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한유진 선수. 저 선수 장기가 참 특별해요. 잘해야지 마음먹으면 꼭 잘해버리는 게 이 선수 장기예요. 분명히 힘을 주는 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그만큼 또 해버려요. 어린 선수들은 잘해야지 힘주다가 실수 구간이 나오는 선수들이 많단 말이죠. 그런데 이 선수는 오늘 몇 골 넣겠다, 내가 해버리겠다. 마음을 먹어버리면 그냥 넣는 거예요. 딱 필요한 만큼 경기력을 채워버려요. 
——韩宥辰选手,这位选手的特长真是特别。只要他下定决心要做好,就一定能做到,这就是他的本事。你能明显感觉到他在使劲儿,而且他真的就能做到。很多年轻选手想要做好,一使劲儿就容易在不该失误的地方出问题。但是这位选手,今天他要进几个球,他要搞定,一旦他心里这么想了,那就真的能进。他能恰到好处地把比赛状态拉满。

ㅡ 사실 유소년 때 독보적인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부상도 있었고 슬럼프도 꽤 길었어요. 근데 오히려 부상 이후에 갑자기 두각을 나타냈어요. 의지가 보통이 아닌 거죠. 보세요, 지금 그라운드에서 가장 작은 선수가 선두에 서서 선수들을 끌고 달려요. 선봉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어요. 저렇게 빠르고 부지런합니다. 함성 들리시죠. U리그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자리를 채운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닌가 싶은데요. 아, 한유진 선수 응원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달립니다. 달려요. 하프 라인 넘었습니다. 무조건 앞만 봅니다. 굉장히 빨라요. 또 제꼈어요. 그대로 슛 ㅡ
——事实上,韩宥辰在青少年时期并不是那种鹤立鸡群的选手,还受过伤,经历过很长的低谷期。但奇怪的是,受伤之后他突然就崭露头角了。他的意志力真是非同一般。看看,现在球场上个子最小的选手,正冲在最前面,带着大家往前冲。他在最前线指挥着。速度快,而且非常勤奋。听听这欢呼声。U 联赛能有这么多观众,真是太少见了。啊,看来韩宥辰选手听到了大家的应援声。他跑起来了!跑起来了!已经过了半场线了。眼里只有前方。速度太快了!又过掉了一个!直接起脚射门——





마리아나 비티아즈 3.  玛丽安娜·维提亚兹 3。


“형 왜 울어.”  “哥,你哭啥?”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我简直不敢相信。”

“머를요.”  “啥玩意儿?”

“어떻게 그걸 진짜로 해. 니가 사람이니? AI야? 명령어 입력한다고 그걸 고대로 해버려?”
“你怎么真能做到啊!你是人吗?还是 AI?输入指令你就真给办了?”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这是夸我呢,还是损我呢?”

“사랑한다는 뜻이지.”  “这是爱你的意思呗。”


승민 형이 눈물을 훔쳤다. 세상에서 제일 단단할 것처럼 생겨서는 늘 이렇게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지금 터진 눈물은 승리의 폭포. 개막식이 시작되고 첫 경기에서 내가 네 골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마음이 한결 편해지긴 했다. 경기 전 기자들은 상대 팀의 승리를 예측했다. 프로 구단의 입적을 앞둔 선수를 둘씩이나 보유 중인 H대학과의 경기였으니까. 그러나 우리가 이겼다. 경기 전 승민 형이 ‘유딘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네 골 부탁해요?’ 장난스레 했던 말이 씨가 되었다.
胜珉哥抹了抹眼泪。明明看起来是世上最坚强的人,却总是这么爱哭,感情这么丰富。现在的眼泪是胜利的瀑布。因为开幕式的第一场比赛,我就进了四个球。我的心里也轻松了不少。赛前记者们都预测对方球队会赢,毕竟他们是拥有两个即将加入职业俱乐部的球员的 H 大学。但是,我们赢了。赛前胜珉哥开玩笑说:“宥辰啊,不多不少,进四个球拜托了?”,结果一语成谶。

골대 안으로 공 네 번 넣기.
把球四次送进球门里。

이걸 포인트로 잡고 미션 깨듯 하나씩 해치웠더니 정말로 승점 4가 기록되어 있었다. 가끔은 나도 나한테서 나오는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느 아래 매몰되어 있다가 터져 나오는 것들인지 잘 모른다. 이것이 애정이나 의지 같은 긍정의 힘인가 싶다가도 때로는 폭발하는 화산 같기도 해서 사실 주체를 잘 모르겠다. 그냥 주어진 시간은 90분인 것이다. 내가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시간. 
就像玩游戏过关一样,把这个当成目标,一个一个地解决掉,结果真的拿到了 4 分。有时候,我也不知道自己身上涌出的力量源自何处,也不知道它埋藏在何处,然后爆发出来。有时候觉得这是像爱或意志一样的积极力量,但有时候又像爆发的火山一样,实际上我也不太清楚它的主体是什么。反正,给我的时间就是 90 分钟。这是我能对自己最诚实的时间。


‘혹시 우리가 예전에 알던 사이었나요?’
“我们以前是不是认识?”


“풉. 으하하. 하하하하!!”  “噗,哈哈哈,哈哈哈哈哈哈!”


경기장 밖으로 이동 중 갑자기 끅끅 웃어젖히는 나를 선수들이 돌아봤다. 우릴 안내하던 스텝들도 날 미친놈 보듯 쳐다보았다.
我正往赛场外走,突然没忍住,开始“咯咯咯”地傻笑,队员们都回头看我,就连带我们的工作人员也像看神经病一样看着我。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지나가세요. 우리 애가 가끔 좀 느려요. 늦게 터져. 혼자 안 웃다가 숙소에서 오밤중에 터져. 침대에서 혼자 막 웃어. 아픈 건 아니에요. 건강해 우리 유진이. 그냥 좋은 거야 지금. 왜? 혼자 네 골 넣었거든. 혹시 네 골 넣어봤어요? 없죠? 그래요. 당연해요. 어려운 일이거든.”
“对不起,不好意思啊,让一下,让一下。我们家孩子有时候是慢半拍,后知后觉的。白天一声不吭,憋着,晚上回宿舍才爆发,一个人在床上咯咯咯地傻笑。放心,没病,我们宥真健康得很,就是现在高兴坏了。为什么?因为她自己进了四个球!怎么样,你进过四个球吗?没有吧?那当然,这可不是件容易的事儿。”

“넌 참 유진이 데리고 혼자 잘 논다. 유진인 너 쳐다도 안 보는데.”
“你倒是挺会自己跟幼真玩的,幼真看都不看你一眼。”

“안 보는 거 같지? 얜 다 듣고 있어. 저러다 연말에 ‘형 그때 그 주접 고마웠어요’ 손 카드 써서 까까 내민다고. 니들이 그 맛을 아냐? 그치 유진아?”
“别以为她没听见,她都听着呢。说不定年末的时候,还会手写张小卡片,上面写着‘哥,谢谢你那时候的彩虹屁’,然后给你送点小零食。你们懂那种滋味吗?是吧,有真?”

“뭐래. 그래도 유진이 오늘 많이 웃네? 오전에 한마디도 안 해서 나 쫄렸잖아. 속으로 무릎 새끼 욕했잖아. 혹시 탈 난 건가 싶어서. 괜찮은 거지?”
“说什么呢。不过柳真今天笑得挺多啊?上午一声不吭,吓死我了。心里把膝盖和那啥都骂遍了。还以为是出什么事儿了。没事儿了吧?”


나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내리지 않은 채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사방에서 문질문질 거리는 형들의 손길에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근데 사실 나 지금 웃은 게 아니라요. 약간 실성. 그 비슷한 거였는데. 
我脸上堆着笑,一个劲儿地点头。周围哥哥们摸来摸去,我也就随他们去了。但其实我刚才那根本不是笑啊,有点像... 疯了,差不多就是那种感觉。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철컥철컥 카메라가 터졌다. 내 이름을 외치는 팬들을 향해 꾸벅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응원이 끊이지 않아 360도로 빙글빙글 돌며 계속 허리를 접어대자 승민 형이 맥을 끊어 주었다. 얘, 멀미하겠다. 마치 매니저처럼 내 등을 다독이며 버스에 올라 태웠다. 신기한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한지영 선수의 친동생이었음에도 이슈 한 번 된 적이 없었는데. 물론 우리 누나가 나를 심하게 싸고 돌긴 했다. 동반 예능 출연 제의도 거절했고 인터뷰에서도 우리 동생 사랑한다는 말 외에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기특한 우리 누나. 신혼집 좋냐. 누나의 출가, 매형, 결혼식, 금발의 리키 씨 그리고 그 옆에 옥스퍼드. 생각의 끝은 또 결국... 그다.
刚走出赛场,咔嚓咔嚓的相机声就没停过。我对着呼喊我名字的粉丝们,腰都快弯成两半了。应援声就没断过,我只能像个陀螺一样 360 度转圈鞠躬,多亏胜敏哥过来打断我:“哎,你这是要鞠躬鞠到晕过去啊?”他像个经纪人似的,拍着我的背把我推进了巴士。 真是处处都充满了不可思议。明明是韩智英选手的亲弟弟,居然一次都没被炒作成话题。当然,这也要归功于我那过分保护我的姐姐。什么一起上综艺节目的提议,她都直接给拒了,采访里除了“我爱我弟弟”之外,提都不提我的名字。真是个让人省心的好姐姐。新婚房住得怎么样啊? 姐姐出嫁、姐夫、婚礼、金发碧眼的里奇,还有他旁边的牛津大学……思绪的终点,果然还是……他。


버스에 머리를 기댔다. 경기에 대한 부담을 한시름 놓자마자 잡념이 차오른다. 지난주였지. 개막식 전 김규빈을 만난 것이. 혼자 이말 저말 미친놈처럼 쏟아냈는데 그의 표정은 그냥 물음표. 암호는 무슨, 갑자기 웬 뜬금없는 윙가디움 레비오사 외친 놈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른 척이라 생각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떠나버렸던 유배와 관련된 사연이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길함이 덮쳐왔다. 정말 기억을 잃은 건가? 땅덩어리 이따만한 나라에서 무슨 사고라도 있었나? 헤어진 연인의 기억 상실. 나만 빼고 다 기억하기. 실제로 그런 일을 지금 내가 겪게 되는 건가. 얻어맞은 뒤통수가 얼얼해서 나는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문장을 차마 정리하지 못했다.
我把头靠在公交车椅背上。比赛的压力稍微卸下,各种杂念就涌了上来。是上周的事情了吧,开幕式前遇到了金 규빈。我像个疯子一样对着他一个人自说自话,滔滔不绝,但他脸上就只剩下了大大的问号。什么密码啊,我突然冒出一句莫名其妙的“Wingardium Leviosa”,简直像个神经病。一开始我还以为他是装的,可能有什么难言之隐,或许和他被流放的经历有关。可渐渐地,一种不祥的预感笼罩了我。难道他是真的失忆了?这么大个国家,难道出了什么意外?分手恋人的失忆桥段,除了我,所有人都记得?难道这种狗血剧情现在要发生在我身上?后脑勺还隐隐作痛,我根本无法理清脑子里那些乱七八糟的想法,只能任由它们在嘴边打转。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 그만...
哎呀,真是不好意思。可能是我认错人了,你和我一个朋友长得太像了...

사람이 아무리 닮아도 이름까지 같을 수는 없는 건데. 허둥대는 내게 김규빈은 아무것도 더 묻지 않았다. 그냥 괜찮아요. 하고 웃었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도 그랬으니까. 쉬지 않고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정작 개인사는 잘 꺼내놓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출장이 길고 잦으신 건지. 형네 집 화장실은 어떻게 우리 집 안방만 할 수 있는 건지. 많은 게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던 나와 묻지 않는 건 말하지 않던 형. 환상적인 배려의 콜라보. 드레스룸에 리미티드 아이템이 한 가득인데 그걸 단지 교복 속에 받쳐 입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고딩. 그 고딩이 징그럽게 끼고 다니던 남자애. 
人长得再像,名字总不能也一样吧。看我手忙脚乱的样子,金 규빈 哥什么也没多问,只是笑着说:“没事儿。” 当然,他也没提起自己的事。小时候就是这样,好像总有说不完的话,但就是不怎么说自己的私事。我不问,他就不会说。他的父母是做什么的?怎么出差这么久、这么频繁?他哥家的卫生间怎么能比我家正房还大?我有很多好奇,但我没问,而哥哥呢,我不问,他就绝对不说。简直是梦幻般的体贴组合。一个高中生,衣帽间里堆满了限量版,结果只是用来穿在校服里面打底。而那个高中生,一直腻在一起的,令人厌烦的男孩子。

고작 반년의 시간밖에 차지하지 못했으면서 왜 이렇게 유난을 떠냐고? 왜요. 우스워요? 남자한테 홀딱 빠진 열일곱 축구부의 순정이? 내가 정말 뜀박질밖에 모를 거 같나요. 형들이 틈만 나면 낄낄거리던 19금 얘기들. 말 얹지 않았다고 내가 하나도 못 알아들었을까. 사람을 좀 더 많이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요? 아니던데. 천지에 널린 사람들을 하나하나 더 알아갈수록 오히려 그 사람의 가치만 더 높아지던데.
才半年而已,至于这么大惊小怪吗?怎么,觉得很可笑?十七岁足球部小子的纯情,就不能是真心喜欢上一个人吗?觉得我只会跑步吗?哥哥们一有机会就说的那些限制级荤段子,我没插嘴,就代表我什么都不懂吗?说多认识些人想法就会变?才不是呢。越是多了解这世上其他人,就越觉得那个人有多珍贵。

그런데 그 김규빈이 한유진을 모른대. 어떻게 김규빈이 한유진을 몰라. 차라리 셀레나가 비버를 모른다고 해. 비유가 왜 이러냐. 둘은 헤어졌잖아. 
不过那个金圭彬居然不认识韩有珍。怎么可能金圭彬不知道韩有珍呢?不如说塞莱娜不认识比伯还更合适。这比喻怎么会这样呢?他们不是已经分手了吗?


“에이씨. 멍청이.”  “靠,蠢货。”


4득점 후 퇴근길 버스에서 허공에 대고 멍청이라 중얼거리기. 이게 맞는 거냐 지금. 그럼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고 계속 어딘가로 끌려간다. 물길을 헤아리기 힘든 사람의 뒤를 기어코 따른다. 나는 트랙탑의 지퍼를 코끝까지 올리고 팔짱을 끼웠다.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이 자세면 ‘한유진 수면 중’ 마빡에 쓰여 있을 테니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을 거다.
进了四个球,结果在回家的公交车上对着空气骂自己是蠢货。我现在做的真的是对的吗? 就算这样,思绪还是停不下来,被什么东西一直拉扯着。就像明知道水流湍急还非要跟在别人身后一样。我把运动外套的拉链拉到鼻子尖,抱紧了双臂,干脆闭上了眼睛。这样子看起来就像脑门上写着“韩宥真睡眠中”,应该没人会来烦我吧。

감은 눈 아래로 며칠 전 기억을 좀 더 떠올렸다. 5년 전이 아닌 5일 전이라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순식간에 비옥해지는 마음 밭. 뭘 심어도 싹을 틔울 것만 같은 풍요. 어떤 모습으로든 형이 돌아왔다는 이유 하나로. 
闭着眼,我努力回想几天前的记忆。才过去五天,而不是五年,这真是莫大的安慰。心田瞬间变得肥沃起来,感觉种什么都能发芽,一片丰饶。只因为一个理由——哥哥以某种方式回来了。


나 반성 많이 했어요 블라블라.
我真的好好反省过了,巴拉巴拉。

대사 하고는. 고집스럽게 가지 않았던 공항. 그게 가장 후회가 되고 미안해서 격양된 목소리로 다짜고짜 반성문을 읊던 나를 김규빈은 살살 다독이며 진정시켰다. 유진 씨. 나 차 가져왔는데. 데려다줄게요. 아님 카페에서 뭐라도 한잔 마실까요? 밥은 경기 전이라 식단이 있을 거 같아서 먹자는 얘길 못 하겠네요. 울 것 같은 얼굴로 씩씩거리는 날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瞧我这张嘴!之前死犟着不去机场,现在想想真是后悔死了,也觉得特别对不住他。我一股脑地噼里啪啦开始“检讨”,语无伦次的,还是我们家金 규빈温柔,一下一下顺着我的毛,安抚我说:“柳真,我开车来的,送你吧。或者去咖啡馆喝一杯?吃饭的话,他比赛前肯定有食谱,怕是不方便。” 看我那要哭的样子,他真是费了老大劲儿哄我。


“뭐 안 마셔도 돼요. 안 데려다주셔도 되고요.”
“不用非得喝点什么,也不用送我。” (语气中带着一点点欲拒还迎的小傲娇)


일단 한번 튕겨 나가 보는 내 버릇은 여전했고.
哎,这动不动就撂挑子的臭毛病,看来还是没改掉。


”그래도 유진 씨 경기 본 첫 소감은 들어주시면 좋겠는데.”
“哎,好歹也让我听听俞真小姐看完比赛的初次感想嘛。”


그럼에도 한 번 더 붙잡아주는 상대의 매너도 여전했다.
即便如此,对方那让人无法抗拒的体贴和风度,依旧让人忍不住想再靠近一点。


나는 못 이긴 척 차에 올라탔다. 핸들을 돌리던 손이 기억난다. 고요했던 차 안 공기. 흰색 셔츠. 대충 말아 올린 소매. 스마트 워치가 아닌 진짜로 초침이 돌아가는 하이엔드 시계. 계기판을 손목 안쪽으로 약간 돌려 차는 습관.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에 집중하던 또렷한 눈. 
我半推半就地上了车。还记得他转动方向盘的手,安静的车内空气,白色的衬衫,随意挽起的袖口,以及不是智能手表,而是真正有秒针转动的高端腕表。他有个习惯,会稍微把仪表盘朝手腕内侧转一下。还有他目视前方,专注开车的明亮眼神。


”아까 해구 얘기 한 거죠? 저도 탐사 같은 거 되게 좋아해요.”
“刚刚说到海沟的事儿了吧?我也超喜欢这种探险的感觉。”

”...네. 좋아해요 저도.”  “...嗯。我也喜欢。”

”신기해요. 거기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건 알려주는데 그게 뭔지를 알려줄 생각이 없어. 알려주다가 숨겨. 궁금하지 않아요?”
“是不是觉得很神奇?明明告诉你那里肯定有什么东西,但就是不肯让你知道到底是什么。告诉你一点,又藏起来一点,吊人胃口。难道你不好奇吗?”

”......”  “……”

”좀 별론가요? 이런 얘기.”  “我说这些,是不是有点扫兴啊?”

”아니요. 저도 궁금해요. 거기 뭐가 사는지.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해요. 가까이 오지 말래도 가서 들춰보고 싶을 정도로요.”
“别装了。说实话,我也好奇得要死。真想知道那里面到底藏着什么,它们是怎么跑进去的。明明知道靠近了会倒霉,可还是忍不住想扒开看看,你说是不是?”


이제서야 그게 궁금해 나는. 좋다고 들이밀 때 좀 더 같이 들고 팔걸. 나 두고 혼자 여행 가는 거 심심해서 못 해먹게끔. 그렇게 만들어 버릴걸.
现在才开始好奇这些,当初你一股脑儿说好的时候,真该多拉你一起参与,让你也多出点力。 让你没了我,一个人出去旅行就觉得没意思,根本玩不下去。 真该把你变成那样才对。


”언젠가는 누군가가 밝혀내겠죠? 지금 시대는 아니더라도.”
“总有一天,会有人把它搞明白的吧?就算不是现在这个时代。”

”몇 세기를 기다리면, 기다리기만 하면 알게 되긴 해요?”
“要等上几个世纪,光是傻等,就能等到答案吗?”

”글쎄요. 근접해지진 않을까요? 궁금한 사람들이 탐험을 계속 이어 간다면요.”
“谁知道呢,说不定哪天就真相大白了?就看有没有好奇宝宝继续深挖下去了。”


형.  哥。

형 맞지. 다 아는데 모른 척하는 거지. 저 위에 계신 분이 나랑 만나지 말래? 엄격한 부모님이 날 싫어하셔? 누군가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에 교양이나 지식을 들이밀었어? 세상이 나 모른 척하래? 근데 그건 아닐걸. 나는 종교도 민간신앙도 믿지 않는데 한지영은 믿거든. 형도 알지. 우리 누나가 날 정말 지독하게 예뻐하잖아. 근데 우리 누나가 불쑥 결혼을 한다면서 내 앞에 형을 데려왔어. 우리 누나가 왜 우리 누나겠어. 우리 매형이 왜 내 매형이 됐겠어. 난 우리 누나가 내 얼굴 한 면에 움푹 패인 우수를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해. 뭔지는 다 몰라도 이도 저도 못 하고 불쑥불쑥 심술을 부리는 내가 짠해서, 그래서 우리 누나가 세상 운명 뭐 그딴거랑 맞짱 떠서 이겨 먹은 거라고, 우리 동생한테서 뺏어간 거 돌려주라고 대충 이쯤에서 합의 본 거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 
哥,你就是我命中注定的人,对吧。明明什么都知道,却装作不知道。是上面那位不让我和你见面吗?还是严厉的父母不喜欢我?或者有人用什么狗屁教养和知识,横插在我们之间?难道这世界要当没看见我吗? 我觉得不是。我不信什么宗教,也不信什么民间信仰,但我信韩智英(我姐)。哥你也明白吧,我姐那可是把我当眼珠子一样疼。可她突然说要结婚,就把你带到我面前。我姐是谁啊,她可是我姐。我姐夫又怎么会变成我姐夫呢。 我总觉得,我姐不可能没发现我这张脸上,那块欲说还休的忧郁。就算她不全明白,也肯定是因为我这人不上不下,动不动就犯浑使小性子,让她心疼。所以啊,我姐肯定是跟什么狗屁命运之类的东西干了一仗,还赢了,逼着他们把从我这儿抢走的东西还回来,大概就是这样达成了协议。我就是这么想的。


”혹시 저랑 편의점 가실래요.”  “要不要…跟我一起去趟便利店?”

”편의점이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
“便利店?你有什么要买的吗?”

”카페는 좀 불편해서요. 전 카페 말고 편의점 테라스 그런 데 좋아해요. 거기서 뭐 마시면서 제 경기 보신 소감 듣고 싶어요.”
“咖啡厅那种地方有点拘束啦。我喜欢便利店外面的露台,在那儿喝点什么,然后听你聊聊看完我比赛的感想。”


기다란 손가락이 핸들을 톡톡톡톡 두들겼다. 옆을 돌아보지 못하겠어서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분명 입꼬리가 만개했겠지. 왜냐고? 내가 생각해도 나 좀 꼴값이었거든. 편의점이라니. 웃겼을 거 같거든.
修长的手指在方向盘上轻轻地敲击着,一下又一下。我不敢转头看他,所以没法确认他的表情,但肯定嘴角都快咧到天上去了吧。为什么?因为我回想起来,刚才的自己确实有点装腔作势了。便利店什么的……想想都觉得好笑,他肯定觉得我挺逗的。


”가만있어 보자, 편의점이...”  “让我想想,便利店的话……”

”죽이는 테라스 알려드릴까요.”  “要不要告诉你一个绝赞的露台?”

”죽이기까지 해요?”  “都‘绝赞’到这种程度了?”

”네. 거긴 제 구역이거든요.”  “内。因为那里是我的地盘。”


무엇이 그를 웃겼는지 김규빈은 입술을 말아 물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不知道什么戳中了他的笑点,金규빈抿住嘴唇,拼命忍住快要爆发的笑意,说道。


”좋아요. 유진 씨 구역. 그럼 내비 찍어줘요.”
“好啊,听你的,去宥真小姐的地盘。那...导航安排一下?”


나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거치대에 끼워져 있는 그의 폰에 장소를 찍었다. 정확히 우리의 아지트를 입력했다.
我带着几分悲壮,用力点了点头,然后在他手机的支架上点了点,输入了地点。准确地说是我们的秘密基地。


나도 몇 년 만에 와본 장소였다. 집에서 가깝긴 해도 사실 이쪽 길로는 잘 다니지 않았다. 당시엔 동네 사람들 눈 피하겠답시고 남의 아파트 단지 쪽에 있는 명당을 고른 거였으니까. 뭘 숨겨야 한다는 의지 정도는 있었나 보다. 하는 짓은 만천하에 나 이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에요 자랑하던 꼴이었으면서. 
算起来,我也是好几年没来这鬼地方了。虽然离家挺近,但说实话,我平时真不怎么往这边晃悠。想当初,为了躲避街坊邻居的目光,我还特意选了别人家小区里的风水宝地。看来那时候,我至少还有那么点“要藏着掖着”的意识。结果呢?做的那些事,简直就差敲锣打鼓地告诉全世界:“我跟这位哥,就是那种关系!”

편의점 옆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 경쟁률이 높은 장소겠지만 평일 낮 한적한 시간엔 다행히도 여유가 있었다. 작은 사거리와 노란 신호등. 전부 그대로였다. 다만 외부 쇼케이스에도 테라스 의자와 파라솔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땐 전부 새것들이었는데. 편의점으로 들어선 우리는 알록달록한 음료 쇼케이스를 잠시 구경하다가 내가 먼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개중 즐겨 먹는 라임맛 콜라로 손을 뻗는데 형은 커피를 골랐다. 웬일. 커피를 다 마시네. 어른이라 이거야. 괜한 맘에 손의 방향을 바꿔 나도 커피를 집었다. 뭐 아무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캐러멜 어쩌고. 우리는 커피를 손에 감싸고서 편의점 벤치에 마주 앉았다.
我把车停在了便利店旁边的停车位上。虽然这地方竞争激烈,但好在工作日白天比较清闲,所以还有空位。小小的十字路口,黄色的信号灯。一切都没变。只是外面的展示柜、露台的椅子和遮阳伞,都留下了岁月的痕迹。那时候它们都是崭新的啊。 走进便利店,我们先是随意地看了看花花绿绿的饮料展示柜,我先打开了冰箱门。在众多饮料中,我伸手去拿最喜欢的青柠味可乐,结果哥却选了咖啡。 “哟,稀奇啊。你现在还喝咖啡了?” 我故意调侃道,“这就是大人吗?” 没来由地,我改变了手的方向,也拿了咖啡。随便吧,反正随便哪个都行。就拿现在映入眼帘的焦糖什么什么吧。 我们手握着咖啡,面对面坐在便利店的长椅上。


”여기가 왜 명당인지 알려줄까요?”  “要不要我来告诉你,这里为什么是块风水宝地?”

‘여기가 왜 명당인 줄 알아?’
“知道为啥这儿是风水宝地不?”


”안전해요. 느리고 착해요. 다른 데선 구경하기 힘든 장면이 많이 보여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서요.”
“放心吧,它很慢,也很温顺。能让你看到很多在别处看不到的风景,毕竟这里可是儿童保护区。”

’안전해. 느려. 착한 구간이야. 다른 데서는 구경하기 힘든 배려가 여기저기 넘쳐. 왠줄알아? 저기 써있는 거 보이지? 유지니 보호구역’
“放心吧,这段路稳得很,开得也慢,简直是温柔乡!别的地方想找这种照顾,门儿都没有。知道为啥不?喏,看到那边写的没?‘尤金妮保护区’!”


”그렇네요. 노란색 신호등. 어느 나라든 스쿨존은 귀여운 장면들이 많죠. 강아지들도 많고.”
“是呢,黄灯闪烁。不管哪个国家,学校周边总能看到很多温馨有爱的画面,而且狗狗也特别多。”

”강아지 좋아하세요?”  “你喜欢小狗狗吗?”

”네.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쭉 좋아했어요.”
“嗯。喜欢。从小时候开始,就一直喜欢。”


어려서부터... 라는 말에 불쑥 물어보고 싶었다. 언제 미국에 갔어요. 왜 갔어요. 정말 나를 몰라요? 그러나 나는 말을 삼켰다. 말할 처지였다면 진작에 먼저 날 끌어안았을 것이다. 난처함 어색함 어설픈 투정 같은 것들로 어렵게 주어진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딱 한 번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탄산 대신 커피.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만나는 3월의 청명한 오후. 교복이 아닌 사복. 학교 밖 공기. 시간에 쫓기지 않는 만남. 이런 게 제발 소원이었던 때가 있었다. 
每当听到“从小时候起……”这种说法,我就忍不住想脱口而出:你是什么时候去的美国?为什么要去?真的不记得我了吗? 但我还是把话咽了回去。如果他能说出口,早就先拥抱我了。我不想因为自己的窘迫、尴尬、或者带着点小脾气的撒娇,而毁掉这好不容易得来的相处时光。 就再忍一忍,最后一次就好。 用咖啡代替了碳酸饮料。这是冬末春初,三月里一个晴朗的下午。我们穿着便服,而不是校服。呼吸着学校外面的空气。这是一场不用被时间追赶的约会。 曾经,我最大的心愿就是能有这样一次机会啊。


”뭐라고 불러야 돼요? 코치 선생님? 의사 선생님?”
“我该怎么称呼你?教练?还是医生?”

”둘 다 아니에요. 그냥.....”  “都不是。只是......”

”형.”  “哥。”


김규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金규빈 满意地点点头。


”경기는 어땠어요? 정말 저한테 나쁜 버릇 같은 게 있어요? 사실 부상 이후로 대부분 칭찬이나 응원만 해 주셔서.”
“比赛打得怎么样?我真的有什么坏毛病吗?其实自从受伤之后,大家好像都只顾着安慰我、鼓励我了。”

”나쁜 버릇이라기보다는...”  与其说是坏习惯,倒不如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눈빛도 갈아 끼웠다. 서글서글했던 눈매가 반짝,하고 또렷하게 빛났다. 
他抿了一口咖啡,清了清嗓子,连眼神都变了。原本温和的目光,突然闪了一下,变得格外明亮。


”90분 내내 11:1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임 회피가 전혀 없어요. 여기저기 실수가 터지면 그걸 전부 다 유진 씨가 만회하려고 하더라고요. 다 떠안아요. 없었던 실수로 만들기 위해서 너무 많이 뛰어요. 무릎 관절도 근육도 수명이 있는 건데 남들 스무 번 턴할 때 유진 씨는 그 두 배로 움직여요. 계속 그렇게 뛰다가 경기 끝나고 긴장은 바로 풀려버리니까 아플 수밖에 없죠. 좀 전까지 분명 페널티 구역에 있었는데 잠깐 눈 돌리면 상대편 터치라인 쪽에 가 있더라고요. 유진 씨가 그래요. 감독님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유진 씨만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몸을 좀 아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선수들을 믿고 책임을 좀 미뤄봐요. 다른 선수의 실수는 유진 씨 책임이 아니니까요. 물론 축구라는 게 득점도 결과도 중요하지만... 유진씨 다리보다 중요한 결과는 없어요.”
“在这 90 分钟里,我一直觉得是 11:1。她完全没有逃避责任。每当出现失误,都是由 유진 一个人来弥补。她把所有的责任都扛在肩上。为了把那些本不存在的失误都补回来,她拼命在场上跑。膝关节和肌肉都是有限的,但在别人转身二十次的时候, 유진 却要做到双倍的动作。持续这样跑下去,比赛一结束,紧张自然就会消失,那种疼痛是 unavoidable 的。刚才明明还在禁区里,转眼之间却发现自己已经到对方的边线了。就是这样。虽然我能理解教练们为什么喜欢她,但作为唯一担心 유진 的人,我真希望她能多爱惜自己的身体。多信任身边的队友,把责任放一放。其他球员的失误并不是 유진 的责任。当然,足球中得分和结果都很重要,但是没有什么比 유진 的腿更重要的了。”


내가 이 사람을 모른 체 하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我还能装作不认识他到什么时候呢?

단호한 눈빛. 고스란히 전해지는 마음. 금방이라도 유진아, 강아지야, 아프지 마. 다치지 마. 온갖 애칭들로 날 부를 것만 같은 음성. 물 깊은 어딘가가 궁금해 죽겠다더니 정말로 거기에 뛰어버린 것 같은 형. 그래서 형 거기에는 뭐가 있어? 사실은 아무것도 없지? 나는 그저 내 앞에 앉은 사람을 가만히 바라볼 따름이었다. 
坚定的眼神。那颗心,清晰可见。就像随时会叫出“유진啊,小狗啊,别受伤,别哭泣”的声音。你说你急切想知道水深的地方,结果真的跳进去一样。那么,那里有什么呢?其实没什么吧?我只是静静地注视着坐在我面前的人。



.

.

.


”유진아, 유진아? 다 왔어. 잠들었어?”
“유진啊,유진啊?我到了,睡着了?”

”아니. 일어났어.”  “没有,醒着。”


또 생각을 베고 잠들었다. 깨면 없는 꿈. 집에 가기 싫다. 덩그러니 나만 남은 집. 눈에 안 보여서 살 만했는데 한 번 봐버리고 나니까 도저히 안 보고는 못 살겠다.
又想着又睡着了。醒来后是空无的梦。真不想回家。只剩我一个人孤零零的房子。虽然看不见倒也还能忍受,但一旦见了面,真是忍不住天天想去看。

보고 싶다. 날 보고 싶어 할진 모르겠지만. 
好想你。虽然不知道你是否也会想我。





* * *


”너 집에 안 가?”  “你不回家吗?”

”머라고? 자고 가라고?”  “什么?让我留下来?”

”미쳤어?”  “你疯了吗?”


다음 날 오전 훈련이 끝난 후 나는 누나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第二天上午训练结束后,我不自觉地往姐姐家走去。


”나 내일 복귀하고 나면 이제 가을까진 길게 보기 힘들어. 빨리 많이 봐둬.”
“我明天回去之后,估计秋天之前都很难抽出时间见面了。所以,抓紧时间,多看我几眼吧。”

”얼씨구.”  “哎呀。”

”그니까 나 낼 병원 데려다줘....십시오 누나.”
“所以,你明天能带我去医院吗……请你了,姐姐。”


거실에 있는 브람스에 몸을 맡기고서 의자를 빙빙 돌렸다. 
我靠在客厅里的布拉姆斯上,转着椅子。


”물론 니가 허전하다는 건 알아. 그렇다고 훈련 중 받은 외출에 우리 집엘 와? 우리 그 정돈 아니잖아.”
“当然我知道你觉得空虚。但即便是在训练期间,也不应该随便来我们家吧?我们可不是那样的关系。”

”난 그 정돈데. 난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我可是想过来啊。姐,我最喜欢你了。”

”아 그건 나도 그렇긴 한데. 근데 이제 좀 꺼져. 가. 너 두 시간 동안 멍하니 안마의자에 앉아만 있었어. 왜이래 무섭게.”
“啊,这个我也懂。不过你现在就别在这儿了,走吧。你已经傻傻坐在按摩椅上两个小时了,怎么这样让人害怕。”

”매형은 언제 퇴근하셔?”  “姐夫什么时候下班?”


삶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지, 암.
生活中一定得有个目标,是吧。


”멀었어. 이제 네 시야. 병원은 끝나고도 야간이란 게 있단다 아가야.”
“还远呢。现在才四点,医院之后还有夜间呢,小子。”

”그냥 여기 있게 해줘.”  “就让我待在这里吧。”

”뭐?”  “什么?”

”여기라도 있어야 좀 안정이 될 거 같아서 그래. 꿈같단 말이야.”
“我觉得待在这里会让我更安心。就像在做梦一样。”

”대체 뭐가 꿈이라는 거야 자꾸.”
“到底什么东西在做梦啊,你说的。”

”누나가 매형이랑 결혼한 거. 글고보면 사람 인생이 업보란 게 진짜 있.....”
“姐姐你跟姐夫结婚的事。想想人生真的是有因果法则的……”

”이놈 새끼가 진짜?”  “这个小子真是?”

”아 매형 디게 착하게 살았나보다 이런 뜻이었거든? 아, 아! 왜 겨드랑이를 꼬집어!”
“哦,姐夫真的是这么善良生活过来的意思吗?啊,啊!为什么要捏我的腋下!”


누나의 결혼을 확인해야만, 매형의 얼굴을 내 눈으로 봐야만 진짜 같단 말이야. 그렇다고 내가 지금 김규빈 씨 편의점 앞으로 나오세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기억해라 퍽. 우유팩을 던질 순 없는 거잖아. 하필이면 첫 순간이 우유팩이라니 어떻게 무드가 이래. 나 정말 너무 듣고 싶고 알고 싶은데 물어볼 데가 없어서 그래 누나.
只有确认了姐姐的婚姻,亲眼看到了姐夫的脸,才觉得这很真实。虽然我现在站在金圭彬先生的便利店前,也不能坦白说出来。记住了,真是有够无奈,牛奶包装丢不出去,偏偏这个时刻是牛奶盒,气氛怎么会这样。我真的很想听,想知道,可是一直没有地方可以问,姐。

매형이 오면 자연스럽게 김규빈 씨에 대한 사연을 슬쩍 물어볼 계획이었다. 이마저도 다음 경기 이후로는 생각도 못 한다. 최소 반년은 사념 없이 풀밭에서 굴러야 하는데. 올해 리그가 끝날 때쯤엔 기억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트로피를 거머쥐는 감격의 순간을 함께하면 뭐든 솔직해지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까 왕중왕전 꼭 올라가야지. 꼭 짱이 돼서 엄마 아빠 누나 매형, 그리고 김규빈을 초대해야지. 리키 씨도 꼭 초대해야지. 이런 1차원적인 생각들을 굴리면서 나는 누나의 신혼집에서 누나 옆을 빙글빙글 돌았다.
我盘算着,等姐夫来了,就旁敲侧击地打听一下关于金 규빈的事儿。可要是再过几场比赛,恐怕连想都别想了。起码得有半年时间,我得像个没头苍蝇似的在草地上乱滚,什么都顾不上。说不定等到今年联赛结束的时候,记忆都会发生变化吧?要是能一起分享捧起奖杯那激动人心的瞬间,难道不会想要变得坦诚一点吗?所以说,我一定要打进王中王决赛!一定要当上最棒的,然后邀请爸爸妈妈、姐姐姐夫,还有金 규빈。当然,也绝对不能忘了 리키。我脑子里就这么转悠着这些一根筋的想法,在姐姐的新房里,围着姐姐转来转去。


”뭐 도와줄까? 빨래?”  “要我帮忙吗?洗衣服啥的?”

”이거 오늘 진짜 왜 이러지. 너 우리 그랑데가 너보다 똑똑한 건 아냐?”
“这玩意儿今天怎么回事啊,真见鬼了。我说,你是不是还不如我们家那个 **그랑데** 聪明啊?”

”그게 누군데.”  “那是谁啊?”

”됐다. 자라.”  “算了,睡觉吧。”


귀찮다고 제발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구박을 하다가도 거실 테이블 위에는 주전부리가 끊기지 않고 올라왔다. 나보다 더 몸 관리에 진심인 분이라, 게다가 내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 난 그 안심 먹거리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지도 않고 간간이 주워 먹으며 심심한 입을 달랬다. 그러다 누나가 방에 들어가고 고요해진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눈을 감으니 뭐가 자꾸 보였다. 꿈이 꿈이라는 걸 알면서 꾸었다. 꿈속에서도 이건 꿈인 것을 알았다.
明明嫌我烦,叫我别再跟着他,但客厅桌上却总是摆满了零食。他比我还注重身材管理,而且最了解我的口味,所以我从不问那些放心零食是什么,只是偶尔抓一把来打发无聊。后来姐姐回房间了,客厅安静下来,我就准备睡觉了。闭上眼睛,眼前却总是浮现出一些画面。我知道自己在做梦,梦里也清楚地知道这是梦。

쓰잘데기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축내던 토요일 오후. 난 또 거길 찾아가고 있었다.
又是一个用无聊的废话打发时间的周六下午。我还是又去了那个地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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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복은 춘추가 진짜 맘에 들어. 네이비 색이 진짜 잘 뽑혔어.”
“我们学校的春秋季校服是真的好看。海军蓝的颜色调得真棒。”

”형 춘추 입은 거 잘 어울릴 거 같긴 해요. 비율이 좋으니까.”
“哥你穿春秋季校服肯定也好看。毕竟身材比例好嘛。”

”바다 아래가 딱 이 색이라니까? 심해는 빛에 인색한데 그게 매력이야. 자기들끼리의 수신호로 알아보는 거거든.”
“海底就是这种颜色啊?深海不轻易让人看到光,但这就是它的魅力。它们靠着自己的信号互相识别。”


편의점 앞에 널브러져선 마가렛트 씹으며 또 그놈의 심해 얘기.
他瘫坐在便利店前,嚼着玛格丽特饼干,又开始说起他那深海的故事。


”조만간 탐사선 하나 끌고 와서 유진아 형 댕겨온다. 하는 거 아니에요?”
“说不定哪天就开着个探测船过来,然后说‘宥真啊,哥去去就回’,是吧?”

”...겠니? 유진아 같이 갈래? 하겠지. 그럼 우리 유지니는 아 고민쫌 해보고요. 몇 번 튕기겠지?”
“……会吗?肯定会说‘宥真啊,要不要一起去?’。然后我们宥真就会说‘让我想想’,推辞几次吧?”

”진짜 어딜 갈 생각은 있나 보네?”
“看来你真的有去哪里的打算啊?”

”없어. 탐사선 비싸. 벌어서 가야돼. 하 나 이번에 점수 진짜 잘 나와야 되는데.”
“没有啦。探测船很贵的。得挣钱才行。哎,这次我一定要考好才行。”


아니 뭔 또 얘기가 거기로 가. 주제를 환기시킨다.
哎,怎么又绕回这个话题了。我赶紧转移话题。


”근데 형은 왜 컵라면 안 먹고 맨날 김밥이랑 쿠키만 먹어? 목 안맥혀? 라면 싫어해요?”
“不过哥你为什么不吃杯面,总是吃紫菜包饭和饼干啊?不噎得慌吗?不喜欢拉面吗?”

”엉. 싫어. 그리고 나 나무젓가락이랑 사이 별로 안 좋아.”
“嗯,不喜欢。而且我跟一次性木筷子关系不太好。”


어른 사람이랑도 잘만 지내면서 나무젓가락이랑은 사이가 좋지 않으시단다. 이뭔또 뚱딴지같은 소린지.
跟大人相处得挺好,偏偏跟一次性筷子过不去,这又是什么鬼话啊。


”유진아. 퀴즈. 먹기 전엔 하나였는데 먹고 나면 두 개가 되는 게 뭔 줄 알아?”
“宥真啊,猜个谜。吃之前是一个,吃完就变成两个的东西,你知道是什么吗?”

”뭔데요.”  “什么呀。”

”맞춰봐.”  “你猜猜看。”

”어려워요. 맞춰주세요.”  “好难猜。你就直接告诉我嘛。”

”맞춰주면 뭐 해줄 건데?”  “猜对了有什么奖励啊?”

”형이 질문한 거거든요? 대체 이게 뭔 상황이야.”
“这话可是哥你问的啊?我说,这到底是啥情况啊。”

”뭐 해줄 거냐고요.”  “说吧,要给我啥好处?”


열일곱 한유진은 거기다 대고 또 붕어 새끼처럼 입술을 뻐끔뻐끔 거렸다. 라면 국물 적신 번들번들한 입술을.
十七岁的韩宥辰就那么呆呆地站在那,像条缺氧的鲫鱼一样,嘴唇一张一合的。被拉面汤浸得油亮的嘴唇,泛着诱人的光泽。


”하! 내가 이거 맞추고 만다. 잘 들어. 정답은 나무젓가락. 하나였던 게 둘이 되는 거.”
“哈!我非得猜中不可。你给我听好了。答案是筷子!本来是一根,结果变成两根。”


하..........  唉……


”아 진짜. 장난해요?”  “我去!玩真的啊?”

”옴마. 무서워라. 근데 맞잖아 나무젓가락. 게다가 저거는 분해시키는 데 20년이나 걸려요. 질긴 놈. 겁대가리 상실한 놈.” 
“哎哟妈呀,吓死我了。但人家说得也没错啊,一次性筷子嘛。而且那玩意儿分解要 20 年呢,真够顽固的。真是个没心没肺的家伙!”


뭘 또 이렇게까지 미워하나 싶었다.
我心想,至于这么讨厌吗?


”.....나 라면 먹지 마요? 그만 먹을까?”
“……我不配吃泡面吗?要不我不吃了?”


형은 마시던 에이드의 빨대를 빙빙 돌려 한 모금 빨고는 내 쪽으로 내밀었다. 안 그래도 목이 좀 막혔던 참이라 나는 그걸 주는 대로 쪽 빨아 마셨다. 
哥哥慢悠悠地转着杯子里饮料的吸管,喝了一口,然后把杯子递到我这边。我正觉得有点噎,就顺势吸溜了一口。


”어 유진아. 라면인가 라멘인가 그만 좀 먹자. 우리 강아지는 유기농만 먹었음 해. 그리고 나무젓가락 좀 그만 쪽쪽대자. 그거 생각보다 유효기간 짧아. 생산 연도도 알 수 없는 놈이라고.”
“我说柳真啊,咱能不能少吃点泡面或者拉面啥的?我家小宝贝就应该吃有机食品。还有,少嘬点一次性筷子吧,那玩意儿保质期比你想的短多了,也不知道是哪个年代生产的破烂货。”

”음... 그렇구나. 그런 놈이구나. 알겠어요.”
“嗯…原来是这样啊。是那种家伙啊。我明白了。”


나는 라면 국물에 적셔진 젓가락을 쫍쫍 빨았고
我嗦了嗦沾满拉面汤汁的筷子。


”......”  “……”


형은 내 손에서 아무 죄 없는 젓가락을 빼앗아 뚝 부러뜨리는데. 
哥一把夺过我手里无辜的筷子,“啪”地一下折断了。

이거였구만.  原来是这样啊。


”장난이에요. 괜히 이상한 핑계 대면서 무생물 질투하지 말고요.”
“开玩笑的啦。别找奇怪的借口,连无生命的物体都嫉妒哦。”

”하? 젓가락새끼... 지가 감히... 암튼 난 맞췄어. 이제 약속을 지켜라 한유진. 이참에 나도 젓가락질 안 하고 라면 맛을...”
“哈?筷子这小子…它竟然敢…反正我猜对了。现在履行约定吧,韩宥真。正好我也试试不拿筷子吃拉面的滋味……”

”미쳤나봐.”  “疯了吧你。”


하여튼 웃겨. 마치 오래전부터 나무젓가락의 행태를 주시하며 숙적으로 여긴 사람 같았다.
真是搞笑。简直像是一直在关注木筷子的行径,并把它当成宿敌一样。

과했다. 너무너무 과했고 과잉인데 이거 안 받아본 사람은 모를 거다. 이 노골적인 편애와 총애가 얼마나 사람을 휘감는지. 아무 데도 누구에게도 못 가게 만드는 강력한 주술인지.
过分了。真的太过分了,而且是过分的溺爱,没体验过的人不会懂。这种露骨的偏爱和宠溺是多么让人沉迷,多么强烈的,让人哪儿也去不了、谁也见不着的咒语。


마리아나,  玛丽安娜,

비티아즈...  比提亚兹...


한낮이었던 장면이 어둠이 깔린 저녁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우린 둘 뿐이고 입술의 보드라운 촉감. 가슴을 누르는 무게. 나만 들리게끔 작게 속삭이던 상냥한 목소리. 괜찮아? 괜찮아 유진아? 바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끝내 망설이던 손을 붙든 건 나였는데, 뭐가 그렇게 미안했던 건지. 셀 수 없는 입맞춤으로 사과를 대신하던 형. 처음 보는 형의 표정. 너무 덥고 벅차고 폭신했던 불건전한 밤. 
在阳光高照的白昼,一瞬间场景转为布满阴影的傍晚。确切地点我并不清楚,只知道我们只有两个人和唇瓣之间的细腻触感。那份压在心头的重量,还有那只为我私语的温柔声线。“还好吗?尤真,真的还好吗?”我也渴望这个回答,握住最后犹豫不决的手的正是我,真不知道自己到底有什么好歉疚的。通过无数轻吻代替的道歉,兄长的脸上浮现出我第一次见到的表情。那一夜,太热、太澎湃,仿佛是一场不切实际的梦。


'괜찮아 유진아?'  “还好吗,尤真?”

”왔어요?”  “你来了?”


꿈속에서와는 별개로 또 다른 소음이 들렸다. 말소리가 이중으로 겹쳐 져 어느 쪽이 꿈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깨야지. 일어나야지. 몽롱하게 눈을 뜨자 현실감이 몰려왔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얼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어나기가 싫다. 이상하게 몸이 너무 편안했다. 분명 안마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한 것 같은데 어느새 다리가 펴져 있었다. 머리 근처에는 아까는 없었던 가습기도 눈에 띄었다. 담요도 덮여 있고 거실 조명의 조도도 내려가 있고. 무릎 위에는 조사기 스탠드의 머리까지 보였다. 정말이지 병원이 따로 없다. 내가 잠이 들면 조온습을 맞춰주는 누나. 남들도 이런 누나가 있나? 일단 나는 있다. 
在梦境之外,还有另一种喧噪传来。声音重叠,让我难以分辨究竟哪一边是真实的梦。必须醒过来,必须起床。当我迷迷糊糊睁开眼,现实感如潮水般涌来。这一切又有什么意义……我忽然觉得该快点回家。然而,并不想起床。奇怪的是,身体竟然如此舒适。分明是在按摩椅上蜷缩着睡,可不知不觉腿却伸开了。脑海附近明显出现了一台之前没有的加湿器。身上还覆盖着毯子,客厅的灯光也调暗了,膝上甚至能看到一盏调查仪的灯光。真的是医院一般。每当我沉沉入睡,给我调整空调湿度的姐姐,别人也有这样的姐姐吗?至少我有。


”왔어? 왔어요?”  “来了?你来了?”

”네. 안녕하세요. 저희가 또 실례를.”
“是的,您好。我们又打扰了。”

”우리 사이에 실례는 무슨. 내가 고맙지. 이 사람이 나갔다 와야 되는 거 중간에서 애써주는데. 저녁들 아직이죠? 시켜 먹자.”
“我们之间哪算打扰,反倒是我该谢谢你。这个人还得出去一趟,多亏你帮忙。晚餐还没准备吧?我们叫外卖吧。”

”네. 좋아요. 저 한국 딜리버리 메뉴들 진짜 좋아해요.”
“好啊,好啊。我超爱韩国外卖的,真的。”


손님이... 온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야 되는데 몸이 너무 나른해서 그냥 계속 몽롱한 상태로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오는 인기척은 여러 명이었다. 먼저 거실로 돌아온 누나가 불을 켜고 내 볼을 톡톡 두들겼다.
好像...来客人了。我应该立刻起来才对,但浑身懒洋洋的,只能继续迷迷糊糊地靠在椅子上。走进客厅的人,不止一个。应该是姐姐先回来的,她打开灯,轻轻拍了拍我的脸。


”유진아. 매형 오셨어. 인사하구 방에 가서 다시 누워. 밥 오면 부를게.”
“有真啊。姐夫来了。打个招呼就回房间躺着吧。吃饭的时候叫你。”

”아니야. 일어날게. 깼어.”  “没事,我起来。醒了。”

”근데 손님들이 좀 오셨어. 온다는 전화 받고 너도 아는 사람들이라 오라고 하긴 했는데. 불편하면 방에 있어도 돼.”
“不过,还来了些客人。之前接到电话,说是你认识的人,我就让他们也过来了。你要是不舒服,就在房间里待着吧。”


그제야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听到这,我一下子就坐直了身子。


“유진! 하이!”  “ 유진!嗨!”


리키 씨였다. 뒤이어 들어온 사람은 김규빈...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 유진 씨? 약간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가볍게 눈으로 인사했다.
是 Ricky。 紧随其后进来的是金 규빈... 他和我眼神交汇,先是“咦? 유진 씨?”,似乎有点惊讶,然后轻轻地用眼神打了声招呼。

대체 뭐가 꿈인 건지. 눈을 감아도 떠도 형이 있네.
到底哪个才是梦啊。 闭上眼,睁开眼,都有哥的身影。

누나는 손님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 경기까지 텀이 좀 있어. 치료 한 번 더 받고 오라고 외출을 받았는데 저놈 새끼가 퇴근하자마자 여기 와서 비비고 있잖아. 매형은 오히려 날 보자마자 얼굴이 피었다. 남매의 우애에 감동 심하게 받은 표정이었다. 양심이 약간 찔리긴 했지만 내가 누나 옆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게 거짓은 아니니까.
姐姐向客人们解释了我的情况。“离下一场比赛还有点时间,我让他再去治疗一次,就给他申请了外出。结果这小子一退勤就跑来这里腻歪。” 姐夫反而一看到我,脸上就乐开了花,一副被我们兄妹情深深深感动的表情。 虽然我有点儿内疚,但待在姐姐身边能让我感到安心,这倒不是假的。

매형과 누나가 방으로 들어가고 김규빈이 먼저 내게 말을 건넸다.
姐夫和姐姐进了房间,金 규빈 先开口跟我说话了。


”유진 씨, 괜찮아요?”  “유진 씨,你没事吧?”

”...어디가요?”  “...你去哪儿?”

”네? 다리요.”  “嗯?你说腿吗?”


어디긴 어디겠냐. 당연히 다리겠지. 
还能是哪儿?当然是腿了。


”아... 다리는 괜찮아요.”  “啊…腿没事儿了。”

”그럼 어디 다른데가 또 아파요? 불편해요?”
“那...还有别的地方不舒服吗?不自在?”

”아니요. 괜찮아요. 지금 막 괜찮아졌어요.”
“没有。没事了。现在、现在一下子就没事儿了。”


이마라도 짚어 볼 생각이었는지 내 쪽으로 뻗어오던 손이 멈칫하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저 손이 날 마음대로 하던 때가 있었는데. 꼭 자기 몸처럼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데나 만지작거리며 편하게 대하던 때가 분명히 있었는데.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날 다 알고 있으면서.
他伸出手,好像想摸摸我的额头,却又突然停住,缩了回去。曾经,这双手可以随意摆布我。明明有那么一段时间,他就像对待自己的身体一样,随时随地、随随便便地抚摸我,对我毫不拘束。他明明知道我所有不为人知的一面。


”유진. 얼굴색이 하얘.”  “宥真,你脸色不太好啊。”


리키 씨도 걱정을 거들었다.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길래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에요. 저 지금 푹 자고 일어나서 기분 째져요. 어깨를 으쓱거렸더니 리키 씨가 환하게 웃는다. 예~ 맞장구도 쳐줬다. 김규빈은 우릴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나는 완전히 잠에서 일어났다. 꿈꾸고 일어났는데 또 꿈속 같은 게 신기했지만, 어느 쪽이 현실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등장인물은 거기서 거기다.
理基也跟着担心起来。眼看气氛越来越沉重,我噌的一下从椅子上跳起来。“没事没事!我刚睡醒,心情好着呢!” 我耸了耸肩,理基立刻灿烂地笑了,还“耶~”地附和着。 金 규빈 看了看我们,摇摇头,一副“拿你们没办法”的表情笑了。 我彻底清醒了。 梦里醒来又像在梦里一样,感觉很神奇,但哪个是现实都无所谓了。反正出场人物都差不多。

두 남자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사이 누나와 매형이 방에서 나왔다.
在两个男人充满担忧的注视下,姐姐和姐夫从房间里走了出来。


”뭐야. 고새 벌써 그렇게 친해진 거야?”
“哟,这才多会儿,就这么熟啦?”

”나이 차가 많지 않잖아. 우리랑은 속도가 다를걸. 주제도 다르고.”
“年龄差距又不大。他们跟咱们的节奏不一样,聊的话题也不一样嘛。”

”그런가. 좋네. 잘생긴 사람 옆에 잘생긴 사람 그 옆에 귀염둥이. 집이 밝아진다 야. 종종 우리 집에서 모여주라.”
“是吗,那挺好。帅哥旁边站个帅哥,再旁边站个小可爱,家里都亮堂了。以后常来我家聚聚啊。”


내게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다는 만족감에 뿌듯해하던 누나와 매형은 머리를 맞대고서 배달 어플 쇼핑을 시작했다. 내가 알던 집들이랑은 분위기가 좀 달랐지만 아무렴 어때.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특히 리키 씨는...... 정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참 해맑다. 아이디 주소지에 스페인시 세고비아 성 이런 거 쓰여 있을 거 같은데 그냥 서초동 롯데캐슬 사는 동네 형 같았다. 영어 반, 한국어 반 적절하게 비벼서 나오는 문장들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유진. 여기 유튭에 또 귀여운 거 나와. 자꾸 떠. 또 귀여워. 리키 씨가 삼촌 미소를 지으며 영상을 반복하자 김규빈이 리키 씨 쪽으로 몸을 기울여 영상을 같이 보았다.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길래 나도 슬쩍 고개를 내밀어 영상의 내용을 확인했다.
哥哥姐姐因为给我介绍了这么好的朋友而感到非常满足,然后凑在一起开始用外卖 app 购物。虽然气氛和我印象中的乔迁宴不太一样,但那又有什么关系呢。大家脸上都洋溢着喜悦。特别是 Ricky 先生……真的,虽然我一直这么觉得,但他给人的感觉和他的外表不太一样,真的好阳光。我感觉他的账号地址应该会写着西班牙塞戈维亚城堡之类的,但其实他就像住在瑞草洞乐天城堡的邻家大哥。英语韩语混着用,说出来的话也特别有魅力。“Eugene,你看 **YouTube** 上又出了个超可爱的东西,一直弹出来,太可爱了!” Ricky 先生露出了叔叔般的笑容,一遍又一遍地播放着视频,金奎彬也把身子倾向 Ricky 先生那边,一起看视频。他的脸上也露出了笑容,我也悄悄地凑过去看了看视频的内容。

영상은 내가 어제 네 번째 득점 후 뛰는 장면이었다. 머리가 바람에 다 흩어져서는 이마 훤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이 잔뜩 클로즈업되어 나왔고 곧 승민 형이 따라붙어 뽀뽀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순식간에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는 모습에 웃긴 제목이 붙어 유튜브를 떠돌고 있었다. 난 저 상황이 기억에도 없는데. 기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입술이 닿지 않길 바랐던 거 같다. 
视频是我昨天第四次得分后奔跑的画面。头发被风吹得乱七八糟,我光着脑门,脸上堆满了笑容,被镜头来了个大特写。紧接着就是承珉哥追上来想亲我,结果被我拒绝的画面。我瞬间收起笑容,一脸严肃的样子,配上搞笑的标题,在 YouTube 上到处流窜。我都记不得当时发生了什么。可能在高兴之余,我的本能还是希望他的嘴别碰到我吧。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경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 복귀하고 나면 이제 거의 못 봐요. 못해도 가을까지는 무소식이 아마 희소식일 거예요.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초대장을 돌렸다.
我们边聊着比赛,边等吃的送来。我告诉她,明天我一归队,估计就很难见面了。起码到秋天之前,没消息可能就是最好的消息了。我抓住机会,发出了邀请。


”이건 진짜 만일인데요, 혹시 만약에... 혹시라도 제가 왕중왕전 가게 되면 꼭 보러 오세요. 네 분 다.”
”我这说的是万一啊,就说如果哈... 就算我有幸能去参加王中王战,你们可一定要来看我啊。我说的是你们四位。”

”뭘 군대 가는 것처럼 얘길 해. 중간에 계속 나오면서.”
”你这说的跟要入伍似的。中间又不是不能出来。”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 형들 다 바쁘고 매형도 바쁘시고.”
”想见一面不容易嘛。哥哥们都忙,姐夫也忙。”

”당연히 가야지. 근데 규빈이가 그때 있으려나? 너 언제 들어가?”
“当然要去。不过,那个时候规빈会在吗?你什么时候进?”


아....   啊……

순간 마음이 또 얼얼해진다. 
一瞬间,心又麻了一下。


”다음 달에요.”  “下个月吧。”

”그치. 아직 할 게 많이 남았지.”
“也是,还有很多事情要做呢。”

”네. 이제 막 실습 캐스팅 오가는 중이라. 주니어 팀도 하나 맡을 거 같고요.”
“嗯。现在才刚开始实习面试,估计还得跟进一个初级团队。”


곁눈질로 내 표정을 살피던 김규빈이 바로 말을 이었다.
金규빈 这小子,偷偷用眼角瞟我脸色呢,立马接茬儿:


”올게요. 열 시간만 푹 자면 오는데요 뭐. 어려운 일 아니에요. 그러니까 유진 씨 꼭 왕중왕전 가요. 당연히 가겠지만.”
“我肯定来。睡饱十个小时就精神抖擞地来啦。又不是啥难事儿。所以柳真姐你一定要进王中王决赛啊。当然,肯定没问题的啦。”


섭섭한 얘기가 오가던 중 음식이 도착했다. 커다란 테이블에 가득 올라온 음식들. 날 위한 메뉴도 있었다. 난 시합 기간 중에 육류를 먹으면 십중팔구 탈이 났다. 그나마 괜찮은 것이 닭고기였는데 그마저도 잘 먹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풀떼기만 씹는 취향은 또 아니라서. 별난 식성을 적절하게 잘 조합한 누나의 커스텀 메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식탁을 세팅하는 누나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젓가락을 한 움큼 챙겨 나왔다.
正说着离别情话,菜上来了。满满一大桌子,摆得那叫一个丰盛。还有专门为我准备的菜呢。我比赛期间吃红肉,十有八九要拉肚子。勉强能吃点鸡肉,但也没啥胃口。可要光吃草,我也不乐意啊。老姐真是了解我这奇葩的饮食习惯,给我定制的专属菜单。我赶紧起身,想去厨房帮老姐一把,顺手抓了一把筷子出来。


”처남. 우리 괜찮아. 여기 위생 젓가락 왔어.”
“처남,没事儿。这儿有独立包装的卫生筷。”

”이참에 화해 좀 시키려고요.”  “正好想趁这机会,让你们俩和解一下。”

”뭐를? 누구랑?”  “啥?跟谁?”

”아 제가 나무젓가락이랑 사이가 좀 그래서요.”
“啊,我这人跟一次性筷子有点犯冲。”


매형은 도통 날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거실 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김규빈의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내 뒤에서 컵을 챙겨 들고나오던 누나가 팔꿈치로 나를 쿡 찔러왔다.
姐夫一脸“完全搞不懂你”的表情。我没法看到金奎彬,他正扭头看着客厅的窗外,不知道是什么表情。我姐在我身后拿起杯子出来,用胳膊肘捅了我一下。


”그치. 손님상에 나무젓가락은 좀 아니지. 우리 유진이가 누나보다 손님 접대 훨씬 잘하네.”
“没错。用一次性筷子招待客人确实不太合适。看来我们宥真比姐姐更会待客呢。”


어디서 배운 건지 리키 씨는 이미 나무젓가락을 손바닥 사이에서 돌돌 비비고 있었다. 요즘은 그거 안 해도 되는데.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쇠 젓가락 한 쌍을 그의 앞에 놓았다. 사이좋게 이걸로 드세요. 저도 이걸로 먹을게요. 사람이 기억을 다 잃어도 젓가락질은 기억한다더라. 내 옆얼굴을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不知道从哪儿学来的,里奇先生已经开始搓一次性筷子了。现在都啥年代了,谁还这么干啊。我默默地坐下,放了一双不锈钢筷子在他面前。“咱俩就用这个,一样一样的。” 我也拿起一双。“听说人就算失忆了,也忘不了怎么使筷子。” 我能感觉到他的目光正盯着我的侧脸,但我没回头。


한식 얘기를 나누면서 식사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슬슬 배가 불렀다. 이쯤에서 끊어줘야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마지막 음식을 씹어 넘긴 뒤 물을 마셨다. 
聊着韩餐,这顿饭也渐渐接近尾声。肚子也开始饱了。我知道差不多该打住了,所以把最后一口食物咽下去,喝了口水。


”다 먹었어?”  “都吃完啦?”


응.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누나가 빤히 본다. 음식을 우물우물 씹으며 계속 쳐다보는 거다.
嗯。我点点头,姐姐就直勾勾地盯着我看。她嘴里嚼着东西,眼睛还是一眨不眨地盯着我。


”왜. 뭐. 왜 또.”  “干嘛啊。又怎么了。又来这套。”

”일 났네.”  “出事儿了。”

”무슨 일.”  “啥事儿?”

”그거 니 컵 아닌데.”  “那玩意儿可不是你的杯子。”

”응?”  “啊?”


나는 손에 들려 있는 컵을 내려 보았다. 아.
我垂眼,看着手里拿着的杯子。啊。


”하하. 전 괜찮아요.”  “哈哈,我没事儿。”

”아니요. 규빈 씨 말고. 쟤. 유진이.”
“不是,我说的不是奎彬,我说的是她,宥真。”

”아 됐어. 아니야 누나. 말 하지 마. 나 그거 아니거든?”
“哎,算了哥。别说了姐。你想多了,我可不是那种人!”


남매의 수상한 반응에 다들 사연을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兄妹俩这反常的反应,惹得大家眼神里都充满了八卦,好奇这背后到底有什么故事。


”희한하네. 쟤가 풀밭에서 구르면서 커가지고 돌도 씹어먹을 거 같지. 아니야. 얼마나 깔끔을 떠는 지 결벽이야 결벽. 초등학교 때 나랑 빨대 바뀌었다고 동네 떠나가라 서럽게 울던 애예요. 집에서도 온갖 식기 다 구분해서 쓰고 음식도 앞 접시에 다 따로 덜어 먹어요. 전에 식당에서 봤죠? 왜 저럴까 했는데 위생 불감증인 놈들보단 맘에 들어서 놔뒀더니 아주 습관이 돼가지고... ”
“真稀奇了。那家伙看起来像是在草堆里滚大的,什么都能往嘴里塞似的。才不是呢。他讲究得很,简直有洁癖。小学时候,就因为跟我换了根吸管,哭得整个小区都快塌了。在家也把所有餐具都分得清清楚楚,吃东西也一定要用公筷分到自己的碟子里。之前在餐厅见过吧?当时我还纳闷他怎么这样,不过总比那些脏不拉几、毫无卫生意识的家伙强,所以就由着他了,结果现在完全成了习惯……”

”하하. 그래요? 좋은 습관인데요 뭐.”
“哈哈,是吗?这倒是个好习惯呢。”

”근데 쟤가 지금 남이 마시던 물을 마신 거야. 절대 저런 짓 안 해. 니꺼 내꺼 확실하다고. 너 괜찮아? 체하는 거 아냐? 미리 소화제 줘?”
“可是…她刚刚是不是喝了别人喝过的水啊?她绝对不会做这种事的。分得清你的我的。你没事吧?不会恶心想吐吧?要不要提前给你吃点儿助消化的药?”

”아, 진짜. 그 정도 아니거든? 누나가 자꾸 내가 먹던 거 뺏어가고 누나가 먹던 거 입에 넣고 그래서 그랬던 거지.”
“哎呀,真是的。才没到那种程度呢!还不是因为姐姐老抢我吃的东西,又把我吃过的东西塞她嘴里,才变成这样的嘛。”

”아닌데. 이상한데. 내가 널 몰라? 저거 당장 젓가락 놓고 일어나서 양치하고도 남을 놈인데.”
“少来。不对劲,太反常了。我还不了解你?这家伙,要搁平时,早撂下筷子,跳起来刷牙去了。”


식습관에 있어서 깔끔을 좀 떠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누나가 말한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야생 짐승 선수들이랑 생활하면서부터 위생과 관련된 물품들을 절대 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의식하지 못했다. 컵도 비슷비슷하게 생겨서는 내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의 컵이 흰색이었는지 파란색이었는지 나는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뭐 어때. 고작 물 컵 하나 같이 쓴 게 대수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饮食习惯上我确实有点讲究,但也没像姐说得那么夸张。 没错,自从和那帮野兽般的家伙们一起生活后,我就绝对不会和他们共用任何卫生用品。 但这次是真的没意识到啊。 杯子都长得差不多,我哪会注意到坐在我右边那家伙的杯子是白色还是蓝色? 我都没想那么多。 不过,这又怎样? 不就是一起用了一个水杯嘛,有什么大不了的? 又不是别人...... 对啊,又不是别人......


”죄송해요. 제가 무의식에... 물 새로 따라 드릴게요.”
“对不起啦,我刚才有点... 走神了。我重新给你倒杯水哈。”

”아니, 아니에요 유진 씨. 괜찮아요. 뭐 이런 걸 가지고.”
“哎,没事儿,没事儿,柳真姐。真没关系,就这么点儿事儿,犯不着。”


나는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 물 컵을 꺼내 정수기 아래 내려놓고 물이 차오르는 걸 얼빠진 눈으로 기다렸다.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나인가 싶어 가만히 서 있다가 이렇게 조용할 리 없다는 생각에 돌아섰다. 
我模棱两可地笑了笑,起身离开座位。拿出一个新的水杯,放在饮水机下,眼神空洞地等着水慢慢注满。背后传来动静,我还以为是姐姐,静静地站着没动。但又一想,她怎么可能这么安静,于是转过身去。


”왜...왔어요.”  “你… 你怎么来了。”

”미안해서요.”  “对不起啊。”

”뭐가요?”  “什么?”

”진짜 다시 안 떠다 줘도 되는데. 내가 가져갈게요.”
“真的不用再给我送水了。我自己去拿就好。”

”그러니까요. 다시 안 떠다 줘도 되는데. 물 한 잔 같이 마신 게 뭐 큰일이라고.”
“就是说嘛。真的不用特意送过来。一起喝杯水而已,又不是什么大事。”


분리된 공간. 중간 문이 열려 있긴 했지만 약간의 코너가 있어 식탁에서는 주방이 보이지 않았다. 불쑥 서러움이 치고 올라온다. 가깝게 마주 선 사람의 그늘이 너무 낯이 익어서. 눈물이 고일 새도 없이 그냥 후두둑 떨어졌다. 
隔开的空间。虽然中间的门是开着的,但有个小拐角,从餐桌这里看不到厨房。突然,一阵委屈涌上心头。眼前这个近在咫尺的人,他的影子太过熟悉,熟悉到... 泪水还没来得及在眼眶里积聚,就扑簌簌地掉了下来。


”....유진 씨.”  “……柳真。”

”형. 저 뭐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哥,能拜托你件事儿吗?”

”네. 뭐든요.”  “嗯,什么都行。”


마음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만 같다. 정체도 없고 신호도 없다. 그러니까 내가 딱 한 번만 더 참는다고 했잖아.
感觉心跳得像在高速公路上飙车,一路畅通无阻,没有堵塞,也没有红灯。所以说,我不是说过只忍这一次吗。


”저 한 번만 안아보실래요.”  “要不,你抱我一下试试?”


이게 지금 보물찾기인지 숨바꼭질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잊은 거라면 기억이 날 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아주 만약에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끔찍한 비밀이 있어서 형이 날 모른 척 참고 있는 거라면, 형 지금 너무 힘들 것 같거든. 나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라 형이 살아났으면 좋겠거든.
我也不知道现在这算寻宝游戏还是捉迷藏,但如果你是真的忘了,说不定抱一下就能想起来呢。可是,万一,就说万一,你要是有什么我不知道的可怕秘密,才故意装作不认识我,哥,你现在一定很难受吧。我这么做不是为了我自己活命,而是希望你能活过来啊。

속아도 되고 속여도 되니까 그러니까 형.
被骗也好,骗你也罢,所以说,哥。


”안아보셔도 돼요.”  “你可以抱抱我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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虽然也没啥特别的歌单,还是想分享给你们。感谢大家喜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