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블루의 이사 (1)
211 話 布魯的搬家 (1)
- 푸르릉! - 噗嚕嚕!
하얗고 검은 유니콘들이 서로 뒤를 쫓고 쫓았다. 제법 너른 마당인데도 좁게 느껴질 만큼 빠르고 활발했다. 하양이가 순식간에 풀밭을 가로지르고는,
潔白與漆黑的獨角獸們互相追逐。即使是相當寬敞的庭院,也因為牠們快速而活潑的動作而顯得狹窄。小白瞬間穿過草地,
텅! 砰!
훌쩍 뛰어 벽을 박차고는 반대 방향으로 날듯이 다시 달려 나갔다. 마음만 먹으면 2미터가 넘는 담장을 가볍게 뛰어넘을 도약력이었다. 심지어 스킬 같은 것도 안 쓴 순수한 자기 힘이니까.
輕巧地一躍,蹬上牆壁,然後像飛一樣地朝反方向奔去。只要牠們願意,這種跳躍力足以輕易跳過兩公尺高的圍牆。而且這還是牠們純粹的自身力量,沒有使用任何技能。
‘주위에 트랙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까.’
「要不要在周圍蓋個跑道之類的?」
사육소 빙 둘러 길을 내면 실컷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하양이 까망이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거나.
如果繞著飼育所開闢道路,就能盡情奔跑了。不然就是把小白和小黑移到更寬敞的地方。
[박예림 헌터는 바로 내일 일본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朴藝琳獵人預計明天立刻啟程前往日本。]
사육실 벽 쪽에 설치된 TV에서 예림이와 관련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료화면으로 흥분한 사람들과 벌써부터 플래카드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飼育室牆邊的電視正播放著與藝琳相關的節目。資料畫面中,興奮的人們和已經舉著布條應援的景象被播放出來。
“예림이 다녔던 학교네.” 「那是藝琳以前讀的學校呢。」
정문 위로 박예림의 승리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애들이 우르르 카메라 앞으로 몰려든다.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밝고 높은 목소리들이 짜랑짜랑 TV 밖으로까지 굴러떨어지는 듯했다.
大門上方高掛著一幅巨大的橫幅,祈願朴藝琳獲勝。孩子們蜂擁到鏡頭前,一個個臉上都掛著燦爛的笑容。他們清亮高亢的聲音,彷彿要從電視裡滾落出來。
절로 미소 지어지는 사이로 전화벨이 울렸다. 도하민이었다. 전화를 받자 부탁했던 정보들 거의 다 조사 끝났다며 받으러 오라고 하였다.
我正不自覺地微笑著,電話鈴聲響了。是都廈敏。我接起電話,他便說我拜託他調查的資料幾乎都已完成,要我過去拿。
“…어, 이번에 일본 갔다 와서.”
「……喔,我這次從日本回來後。」
그때 챙겨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하자 속이 서늘해졌다. 공포심을 제외하더라도 진득하게 얼룩진 감정이 가슴을 할퀴었다.
我說到時會去拿,便掛斷了電話。同時,我感覺自己像被潑了一盆冷水。一想到要親自見到那些人,心裡就發涼。即使撇開恐懼不談,那股濃稠的、沾染了汙漬的情緒,也狠狠地抓撓著我的心。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잃었던 사람들을 마주 대한다 해도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도리어 그간 괜찮았던 석시명과 김성한까지 더욱 껄끄러워지고 있었으니.
我是否想得太簡單了?即使面對那些曾經失去的人,現在應該也沒關係了吧。結果反而讓原本相處融洽的石時明和金成翰變得更加尷尬。
성현제가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페인트로 덧칠이나 했을 뿐이라고. 지금 내 상태에, 그 말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긴 하지. 진짜 뼈저리게 맞는 말이다.
我再次想起成賢濟說過的話。他只是用油漆重新粉刷過而已。現在我的狀態,讓這句話聽起來更加刺耳。說得對,確實是這樣。真是痛徹心扉的實話。
‘…피하고 덮기만 하는 거, 절대 좋은 방법은 아니지.’
「……只是一味地逃避和掩蓋,絕不是個好辦法。」
그렇지만 어쩌라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잘못된 걸 알자마자 그건 아니잖아! 크게 소리치며 나서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고치고 바꾸는 거, 할 수 있으면 좋지. 누구나 다 그러길 바랄 거고.
但那又怎樣?我該怎麼辦?一發現不對勁就大聲疾呼:「那樣不對!」然後挺身而出,朝著正確的方向修正和改變,如果能做到當然很好。每個人都希望如此吧。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나갈 수는 없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사실 더 많지 않나. 참으면 넘어갈 거 괜히 나섰다가 일이 더 틀어지기만 할까 봐.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까 봐. 그 밖의 많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但不是所有人都能俐落地解決所有問題。事實上,做不到的人不是更多嗎?因為害怕忍耐就能過去的事情,卻因為自己多管閒事而變得更糟。因為害怕事情會變得大到自己無法承受。因為許多其他的擔憂和恐懼。
그리고 나는 예전에도, 더 예전에도 쉽게 소리 낼 수 없는 약자였다.
而我以前,甚至更久以前,都是無法輕易發聲的弱者。
‘괜찮아, 유현아.’ 「沒關係的,宥賢啊。」
몇 살 때였을까. 동생을 끌어안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
那是幾歲的時候呢?我抱著弟弟,對他說了這句話。
부모님과 우리 형제 사이에 벽이 쳐진 것은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 유지해야만 동생을 지킬 수 있었다. 나도 유현이도 아직 어렸기에 부모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했다.
我知道父母和我們兄弟之間築起了一道高牆。不可能不知道。但只有維持這道牆,才能保護弟弟。我和宥賢都還小,需要父母的保護和支持。
그러니까 우리 집은 평범하고 평화롭고, 부모님의 사이가 좋고 형제간도 사이좋고. 별다른 문제 없이, 이 정도면 충분히 화목한 가정, 그래야만 했다.
所以我們家是平凡、和平的,父母感情很好,兄弟之間也和睦相處。沒有什麼特別的問題,這樣就足以稱得上是和樂的家庭,必須是這樣。
‘제가 알아서 다 했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
「我會自己處理好一切。我過得很好。沒有任何問題。」
괜히 문제를, 잘못된 점을 파헤치지 않고 괜찮다고 덮어두면 정말로 괜찮았다. …괜찮지 않아도, 자칫하면 전부 잃어버리는데. 부모님이 아예 포기하고 완전히 방치해 버리기라도 한다면 방법이 없었는데. 어린애가 뭘 어떻게 해야 했을까.
如果沒有刻意去挖掘問題、錯誤,而是將其掩蓋,假裝沒事,那真的就沒事了。……即使沒事,也可能一不小心就失去一切。如果父母完全放棄,徹底放任不管,那就沒有辦法了。一個小孩子又能怎麼辦呢?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現在也一樣。
쌓인 거. 그걸, 그걸 다. 어떻게. 어느 세월에. 기다려 주지도 않을 텐데.
堆積如山的東西。那些,那些全部。怎麼辦。要等到什麼時候。他們也不會等我。
끄집어내어 살피고 보듬어 치료하는 데 한두 해로는 부족할 것이다. 멀쩡하게 돌아갈 수 있기는 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要將它們挖出來檢視、撫慰、治療,一兩年是不夠的。甚至令人懷疑是否還能恢復原狀。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니 덧칠이라도 해서 움직여야지. 어쩔 수 없잖아. 금이 가면 다시 메우고 다시 칠하고. 그렇게라도 해야지. 괜찮은 것처럼 모른 척하고 멀쩡한 것처럼 오기로라도 움직여야지.
但也不能就這樣一直坐著不動,至少也要重新粉刷一下才能繼續前進。沒辦法啊。裂開了就再補上,再塗上。就算這樣也得做。假裝沒事,裝作完好無缺,就算賭氣也要動起來。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나도 알고 싶다. 정말로.
……如果還有其他好方法,我也想知道。真的。
- 삐앵. ——啾。
“…응?” 「……嗯?」
소록이가 내 옷자락을 물고 잡아당기다가 풀썩 늘어졌다. 잔디 위에 퍼질러져서는 목만 쭉 빼어 이번에는 내 바지 자락을 물고 당겼다.
小鹿咬著我的衣襬拉扯,然後便癱軟下來。牠趴在草地上,只伸長脖子,這次咬著我的褲管拉扯。
“왜, 같이 앉자고? 그래, 앉자.”
「怎麼,要我一起坐?好啊,坐吧。」
잔디는 아직 파릇파릇했다. 그 위로 주저앉자 풀 냄새가 더욱 짙게 느껴졌다. 소록이가 내 다리 위에 머리를 얹었다. 보송한 귓가와 언젠가 뿔이 솟을 한 쌍의 동그란 자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p>草地依舊一片翠綠。我一屁股坐下,草的氣味就更加濃郁了。小鹿將頭靠在我的腿上。我輕撫著牠毛茸茸的耳朵,以及將來會長出角的兩處圓形部位。</p>
말린 과일을 잘 먹긴 하는데 그거로는 운동 정도나 시키고 끝이었다. 먹는 데 한계도 있고 과하게 많이 먹일 수도 없고.
他確實很愛吃果乾,但那頂多只能當作運動後的獎勵。畢竟食量有限,也不能餵太多。
“너 훈련시키는 건 포기했다. 현아 씨도 천천히 해도 된다고 그랬고. 블루 누나한테 고마워해.”
「我已經放棄訓練你了。賢雅小姐也說可以慢慢來。感謝藍姊姊吧。」
너 대신 던전 돌게 되었으니. 물론 블루는 그걸 더 좋아하는 듯하지만.
我代替你去攻略地城了。當然,藍似乎更喜歡這樣。
새하얀 귀가 파다닥 흔들렸다. 새끼 사슴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세상사야 어찌 흘러가든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편안하게 늘어져 있었다. 마치 움직이는 듯 마는 듯 둥둥 떠 있는 흰 구름 같다.
雪白的耳朵輕輕顫動。小鹿半閉著眼睛,慵懶地躺著,彷彿世間萬物如何流轉都與牠無關。就像是那飄浮在空中,似動非動的白雲。
보는 사람조차 느슨하게 풀어지게 만드는.
讓看的人也跟著放鬆下來。
“그래도 소록이 넌 진짜 멋지게 자라날 거야. 원래 천천히, 느긋하게, 차분히 쌓아 올리면 더욱 튼튼해지는 법이니까. 아주 멋진 사슴이 되겠지. 흔들림 없고, 언제나 여유롭고.”
「即便如此,小鹿你也會成長得很出色。畢竟慢慢地、悠閒地、沉著地累積,才能打下更堅實的基礎。你會成為一頭非常出色的鹿,堅定不移,永遠從容不迫。」
왕관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뿔을 지닌 거대한 사슴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했다. 검은 두 눈은 깊고도 온화하겠지.
一頭有著如王冠般華麗美麗鹿角的巨大雄鹿,彷彿浮現在眼前。那雙黑色的眼睛,想必深邃而溫和吧。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뛰어다니는 발굽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온다. 이렇게 한 며칠 앉아 있으라고 해도 있겠다. 하지만 일어나야지. 마침 전화도 또 들어왔다. 이번에는 해연 쪽이었다.
微風輕輕吹拂。奔跑的蹄聲噠噠作響。即使要我這樣坐上幾天,我也能辦到。但還是得起身了。正好電話又響了。這次是海淵那邊打來的。
“네, 지금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是,我現在就帶他過去。」
완전히 커 버린 블루를 계속 사육소 정원에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상급 헌터 훈련소 근처에 새로 사육 시설을 만들었다. 아직은 너른 공터에 블루를 위한 집만 있는 정도였지만 이후 다른 성체 몬스터들도 크기가 작거나 피스처럼 소형화 가능하지 않는 한 그곳으로 옮겨갈 예정이었다.
完全長大的布魯無法繼續留在飼育所庭院。因此,我在高級獵人訓練所附近新建了飼育設施。雖然目前只是一片寬闊的空地,只有布魯的家,但之後其他成體怪物,除非體型較小或像皮斯一樣可以小型化,否則都將會被轉移到那裡。
아예 그 근처 산 전체를 기승수 산책용으로 쓸 수 있도록 협회에 건의도 해 놓았다.
我甚至向協會提議,將附近整座山都用作騎乘獸的散步場。
밖으로 나가 블루를 부르자 이내 아래로 날아 내려왔다.
我走到外面呼喚布魯,牠隨即飛了下來。
- 꺄아. ——呀。
언제나처럼 활발한 블루의 부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我撫摸著藍色那如往常般活潑的鳥喙。
“이제 이사 갈 거야, 블루야.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藍,我們現在要搬家了。希望你能聽懂。」
말이 안 통하니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평소 블루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집을 청소해 주던 사람들은 함께 옮겨가기로 했다. 바로 근처의 상급 헌터 훈련소 방문자들도 같이 놀아주곤 할 테고.
<p>無法溝通,不知道會不會有問題。不過,平常會餵食布魯、幫牠打掃住處的人們,決定跟著一起搬過去。就在附近的特級獵人訓練所的訪客們,也會陪牠玩耍吧。</p>
환경은 여기보다 훨씬 좋다. 눈치 볼 거 없이 산을 마음대로 날아다녀도 된다.
那裡的環境比這裡好上許多。不用看人臉色,可以隨心所欲地在山裡飛翔。
“넌 또 왜 왔냐.”
「你又來幹嘛。」
블루와 함께 빌딩 주차장으로 가자 컨테이너 트럭과 함께 유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블루는 해연 소속이 아니라서 차와 운전수만 빌리기로 했는데.
和藍一起前往大樓停車場,柳賢正和貨櫃車一起等在那裡。藍不是海淵的人,所以只打算借車和司機。
“해연의 기승수들도 앞으로 옮겨 갈 곳이잖아. 이참에 한 번 봐두려고.”
「海淵的騎乘獸們以後也要搬過去,趁這個機會先去看看。」
하양이와 까망이 다 크면 가긴 하겠지만 시설도 다 갖추어지기 전인데 뭘 벌써. 그것도 길드장이 말이다.
「等小白和小黑都長大了,我是會去啦,但現在設施都還沒建好,急什麼。而且還是由公會長來說。」
안 그래도 최근에 내 옆에만 붙어 있어서 석시명이 어제 저녁에 길드 출근 좀 해 달라고 길드장님께 슬쩍 전해 달라 부탁까지 해왔었는데. 그래서 보내 놨더니 한나절 만에 다시 돌아오기냐.
他最近老是黏在我身邊,害得石時明昨天晚上還拜託我,讓我跟會長大人提一下,請他去公會上班。結果我才把他送走,他半天就又回來了。
“일 밀려 있지 않아?”
「你沒有堆積如山的工作嗎?」
“급한 건 다 처리했어. 어차피 지금은 박예림 헌터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서 S급 던전 공략 신기록 낸 것도 가볍게 넘어갔고.”
「急事都處理完了。反正現在大家的注意力都集中在朴藝琳獵人身上,S 級地下城攻略創下新紀錄這件事也輕描淡寫地帶過了。」
진짜 가볍게 넘어간 걸까, 넘어가도록 만든 걸까. 그래도 일하고 왔다니까.
是真的輕描淡寫地帶過,還是刻意為之?不過他都說他去工作了。
블루와 함께 컨테이너로 들어가자 유현이도 따라왔다. 차 안 밀려도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불편할 텐데. 바닥 한쪽은 푹신하게 만들었고 방석도 있긴 하지만.
我和藍一起走進貨櫃,宥賢也跟了過來。即使不塞車,這段距離也將近兩個小時,他應該會覺得不舒服吧。雖然地板有一側弄得很柔軟,也有坐墊。
컨테이너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했다. 블루는 얌전히 엎드려 길게 하품했다.
貨櫃門關上,車子開動了。布魯乖順地趴著,打了個大大的哈欠。
“예림이는 일본 간다고 완전 신났더라. 대결도 대결이지만 정식으로 가는 해외여행이니까. 일종의 가족여행이기도 하고.”
「藝琳說要去日本玩,開心得不得了。雖然是去比賽,但也是她第一次正式出國玩。某種程度上也算是家庭旅遊吧。」
현아 언니랑 수영복 사러 갈 거라며 아저씨도 같이 가자는 걸 거절하느라 혼났다.
<p>她說要跟炫雅姊姊去買泳衣,還說要我這個大叔也一起去,我費了好大一番工夫才拒絕掉。</p>
“그리고, 우리도 처음이잖아.” 「而且,我們也是第一次去。」
내 옆에 나란히 앉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갈 기회가 없었지. 형편도 못 되었고. 어쩌다 간 홍콩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我望向坐在我身旁,與我並肩的弟弟。這段時間以來,我們一直沒有機會去。家境也不允許。除了偶然去過一次香港,這還是頭一遭。
“별일 없었으면 너 수능 치고 나서 갈까 했는데.”
「如果沒發生什麼事,我本來想等你考完大學入學測驗後,我們就去。」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해외여행 수요도 많이 줄었지만, 그땐 안 가는 사람이 없댔으니까.
<p>雖然最近世道變了,海外旅遊的需求也減少了許多,但那時候聽說沒有人不去海外旅遊的。</p>
이번 일본행에는 전용기에 숙소도 안전을 위해 호텔을 통으로 내어준다고 하였다. 당연히 최고급 숙소에 다른 것도 모두 호화로울 것이다.
這次日本行,據說為了安全,不只提供專機,連住宿也直接包下整間飯店。想當然耳,除了最高級的住宿,其他所有的一切也都會是最高規格的奢華享受。
평범하게 우리끼리 갔더라면 평범한 비행기에 숙소도 평범했겠지. 어쩌면 초라했을지도 모른다. 경비를 최대한 아끼며 그냥 첫 해외여행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서. 그래도 진짜 좋았을 거 같은데.
要是我們自己去,那大概就是搭普通的飛機,住普通的旅館吧。說不定還會很簡陋。為了盡量節省經費,就只是把重點放在「第一次出國旅行」這件事上。不過,那樣應該也會很開心吧。
“언제든지 갈 수 있어, 형. 너무 먼 곳이 아니라면 며칠 시간 내는 것쯤이야 가능해. 김성한 헌터도 곧 부길드장이 될 테고 박예림 헌터도 있으니까 며칠쯤 자리 비워도 괜찮아. 겉모습 바꾸고 조용히 다녀올 수 있어.”
「哥,我隨時都能去。如果不是太遠的地方,抽出幾天時間是沒問題的。金成翰獵人也快要成為副會長了,還有朴藝琳獵人在,所以空下幾天也沒關係。我可以改變外貌,安靜地去一趟。」
“예림이가 화낼 텐데.” 「藝琳會生氣的。」
“형 동생은 나잖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哥,你弟弟是我耶。這種程度的犧牲是應該的吧。」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웃음이 슬쩍 나왔다. 그래, 내 동생은 유현이 너지. 너밖에 없지. 너밖에. …내 동생은.
他那理所當然的態度讓我忍不住笑了出來。是啊,我的弟弟是宥賢你啊。除了你沒有別人了。除了你。……我的弟弟。
“저기, 형.” 「那個,哥。」
유현이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宥賢小心翼翼地叫了我。
“아무래도 내가 잘못 말한 것 같아.”
「我好像說錯話了。」
“응? 뭐가?” 「嗯?什麼?」
“나와 박예림 헌터를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거 말이야. 형에게 등급 높은 스킬이 있고 그쪽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로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스탯인데. 공포 저항 스킬에 가려지고 던전과 헌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 무심코 형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버렸어.”
「我說過不要太擔心我和朴藝琳獵人。就算哥有高階技能,也得到那邊的幫助,但實際上能力值跟一般人沒兩樣。因為有恐懼抗性技能的掩護,加上哥又太了解地城和獵人,所以我不自覺地認為哥會沒事。」
“난 진짜 괜찮아.” 「我真的沒事。」
“아니야, 형.” 「不,哥。」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나는 경력만 따지면 너보다 많다만.
說的也是,我資歷再怎麼說也比你深。
“그리고 스킬 때문에 부작용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어. 형과 비슷한 경우가 있거든.”
「而且也有可能是因為技能才產生了副作用。有跟哥類似的案例。」
“…나와 비슷한 경우라고?” 「……跟我類似的情況?」
“응. 주로 중급 헌터에게 많이 나타나곤 하는데, 막 각성하고 헌터가 되면 현실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대.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세상이 바뀌는 셈이니까. 마치 꿈을 꾸거나 게임? 같은 걸 하는 기분이 들어서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던전에 들어가고 헌터 노릇을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현실감을 느껴 버리는 거야.”
「嗯。主要常出現在中級獵人身上,據說剛覺醒成為獵人時,常常會無法真切感受到現實。畢竟平凡的日常生活突然天翻地覆。感覺就像在做夢或玩遊戲?之類的,表面上看起來若無其事、泰然自若地進入地城,扮演獵人,但有一天突然感受到了現實。」
나도 들어 본 적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 비슷한 케이스와 마주친 적도 있다.
這也是我曾聽過的故事。實際上,我也曾遇過類似的案例。
“몇 달쯤 지나고 나서야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이 한 번에 밀려들어 오면 그간의 경험까지 모두 두려움으로 다가와서 극복 못 하고 은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어. 그래서 최근 길드들이 신인 중급 헌터를 특별히 관리해 주곤 하고.”
「他說,有時候過了幾個月,當這一切是現實的事實突然湧上心頭時,過往的經驗都會化為恐懼,導致他們無法克服而選擇引退。所以最近的公會都會特別關照新人中級獵人。」
말이 특별 관리지 그거 실은 첫 던전 공략에서 적당히 굴려서 현실감 느껴 주게 하는 거 아니었냐.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所謂的特別管理,其實不就是讓他們在第一次攻略地下城時,適度地吃點苦頭,讓他們感受一下現實嗎?雖然那確實是最有效的方法。
“공포 저항 스킬이 그런 경우처럼 형에게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을지도 몰라. 최근 들어 형이 좀 더 불안해하는 것도 같고, 정신계 저항 스킬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혹시 괜찮으면 스킬 끄고 상담 한번 받아 보지 않을래?”
「恐懼抗性技能或許就像那樣,讓哥感受不到現實感。最近哥似乎也變得更不安了,考慮到精神系抗性技能的特性,這種可能性很高。如果可以的話,要不要關掉技能,然後去諮詢看看?」
“상담?” 「諮詢?」
“응. 헌터 전문 상담사도 있다더라고. 원래 자격 갖추고 경력도 꽤 되는 상담사였는데 각성해서 헌터 경력도 2년 이상 되는 전문가래.”
「嗯。聽說也有獵人專業諮詢師。本來是具備資格、資歷也相當豐富的諮詢師,覺醒後成為獵人,資歷也有兩年以上的專家。」
따로 알아봤다면서 유현이가 말했다. 비밀 보장도 확실하게 된다면서.
宥賢說他另外去打聽過了,還說會確實保密。
“…아니야, 난 괜찮아.” 「……不用了,我沒關係。」
가서, 무슨 말을 하겠냐. 할 말이 없다. 상담사가 아니라 그 누구에게라도 꺼내들 수가 없다. 미친 척 털어놓으려고 해도 내가 못 버틴다.
去了,又能說什麼呢?我無話可說。不只是諮詢師,我對任何人都無法啟齒。就算我裝瘋賣傻地說出來,我也承受不住。
“혹시라도 마음 내키면 언제든지 말해 줘.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게 해 줄 수 있어.”
「你如果哪天改變心意,隨時都可以告訴我。我可以讓這件事除了我以外,沒有任何人知道。」
“정말로 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
「我真的沒事。抱歉讓你們擔心了。」
유현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柳賢靜靜地看著我,然後開口說道。
“미안하다고 하지 마. 나는 형을 옆에서 걱정해 줄 수 있어서 기뻐. …기쁘다고 하면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
「別說抱歉。我很高興能在哥身邊為你擔心。……雖然說高興可能有點奇怪,但就是這樣。」
“…너도 참.” 「……你也是。」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득 명우가 해 줬던 말이 떠올랐다. 부탁해, 고마워. 두 마디면 된다고 했던. 그리고 예림이도, 노아도.
我不知道該說什麼。忽然想起銘祐曾對我說過的話。拜託了,謝謝你。他說只要這兩句話就夠了。還有藝琳和諾亞也是。
“고맙다.” 「謝了。」
동생이 방긋 웃었다. 곱게 눈을 접으며 웃는 얼굴에 가슴 가득 달달하고도 따스한 것이 차올랐다. 참지 못하고 유현이를 와락 끌어안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弟弟笑開了。他笑起來的時候,眼睛會溫柔地彎起,讓我的心頭充滿了甜美與溫暖。我忍不住一把抱住宥賢,輕撫他的頭。
“넌 왜 스무 살 먹어서도 귀엽고 그러냐.”
「你都二十歲了怎麼還這麼可愛啊。」
내 품안 가득히, 넘치도록. 이렇게 안을 수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고작 5년이잖아. 버틸 수 있을 거다. 모른 척 참고 견디고 피하는 거 익숙하니까. 아무것도 없이,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버텨냈으니 또다시 5년쯤 어떻게든 되겠지.
我的懷裡滿滿的,多到溢出來。既然能這樣抱著,就沒關係。不過才五年而已。我能撐過去的。假裝不知道、忍耐、躲避,這些我都習慣了。什麼都沒有,我一個人也能想辦法撐過來,所以再五年左右,也總會有辦法的吧。
괜찮을 거다. 혼자도 아니고,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會沒事的。我又不是一個人,只要再忍耐一下就好。
“사랑해, 내 동생.” 「我愛你,我的弟弟。」
조금만 더. 再一下下。
* * *
차가 멈추어 섰다. 컨테이너에서 내려서자 아직 완성되지 못한 벽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사육시설은 성체 기승수들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넓게 지을 예정이었다. 근처에서 물을 끌어와 큼직한 인공 호수도 만들기로 했다. 어떤 몬스터를 데리고 오게 될지 모르니까.
<p>車子停了下來。從貨櫃車上下來,尚未完工的牆壁映入眼簾。新的飼育設施預計會盡可能地建造寬敞,以便讓成體騎乘獸也能充分活動。他們還決定從附近引水,建造一個大型人工湖。因為不知道會帶來什麼樣的怪物。</p>
블루를 위한 집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운동장이나 기타 시설은 완공까지 한참 남았지만, 어차피 블루는 비행형이라 담장 따윈 있으나 마나였다.
為布魯建造的家園最先完工。運動場和其他設施距離完工還需要很長一段時間,但反正布魯是飛行型的,有沒有圍牆都無所謂。
“블루야, 저기가 네 새집이야.”
「小藍,那裡是你的新家喔。」
저기 저 끝에 만들어진 높다란 새집과 비슷한 건축물. 탑처럼 길고 튼튼한 받침대 꼭대기에 항아리형 새둥지 같은 집이 놓여 있었다. 둥지 앞쪽으로 내려설 수 있는 너른 판도 마련되어 있다.
在遠處盡頭,有座高聳的建築物,類似鳥巢。在像塔一樣又長又堅固的基座頂端,放著一個像甕形鳥巢的房子。巢穴前方還設有寬闊的平台,可以讓人們走下來。
“집, 알지? 집.” 「家,知道吧? 家。」
- 꺄아우. - 嘎啊嗚。
블루가 부리 끝을 까딱거리곤 날아올랐다. 둥지 앞에 내려서서는 머리만 넣어 안을 살피더니 훌쩍 들어간다. 크기도 적당하네. 황금 그리폰 두어 마리쯤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블루 외의 다른 그리폰도 또 데리고 올 수도 있겠지. 무리 생활을 한다고 했으니 친구가 생기면 좋아할 것이다.
藍羽輕點鳥喙,然後飛了起來。牠降落在鳥巢前,只把頭伸進去查看,然後就輕巧地鑽了進去。大小也挺合適的。大概能容納兩三隻黃金獅鷲。除了藍羽之外,或許也能再帶其他獅鷲過來吧。既然牠們是群居動物,有了朋友應該會很高興。
“한 소장님! 동생도 같이 왔네?”
「韓所長!你弟弟也一起來啦?」
그때 차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현아였다. 지붕이 열린 지프차가 우리 옆에 와 섰다. 그녀가 차 문을 열지도 않고 훌쩍 뛰어넘어 내려섰다.
這時,伴隨著車聲,傳來了熟悉的聲音。是文賢娥。敞篷吉普車開到我們旁邊停下。她沒有開車門,而是直接跳下車。
“여긴 어쩐 일이세요?” 「您怎麼會來這裡?」
“어쩐 일이긴, 오늘 블루 온다기에 한 바퀴 둘러보려고 왔지. 아직은 볼 거 딱히 없긴 하지만.”
「什麼怎麼會來,聽說 Blue 今天會來,所以就過來逛逛啊。雖然現在還沒什麼好看的。」
소록이 집도 건축 들어가서 직접 확인도 할 겸 왔다고 하였다. 문현아가 둥지 밖으로 머리를 내민 블루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p>小鹿說他來是為了確認正在施工的房子。文賢雅欣慰地看著從鳥巢裡探出頭的藍。</p>
“예림이가 그러던데 비행 속도 장난 아니라며?”
「藝琳說,飛行速度不是開玩笑的?」
“측정해 보진 않았지만 비행 스킬에 공기저항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니까 대단하겠죠.”
「雖然沒有測量過,但飛行技能可以減少空氣阻力,應該很厲害吧。」
S급 스탯에 튼튼한 날개. 그것만으로도 시속 수백 킬로미터대는 나오지 싶었다. 평범한 새도 수평비행 속도 백 킬로미터 중후반대까지 나온다니까. 거기에 스킬이 더해지면 어마어마하겠지.
S 級素質加上強韌的翅膀。光是這樣,時速應該就能達到數百公里了吧。聽說普通的鳥類,水平飛行的速度也能達到一百公里中後段。再加上技能的話,肯定會非常驚人。
내 말에 문현아의 입꼬리가 더더욱 위로 올라갔다.
我話一說完,文賢娥的嘴角就揚得更高了。
“보통 하강 속도가 더 빠르니까, 음속 찍는 거 아니냐.”
「通常下降速度會更快,不是會達到音速嗎?」
그래도 생물인데 그 정도까지 갈까 싶지만, 모를 일이긴 하다. 누구 씨는 대형 크루즈선도 폭파했는걸.
<p>話說回來,再怎麼說也是生物,應該不至於到那種地步吧,但也很難說。某人可是連大型郵輪都炸了呢。</p>
“온 김에 형님도 한 바퀴 돌아 볼래?”
「既然來了,哥也想繞一圈看看嗎?」
문현아가 차 뒷좌석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곤 유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文炫雅打開車子後座的車門,說道。我點了點頭,和柳賢一起坐進車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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