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나가 보니 (1)
279 話 出去一看 (1)
“싫어하다니, 유현아.” 「討厭嗎,宥賢啊。」
A급 던전이라 해도 혹 모를 습격에 경계해 돌아앉아 있다 보니 유현이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등을 툭툭 두드리자 피스의 꼬리 쪽으로 길게 뻗어 있던 다리를 옆으로 돌려 늘어뜨리며 나를 돌아본다.
就算這裡是 A 級地城,我還是警戒著可能發生的襲擊,轉身背對著他,所以無法看見宥賢的表情。我輕輕拍了拍他的背,他便將原本伸向皮斯尾巴的長腿轉向一旁,垂了下來,然後轉頭看向我。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 형도 알고 있잖아.”
「我跟其他人不同這點,哥你也知道吧。」
“어, 응.” 「喔,嗯。」
“나는 형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했어.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도 내가 선택한 거니까. 형이 그랬던 것처럼.”
「我努力想符合哥的標準。別露出那種表情。這也是我自己的選擇。就像哥那樣。」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양보하고 맞춰 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동생이 나 때문에 그러는 건 탐탁잖았다. 이것도 내 욕심이겠지만.
如果想和某人一起生活,適度地讓步和配合是理所當然的。即便如此,弟弟因為我而那樣做,我還是覺得不妥。這或許也是我的貪心吧。
“지금의 나한테도 만족해. 형이랑 이렇게 같이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가끔은… 갑갑해질 때가 있어.”
「我對現在的自己也很滿意。也能像這樣和哥在一起。但有時候……會覺得很鬱悶。」
유현이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성현제와 물의 정령이 말하던 유현이의 본성이라는 게 떠올랐다.
宥賢的眼神沉重地低垂著。我忽然想起成賢濟和水之精靈曾提及的,宥賢的本性。
“그, 꼭 계속 참아야 할 필요는 없잖아? 던전 같은 곳이면 안전할 거고.”
「那,不一定要一直忍耐吧?如果是地下城那種地方,應該會很安全。」
“한번 풀어졌다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피 맛을 본 짐승처럼 지금의 나는 잘 길들여져 있어, 형. 물론 개는 아니야. 절대 순종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의 규칙에 따를 정도는 돼.”
「如果一旦放鬆就回不來了呢?就像嚐過血味的野獸一樣,現在的我被馴養得很好,哥。當然我不是狗。雖然絕不順從,但至少會遵守社會的規則。」
“…리에트도 제멋대로 굴지만 기본적인 법은 따르던데.”
「……利埃特雖然也隨心所欲,但至少會遵守基本的法律。」
유현이도 그렇게 될 순 없는 건가. 뒷바라지도, 수습도 내가 해 주면 된다. 해연 사람들도 유현이를 정말로 아낀다면 좀 더 자유로워지는 쪽을 받아들여 주겠지. 내 말에 유현이가 짧게 고개 저었다.
宥賢就不能那樣嗎?善後和收拾殘局,由我來做就行了。如果海淵的人們真的那麼疼愛宥賢,應該也會接受他變得更自由吧。聽了我的話,宥賢簡短地搖了搖頭。
“나도 내가 어떤 상태일지는 잘 몰라. 어릴 때부터 계속 억눌러 왔으니까. 하지만 형.”
「我也不知道自己會變成什麼樣子。從小就一直壓抑著。但是哥。」
이린이 불쑥 튀어나와서 나와 유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불안스레 꼬리를 탁탁 친다. 유현이가 말을 이었다.
伊琳突然跳出來,輪流看著我和宥賢。牠不安地搖著尾巴。宥賢接著說:
“틀림없이 형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
「哥肯定會出事的。」
“…내가?” 「……我?」
“응, 나는.” 「嗯,我是。」
-유현이가 나쁜 게 아니에요!
「宥賢沒有錯!」
내 손으로 건너온 이린이 소리쳤다. 어떻게 말하는 거지.
來到我身邊的伊琳大聲喊道。這是怎麼回事?
“린이 너 말할 수 있게 된 거야?”
「伊琳,妳能說話了?」
-형의 몸에 있으면요. 형한테서 마나 홀이랑 비슷한 힘이 느껴져요.
-如果您在哥哥的身體裡,會從哥哥身上感受到類似魔力洞穴的力量。
“아, 은혜한테 마나의 샘이 생겨서인가?”
「啊,是因為恩惠產生了魔力之泉嗎?」
-아무튼 유현이가 나쁜 게 아니야!
「總之,宥賢沒有錯!」
“그래, 그래. 안 나빠. 유현이가 왜 나쁘겠어.”
「好啦,好啦。沒有錯。宥賢怎麼會有錯呢?」
예전 홍콩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린이가 무슨 말을 했었냐며 유현이가 물었었는데. 혹시 지금 이 이야기를 들킬까 봐 걱정했던 것일까.
我回想起以前在香港發生的事。宥賢問我林伊說了什麼。難道他當時是擔心這件事會被發現嗎?
“네가 날 해치기라도 한다는 거야? 널 계속 참게 만든 원인이 나니까?”
「你是說你會傷害我嗎?因為我是讓你一直忍耐的原因?」
억눌려 오던 게 해방되면 원흉을 제거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當被壓抑的事物得到解放時,人們可能會想除去罪魁禍首。
“나한텐 은혜가 있으니까 해치고 싶어도 쉽진 않을걸.”
「我對你有恩,所以即使你想傷害我,也不是那麼容易的。」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하는 내게 유현이가 손을 뻗었다.
宥賢朝故意開玩笑的我伸出手。
“잠깐만, 형.” 「等一下,哥。」
“어? 읍!” 「咦?唔!」
입과 코가 틀어막혀졌다. 당연하게도 숨이 막혔다.
口鼻被堵住了。理所當然地,我喘不過氣來。
-크르르 -喀嚕嚕
피스가 걸음을 멈추며 당황한 듯 그르릉거렸다. 삑 소리 내며 은혜도 튀어나왔다. 이린이 앞발로 유현이의 손을 찰싹 때렸다.
皮斯停下腳步,困惑地發出咕嚕聲。嗶的一聲,恩惠也跳了出來。李林用前腳拍打宥賢的手。
-나쁜 마음은 아니에요! 유현아, 그만해!
「我沒有惡意!宥賢啊,住手!」
“역시 이런 건 못 막는구나.”
「果然這種是擋不住的啊。」
숨통을 막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길게 숨을 내쉬며 피스의 등을 괜찮다며 토닥였다.
勒住脖子的手鬆開了。我長長地吐了口氣,拍了拍皮斯的背,示意他沒事。
“은혜를 빼앗는 것도 어렵지 않아. 형은 나한테 너무 무방비하니까. 내가 적의 없는 척 다가가면 직접 은혜를 풀어 건네주기까지 할걸.”
「要搶走恩惠也不是難事。哥對我太沒有防備了。如果我假裝沒有敵意地接近,你甚至會親手解開恩惠並交給我吧。」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유현이가 형, 은혜 잠깐만 줘 봐 하면 ‘어, 그래’ 하고 내밀겠지. 확실히 내가 나를 해치려고 드는 동생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다른 S급 헌터들의 보호를 받으며 얌전히 숨어 있는 정도일까.
他說得沒錯,我無話可說。如果宥賢說:「哥,把恩惠借我一下。」我大概會說:「喔,好啊。」然後遞給他吧。我確實幾乎沒有辦法阻止想傷害我的弟弟。或許只能在其他 S 級獵人的保護下,乖乖地躲起來吧。
“위험한 짓은 안 하는 게 상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현이 너잖아. 기억도 그대로일 텐데, 정말로 날 상처 입히려고 들까? 네가?”
「不去做危險的事是上策沒錯……但你可是宥賢啊。記憶也還在,你真的會想傷害我嗎?你?」
나는 널 믿는다는 말에 유현이가 눈꼬리를 늘어뜨렸다.
我說我相信你,宥賢便垂下了眼角。
“나니까 위험한 거야, 형. 내게 중요한 건 형뿐이야. 형밖에 없어. 그런데 어떻게 형을 내버려 두겠어. 나는 아마도.”
「因為是我,所以才危險啊,哥。對我來說,重要的只有哥。除了哥以外,什麼都沒有。這種情況下,我怎麼可能放著哥不管呢?我大概會……」
동생의 입술이 미소를 그렸다. 평소 보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에 돌입하기 전의 그것과 더 흡사했다. 아니, 그보다 더 짙고 깊었다.
弟弟的嘴角勾勒出一抹微笑。那笑容與平時所見的有些不同。更像是他拿出武器,準備投入戰鬥前的神情。不,比那還要深沉、濃烈。
“형을 삼킬 거야. 재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정성을 다해서. 그럼 형이 잘못 될까 봐 불안하지도 않고 빼앗길 일도 없으니까.”
「我會吞噬掉哥。不留下一點灰燼,乾乾淨淨地。我會盡心盡力。這樣我就不會因為擔心哥出事而感到不安,也不會被搶走了。」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유현이를 바라보았다.
我目不轉睛地望著宥賢。
“그리고 나도 살아가진 못하겠지. 전부 태워 버렸으니까. 미친 소리 같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걸 거야. 억눌러지지 않은 내가.”
「然後我也活不下去了吧。因為我把一切都燒光了。這聽起來很瘋狂,但這可能就是我想要的。那個沒有被壓抑的我。」
그래서 싫어. 유현이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所以才討厭。宥賢低聲咕噥著。
-형! 유현이가 형이 싫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에요! 형을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래요! 인간들은 이런 거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요, 불의 정령들 사이에선 흔해요!
-哥!宥賢他絕對不是因為討厭你才那樣!他是因為太愛你了!人類可能很難理解這種事,但在火之精靈之間很常見!
어… 이린아. 물의 정령이 불의 정령더러 위험하다며 질색한 이유를 알 것도 같구나. 진짜 흔한 거 맞냐. 유현이 편들어 주려고 없는 말 지어내는 게 아니라? 아니면 같은 불의 정령끼리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거나.
呃……伊琳啊。我好像有點明白水之精靈厭惡地說火之精靈很危險的原因了。這真的是很常見的嗎?你該不會是為了幫宥賢說話,才編造出這種謊言吧?還是說,同樣是火之精靈,結果會有所不同?
“그러니까, 이런 걸… 뭐라더라. 좀 자기 파괴적인, 그런 건가……?”
「所以,這種事……該怎麼說呢。有點自我毀滅,是那樣嗎……?」
솔직히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몰랐다. 성현제와 물의 정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꽤 당황했을 것이다.
老實說,我不知道該怎麼開口。幸好我從成賢濟和水之精靈那裡聽過一些事,不然我會很慌張。
-불이 원래 그렇잖아요, 형!
-火本來就是那樣啊,哥!
이린이 내 손을 두 앞발로 붙잡고서 열심히 대변하며 설명과 변명을 늘어놓았다.
伊琳用兩隻前腳抓住我的手,努力地替我辯解,滔滔不絕地解釋和找藉口。
-태울 거 다 태우면 스스로도 사그라지는 거요. 유현이는 인간보다 우리에 더 가까워요. 그렇게 태어났어요! 그냥 본능 같은 거예요. 나쁜 거 아냐. 유현이가 꺼려진 건 아니죠, 형?
「燒光一切後,他自己也會燃燒殆盡。宥賢與其說是人類,不如說更接近我們。他天生就是如此!那就像是本能一樣。這不是壞事。你不是討厭宥賢,對吧,哥?」
“꺼려지긴 왜 꺼려져. 혹시 너도 그런 걱정했었냐?”
「有什麼好排斥的?難道你也有過那種擔憂嗎?」
“지금은 아니야.” 「現在還不是時候。」
“전엔 했다는 거네.” 「你以前做過囉。」
“형이 나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일부러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내가 참으면 될 일이기도 하고.”
「就算哥接受了我,我也不會想刻意去試探底線。反正我忍耐一下就行了。」
문득 유현이가 여태껏 친 사고들을 떠올렸다. 나한테 한 건 뭐, 넘기고 홍콩에서 예림이와 거하게 붙었고, 특수격리소 날려 먹으면서 수감자들을 잡아 죽이고, 최석원도 찾아가서 죽이려고 했고. 아니, 따지고 보면 나랑 관련된 일들이니까 참기는 잘 참는… 다기엔, 음.
我猛然想起宥賢至今闖過的禍。對我做的事嘛,就先跳過,他在香港和藝琳大打出手,炸毀特殊隔離所,殺光了裡面的收容人,還跑去找崔錫元想殺了他。不,仔細想想,這些都跟我有關,所以他算是很能忍……嗎?嗯。
“송 실장님이 전에 너 상대하려면 팔 하나 날려 먹을 각오를 해야 했다던데.”
「宋室長之前說,要對付你,得做好斷一條手臂的心理準備。」
“S급 헌터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 형도 요즘은 별 거부감 없잖아.”
「S 級獵人那種程度沒關係啦。哥你最近不也沒什麼排斥感嗎?」
예전에는 싫어했었는데, 하고 유현이가 시선을 살짝 내렸다. 그야 그때는 헌터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구르다 보니 상급 전투계, 특히 공격계 쪽 헌터들이 호전적인 걸 직접 체감도 해 가며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以前我很討厭,」宥賢微微垂下視線。畢竟那時候他對獵人還不了解。在摸爬滾打中,他親身體會到,也深刻了解到,高級戰鬥系,尤其是攻擊系的獵人,是多麼好戰。
꼭 상급 공격계가 아니더라도 그냥 인간 자체가 성질 더러운 놈들도 더러 있었고. 그런 놈들에 비하면 유현이는 깔끔하지. 쓸데없이 약한 사람 겁박하는 것도 아니고, 강자를 상대로 전의를 불태우는 것뿐이니까.
就算不是上級攻擊系,也有不少人本身脾氣就很差。跟那些人比起來,宥賢就乾淨多了。他不會無緣無故地威脅弱者,只是對強者燃起戰意罷了。
“나도 내 동생이 어떤 사람이든 다 좋아. 다 괜찮아.”
「我也喜歡我弟弟,不管他是什麼樣的人都好。都沒關係。」
“응. 하지만 내가 싫어. 혹시라도 억누른 게 터져 나올까 봐 아예 없애-.”
「嗯。但我討厭那樣。我怕萬一壓抑的東西會爆發出來,所以乾脆消除——」
-안 돼, 유현아! 더 성장하면 괜찮아질 거야!
-不行,宥賢啊!再成長一些就會沒事的!
이린이 꼬리를 탁탁치며 소리쳤다.
伊琳甩著尾巴,大聲喊道。
-아직 어리고 계속 참기만 해서 조절이 안 되는 거지, 나중엔 괜찮아질 거야!
-他還年幼,又一直忍耐,所以才無法控制,之後會好起來的!
“진짜 괜찮아질 수 있어?”
「真的能好起來嗎?」
내 물음에 이린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p>聽了我的問題,伊琳趕忙點了點頭。</p>
-응, 형! 그럼 더더욱 강해질 거예요. 유현이는 너무 누르기만 하고 있잖아요. 불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계속 억눌렀다간 변형되어 버릴걸요. 지금은 조금 밝아져서 다행이지만!
「嗯,哥!那樣會變得更強的。宥賢他一直壓抑著自己,火不該是那樣的。要是持續壓抑下去,會變質的。現在能稍微開朗一點真是太好了!」
린이의 말에 회귀 전의 동생이 떠올랐다. 새카맣게 독기를 머금은 불길과 맑은 푸른빛을 띤 불길. 아직 검은색이 더 짙었지만 그게 완전한 청염이 된다면 훨씬 강해진다는 걸까.
琳伊的話讓我想起了回歸前的弟弟。漆黑的毒氣火焰和清澈的藍色火焰。雖然黑色還是比較濃,但如果能完全變成青焰,是不是就會變得更強呢?
“난 지금 이대로도 만족해.”
「我現在這樣就很滿足了。」
-유현아아아, 형도 안전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형, 유현이를!
「宥賢啊啊啊,哥也能平安無事的!所以哥,宥賢他!」
유현이가 붉은 도마뱀을 덥석 집어 내 손에서 떼어 놓았다. 린이의 목소리가 뚝 끊기고 입만 빠끔빠끔 거린다.
宥賢一把抓起紅蜥蜴,將牠從我手上拿開。凜的聲音戛然而止,只剩下嘴巴一開一合。
“그냥 형에게 솔직하게 다 말해 주고 싶어서 꺼내 든 거야. 신경 쓰지 마.”
「我只是想對哥坦白一切,所以才拿出來的。別在意。」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我怎麼可能不在意。」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는걸. 그리고 난 지금이 좋아. 내가 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 요소 따위 남겨 두고 싶지 않아.”
「反正也沒有其他辦法了。而且我現在這樣很好。我不想留下我可能會傷害哥這樣的不安因素。」
마지막 말이 가슴에 턱 걸렸다. 그 불안 요소라는 게 본래의 너인데, 그걸 남겨 두고 싶지 않다니.
最後一句話哽在胸口。那個不安因素本來就是你,卻說不想留下它。
“그럼 하나만 약속해. 지금 이상으로 너 스스로를 누르고 옭아매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那麼,答應我一件事。不要再像現在這樣,壓抑、束縛自己了。」
“말했잖아. 지금 정도가 좋다고. 하지만 제거하는 게 가능하다면.”
「我說過了。現在這樣就很好。但如果能消除的話。」
화르륵, 작은 불길이 솟았다. 유현이 손에 잡힌 이린이 팔딱팔딱 몸부림을 쳤다. 사람 몸은 물론이요 다른 물체에도 스며들고 통과하더니 주인에게 잡히면 빠져나올 수 없는 모양이다.
呼嚕嚕,小小的火焰竄了出來。宥賢手中抓著的伊琳活蹦亂跳地掙扎著。牠不僅能滲透並穿透人體和其他物體,一旦被主人抓住,似乎就無法脫身了。
“린이도 반대하잖아. 나도 반대야. 린이 말대로 좀 더 기다려 보자. 네가 더 성장하면 괜찮아질지도 모르니까.”
「伊琳也反對啊。我也反對。就像伊琳說的,再等等看吧。等你成長得更強大,或許就沒事了。」
내 말에 유현이가 마지못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꺼림칙하지만 패륜아 놈들에게 상담해 봐야 하나. 이런 거 잘 알기는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
我說完,宥賢雖然不情願,但還是點了點頭。難道沒有辦法幫忙嗎?雖然很令人不快,但還是得去問問那些弒親的傢伙嗎?畢竟他們最清楚這種事了。
그때 숲 사이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먼 거리를 단숨에 뛰어 피스의 앞에 내려선 사람은 다름 아닌 문현아였다. 생각보다 더 빨랐다. 네 사람은 몬스터 정리를 위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었다. 비행과 순간 이동 스킬이 있는 예림이와 전용화 가능한 노아보다 더 빠르게 사냥을 끝낸 걸까, 놀랍다 싶은데 그녀의 팔 부근의 옷이 길게 잘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那時,有什麼東西猛地從樹林間竄了出來。一口氣跑了很長一段距離,降落在和平面前的人,正是文賢娥。比想像中還要快。四人為了清理怪物,各自往不同的方向散開。她比擁有飛行和瞬間移動技能的藝琳,以及能專用化的諾亞還要更快結束狩獵嗎?正當我感到驚訝時,她的手臂附近的衣服被劃開了一道長長的口子,映入我的眼簾。
“다치셨어요?” 「您受傷了嗎?」
A급 던전인데? 설마 등급 외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일찍 돌아 온 거고? 내 말에 문현아가 씨익 웃으면서 유현이를 가리켰다.
A 級地下城?難不成出現了等級外的怪物?所以才提早回來?聽我這麼說,文賢雅咧嘴一笑,指向了宥賢。
“아까 도련님이 날뛰어서.” 「剛才少爺大鬧了一場。」
“아…….” 「啊……。」
“바로 칼 빼들더라. 하여간 성질 어디 안 가지. 눈빛은 맛 갔는데 행동은 침착하게 공격 태세 잡는 게 간만에 오싹했다니까.”
「他馬上就拔刀了。真是的,脾氣一點都沒變。眼神雖然瘋狂,但行動卻冷靜地擺出攻擊姿態,真是久違地讓人毛骨悚然。」
“…죄송합니다.” 「…… 抱歉。」
경황이 없어 까맣게 몰랐다. 아니면 성현제가 도중에 소리를 막는 아이템을 쓴 것일 수도 있고. 유현이가 비키라고 외친 건 들은 거 같은데, 그때였을까.
我當時手忙腳亂,根本沒注意到。或許是成賢濟中途用了什麼道具,把聲音擋住了。我好像有聽到宥賢叫我讓開,是在那時候嗎?
“형님은 몰랐겠지만 제법 난장판이었거든. 다들 형님을 아낀다니까.”
「你可能不知道,當時現場可是一團混亂。大家都非常關心你。」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서… 빠르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那時候我心神不寧……謝謝你們這麼快就來幫忙。」
“뭘. 애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은 거야 당연한 거고. 다 같이 난리치면 악화만 되니까. 게다가 한 소장님 같은 얼굴 많이 봤어. 초기에 말이야. 익숙해져서 대처도 빠른 거였지.”
「什麼。在孩子們面前不想示弱是當然的。要是大家一起鬧起來只會惡化。而且韓所長那樣的臉孔我見多了。初期的時候啦。因為習慣了,所以應對也很快。」
초기라면 던전이 나타난 직후를 말하는 것일 터였다.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치고 실종되었던 때. 사람들을 달래는 현아 씨의 모습이 절로 눈앞에 그려졌다.
初期指的應該是地下城剛出現的時候吧。那時候很多人死亡、受傷、失蹤。賢雅小姐安撫人們的樣子,自然而然地浮現在我眼前。
“그런데 일찍 오셨네요.” 「不過,您來得真早。」
“적당히 처리하고 돌아왔어. 어차피 다 잡을 필요까진 없잖아. 나머지가 잘해 주겠지. 아님 도련님이 대신 가 줄래?”
「我處理得差不多就回來了。反正又不需要全部抓起來,剩下的人會處理好的。不然少爺你要代替我去嗎?」
“형을 두고 갈 생각 없습니다.”
「我沒打算丟下哥。」
“그러지 말고 자리 좀 비켜 줘. 한 소장님이랑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아까 내 도움도 받았잖아. 보아하니 조언이 잘 먹힌 거 같은데.”
「別這樣,讓個位子吧。我跟韓所長有話要說。你剛才也接受了我的幫助不是嗎?看來我的建議很管用。」
조언? 의아해하는 내게 문현아가 설명해 주었다.
「建議?」文賢雅向感到不解的我解釋道。
“진정하라는 걸 길게 푼 것 정도였어. 형님 상태가 나빠지면 도련님은 금방 흥분해 버리니까. 그래서야 악영향이지. 가까운 사람이 차분하게 감싸고 달래 줘야 할 필요가 있는 모습이었거든, 한 소장님은.”
「那只是把『冷靜下來』這句話拉長來說而已。因為只要大哥的狀況一惡化,少爺就會立刻激動起來。那樣反而會有不好的影響。韓所長當時的樣子,是需要親近的人冷靜地安撫和勸慰的。」
어쩐지 유현이가 내가 그 꼴이 된 것치곤 침착하다 싶었다. 내가 유현이었더라도 잔뜩 당황해서 무슨 일이냐며 캐묻기부터 했을 텐데,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고. 현아 씨가 챙겨 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總覺得宥賢對我變成那副模樣,顯得太過冷靜了。如果我是宥賢,肯定會驚慌失措,追問發生了什麼事,但他卻什麼都沒問。我心想,幸好有賢娥小姐幫忙。
아니었으면 솔직히 더 힘들었겠지.
不然說真的,會更辛苦吧。
“갔다 와, 유현아. 피스도 현아 씨도 있으니 괜찮아.”
「去吧,宥賢啊。有和平跟賢兒小姐在,沒關係的。」
동생은 불만스럽게 문현아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별말 없이 순순히 피스의 등에서 내려섰다.
弟弟不滿地看著文炫雅。但什麼也沒說,乖乖地從和平的背上下來。
“유현이도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하네요.”
「宥賢也說謝謝您的幫忙。」
“그래? 천만에 도련님~” 「是嗎?哪裡的話,小少爺~」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문현아를 못 본 체하며 유현이가 내게 조심하라고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할 말이 있다는 건 역시 시그마에 대한 것일까. 현아 씨가 시그마에게 정이 많이 든 것 같았는데.
宥賢假裝沒看到文炫雅揮動的手,叮囑我小心後便離開了。他說有話要說,果然是關於西格瑪的事嗎?炫雅小姐似乎對西格瑪投入了許多感情。
“성현제 씨가 말 안 했습니까?”
「成賢濟先生沒說嗎?」
피스에게 다시 가자고 신호를 보내며 물었다. 문현아가 바로 옆에 붙어 따라왔다.
我向和平發出信號,示意要再過去,同時開口問道。文賢娥緊跟在我身旁。
“뭘?” 「什麼?」
“시그마요.” 「希格瑪。」
“아, 걔는 음. 그거 물을 생각 아니었는데.”
「啊,他喔,嗯。我不是想問那個。」
문현아가 붉은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듯 긁적였다.
文賢娥抓了抓頭髮,彷彿要將紅髮弄亂。
“안 온 거 훤히 보이는데 뭐. 그냥 여지를 남겨 두려고.”
「明明就沒來,還說什麼。不過是想留點餘地罷了。」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럼 그것도 말 안 해요?”
「他有話要我轉達,那這個也不說嗎?」
내 말에 문현아가 눈을 확 찌푸렸다. 좋은 듯 싫은 듯 미묘한 표정이었다.
我話一說,文賢娥便猛地皺起眉頭。那表情似喜似厭,十分微妙。
“으, 그럼. 일단. 살아 있어?”
「呃,所以。你。還活著嗎?」
“네. 확실하게요.” 「是的,我很確定。」
“그럼 말해 줘.” 「那告訴我吧。」
“조금 늦어진 대요.” 「會稍微晚一點。」
나를 쳐다보던 그녀가 픽 웃었다.
她看著我,輕輕笑了。
“그래. 그러냐.” 「是、是嗎。」
“무사히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습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자더군요.”
「他平安地前往另一個世界了。雖然不知道是哪裡,但他要我轉告你,說我們一定會再見面的。」
“그럼 오겠지. 걱정할 필요 없겠네.”
「那他會來的。不用擔心了。」
속이 후련하다며 기지개를 쭉 켠다.
他伸了個懶腰,說他鬆了口氣。
“하시려던 말은 뭔데요?” 「您剛才想說什麼?」
“석하얀 팀 있잖아. 다리 좀 놓아 달라고. 형님이 관여 안 한 것처럼 보이게 물밑으로 조용히. 예전에 한번 접촉해 보려고 했었는데 거절당했어. 보안이 중요하다나.”
「不是有個石夏晏組嗎?幫我牽個線。要讓哥看起來沒有涉入,在檯面下悄悄地進行。以前曾經試圖接觸過一次,但被拒絕了。說是保安很重要。」
“저한테 바로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您怎麼不直接跟我說呢?」
“그땐 급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형님은 대놓고 엮이진 않았으면 해서.”
「那時候不急啊。而且我希望哥不要公然牽扯進來。」
몰래 말이야, 몰래, 라는 말에 의아해졌다. 아니 왜 몰래 하려는 거지.
「偷偷地,我是說偷偷地。」這句話讓我感到疑惑。為什麼要偷偷地呢?
“저도 여러모로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만.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브레이커가 독립하길 바란다고요.”
「我也能幫上不少忙。之前就說過了,我希望破壞者能獨立。」
“그건 그런데, 음…….” 「話是這麼說沒錯,不過,嗯……」
문현아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文炫雅稍作考慮後開口。
“한 소장님은 이해하기 좀 힘들 거 같은데, 나는 나 혼자가 아니야.”
「韓所長可能很難理解,但我不是孤單一人。」
“네?” 「是?」
“나는 여성 헌터야.” 「我是女性獵人。」
그,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那、那當然啊。這是眾所皆知的事實。
“성현제가 사고 치면 세성 길드장이~ 소리가 나오지. 한유현이 사고를 쳐도 해연 길드장이~ 이럴 거고. 하지만 내가 실수를 하면 여자 헌터는 저래서 안 돼, 가 되거든.”
「成賢帝闖禍的話,就會有人說『星辰公會會長真是的~』。韓宥賢闖禍的話,也會有人說『海淵公會會長真是的~』。但我如果犯錯,就會變成『女獵人就是這樣,不行啊』。」
“그… 네……?” 「那...... 是......?」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대표고, 내가 모자라면 여성 헌터의 모자람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문현아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S급 헌터가 되어야 해. 헌터로서 부족해도 안 되고 미숙해도 안 되지.”
「不管我願不願意,我都是代表,如果我有所不足,那就會變成女性獵人的不足。所以文炫雅必須成為不輸給任何人的 S 級獵人。身為獵人,不能有所欠缺,也不能不夠成熟。」
좀 짜증나긴 해, 하고 그녀가 말했다.
「是有些惱人。」她說道。
“어, 그래도 원하는 대로 사시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머리도 그렇고요.”
「喔,但您看起來還是過著自己想要的生活啊。髮型也是。」
“에이, 이런 건 약점이 못 돼. S급 헌터잖아. 약해 보이면 물어뜯겠지만 강해 보이면 쉽게 못 건드리거든. 그래서 꽤 날뛰기도 했지.”
「哎,這才不是什麼弱點。S 級獵人耶。如果看起來很弱,會被咬死,但如果看起來很強,就不會輕易被招惹。所以我才鬧得挺兇的。」
태생 S급인 유현이와 성현제 사이에 현아 씨가 왜 끼어 있나 했더니, 일부러 그런 거였나.
我還以為天生 S 級的宥賢和成賢濟之間,賢雅小姐為什麼會插在他們中間,原來是故意的啊。
“물론 내 적성에 맞기도 해. 짓밟고 다니는 건. 하지만 내가 잘났다 해도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나. 절대 아니지. 그래도 완벽한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주위가 피해를 입거든. 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그래. 흠 안 잡히려고 안달이지. 세상이 뒤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불리하니까.”
「當然,這也符合我的天性。踐踏他人。但就算我再怎麼了不起,人也不可能完美。絕對不可能。即便如此,如果我不假裝完美,我身邊的人就會受害。不只我,其他孩子也是。他們都急著不被抓到把柄。因為就算世界顛覆了,我們依然處於劣勢。」
“그, 러니까…….” 「那、那麼說……」
“간단히 말해 남자인 한 소장님한테 거래가 아닌 일방적인 도움을 받게 되면, 나는 물론이고 여성 헌터의 흠이 되어 버린다는 거야. 성현제 녀석의 제안도 그래서 거절했지. 우리 힘으로 일어서야 하거든. 어떻게든.”
「簡單來說,如果我接受韓所長這個男人不是交易,而是單方面的幫助,那麼不只我,連女性獵人也會蒙羞。所以我才拒絕了成賢濟那傢伙的提議。我們必須靠自己的力量站起來。無論如何。」
다른 일은 몰라도 브레이커의 독립만큼은 깨끗해야 한다며 문현아가 웃었다.
文炫雅笑著說,其他事情都好說,但破壞者的獨立性必須乾淨俐落。
“그러니 우리 길드 관련은 완벽하게 몰래, OK? 주는 거 아예 안 받는 것도 조금 아쉽긴 하지.”
「所以我們公會相關的,要完全保密,OK?完全不收給予的東西,也確實有點可惜。」
“네, 확실하게 몰래 찔러 넣어 드리겠습니다.”
「是,我會確實地偷偷塞進去給您。」
완전히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싸잡아 말하는 거야 어디서든 벌어지는 일이고…….
<p>雖然沒有完全理解,但我還是點了點頭。畢竟一概而論這種事,在哪裡都會發生……。</p>
“예림이는 이런 부담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쉽진 않겠지. 애가 나이보다 어른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더 나아지긴 할 거야.”
「希望藝琳不要有這種負擔,但這並不容易吧。她比實際年齡還要成熟。不過,情況會好轉的。」
나가면 바빠지겠다면서 그녀가 미소 지었다.
「出去的話會很忙吧。」她笑著說。
얼마 지나지 않아 유현이는 물론 다른 세 사람도 돌아왔다. 스태미너 포션의 재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가 순식간에 처리되고, 밖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沒過多久,不只宥賢,其他三個人也回來了。尋找體力藥水的材料並不困難。首領怪物瞬間被解決,通往外面的傳送門也出現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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