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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햇살이 한강 위에서 반짝이고, 수면에 반사된 고층빌딩의 잔상은 희미하게 일렁였다. 평일 오후의 고수분지는 의외로 한적했다. 공원 산책로에서도, 농구 코트에서도, 자전거 도로에서도 인기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어낸 刘知珉은 나무 그늘 아래에 대자로 뻗은 강아지를 구경하다 피식 웃고 자세를 바로 했다. 척추 수술은 천칠백만원이라고 알려줬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현듯 떠오른 덕분이었다. 어떻게 금액까지 알고 있냐 물어보니 친오빠가 신경외과 전공의라고 그 전에 얘기하지 않았냐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얼굴까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明亮的阳光在汉江上闪闪发光,倒映在水面上的高层建筑残影模糊地摇曳着。平日午后的高水敷地意外地清静。无论是公园散步道、篮球场,还是自行车道,都很难找到人迹。又解开一颗衬衫扣子的刘知珉看着树荫下大字型躺着的小狗,噗嗤一笑后端正了姿势。这是因为突然想起了某个人告诉她脊椎手术要一千七百万韩元的声音。当她问怎么连金额都知道时,那人撅着嘴看着她说之前不是说过亲哥哥是神经外科住院医师吗,连那张脸都自然而然地在脑海中浮现出来。
제법 오래 만나기는 했다.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드라마는 어느덧 크랭크 업을 목전에 두고 있고, 번번이 제목을 잊어버려 네이버에 金旼炡의 이름을 검색해 방영 날짜를 찾아봤던 刘知珉은 이제 상대 배우는 물론이고 감독과 작가의 히트작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최근 몇 년과 비교하자면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았다. 옆 방 영감님 말마따나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刘知珉은 손안에 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确实交往了相当长的时间。连拍摄都没开始的电视剧如今已经临近杀青,每次都忘记剧名而在 Naver 上搜索金旼炡的名字来查找播出日期的刘知珉,现在不仅对合作演员了如指掌,连导演和编剧的代表作都能如数家珍。与最近几年相比,今年的时间似乎过得格外快。正如隔壁房间老爷子说的那样,可能是因为年纪大了的缘故,但就自己的情况来说,应该是。刘知珉摆弄着手中的手机,抬头望向天空。
남들 일하는 시간에 이렇게 밖에 나와 한량처럼 빈둥거린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싶었다. 공판 기일을 제외하고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사무실에 박혀 조서만 붙잡고 살았었는데. 반포 한강공원 근처에서 대기 중이라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부장에게 쪽지로 조퇴를 알리고, 메신저 수신 확인 알림이 뜨지도 않았지만 일단 기안부터 올리고 책상을 정리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해도 답이 안 나왔다. 수사관이 그 얼굴로 나가면 404호 검사님 연애한다는 소문이 내일 구내식당에서부터 검社长실까지 퍼질 것 같다고 장난스레 말을 걸어왔을 때에야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想起上次在别人工作的时间里这样出来闲逛像个游手好闲的人是什么时候了。除了开庭日期之外,从上班到下班都窝在办公室里抱着调书过日子。一确认到在盘浦汉江公园附近待机的短信,就立刻给部长递纸条说要早退,连信息已读确认通知都没弹出来就先提交了申请书并整理桌子,这怎么解释都说不通。直到调查官开玩笑地搭话说,调查官顶着那张脸出去的话,404 号检察官在谈恋爱的传言明天就会从食堂传到检察长室,我才意识到自己是什么表情。
벤치에 기대어 앉은 刘知珉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온 덕분에 팔자에 없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사건과 사람에 치여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지내는 게 익숙하기는 해도, 이따금씩은 지금처럼 마냥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느릿느릿 지나갔고, 여름 기운을 물씬 머금은 바람이 뺨을 스쳤다.
靠在长椅上的刘知珉确认了一下手表。因为比约定时间早到,所以能够享受这难得的悠闲时光。虽然习惯了被案件和人际关系追着跑,不知不觉一天就过去了,但偶尔像现在这样度过悠闲的午后时光似乎也不错。远处有骑自行车的人们慢悠悠地经过,带着浓浓夏日气息的风轻抚过脸颊。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 건 그 무렵이었다. 刘知珉은 순간 당황했지만 가까이에서 맡아지는 향수를 확인하자마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아예 벤치에 등을 기대고 뒤로 고개를 젖혔다. 나름 참는다고 참아본 건데 속절없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세상에는 의지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도 존재했다. 刘知珉은 더는 그것이 억울하지도, 서럽지도 않았다.
就在那时,眼前突然一片漆黑。刘知珉瞬间有些慌张,但一闻到近处传来的香水味,立刻泄气般地笑出声来。然后干脆靠在长椅背上,向后仰起头。本来想忍住的,但嘴角还是不争气地上扬了。世上确实存在仅凭意志力无法解决的事情。刘知珉不再为此感到委屈,也不再感到难过。
"밥은 먹었어요?" "吃饭了吗?"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요."
"现在都几点了。"
"그래서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所以到底吃了还是没吃。"
"나 보면 그거 말고 할 말이 없나 봐."
"看到我就只有这个话题可说了吗。"
"어허, 대답을 왜 자꾸 피하지."
"哎呀,为什么老是回避回答。"
반차 내고 퇴근한 검사가 배우 앞에서 엄한 척을 해봤자였다. 물론 조서실에서 마주 보고 있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건 없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천천히 사라지자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햇빛에 적응하기 위해 刘知珉은 눈을 깜빡였다. 초점이 또렷해질수록 심장박동은 빨라졌다.
请了半天假下班的检察官在演员面前装严肃也没什么用。当然,就算是在调查室里面对面坐着,也不会有什么不同。遮住眼睛的手慢慢移开,视野开始一点点变亮。为了适应倾泻而下的阳光,刘知珉眨了眨眼。焦点越来越清晰,心跳也越来越快。
"이렇게 중간에 나와도 돼요?"
"这样中途出来没关系吗?"
"연차 많이 남아서 괜찮아요."
"年假还剩很多,所以没关系。"
"그래도요. 다음 주에 중요한 공판도 있다며."
"即便如此。不是说下周还有重要的庭审吗。"
"일은 일이고, 旼炡xi는 旼炡xi니까."
"工作是工作,旼炡 xi 是旼炡 xi 嘛。"
그녀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만약 이 장면이 드라마의 한 컷이었다면 대본에는 그런 지문이 적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눈빛에는 어떤 감정을 담아야 하는지, 침묵으로 전달했을 대사는 무엇이었을지. 마스크를 살짝 아래로 내린 金旼炡은 야트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뭐야. 刘知珉은 대답 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她用一种难以捉摸的表情俯视着女人。如果这个场景是电视剧中的一个镜头,剧本上大概会写着这样的舞台指示吧。她忽然也感到好奇起来。那么眼神中应该包含什么样的情感,通过沉默传达的台词又会是什么呢。金旼炡稍微拉下口罩,用低沉的声音嘟囔道。那是什么啊。刘知珉没有回答,而是露出了温柔的微笑。
"진짜로 촬영 끝날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真的要等到拍摄结束吗?"
"당연하죠." "当然了。"
"네다섯 시간은 더 걸릴 텐데?"
"还要再等四五个小时吧?"
"저 혼자서 잘 놀아요."
"我一个人也能玩得很好。"
어느덧 벤치에 몸을 내린 金旼炡은 마스크를 벗어 왼손에 쥐었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생각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刘知珉은 마스크 끈을 베베 꼬는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결심했다는 듯 숨을 짧게 고쳐 쉬고 제 손을 슬쩍 올려뒀다. 끈을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不知不觉间坐到长椅上的金旼炡摘下口罩握在左手里。也许是心情使然,但不知怎的看起来若有所思的样子。刘知珉看着那根缠绕口罩带子的手指,像是下定了决心般短促地换了口气,悄悄地把自己的手放了上去。正在摆弄带子的手指就这样僵住了。
"저기 카페 보이죠. 구석진 자리에서 디카페인 아아랑 케이크 먹으면서 셜록 정주행 하려고요."
"看到那边的咖啡厅了吧。我打算在角落的位置喝着无咖啡因的冰美式配蛋糕,一口气刷完夏洛克。"
"……"
"해 떨어지면 공원에서 산책도 좀 하고."
"太阳下山后在公园里散散步。"
방금 떠올린 것치고는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刘知珉은 살며시 새끼손가락을 걸며 말을 이어갔다. 딱 7시까지만 있다가 갈게요. 그 전에 끝나면 연락해요.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나름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치는 보였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과연 어디까지가 적당한 선일까. 지금으로부터 몇 달이 더 지나더라도 그에 대한 답은 찾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刚想出来的计划倒是挺像样的。刘知珉轻轻勾起小指,继续说道。我只待到 7 点就走。如果之前结束的话我会联系你的。虽然为了不让气氛变得沉重,她尽量用明朗的声音说话,但还是显得有些察言观色。这不是个容易的问题。到底什么程度才是合适的界限呢。即使从现在开始再过几个月,恐怕也找不到这个问题的答案。
"차에 아이패드 있어요. 이따가 가져다줄게요."
"车里有 iPad。等会儿给你拿过来。"
"고마워요." "谢谢。"
"비밀번호는 언더워터 첫방송한 날이에요. 8월,"
"密码是 Underwater 首播的日期。8 月,"
"2021년 8월 12일." "2021 年 8 月 12 日。"
내내 손만 바라보고 있던 金旼炡도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느릿하게 시선이 얽혔다. 刘知珉은 왼쪽 눈을 감았다 뜨며 능청을 부렸다. 뒷조사 좀 해봤어요. 입가에는 감추지 못한 애정이 만연했다.
一直只盯着手看的金旼炡这才抬起头来。两人的视线缓缓交汇。刘知珉眨了眨左眼,装出一副无辜的样子。我稍微调查了一下。嘴角掩饰不住的爱意四溢。
"다음에는 추첨에도 성공해서 꼭 시상식 방청 갈게요."
"下次一定要抽签成功,去颁奖典礼现场观看。"
"추첨을 성공하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抽签成功还有什么特别的方法吗?"
"행운의 여신을 회유해 봐야죠."
"得试着安抚幸运女神才行。"
"그러니까 어떻게." "所以说要怎么做。"
"이렇게?" "像这样?"
刘知珉이 金旼炡의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손바닥을 다정히 감싸 안은 뒤에는 약지 첫마디에 천천히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늘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刘知珉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金旼炡을 쳐다봤다. 여름은 감정 또한 한껏 무르익게 만드는 계절이었다. 그러니 함께 있는 순간에는 어떠한 변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刘知珉轻轻抬起金旼炡的手。温柔地包裹住手掌后,慢慢将唇贴向无名指的第一个指节。阴影尽头吹来的风吹乱了两人的头发。虽然感觉到手指微微颤抖,但刘知珉却像什么都没发生一样看着金旼炡。夏天是让感情也充分成熟的季节。所以在一起的时刻,不需要任何借口。
거실 조명은 일부러 어둡게 해뒀다. 刘知珉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했다. 화면 속에서는 생방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드레스와 턱시도로 차려입은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관객석에서는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연말에도 시상식 같은 프로그램을 따로 챙겨서 본 적이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을 잃어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刘知珉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대기실에서부터 무대와 관객석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받은 덕분에 이따금씩은 저 역시 코엑스 홀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客厅的灯光故意调得很暗。刘知珉斜靠在沙发上,视线固定在电视上。屏幕里正在进行着直播。穿着礼服和燕尾服的艺人们不断被镜头捕捉,观众席里掌声和欢呼声此起彼伏。平时连年末这种颁奖典礼类的节目都不会特意去看,随着时间流逝逐渐失去专注力也不是什么奇怪的事。每当这时刘知珉就会拿出手机。多亏了从后台到舞台和观众席的照片都实时分享,偶尔也会产生自己也在 COEX 大厅里的错觉。
방송부문 연출상 수상이 시작되었을 때에야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볼륨을 높였다.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 이름 모를 배우는 큐시트에 적힌 멘트를 읽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각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대형 스크린에 하나씩 비추어진 뒤에는 후보 소개 영상으로 컷이 넘어갔다. 刘知珉은 반쯤 남은 아이스티로 목을 축이고 양손을 겹쳐 잡았다. 시상자는 금색 봉투를 뜯고 안에 적힌 것을 확인하고, 이내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호명했다. 심연으로부터 송재희 연출님. 화면이 전환되며 카메라가 시상자를 비추었다. 마치 제 일처럼 박수를 치던 刘知珉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소감을 말하는 연출의 사진을 찍어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3관왕 미리 축하해요. 읽음 표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直到广播部门导演奖开始颁发时,才挺直腰板坐好并调高了音量。走到舞台中央的某个不知名演员读着提词器上的台词来活跃气氛。各部剧集的精彩片段逐一在大屏幕上播放后,画面切换到了候选人介绍视频。刘知珉用剩下一半的冰茶润了润嗓子,双手交叠握在一起。颁奖嘉宾撕开金色信封确认里面的内容,随即露出端正的微笑进行宣布。《深渊》宋载熙导演。画面切换,镜头对准了颁奖嘉宾。刘知珉像是自己的事一样鼓着掌,拿起了手机。拍下正在发表感言的导演的照片,连同消息一起发送。提前恭喜三冠王。没有显示已读标识。
영화, 방송, 연극에서 각각 수상자를 선정하는 만큼 방송은 꽤나 오래도록 이어졌다. 인기상은 2부 마지막에야 발표가 되었다. 소파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刘知珉은 시상자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멘트를 듣고 자세를 바로 했다. 입에 물고 있던 플라스틱 스푼은 테이블 끝에 내려두고 텔레비전 가까이에 앉아 화면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각자가 응원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관객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무대 위 스크린에는 남녀 후보자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여자 아이돌이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2025년 제63회 백상예술대상 PRIZM 인기상.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태준님 축하드립니다.
电影、广播、戏剧各自选出获奖者,所以颁奖典礼持续了相当长的时间。人气奖直到第二部分的最后才公布。刘知珉在沙发下面挖着冰淇淋吃,摆弄着手机,听到主持人介绍颁奖嘉宾的话后坐直了身子。把咬在嘴里的塑料勺子放在桌子边缘,坐到电视机附近仰头看着屏幕。观众席各处爆发出为各自支持的艺人呐喊名字的声音,舞台上的屏幕依次浮现出男女候选人的面孔。女偶像拿起麦克风开口说话。2025 年第 63 届百想艺术大赏 PRIZM 人气奖。短暂的寂静过后,清晰的声音响彻全场。郑泰俊先生,恭喜您。
카메라는 즉시 수상자를 찾아 클로즈업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었다.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정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하는 동안 시상자로 나온 배우는 여자 인기상 발표를 위해 금색 봉투를 들어 올렸다. 남자는 천천히 봉투를 뜯어 종이를 펼쳐봤다. 소리 없는 감탄을 내뱉은 그가 정태준을 슬쩍 쳐다보고서는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바로 다음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金旼炡님, 축하드립니다. 이어서 또 다른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채널 버튼을 누르려던 刘知珉은 리모컨을 구석으로 밀어내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摄像机立即寻找获奖者进行特写。她露出惊讶的表情,正接受着周围人们的祝贺。握着遥控器的手紧紧用力。郑泰俊从座位上起身走向舞台的同时,作为颁奖嘉宾出场的演员举起了金色信封,准备宣布女子人气奖。男人慢慢撕开信封,展开纸张看了看。她无声地发出感叹,偷偷瞥了一眼郑泰俊,然后走向麦克风前。现在宣布下一位获奖者。金旼炡女士,恭喜您。紧接着又爆发出另一阵热烈的欢呼声。正要按换台键的刘知珉把遥控器推到一边,抱住了膝盖。
金旼炡이 무대로 향하는 동안 화면은 그녀의 걸음걸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길게 늘어진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스치며 흘러가는 모습, 무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정태준과 나란히 서게 된 모습까지. 어쩌면 방송국도 이 장면을 고대하고 있었을 터였다. 객석에서는 연신 탄성이 들려왔다. 여기저기에서 번쩍번쩍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정태준이 먼저 수상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소감을 이어갔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金旼炡走向舞台的过程中,镜头一步不落地捕捉着她的每一个步伐。长长的裙摆拖曳着掠过地面的样子,小心翼翼地走上舞台台阶的样子,以及最终与郑泰俊并肩而立的样子。或许电视台也一直在期待着这个画面。观众席里不断传来惊叹声。四处闪烁着相机的闪光灯。郑泰俊率先开始发表获奖感言。感谢给予我们如此重要的奖项。声音虽然在颤抖,但很快调整了呼吸,平静地继续着感言。真心感谢一直支持我们的粉丝朋友们。
애써 모른 척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할 텐데 고작 刘知珉이 뭐라고. 그깟 진심이 뭐라고. 수상소감을 마치고 옆으로 비켜서는 남자를 바라보던 刘知珉은 결국 쓰게 웃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는 거다. 그것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마이크 앞에 선 金旼炡이 입술을 달싹이다 숨을 고쳐 쉬었다. 눈동자에는 물기가 가득 어려있었다. PRIZM 인기상. 刘知珉은 자막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고 화면을 올려다봤다. 金旼炡은 가족과 팬, 소속사,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에게 차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소감이 마무리 될 즈음 카메라는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롱샷으로 잡아냈다. 무대 위 조명이 반짝이는 가운데 정태준과 金旼炡이 나란히 트로피를 들고 있는 장면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화면을 가득 채웠다.
故意装作不知道也改变不了什么。任谁看来都会说是很般配的一对,刘知珉算什么。那点真心又算什么。看着致完获奖感言后退到一旁的男人,刘知珉最终苦笑了一声。每个人都有适合自己的角色。这一点必须承认。站在麦克风前的金旼炡嘴唇微动,重新调整了呼吸。眼中满含泪水。PRIZM 人气奖。刘知珉在字幕消失前拍下照片,抬头看向屏幕。金旼炡依次向家人、粉丝、所属公司以及合作的工作人员表达了感谢。感言即将结束时,摄像机用长镜头捕捉到了两人并肩而立的画面。在舞台灯光闪烁中,郑泰俊和金旼炡并排举着奖杯的场面如同颁奖典礼的高光时刻般充满了整个屏幕。
刘知珉은 잠금을 푼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축하해요. 진짜 많이. 짧고 밋밋한 문장이었지만 전송 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던 박수갈채가 사라지고 카메라의 시점이 바뀌어도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가만히 앞만 바라봤다. 3부에서 뵙겠다는 안내 이후로 한동안은 광고만 이어졌다. 수십 분 후에 광고가 끝나고, 시상식이 재개 되고, 모든 부문의 수상이 끝난 뒤 드라마 로고가 화면 우측 상단에 떠올라도 刘知珉은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刘知珉低头看着解锁的手机。恭喜你。真的很恭喜。虽然是简短平淡的句子,但直到按下发送键还是花了很长时间。四周响起的掌声喝彩声消失,摄像机的视角改变后,她依然紧握着手机,静静地只是向前看着。在"第三部分见"的引导后,接下来只是广告在持续播放。几十分钟后广告结束,颁奖典礼重新开始,所有部门的颁奖都结束后,电视剧标志浮现在屏幕右上角时,刘知珉依然默默地守在原地。
"어제는 코디가 제대로 미쳤다니까요. 참고로 positive에요. 가장 심각하게 미친 건 얼굴이기는 하지만 진짜 와…스타일링이 역대급이었어요."
"昨天造型师真的是疯了。顺便说一下,是褒义的疯了。虽然最疯狂的是脸蛋,但真的哇...造型简直是史上最强。"
점심을 마치고 지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수사관의 손에는 테이크아웃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 刘知珉 역시 같은 음료를 들고 천천히 걸음을 맞추었다. 6월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었지만 그늘진 인도는 그나마 견딜 만했다. 반면 분주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초동 법조단지와 썩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吃完午饭正在回地检的路上。搜查官手里拿着外带的冰美式咖啡。刘知珉也拿着同样的饮料,慢慢地配合着步伐。六月正午的炽热阳光炙烤着柏油路,但阴凉的人行道还算能够忍受。相反,忙碌地在街上来往的人们的穿着打扮和几个月前相比并没有太大变化。这是与瑞草洞法曹团地很相配的风景。
"검사님도 본방으로 보셨죠?"
"检察官您也看直播了吧?"
"그럼요." "当然了。"
"솔직히 2025년 백상은 필모에 따로 넣어야 해요. 우리 旼炡이는 어떻게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외모에 물이 오르는 걸까요."
"说实话,2025 年百想艺术大赏应该单独列入履历表。我们旼炡怎么越来越帅了呢,真是越来越有魅力了。"
刘知珉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케줄 하는 중에 틈틈이 보내준 사진을 놓고 보면 실제 방송보다도 더 많은 것을 구경 셈이었지만 남들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刘知珉喝了一口咖啡,点了点头。虽然在行程期间断断续续收到的照片比实际直播看到的还要多,但在别人面前是不能说这种话的。
"맞아요. 旼炡xi 말고 다른 연예인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어요."
"对的。除了旼炡 xi,其他艺人我一个都看不上。"
"그쵸? 저 진짜 카메라에 旼炡이 잡힐 때마다 입을 못 다물었어요. 그 얼굴로 청춘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거잖아요. 벌써 재미있다. 연말에 또 일 내겠어 우리 旼炡이가."
"对吧?我真的每次旼炡被镜头拍到的时候都合不拢嘴。就是用那张脸在拍青春剧啊。已经很有趣了。我们旼炡年底又要搞事情了。"
마찬가지로 별다른 대답 없이 그냥 듣고 있었다. 같은 사람을 두고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도 상황은 무척이나 달랐다. 수사관에게 金旼炡은 화면 너머의 연예인이었고, 刘知珉에게 金旼炡은 함께 아침을 먹고 서로의 출근길을 배웅하는 동거인이었다. 본인이 어떤 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 刘知珉은 자정 무렵의 전화를 곱씹어보며 컵홀더를 매만졌다.
同样没有什么特别的回答,只是静静地听着。虽然看起来是在谈论同一个人,但情况却截然不同。对调查员来说,金旼炡是屏幕那边的艺人,而对刘知珉来说,金旼炡是一起吃早餐、互相送别上班路的同居人。重新意识到自己心里装着什么人的刘知珉,一边回味着午夜时分的那通电话,一边摆弄着杯套。
"연출상만 받은 건 살짝 아쉽기는 해요. 올해는 후보가 너무 쟁쟁했어."
"只拿到导演奖还是有点遗憾的。今年的候选人太强了。"
"대부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大部分人都这么说。"
"사실 최우수 연기상은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거거든요. 심지어 2년 연속 노미에요. 이십 대 중반인데 벌써 이 정도면…서른 되기 전에 연기대상에서 대상 받는 거 아닌가 몰라요."
"其实最优秀演技奖光是入围候选就已经很了不起了。而且还是连续两年提名。二十多岁就已经到了这种程度……说不定三十岁之前就能在演技大赏上拿到大奖呢。"
"그러게요. 지금도 잘하는데 몇 년 뒤에는 얼마나 더 잘하려나."
"就是说啊。现在就已经做得很好了,几年后还不知道要做得多好呢。"
"제발 올해 탈액터스하고 꽃길만 걷게 해주세요. 우리 애 부족한 거는 딱 하나에요. 소속사."
"拜托今年让她脱离演员身份,只走花路吧。我们家孩子唯一不足的就是一个,所属公司。"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 선 刘知珉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 카페 옆에 있는 사진 부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꾸며진 작은 부스는 오피스텔 근처에도 존재했다. 이것도 다 추억이니까 한 번 찍어보자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의 刘知珉은 뭐가 그렇게 귀찮은 게 많아서 번번이 거절만 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刘知珉은 반쯤 남은 커피를 단번에 비워냈다. 제 것에만 따로 샷을 추가하지 않을 텐데 유독 뒷맛이 썼다.
在人行横道前停下的刘知珉缓缓点了点头。个人咖啡厅旁边的拍照亭映入了眼帘。用天蓝色和白色装饰的小亭子在办公楼附近也有。突然想起了那句"这些都是回忆,拍一次吧"的话。那时候的刘知珉到底是有什么那么麻烦的事情,总是一次次地拒绝呢。迟来的后悔如潮水般涌来。刘知珉一口气喝完了剩下的一半咖啡。明明只有自己的那杯没有额外加 shot,但回味却格外苦涩。
"검사님 혹시 旼炡이 인스타 팔로우하셨어요? 어제 퇴근길에 올린 셀카가 정말 돌았는데 카톡으로 보내드릴까요?"
"检察官您有关注旼炡的 ins 吗?她昨天下班路上发的自拍真的太疯了,要不要我用 KakaoTalk 发给您?"
"아…네, 해요. 하고 있어요."
"啊……是的,有关注。在关注着。"
사실 刘知珉은 金旼炡의 SNS를 굳이 팔로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상을 알 수 있었다. 인스타에 없는 사진도 刘知珉의 핸드폰에는 보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점심은 뭘 먹었는지, 드라마 촬영은 언제쯤 끝나는지, 다음 주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물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이야기 하면 열사병 환자 취급 받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 대충 얼버무리고 딴청을 피웠다.
事实上刘知珉即使不特意关注金旼炡的 SNS,也能了解她大部分的日常生活。就连 Instagram 上没有的照片,刘知珉的手机里也有保存。不仅如此,今天午饭吃了什么、电视剧拍摄大概什么时候结束、下周的行程安排如何,她都可以直接询问。但如果把这些事情如实说出来,被当作中暑患者对待的概率会非常高,所以只能含糊其辞地敷衍过去。
"뒤풀이 분위기도 되게 좋았나 봐요. 2차에는 드라마 찍었던 배우들 다 온 것 같던데."
"聚餐的气氛好像也很不错呢。二次聚会好像电视剧里的演员们都来了。"
"그런 건 또 어떻게 아시는…"
"您又是怎么知道这种事的……"
"최 감독님 인스타에 이렇게 올라와 있어요."
"崔导演的 ins 上是这样发的。"
"그렇구나." "这样啊。"
손에 쥔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刘知珉은 옆에 있는 수사관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화면을 살펴봤다. 하단에는 메신저 알림이 떠 있었다. 재빨리 잠금을 풀고 대화창에 들어갔다.
手中的手机短暂地震动了一下。刘知珉瞥了一眼旁边的搜查官,小心翼翼地查看屏幕。下方显示着消息通知。她迅速解锁进入对话框。
메시지는 간단했다. 여기에서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검사님 생각은 어때요. 刘知珉은 첨부되어 있는 링크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답장부터 작성했다. 좋아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나 싶어 고민한 것도 잠깐이었다. 이모지를 덧붙이는 건 저와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았으며 상대방에게도 과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화면 위에서 망설이던 손가락이 전송 버튼을 눌렀다. 기대와는 달리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표시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消息很简单。想在这里吃晚饭,检察官您觉得怎么样。刘知珉连附带的链接都没有查看,就先开始回复。好的。担心显得太敷衍,犹豫了一会儿。添加表情符号既不太适合自己,对方可能也会觉得过分。在屏幕上犹豫的手指按下了发送键。与期待不同,消息已读的标示并没有立即显示。
"뭘 보고…그렇게 웃으세요? 검사님 진짜 연애하시는 거예요? 누구랑요? 언제부터요?"
"在看什么...笑得那么开心?检察官真的在恋爱吗?和谁?什么时候开始的?"
"저요? 아뇨, 그냥 기사 보고 있었어요. 어제 백상 레드카펫."
"我吗?不是,我只是在看新闻。昨天白想红毯的。"
"이데일리는 꼭 보세요. 서 기자님은 거의 준홈마 수준으로 사진 찍어서 올려줘요."
"一定要看이데일리。徐记者拍照上传的水平几乎达到了准站姐的程度。"
刘知珉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 액정을 밀었다. 다행히 수사관은 별다른 의심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쉰 刘知珉은 그녀가 알려주는 무대 인사, 팬 사인회 등 각종 행사 참석하는 방법을 메모장에 받아적으며 걸음을 옮겼다.
刘知珉尴尬地点了点头,用拇指滑动手机屏幕。幸好调查官没有特别怀疑,继续进行着对话。刘知珉偷偷松了口气,一边在记事本上记录着她告诉自己的舞台问候、粉丝签名会等各种活动的参与方法,一边迈步前行。
"솔직히 약간 세상이 저를 속이는 느낌이기는 해요. 유 검사님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니."
"说实话,感觉有点像是这个世界在骗我一样。没想到刘检察官也有喜欢的艺人。"
"왜요?" "为什么?"
"올해 초에 나온 천만 영화는 여전히 제목도 모르시고 넷플에는 다달이 기부하시는 건지 오겜, 더글로리, 폭싹 전부 안 봤다고 하셨으니까?"
"今年初上映的千万票房电影您连片名都不知道,Netflix 上是不是每月都在做慈善啊,《鱿鱼游戏》、《黑暗荣耀》、《爆裂点》全都没看过?"
"사람은 언젠가 변하더라고요. 취향이 됐든, 성격이 됐든, 습관이 됐든 조금씩."
"人总是会变的。不管是喜好、性格,还是习惯,都会一点点地改变。"
"그렇기는 하죠. 아무튼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너무 일만 하면 스트레스 받잖아요."
"确实是这样。不过看起来是好的变化。总是只工作的话会有压力的。"
어느덧 청사 대문이 보였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刘知珉은 재킷을 뒤적여 공무원증을 꺼내 들었다. 그래도 다섯 시간만 지나면 만날 수 있으니까. 사무실로 향하는 걸음이 어제보다는 가벼워졌다.
不知不觉间,政府大楼的大门映入眼帘。刘知珉用手机确认了时间,翻找着外套掏出了公务员证。反正再过五个小时就能见面了。走向办公室的脚步比昨天轻快了许多。
식당에서 나와 차에 오른 刘知珉이 디스플레이 속 내비게이션을 만지작거렸다. 검색 기록을 한참 아래로 내려야만 제가 찾았던 그 주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刘知珉은 목적지가 설정된 것을 확인하고 컨트롤러로 볼륨을 조정했다. 초행길은 아니었으나 이쪽으로는 자주 다니지 않았던 만큼 평소보다 집중해서 안내를 들었다. 도로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차창 밖 풍경이 흐르듯 지나갔다. 이른 저녁부터 내내 흐렸던 하늘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고, 도심의 조명들이 천천히 제 색을 밝히고 있었다.
从餐厅出来上车后,刘知珉摆弄着显示屏里的导航。需要把搜索记录往下翻很久才能找到她之前查找过的那个地址。刘知珉确认目的地设置完毕后,用控制器调节了音量。虽然不是第一次走这条路,但由于不常往这边来,她比平时更专注地听着导航指引。道路比预想的要清静。车窗外的风景如流水般掠过。从傍晚开始就一直阴沉的天空现在已经完全暗了下来,市中心的灯光正慢慢亮起各自的色彩。
"마지막 출근은 언제예요?"
"最后一天上班是什么时候?"
"다다음주이기는 한데 아마 계속 추가 촬영 잡힐 거예요 "
"是下下周,不过应该会一直有追加拍摄。"
"그렇구나. 방송 날짜는 정해졌어요?"
"这样啊。播出日期定了吗?"
"정확한 날짜는 아직 안 나왔어요. 감독님은 가을 개편에 맞춰서 들어갈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确切的日期还没出来。导演说好像会配合秋季改编档期播出。"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다. 조수석을 스치는 대시보드 불빛 아래로 金旼炡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촬영 막바지라 그런지 턱선이 유독 도드라졌다. 홍 매니저가 잘 챙겨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괜히 속상했다. 초록 불이 켜진 줄도 모르고 조수석을 바라보던 刘知珉은 뒤차가 클락션을 울렸을 때에야 천천히 엑셀을 밟으며 교차로를 통과했다.
刘知珉点了点头,等待着左转信号。仪表盘的灯光掠过副驾驶座,照出了金旼炡的侧脸。大概是因为拍摄进入尾声的缘故,下颌线显得格外突出。虽然知道洪经纪人照顾得很好,但还是莫名感到心疼。刘知珉不知不觉地看着副驾驶座,直到后车按响喇叭时才发现绿灯已经亮了,这才慢慢踩下油门通过了十字路口。
"다음 작품 들어갈 때까지는 스케줄 없는 거예요?"
"在进入下一部作品之前都没有行程安排吗?"
"아예 없지는 않고 가끔 광고나 화보 촬영해요. 대본 보내오는 감독님들이랑 미팅 잡히기도 하고."
"也不是完全没有,偶尔会拍广告或者画报。也会和发剧本过来的导演们约见面。"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 근처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刘知珉은 속도를 조금씩 줄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주 늦지 않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导航里传出了接近目的地的语音提示。刘知珉一边逐渐减速,一边环顾四周。尽管还不算太晚的晚餐时间,但路上来往的车辆并不多。
"검사님은 여름휴가 가요?"
"检察官您要去夏季休假吗?"
"네. 이번에는 꼭 다녀오려고요."
"嗯。这次一定要去一趟。"
"그렇구나." "是吗。"
"주말 끼면 일주일 정도는 시간 뺄 수 있을 것 같아요."
"如果算上周末的话,大概能抽出一周左右的时间。"
어느덧 아파트 후문 근처에 다다랐다. 刘知珉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눌렀다. 에어컨을 켜둔 채로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단지 내부를 순찰하는 경비원이 천천히 지나갔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어 둔 刘知珉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金旼炡은 손에 쥔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느린 박자의 팝송이 차 안을 고요히 채웠다.
不知不觉已经到了公寓后门附近。刘知珉把车停在路边,按下了双闪灯。开着空调,两人静静地坐了一会儿。窗外,巡逻小区内部的保安缓缓走过。调好电台频率的刘知珉转过头看向旁边。金旼炡正静静地低头看着手中的手机。缓慢节拍的流行歌曲静静地充满了车内。
"짐 챙길 거 있으면 저도 같이 가서 도와줄까요?"
"如果有需要收拾的行李,我也一起去帮忙吧?"
버클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조수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던 刘知珉이 입을 열었다. 旼炡xi. 도착했어요.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거렸다. 노래가 끝나고 광고가 이어졌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오늘따라 침묵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던 刘知珉은 숨을 짧게 고쳐 쉬고 안전벨트 버클을 풀었다.
她一边摆弄着安全带扣一边问道。副驾驶座那边没有传来任何声音。静静等待着的刘知珉开口说道。旼炡 xi,到了。她没有回答,只是点了点头。歌曲结束后接着播放广告。也许是心情的缘故,今天的沉默感觉有些陌生。用手指轻敲方向盘的刘知珉短促地调整了一下呼吸,解开了安全带扣。
찰칵하는 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金旼炡이 잠시 움찔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고개는 들지 않았다. 한동안 차 안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멘트만이 공허하게 맴돌았다.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점차 길어져 갔다. 디제이가 노래 소개를 마무리할 즈음, 정적을 가르고 운전석으로 목소리가 넘어왔다.
咔嚓声在车内回响。听到这个声音,金旼炡似乎微微颤了一下,但依然没有抬起头。车内一时间只有收音机里播放的广告词空洞地回荡着。无言的时光逐渐拉长。当 DJ 即将结束歌曲介绍时,一个声音划破寂静传向了驾驶座。
"…검사님." "……检察官。"
"네." "嗯。"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金旼炡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刘知珉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입술을 떼기 전에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头发垂落下来,金旼炡的脸看不太清楚。刘知珉在心里叹了口气。她想问问发生了什么事,但还没开口,又听到了低沉的声音。
"…여기까지 할래요?" "……到这里就结束吧?"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만큼 현실감이 없었다. 천천히 문장을 곱씹어봤다. 여기까지. 그 말을 꺼낸 金旼炡은 아직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刘知珉은 손을 뻗으려다 멈칫하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순간이 있었다. 느릿하게 입술을 연 刘知珉의 목소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잔잔했다.
一开始以为自己听错了。太没有现实感了。她慢慢地咀嚼着这句话。到这里就结束。说出这话的金旼炡至今还没有抬起头。刘知珉伸出手又停住,握成了拳头。虽然无法准确解释,但有那么一瞬间,仅凭感受到的氛围就理解了一切。刘知珉缓缓张开嘴唇,声音如往常一样平静。
"주말에는 비 소식이 있더라고요."
"听说周末有雨。"
"……"
"올해는 장마가 조금 길 거래요. 그거 끝나면 또 엄청 덥겠지."
"听说今年的梅雨季会比较长。等雨季结束后又会变得非常热吧。"
"……"
"그리고 또……" "还有……"
어떤 이야기를 더 꺼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전할 수 있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입술 끝까지 올라온 말들은 아무런 위로도 건네지 못하고 사라졌다. 시선은 오래도록 金旼炡에게 머물렀다. 눈으로라도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서,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她思考着还应该说些什么,但能传达的话语屈指可数。最终那些涌到唇边的话语没能给予任何安慰就消失了。视线久久停留在金旼炡身上。想要用眼神将她留住更久一些,实在无法转过头去。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말고요." "再忙也不要不吃饭。"
차 안은 더욱 조용해졌다. 刘知珉은 운전석 손잡이 근처를 더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금이 풀리는 특유의 둔탁한 기계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金旼炡은 쥐고 있던 핸드폰을 천천히 뒤집었다. 도어 손잡이에 손을 얹는 동작도, 앉은 자세를 고쳐잡는 움직임도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러웠다. 이제 평소처럼 내리고, 평소처럼 인사하면 되는 일이었다.
车内变得更加安静了。刘知珉摸索着驾驶座旁边的把手。没过多久,门锁解开时特有的沉闷机械声在耳边回响。金旼炡慢慢翻转着手中的手机。把手放在车门把手上的动作,以及调整坐姿的动作都很自然,没什么特别的。现在只要像平时一样下车,像平时一样打招呼就行了。
"旼炡xi." “旼炡 xi。”
"…네." "……嗯。"
"조심히 들어가요." "小心回去。"
金旼炡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조수석 문이 열렸다. 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刘知珉은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 출입문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차츰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같다. 헤어졌다고 할 수 없으니까. 애초에 저희들은, 그러니까 이건 그저. 입술 사이로 짤막한 한숨이 새어나갔다. 刘知珉은 왼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 뒷좌석에 덩그러니 놓인 꽃다발이 룸미러에 비쳤다.
金旼炡缓缓地点了点头。接着副驾驶座的门打开了。刘知珉只是默默地看着她下车。看着她走向公寓停车场出入口的背影,看着那个渐渐远去的背影。或许是因为仍然没有实感吧。不能说是分手了。本来我们就,也就是说这只不过是。唇间泄出一声短促的叹息。刘知珉用左手抚过脸庞后,将头靠在了头枕上。后座上孤零零放着的花束映在了后视镜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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