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서로 닿을 수 없게 되었다.
有一天,地球上所有人类突然无法相互触碰。
전례없는 극심한 폭염이 기승하던 2025년 8월, 타인의 피부에 접촉하는 순간 발진과 피부출혈이 발생하고 8시간 내 사망하는 원인불명의 증상이 발현됐다. 이 증상은 인종,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살아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해당 되었으며 접촉이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내기까지 지구상의 약 30프로의 인류가 소실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접촉성 발진을 ’CEV-X(Contagio exanthema virus x)‘라 명명하였고 각국 정부는 대규모 팬데믹 비상사태를 선포해 모든 인간들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했다. 그로인해 지구 위 인간들은 특수신소재 재질로 이루어진 방호복을 착용해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았고, 이를 지원 받지못한 일부 하층민들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총과 칼을 들기 시작했다.
2025 年 8 月,在史无前例的极端热浪肆虐期间,人类接触他人皮肤的瞬间会出现皮疹与皮下出血,并在八小时内死亡。这种不分种族、性别、年龄的致命症状席卷全球,在科学家证实接触传播机制前,已有约 30%人类消亡。世界卫生组织将这种接触性皮疹命名为"CEV-X(接触性疹病毒 X 型)",各国政府宣布进入大规模流行病紧急状态,全面禁止人类直接接触。幸存者们穿着特殊新材质的防护服抵御病毒,而无力获取防护装备的底层民众则开始持枪执刀,以守护各自生存领地。
이 이야기는 지구상 생존한 인류 중, 유일하게 타인과의 접촉이 가능하다고 확인된 면역자 채봉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这个故事讲述的是地球上唯一经确认能与他人接触的免疫者——蔡奉九。
제 1장. 열 다섯번째 접촉자 민간인 도은호
第一章 第十五位接触者 平民 都恩浩
“헉… 허억…..” “哈… 咳咳…”
세상이 미쳐돌아가기 시작했다. CEV-X, 통칭 터치데드 창궐 이후 7년간은 대혼돈의 시대 그 자체였다. 첫 팬데믹 시작 당시 이제 막 성인이 된 스무살 도은호는 홀로 지내던 제 자취방에서 손 쓸틈도 없이 온 가족을 다 잃었다. 첫 1년은 자취방에 꼼짝없이 갇혀지냈고 수도와 난방이 끊기자 어쩔 수 없이 열평도 채 안되는 그 좁은 집을 나왔다 이후부터는 계속 혼자였다. 터치데드 사태 이후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못했고 당연하게도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했다. 물론 그건 도은호 같은 일반 하층민들의 이야기였고, 상류층의 경우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수 방호복을 착용하고 생활거주공간을 만들어 과거와 같은 일상을 저들끼리 흉내낼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능하게됐다. 그래봐야 서로 얼굴도 표정도 드러내지않은 채 악수하는 모습이 도은호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기가 짝이 없었지만.
世界开始陷入疯狂。CEV-X,俗称接触死亡病毒肆虐的七年间,本身就是大混乱的时代。当第一次大流行开始时,刚满二十岁的都恩浩在独居的出租屋里,眼睁睁失去了所有家人。第一年他寸步不离地被困在那间屋子,当水电暖气都被切断后,他不得不离开那不足十坪的狭小空间。自那以后,他始终独自一人。接触死亡事件后,人们不再信任彼此,集体生活自然成为不可能。当然,这只是都恩浩这样的底层平民的故事——上流社会的人们从头到脚穿着特殊防护服,建造生活居住区,至少能在同类之间勉强维持过去那种日常生活。不过在都恩浩眼里,那群连表情都看不见、隔着防护服握手的模样实在滑稽得可笑。
도은호는 외로움을 잘타는 성격이었다. 외향적인 성격에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누구든지 도은호를 좋아했다. 대혐오의 시대, 어쩌면 이 지독한 병은 타인 간의 혐오와 증오에서 비롯된 천벌이 아닐까, 차라리 잘되었다고 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도은호에게만은 예외였다. 도대체 이 끔찍한 바이러스는 어째서 이 지구상에 나타난걸까. 너무나도 괴롭고 외롭다. 그 누구와 대화할 수도 만질수도 없었다. 그것이 도은호에게는 피부병보다도 더욱 끔찍한 고통이었다. 누구든 좋으니 체온을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적의가 담기지않은 눈으로 오롯이 서로를 바라보며 밥을 먹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하염없이 오지를 혼자 떠돌다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기나긴 억겁의 시간동안 도은호는 혼자 참 많이 울기도 울었다.
都恩浩天生害怕孤独。外向开朗的性格让他向来讨人喜欢。在这个大厌恶时代,或许这种恶疾正是人类互相憎恨招来的天罚——甚至有人拍手称快。但对都恩浩而言却是例外。这可怕的病毒究竟为何会降临地球?太痛苦,太孤独了。不能与任何人交谈,不能触碰任何人。这对都恩浩而言比皮肤病更折磨。他多渴望能与人共享体温、说说话、用不含敌意的眼神注视彼此共进晚餐。怀着这样的念头独自在荒野游荡时,不知不觉已过去七年。在这漫长如劫的岁月里,孤独的都恩浩不知独自痛哭过多少回。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정신없이 도망만 치다보니 벌써 산중턱 낭떠러지가 코앞까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呼吸已堵到了嗓子眼。只顾着拼命奔逃,猛然发觉山腰的悬崖已近在咫尺。
“허억…. 헉…. 시발, 왜 자꾸 따라오는건데!”
“哈啊…. 哈啊…. 该死的,为什么一直追着我不放!”
“탈피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蜕皮是神明赐予的礼物!”
온 피부에서 짓물이 터져나오고 피부조각이 너덜너덜한 남자 셋이 낭떠러지를 뒤로한 도은호에게 한발씩 다가섰다.
皮肤上渗出脓液、表皮剥落的三名男子,背对着悬崖,一步步逼近都银虎。
터치데드로 피부감염이 시작된 이후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흉측한 상처에 의식이 붕괴되어 거의 광기에 이르는 상태가 됐고, 급기야 터치데드는 신이 내려주신 신성한 변환의 의식이라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터치데드를 통해 온 생명은 신께 시험받아야하고 그 시험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의 껍데기를 벗고 진실한 구원체로 거듭난다는 것이 그들의 이념이었다.
在因接触死亡而引发皮肤感染后,仍有少数人奇迹般存活下来。他们的意识被皮肤灼烧的痛苦与狰狞伤口逐渐瓦解,几近陷入疯狂,最终竟开始颂扬接触死亡是神明赐予的神圣转化仪式。他们坚信:凡经由接触死亡存活的生命,都必须接受神的试炼;唯有通过试炼者,方能褪去人类躯壳,蜕变为真正的救赎之体。
“자, 이리오세요, 어린양이여.” “来吧,小羊羔。”
뻗은 손끝의 살점이 너덜너덜해서는 검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후두둑- 지면과 맞닿은 신발 뒷꿈치에 텅빈 공간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돌가루가 저 아래 허허벌판 위로 부서지며 흩날렸다.
伸出的指尖皮肉翻卷,黑色血珠不断滴落。咯噔——鞋跟触地时感受到脚下虚空。回首望去,碎石正簌簌崩落,在下方荒原上扬起漫天尘灰。
“이 손을 잡고 함께 하나님의 시험에 드는겁니다!”
“握住这只手,让我们一起接受上帝的考验吧!”
“아니, 오지마! 난 구원받기 싫다니까? 그 냄새나는 손 안치워?”
“不,别过来!我不想被拯救,行吗?你那臭烘烘的手能不能拿开?”
”이것이 진정한 구원의 손입니다!“
“这才是真正的救赎之手!”
불쑥 예고도 없이 양 손을 내밀며 달려드는 신도에 놀란 도은호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고 그대로 양 발이 허공에 헛디뎌졌다. 으악, 시발! 비명을 지르며 스산한 낭떠러지 아래로 그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신도들은 혀를 차며 눈물을 훔치더니 이내 좀비처럼 발을 질질 끌며 왔던 숲길로 다시 사라졌다.
道恩浩被突然毫无预警地伸出双手扑来的信徒吓得不由自主后退,结果双脚踩空悬在了半空中。"啊,该死!"当他尖叫着坠向阴森悬崖时,那些信徒们咂着舌头抹去眼泪,随即像僵尸般拖着脚步,沿着来时的林间小路消失无踪。
”미, 미친… 진짜 죽을뻔….“
"疯、疯了...差点真死了..."
턱- 삐져나온 나뭇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산산조각 시체덩어리가 되는 것을 겨우 모면한 도은호의 손이 위쪽 돌부리를 붙잡았다. 미끄덩- 하도 오래 써서 이젠 너덜너덜해진 가죽장갑 덕에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휘이이잉- 마치 아래쪽에서 손이라도 뻗는 것 같은 공포스러운 바람소리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입으로 한쪽 장갑 끝을 물고는 벗어던졌다. 바람에 나풀나풀 떨어지는 장갑을 뒤로하곤 땀이 축축한 맨 손바닥으로 다시 한번 돌부리를 콱 움켜잡았다. 아까 한참동안이나 도망을 친 덕분에 온 몸에 남은 힘이 거의 없다. 젖먹던 힘까지 겨우 쥐어짜내 팔을 당기려는데 갑자기 제 손목을 덥썩 누군가의 손이 붙잡았다. 피범벅도 흉측한 살갗도 아닌 예쁘고 깨끗한 작은 손이었다.
咔嚓——杜恩浩抓住一根突出的树枝悬在半空,勉强避免了摔成血肉模糊的尸块。他的手掌攀住上方凸起的岩石时,皮革手套因年久磨损突然打滑。呼呜呜——下方传来如同鬼手攀扯的恐怖风声,他后颈顿时沁出冷汗。他用牙齿咬住一只手套边缘甩脱,任由那破布般的皮革在风中飘落,再度用汗湿的裸掌死死扣住岩棱。先前长时间的逃亡已耗尽体力,此刻他连吃奶的力气都使出来拽动手臂时,突然有只干净秀气的小手攥住了他的手腕——既非血污满布,也非狰狞腐皮。
”좀만 버텨, 올려줄테니까!” “再坚持一下,我这就把你拉上来!”
앳된 소년같은 목소리였다. 읏차! 힘을 주며 제 팔을 양손으로 끌어당기길래 얼이 빠져있었던 것도 잠시, 도은호가 발로 돌벽을 밀어내며 겨우 낭떠러지를 기어올랐다. 헉헉- 야 너 방금 죽을뻔했다. 낡은 야구모자를 쓴 어떤 조그만 남자애가 방금전까지만 해도 저가 매달려있던 아래 쪽을 슬쩍 내려다보더니 제 심장을 붙잡았다.
那声音带着少年特有的稚气。"嘿咻!"他双手用力拽住我的胳膊,我恍惚的神志瞬间清醒。都银虎用脚蹬开石壁,总算从悬崖边爬了上来。"呼哧呼哧——喂你刚才差点没命了。"戴着破旧棒球帽的小个子男孩,此刻正探头望着我刚才悬挂的崖底,突然捂住自己胸口。
“야, 너 괜찮냐?” "喂,你没事吧?"
그 물음에 아직도 제게 닿은 온기가 믿겨지질 않는다는 듯 도은호는 벌겋게 부어오른 제 손목만 내려다봤다. 닿은 부분이 아무렇지도 않다. 만질 수가 있다. 순간 도은호는 무작정 소년의 몸을 껴안아버렸다.
对于那个问题,仿佛仍不敢相信传递到我身上的温度,都恩浩只是低头望着自己红肿的手腕。触碰之处毫无异样。能够真实地触摸到。刹那间,都恩浩不由分说地紧紧抱住了少年的身躯。
“뭐야, 갑자기?” “什么啊,突然这样?”
맨손으로 모자를 벗겨 분홍색 머리칼을 쓰다듬고 뒷목을 만졌다. 제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와 움직임이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아주 한참동안이나 외로웠던 도은호는 그대로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어디 도망이라도 갈 것이 아닌데 마치 잃어버렸던 엄마를 만난 아이처럼 옷자락을 꽉 쥐고 꼴사납게 흐느꼈다. 그 애는 처음보는 사람이 저를 꼭 껴안고 난데없이 우는게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통 밀쳐내질 않았다. 그저 남을 위로하는 법을 잘 모르는지 말없이 작은 손을 뻗어 헝크러진 뒷머리만 벅벅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徒手摘下帽子,抚弄着粉色的发丝,又摸了摸后颈。怀中蠕动的生命体传来的体温与动静实在久违了,孤独许久的都恩浩终于忍不住放声大哭。明明无处可逃,却像迷路孩童重逢母亲般死死攥住衣角,哭得狼狈不堪。那孩子初次见面就被紧紧抱住,面对突如其来的泪水本该不知所措,却丝毫没有推开。或许是不懂如何安慰人,只是默默伸出小手,笨拙地梳理着对方凌乱的后脑发丝。
”갑자기 미안.... 살아있는 사람이랑 닿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突然觉得抱歉……已经太久没和活人接触了……”
”뭐, 됐어. 내가 면역이라는걸 알면 대부분 다 달려드니까.“
“算了,反正大家都知道我对这些免疫,多半都会扑上来。”
달려들었나? 도은호가 끙 민망한 듯 턱을 긁적이자 조각칼로 통조림을 낑낑대며 여는데 성공한 그 애가 열린 통 하나를 도은호에게 내밀었다.
他扑过来了吗?都银虎尴尬地挠着下巴,看着那个用雕刻刀吭哧吭哧撬开罐头成功的少年,对方将打开的罐头递了过来。
그 애는 자신의 이름을 채봉구라고 소개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나이는 저보다 한살 위 형에 어째서 터치데드에 면역을 가지게 된건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통조림을 받아드는 손끝이 슬쩍 스치자 도은호는 가만히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쿵쾅 대는 목 뒤의 맥박이 느껴지는 듯 했다.
少年自我介绍叫蔡奉九。虽然长相显小,但实际比他年长一岁,至于为何对触摸丧尸免疫,他自己也说不清楚。当接过罐头时指尖不经意相触,都银虎静静凝视着自己的手掌。后颈的脉搏似乎仍在咚咚狂跳。
”원래 이 산엔 구원교 신도가 없었는데 이제 여기도 벗어나야겠어. 너도 내일 날이 밝으면 당장 내려가.“
"这座山原本没有救赎教信徒,现在这里也不安全了。等明天天一亮,你也赶紧下山吧。"
”그것들 범죄 집단이잖아. 정부는 대체 뭘 하는거야?“
"那些家伙可是犯罪集团啊。政府到底在干什么?"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거겠지.”
"你觉得已经无计可施了吧。"
채봉구는 마른장작을 부시던 손을 잠시 멈추고는 도은호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이곳을 방치하는 국가에 대한 적의도 분노도 없는,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인 눈빛이었다.
车奉九停下劈柴的枯手,抬眼望向都恩浩。那眼神里既没有对放任此地不管的国家怀有敌意,也不见愤怒,只是早已接受一切的平静目光。
“버려진거야, 우리는.“ “我们被抛弃了。”
그 누구도 만질 수 없는 세상. 그 안에서 홀로 타인과 접촉이 가능한 채봉구. 그는 그 사실을 알았을때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을까. 언제 어떻게 알게되었을까. 도은호는 문득 자신이 모르던 채봉구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无人能触及的世界。唯有车奉九能在其中与他人接触。当他发现这个事实时,最想见的人会是谁呢?又是何时、如何知晓这一切的?都恩浩突然对车奉九不为人知的过去产生了好奇。
”형 가족은 어떻게 됐어?“
"哥的家人后来怎么样了?"
”….. 7년 전에 다 죽었지 뭘.“
"……七年前就都死光了,还能怎样。"
덤덤하게 불을 피우며 대답하는 뒤통수가 어쩐지 저와 처지가 비슷해 안쓰러웠다. 하지만 더 이상 물어도 대답해줄 것 같진 않아보여서 더 묻지는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운명이 아닐까 도은호는 생각했다.
他漫不经心地生着火回答的样子,不知为何让我觉得同病相怜。但看他似乎不愿再多说,我也就没再追问。都恩浩心想,或许我们这样相遇也是命运使然。
”형 앞으로 어떡할거야?“ “哥,你以后打算怎么办?”
”뭘?“ “什么?”
입안에 통조림을 쑤셔넣던 채봉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도은호는 녹슨 숟가락으로 애꿎은 통조림을 뒤적이며 물었다.
正往嘴里猛塞罐头的蔡奉九突然瞪圆眼睛发问,都恩浩用生锈的勺子搅动着无辜的罐头反问道。
“나랑 같이 다니자. 나 보기보다 세.”
"跟我一起行动吧。我比看起来能打。"
“안돼. 나 수배자거든.” “不行。我可是通缉犯。”
채봉구가 제 몸보다 커다란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너덜너덜한 종이 하나를 건넸다. 그 종이에는 귀염성없는 표정의 채봉구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있었고 그 아래 국가보건조직의 방위대인 네이토스(National Authority for Tactical Outbreak Suppression)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蔡奉九翻弄着比他身体还大的背包,掏出一张皱巴巴的纸递过来。纸上赫然印着表情木讷的蔡奉九照片,下方标注着国家卫生组织战术疫情镇压局(National Authority for Tactical Outbreak Suppression,简称 NATOS)的名称。
“이 자를 발견하는 이는 네이토스에 즉시 신고바람? 형을 네이토스에서 왜 찾는데?“
“发现此人者请立即向奈托斯举报?哥哥为什么要在奈托斯被通缉?“
”몰라. 면역자라는걸 아니까 어디 데리고가서 실험이라도 하려나보지.“
“不知道。既然知道你是免疫者,大概是想带你去什么地方做实验吧。”
”뭐? 위험하잖아, 그럼 더더욱 혼자 다니면 안되지. 나랑 같이 가.“
“什么?那太危险了,你更不能一个人去了。跟我一起走。”
”너 바보냐? 요즘같은 세상에 무리지어서 다니는 사람들이 어디있어? 내가 너랑 같이다니면 눈에 더 띄기만 할거야.“
“你是傻子吗?这年头哪还有人结伴同行的?要是我跟你一起走,只会更引人注目。”
풀이 죽은 도은호는 맛없는 통조림을 입에 푹 찔러넣은 뒤, 시들시들한 모닥불에 마른 장작 몇개를 더 던져넣었다. 지잉지잉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도은호는 일렁이는 모닥불의 빛에 슬쩍슬쩍 드러나는 채봉구 얼굴을 몰래 훔쳐봤다.
垂头丧气的都恩浩把难吃的罐头塞进嘴里,又往奄奄一息的篝火里扔了几根枯柴。草虫唧唧声格外刺耳。在摇曳的火光中,都恩浩偷偷瞥了眼时隐时现的蔡奉九的脸。
말랑한 얼굴에 태어나서 한번도 겁이란건 먹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 어른스러운 눈, 오물오물 움직이는 입술, 그 위로 밤바람에 나부끼는 분홍색 복실한 머리카락. 도은호는 괜히 아쉬워 아직도 그 머리카락의 촉감이 선명한 오른손을 문질문질거렸다.
生就一张软糯脸蛋却似乎从未尝过恐惧滋味的成熟眼眸,蠕动的嘴唇上方,夜风中飘扬着粉红色蓬松秀发。都银虎无端感到遗憾,仍在反复揉搓那只残留着发丝触感的右手。
“일단 내일 생각하자, 어으, 피곤해.“
“先别想了,明天再说吧,哎哟,累死了。”
”오늘은 비가 안와서 다행이네.“
"今天没下雨真是太好了。"
채봉구가 딱딱한 잔디 위로 대충 몸을 던져 눕자 도은호가 그 옆으로 다가가 누웠다. 채봉구가 옆을 힐끔 보더니 휙 등을 돌려눕자 도은호는 괜히 서운해 채봉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蔡奉九刚往硬邦邦的草坪上随意一躺,都恩浩就挨着他身边躺下了。蔡奉九斜眼瞥了瞥,突然一个翻身背对着他,都恩浩没来由地觉得委屈,便也转身朝蔡奉九那边侧卧过去。
숨을 쉴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조그만 등에 몸을 가까이 붙이자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아, 이 온기가 도대체 얼마만인가. 그대로 도은호는 다시 채봉구를 껴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피부에 아주 오랫동안 닿지못한 도은호의 갈증은 만져도 만져도 해소될 것 같지않았다. 슥 채봉구의 옆구리에 손을 집어넣어 그의 몸을 꼭 껴안았다. 작은 몸이 잠시 움찔 하는가 싶더니 예상과는 다르게 얌전했다.
每次呼吸时贴近那微微起伏的小小背脊,都能感受到灼热的体温。啊,这温度究竟相隔了多久。道恩浩就这样又产生了想紧紧抱住蔡奉九的冲动。长久未能触碰他人肌肤的干渴,即使抚摸再多次也似乎无法消解。他悄悄将手探入蔡奉九的腋下,用力环抱住那具身躯。小小的身体似乎瞬间瑟缩了一下,却出乎意料地安静下来。
”형, 같이 자도돼?“ “哥,能一起睡吗?”
”엉.“ “嗯。”
무심하고 별 반응없는 귀찮은 듯한 대답이었다. 쿵쾅쿵쾅 가슴팍에 닿은 등에 제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지는 않을지. 뜨끈하고 말랑한 그 몸이 도저히 내버려둘수가 없는 미끼 같아보였다. 배를 문지르던 손이 채봉구의 늘어난 티셔츠 안쪽을 조금씩 파고들었고 차가운 피부가 닿자 채봉구가 그제서야 도은호를 의식해줬다.
那回答漫不经心,带着不耐烦的敷衍。怦怦直跳的心脏紧贴着他的后背,不知他是否感受到了这份悸动。那具温热柔软的身体像令人无法抗拒的诱饵。揉捏腹部的手渐渐探入蔡奉久松垮的 T 恤内侧,当冰凉指尖触到肌肤时,他才终于意识到都恩浩的存在。
”……뭐냐?“ "……这是什么?"
”혀엉, 좀 만져도 돼?“
"哇哦,可以摸一下吗?"
”야, 간지러.“ “喂,好痒。”
옆구리와 가슴팍을 쉴새없이 쓰다듬는 양손에 채봉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그 웃음소리는 요 근래 들었던 그 어떤 소리보다도 아름답고 듣기가 좋았다. 마치 홀려버릴만큼.
柴奉九被那双不停抚摸他肋侧和胸膛的手逗得咯咯直笑,身子扭来扭去。那笑声比近来听到的任何声音都要美妙动听,简直令人着迷。
”형 몸 말랑말랑해. 기분 좋다.“
"哥的身体好软啊。真舒服。"
”야, 간지럽다니까….흐읏..” “喂,别挠了…好痒…嗯…”
모르는척 가슴팍에 세워버린 유두 끝을 손바닥이 쓸고지나자 채봉구에게서 달짝지근한 신음이 흘렀다. 벌개진 귀와 달아오른 뺨이 슬쩍 보였다. 한동안 간지럽다며 몸을 움츠리는 채봉구와 도은호의 작은 몸싸움이 일었다. 어찌할도리없는 체급차와 엄청나게 흥분한 도은호를 이길 재간이 없던 채봉구는 결국에 그 아래 깔리고야 말았다.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결박하고선 지저분한 검은색 티셔츠를 슥 끌어올리자, 뽀얗고 말랑해보이는 배와 가슴이 드러났다. 그 새하얀 배 위로 손톱만한 무당벌레가 올라타 기었다. 나무 위로 쏟아져내리는 푸른 달빛과 잘어울리는 피부, 곧 큰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도 퍽 덤덤한 얼굴, 그 야한 몸 위를 탐색하는 붉은 무당벌레까지도 전부. 전부 제가 갖고 싶었다.
假装不知情的手掌掠过胸前挺立的乳尖时,车奉九发出一声甜腻的呻吟。泛红的耳尖与发烫的脸颊若隐若现。两人扭打成一团,车奉九缩着身子连声讨饶说痒,与都恩浩展开小小的肢体较量。面对悬殊的体格差和异常兴奋的都恩浩,车奉九终究无计可施,最终被压在了身下。当双手被举过头顶束缚,那件皱巴巴的黑色 T 恤被倏地掀起时,白皙柔软的腹部与胸膛便暴露无遗。指甲盖大小的瓢虫正爬过那片雪白的肚皮。与倾泻而下的青蓝月光相得益彰的肌肤,明明即将遭遇危险却仍一脸淡定的神情,还有在那具诱人躯体上逡巡的红色瓢虫——全部。这一切我都想据为己有。
“나 형한테 첫눈에 반한 것 같아.”
“我好像对我哥一见钟情了。”
“지랄마. 넌 그냥 니 성욕이나 풀 수 있으면 그만이잖아.”
“操你妈的。你他妈发泄完性欲不就完事了。”
“그런거 아냐. 그냥 형이 예뻐서 반했다니까?”
“不是那样的。我就是觉得哥太好看才心动的。”
“그럼 너 내가 면역자가 아니더라도 키스할 수 있어?”
“那就算我不是免疫者,你也能和我接吻吗?”
제게 물어오는 동그랗고 예쁜 눈에 도은호는 꿀꺽 침을 집어 삼켰다. 움찔, 도은호의 아래는 이미 터질 것 처럼 묵직해져있었고 채봉구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저를 유혹해왔다.
面对那双圆润漂亮的眼睛里投来的询问,都恩皓喉结滚动咽了下口水。他浑身一颤,下身已经胀痛到快要爆炸,而蔡奉九似乎早已知晓这个事实,正用熟透般的红脸诱惑着我。
“다행이다, 형이 면역자라서.” “幸好哥哥是免疫者。”
그대로 입술을 부딪히며 키스했다. 막무가내로 혀를 집어넣어 휘저으니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는게 어쩐지 도은호는 아주 오랫동안이나 그와의 키스를 기다려왔던 것만 같았다. 반항할 줄 알았던 채봉구가 생각보다 얌전하길래 결박하고 있던 두손을 놓아주자 귀엽게도 제 허리를 꼭 붙잡아왔다.
就这样唇齿相碰地吻了上去。蛮横地将舌头探入搅动,那甜蜜到不可思议的触感,仿佛都银浩已经等待这个吻太久太久。本以为会反抗的车奉九意外地温顺,解开捆住他双手的绳索时,那家伙竟可爱地紧紧搂住了自己的腰。
‘귀여워…‘ “好可爱…”
“흐읏… 야, 도은호….” “嗯…喂,都恩浩…。”
키스를 하다가 목덜미를 몇번 깨물고 또 살짝 부풀어있는 가슴팍을 그냥 몇번 만져만 보려던게 저도 모르게 혀를 가져다대 빨기시작했다. 진심으로 밀쳐낼 생각이 없어보이는 손이 톡톡 도은호의 정수리를 두들겼다.
原本只是想接吻时轻咬几下后颈,再稍微碰触那微微隆起的胸膛,不知不觉间却开始用舌头舔舐起来。那只看起来完全没有推开意思的手,轻轻叩了叩都恩浩的头顶。
“형, 형, 나랑 같이 가자.”
“哥,哥,跟我一起走吧。”
“싫…..다니까…..“ “不……都说了不要……”
허벅지가 다보이는 짧은 반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자 기특하게도 조금 발기한 채봉구의 것이 닿아왔다. 민감한 곳에 타인의 손이 닿자 채봉구가 파르르 하며 몸을 튕겼다. 도은호는 그대로 엄청나게 흥분한 제 성기를 꺼내 채봉구의 것과 함께 잡았다. 뜨겁고 달아오른 피부가 맞닿아 녹아버려서는 마치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양 성기를 붙잡은 커다란 손을 천천히 움직이자 깔고앉은 채봉구 사타구니가 움찔움찔 했다.
手探进短到大腿根的裤衩内侧时,触到了乖巧半勃的蔡奉九那物。敏感处被他人触碰,蔡奉九浑身一颤弹开身子。都恩浩顺势掏出自己硬得发烫的性器,连同对方的握在掌中。滚烫肌肤相贴时几乎要融化般,仿佛即将合二为一。当那只攥住两根阳物的手缓缓动作时,跪坐着的蔡奉九胯下不住痉挛。
“형…. 좋아해…. 흣….” “哥….我喜欢你….唔….”
“하으… 좀 천천히….!” “嗯啊…慢一点…!”
“좋아해, 채봉구…..” “我喜欢你,蔡奉久……”
제가 몇번이나 고백 하고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흥분한 채봉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밀려오는 쾌감에 옷자락을 꾸욱 붙잡았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 사이로 이슬맺힌 축축한 잔디가 느껴졌다. 채봉구와 도은호가 숨을 헐떡이는 소리에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않게 된지 한참됐다. 새하얀 목덜미, 쇄골, 어깨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제 흔적을 남겼다. 손의 움직임으로 부족해 말아쥔 손바닥 안쪽으로 마치 채봉구의 구멍을 쑤시듯 허릿짓을 하자 예민해진 선단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질질 새어나왔다.
不知是否察觉到我已多次告白,兴奋的蔡奉久只是紧咬嘴唇,在涌来的快感中死死攥住衣角。透过撑在地面的掌心,能感受到沾满露水的潮湿草地。蔡奉久和都恩浩的喘息声早已盖过虫鸣。我在他雪白的后颈、锁骨、肩头——所有能够触及之处都留下了印记。当手指的动作已无法满足时,我蜷起掌心,像要捣碎他内里般挺动腰肢,敏感前端随即渗出透明液体。
“하응….! 은호야, 갈 것 같….”
“嗯啊….!恩浩,我好像要去了…。”
“형, 내 옆에 있어, 응?”
“哥,待在我身边,好吗?”
손가락으로 유두끝을 잡아 비틀며 묻자 쾌락에 헐떡이던 채봉구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그 엉망진창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도은호가 손바닥을 세게 쥐었다 놓자 핑크빛 채봉구의 얼굴이 단숨에 사정감으로 녹아내렸다. 울컥울컥 봉구의 배 위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정액이 차례대로 쏟아졌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채봉구의 손이 털썩 잔디 위로 떨어졌고, 아까 배 위를 기던 무당벌레는 어느새 채봉구의 예쁜 손목을 따라 오르고 있었다.
手指捏住乳头尖端拧转着发问时,正沉浸在快感中喘息的蔡奉九慌忙点头。面对这不知真假的混乱回答,心情大好的都恩浩猛然收拢又松开手掌,蔡奉九粉红的脸蛋瞬间因射精感而融化。咕嘟咕嘟的浊白液体接二连三倾泻在奉九起伏的腹部上,分不清究竟是谁的。浑身脱力的蔡奉九手掌啪嗒落在草坪,方才在腹部爬行的瓢虫此刻已顺着他漂亮的手腕向上攀爬。
“형이랑 하고싶어.” “想和哥哥做。”
“나중에.” “以后再说。”
꾸욱. 노곤노곤한 몸을 꽉 껴안으며 머리를 부비자 채봉구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나중에. 요 최근 도은호가 들은 말 중에 가장 설레는 말이었다. 한발 빼고나자 하루간 쌓였던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콩닥콩닥 맞닿은 심장소리를 마치 자장가 삼아 도은호는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단잠에 빠졌던 것 같다. 채봉구가 그 사이 제 품에서 사라진 줄도 모르고.
嗯。蔡奉九紧紧抱住昏昏欲睡的身体,一边蹭着脑袋一边用精疲力竭的声音轻抚他的后脑勺。以后再说——这大概是都恩浩最近听过最令人心动的话了。刚退后一步,积攒了一整天的疲惫就如潮水般涌来。以彼此怦怦作响的心跳声作为摇篮曲,都恩浩就这样坠入了久违的酣眠。甚至没发觉蔡奉九何时从自己怀里悄然离去。
- 울지말고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남아, 도은호.
- 别哭,活下去直到我们重逢的那天,都恩浩。
머리맡에 놓여진 쪽지에는 아직 채봉구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치사해. 괘씸해. 어제 밤엔 그 예쁜 얼굴로 거짓말을 쳐 혼을 쏙 빼놓더니 해가 밝기도 전에 내뺐다. 아니, 어쩌면 채봉구를 만난게 어제 하룻밤 꿈이 아니었을까 싶어 제 손을 어루만져보다가 미처 치우지못한 빈 통조림 통 두개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몸을 웅크렸다. 채봉구는 분명 울지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枕边那张字条上还残留着蔡奉九的体温。真过分。太可恶了。昨晚还用那张漂亮脸蛋撒谎,把我魂都勾走了,天没亮就溜走。不,说不定遇见蔡奉九只是昨夜一场梦呢?我抚摸着自己的手,突然发现两个没来得及收拾的空罐头盒,便默默蜷缩起身子。蔡奉九明明说过不要哭的,可这实在由不得我。
“시발, 다음이 언젠데…..” “操,下一班车到底什么时候来……”
이미 한번 경험했던 채봉구의 온기 덕분에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두배가 되어 도은호를 덮쳤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그는 지독한 징벌의 시간 속에 갇혀든 기분이었다.
曾感受过车奉九温暖的缘故,难以忍受的孤独感翻倍袭来,将都恩浩彻底吞没。仅仅是再度沦为孤身一人的念头,就让他觉得自己被囚禁在残酷的惩罚时光里。
고작 하루도 채 되지않았던, 단 몇시간 뿐이었던 채봉구의 체온이 벌써 그립다. 그렇게 또 다시 도은호는 다시 오지도 않을 그 애를 생각하며 한참동안이나 울었다.
才不到一天,仅仅几个小时的蔡奉九的体温,就已经让人怀念。就这样,都恩浩又一次想起了那个再也不会回来的孩子,哭了很久很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