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티 타임 256 話 茶會
“네? 유진 씨!” 「您、您說什麼?宥辰先生!」
노아가 깜짝 놀라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그마도 포크질 하던 것을 멈추었다. 반면에 유현이와 문현아는 잘 모르는 건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諾亞驚訝得從座位上跳了起來。席格瑪也停下了叉子的動作。反觀宥賢和文賢雅,則是一臉疑惑,似乎不太明白。
“각인받기 싫다고 하더니.” 「你不是說不想被刻印嗎?」
“그쪽과 연결되는 각인 말입니다. 노아 씨는 그 각인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요?”
「您說的是和您連結的刻印嗎?盧亞先生知道那個刻印嗎?」
“…예. 전체는 아니고, 3분의 1 수준은 메드상에서는 곧잘 시술하곤 합니다. 저도 목 뒤부터 날개뼈 사이까지 각인이 새겨져 있고요. 하지만 보통 사람에겐 거기까지가 한계예요. 치유계 가드들을 동원한다더라도 그 이상은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是的。雖然不是全部,但三分之一的程度在梅德商會中是經常施行的手術。我的刻印也刻在從脖子後面到肩胛骨之間。但對一般人來說,那裡就是極限了。即使動員治癒系守衛,再多也會危及性命。」
“형!” 「哥!」
유현이가 탓하듯 소리치고 문현아도 눈살을 찌푸렸다.
劉賢像是在責怪般地大喊,文賢雅也皺起了眉頭。
“몸 좀 아끼시지, 한소장님. 동생도 걱정하잖아.”
「韓所長,您也該愛惜身體了。您弟弟也很擔心您啊。」
“여분 목숨이 있으니까 하겠다는 거예요. 유현아, 나는 밖으로 나가서도 계속 적용이 되는 거잖아. 그러니 기회를 놓치기 너무 아까워서 그래. 당장 내 몸에 부담이 가긴 해도, 마력 제어능력이 올라가면 이후로는 더 안전해질 수도 있으니까. 스킬 활용도도 높아질 거고 어쩌면 등급 상승도 가능해지겠지. 내 스탯으로 상급 스킬 등급 올리는 거, 원래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잖아.”
「因為還有多餘的性命,所以才想這麼做啊。宥賢啊,我出去之後也還是會繼續適用這個能力吧。所以錯過這個機會實在太可惜了。雖然現在我的身體會感到負擔,但如果魔力控制能力提升了,之後說不定會更安全。技能的活用度也會提高,甚至有可能提升等級。以我的能力值要提升高級技能的等級,原本就是幾乎不可能的事啊。」
스킬을 계속 사용해서 익숙해지면 등급이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내 보잘것없는 마력 스탯으로는 중급 스킬만 되어도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킬의 움직임, 마력의 흐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持續使用技能並熟練之後,等級就會提升。但以我那微不足道的魔力能力值,即使只是中級技能,要熟練本身就是不可能的事。因為我無法好好感受技能的運作和魔力的流動。
“은신 스킬이 한 등급 더 오르게 되면 유사시에 몸을 피하기 얼마나 쉬워지겠어.”
「如果隱身技能再提升一個等級,在緊急情況下要躲避會變得多麼容易啊。」
“그래도…….” 「話是這麼說沒錯……」
여전히 탐탁찮은 표정을 짓던 유현이가 노아를 돌아보았다.
宥賢依然擺著不滿意的表情,轉頭看向諾亞。
“많이 위험합니까? 부작용 같은 건요?”
「很危險嗎?會有副作用之類的嗎?」
“3분의 1까지는 확실히 안전합니다. 자체 회복류 스킬을 지닌 각성자는 등의 가운데까지도 성공한 사례가 있고요. 그 이상은 메드상에서는 아직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유진 씨, 3분의 1 정도로도 효과가 있어요. 마력 조절 능력만큼은 D급 가까이 상승할 겁니다.”
「三分之一以下絕對安全。擁有自我恢復類技能的覺醒者,甚至有成功恢復到背部中央的案例。超過這個程度,在梅德那邊還沒有嘗試過。宥辰先生,三分之一左右就有效了。至少魔力控制能力會提升到接近 D 級的程度。」
D급이라. 나한테는 높긴 했다. 하지만.
D 級啊。對我來說是很高了。但是。
“유현아, 이번 한 번만 더 고집 부릴게. 진짜 마지막이야.”
「宥賢啊,這次就讓我再任性一次吧。真的是最後一次了。」
각인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도 여러 번 망설였었다. 무엇보다도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둘까 싶기도 했다. 유현이가 아닌 나를 보호하러 온 이린의 말에도 마음이 흔들렸었다.
下定決心要接受刻印之後,我還是猶豫了好幾次。最重要的是,我甚至想過為了弟弟而放棄。聽到伊琳說她是來保護我而不是宥賢時,我的心也動搖了。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더욱 가지고 싶어졌다. 좀 더 먼 미래까지 내가 무사할 수 있도록.
但同時,我也更想擁有保護自己的力量。為了讓我在更遙遠的未來也能平安無事。
몇 번 더 말이 오간 뒤, 결국 전체는 아닌 허리까지만 각인 시술을 받기로 했다. 여분 목숨은 단 한 개만 쓴다는 조건을 달아서.
又來回討論了幾次之後,最終決定只刻印到腰部,而不是全身。條件是只能使用一條額外的生命。
“마나의 흐름은 사망 후 평균 30분까지 유지됩니다. 마나 흐름이 멈추면 시술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그러니 유진 씨가 잘못되면 시술은 20분 내로 끝마치겠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각인이 새겨지지 않았다고 해도요.”
「魔力的流動在死亡後平均能維持 30 分鐘。魔力流動停止後,施術本身就無法進行了。所以如果宥真先生出了什麼事,我會在 20 分鐘內結束施術。即使刻印沒有達到您想要的程度也一樣。」
“제 몸이 최대한 오래 버텨 주길 바라야겠군요.”
「我得祈禱我的身體能盡量撐久一點了。」
부활은 사망 후 25분에서 30분 사이에 하기로 했다.
復活時間定在死亡後 25 到 30 分鐘之間。
각인 시술 준비는 곧장 이루어졌다. 마취가 이루어지고 의식을 잃은 채 얼마쯤 지났을까.
刻印手術的準備工作立刻就緒。麻醉生效,意識模糊,不知過了多久。
“이곳을 방문해 주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하다 생각하네만.”
「我認為你來這裡一次就夠了。」
어두운 눈앞이 흐릿하게나마 밝아지며,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성현제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眼前一片漆黑,但漸漸地變得模糊而明亮,一張熟悉的臉龐映入眼簾。成賢濟正俯視著我。
장갑 낀 손이 내밀어졌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一隻戴著手套的手伸了過來。我猶豫了一下,然後握住那隻手站了起來。
“죽었나 봐요, 저. 죽을 때마다 이곳으로 오는 겁니까?”
「我好像死了。每次死都會來到這裡嗎?」
“현재 한유진 군의 사망은 시스템 적인 처리를 거치게 되는 거니까. 정확히는 내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라네.”
「韓悠辰先生的死亡目前是透過系統處理的。確切來說,是我來到這裡。」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부르기 전엔 나타나지 못했었지. 이번에는 괜찮은 건가. 성현제를 향한 시선 끝에 사라진 한쪽 팔이 걸려 들었다. 그때는 팔을 잃었다고 했는데.
說起來,上次他不是在被召喚之前無法現身嗎?這次是沒關係了嗎?望向成賢濟的視線盡頭,他那條消失的手臂映入眼簾。那時候他說他失去了一條手臂。
“눈은 멀쩡합니까? 이번에는 별일 없는데 괜히 눈 걸고 온 거 아니죠?”
「眼睛還好嗎?這次沒什麼事,你不是白白犧牲眼睛過來的吧?」
성현제의 눈앞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한 쌍의 금안이 모두 내 손길을 따라 움직인다. 멀쩡한 거 같지만, 혹시 보이는 척하는 거 아니냐. 이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我在成賢濟眼前揮了揮手。他那雙金色的眼睛都隨著我的手勢移動。看起來是沒事,但會不會是假裝看得見?如果是這個人,那完全有可能。
“한쪽 눈 감아 봐요. 이거 몇 갭니까.”
「閉上一隻眼睛看看。這是幾根手指?」
“두 개군.” 「兩隻。」
“다른 쪽도요.” 「另一邊也是。」
“다섯 개.” 「五隻。」
다행히 무사한 모양이었다. 눈 말고 다른 델 날려 먹은 건 아니겠지. 귀 두 개고, 남은 팔 멀쩡하고, 다리도 둘이고, 말 잘하니까 혀도 멀쩡할 테고.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검사하는 나를 성현제가 약간 난감한 듯 바라보았다. 낯선 표정이네.
幸好他似乎安然無恙。應該沒有除了眼睛以外的地方被炸飛吧。兩隻耳朵、剩下的手臂完好、兩條腿,而且說話流利,舌頭應該也沒事。成賢濟有些為難地看著我繞著他轉了一圈檢查。真是陌生的表情。
“지금 걱정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한유진 군이네만.”
「現在該被擔心的不是我,而是韓有辰才對。」
“전 사지 다 멀쩡하거든요. 진짜 몸뚱이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은 댁이 쓰고 있으니까 좀 아끼십쇼. 다 큰 어른이 왜 자기 몸 하나 못 챙기고 그래요.”
「我四肢都好好的。就算這不是我真正的身體,但現在是你在用,就請你愛惜一點吧。都這麼大個人了,怎麼連自己的身體都照顧不好。」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這句話原封不動地還給你。」
성현제가 나를 붙잡아 돌려세웠다. 각인 시술을 위해 훤히 트여져 있는 등판 위로 손이 닿았다.
<p>成賢濟抓住我,將我轉了過來。他的手碰觸到我因刻印施術而敞露的背部。</p>
“벌써 여기까지 각인이 새겨졌군.”
「烙印已經刻到這裡了啊。」
심장이 있는 부근이었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那是心臟所在的位置。我突然想起以前的事。
“참, 거기 예약 걸어 두셨었죠. 죄송하게 되었네요. 각인에 물리적인 손상이 가도 괜찮은지 물어볼까요?”
「對了,您在那裡預約了對吧。真不好意思。要不要問問看,刻印受到物理損傷也沒關係嗎?」
아마도 자기가 쓸 기승수를 키워 줬으면 싶었을 텐데. 성현제는 대답 대신 손을 거두었다. 동시에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텅 빈 공간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정원으로 변했다. 등나무 꽃이 드리워진 테이블에는 다과 세트도 놓여 있었다. 보랏빛 꽃송이가 하나둘 떨어져 내린다.
他大概是希望我能幫他養出他要用的乘駕獸吧。成賢濟沒有回答,而是收回了手。同時,周圍的風景也變了。空蕩蕩的空間變成了一座微風輕拂的花園。紫藤花下的桌子上,還擺放著茶點。一朵朵紫色的花瓣飄落下來。
“앉으시죠.” 「請坐。」
정중하게 의자를 빼 주며 성현제가 말했다.
成賢濟恭敬地拉開椅子,說道:
“…뭡니까, 갑자기.” 「……你幹嘛,突然這樣。」
“차를 대접할까 해서 말이네.”
「我是想說,要不要請你喝茶。」
“지금 상태로 마실 수 있긴 해요?”
「您現在的狀態能喝嗎?」
“꿈속에서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這就跟在夢中吃東西差不多。」
하긴 그렇겠네. 갑자기 왜 이러나 떨떠름해하면서도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옆에 선 성현제가 찻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찻잔에 차가 따라지고 부드러운 향이 퍼져 나갔다. 차 같은 거 별로 마셔 본 적 없는데. 유자차나, 율무차나, 보리차 같은 거면 모를까, 이건 틀림없이 비싼 종류겠지.
說得也是。我雖然對他突然這樣感到不悅,但還是坐了下來。站在桌旁的成賢濟拿起茶壺。茶水倒入茶杯,柔和的香氣隨之散開。我從沒怎麼喝過茶。柚子茶、薏仁茶、大麥茶之類的或許還好,但這肯定是很貴的茶吧。
“각인 새기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퀘스트라도 보내지 그랬습니까. 심장 위쪽은 피해서 새길 수도 있었고요.”
「如果您不喜歡刻印,大可以發送任務啊。也可以避開心臟上方刻印的。」
“내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보냈겠지.”
「如果我認為你會聽我的話,我就會派人去了。」
성현제가 찻잔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이런 서빙 같은 거 해 볼 일이 없었을 텐데도 각이 잡힌 움직임이다. 이런 차라는 게 낯설긴 했지만, 향에 홀려 한 모금 마셔 보았다.
<p>成賢濟將茶杯放到我面前。他應該從未做過這種服務生做的事,但動作卻很俐落。雖然這種茶對我來說很陌生,但我還是被香氣吸引,喝了一口。</p>
“…마, 맛있네요.” 「…… 嗯,真好吃。」
“솔직하게 말해도 되네만.” 「老實說也沒關係。」
“…정성이 맛있다고 해 두겠습니다.”
「……我就說心意很好吃吧。」
뭐야 이게, 이상한 맛이다. 향은 좋은데, 색도 곱고. 차를 내려다보다가 한 번 더 맛보았다. 으, 오만상을 찌푸리는 내게 성현제가 과자를 내밀었다. 받아 먹어 보니 혓바닥 위에서 사르르 녹는다. 입 안에 남은 차의 미묘한 맛과 풍부한 향이 뒤섞여 더욱 부드럽고 달게 느껴졌다.
這是什麼,味道真奇怪。聞起來很香,顏色也很漂亮。我低頭看著茶,又嚐了一口。呃,我皺起眉頭,成賢濟遞給我點心。我接過來吃,在舌尖上入口即化。口中殘留的茶的微妙味道與濃郁的香氣混合在一起,感覺更加柔和香甜。
“이건 맛있긴 한데, 너무 단데요.”
「這個是好吃,但太甜了。」
“그럼 다시 차를 마셔 보게.”
「那麼,再喝一次茶吧。」
같이 먹으면 맛있나? 찻잔을 들어 마셨, 으엑!
跟著一起吃會比較好吃嗎?我拿起茶杯喝了一口,呃噁!
“더 이상하잖아!” 「那樣更奇怪吧!」
성현제 놈이 웃었다. 내미는 과자를 얼른 받아먹었다. 와, 과자는 진짜 맛있네.
成賢濟那傢伙笑了。我趕緊接過他遞來的餅乾吃掉。哇,這餅乾真好吃。
“이거 퀘스트로 몇 개 못 보내 줍니까? 애들도 주고 싶은데.”
「這個任務不能多送幾個嗎?也想給孩子們。」
“보내 주지. 하지만 따로 먹으면 맛이 다를 거라네.”
「我會送過去。不過分開吃的話,味道會不一樣喔。」
이상한 차로 혀를 헹궈야만 이 맛이 난다는 건가. 다시 차를 마셔 볼까 하다가 관뒀다. 아까보다 더 이상한 맛이 난다면 토해 버릴 것 같았다.
難道要用奇怪的茶漱口,才能嚐到這種味道嗎?我本想再喝一口茶,但還是放棄了。如果味道比剛才更奇怪,我可能會吐出來。
“제 혀를 괴롭히는 짓은 이쯤 하겠습니다.”
「折磨我舌頭的事就到此為止吧。」
“다행이군.” 「那就好。」
성현제가 과자를 건네곤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과자는 적당히 맛있었다. 굳이 괴로울 필요 없이 이 정도로도…….
成賢濟遞過餅乾後,便坐到對面的椅子上。餅乾味道還不錯,沒必要非得痛苦,這樣就……
“잠깐만, 이거 설마 저더러 보상에 혹해서 몸 굴리지 말라는 잔소립니까?”
「等等,這該不會是叫我別為了報酬而賣命的嘮叨吧?」
“깨어날 때까지의 휴식 타임이네만.”
「直到你清醒為止的休息時間。」
“아닌 거 같은데.” 「好像不是耶。」
의심스러운 시선 속에서 성현제가 자신 몫의 차를 마셨다. 정말 더럽게 우아하시네. TV 속의 만날 일 없는 사람이었다면 순수하게 감탄할 정도이긴 했다.
在眾人狐疑的視線中,成賢濟喝著自己那份茶。真是優雅得要命。如果他是電視裡那種永遠不會見到的人,我大概會真心讚嘆吧。
“저도 이번에는 고민했어요. 쉽게 몸 내던진 거 아닙니다. 앞으로는 이럴 일 더더욱 없도록 할 거고요.”
「這次我也考慮過了。不是隨便豁出去了。以後更不會有這種事了。」
“도련님이 위험해지더라도?” 「即使少爺會陷入危險?」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他沉默了一會兒,然後再次開口。
“제가 있어야 유현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네요.”
「他說有我在,宥賢才能幸福。」
“그렇겠지. 물론.” 「當然,是這樣沒錯。」
“저는 그냥 동생이 무사하기를 바랐는데.”
「我只是希望弟弟能平安無事。」
두 번 다시는 나를 위해 위험에 처하지도, …떠나가 버리지도 않기를 바랐다. 그랬지만.
我希望他再也不會為了我而身陷險境,……也不會再離開我。然而。
“그런데 역시, 행복한 게 더 좋을 테니까요.”
「不過,果然還是幸福一點比較好。」
만약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절대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대신하고 싶다. 나를 감싸지 말라고, 감싸 봤자 너 보내고 나면 나도 못 살 거라고, 협박에 가까운 다짐이라도 받아 두고 싶었다.
如果同樣的事情再次發生,我絕對承受不住。我寧願代替他。我好想威脅他,叫他別再保護我,因為就算他保護了我,等他走了,我也活不下去。
하지만 어떻게 그럴까. 린이 녀석의 모른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계속 모르고 싶었다. 동생이 왜 웃고 있었는지, 같은 건.
但怎麼會這樣呢?林這傢伙說的「不知道」在我腦海中盤旋。我一直都想不知道。像是弟弟為什麼在笑之類的。
“아무튼 저는 최소한 동생보다는 오래 살아야 할 거 같으니까요. …어쩌다 이런 말을 하고 있지. 그래서 뭐, 몸도 더 아껴야 할 거고. S급이면 수명도 길 텐데 걱정이네요. 건강 관리를 해야 하나.”
「總之我至少得比我弟活得久才行。……我怎麼會說這種話。所以呢,我得更愛惜身體才行。S 級的壽命應該很長,但我還是很擔心。我是不是該好好管理健康啊。」
“차가 식었군.” 「茶涼了。」
응? 아직 따뜻한데. 새로운 잔에 새로운 차가 따라졌다. 이번에는 향이 그리 짙지 않았다. 쓴맛은 전혀 없이 약간 고소하고 거부감 없이 넘어가는 차였다. 좀 보리차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 그것보다는 고급스러운 거 같다.
咦?還溫熱著呢。新的杯子裡倒進了新的茶。這次的香氣沒那麼濃郁。完全沒有苦味,帶點清香,喝起來很順口。有點像麥茶,但應該不是吧。感覺比麥茶高級。
“성현제 씨도 S급이라지만 건강 관리 잘하시고요. 오래 사셔야죠.”
「成賢濟先生您也是 S 級,但還是要好好管理健康。您得長命百歲啊。」
“한유진 군보다는 오래 살도록 노력하지.”
「我會努力比韓宥辰先生活得更久。」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那不是理所當然的嗎?」
마실수록 속이 따뜻해지는 게 좋구나. 그보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쓸데없는 소리만 잔뜩 하고 있다. 성현제와 다시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p>這酒越喝身體越暖和,真不錯。話說回來,時間所剩不多,我卻淨說些沒用的話。如果能再見到成賢濟,我有很多事情想問他。</p>
“시그마 말인데요. 정말로 진짜가 된 겁니까? 퀘스트 보낸 거 성현제 씨 맞지요?”
「我是說西格瑪。他真的變成真人了嗎?發送任務的是成賢濟先生對吧?」
“진짜라고 인정한 것은 한유진 군이네만. 퀘스트는 보냈지만 그 녀석에 대해선 별다른 말을 해 줄 수가 없어.”
「承認他是真人的,是韓宥辰你啊。任務雖然發送了,但我無法多說關於那傢伙的事。」
“…제가 인정했다고 진짜가 되는 게 말이 됩니까?”
「……我承認了就能成真,這像話嗎?」
“분명한 건 이 세상이 그 녀석을 제거하려 들고 있다는 사실이지. 이제 겨우 시작이라네.”
「很明顯,這個世界正試圖除掉那傢伙。這才剛開始呢。」
…몬스터가 몰려드는 것이 시작이라니. 난이도 너무 높은 거 아니냐.
……怪物開始蜂擁而至。這難度會不會太高了。
“어, 만약에 시그마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공략 실패하고 영영 못 나가는 건 아니죠?”
「呃,萬一西格瑪死了會怎麼樣?不會是攻略失敗,就永遠出不去了吧?」
“원반만 전부 설치하면 빠져나가는 것이야 가능하게 되겠지. 하지만.”
「只要把圓盤都裝好,要離開應該是沒問題。但是。」
성현제가 입을 다물며 소리 없이 미소했다. 지금은 말 못하는 부분이라 이거구만. □로 떠 버리는 정보.
<p>成賢濟閉上嘴,無聲地笑了。現在是不能說的部分啊。□地浮現的情報。</p>
“제 책임이니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요, 많이 중요합니까? 시그마의 문제 말입니다.”
「這是我的責任,所以我不會輕易放棄,但這很重要嗎?我是說關於西格瑪的問題。」
“보통 특별 메인 퀘스트는 보상도 특별하고 크지.”
「通常特別主線任務的獎勵也很特別且豐厚。」
보상은 그냥 던전 공략 열쇠였는데, 숨겨진 추가 보상이라도 있는 걸까.
獎勵就只是攻略地下城的鑰匙,難道還有隱藏的額外獎勵嗎?
“그밖에 더 말해 줄 수 있는 건 전부…….”
「除此之外,所有能告訴你的……」
쿠르릉, 돌연 주위가 흔들렸다. 푸르른 하늘 위로 커다란 금이 쩌저적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성현제가 눈을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轟隆隆,周圍突然搖晃起來。他看見湛藍的天空上,出現一道巨大的裂痕,正喀嚓喀嚓地裂開。成賢濟抬頭望著那道裂痕。
“움직이기 시작했군.” 「開始動了啊。」
“예? 뭐가요?” 「咦?什麼?」
“이 세계에도 당연히 패륜아와 효도중독자의 정보가 남아 있다네. 그리고 그중에서도.”
「這個世界當然也留有逆倫子和孝道中毒者的資訊。其中特別是。」
콰직, 콰드드득. 금이 더욱 크게 가다 못해 하늘의 조각이 부서져 내렸다. 사방으로, 내 위로도 쏟아져 내리는 파편을 향해 성현제가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 가볍게 휘둘렀다. 무수한 파편이 쓸려져 나간다. 코트가 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喀嚓,喀啦啦。裂縫變得更大,甚至有天空的碎片碎裂掉落。成賢濟脫下身上穿著的大衣,輕輕一揮,將朝四面八方,甚至我頭上傾瀉而下的無數碎片掃開。大衣落在我頭上。
“충고하자면, 꼬마 아가씨를 찾아가게.”
「我勸你,去找那個小丫頭吧。」
“예림이를요?” 「藝琳嗎?」
“지금 이 세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각성자지.”
「在這個世界中,她是目前最強的覺醒者。」
예림이가? 우리 예림이야 원래도 강했지만, 가장 강력하다는 말이 붙다니. 그것도 성현제 입에서.
藝琳?我們藝琳本來就很強,但竟然被冠上最強的稱號。而且還是從聖賢帝口中說出來的。
쿠구궁! 轟隆隆!
하늘에 난 구멍이 더더욱 커졌다. 새파란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바깥으로 어둠이 흔들리고 있었다. 밤이다. 여린 달빛이 새어 드는 밤하늘.
<p>天空中的破洞變得更大了。在那些蔚藍碎片剝落之處,黑暗正在外頭搖曳。是夜晚。柔弱的月光滲透而入的夜空。</p>
[여기 있었구나, 시스템 □□□□□□□□□□□.]
[你原來在這裡啊,系統□□□□□□□□□□□。]
그 너머로 나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패륜아, 혹은 효도 중독자인가. 하늘의 틈에서 퍼져 나오는 위압감에 몸이 절로 떨려 왔다.
“이곳에서 만나는 건 마지막이길 바라겠네.”
「希望這是我們最後一次在這裡見面。」
빈 잔에 차를 따라 주고, 성현제가 사라졌다. 깨진 하늘도 정원도 모두 순식간에 흩어지고 내 손에 들린 찻잔과 의자, 코트만이 남았다.
他替我斟滿空茶杯後,聖賢帝便消失了。破碎的天空和庭院瞬間消散,只剩下我手中的茶杯、椅子和外套。
잠시 멍하게 앉아 있다가 차를 마셨다. 역시 따뜻하다.
呆坐了一會兒,我喝了口茶。果然很溫暖。
“…혼자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진짜.”
「……你到底在搞什麼,真的。」
괜찮겠지, 저 인간. 하는 거 보면 역시 양 세력 중 하나의 몸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하여간 만날 혼자 튀어요. 팔도 하나 날려 먹었는데 진짜 괜찮은 건가 몰라. 원래 몸이 아니라 죽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을 아주 안 할 수는 없었다.
他應該沒事吧,那個人。看他做的事,果然是進入了兩股勢力其中一方的身體。反正他總是特立獨行。還斷了一隻手臂,真不知道是不是真的沒事。就算不是原來的身體,不會死,也還是無法完全不擔心。
적막감 속에서 차를 홀짝였다. 혼자 있으려니 쓸쓸하다. 언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찻잔이 완전히 식고도 조금 더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마취되기 전 본 각인 시술실…….
<p>在寂靜中啜飲著茶。獨自一人,感到寂寞。什麼時候才能回去呢?茶杯完全冷卻後又過了一會兒,周圍的景象終於改變了。是麻醉前看到的刻印施術室……。</p>
“5백 미터 근방까지 접근했습니다!”
「已接近五百公尺範圍!」
“다시 고속 이동할 준비를 하도록.”
「準備再次高速移動。」
“네!” 「好!」
인데, 못 보던 얼굴들이 늘어나 있었다. 제복 차림의 메드상 가드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노아가 우뚝 서 있었다. 유현이는 각인 수정을 끝마쳤는지 시술복 차림으로 내가 누워 있는 옆에 붙어 앉아 있었다. 되살아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얼굴이 어둡다.
但多了些沒見過的面孔。身穿制服的梅德商會護衛們忙碌地穿梭著,諾亞則挺立其中。柳賢似乎已經完成了刻印水晶的施作,穿著手術服坐在我躺著的旁邊。即使知道我會復活,他的臉色依然陰沉。
일단 곧장 부활 메시지를 눌렀다.
<p>我立刻按下了復活訊息。</p>
“무슨…….” 「什麼……」
“형!” 「哥!」
말을 채 내뱉지 못한 채 굳어 버렸다. 전신에 소름이 쭈뼛 돋아났다. 마력을, 마나를 아예 못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모든 흐름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몸속의 감각은 물론이요 공기 또한 무거웠다. 마치 물에 빠진 것만 같았다. 혹은 태풍 속이라거나.
話還沒說出口,就僵住了。全身雞皮疙瘩都豎了起來。並非完全感受不到魔力、魔那,但此刻,所有的流動都如此鮮明。不僅是體內的感覺,連空氣也變得沉重。彷彿溺水一般。又或者,像置身於颱風之中。
특히 노아를 중심으로 마나가 무섭게 움직이고 있었다.
特別是以諾亞為中心,魔力正劇烈地流動著。
“괜찮아?” 「你還好嗎?」
“이거 기분, 이상하네.” 「這感覺,真奇怪。」
익숙해지면 괜찮아지겠지만. 와, 주위 가드들의 기척이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S급들이 예민하게 굴 만했다 싶었다. 동생에게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習慣了就會好,但,哇,周圍護衛的氣息即使不看也能感覺到。心想難怪 S 級們會那麼敏感。在弟弟的攙扶下,我站了起來。
“무슨 일이야?” 「怎麼了?」
“아카테스 마나 홀에서 SSS급 몬스터가 나타났어.”
「阿卡泰斯魔力洞穴出現了 SSS 級魔物。」
“뭐?” 「什麼?」
“그대로 상대했다간 승산은 둘째치고 아카테스시가 괴멸 될 상황이라 바로 이동했고 보다시피.”
「要是就那樣應對,勝算先不說,阿卡特西市會直接毀滅,所以我們立刻轉移了,就如你所見。」
유현이가 한쪽에 세워진 대형 모니터를 눈짓했다. 그곳에서 화면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劉賢朝一旁架設的大型螢幕努了努嘴。螢幕上,一個巨大到幾乎無法完全顯示的物體正在移動。
“얌전히 잘 따라오는 중이라 최대한 멀리 유인하는 중이야.”
「牠很乖地跟著,所以我們正盡可能地引誘牠到遠處。」
SSS급 몬스터라니. SS급 가드들이 여럿이니 상대 못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부담은 되었다. 성현제의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설마 L급까지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SSS 級魔物啊。雖然有許多 SS 級的守衛,不至於無法應對,但還是很有負擔。成賢濟說的「現在才剛開始」就是這個意思嗎?該不會連 L 級的都跑出來了吧。
“노아 씨, 현아 씨!”
「諾亞先生,賢雅小姐!」
내 부름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p>聽到我的呼喚,兩人轉過頭望了過來。</p>
“예림이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디죠?”
「藝琳可能會在哪裡?」
그럼 충고에 따라 예림이를 찾아가 볼까. …설마 또 박대당하는 건 아니겠지.
那麼,要不要聽從忠告去找藝琳呢?……應該不會又被冷落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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