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한유현의 세계(2) 239 話 韓有賢的世界(2)
유독 이르게 핀 매화였다. 2월 초인데도 가지 끝에 흰 꽃이 맺혔다. 요 며칠 잠깐 따스해져서일까, 볕이 환히 내리쬐는 곳이라서일까. 언제 차디찬 눈발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건만 길게 뻗은 가지 끝에 제법 여러 송이가 활짝 피었다.
這是一株開得特別早的梅花。明明才二月初,枝頭卻已結滿了白色的花朵。是因為這幾天短暫的回暖嗎?還是因為這裡陽光普照?儘管不知何時會被冰冷的雪花摧殘,但修長的枝頭上,已有不少花朵盛開。
한유현은 걸음을 멈추고 매화꽃을 바라보았다. 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형의 생일이 바로 어제였다. 유치원생인 한유현은 종이로 꽃을 접고 카드를 썼다. 형은 생일 축하해, 라고 말해 주는 동생을 꼭 안아 주었다.
韓宥賢停下腳步,望著梅花。他並非對花感興趣,只是哥哥的生日就在昨天。身為幼稚園生的韓宥賢,用紙摺了花,也寫了卡片。哥哥緊緊抱住對他說「生日快樂」的弟弟。
케이크는 있었다. 형제의 부모는 케이크와 함께 친구들과 맛있는 걸 사 먹으라며 만 원짜리 한 장을 주었고, 그것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듯 안방으로 들어가 영화를 보았다. 한유진은 받은 돈을 잘 보관해 두었다.
蛋糕是有的。兄弟倆的父母給了他們一張一萬元的鈔票,讓他們和朋友買好吃的東西,然後就好像完成了義務一樣,走進主臥室看電影。韓宥真把收到的錢好好地收了起來。
그 만 원은 한유현의 생일을 위해 쓰일 것이었다. 매년 그랬듯이.
那一萬元將會用在韓宥賢的生日上。就像每年一樣。
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꽃. 한유현은 망설임 없이 화단을 넘어섰다. 꽃이 핀 가지는 어린아이의 손은 닿지 않는 높이에 있었다. 한유현은 나무를 올라 한 손으로 가지를 붙잡았다. 유치원생의 손아귀 힘으로는 버거운 굵기의 가지가 뚜둑, 손쉽게 꺾였다. 이어 가볍게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蛋糕、禮物,還有花。韓有賢毫不猶豫地跨過花圃。開花的樹枝在幼童搆不著的高度。韓有賢爬上樹,單手抓住樹枝。幼兒園學童的手勁難以折斷的粗樹枝,喀嚓一聲,輕易地被折斷了。接著,他輕巧地跳下樹。
굵은 가지는 버리고 꽃이 달린 가는 가지 하나만 꺾어 손에 쥐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가 다가와 버럭 소리쳤다.
他丟掉粗樹枝,只折了一根帶著花的細枝握在手中。就在這時,有人走過來,大聲斥責。
“화단에 들어가면 안 돼! 가지가 부러져 있었다 해도 꽃을 꺾어 가면 안 되지!”
「不准進花圃!就算樹枝斷了,也不可以摘花!」
한유현은 자신을 야단치는 노인을 돌아보았다. 겁을 먹기는커녕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노인이 순간 뒷걸음질 쳤다. 겉모습만큼은 누구나 다 혹할 만큼 귀엽고 잘생긴 어린애다. 그럼에도 차갑게 바라봐 오는 시선만으로도 노인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韓有賢回頭看著斥責他的老人。老人非但沒有被嚇到,反而被他冰冷的眼神嚇得瞬間後退。光看外表,他是個可愛又帥氣,足以讓任何人著迷的孩子。儘管如此,老人光是被他冰冷的眼神注視,就感受到了本能的恐懼。
조그만 어린애일 뿐인데. 노인은 겁먹은 스스로를 부정하듯 더욱 크게 소리쳤다.
明明只是個小孩子。老人為了否定害怕的自己,更加大聲地喊道。
“어, 어느 집 애냐! 부모는 뭐하고 이런!”
「這、這是哪家的孩子!父母在做什麼,怎麼會這樣!」
한유현은 말없이 돌아섰다. 자신을 무서워하며 소리만 빽빽 지르는 것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한유현은 맞이해 주는 사람 없는 집으로 돌아갔고, 학교를 마치고 온 형에게 꽃가지를 주었다. 한유진은 활짝 웃어 주었지만 동시에 걱정도 했다.
韓有賢默默地轉過身。他沒有必要去理會那些害怕他、只會尖叫的人。韓有賢回到了沒有人迎接的家,並將花枝送給放學回來的哥哥。韓有鎮燦爛地笑了,但同時也有些擔心。
“나뭇가지를 함부로 꺾으면 안 돼, 유현아.”
「不可以隨便折樹枝喔,有賢啊。」
한유진은 동생에게 화단에 들어가서 꽃이나 나무를 꺾으면 안 되는 이유와, 나무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최대한 자세히,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한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그다지 납득되지 않았고 자신에게 위험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받아들였다.
韓悠辰盡可能詳細、努力地向弟弟解釋了為什麼不能進入花壇折花或折樹,以及爬樹很危險。韓悠賢點了點頭。雖然他不太能理解原因,而且這對他來說也不是危險的事,但他還是接受了。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그 노인과 마주쳤다. 굳어 버린 노인을 향해 한유현이 꾸벅 머리를 숙였다.
幾天後,他再次遇到了那位老人。韓悠賢向僵住的老人鞠了一躬。
“죄송합니다.” 「對不起。」
“···어, 어. 그래.” 「……喔,喔。沒事。」
자신에게 사과하는 아이의 모습에 노인이 떨떠름해하면서도 웃음 지었다. 한유현은 집으로 돌아가 한유진에게 그 사실을 말했고 칭찬을 받았다.
看著向自己道歉的孩子,老人雖然有些不悅,卻也笑了出來。韓誘賢回到家後,將這件事告訴了韓誘辰,並得到了稱讚。
‘한유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韓誘賢」就是這樣被塑造出來的。
본래 그는 어느 것과도 어울리지 않게 태어났다. 드물게 태어나는 특이점 중에서도 홀로 서는 성질이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불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으며 극도로 자유롭게 타오르는 것이 그의 본성이었다.
他天生與任何事物格格不入。在稀有的特異點中,他更是獨樹一幟的存在。那是一股令人不敢輕易靠近,能將周遭一切燃燒殆盡的火焰。不被任何事物束縛,不為任何人費心,極度自由地燃燒,這便是他的本性。
하지만 한유현은 달랐다. 달라져야만 했다.
<p>但韓宥賢不同。他必須有所不同。</p>
그의 형은 그를 사랑했다. 어린애다운 순수함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동생이 예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유현이 처음부터 그 사랑에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거부할 필요가 없었기에 받기는 하였지만 그뿐이었다.
他的哥哥愛他。以孩子般的純真,毫無理由地疼愛著弟弟,不知該如何是好。韓宥賢並非從一開始就回應這份愛。只是因為沒有拒絕的必要,所以接受了,但也僅此而已。
돌아오는 것 하나 없었지만 한유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기니까.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고 동생을 꺼림칙해하는 부모님을 도리어 의아해하며 한유현의 손을 붙잡고 어르며 안았다. 한유현이 제 불길보다 한참 작고 약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온기를 결국은 깨달아 버릴 때까지.
雖然沒有任何回報,但韓有辰沒有放棄。因為是嬰兒。他甚至不覺得奇怪,反而對排斥弟弟的父母感到不解,他握著韓有賢的手,哄著他,抱著他。直到韓有賢最終意識到那份比自己的火焰小得多、弱得多,卻又無法放棄的溫暖為止。
“유현아, 형이 동화책 읽어 줄까?”
「宥賢啊,哥唸童話故事書給你聽好不好?」
한유현이 조금씩 반응을 보여 올수록 한유진은 동생에게 더욱 애착을 느꼈다. 동생에 이어 자신마저 멀리하려 드는 부모를 눈치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한유진은 부모 대신 동생을 선택하였고, 한유현은 형 외의 존재들을 무시했다. 그 무시하는 상대에는 본래의 한유현, 그 자신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p>韓誘賢一點一點地展現出反應,韓誘鎮對弟弟的愛也越來越深。或許是因為他察覺到父母在疏遠弟弟之後,連自己也想疏遠吧。韓誘鎮選擇了弟弟而非父母,而韓誘賢則無視了哥哥以外的所有存在。他所無視的對象,也包括了原本的韓誘賢,他自己。</p>
“어른들에겐 인사 잘해야 해. 아니야, 존댓말 써야지.”
「要好好跟大人打招呼。不對,要說敬語。」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要聽老師的話,不要跟朋友吵架。」
“싫어도, 유현아. 조금만 참자.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세상에는 많아.”
「就算不喜歡,宥賢啊。再忍一下。這世上有很多事,就算不喜歡也非做不可。」
어른을 대접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겁먹게 만들 수 있는 상대들이었지만 한유현은 형의 말을 따랐다. 유치원 선생도, 초등학교 선생도 거슬리고 귀찮기만 했다. 하지만 한유현은 참았다. 친구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할 때는 눌러 견뎠다.
他不懂為何要禮遇大人。那些人只要他想,隨時都能讓他們嚇得發抖,但韓有賢還是聽從了哥哥的話。幼稚園老師、小學老師都令他感到礙眼又麻煩。然而,韓有賢忍了下來。雖然沒有稱得上是朋友的人,但當他不得不與人交際時,他還是壓抑著自己忍受了下來。
그렇게 하나하나, 한유진의 애정 아래에 한유현이 만들어져 갔다. 하지만 반발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就這樣,一個又一個的韓宥賢在韓宥辰的愛意下被創造出來。但並非完全沒有反彈。
“내가 엄마아빠를 죽이면 형은 어떻게 할 거야?”
「如果我殺了爸爸媽媽,哥會怎麼辦?」
거슬리는데. 만약에 자신이 참지 않으면 한유진은 어떻게 나올까. 소름 끼치도록 담담한 동생의 물음에 한유진이 울상을 지었다. 어린 동생을 품에 끌어안았다.
真礙眼。如果自己不忍耐,韓有辰會怎麼做呢?面對弟弟令人毛骨悚然的平靜提問,韓有辰愁眉苦臉。他將年幼的弟弟擁入懷中。
“···미안해, 유현아.” 「……對不起,有賢啊。」
사과를 하고 엄마, 아빠가 많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어떻게든 설득했다. 사람을 해치면 안 되고, 감옥에 가면 유현이가 힘들 거라고, 그리고 형이 아주 많이 슬플 거라고 차근차근 말해 주었다.
我向他道歉,並盡力說服他,說是因為媽媽和爸爸都很忙。我循循善誘地告訴他,不能傷害人,如果進了監獄,宥賢會很辛苦,而且哥哥會非常非常難過。
한유현이 이따금 날을 드러낼 때도 한유진은 변함없이 동생을 사랑했다. 어느 순간부터 한유현은 그 애정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공기 호흡을 하는 짐승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자신의 본성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발을 들였다.
即使韓誘賢偶爾會露出鋒芒,韓誘辰也依然愛著弟弟。從某個瞬間開始,韓誘賢便不再想擺脫那份愛了。就像用肺呼吸的野獸潛入水中一般,他踏入了與自己本性截然不同的世界。
한유진을 근원으로 두는 새로운 세계.
以韓有辰為根源的新世界。
그 세계에 머물기 위해 한유현은 많은 것을 참고 견뎌 내야만 했다. 배우고 깨닫고 익숙해지면서 한유현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져 갔다. 한유진이 가르쳐 준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為了留在那個世界,韓有賢必須忍受許多事情。在學習、領悟和習慣的過程中,韓有賢的世界一點點地擴展開來。他以韓有辰教導的為基礎,開始自己行動。
하나하나 알려 주지 않아도 한유진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고, 한유진이 걱정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
即使韓宥辰沒有一一告知,他也會做出韓宥辰會喜歡的行為,不做韓宥辰會擔心的行為,並努力為能守護自己世界的未來而奮鬥。
참고 누르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을 즈음 던전이 생겨났다.
忍耐已成為日常之時,地下城出現了。
“요즘 이상한 소문이 있더라. 괴물 같은 게 나타났대. 환경 오염 탓이라는 말도 있고. 학교 마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유현아.”
「最近有些奇怪的傳聞。聽說出現了像怪物一樣的東西。也有人說是環境汙染造成的。宥賢啊,放學後就直接回家,知道嗎?」
F급 중에서도 최하급 던전의 극소수만이 드물게 나타나, 아직 대부분의 사람이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부터, 한유현은 변해 가는 공기를 느꼈다. 외부의 자극 없이도 자신이 지닌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F 級之中,最下級的地下城裡,只有極少數會罕見地出現,當大多數人還沒察覺到異變時,韓有賢就已經感受到空氣的變化。他察覺到即使沒有外部刺激,也能引出自己所擁有的力量。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조그만 둥지를 불태우고 어디로든지 날아갈 수 있었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홀로 자유롭게.
只要他下定決心,隨時都能燒毀小小的鳥巢,飛向任何地方。不被任何事物束縛,獨自自由自在。
하지만 한유현은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참아 냈다.
<p>但韓宥賢忍住了,那是他最後一次能回歸本性的機會。</p>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서 결국 각성했을 때 한유현의 주위를 휘감은 불꽃은 억눌리고 억눌린 검은빛이었다. 그리고 한유현은 또다시 참아야 했다.
當他受到怪物攻擊,最終覺醒時,纏繞在韓誘賢周圍的火焰是受到壓抑的黑色火焰。而韓誘賢又再次必須忍耐。
“형과 내 세상은 달라졌어.”
「哥和我的世界都變了。」
한유현은 한유진을 떠나갔다. 그리 오래 멀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길어야 삼사 년, 그 정도쯤은 참을 수 있었다. 한유현은 한국의 다섯 번째 S급 각성자가 되었다.
韓誘賢離開了韓誘辰。他沒想過會分開太久。最長三、四年,那種程度他還能忍受。韓誘賢成了韓國第五位 S 級覺醒者。
한유진과 멀어졌다고 해도 한유현의 세계가 변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굳건해져 갔다. 그가 헌터로서 자리 잡고 길드를 세우며 세력을 만들려 하는 그 모든 일의 시초에 한유진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即使韓悠辰與他漸行漸遠,韓悠賢的世界也未曾改變。反而變得更加堅固。他作為獵人站穩腳跟,建立公會,試圖創建勢力,所有這些事情的開端都有韓悠辰的身影。不僅如此。
“와, 나 밥 먹기 전에 착실하게 손 씻고 오는 남고딩 처음 봐. 우리 한유현 씨 가정 교육 진짜 잘 받았나 보다. 하긴, 처음 마주쳤을 때도 말만큼은 존대해 줬었지. 완전 도련님이네, 도련님. 수저는 안 놓아 주냐.”
「哇,我第一次看到有男高中生在吃飯前這麼認真洗手。我們韓有賢先生的家庭教育看來真的很好。也是啦,畢竟第一次見到他的時候,他對我說話也都是用敬語。根本就是個小少爺嘛,小少爺。不幫他擺好餐具嗎?」
헌터협회에서 마련한 S급 각성자들의 첫 모임을 가졌을 때였다. 문현아의 웃음기 섞인 말에 석시명과의 식사자리에서 물은 따른 적 있었던 한유현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한유현의 행동에는 여전히 한유진이 깃들어 있었다.
那是獵人協會為 S 級覺醒者們,所準備的第一次聚會。聽到文賢娥帶著笑意的話語,韓有賢微微皺起眉頭,他曾經在和石錫明的飯局上,為此倒過水。韓有賢的舉動中,依然帶著韓有鎮的影子。
석시명의 지도 아래 S급 헌터이자 길드장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부분은 일부 고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한유진이 키워 낸 부분이 가장 컸다. 문현아는 그것을 꽤 재미있게 여겼다.
在石始明的指導下,雖然身為 S 級獵人兼公會會長,有些不合適的部分被修正了,但他身上韓俞辰培養出來的部分仍然佔了最大宗。文炫雅覺得這點相當有趣。
“앞으로 잘 부탁해, 도련님.”
「往後就麻煩您了,少爺。」
식사보다는 식당을 파괴하는 쪽의 비중이 더 높았던 모임의 끝에 문현아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타인과 닿는 것은 기분 나쁘다. 하지만 한유현은 참고서 손을 맞잡았다. 이후로도 지금과 비슷한 일은 계속 있을 터였다.
在與其說是聚餐,不如說是破壞餐廳的成分更高的聚會尾聲,文炫雅輕輕伸出手。與他人接觸令人不快。但韓誘賢忍著不適握住了她的手。往後類似的事情想必會持續發生。
그 후로도 한유현은 계속 인내했다. 길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과 엮여야만 했다. 그나마 석시명 이후로 여러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유현의 일은 줄어들었지만 타인을 신경 쓰고 법을 지키고 스스로를 자제시켜야 하는 일은 여전했다.
在那之後,韓宥賢仍舊持續忍耐。為了壯大公會,他不得不與許多人打交道。幸好在石時明之後,隨著人數增加,韓宥賢的工作量減少了,但顧慮他人、遵守法規、自我克制這些事依然不變。
“왜 그렇게 참고 있는지 모르겠군.”
「我不知道你為什麼要忍成那樣。」
그것을 눈치챈 성현제가 지나가듯 물어 온 적이 있었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성현제에게 한유현은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成賢濟察覺到這點,曾漫不經心地問過。對於好奇原因的成賢濟,韓有賢沒有給出任何回答。
그리고 다시 계속해서. 然後又繼續。
일이 어긋나고,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억눌려지고 억눌려진 검은 불꽃이 기어이 독기마저 품게 될 때까지.
事情脫了軌,變得無法挽回,被壓抑再壓抑的黑色火焰,直到終於連毒氣都蘊含其中為止。
원래의 미래라면 그렇게 참고 또 참아야 했을 터였는데.
<p>如果是原本的未來,我應該就得那樣一忍再忍了吧。</p>
“내 동생, 한유현. 사랑한다.”
「我的弟弟,韓有賢。我愛你。」
한유진으로부터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유현은 참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쪽이 맞을 터였다.
從韓悠辰口中聽到那句話的瞬間,韓有賢便忍不住了。不,應該說他是無法忍受。
예상보다 조금 이르게 형을 데려오고 보호하려고 하는 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사이에도 여전히, 습관처럼 한유현은 스스로를 억눌렀다. 형의 주위로 거슬리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났지만 참았다.
<p>比預期還要早一點將哥哥帶回來,在保護他的這段期間發生了許多事。這段期間,韓有賢依舊習慣性地壓抑著自己。雖然哥哥身邊礙眼的東西一個個增加,但他還是忍了下來。</p>
화염뿔사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火焰角獅也是一樣。
자신의 기승수이고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유진 곁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S급 몬스터인 주제에 성체가 되고 나서도 어린 새끼처럼 형의 품에 안겨 애정을 갈구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牠知道自己是韓誘辰的騎乘獸,也會對他有所幫助,但就是不喜歡牠黏在韓誘辰身邊的樣子。明明是 S 級魔物,成年後卻還像幼獸一樣窩在哥哥懷裡乞求關愛,這讓牠很不滿。
그 행동이 이해가 갔기에 더욱 그러했다. 사랑받으니까 좋겠지. 형을 좋아하게 되는 거야 당연한 결과겠지. 쓸모도 없는 유체화 스킬까지 익혀 커다란 몸뚱이를 억지로 작게 만드는 그 행동까지.
那行為讓她更加理解了。被愛著當然很好吧。喜歡上哥哥是理所當然的結果吧。甚至連沒用的幽體化技能都學會,硬是把龐大的身軀變小。
모두 한유현을 닮아 있었다.
他們都長得像韓有賢。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형에게 저러는 건 나뿐이었는데. 형의 일부나마 빼앗기는 것 같다는 위기감과 희미한 동질감이 동시에 들었다.
領悟到這個事實的瞬間,心情變得奇怪。明明只有我會對哥哥那樣。危機感和隱約的同質感同時湧上心頭,感覺哥哥的一部分好像被搶走了。
어쩌지. 그냥 없애 버릴까. 하지만 형이 저렇게 아끼는데.
怎麼辦。乾脆毀掉好了。可是哥那麼寶貝它。
-크르릉! ——吼!
포효와 함께 화염뿔사자의 전신이 불길로 뒤덮였다. 한유현은 날름거리는 불꽃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손을 뻗어 두터운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해칠 생각은 없었다. 단순한 서열 정리였다. 주인의 증표가 있다 하더라도 명령보다는 제 안위가 우선시되기에 한 번쯤은 확실하게 눌러두고자 함이었다.
伴隨著咆哮,火焰角獅的全身被火焰吞噬。韓有賢毫不在意地伸出手,抓住那厚實的脖頸。他並無意傷害牠,只是單純地確立地位。即使有主人的證明,牠仍將自身安危置於命令之上,因此他想藉此機會徹底壓制牠一次。
스킬도 거의 쓰지 않고 무기도 꺼내지 않았다. 한유현 자신도 부상을 입을 각오를 한 채 단순히 힘으로만 내리눌렀다.
他幾乎沒有使用技能,也沒有拿出武器。韓有賢自己也做好了受傷的準備,單純地只用力量壓制。
쿠웅!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한유현은 그대로 화염뿔사자를 내리눌렀다. 사나운 으르렁거림과 함께 앞발이 날아들었다. 칼날과 같은 발톱을 맨손으로 받아 내면 무사하긴 힘들 것이다.
轟隆!巨大身軀的怪物重重摔落在地。韓宥賢就這麼將火焰角獅壓制在地。伴隨著兇猛的咆哮聲,前腳猛地揮來。若徒手去接那刀刃般的利爪,恐怕難以全身而退。
하지만 한유현은 장비도 스킬도 없이 팔을 들어 막았다. 퍼억, 서로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한유현의 몸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뿐이었다.
但韓有賢卻在沒有裝備、沒有技能的情況下,抬起手臂擋住了攻擊。砰,隨著彼此碰撞的聲音,韓有賢的身體只是輕微地晃動了一下。僅此而已。
“……?” 「……?」
피스는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눈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이를 드러낸 채 성질을 내고 있으면서도 발톱은 감추었다. 한유현의 몸에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짓은 하지 않았다.
<p>皮斯沒有露出爪子。牠的雙眼皺成一團,露出牙齒,一臉氣呼呼的模樣,卻還是收起了爪子。牠沒有做出任何可能對韓宥賢身體造成嚴重傷害的舉動。</p>
“···너.” 「…… 你。」
주인의 안위를 걱정해서는 아니다. 한유현은 곧장 깨달았다. 피스는 한유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유현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억눌러 참았다.
主人翁的安危並非牠所擔憂。韓有賢立刻明白了。皮斯擔心的是韓有辰。皮斯知道韓有賢對牠所愛之人來說是多麼重要的存在,因此牠壓抑著自己,忍了下來。
한유현은 손을 놓고 물러났다. 피스가 전신을 크게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韓有賢放開手,往後退去。皮斯用力抖了抖全身,從地上站了起來。兩人的視線交會。
“···나도 너 못 죽여.”
「……我也殺不了你。」
-크흥 -咳哼
“그렇게까지 형을 사랑하는 거냐. 하지만 형에게는 내가 우선이다.”
「你真有那麼愛哥嗎?但對哥來說,我才是優先。」
피스가 긴 꼬리를 탁 쳤다. 그러곤 몸을 작게 줄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인간의 것처럼 뚜렷한 그 표정이 아니까 닥치라고 말하는 듯해, 한유현은 무심코 웃어 버렸다. 알고 있다니까, 뭐.
<p>皮斯甩動長長的尾巴,接著縮小身體,瞇起眼睛。那表情清晰得就像人類一樣,彷彿在說「我知道了,閉嘴」,讓韓宥賢不自覺地笑了出來。反正我都知道了嘛。</p>
“확실히, 너는 나와 같구나.”
「確實,你跟我一樣。」
피스의 세계 또한 한유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유현의 세계와 같았다.
皮斯的宇宙也由韓有辰構成。和韓有賢的宇宙一樣。
한유현의 세계에 처음으로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화염뿔사자 한 마리가 내내 혼자였던 그의 옆에 자리 잡았다.
韓有賢的世界裡,第一次出現了另一個存在。一頭火焰角獅,在他身旁坐了下來,而他一直以來都是獨自一人。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더는 비슷한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한유현의 생각과 달리 또다시 많은 일이 벌어지고.
光是那樣就已經很令人驚訝了。他沒想過還會再發生類似的事情。然而,與韓有賢的想法不同,又發生了許多事情。
어느 날 밤, 박예림이 한유현을 불러냈다. 그러곤 대뜸 손을 내밀었다.
某天晚上,朴藝琳把韓有賢叫了出來。接著,她突然伸出手。
“···뭐지.” 「……什麼啊。」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 일단은 같이 살고 있잖아.”
「意思是以後請你多多指教。反正我們現在也住在一起了。」
그러니 악수나 한번 하자며 내민 손을 흔들었다. 한유현이 여전히 무슨 헛짓거리냐는 표정이나 짓고 있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她揮了揮手,示意要握手。韓宥賢仍舊一臉「妳在搞什麼鬼」的表情,她聳了聳肩。
“나는 너 믿어.” 「我相信你。」
박예림이 말했다. 朴藝琳說道。
“짜증 나고 재수 없긴 한데, 한유현이 아저씨를 목숨 바쳐 지킬 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으니까. 그렇게까지나 아저씨를 좋아하는 부분만큼은 말이야,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해.”
「雖然很討厭又很倒楣,但韓有賢為了守護大叔,甚至不惜犧牲性命,這點是無庸置疑的。光是這點,他對大叔的愛,我就覺得他還算是不錯的傢伙。」
정 반대되는 속성에 본능적인 거리낌도 있었다. 하지만 박예림은 한유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어쨌든 나쁜 놈은 아니었고 같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도 있었다.
對於截然相反的屬性,她本能地感到排斥。但朴藝琳還是認可並接受了韓有賢。反正他也不是壞人,而且也同樣珍視著某個人。
한유현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박예림을 마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역시 박예림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악수를 했다.
韓有賢與仰望著自己的朴藝琳四目相交,隨後伸出手。他同樣也認可朴藝琳。所以他認為這種程度的接觸還能忍受,便與她握了手。
‘···어?’ 「……咦?」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한유현의 입매가 희미하게 굳었다. 손이 맞닿고 붙잡아졌는데도 참을 필요가 없었다. 한유진에게 닿을 때처럼 기분 좋은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참지 않아도 되었다.
<p>然而,這感覺不壞。韓有賢的嘴角微微僵硬。即使手碰觸到並被抓住,也不需要忍耐。雖然不像觸碰到韓有辰時那樣令人心情愉悅,但也不討厭。不需要忍耐。</p>
타인을 상대로는 처음으로. 這是他第一次對外人展現。
“뭐야, 손 안 놔?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搞什麼,還不放手?幹嘛這樣盯著我看?」
“···이상해서.” 「…… 很奇怪。」
한유현의 말에 박예림이 손을 거칠게 빼내며 인상을 썼다.
韓有賢的話讓朴藝琳粗魯地甩開手,皺起了眉頭。
“야! 너도 멀쩡하게 생긴 건 아니거든? 잘 지내 보자니까 시비를 걸고 지랄이네.”
「喂!你長得也不怎麼樣好嗎?我都說要好好相處了,你還找碴,真是夠了。」
“형이 박예림 네가 나한테 잘생긴 오―”
「哥說朴藝琳妳對我長得帥喔——」
“으아악! 악! 악! 아저씨이이! 덤벼라, 한유현! 그딴 기억 깨끗이 지워질 때까지 두들겨 패 줄 테니까!”
「呃啊啊!啊!啊!大叔!韓宥賢,放馬過來!我會把你揍到那些記憶完全消失為止!」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없애야만 한다며 박예림이 펄펄 날뛰었다. 날아드는 얼음 칼날을 가볍게 녹이고 증발시키며 한유현이 미소 지었다. 나쁘지 않았다, 정말로.
朴藝琳嚷嚷著說她必須抹去人生中最大的錯誤,氣得跳腳。韓宥賢輕輕地融化並蒸發了飛來的冰刃,露出了微笑。真的,這樣也不錯。
한유현의 세계에 한 명의 사람이 더 발을 들였다. 피스처럼 완전히 똑같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한유진을 최우선으로 두는 세계의 동포. 한유진에게 있어 한유현이 차지하는 자리를 인정해 주는 아군.
<p>韓悠賢的世界裡,又多了一個人。雖然不像和平那樣完全相同,但也差不多。一個將韓悠鎮擺在最優先位置的同胞。一個認可韓悠賢在韓悠鎮心中地位的盟友。</p>
한유진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하지만 최소한, 피스와 박예림을 상대로 인내할 필요는 없었다. 한유현은 마음껏 둘을 밀어냈고, 둘 또한 마음껏 반격하며 한유진의 무릎 위와 옆자리를 차지하려 들었다.
獨佔韓悠辰的心情依舊。但至少,他不需要對 Peace 和朴藝琳忍耐。韓悠賢盡情地推開牠們,而牠們也盡情地反擊,試圖佔據韓悠辰的膝上和身旁的位置。
“나도 아저씨와 둘이서만 외식했다!”
「我也只跟大叔兩個人單獨出去吃過飯!」
그래서 박예림에게 일을 만들어 주고 한 번 더 형과 외식했다.
於是我給朴藝琳找了點事做,然後又和哥哥出去吃了一次飯。
-끼앙! -嘰呀!
“피스야?” 「和平嗎?」
“형은 삐약이 살펴보고 있어. 피스는 내가 가서 데려올게.”
「哥,你照顧小雞。和平我會去帶回來。」
옥상 정원에서 일부러 발을 더럽힌 피스에게 불을 붙여 깨끗이 만들어 주기도 했다.
在屋頂花園,和平故意把腳弄髒,我還幫牠點火把腳弄乾淨。
“아저씨 수영복, 잊지 마라!”
「大叔泳褲,別忘了!」
한유진을 챙겨 줄 기회를 넘겨주는 건 감사히 받았다. 물론 보답 따윈 할 생각 전혀 없었다.
<p>能有照顧韓有辰的機會,我心懷感激地收下了。當然,我完全沒打算報答他。</p>
내내 혼자뿐이던 세계에 새로운 이들이 들어온 것만으로도 한유현은 안도감을 느꼈다. 혼자 자신의 세계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피스도, 박예림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한유진을 지켜 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자신처럼, 모든 것을 다 바쳐 세계를 지켜 낼 것이었다.
光是看到新的成員進入了原本只有自己一人的世界,韓有賢就感到安心。他不必再獨自一人背負自己的世界了。Peace 和朴藝琳絕不弱小。他們有能力保護韓有真。而且,他們也會像自己一樣,傾盡所有來守護這個世界。
한유현은 자연히 더욱 편하게 형에게 달라붙고 어리광을 부렸다. 한유진에게 있어서 자신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더더욱 만끽하며 자랑하듯 과시해 보이기도 했다.
韓誘賢自然更自在地黏著哥哥撒嬌。他更加享受韓誘賢對他而言,是誰都無法比擬的最優先順位這件事,甚至還得意地炫耀。
솔직하게 즐거웠다. 그 모든 것이.
老實說,我很享受這一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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