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U리그 1부 대진 추첨에서 우리 학교는 강호들이 몰린 1권역에 들었다. 나의 목표는 올해도 역시 왕중왕전 우승. 그리고 한지영 선수와 나란히 왼쪽 가슴에 국대 엠블럼을 다는 것. 우리 누나 평생의 숙원인 국보 남매 아시안게임 동반 출국의 꿈이 이뤄지는 것. 물론 누나는 내가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국가대표 바보라도 날 보물이라고 부르겠지만.
今年年初的 **U-League** 1 部联赛抽签,我们学校很不走运地被分到了强队如云的 1 区。我的目标嘛,今年依旧是问鼎王者中王战的冠军。还有就是和韩智英选手一起,在左胸前骄傲地戴上国家队队徽。实现我姐一生的夙愿——国宝兄妹一同出征亚运会的梦想。当然啦,就算我不是国家队选手,只是个国家队级别的傻瓜,我姐也会把我当成宝贝的。
3월 넷째 주 수요일. U리그 개막을 앞둔 마지막 연습 경기였다. 당장 금요일이 개최였다. 무릎 증상은 약빨인지 운빨인지 다행히도 가라앉았고 컨디션은 최상. 어릴 적 축구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날짜가 임박해 올 때, 그때에만 느낄 수 있는 묘한 흥분과 희열.
三月第四周的周三。这是 **U-League** 开幕前的最后一场练习赛。后天就是开幕式了。膝盖的毛病不知道是药效还是运气,总算是压下去了,状态绝佳。小时候喜欢足球的原因之一,就是这种感觉。临近比赛时,那种才能体会到的奇妙兴奋和喜悦。
“유쥔.” “刘俊。”
“넵.” “到!”
“오늘 왜구래?” “你今天怎么回事?”
“머가요.” “啥?”
“머 뿌렸어? 왜 땀에 절었는데 좋은 냄새가 나? 낼모레 개막이라고 여친 만나?”
“你喷了啥?怎么浑身是汗还这么香?后天开幕了,约女朋友见面了?”
“야야 유진이가 여친이 어딨어. 우리 유진이 모쏠인데 상처 주지 마.”
“哎呦喂,刘俊哪来的女朋友啊。我们刘俊还是个母胎单身,别揭人伤疤。”
“엉. 그니까. 왜 애를 놀리니. 유진인 여친 없고 누나 있어. 지영이 누나. 그치 유진아?”
“就是说啊。干嘛逗他。刘俊没女朋友,有姐姐。智英姐。对吧,刘俊?”
“네.” “内。”
형들의 장난에 긍정의 단칼을 긋는다. 이런 얘긴 더 자라나기 전에 깍뚝 잘라버리는 것이 건강에 좋다.
对于哥哥们的玩笑,我干脆利落地给出了肯定的回答。这种话题在蔓延之前扼杀掉,对身心健康都好。
연애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일제히 나를 봤다. 그리곤 헤이모쏠큐티베이비 하고 불렀다. 솔로의 삶은 어때. 쾌적해? 넓어? 형이 부러워서 그래... 맨 처음 누군가 내게 연애사를 물었을 때 그런 거 없다고 잘 모른다고 대답한 게 원인이었다. 그러나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과거를 끄집어 올리고 싶지도 않았고 장식과 위장을 할 이유도 없었다. 내 경험은 나만 알면 되는 거니까. 그 옛날, 열일곱의 한유진이 절찬 연애 중이었다는 사실은 내가 기억하면 되는 거니까. 그때 거기에 누가 있었는지는 거기에 있었던 둘만 기억하면 되는 거니까.
每次提到恋爱这个词,大家都会齐刷刷地看向我。然后喊我“嘿,母胎 solo 可爱宝贝”。单身生活怎么样啊,舒服吗?宽敞吗?哥哥羡慕死了… 第一次有人问我恋爱经历的时候,我说没有,不太懂,就是因为这个回答才落得如此境地。不过我也懒得否认。不想翻旧账,也没必要去装饰和伪装。我的经历我自己知道就行了。想当年,十七岁的韩刘俊也曾经轰轰烈烈地谈过恋爱呢,这件事我记得就好。那时候在那里的人是谁,就让当时的两个人记得就好。
마리아나 비티아즈 2. 马里亚纳 海沟 2。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영동남고 1학년 신입생 한유진.
五年前,永东男高一年级的新生韩宥真(音)。
당시 나는 ‘FC영동‘이라는 교내 축구 클럽의 주전이었다. 우리 학교는 남고로 체대 진학률도 높고 고등축구에서는 꽤 명성이 있는 학교였는데, 나는 당시를 떠올리면 ‘개망나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매일 뭐가 그렇게 신이 났었는지 미친놈처럼 머리칼을 펄럭이며 뛰어다녔다. 그냥 속에서 뻗쳐 나오는 에너지를 뜀박질로 풀어댔다. 방과 후마다 작은 경기, 때로는 큰 경기가 이어졌고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땀을 흘렸다. 경기가 끝나면 운동장 벤치에서 친구들과 또 한바탕 몸 쓰는 장난을 해댔다. 인간이 좀 차분해진 건 고2. 열여덟. 다리 부상 이후였다.
那时候,我是校内足球俱乐部“FC 永东”的主力。我们学校是男校,考体育大学的人很多,在高中足球界也算小有名气。但回忆起当时的我,脑海里浮现的只有“混世魔王”这个词。每天都不知道在兴奋个什么劲儿,像个疯子一样甩着头发到处跑。只是想把体内那股用不完的劲儿,通过奔跑发泄出来。每天放学后,不是小型比赛就是大型比赛,从睁眼到闭眼都在流汗。比赛结束后,还要在运动场边的长椅上和朋友们打闹一番,各种肢体上的玩笑。直到高二,十八岁,腿受伤之后,我这人才稍微安静了下来。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무시무시한 등짝 좀 치워 주실게요.“
“稍等,借过一下哈。我说,大佬,您那雄伟的后背能稍微让让不?”
“선배님 오셨슴까!” “前辈您来啦!” (语气要活泼俏皮一点)
방과 후 연습이 끝나면 십중팔구 한 선배가 등장했다. 기다란 팔을 휘휘 저으면서 둥그렇게 모인 축구부 인파를 가로질러 날 찾아왔다.
放学后的练习一结束,十有八九会冒出一个前辈。他总是挥舞着长胳膊,穿过围成一圈的足球部人群,径直朝我走来。
“얘들아. 우리 퍼스널 스페이스 좀 지키면서 살자. 어?”
“我说,各位。咱们都稍微注意点个人空间,好吗?”
사실상 야생 짐승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무려 작년까지 영동의 주장이었는데 2학년 겨울, 진로를 변경하며 팀을 나간 선배였다. 아주 가끔 점심시간에 볼을 같이 차주긴 했지만, 선배가 팀복을 입은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说实话,他简直就是这群野兽们(指足球队队员)的精神领袖。要知道,他去年还是永东队的主力,高二那年冬天,因为改了发展方向才退队的。虽然偶尔午休时间会一起踢踢球,但学长穿着队服的样子,还真是没怎么见过。
선배는 내 등 뒤에 들러붙어 있는 주승민을 손가락 하나로 툭 밀어 떼어내고는 그 몸에 맺힌 땀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으, 지지.
前辈用一根手指就把像牛皮糖一样黏在我背后的朱胜民推开了,看着他身上冒出的汗,一脸嫌弃地皱起了眉头:“啧,真恶心。”
큰 키가 구부정하게 수그리며 내 등 뒤에서 어깨 위에 턱을 기댄다. 새하얀 교복에 땀이 옮겨붙을 텐데도 그런 건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야 뭐 나쁠 거 있나. 땀내 나지 않는 뽀송뽀송한 교복 셔츠. 에어컨의 축복에 젖은 시원한 팔뚝. 바람이 불 때마다 진동하는 익숙한 냄새. 상탈의 승민형 보다는 확실히 쾌적한 등받이였으니까.
他个子那么高,弯腰驼背地凑到我身后,下巴直接搁在我肩膀上。白得晃眼的校服蹭上汗渍,他好像一点都不在意。我嘛,当然没什么不乐意的。不带汗味的蓬松校服衬衫,空调吹拂下凉丝丝的胳膊,还有微风拂过时飘来的熟悉味道。比起浑身檀香味儿的胜珉哥,这绝对是个更舒服的靠背。
“야. 한유진도 땀 흘렸거든?” “喂,韩宥真也是有出汗的好不好?”
“알지. 근데 승민이껀 육수. 강아지껀 이슬.”
“知道,不过胜民喝的是肉汤,小狗喝的是露水。”
선배의 노골적인 편애에 친구들은 부르르 떨었고 평소 나를 심하게 귀여워하던 선배들은 맞다맞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기도 했다.
学长这毫不掩饰的偏袒,气得我的朋友们直哆嗦,而平时就特别宠我的学长们,则是一边点头一边附和,表示赞同。
“연습 끝난 거지? 강아지 데려간다. 그리고 승민아, 넌 옷 좀 입어라. 신성한 학교에서 미풍양속 몰라?”
“练完了吧?小狗狗我带走了。还有胜珉啊,你能不能穿件衣服啊?这可是神圣的学校,注意点影响好不好?”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해. 유진아, 이 몸이 낫지 않냐. 저거 삐쩍 마른 저거보다는?”
“羡慕就说羡慕嘛,柳真啊,是不是我这身材更好?总比那个瘦得跟麻杆似的强吧?”
승민 형이 가슴을 내밀고서 갑빠를 자랑하며 휘휘 돌았다. 그러다가 그만, 울룩불룩한 몸이 내 얼굴 가까이 훅 다가왔다. 식겁해 고개를 뒤로 내빼던 찰나 승민 형의 몸과 내 얼굴 사이로 커다란 손이 슥 끼어들었다. 시야는 완전히 가려졌고 선배는 내 얼굴을 가린 채로 말을 이었다.
胜民哥挺着胸脯,炫耀着他那块头,还转了个圈。结果,他那肌肉块块的身体猛地凑到我脸前,吓得我赶紧往后躲。就在这千钧一发之际,一只大手突然插在我们之间,挡住了我的视线。前辈挡着我的脸,继续说道。
“더러워... 애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래.”
“真脏…… 孩子面前搞什么飞机呢。”
깜빡깜빡. 눈앞에 한껏 확대된 선배의 손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눈만 끔뻑이는데 내 속눈썹이 선배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는지 커다란 손이 잠시 움찔거렸다.
忽闪,忽闪。我一声不吭,只是盯着眼前被无限放大的前辈的手掌,看着上面的掌纹,不停地眨着眼睛。也许是我的睫毛扫到了前辈的手心,惹得那只大手微微颤动了一下。
“선배님 저희 오늘 회식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가실래요.”
“前辈,我们今天聚餐,要一起去吗?”
“맨날천날 같이 밥 먹으면서 토요일까지 회식은 무슨. 그리고 오늘 유진이 나랑 데이트해야 돼.”
“天天一起吃饭,周六还要聚餐?想都别想!今天可是我和宥真约好的日子。”
“우와, 왜 선배님은 맨날 유진이만 밥 사주십니까? 섭섭합니다. 저희도 입,”
“哇,为什么前辈你总是请唯珍吃饭呢?我有点难过。我也想吃。”
“웅 그랴. 주승민한테 사달라고 하구. 간다 빠잉.”
“嗯,就这样吧。你跟周承珉说让他买给你。我走了,拜拜~”
대화가 뚝 끊긴다. 저희도 입 있습니다! 야! 한유진 진짜 가? 목소리들이 서서히 멀어졌다. 앞서 걷는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 힘 있게 그러나 아프지는 않게 꽉 붙든 손목. 끌려가는 것 같지만 같이 걷는 걸음. 내 손목을 붙잡은 손을 물끄러미 내려 봤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튕겨 나가 본다.
对话突然中断了。喂,我们也有嘴巴呀!喂!韩宥真真的要走吗?声音渐渐远去。和我前面那个人保持着恰好的距离。他紧紧地抓着我的手腕,力道十足,但又不会弄疼我。感觉像被拽着走,但步伐却又像是在一起散步。我默默地盯着抓住我手腕的那只手。然后,我用很小的声音,试探性地挣脱了一下。
“어디 가는데요. 나 오늘 회식은 진짜 가야되는데...”
“你去哪儿啊?我今天这聚餐是真走不开啊……”
성큼성큼 걷는 넓은 보폭을 간격 맞춰 따르고 있으면서도 한 번 더 반항해 봤다. 괜히 그랬다.
明明努力跟上他那大步流星的节奏,还是忍不住又一次地反抗了。真是没事找事。
“형들이랑 약속했어요. 고기...” “跟哥哥们约好了,要吃肉……”
선배가 걸음을 멈추고서 등을 돌렸다.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운동장 한가운데서 먼 산을 찾아대며 두리번거렸더니 선배는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정면으로 고정시켰다.
学长突然停下脚步,转过身来。我眼神闪躲,不知道该往哪儿看,像个没头苍蝇似的在操场上乱转,恨不得把远处的山都盯出个窟窿。学长干脆用双手捧住我的脸,强迫我直视着他。
“유진아. 나 봐봐.” “宥真,看着我。”
“보고 있는데요.” “我可正看着呢。”
소음이 격리된다. 귀가 멍했다. 학교의 소리가 모두 멈춘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멀뚱히 선 채로 선배를 똑바로 바라봤다.
周围的声音都消失了,耳朵里嗡嗡作响,感觉整个学校的声音都停止了。我愣愣地站在那里,一动不动地盯着学长。
“벌써 5월이야. 우리 할 얘기 있지 않아?”
“已经五月了啊。我们之间,难道没什么话要说吗?”
신기했다. 무슨 얘기요? 되 물었어야 맞는 건데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을 어버버로 날려 먹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온 능력이었을까? 순간 나는 언어의 귀재가 되어 이 질문이 무엇을 언급하는 지, 질문 속에 숨어있는 복잡한 의미와 숨은 뜻이 무엇인지 전부 알아들었다.
真不可思议。正常情况下,我应该反问一句“什么话啊?”,但我竟然只是点了点头。难道这就是我强烈的“绝不能在历史性时刻掉链子”的意志力所爆发出的超能力吗?那一瞬间,我仿佛化身语言大师,一下子就明白了这句话背后的含义,领悟了其中隐藏的复杂意味和潜台词。
“한유진 나 좋아하지.” “韩宥珍,你喜欢我吧。”
“네. 어떻게 알았어요?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是啊。你怎么知道的?我还没来得及说呢。”
“나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 지금 다 알아듣고 있잖아.”
“我也还没说呢,你不也全都明白了吗?”
“에이.. 괜히 알아들었다. 말해줄 때까지 모른 척할걸. 듣고 싶었는데.”
“哎… 괜히 (韩语语气词,表达后悔,可惜) 明白了。早知道就装作什么都不知道,等你亲口告诉我了。好想听你说的嘛。”
난 그 선배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던 걸까. 급식실 입구를 오갈 때마다 고개를 수그려야만 하는 큰 키? 날티 하나 없이 단정한 교복?
我当初到底是着了哪个魔,就那么喜欢那个学长呢?是每次经过食堂门口都要低一下头才能通过的大高个儿?还是浑身上下没有一丝轻浮气息,板正又干净的校服?
처음엔 솔직히 좀 식겁했었다. 입학과 동시에 알게 된 어느 3학년 선배의 명성 때문에. 그다음엔 온 학교가 그 선배의 인성을 떠받드는 광경이 신기했고, 또 그다음은 꽤 자주 바뀌는 한정판 운동화들이 신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격이 제일 신기했다.
说实话,一开始我真有点吓尿了。刚入学就听说了那个三年级学长的名头,然后又亲眼目睹全校上下把他的人品捧上了天,这景象简直让我觉得魔幻。再后来,我又开始惊叹于他那一双双换得飞快的限量版运动鞋。但所有这些加起来,最让我觉得不可思议的,还是他那捉摸不透的性格。
규율에 갇힌 닭장 신세라며 풀려날 궁리만 해대는 우리 나이에 어쩌면 저렇게도 사람이 볼멘소리 한 번을 안 할 수가 있는 거지? 앗싸, 닭장 속 존잼. 어떻게 이 닭장 속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처럼 저렇게 여유롭게 살 수가 있는 건지. 이런 것도 타고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쭉 축구부였다더니 전교 등수를 달리는 건 기이하기까지 했다. 진로 선택의 기준이 보통의 우리와는 전혀 달랐으니까.
咱们这年纪,哪个不是觉得被困在笼子里,天天想着怎么逃出去?怎么就他能做到一句抱怨都没有?简直是“笼中极乐”的典范。他怎么能在这种破地方,活得像个已经实现了“买房梦”的大佬一样,这么游刃有余?难道这就是传说中的“天生自带光环”?之前一直是足球部的,成绩居然还能稳居年级前茅,简直是开了挂一样,选专业的标准也和咱们这些凡夫俗子完全不一样。
그렇게 하루 이틀 열흘. 선배 훔쳐보기가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나는 깨달았다. 호기심인지 동경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건 그냥 짝사랑의 징후야. 전조증상이지. 나한테 인사해 줬으면 좋겠고 말 걸어 줬으면 좋겠고 같이 학교 밖을 걸어보고 싶고 우연이라도 내 공차는 모습을 봐줬으면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게 어떻게 단순 호기심이야.
就这样过了一天两天十天。偷看学长这件事持续了一个月,我终于醒悟了。根本没必要纠结这是好奇还是憧憬。这就是赤裸裸的“坠入爱河”的征兆,前戏罢了。想让他跟我打招呼,想让他跟我说话,想跟他一起走在校园外的小路上,哪怕只是碰巧看到我踢球的样子也好……这怎么可能只是单纯的好奇嘛!
마주치기도 힘든 3학년을 어떻게든 마주쳐 보려고 애쓰는 동선. 스쳐 갈 때마다 의식하지 않는 척 펼쳐대는 연기. 그러던 어느 점심, 쾅! 충돌이 일었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슬리퍼 바람에 까불어 대다가 들고 있던 우유팩이 날아가 버렸는데 그게 선배 옷에 왈칵 쏟아져 버린 거다. 그것도 거뭇한 초코우유가 흰 교복에.
为了能见上那神龙见首不见尾的三年级学长一面,我绞尽脑汁设计行动路线。每次擦肩而过,都得装作若无其事,飙演技。结果,终于在某天中午, “咣”的一声,撞上了!课间休息的时候,我穿着拖鞋在走廊里撒欢儿,结果手里的牛奶盒直接飞了出去, “哗”的一下全洒在了学长身上。还是黑乎乎的巧克力牛奶,淋了他一身白校服。
하필 그때 그 선배가 왜 1학년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는지 참 의문이었지만, 난 너무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 지껄였다. 제 교복 드릴게요. 가지셔도 돼요. 어차피 전 잘 안 입어서... 선배는 얼룩보다도 속에 받쳐 입은 흰 티까지 물든 우유 향기를 견딜 수 없었는지 내 사죄를 그 자리에서 선뜻 받아들였다.
我到现在都想不明白,当时他怎么会那么巧地出现在一年级的走廊里。但我当时已经慌到语无伦次了:“我的校服给您!送给您都行!反正我也不怎么穿……” 学长可能是实在忍受不了那比污渍更可怕的牛奶味儿,连带着里面的白 T 恤都“惨遭毒手”,所以立刻“忍痛割爱”地接受了我的道歉。
사이즈가 좀 작은 듯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단추는 잠기더라. 선배는 나 오늘 패션 죽이지 않냐며 복도를 활보하며 웃었다. 더 웃긴 건 우리 학교 명찰은 탈부착이 아닌 자수 박제라서 선배는 그날 하루 종일 내 이름 한유진을 가슴팍에 달고 다녔다. 사람들이 뭐냐고 물으면 한유진이요. 이름 되게 예쁘죠. 넉살 좋게 받아치기까지 하면서.
感觉是小了点,不过还好,扣子总算能扣上。前辈还得意洋洋地在走廊里走来走去,笑着说我今天的时尚感是不是爆棚。更搞笑的是,我们学校的铭牌是刺绣上去的,没法拆卸,所以前辈那天一整天都胸前挂着我的名字“韩宥真”。别人问他是什么,他就回答“韩宥真”,还嬉皮笑脸地说“名字很漂亮吧?”。
다음 날 돌려받은 교복에선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그 교복을 꽤 긴 기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조례 시간에만 잠깐 걸쳐 입고는 곧장 벗어두었다. 그게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다.
第二天,还回来的校服上带着一股特别好闻的味道。我把那件校服在书包里放了很久。只有早会的时候才 잠깐 穿一下,然后马上就脱下来。这就是我们缘分的开始。
이후로 선배는 멀리서도 내가 보이면 소리치며 뛰어왔다. 한유진! 한유진이다! 어느 날엔 매점 우유를 깔별로 사다 주기도 했다. 던지지 말고 꼭 마셔주기. 다른 사람한텐 교복 양도하기 없기. 그리고 뭣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나랑 같이 뛰어주었다는 거. 풋살을. 운동장을. 또 급식실 그 전쟁터를.
从那以后,学长只要远远地看到我,就会大声喊着跑过来。“韩宥真!是韩宥真啊!” 有一天,他甚至把小卖部里所有颜色的牛奶都买了过来,还特别叮嘱我:“一定要喝掉,不许扔啊。校服也不许给别人。”
不过,最让我心动的,还是他一有空就陪我一起跑。一起踢 **Futsal**,一起在操场上狂奔,甚至还一起冲进食堂,抢那像战场一样的午饭。
운동장 스탠드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 뜀박질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골을 넣으면 소리소리를 질러댔다. 한유진! 멋지다, 유진아! 어찌나 시도 때도 없이 내 이름을 불러대는지 전교생이 나를 '1학년 4반 축구부 걔'가 아닌 한유진으로 부르게끔 만들어 버렸다. 누군지도 모르는 선배가 유진아 안녕? 하고 지나갔다. 배식 중 소시지 하나만 더 주세요 하면 이모님께서는 윙크를 날려주시며 많이 먹어 유진이. 라고 하셨다.
她会盘腿坐在运动场看台上,欣赏我跑步的身姿。每当我进球,她都会声嘶力竭地呐喊:“韩宥真!宥真真棒!” 她时不时地叫我的名字,搞得全校都开始叫我“韩宥真”,而不是“一年级四班足球部的那个谁”。 甚至还有不认识的前辈会笑着跟我打招呼:“宥真啊,你好!” 排队打饭时,我撒娇多要一根香肠,食堂阿姨会朝我眨眨眼,笑着说:“多吃点,宥真!”
한유진 나 좋아하지. 韩宥 진,她肯定喜欢我。
나도 한유진 엄청 좋아하는데. 我也是超喜欢韩宥真!
고백 이후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공부가 적성이라며 진로까지 바꾼 고3 선배와 1학년 축구부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도 주말에는 꼭 형의 독서실 앞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가끔은 저녁을 같이 먹었고 일요일 트래킹을 핑계로 남산 꼭대기에서 삼각 김밥을 조식으로 먹는 날도 있었다. 남산을 뛰는 날에는 시멘트 공장같이 생긴 카페도 갔다. 테이블 아래서 손도 잡았다. 대체 숨기고 싶은 건지 들키고 싶은 건지. 창가 자리였는데. 바보들. 그러다가 형의 시험 기간이나 내 경기가 있는 날에는 늦은 밤 서로의 귀갓길 안심 서비스로 만족해야 했다.
表白之后,好像也没什么特别的变化。毕竟,一个是因为学习是真爱,连未来规划都改了的高三学长,和一个一年级的足球部部员,能有多少时间见面呢?
不过,周末倒是雷打不动地会一起在学长自习室门口吃午饭。偶尔也能一起吃个晚饭,有时候还会找借口说去南山“徒步”,然后俩人在山顶啃三角饭团当早饭。在南山跑步那天,还会去那个像水泥厂一样的咖啡馆。还在桌子底下偷偷牵手,真是不知道是想藏着掖着,还是巴不得全世界都知道。明明还是窗边的位置呢,两个傻瓜。
再后来,赶上学长考试,或者我有比赛的时候,就只能在深夜互相提供“安全到家”服务来慰藉相思之苦了。
오밤중에 아파트 단지 으슥한 흡연구역에서 키스도 했다. 벤치에 앉아서 했는데 키 차이 때문이었는지 나는 거의 선배 품에 파묻힌 채로 키스를 받았다. 그 이후로부터 내가 혼이 좀 나갔던 거 같다. 열일곱 신체의 본능적인 욕구와 왕성한 감수성이 결합해 관계가 급속도로 깊어졌다. 감정의 잠복기가 지난 것이다. 신체 접촉이 늘어났고 그때마다 바지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꾸 신경 쓰였다. 쾌감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감정도 기형적으로 폭발했다. 선배가 나 아닌 다른 누구와 다정히 말을 나누어도 속이 긁혔다.
午夜时分,在公寓小区隐蔽的吸烟区,我们还接吻了。就坐在长椅上,可能是因为身高差,我几乎完全被前辈抱在怀里接受着亲吻。从那之后,我的魂儿好像就丢了。十七岁身体的本能欲望,加上旺盛的感受力,让我们的关系迅速升温。情感的潜伏期已经结束了。肢体接触越来越多,每次我都忍不住在意裤子里发生的那些事。对快感的的好奇心也越来越强烈。感情也像畸形了一样爆发。前辈要是和其他人亲切地说话,我心里就跟猫抓似的难受。
“쳇. 공부하러 간 독서실에서 고백을 받아오다니. 피...”
“啧。去自习室学习,结果被人告白了。真是……败了……”
나도 모르게 삐죽 튀어나온 애교에 선배는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미안여. 실수에요. 입 싹 닫고 표정을 바꾸는데 선배의 귀가 벌게지는 것이 보였다.
我不自觉地撒了个娇,话说出口我就后悔了,看着前辈对着空气一顿乱捶,我赶紧装傻:“对不起啦,失误失误!” 立马闭紧嘴巴,换上一副正经脸,但还是眼尖地看到前辈的耳朵都红透了。
“뭐야. 혹시 이런 거 좋아해요? 피이... 이거?”
“哎呦?难道前辈就好这口? 噗... 这种的?”(语气中带着调侃和一丝挑逗)
“아아 그만.......” “啊... 别这样......” (带着一丝娇嗔,又好像有点承受不住)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얼굴을 잔뜩 클로즈업시키고 아랫입술을 쭉 내밀어 한 번 더 했다. 지나친 내 애교에 입이 떡 벌어져 버린 선배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려고 하길래 팔을 꽉 붙들었다. 그리고 급발진. 나는 전에 없던 갖은 깜찍을 떨어댔다.
恶作剧心大起,我坏笑着把脸凑得更近,撅起下嘴唇又来了一遍。
大概是被我这过分的撒娇给震住了,前辈惊讶地张大了嘴,还想偷偷往后退,我眼疾手快地一把拽住他的胳膊。然后,火力全开!我使出了浑身解数,各种卖萌撒娇,简直前所未有。
후웅.. 이참에 걍 내가 독서실 확 부셔버려야게따.
呼… 要不干脆趁这个机会,我把这破自习室给拆了吧。
“제발 유진아, 형 살려줘........” “拜托了,柳真啊,救救我,哥快不行了……”
먼저 몸을 붙여오는 건 늘 선배였으면서 정작 내가 먼저 바짝 다가가면 꼭 한 걸음 물러났다. 자긴 이래서 귀여운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면서.....
明明总是前辈先靠过来的,结果我稍微主动靠近一点,他反而立马退后一步。还说什么最怕我这种可爱鬼……
소름 끼치게 낭만적인 밤을 보낸 주말도 있었다. 태훈이네서 자고 올게요. 시험공부요. 옆 동 사는 친구를 팔아 형의 집에 머물렀다. 해외 출장이 잦은 형네 부모님이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워주셨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큰 집에 단둘이 앉아 학교얘기 축구얘기 학교에서 축구 한 얘기를 나누다가 영화를 틀었다. 아빠 다리로 소파에 앉은 나. 내 허벅지를 베고서 길게 누운 형. 알콜 대신 탄산. 안주로는 감탄분식 커플 정식. 거실 벽 초대형 스크린에 틀어놓은 영화는 러닝 타임 최고 권위자 해리포터. 내용은 잘 모름.
也有过那种浪漫到起鸡皮疙瘩的周末。我跟家里说去泰勋家过夜,说是要一起复习考试。实际上是拿住在隔壁楼的朋友当挡箭牌,跑到了哥的家里。因为哥的父母经常出国,这次也要出差一个星期,家里就空了出来。我们两个人孤零零地坐在那么大的房子里,先是聊学校的事,又聊足球的事,最后还是绕回了在学校踢足球的事儿,然后就打开了电影。我盘腿坐在沙发上,像个小老爸似的。哥就那么枕着我的大腿,长长地躺了下去。没有酒精,只有碳酸饮料。下酒菜是感叹小吃店的情侣套餐。客厅墙上的超大屏幕放着电影,还是时长界的扛把子——哈利波特。至于内容嘛……基本没看进去。
“유진이 넌 축구 진짜 잘해. 시야도 넓고, 실수도 잘 없고, 부지런하고. 이미 뛰고 있으면서 더 부지런 떠는 게 난 그렇게 어렵던데. 울 한유진은 그걸 해.”
"宥辰,你踢球是真的厉害。视野开阔,很少失误,还特别勤奋。明明已经在跑了,还能更勤奋,我做起来就特别难。我们宥辰就能做到。"
갑작스러운 칭찬에 내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자 선배는 이때다 싶었는지 나도 몰랐던 내 장점까지 줄줄 쏟아냈다. 뭔 사탐 외우듯 달달달. 아아 이제 그만 제발 그만. 결국은 입을 틀어막아 버렸더니 내 손바닥에 입술을 붙이고서 쪽쪽거렸다.
突如其来的夸奖让我不知所措,愣在那里一句话也说不出来,前辈像是抓住了机会,连我自己都没发现的优点都噼里啪啦地往外倒,跟背社会科目的考点似的,简直是倒背如流。啊啊,饶了我吧,求你别说了!最后我实在受不了,捂住了他的嘴,他居然就势在我的手心上亲了起来,还“啵啵”作响。
“이렇게 공부를 하면요. 네?” “要用这种方式学习吗?嗯?”
“응.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전교 등수 먹는 거잖아.”
“当然。我就是靠这种方法学习,才能在全校拿到名次的啊。”
“아..... 맞다.” “啊...... 对哦。”
염치없지만, 7월 초여름의 남의 집 거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로 잠시 눈을 감았다.
虽然有点不好意思,但七月初夏,窝在别人家的客厅里,感觉真是好到不行。我整个人陷在沙发里,舒服地闭上了眼睛,简直不想动弹。
“이 속에 뭐가 들었쪄. 유지니 속마음 해저 이만리. 완전 마리아나 비티아즈. 대체 그 속에 뭐가 살어?”
“这小脑袋瓜里都装了些啥呀。柳真你这心思深得,简直就是海底两万里啊。完全是马里亚纳海沟的维提亚兹海渊级别了。 里面到底住着些什么东西啊?”
“응? 머라고? 못 들었어요. 비티...뭐요?”
“嗯?你说什么?没听清。维提...什么呀?”
“마리아나! 비티아즈!” “玛丽安娜!维тязь!” (这里保留原文音译,因为无法得知具体语境,可能是人名或地名)
“그게 뭔데요? 혹시 마법 거는 주문이에요?”
“那是什么玩意儿? 难道是下咒的咒语?”
선배는 푸하학 웃더니 또다시 내 가슴 앞에 양손을 내밀곤 허우적대며 헤엄치는 시늉을 했다. 해리포터의 영향인가보다 싶어 별 반응 없이 그냥 선배를 빤히 쳐다봤다.
学长“噗哈”一声笑了出来,然后又一次把双手伸到我胸前,像游泳一样划拉着。我心想,估计是哈利波特看多了吧,也没啥反应,就那么直勾勾地盯着他。
“아 요즘 너무 빠졌나. 이딴 드립만 나오네.”
“哎呀,最近是不是太沉迷了?怎么满脑子都是这种烂梗啊。”
솔직히 그땐 단어를 정확히 듣지 못해서 해리포터 흉내 내기거나 내가 모르는 축구선수 이름인 줄 알았다. 둘 다 새벽 기운에 몽롱하게 취해버린 정신 나간 새벽이었으니까. 그런가보다 넘어가려는데 선배는 그때부터 뜬금없는 해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본인은 이쪽 공부가 너무 재밌다며. 거길 탐험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온 지구에서 단 세 명뿐이라고. 거기엔 상식을 벗어난 괴상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데 궁금하지 않냐고. 근데 참고로 수능에 이딴 건 안 나온다고.
说实话,当时我真没听清那词儿,还以为他在模仿哈利波特,或者是在说什么我不认识的足球运动员的名字。毕竟那会儿俩人都被凌晨的困意搞得晕晕乎乎的,跟神经病似的。本来我都打算“哦,这样啊”就过去了,结果前辈突然开始莫名其妙地讲起了海底世界。他说自己对这方面的研究简直太着迷了,还说立志要去探索那片领域的人,全地球也就只有仨。那里生活着超出常识的奇形怪状生物,难道我不好奇吗?他还补充一句, “不过友情提示,高考可不考这些啊!”
“아마 내가 사는 시대에서는 영원히 모르겠지? 거기 뭐가 있는지.”
“或许我这辈子都无缘得见了? 那里头究竟有什么呢。”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거기 사는 것들만 알면 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존재들이 치고 들어오는 거 싫을 거 같은데.”
“那里面有什么,不就是住在那儿的家伙们自己知道就行了吗?肯定不喜欢其他东西闯进去吧。”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지.” “是吗? 也说不定呢。”
“어차피 거기 분들은 물 밖이 있는 줄도 모를 거 같은데...요....”
“反正他们那些人,感觉就像井底之蛙一样,根本不知道外面还有个花花世界吧……大概……”
“역시 우리 유지니. 궁금해 죽겠다는 인간한테 그쪽 사시는 분들의 입장을 대변하다니. 깊어. 내가 이래서 널 예상을 못 해. 궁금해 죽겠어.”
“果然还是我们柔珍(音译,Yujini)。明明有人都好奇得要死了,你却跑去替那边的人说话,想得真周到。真是深藏不露啊,我就是猜不透你。真是好奇死了。”
그러면서 내 가슴 쪽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또 손을 팔랑이며 물살 가르는 시늉을 했다. 이 형 오늘 왜 이래. 싶으면서도 나는 팔을 벌렸다. 헤엄치길래 들어오시라 맞장구쳐댔다. 둘 다 취한 밤이었다. 키스 없이는 버티지 못할 순간. 이전과는 달랐던 깊은 입맞춤.
他突然把脸埋进我的胸口,手还不安分地比划着,像是在水里扑腾。这哥今天怎么回事啊? 虽然心里嘀咕,但我还是张开了手臂。他要“游泳”,我就顺势配合,让他“游”进来。
那晚,我们都喝多了。在那样的气氛下,没有亲吻根本熬不下去。那是一个与以往不同的,深深的吻。
그날 우리는 많은 걸 시도했고 나는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那天我们尝试了很多,而我什么都没有拒绝。
그 밤에 벌어졌던 일들. 심해생물에 관한 대화와 해파리 같은 행동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버렸다. 내 맨살에 남의 살이 닿을 때의 온도도 알아버렸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내 뜀박질을 지켜보고 있는 형을 확인한 뒤, 미친 듯이 질주해 골을 넣었다. 세리머니로는 형이 했던 그 행동을 고대로 따라 했다. 형이 앉아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수영하는 물개처럼 양손을 팔랑팔랑 휘저었다. 내 세리머니에 운동장 스탠드 돌바닥에서 미친 듯이 굴러다니며 웃는 형을 보며 살짝 현타가 왔지만, 하고 싶은 표현을, 얼마든지 해도 되는 짓들을 속으로만 시물레이션 해대며 사는 것보단 덜 쪽팔렸다. 이러다 내 입에서 불쑥 형 사랑해요 하는 날 곧 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상상을 떠올림과 동시에 나는 으악! 이런 미친! 전방에 고함을 질렀다. 수업 시간이었는데. 지구과학 시간이었는데. 교실 전체가 일동 나를 주목했다. 죄송합니다. 얘들아 미안. 한유진 책 들고 뒤로 나가. 옙.
那晚发生的事,关于深海生物的对话,还有像海蜇一样的举动,都清晰地印在脑海里挥之不去。我也记住了皮肤相触时的温度。也许就是因为这样吧。我确认哥哥在看着我奔跑后,便像疯了一样冲刺,进了球。庆祝的时候,我完全模仿了哥哥之前的动作。我转向哥哥坐着的方向,像游泳的海豹一样挥舞着双手。看到哥哥在我庆祝的时候,在运动场看台的石板地上疯狂打滚,我稍微有点无语,但总比只敢在心里模拟那些想做、可以做的举动要好多了。我甚至觉得,说不定哪天我会突然脱口而出“哥,我爱你”。想到这里,我忍不住惊呼:“呃啊!我疯了吗!”糟糕,现在是上课时间,地球科学课啊!整个教室的人都齐刷刷地看向我。“对不起,同学们,抱歉。”“韩宥镇,拿着书出去后面站着。”“是。”
고딩의 첫 여름 방학은 빨리도 찾아왔다. 고등학교가 이렇게 즐겁고 좋은 거였다니. 그래도 조금은 더 볼 수 있는 날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랬는데.
高中生的第一个暑假来得真快啊。高中生活竟然这么开心美好。还想着能多见她几天呢,结果……
소식은 언제나 불시에 날아온다. 뒤통수를 빡 치며 온다.
消息这玩意儿,总是冷不丁地就冒出来,冷不防地给你后脑勺来一下子,真他妈刺激。
“갑자기 무슨 유학이세요. 어딜 간다는 건데요.”
“怎么突然就要去留学了?这是要去哪儿啊?”
내가 세워본 미래에 대한 리스트 항목은 열댓 개쯤 됐다. 형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스카이겠지. 그럼 난 U18에 반드시 발탁돼서 따라가자. 뭐가 되든 형은 안전한 길을 걸을 테니 빠르게 따라붙자. 이와 같은 많은 대안이 있었다. 그러나 유학... 이런 건 내 상상 어디에도 없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섭섭한 마음에 나는 남의 앞길에 대고 투정을 쏟아냈다. 싫어요. 안 돼요.
我列出的未来清单,大概有十几项。不出意外的话,哥肯定能上 SKY(大学)。那我必须得入选 U18,紧随其后。不管怎样,哥肯定会走一条稳妥的路,我要赶紧追上他。诸如此类的 PlanA,B,C…有很多。但是留学...这种事,完全不在我的设想之中。那一瞬间,我太慌了,心里又委屈,忍不住对着他的前程撒泼耍赖:“不要!不行!”
씨알도 안 먹히는 짓.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형의 확고한 눈빛. 나락으로 떨어진 열일곱 한유진의 자존심.
这招根本不管用。哥哥的眼神坚定,一丝动摇都没有。十七岁的韩宥辰那点可怜的自尊心,彻底跌入了谷底。
알겠어요. 잘 가요. 知道了,拜拜。
선배는 참 친절하게도 출국 날짜와 시간, 비행기 편명까지도 알려줬지만, 나는 출국 이틀 전 새벽 우리 집 앞에 죽치고 서 있던 선배에게 했던 인사를 마지막으로 돌아섰다. 꾸벅 허리를 접어 안녕히 계세요 였던가, 안녕히 가세요 였던가. 형의 앞에서 주눅 들고 싶지 않았다. 어설픈 약속이나 기약도 싫었다. 확실하고 과감한 단절만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냥 각자의 인생이었다.
前辈真是好心,连出国日期、时间和航班号都告诉我了,但我还是在出国前两天凌晨,跟堵在我家门口的前辈告别后,头也不回地走了。当时是弯着腰说了“您走好”还是“再见”来着?我不想在他面前示弱,也不想说什么模棱两可的约定。我只觉得,只有彻底、果断地断绝关系,才能保护我自己。就当是各自的人生吧。
[연락할게 유진아] “我会联系你的,柳真。” (这语气,啧啧,感觉故事要开始了啊!)
[유학이 아니고 유배인 게 쪽팔리긴 하지만]
[虽然说是留学,但其实是被流放,想想还是有点丢脸]
[그래도 연락할게] [即便如此,我还是会联系你的]
유배? 단어의 뜻은 알았지만, 당시에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당연히 없었으므로 나는 그것이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형의 출국 날, 등신같이 줄줄 흐르던 눈물의 짠맛을 느끼며 그제야 뒤늦게 검색 창에 ‘유배’를 쳐봤다.
流放?这词儿我懂是懂,但那时候哪会想那么多,只觉得是个借口。直到哥哥要走那天,我像个傻子一样哭得稀里哗啦,尝到眼泪的咸味儿,才后知后觉地在搜索栏里敲下了“流放”两个字。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원근의 등급이 있다.’
“罪过这玩意儿,也分个轻重缓急,论个远近亲疏。”
유배의 최고 무서운 등급은 삼천리. 미국이면 대략 만 킬로미터. 그럼, 형의 유배는 삼천리는 고사하고 삼만리쯤 된다는 뜻인데.... 형은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流放最恐怖的级别是三千里,换算成美国距离大概是一万公里。这么说,哥哥的流放,别说是三千里了,怕是有个三万里那么远了吧…… 哥哥到底犯了什么滔天大罪啊?
연락은 가을에도 겨울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오지 않았다. 3월쯤인가 +1(714)로 시작하는 이상한 번호가 부재중 기록에 남아있긴 했는데 스팸이려니 넘겼던 그 번호를 수상하게 여긴 것은 한참 뒤였다. 혹시... 하는 느낌에 통화 버튼을 눌러봤지만 신호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로는 수상한 번호조차 오지 않았다.
整个秋天、冬天,甚至第二年,都没有他的消息。大概三月份的时候,手机上出现了一个 +1(714) 开头的奇怪未接来电,我当时以为是垃圾电话就没理会,过了好久才觉得不对劲。隐隐有种预感,试着拨回去,却怎么也打不通。从那以后,就连这种奇怪的号码,也再没出现过了。
나는 2학년 5월. 부상을 당했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냥 그해 봄 흥행에 성공한 한 영화의 포스터가 소름 끼치게 싫었을 뿐. 바다 밑에 사는 인외 존재의 사랑 이야기라니. 세상이 날 놀리는 것만 같았다.
我二年级五月,受了点伤。这事儿怪不着谁。就怪那年春天一部票房大卖的电影海报,让我看着浑身不舒服。海底人外恋?感觉这世界都在嘲笑我。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었다.
哇,这都已经是五年前的事儿了啊!
* * *
“수고하셨습니다!” “辛苦啦!”
우렁찬 인사 소리가 공중 높이 퍼진다. 하여튼 목청은 전부 국대였다. 선수들끼리의 인사를 마치고 라커로 들어가 얼른 짐을 챙겨 나오는데 뒤통수가 따가웠다.
响亮的问候声在空中回荡,这嗓门,个个都是国家队级别的!队员们互相寒暄完毕,我赶紧溜回更衣室收拾东西,总感觉后背有点发毛。
“저 봐. 한유진 오늘 수상해.”
“快看快看,韩宥真今天有点不对劲啊。”
“그니까. 가방 메고 거울을 다 보네.”
“可不是嘛。背个包还对着镜子左照右照的,臭美呢。”
“저거 분명히 뭐 있어.”
“我敢肯定,这事儿绝对有猫腻。”
반박은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그리고 틀린 말도 없었다. 머리에 뭘 바른 것도 맞고, 옷에 뭘 뿌린 것도 맞고, 평소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쓴 것도 맞았다. 나는 형들에게 배시시 웃어 보인 뒤 얼른 라커룸에서 탈출했다.
反驳就是浪费时间。而且他们说的也没错。我确实往头上抹了东西,衣服上也喷了香水,今天的穿着也比平时更用心。我对着哥哥们傻傻一笑,赶紧逃离了更衣室。
“안녕하세요.” 你好。
“왔어요?” “来了?”
“오래 기다리셨죠.” “让您久等了吧。”
“아니요. 그냥 바람 쐬면서 학교 구경하고 그랬어요.”
“没有啦。就吹吹风,随便逛逛学校而已。”
“죄송해요. 경기는 보셨어요?” “不好意思哈,比赛看了没?”
“후반은 다 봤어요. 진짜 잘 뛰더라고요. 시야도 넓고 실수도 없고 부지런하고. 무릎도 많이 좋아진 거 같던데요.”
“下半场我全看了,跑得真叫一个卖力!视野开阔,没啥失误,还特别勤奋。感觉膝盖也恢复得差不多了,看着状态挺好。”
[유진이 넌 축구 진짜 잘해. 시야도 넓고 실수도 없고 부지런하고. 이미 뛰고 있으면서 더 부지런 떠는 게 난 그렇게 어렵던데. 울 한유진은 그걸 해]
[柳真,你足球踢得真好。视野开阔,零失误,还特别勤奋。明明已经在跑了,还能更勤奋,对我来说真是太难了。我们韩柳真就能做到这一点。]
누군가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만 같다. 아니면 그때 누군가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버린 건가? 아무것도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나의 무모함. 열일곱의 연애.
感觉好像有人按下了倒带键一样。或者说,那时候有人按下了快进键?因为什么都不知道,所以才能做到。我的鲁莽,十七岁的恋爱。
“형.” “哥。”
“......” “……”
“나 언제까지 모른 척해야 돼? 우리 할 얘기 있지 않아?”
“我到底要装傻到什么时候?我们之间难道没有什么要说的吗?”
목이 뜨겁다. 목구멍은 간질거리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사실 나 오랫동안 김규빈이 정말 미웠는데, 막상 김규빈 앞에 다시 서고 나니 이번엔 내가 미웠다.
嗓子眼儿烧得厉害。喉咙里痒酥酥的,拳头也攥得紧紧的。说实话,我恨金 규빈 (Kim Gyu-bin) 很久了,可真当再次站在他面前时,这次反倒是我自己恨自己了。
“의사가 될 줄은요.” “谁能想到我会当医生呢。”(语气中带着一丝命运弄人的感慨)
“......” “……”
“누나 결혼식에서 할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은 긴가민가한 것도 맞고요. 그러다가 매형한테 이름을 들어버렸고... 난 또 그걸 확인하겠답시고 중식당에 나갔어요. 근데 형이 말을 안 놓길래 정말로 기억을 못 하는 건지 가족들 때문에 그런 건지 솔직히 혼란스러웠지만... 혹시 내가 불편한가 싶어서 나도 그냥... 모른 척했는데. 그래도 오늘 날 보러 온다길래 오늘은 아는 척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인사라도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왜 계속 이러는 건데요. 나는 이런 거 더는 못하겠어요.”
“我总觉得,这种话不该在姐姐的婚礼上说。太突然了,说实话,我也有些摸不着头脑。后来,姐夫叫出了我的名字…… 我也不知道是哪根筋搭错了,竟然跑去中餐厅确认。可是哥你一直没跟我说敬语,我真的搞不清楚,你到底是真忘了,还是因为家里人的缘故…… 说实话,我当时脑子一团乱麻,还以为我是不是让你不舒服了,所以我也就……装作什么都不知道。可你今天明明说要来见我,我以为今天总可以装作认识了吧?至少会打个招呼吧?但你为什么一直这样啊!我真的受不了了,玩不起这种游戏了。”
“...무슨.” “...什么?”(语气可以根据上下文理解为疑惑、不解、或者带着点不相信)
“나 반성 많이 했어요. 왜 유학이 아니고 유배였을까. 혹시 내가 그때 고삐 풀린 망아지 새끼처럼 굴어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연락한다더니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전화 한 통이 없었을까. 그러다가 나중에라도 연락 왔었을 때, 그때라도 받을걸.”
“我真的反省了很多。为什么感觉那不是留学,而是流放呢。是不是因为我那时像脱缰的野马一样,做了什么错事?明明说好会联系的,为什么那么久连个电话都没有?就算之后联系我了,当时要是接了就好了。”
내 말을 듣는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어떤 불안감이 휘몰아쳤다.
听着我的话,哥的表情不太对劲。突然,一种不安感席卷而来。
“왜 아무 말도 안 하는데.”
“怎么一句话都不说?”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어서요.”
“……你说的啥玩意儿,我一句都没听懂。”
“......” “……”
“미안해요 유진 씨. 혹시 우리가 오래 전에 알던 사이였나요?”
“对不起,柳真小姐。我们…以前是不是认识?”
“....뭐라고요?” “……你说什么?”
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하는 기색도 보였다.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게 내 생각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한 듯 보였다.
哥哥脸上露出了为难的表情,带着歉意。他用手摩挲着嘴唇,似乎在思考着什么,但那绝对不是我希望听到的答案。
“마리아나. 비티아즈.” “马里亚纳,维季亚季兹。”
해리포터에는 안 나오는 마법 주문. 그땐 뜻도 의미도 잘 몰라 장난으로 넘겨버렸던 이상한 말. 둘 중 누구도 잊을 리 없는 그 밤의 암호를 꺼내본다. 그런데,
哈利波特里绝对不会出现的魔法咒语。那时候还小,根本不懂什么意思,就当玩笑过去了的那些奇怪的话。我们俩谁都不会忘记,那个夜晚的暗号,现在又被翻了出来。然而……
“....유진 씨.” “……裕珍。” (语气稍微停顿,带着点试探或者欲言又止的感觉)
모른다. 不知道。(或者:我不知道。)
조금도 웃지 않는다. 김규빈이 열일곱의 한유진을 모른다.
他一点都没笑。金규빈不认识十七岁的韩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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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의 댓글 91 条评论
이래서마리아나비티아즈가레전드라는거구나..왜이제야읽었을까진짜미쳤다
뭐야??뭐야???????미친이게뭐야??????????영웒히 뭐야만 외침
1화로 다시 빽하는 마술
이이게이이게이게무슨(게이아님)
그냥 댁아리만 박박 때리고있어요....
ㅁㅊㅁㅊㅁㅊ
개껌에 뭐가 들었던 거야 ㅜㅜ
그냥 미쳤군아...
이거미친거야....
말도안돼예상1도못했는데
이거말도안돼.....
🥹🥹🥹🥹🥹
와미친 ㅇㄴ 김규빈이라고 생각하고 읽질 않았어서 소름이 쫙 돋아요 ㅁㅊ 처음부터 다시읽으러감 ㅇㄴ 시험 이틀전인데 망함 와 아니왜 마티즈가 ㄹㅈㄷ라그러는지알았어요 엄마감사합니다
이거진짜자꾸생각나요..
마약뿌랴두샷나요
아악미친
난다고레.................
설마설마설마했는데.. 와 처음부터 다시 읽으러 갑니다
와미친것같은데 이걸 이제읽네 와 와 아니 미쳤네
엄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머선일이고
허얼 대박 미친
浩池
이걸내가왜이제야봤지규빈아정신차려!!!
뭐야? 에반데...... 미친아...... 2화 읽자마자 왜 트위터에서 다들 울부짖는지 바로 이해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