"


승민은 조금 웃으며 물러났다.  昇玟微笑着退后了一步。

승민에 갇혀 객실 모서리 사이에 끼워진 채로, 용복은 엉망진창 꼬인 머릿속을 간신히 정리해 물었다.
被昇玟困在客房的角落里,龙馥勉强理清了一团乱麻的思绪,问道。


“승민 씨가 말한 세 번 만나는 게 다 이런 거예요?”
"昇玟哥说的三次见面都是这样的吗?"

“네. 그럼 다 큰 성인 둘이 뭐 하러 만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오늘도 호텔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是的。那您觉得两个成年人见面是为了做什么呢?我已经告诉您今天也是在酒店。"


그러게요….  是啊….

당당한 태도에 말문이 턱 틀어막혔다.
面对如此理直气壮的态度,我一时语塞。


“진짜 하기 싫은 거면 내 뺨이라도 세게 때리세요.”
"如果你真的不想做的话,就狠狠地打我的脸吧。"


그렇게 말하는 승민의 태도는 살짝 용복의 정절을 얕보는 느낌이었지만, 그걸 용복이 눈치채기도 전에 다시 한번 승민의 입술이 용복을 두드렸다. 부드럽게 용복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훑어 올리는 손길이 능숙했다. 점점 깊어지는 키스를 받아내며 용복은 저도 모르게 승민에게 매달렸다. 따듯한 체온이나 섬세하게 다루며 욕정하는 손길 같은 게 몽땅 기분 좋았다. 승민은 다정한 손길로 용복을 침대로 이끌어 눕혔다. 폭신한 침구로 떨어진 용복의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우물쭈물 귀여운 수준이던 용복의 반항도 어느새 희미해진 채였다.
金昇玟的态度似乎有点轻视李龙馥的贞操,但在李龙馥察觉到这一点之前,金昇玟的嘴唇再次轻触了李龙馥。他熟练地抚摸着李龙馥的羊绒毛衣,慢慢掀起。在越来越深入的亲吻中,李龙馥不知不觉地依偎在金昇玟身上。温暖的体温和充满欲望的细腻抚摸都让他感到舒服。金昇玟温柔地引导李龙馥躺在床上。李龙馥的头发散落在柔软的床上。他那犹豫不决、可爱的抵抗也渐渐消失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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