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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협회장은 (2)  第 128 話 協會長是(2)



[소중한 사람입니다. 국가적인 중요성과 헌터계에서의 가치를 제하더라도, 그 개인적으로도.]
[是珍貴的人。即使撇開國家層面的重要性和獵人界的價值,對個人而言也是如此。]


노트북 모니터 속의 석시명이 말했다. 생방송은 아니다. 녹화분이다. 차분한 목소리에는 과하지 않을 정도의 비통이 어려 있었다. 귀에 부드럽게 스며들다 못해 가슴까지 파고드는 목소리다. 음향시설에 돈깨나 썼겠는걸.
筆電螢幕裡的石時明說道。這不是直播,是錄製好的影片。他平靜的聲音中帶著不過分的哀傷。那聲音不僅柔和地滲入耳中,甚至直達心底。看來音響設備花了不少錢。

구김 하나 없는 정장에 쓸 필요 없는 얇은 테의 안경까지. 원래도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인상이었지만 신경 쓴 코디와 헤어스타일이 더해지자 더더욱 목소리의 설득력이 높아졌다.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주장해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여 버릴 것만 같다.
一身毫無皺摺的西裝,還戴著不必要的細框眼鏡。原本就給人強烈的知性印象,加上用心的穿搭和髮型,更增添了聲音的說服力。即使他主張太陽繞著地球轉,也會不自覺點頭認同。

‘저 사기꾼, 진짜.’  「那個騙子,真是的。」

내가 납치된 사이 적당히 밑밥 깔아 달라 부탁은 했다만,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我雖然拜託過在我被綁架期間適度鋪陳一下,但這也太過分了吧。

테이블 위의 자료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주요 기사들과 그에 대한 반응 요약본 등이었다. 주가 지수 떨어진 것 좀 봐라. 옵션 거래 했으면… 일부러 납치당한 거니 사기인가.
我又重新翻閱了桌上的資料。主要是新聞報導和對應的反應摘要。看看股價指數跌得多慘。如果有做期權交易的話……這是故意被綁架,還是詐騙啊。

‘아무튼 저 아저씨, 여론에 불길을 당기다 못해 활활 타오르게 만드셨네.’
「總之,那位大叔不只是點燃了輿論的火苗,簡直是讓它熊熊燃燒起來了。」

방법은 간단했다.  方法很簡單。

우선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차분하고도 정중하게 실드질 하는 협회 상대로 제 감정 조절 못 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협회가 잘못한 거 맞고 해연이 화낼 만했지만 석시명의 도를 살짝 넘어서는 태도에 그를 탓하는 어그로 기사가 쏟아졌다.
首先,我們像情緒失控的人一樣,對著協會這個本來就已經做了該做的事,卻還要冷靜且有禮貌地護航的對象,表現得情緒失控。協會確實有錯,海妍生氣也是理所當然,但石時明那稍微越界的態度,引來了大量指責他的挑釁文章。

여론이 석시명 말이 너무 심했다, 협회도 할 만큼 했다, 로 기울어진 바로 그때. 대국민 사과 연설이 등장했다.
輿論開始傾向於「石時明說得太過分了,協會也已經做得夠多了」的立場。就在這時,出現了面向全國民眾的道歉演說。

자신의 태도가 과하였다는 백 점 만점짜리 모범적인 사과와 함께 협회를 향해, 사실상은 국민을 향해 호소하는 협회의 문제점과 해연의 슬픔과 납치 사건으로 인한 안타까움과 크나큰 국가적 손실.
他以滿分一百分的模範道歉承認自己的態度過激,並向協會,實際上是向國民懇求,指出協會的問題、海妍的悲傷、綁架事件帶來的遺憾,以及巨大的國家損失。

그리고 다시 언론이 파드닥거렸다. 종전과는 정반대의 내용으로.
接著,媒體又開始喧囂起來,這次的內容與之前完全相反。

멀끔한 얼굴과 쓸데없이 좋은 목소리가 언론과 합세해 국민에게 심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죄책감이었다. 저 사람이 좀 과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고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는데, 근데 잠깐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같이 욕해 버렸다.
乾淨俐落的臉龐和無謂地好聽的聲音,與媒體聯手在國民心中種下的,無非是罪惡感。那個人雖然有點過頭,但說的話並非全錯,冷靜想想也確實有那個理由,可是一時被氣氛帶動,竟然也跟著罵了起來。

원래는 남의 일이었다. 국가적 손실이니 해도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니까. 하지만 죄책감이 들어 버렸다면 강 건너 불구경에서 벗어나 양심의 찜찜함을 지워내기 위해서라도 한마디 더 거들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그에 더해 휩쓸리지 않은 사람들은 도덕적 우위에 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本來是別人的事。即使說是國家損失,也與自己無直接關係。然而一旦產生了罪惡感,為了擺脫袖手旁觀的心態,抹去良心上的不安,人們就會多說一句話。更何況那些沒有被帶動的人,反而能站在道德高地上,提高聲量。

안 그래도 불쌍한 피해자인데 못 할 짓을 해 버렸네. 이게 다 협회 때문이다. 원흉인 협회를 조지자, 로 이끄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本來就是可憐的受害者,卻做了不該做的事。這都是協會的錯。要把元兇協會搞垮,應該不是什麼難事。

‘언론에 압력도 좀 들어갔겠지.’
「媒體那邊應該也施加了點壓力吧。」

저 정도로 술술 일을 진행한 걸 보면 말이다. 해연만으로는 힘들었을 테고, 세성 쪽에서도 협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유진 불쌍해. 우리가 지켜 줬어야 했는데. 나라가 보호해 줘야 할 귀한 헌터를 팔아먹게 내버려 두다니. 이제라도 지켜 주자! 로도 이어져 버리고 말았다, 망할.
而且那真是讓人心疼韓有真。我們本該守護她的。國家本應保護這樣珍貴的獵人,卻任由她被出賣。現在也該守護她了!結果卻連羅都牽扯進去了,真該死。

동네에서 광고 전단지 좀 돌려주세요, 했더니 공중파에 고퀄리티 CF 흩날리는 짓을 하다니. 심지어 유명 연예인이 아닌 내가 메인이다. 앞으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라고.
我說請在社區發點廣告傳單,結果卻弄出在公共電視上播出高品質 CF 的事。更誇張的是,主角不是什麼知名藝人,而是我本人。以後還怎麼抬頭做人啊。

‘…그래도 이왕 판 깔아 준 거 버리기는 아깝고.’
「……話說回來,既然都鋪好了場子,丟了也可惜。」

써먹긴 해야지. 무릎 위의 피스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려 한쪽에 마련된 와인 바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 놓인 노트북과 종이 뭉치에는 내 것보다 훨씬 살벌한 내용이 들어 있을 터였다. 호텔 수거물에 대한 것이라거나 같은.
總得好好利用一下才行。撫摸著膝上的 Peace,轉頭望向坐在一旁設置的酒吧裡的男人。他面前擺著的筆記型電腦和一疊文件,裡面的內容肯定比我的還要嚴峻得多。大概是關於酒店回收物之類的吧。

“성현제 씨.”  「成賢濟先生。」

내 시선 뻔히 눈치채고 있었을 거면서 몰랐던 척 이쪽을 돌아본다.
明明早就察覺到我的目光,卻裝作不知道地轉過頭來。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我有件事想問。」

“도련님이 접근은커녕 말도 섞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아서 대답해 줄 수 없다네.”
「少爺不但不讓我接近,連說話都不准搭理我,所以我沒辦法回答你。」

유현이는 다른 애들과 함께 야시장엘 갔다. 내가 피곤하니 빠지겠다고 하자 자기도 가지 않으려 들었지만 제일 어른이 애들 좀 돌보라며 억지로 내보냈다. 속마음은 애들끼리 놀았으면 좋겠다, 였지만.
柳賢和其他孩子們一起去了夜市。我說我累了想不去了,他也想不去,但因為我是年紀最大的大人,被強迫去照顧孩子們。心裡其實希望孩子們能自己玩。

너무 빨리 돌아올까 봐 시간도 정해 주었다. 넷이서 잘 놀다 왔으면.
怕他們回來得太快,還特地定了時間。希望四個人玩得開心。

“시답잖은 소리 마시고요.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別說些無聊的話了。你從什麼時候開始會在意這種事的?」

“한유진 군이 동생 날뛰는 걸 못 봐서 그래. 화상 자국도 아직 이렇게나 남아 있잖나.”
「韓有真君看不下弟弟胡鬧。燒傷的疤痕還留得這麼明顯呢。」

“그놈의 화상 평생 우려먹을 겁니까? 됐고요, 송태원 씨 말입니다.”
「那該死的燒傷你打算一輩子拿來炒作嗎?算了,說說宋泰元先生的事吧。」

“쉽지 않을 텐데.”  「這可不容易。」

성현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들고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취기 오를 일은 없지만 주는 대로 받아 들었다.
成賢帝從座位上站起身,手裡拿著一瓶紅酒和兩個酒杯,朝這邊走來。雖然無論是這邊還是那邊都不會醉,但還是照收不誤。

“어긋나 있기론 둘째가라기에 서러울 남자라.”
「要說誰最不合拍,這男人絕對是第二也會覺得委屈。」

“성현제 씨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這是聖賢帝先生會說出來的話嗎?」

“주위를 비트는 것과 자기 자신을 비트는 것은 전혀 다르지. 무엇보다 나는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아.”
「打擊周圍的人和打擊自己是完全不同的。最重要的是,我不會欺騙自己。」

그것 참 부러운 소리구만. 나는 나한테 거짓말 많이 하고 살았는데. 돌연 독 저항을 꺼버리고 싶어졌다. 여기서 취하면 절대 안 되지만.
真是讓人羨慕的話啊。我一直對自己說了很多謊。突然間,我好想關掉對毒素的抵抗力。雖然在這裡絕對不能醉倒。

“제가 궁금한 건 친애하는 송 실장님께서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는가, 입니다. 전에 보니 시비 참 많이 걸어 보신 가락이 보이시던데.”
「我想知道的是,親愛的宋主任您能忍耐到什麼程度。之前看您似乎很擅長挑事。」

“여러 번 건드리긴 했지.”
「確實碰過好幾次了。」

“어디까지 해 보셨는데요?”  「你做到哪裡了?」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비는 정도?”
「跪在我面前祈求的程度?」

…미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이없어하며 쳐다보자 1인용 소파에 느긋이 기대 있던 미친놈이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瘋了,到底做了什麼事啊。正當我一臉不可置信地看著時,那個悠閒地靠在單人沙發上的瘋子調皮地笑了起來。

“뭘 한 겁니까.”  「你做了什麼?」

“컨디션 난조로 인한 휴가.”
「因狀況不佳而請假。」

“…S급 던전 터져 나가기 직전이고요? 다른 S급 헌터들은 공략 들어갔을 테고, 송태원 씨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겠지요. S급 던전이 두 개 동시에 아슬아슬한 상태였습니까.”
「……S 級地城快要爆炸了嗎?其他 S 級獵人應該都已經開始攻略了,宋泰元先生也無法離開吧。兩個 S 級地城同時處於岌岌可危的狀態嗎?」

“협회가 과욕을 부리고 있었다, 까지 추가하면 정확하다네.”
「說協會太貪心了,加上這句才準確。」

헌터협회가 감당 불가능한 수와 등급의 던전을 손아귀에 억지로 쥐고 있다가 일 터졌던 모양이로군. 송태원은 협회와 성현제의 힘겨루기에 등 터진 꼴이었을 테고.
獵人協會硬是把無法承受的數量和等級的地城緊緊抓在手裡,結果看來是出了事。宋泰元大概就是在協會和聖賢帝的權力鬥爭中吃了苦頭。

“그럼 협회장을 무릎 꿇리든가요. 왜 애꿎은 사람에게 행팹니까.”
「那就讓協會長跪下啊,為什麼要拿無辜的人出氣呢?」

“무고한 피해자는 아니지. 협회가 목 뻣뻣이 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송 실장 아니던가.”
「他可不是無辜的受害者。協會能夠堅持到底的最大原因,不就是宋室長嗎。」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송태원의 잘못이기는 했다.
這話不無道理。不,說實話,確實是宋泰元的錯。

스스로가 지닌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의지 없는 무기 노릇을 하고 있다. 공직자라는 언제든지 끊어 버릴 수 있는 얄팍한 실에 휘감긴 채. 덕분에 방해받는 입장으로선 시발, 끊으라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고.
明明清楚自己擁有的力量,卻淪為沒有意志的武器。被那隨時可以斷掉的薄弱線索纏繞著,身為公職人員。正因如此,身處被干擾的一方,忍不住想大喊:「去死,快斷了它!」

“그래도 성의를 보아 피곤한 몸 이끌고 나서 주기는 했다네. 원래라면 끝까지 구경만 할 생각이었지.”
「不過看在誠意的份上,他還是拖著疲憊的身軀出來了。原本他是打算一路看到底的。」

“민간인 피해 좀 생각해 주시죠.”
「請考慮一下平民的傷害。」

“관리 못 할 던전의 권리를 세성에 넘긴다는 쉽고 빠른 방법을 두고서 국민의 안전을 인질로 잡은 건 내가 아니었네만.”
「把無法管理的地城權利交給世城這種簡單又快速的方法,拿國民的安全當人質的可不是我啊。」

“주도권 싸움이 팽팽했던 모양이로군요.”
「看來是主導權之爭相當激烈呢。」

“당시 내가 너무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해.”
「當時我是不是太縱容了呢。」

언제쯤 일이었을까. 2년 차 초까지는 S급 던전의 수가 몇 없었으니 일 년에서 일 년 반쯤 전? 상급 던전이 갑자기 늘어난 시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大概是什麼時候的事呢。到第二年初為止,S 級地城的數量並不多,所以大約是一年到一年半前?很可能是高級地城突然增加的時期。

아귀다툼 속에서 유현이도 고생 많았겠지. 가뜩이나 나이도 어린데.
在爭鬥中,柳賢也一定很辛苦吧。年紀本來就小。

“도련님도 이리저리 꽤 치이던 시기였지.”
「少爺當時也被各方勢力折騰得很慘呢。」

내 속을 읽기라도 한 듯 성현제가 말했다.
彷彿看透了我的心思,成賢帝開口說道。

“어린애 상대로 어른들이 양심도 없었군요. 하긴 지금도 없죠.”
「對小孩子下手,大人們真是一點良心都沒有呢。說起來現在也是一樣。」

더 자세히 듣고 더 깊이 생각했다간 2층 테라스로 올라가 수영장으로 뛰어내려 버릴 테니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갔다. 아니면 와인이라도 머리에 끼얹을까.
如果再仔細聽下去、想得更深,恐怕會直接衝上二樓露臺跳進游泳池裡去,於是又回到了原本的話題。或者乾脆把紅酒潑到他頭上算了。

“동굴에 처박혀 있는 거 멱살 잡고 끌어내다가 싫은 자리에 앉히고 협박해 대면, 저 죽이려 들까요?”
「把他從洞穴裡抓出來,硬是拉著衣領拖出來,然後逼他坐到他不喜歡的位置上,再用威脅手段對付他,他會不會想殺了我?」

“한유진 군이 스탯 F급에 공격 스킬이 없는 이상, 무슨 짓을 해도 목숨까지 노리지는 않을 거야. 반대로 한유진 군을 보호하려 드는 어이없는 꼴은 볼 수 있겠지.”
「既然韓有真同學的屬性是 F 級,且沒有攻擊技能,不管他做什麼,都不會有人真心想要他的命。反過來說,倒是可能會看到有人傻傻地想要保護韓有真同學的荒謬場面。」

정말 그럴듯한 소리다. 내가 철천지원수쯤 되더라도 일반인과 다름없는 이상 지켜 주는 건가. 정상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달가운 미친 성격이다.
真是聽起來很有道理。即使我是死敵,也會像對待普通人一樣保護我嗎?雖然不算正常,但對我來說,這倒是個令人欣慰的瘋狂性格。

머릿속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며 와인 잔을 비웠다.
腦中思緒翻攪著,酒杯也見底了。

현재 내 실종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송태원에게 몰려 있다. 납치되던 날 내게 말했던 것처럼 자처해서 희생양이 되겠다 했겠지. 협회야 얼씨구 잘됐구나 하고 사양도 없이 덥석 받아들였을 테고. 그렇게 해서 협회를 보호할 모양인데.
目前我失蹤事件的大部分責任都被推到了宋泰元身上。就像他在我被綁架那天對我說的那樣,他自願成為替罪羔羊吧。協會那邊也一定是覺得正合他意,毫不猶豫地接受了。看來就是這樣來保護協會的。

‘어림도 없지.’  「別想了。」

죄송하지만 송태원 씨, 전 당신 목보다 협회 목을 베고 싶거든요.
抱歉,宋泰元先生,我寧願砍下協會的脖子,也不想砍你的。

동영상은 멈춘 지 오래고 침묵 속에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만 작게 흘러나왔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펜 끝으로 종이 위에 툭툭 점을 남기다가 입을 열었다.
影片早已停止播放,寂靜中只有紙張翻動的細微聲響傳出。還有一件事,必須釐清。他用筆尖在紙上輕輕點了幾下,然後開口說道。

“바바르 때 제가 기절한 뒤에도 스킬 공유가 되고 있었던 모양이던데요.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 죽이려고 하셨습니까.”
「巴巴爾那時我昏倒後,技能似乎還在共享著呢。那裡的其他人,是想要殺了他們嗎?」

가볍게 던진 물음에 성현제가 미소 지었다.
對於輕描淡寫的提問,成賢帝微微一笑。

“이런, 역시 도련님이 눈치챘었나 보군.”
「哎呀,果然少爺早就察覺了呢。」

긍정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가슴 안쪽이 약간 서늘해졌다.
是肯定的。雖然已有預感,但胸口深處還是微微感到一陣涼意。

“사과라도 할까.”  「要不要道個歉呢。」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보짓 한 거죠.”
「不需要。 是我做了傻事。」

“한유진 군의 믿음을 깨뜨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겠네.”
「對於打破韓有真君的信任,我深表遺憾。」

“믿은 적 없습니다.”  「我從未相信過。」

내 안이함에 대해 실망한 거지.
你是對我的疏忽感到失望吧。

“이참에 확실하게 말해 두죠. 애들은 손대지 마십시오. 적정선을 지켜 주세요. 그 선의 위치는 저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這次我就說清楚了。孩子們不要碰。請保持適當的界線。我相信你比我更清楚那條界線的位置。」

“도련님은 성인 아니던가.”  「少爺不是已經成年了嗎?」

“유현이가 저보다 어린 이상은 안 됩니다.”
「只要是比我年紀小的柳賢就不行。」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5년은 더 지나야 한다. 아니지, 지금 당장 죽는다 치면 고작 스물다섯 살이잖아. 역시 서른은 넘어야지.
即使我的眼睛裡進了土,也得再過五年才行。不對,就算現在立刻死去,也才二十五歲而已。果然還是得過了三十歲才行。

“그럼 한유진 군의 선은 어디쯤일까.”
「那麼韓有真君的界線大概在哪裡呢。」

“어른들끼리는 그때그때 적당히 조절하도록 하죠.”
「大人之間就隨時適當地調整吧。」

“물떼새 같군.”  「像隼鷸一樣呢。」

그건 또 뭐야. 아무튼 허튼짓하면 눈앞에 둔 아이템을 잃게 될 것이라 경고해 두었다. 마음 같아선 깔끔하게 죽여 버리겠다 협박질 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보은에 대한 건 낌새도 눈치채게 해선 안 되었다.
那又是什麼。總之,我警告過他,如果亂來就會失去眼前的道具。心裡雖然很想乾脆地殺了他威脅一番,但關於最後的報恩,絕不能讓他察覺到任何端倪。

저 인간이 내게 관대히 구는 건 어디까지나 스탯 F이기 때문이니까. 자신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런 위험 요소를 과연 그냥 내버려 둘까.
那個人對我寬容,完全是因為我的能力值是 F。如果他知道我能變得比他強大許多,他真的會就這樣放任這種危險因素存在嗎?

적어도 지금처럼 적당히 느슨하게 묶인 관계를 유지하는 건 힘들어질 것이다.
至少像現在這樣適度鬆散維持關係會變得困難。

“송태원 씨 개인번호 등록되어 있죠? 폰 좀 빌려주세요.”
「宋泰元先生的私人號碼有登記吧?能借我一下手機嗎?」

내 휴대폰은 물론이요 받아 둔 명함도 없어서. 지금 한국은 몇 시지. 한 시간쯤 차이 나던가. 성현제가 휴대폰 잠금을 풀어 내게 건네주었다. 연락처 목록을 내리는데 특이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我的手機當然沒有,連收到的名片也沒有。現在韓國是幾點了呢?應該差一個小時左右。成賢濟解開手機鎖,遞給我。我往下滑聯絡人名單,看到一個特別的名字映入眼簾。


[내 아이템]  [我的物品]


“소유격 붙이지 마십시오, 좀.”
「請不要加所有格,好嗎。」

“그렇다고 멋대로 수정하다니. 너무하는군.”
「雖說如此,卻擅自修改,真是太過分了。」

“정 붙이고 싶거든 그만한 대가를 치르시라니까요.”
「想要建立感情的話,就得付出相應的代價啊。」

스킬 다 내놓는 수준 아니면 안 받을 거지만. 송태원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하면서도 선을 긋는 딱딱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성현제의 번호라 그런가, 무슨 일이시냐고 묻는 어조에 벌써부터 피로가 스며 있다.
除非是把所有技能都拿出來的程度,否則不會接受。我找到了宋泰元的號碼並撥了過去。不久後,一個既禮貌又劃清界線、帶著嚴肅語氣的聲音接了電話。或許是因為是成賢濟的號碼,對方問「有什麼事嗎?」的語氣中已經透出疲憊。

“안녕하세요, 송 실장님. 그간 고초가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您好,宋主任。看起來您這段時間經歷了不少辛苦。」


[…한유진 씨.]  […韓有真先生。]


“죄송하지만 저는 한유진이 아닙니다. 이름 없는 협박범이지요.”
「抱歉,我不是韓有真。我只是個無名的恐嚇犯。」

당황한 듯, 침묵이 대답했다. 벌써부터 미안해지지만 어쩌겠어. 나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그를 협박했다.
彷彿慌張般,沉默成了回答。雖然已經開始感到抱歉,但也沒辦法。我帶著笑意威脅了他。


* * *


나와 함께 공항에 들어선 것은 유현이와 강소영뿐이었다. 유현이는 나를 구하러 홍콩까지 온 것으로, 강소영은 세성 길드의 협조자로 되어 있었다. 예림이와 노아는 출국 기록조차 없었던 탓에 피스와 삐약이를 데리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둘 다 비행 가능하고 순간이동과 은신이 있어서 쉽게 탈출했다.
和我一起進入機場的,只有柳賢伊和姜素英。柳賢伊是為了救我而來到香港的,姜素英則是世成公會的協助者。藝琳和諾亞因為連出境記錄都沒有,帶著 Peace 和啾啾悄悄地離開了。兩人都能飛行,還有瞬間移動和隱身的能力,所以輕鬆逃脫了。

“나 좀 피로해 보이냐?”
「我看起來有點累嗎?」

일부러 밤 꼬박 새웠는데. 비행하는 내내 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힘들었다.
故意熬了一整夜。為了整個飛行過程中不打瞌睡,拼命努力,真是累壞了。

“응. 안색이 별로야. 입술도 말랐고.”
「嗯。氣色不太好,嘴唇也乾裂了。」

“보이는 곳에 멍이라도 하나 달고 싶은데.”
「真想在明顯的地方留個瘀青。」

상급 헌터 둘씩이나 달고 포션 안 쓰는 건 너무 속이 드러나는 꼴이지. 멍 좀 든 거에 포션 붓는 씀씀이는 아니다만.
帶著兩個高級獵人卻不喝藥水,這樣太露餡了。雖說不是那種看到瘀青就猛灌藥水的性子。

한숨 한 번 삼키고 공포 저항을 껐다. 슬금슬금 긴장감이 올라오는 게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인간 경매장에서 구출된 지 얼마 안 된 피해자.
吞了一口氣,關掉了恐懼抵抗。緩緩升起的緊張感,竟帶來一種不錯的感覺。剛從人類拍賣場被救出的受害者。

“유현아, 좀 더 붙어. 난 아직 겁먹었고 너도 아직 좀 예민해 보이는 편이 좋겠지. 그렇다고 주위 사람 괜히 겁주진 말고.”
「柳賢啊,再靠近一點。我還是有點害怕,你看起來也還是有點敏感,這樣比較好吧。不過也別隨便嚇到周圍的人。」

적당하게, 적당하게.  適可而止,適可而止。

해연과 세성에서 나온 헌터들이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가운데,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장날 시장통처럼 인파가 드글드글했다. 이번 일만 끝나면 진짜 한 달은 집에 처박혀 있든가 해야지. 한동안은 소란스럽겠지만 얌전히 지내면 금방 잊힐 거다.
海妍和世成帶出的獵人們用身體築起了路障,然後走到了在機場等待的人群前。相機閃光燈此起彼落地閃爍著。人群像集市的熱鬧場面一樣擁擠不堪。這次事情一結束,真的得在家裡躲上一個月才行。雖然接下來會有一陣騷動,但只要乖乖地待著,很快就會被忘記的。

“한유진 씨! 납치범들의 얼굴은 기억하고 계십니까?”
「韓有真小姐!您還記得綁匪們的臉嗎?」

“각성자 경매장에서 구출되었다 들었는데요, 좀 더 자세한—”
「聽說是在覺醒者拍賣會上被救出的,可以說得更詳細一點嗎——」

“홍콩에 나타난 크라켄과 연관이 있습니까? 수몰된 호텔에서 경매가 열렸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跟出現在香港的克拉肯有關係嗎?還有人說是在淹沒的飯店裡舉行了拍賣會!」

어디서 새어 나간 정보냐. 경매 참가자들 윗대가리들이야 멀쩡히 남아 있으니 그쪽에서 말이 나왔으려나. 지친 표정으로 카메라를 피하듯 고개 돌리며 유현이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這消息是從哪裡漏出來的。參加拍賣會的上頭們都還好好的,應該是他們那邊傳出來的吧。我帶著疲憊的表情,像是想避開鏡頭般轉過頭,緊緊抓住了柳賢的衣角。

각오하고 나선 거지만 갈수록 기분이 좋질 않다. 그때 송태원이 등장했다. 협회 관련인들 몇과 함께, 기자들이 알아서 피해 주는 길을 따라 저만치 앞에 멈추어 선다. 그를 향해서도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자로 꾹 다물린 입술은 열릴 줄을 몰랐다.
雖然是做好了心理準備才出發,但心情卻越來越不好。這時,宋泰元出現了。他和幾位協會相關人士一起,沿著記者們自動避開的路線,在前方不遠處停下。記者們對他也拋出了一連串問題,但他緊閉的嘴唇絲毫沒有要開口的意思。

‘내키지 않는 표정이시구만.’  「看起來你並不情願呢。」

공항으로 나오라고 명령했다.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면 협회에 대해 무슨 악평을 할지 모른다고 압력을 넣으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피해자 혓바닥은 누구든 찔러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이니까.
命令他出現在機場。如果不乖乖聽從,就威脅說不知道會對協會說出什麼壞話。在大韓民國,最火熱的受害者之舌,就像一把能刺穿任何人致命傷的鋒利刀刃。

“송태원 실장님.”  「宋泰元主任。」

그를 향한 비난이 대부분인 시선 속에서, 미소를 머금었다.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송태원을 향해 다가갔다. 위압감이 양어깨를 눌러 왔지만, 이 정도는 버틸 만했다.
在大多數對他充滿指責的目光中,嘴角帶著微笑。帶著歡迎的表情向宋泰元走去。壓迫感壓在雙肩上,但這程度還能忍受。

우리의 대화에 귀 기울이기 위해 떠들썩하던 주위의 소리가 줄어든다. 송태원의 눈매가 미미하게 비틀어지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為了專心聆聽我們的對話,周圍喧鬧的聲音漸漸減弱。我直視著宋泰元微微扭曲的眼神,故意提高了聲音說道。

“정말 감사합니다.”  「真的非常感謝。」

내가 키운 S급들 128화  我培育的 S 級們 第 128 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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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留言 11

lem***
서로 이름이 아니라 스킬이랑 아이템으로 저장해놨냐ㅋㅋㅋㅋㅋㅋㅋㅋ
你們不是用名字,而是用技能和道具來存檔的嗎ㅋㅋㅋㅋㅋㅋㅋㅋ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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