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두 명의 차이점 (1)
299 話 兩人的差異點 (1)
땅이 질척거렸다. 크고 작은 늪이 눅진한 송진 냄새 같은 것을 흘려낸다. 늪은 크고 넓을수록 색이 옅고 작을수록 짙어 조그만 것은 타르 구덩이가 떠올랐다. 하급 던전인 만큼 늪에 독이나 기타 유독물질은 스미지 않았다. 오히려 깨끗하고 질도 좋은 진흙이라 제법 비싸게 팔렸던 것으로 기억난다.
地面泥濘不堪。大大小小的沼澤散發出黏稠的松脂氣味。沼澤越大越寬,顏色越淺;越小越深,小沼澤看起來就像焦油坑。由於是低級地下城,沼澤中沒有滲透毒素或其他有毒物質。我記得這些泥土反而乾淨且品質優良,賣得相當不錯。
그래도 진흙탕은 진흙탕이라 발도 쑥쑥 빠지고 걷기 불편하고 옷도 더러워지기 십상이었다. 그 와중에 몬스터들이 첨벙거리며 덤벼들었으니 공략을 끝내고 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뻘밭에 뒹군 모양새가 되곤 했지만.
即便如此,泥濘地終究是泥濘地,腳會深陷其中,行走不便,衣服也容易弄髒。在這種情況下,怪物們還會濺起水花撲過來,所以每次攻略結束後,大家都會變成在泥巴裡打滾的樣子。
유현이의 옷자락에는 흙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宥賢的衣襬上連一滴泥水都沒濺到。
-꾸웩! ——呱!
-구웩! ——呱!
큼직한 두꺼비들이 요란하게 꽥꽥대는 위로 버들잎이 흩날렸다. 늪에 닿을 듯 낮게 깔린 잎새를 부츠 끝이 가볍게 딛는다. 마치 수면을 미끄러져 나가는 것만 같다. 두 다리 푹푹 빠지며 허우적거릴 일 따위 전혀 없다.
巨大的蟾蜍們喧鬧地呱呱叫著,柳葉在牠們上方飛舞。靴尖輕輕踩在低垂得幾乎要碰到沼澤的葉片上,彷彿在水面上滑行。完全沒有雙腿深陷泥沼、掙扎不已的困擾。
카가각, 단단한 비늘과 비늘이 서로 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군림자의 검이 제 모습을 변형시켰다. 매끄럽게 새카맣던 검신에 비늘 모양의 균열이 생긴다. 스킬 이름 그대로 가늘고 기다란 파충류의 꼬리 같다.
喀嘎嘎,君臨者的劍發出堅硬鱗片相互碰撞的聲音,改變了形態。原本光滑漆黑的劍身上出現了鱗片狀的裂紋,就像技能名稱所描述的那樣,細長如爬蟲類的尾巴。
순식간에 길게 늘어난 검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휘몰아쳤다. 그 여파만으로 늪이 일렁이고 꾸역꾸역 모여들었던 두꺼비들이 날카로운 검날에 맥없이 잘려 나간다. 유현이가 팔을 크게 휘두르며 채찍과도 같은 연검을 거두었다. 차르륵, 흑검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瞬間,長長伸展的劍畫了個圓,猛烈地揮舞起來。僅僅是餘波,沼澤就波濤洶湧,好不容易聚集起來的蟾蜍們被鋒利的劍刃無力地斬斷。宥賢大幅度地揮舞手臂,收回了像鞭子一樣的軟劍。唰地一聲,黑劍又恢復了原來的樣子。
“연습 많이 해야겠다.” 「看來要多練習了。」
내 말에 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聽到我的話,弟弟點了點頭。
“동작이 자꾸 커져. 손목 스냅 정도로도 방향 전환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내가 어디로 휘두를지 금방 눈치채 버릴걸.”
「動作老是太大。應該要能用手腕的輕甩來改變方向,但以現在的狀態,我往哪裡揮,你馬上就會察覺到了吧。」
“단숨에 적응하긴 쉽지 않겠지. 심지어 길이 조절도 가능한 거잖아.”
「要一口氣適應並不容易吧。甚至長度也能調整。」
5미터로 정해진 게 아니라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했다. 즉, 모든 길이에 맞춰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쓰기 어려운 종류의 검이다. 날은 달렸지만 여느 연검보다는 채찍에 더 가까운 유연성을 지니고 있으니 어설프게 휘둘렀다간 제 몸뚱이가 너덜너덜해지고 말 것이다.
它並非固定為五公尺,而是可以自由變形。也就是說,必須能夠駕馭所有長度。這本來就是一種難以使用的劍。雖然有刀刃,但它比一般的軟劍更接近鞭子,具有柔韌性,如果隨意揮舞,自己的身體恐怕會變得破爛不堪。
“여기 몬스터들 상대론 마비 스킬은 확인도 못 해 보겠고.”
「在這裡的怪物身上,連麻痺技能都無法確認。」
“살짝 스치기만 해도 죽어 나가니까. 어차피 등급에 따라 효과도 달라지잖아. S급 몬스터나 헌터 상대로 시험해 봐야지.”
「因為只要輕輕擦過就會死掉。反正效果也會根據等級而有所不同。必須找 S 級怪物或獵人來測試。」
내 말에 유현이의 시선이 나를 태우고 있는 피스에게 가 닿았다. 무슨 낌새를 챈 건지 피스가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我話一說完,宥賢的視線便落到馱著我的皮斯身上。皮斯似乎察覺到什麼,低聲咆哮起來。
“몬스터보다는 스킬 적용 상태를 정확하게 말로 설명해 줄 수 있는 헌터가 좋겠지.”
「比起魔物,能精確地用言語說明技能適用狀態的獵人會比較好吧。」
“방어계인 성한 씨에게 부탁해 봐. 참, 스킬은 어떤 거 샀냐?”
「去拜託防禦系的成翰哥吧。對了,你買了什麼技能?」
“광역 보조계.” 「廣域輔助系。」
“응? 보조계?” 「嗯?輔助系?」
유현이가 버들잎을 디디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마른 땅에 내려선다.
宥賢踩著柳葉朝我走來。總算踩到乾燥的地面了。
“화 속성 공격 스킬은 저렴하긴 해도 더 필요하진 않을 거 같아서. 내 제어력이 늘어나 해당 스킬 없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도 하고.”
「雖然火屬性攻擊技能很便宜,但我想應該不需要更多了。我的控制力提升了,即使沒有那些技能也能達到類似的效果。」
하긴 화염 자체를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면 자잘한 속성 공격계 스킬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을 화살처럼 쏜다거나 무기화시킨다거나 무기에 깃들인다거나 하는 거 다 가능하지. 예림이도 속성 관련 공격계 스킬은 사실상 더 필요하지 않을 터였다. 특수한 보조 효과라도 덧붙여진다면 모를까.
的確,如果能精確地操控火焰本身,那麼細小的屬性攻擊系技能就沒有必要了。將火像箭一樣射出,或是武器化,或是附著在武器上,這些都能做到。藝琳也應該不需要更多的屬性相關攻擊系技能了。除非能附加特殊的輔助效果。
“다른 공격계 스킬도 별로 내키지 않았어. 등급 대비 포인트가 많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스킬에 따른다는 것부터가 거슬려서. 보조계라면 모를까, 내 몸을 직접 움직이는 거잖아. 최근엔 그게 좀… 기분 나쁘게 느껴져.”
「其他攻擊系技能我也不是很喜歡。雖然等級越高,需要的點數就越多,但光是『依賴技能』這點就讓我很不舒服了。如果是輔助系技能那還好說,但攻擊系技能是要我親自去行動的。最近這點讓我覺得有點……不舒服。」
동생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하긴 각성하면서 얻는 스킬이야 자신의 원래 자질이지만 포인트로 구매하는 건 아니니까. 활에 손 한 번 안 대어 봤는데 스킬 구매했다고 하루아침에 명사수가 되어 버리면 기분이 이상할 것이다. 이게 진짜 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나, 싶기도 할 거고.
弟弟微微皺著眉頭說道。的確,覺醒時獲得的技能是自己原有的資質,而不是用點數購買的。如果從來沒碰過弓箭,卻因為購買了技能而一夜之間變成神射手,那感覺肯定很奇怪。或許還會想,這真的能算是自己的能力嗎?
거저 얻는 능력이 좋기도 하겠지만 유현이처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 그것도 스킬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면 더더욱 거슬리지 싶었다.
白白獲得的能力固然很好,但像宥賢這樣敏感的人,或許會覺得不舒服吧。如果他正要突破技能的限制,那這種感覺肯定會更讓他不舒服。
“그래, 보조계 좋지. 항상 보조계 헌터들 달고 싸울 수는 없으니까. 치유계는 없었어?”
「嗯,輔助系很好啊。畢竟不可能每次戰鬥都帶著輔助系獵人。沒有治癒系技能嗎?」
“있긴 했는데 포인트를 너무 많이 요구해서. 내 적성이 아닌가 봐.”
「是曾經有過,但要求太多點數了。我好像不適合。」
아닌 것처럼 보이긴 했다. 어릴 때 장래희망은 의사였다곤 하지만 지금은 음, 불로 소독은 가능하겠지.
看起來確實不適合。雖然小時候的志願是醫生,但現在嘛,嗯,用火消毒應該是可行的。
“광역이면 예림이나 시시오와 비슷한 스킬인가. 어떤 건데? S급?”
「廣域的話,是和藝琳或獅梟類似的技能嗎?是什麼?S 級?」
“아니, SS급이야. 녹아내린 마지막 문.”
「不,是 SS 級。融化的最後之門。」
SS급 스킬이라니, 포인트 장난 아니게 요구했을 텐데. 스킬명을 보니 화염계인가? 그럼 적성에 맞아서 할인 많이 들어갔을지도. 유현이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등급치곤 저렴했다.
SS 級技能,那肯定要求不少點數吧。看技能名稱是火焰系的?那或許是適性高,所以折扣很多。問了宥賢,確實以等級來說算便宜了。
“그래도 남은 포인트 거의 다 써야 했지만.”
「不過,我還是得把剩下的大部分點數都用掉。」
“잘했어! 남아 봤자 쓸 곳도 없는데 딱 맞게 쓰는 게 낫지. 어떤 효과인데?”
「做得好!反正留著也沒用,不如剛好用掉。是什麼效果?」
“범위 내 화 속성 한정 스킬 효과 20% 상승, 지정 상대의 화 속성 외의 속성 스킬 효과 20% 하락, 범위 내 지형지물을 녹이거나 불태울 시 스탯 누적 상승, 마지막으로 금속 및 광물의 방어력을 하락시켜.”
「範圍內火屬性限定技能效果提升 20%,指定對象火屬性以外的屬性技能效果下降 20%,範圍內地形地物融化或燃燒時能力值累積上升,最後是降低金屬及礦物的防禦力。」
진짜 화염 스킬 쓰라고 밀어주는 광역 보조계구나. 상대의 속성 스킬에 한해서만 효과가 저하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거기에 스탯 누적 상승도 붙었다. 주변 녹이거나 불태우는 건 전투 중에 자연스럽게 적용될 테니 자동 상승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의 금속과 광물 방어력 하락도 상당히 좋았다. 보통 저런 껍데기 가진 몬스터가 방어력이 유독 높으니까.
<p>真的是個推動使用火焰技能的廣域輔助系啊。雖然只針對對方的屬性技能效果會降低這點很可惜,但那又算得了什麼呢?而且還附帶了屬性累積上升。周圍的融化或燃燒在戰鬥中會自然而然地適用,所以也算是自動上升了。最後的金屬和礦物防禦力下降也相當不錯。通常那種有著堅硬外殼的怪物防禦力都特別高。</p>
“엄청 좋은데? 그 정도면 너랑 안 맞는 속성 던전도 훨씬 쉽게 공략할 수 있겠다.”
「超棒的耶?那樣的話,就算遇到跟你屬性不合的屬性迷宮,也能輕鬆攻略了。」
“응. 내가 봐도 포인트 내 스킬 중에선 제일 좋은 거 같았어.”
「嗯。我也覺得這是我所有點數技能裡最好的。」
“잘 골랐네, 진짜! 근데 왜 일본에선 안 썼냐?”
「選得真好,真的!但為什麼在日本沒用呢?」
“쓸 필요까지 없었으니까. 게다가 사람 상대로 사용하면 스킬 능력을 들키잖아.”
「因為根本沒必要用到。而且對人使用,技能能力會被發現啊。」
하긴 그렇지. 몬스터는 말을 못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영역 지정 보조계 스킬이라면…….
“네 광역 보조 스킬로 다른 광역 보조 스킬 무효화할 수 있어.”
「你的廣域輔助技能可以讓其他廣域輔助技能無效化。」
“무효화?” 「無效化?」
유현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생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다. 그럴 만도 한 게 광역 보조 스킬은 드문 데다가 무효화시키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 랭킹전도 3회 차에서나 처음 알려졌지.
宥賢歪了歪頭,一副從未聽過的神情。這也是理所當然的,畢竟廣域輔助技能本就罕見,要使其無效化更是難上加難。就連排名戰,也是到了第三屆才首次為人所知。
“그냥 쓰면 서로 중첩되고 끝나는데 일부러 스킬의 마력을 부딪치고 섞이게 만들면 상호 무효화 되고 만다나 봐. 마력 제어 능력이 아주 뛰어나야만 가능하고.”
「如果只是單純使用,彼此會重疊然後結束,但如果刻意讓技能的魔力互相碰撞、混合,似乎就會互相抵銷。這需要非常卓越的魔力控制能力才辦得到。」
“아… 그러고 보니 공격 스킬끼리도 극히 드물게 서로 맞부딪치면서 아예 무효화되는 경우가 있어.”
「啊……這麼說來,攻擊技能之間,也極其罕見地會互相碰撞,然後完全抵銷掉。」
“이론적으론 모든 스킬이 같은 종류의 스킬로 무효화 가능하다지만 일부러 그러긴 불가능에 가깝대. 다만 광역 보조 스킬은 뭐라더라, 기본적으로 안정화된 구조고 일종의 진법 같은 것과 비슷해서 의도적으로 무효화시키는 게 가능하다던가.”
「理論上,所有技能都能被同種類的技能抵銷,但要刻意這麼做幾乎不可能。不過,廣域輔助技能嘛,聽說那是一種基本穩定的結構,類似於某種陣法,所以可以刻意抵銷。」
자세히는 기억 안 난다. 아무튼 더럽게 어려워서 예림이에게도 굳이 말해 주지 않았었다. 마땅한 연습 상대도 없으니.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말에 유현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詳細的我記不清了。總之就是難得要死,所以連藝琳我都沒特地告訴她。反正也沒有合適的練習對手。但現在不同了。聽了我的話,宥賢認真地點了點頭。
“예림이와 같이 연습해 봐. 웬만하면 무효화보단 그냥 중첩으로 쓰는 게 낫겠지만 상대 스킬이 너무 좋으면 상호 무효화가 더 좋잖아. 실력만 되면 한 등급 높은 스킬도 무효화할 수 있다더라.”
「你跟藝琳一起練習看看。雖然一般來說,與其無效化,不如直接疊加使用會比較好,但如果對方的技能太強,相互無效化會更好吧。聽說只要實力夠,連高一個等級的技能也能無效化。」
“응, 박예림에게 말해 볼게. 몬스터가 너무 약해서 더는 검을 시험해 볼 필요는 없을 듯하고 한 번에 처리할 테니까, 은혜 쓰고 있지?”
「嗯,我會跟朴藝琳說的。怪物太弱了,應該沒必要再試劍了,會一次解決掉,你有在用恩惠吧?」
“어. 이젠 웬만해선 끄떡없어. 명우가 새 스킬 생긴 거 확인해 줬는데 SS급 수준이면 일주일 내내 보호 가능하다더라.”
「喔。現在我大概不會有事了。銘宇幫我確認過,我有了新的技能,他說如果是 SS 級的程度,就能保護我一整個禮拜。」
은혜에게 새로 생긴 스킬, 어린 마나의 샘. 마나 홀처럼 무한히 마나를 퍼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샘이라는 단위처럼 한계는 있었다.
恩惠新獲得的技能,幼年魔力之泉。它不像魔力洞穴那樣能無限汲取魔力。如同「泉」這個單位所暗示的,它有其極限。
S급 수준이면 한 달, SS급이면 일주일, SSS급이면 24시간. L급 이상은 정확하진 않지만 반나절 정도에 신화급도 한 시간 정도는 유지 가능할 듯싶다고 했다. 하지만 신화급으로 오래 썼다간 샘 자체에 타격이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였다.
S 級水準是一個月,SS 級是一週,SSS 級是二十四小時。L 級以上雖然不確定,但大概能維持半天左右,神話級也能維持一個小時左右。不過,他也說了,如果長時間使用神話級的力量,可能會對泉源本身造成損害,所以要小心。
초월자가 끼어들지 않는 한 SS급 정도로도 충분하니 사실상 시간제한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었다. 거기에 나 또한 마나 포션과 작별할 수 있었다.
<p>只要沒有超越者介入,SS 級左右也已足夠,所以實際上就等同於時間限制消失了。此外,我也終於能和魔力藥水告別了。</p>
“신경 쓰지 말고 확 쓸어버려.”
「別管了,直接掃平。」
“응. 얼른 나가자.” 「嗯。我們快出去吧。」
유현이가 웃으며 몸을 돌렸다. 푸른 버들잎이 다시금 늪지대 위로 펼쳐졌다. 유현이의 모습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검을 꺼내는 대신 불길이 발끝에서부터 휘감고 올라온다. 붉은색의 평범한 불꽃이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간다.
宥賢笑著轉過身。藍色的柳葉再次在沼澤地上展開。宥賢的身影瞬間遠去。他沒有拔劍,而是讓火焰從腳尖纏繞而上。紅色的普通火焰被染成了黑藍色。
-꾸에엑! -咕呃呃!
유독 큼직한 두꺼비가 펄쩍 뛰었다. 흙탕물이 높게 튀어 올랐지만 유현이에게는 조금도 닿지 못했다. 불길이 순식간에 흙탕물을 삼키고 퍼져 나간다. 늪이 끓어오르고 우거진 나무와 덤불이 불타올랐다.
一隻特別巨大的蟾蜍跳了起來。泥水高高濺起,卻一點也沒沾到宥賢身上。火焰瞬間吞噬泥水,並向外蔓延。沼澤沸騰,茂密的樹木和灌木叢燃燒起來。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이제 저 불길이 완전히 검게 물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我望著那景象,緩緩地眨了眨眼。現在,那火焰再也不會完全染上黑色了。也不應該變成那樣。
‘…여전히 메시지는 없네.’ 「……訊息還是沒有來。」
혹시나 싶었지만 신입으로부터 메시지가 전해 오는 일은 없었다. 체인질링의 보호가 시스템의 간섭마저 막아 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언제 다시 연락이 가능해질지도 모를 판이었다.
我心想或許會收到新人的訊息,但卻沒有。難道是變異者的保護,連系統的干涉都阻擋了嗎?如果是這樣,那就不曉得什麼時候才能再次聯絡上了。
…유현이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도.
……向宥賢坦白事實。
‘미뤄져서 다행인 게 아닌데.’
「延後了根本不是什麼好事。」
언제까지 미루려고. 지금 던전을 벗어나면, 또 언제. 아니, 애초에 말하기로 했잖아. 신입이 뭐라고 하든 유현이한테만큼은. 동생한테는 어떤 문제가 생기든 말할 거라고 마음먹었는데, 신입과 만날 수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일까.
到底要拖到什麼時候?現在離開地下城,又要等到什麼時候?不,我一開始就決定要說了。不管新人說什麼,至少要對宥賢說。我明明下定決心,不管弟弟發生什麼問題都要告訴他,新人能不能見到面,這有什麼關係呢?
나는 말하기로 했다. 我決定開口。
열기에 휩싸인 늪이 빠르게 메말라 갔다. 피스가 날개를 펼치고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중앙의 가장 큰 늪에서 보스 몬스터인 악어가 나타났지만 이내 불길에 삼켜지고 말았다. 늪지대가 마른 황무지로 뒤바뀌고 게이트가 나타났다. 불길이 사그라지는 것을 본 피스가 다시 땅으로 내려섰다.
被熱氣籠罩的沼澤迅速乾涸。皮斯張開翅膀,輕盈地飛向空中。中央最大的沼澤裡出現了首領怪物鱷魚,但很快就被火焰吞噬了。沼澤地變成了一片乾涸的荒地,傳送門隨之出現。皮斯看到火焰熄滅後,再次降落地面。
“끝났어, 형.” 「結束了,哥。」
유현이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피스의 등에서 내려섰다. 다리가 비틀거렸다. 확실하게, 크게 절룩였다.
我望著宥賢走近,從皮斯的背上跳了下來。雙腿踉蹌,明顯地跛了起來。
“형!” 「哥!」
-크흥 -咳哼
동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가득해졌다. 피스 또한 괜찮냐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弟弟的臉上瞬間寫滿了擔憂。皮斯也像是在問我還好嗎,回頭望向我。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계속 같은 다리였잖아!”
「你真的沒事嗎?你一直都是同一條腿!」
“유현아.” 「宥賢啊。」
“병원 가서 검사받자. 다친 것도 아닌데 아픈 거면 더-”
「去醫院檢查一下吧。如果不是受傷卻會痛,那就更——」
“다쳤었어.” 「你受傷了。」
유현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곤 이내 사나워졌다.
宥賢的雙眼瞪得圓圓的,隨後便變得兇狠。
“대체 언제. 누구야.” 「到底什麼時候。是誰。」
“3년 후에.” 「三年後。」
“…뭐?” 「……什麼?」
“3년까진 아닌가. 정확히는 2년하고… 아무튼 몇 년 뒤야.”
「應該不到三年。確切來說是兩年又……總之是幾年後的事了。」
당황해하는 동생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목 안쪽이 따끔거렸다.
<p>望著慌張的弟弟,我垂下視線。喉嚨深處一陣刺痛。</p>
“꽤 크게 다쳤었거든. 그래서 아물고 나서도 절게 되었고, 지금은 멀쩡해.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데 머리가 기억해서인가, 좀 아프기도 하고 절기도 하고.”
「那時候傷得挺重的。所以痊癒之後也跛了,現在是沒事了。因為是沒發生的事嘛。可是腦子是不是還記得啊,有點痛,也有點跛。」
“무슨, 말이야. 그게…….” 「你、你說什麼?」
“…5년 후였어.” 「…… 那是五年後的事了。」
그 말을 내뱉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뭇하게 타고 그을린 땅이 보였다. 내 속도 비슷하지 싶었다.
說完那句話,我便說不出話來了。焦黑的土地映入眼簾。我的內心大概也與之相似吧。
“말하지 마.” 「別說話。」
“…유현아.” 「……宥賢啊。」
“힘들게 꺼내야 하는 거라면 듣고 싶지 않아.”
「如果會讓你難以啟齒,那我就不想聽了。」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현이가 듣길 거부하자 오히려 더 입이 움직였다.
堅決的聲音傳來。宥賢拒絕聽,嘴巴反而動得更厲害了。
“꺼내놓아야 하는 거야. 계속 품고만 있으면 썩어 버릴걸.”
「你得把它拿出來。一直藏著不放,它會爛掉的。」
“그럼, 날 위한 이야기라면 듣지 않을래. 들은 걸로 할게. 하지만 형을 위한 이야기라면 말해 줘.”
「那麼,如果是為了我而說的話,我就不聽了。就當作我聽過了。但如果是為了哥而說的話,就告訴我吧。」
나를 위한 이야기, 라. 찬찬히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았다.
為了我而說的話啊。我仔細地整理了一下想說的話。
“내가 숨기는 일에 대해 알고 싶지?”
「你想知道我隱瞞的事,對吧?」
“응. 하지만 몰라도 돼. 전부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嗯。但你不需要知道。就算不全部說出來也沒關係。」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가, 나를 위해서 가장 말하고 싶은 건.
我深深吸了口氣。我最想對自己說的話是。
“유현이 네가, 나를 구하고 죽었어.”
「宥賢你,為了救我而死了。」
다른 모든 것보다도. 其他所有的一切都比不上。
“…죽었다고, 망할 놈아.” 「……死了,該死的。」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졌다. 목이 멨지만 말문이 막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가 더 커졌다.
眼眶不禁濕潤。喉頭哽咽,卻沒有說不出話。反而聲音更大了。
“함정이었는데, 기어이 들어와서는! 너 말이야, 너. 5년 뒤에는, 그때는 해연이 최고였다고. 네가, 진짜, 헌터 중에선 제일 잘나갔는데. 그런데 그렇게 죽어 버리고!”
「明明是個陷阱,你卻硬要闖進來!說的就是你,你啊。五年後,那時候海淵是最棒的。你,真的,是獵人中最出色的。結果卻那樣死了!」
“형.” 「哥。」
“네가, 죽어 버리고. 그리고 아이템이 나왔는데. 소원석이라고, 뭐든 들어준댔는데, 근데 죽은 사람은 못 살린다는 거야…….”
「你死了。然後掉出一個道具。叫做願望石,說是能實現任何願望,但就是不能讓死人復活……」
패륜아들이 날 속인 거였지만. 유현이의 옷자락을 붙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那些不肖子孫雖然騙了我,但我緊抓著宥賢衣襬的手,卻是更加用力。
“그래서 시간을 되돌렸다. 기억나? 해연에, 각성 브로커 만나려다 잡혀 왔던 날. 그때, 그때로.”
「所以我讓時間倒轉了。還記得嗎?在海淵,那天你正要去見覺醒仲介,結果被抓了過來。那時候,回到那時候。」
“응.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
「嗯,我當然記得。」
“내가, 특이한 스킬 가지고 있고, 헌터와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패륜아들이 내게 접촉해 오고, 그런 거 다 회귀해서야. 과거로 돌아와서, 그래서. 다 유현이 네가, 네 덕분에…….”
「我,擁有特殊技能,對獵人和怪物瞭若指掌,那些人渣都來接觸我,這一切都是因為我回歸了。回到過去,所以。這一切都是因為宥賢你,多虧了你……」
순간 숨이 꽉 막혔다. 하지만 그 한유현은, 동생은, 이곳에 없다. 혀가 굳었다.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어붙은 눈밭에 내던져진 듯 전신이 싸늘하게 식었다.
瞬間,我感到呼吸困難。但那個韓宥賢,我的弟弟,不在這裡。我的舌頭僵住了,再也說不出話來。全身冰冷,彷彿被丟棄在冰凍的雪地裡。
가늘게 떨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흐린 시야 속에 유현이가 미소 짓고 있었다.
他細微顫抖著,抬起低垂的頭。模糊的視線中,宥賢正對他微笑。
“고마워, 형.” 「謝謝你,哥。」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목소리였다. 那聲音聽起來非常滿意。
“내게 돌아와 줘서.” 「回到我身邊。」
“…유현이, 너.” 「……宥賢,你。」
“진심이야. 그리고 그걸로 충분해. 충분하고도 남아.”
「我是說真的。這樣就夠了。夠了還綽綽有餘。」
전신의 힘이 쭉 빠졌다. 유현이가 나를 부축하듯 안았다.
全身的力氣都洩了。宥賢像攙扶般地抱住了我。
“내가 돌아와서, 기쁘냐.” 「我回來了,你高興嗎?」
“응, 무척이나. 형을 구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솔직하게 말해 형을 혼자 남겨 두는 건 싫어.”
「嗯,非常高興。雖然救哥哥是理所當然的事,但老實說,我不想讓哥哥一個人。」
그 말을 들으며 웃고 있던 동생을 떠올렸다. 아무 미련도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한 얼굴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애는 나와 함께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던 거겠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억누르다 못해 아예 없애 버리고서.
我回想起聽著那句話而笑著的弟弟。那張臉上沒有任何留戀,彷彿已經完成了自己的使命。我輕易地就能猜到其中的差異。那孩子大概是徹底放棄了與我同行吧。他壓抑著自己所期望的一切,甚至將其完全抹去。
동생을 마주 끌어안았다. 我將弟弟拉進懷裡。
“…그래. 그러니까 먼저 죽고, 그러지 마라. 두 번은 없어.”
「……對。所以別先死,也別做那種事。沒有第二次了。」
“노력할게.” 「我會努力的。」
“노력 정도로 끝내지 마.”
「別只用努力來敷衍。」
“알았어, 형. 그런데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니. 형이 갑자기 변한 것도 그 때문이었구나. 다른 수상한 일들도 전부 미래를 알고 있어서였고.”
「我知道了,哥。不過,竟然連時間都能倒轉。哥你突然改變,也是因為這個啊。其他可疑的事情,也全都是因為你預知了未來。」
유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약간 들뜬 듯도 했다. 나도 마주 웃어 보였다. 우선은 이 정도로, 두어 발 떼고서 멈추었다. 이제 성현제에게도, 말해 줘야 하는데.
宥賢看起來心情很好。甚至有點興奮。我也回以笑容。先這樣吧,走了兩步後停了下來。現在,也該告訴成賢濟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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