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anthropocene) 위기와 유지 가능성 분석 연구 : 늑대인간(T-528) 사례를 중심으로
人类世(anthropocene)危机与可持续性分析研究:以狼人(T-528)案例为中心

저자 마에다 리쿠  作者 前田陸

주제어 늑대인간(T-528); 라포(rapport) 형성; 이인종 행동 분석; Z-바이러스
关键词 狼人(T-528);亲和关系(rapport)形成;异种族行为分析;Z 病毒

기타서명 A Study on the anthropocene crisis and maintainability analysis - focusing on the Case of Wolf-man (T-528)
其他署名 人类世危机与可持续性分析研究——以狼人个案为中心(T-528)

초록  摘要

본 연구는 2473년 최초로 발견된 늑대인간 T-528의 사례를 중심으로 인류세의 위기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여 인류세의 유지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는 《Lighthouse on a Bluff》에서 진행된 Z-바이러스 백신 연구와 T-528 개체 유전자의 융합을 통한 치료제 개발 전과정을 다루며, 이를 기반으로 바이러스 시대 인류의 지속 생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그 의의를 둔다.
本研究以 2473 年首次发现的狼人 T-528 案例为核心,分析人类世危机,并基于此开发治疗药物以探索人类世的可持续性。研究涵盖《悬崖灯塔》中进行的 Z 病毒疫苗研发与 T-528 个体基因融合治疗的全过程,旨在为病毒时代人类的持续生存可能性提供理论依据。

또한, 개체 연구 과정에서 사회화 교육을 시행하여 이인종과 인류 간의 상호 소통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라포 형성 척도(RFS: Rapport Formation Scale)는 T-528을 대상으로 탐색적 요인분석,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타당화를 검증하였다. 따라서 후속으로는 이인종 DNA의 인공 배양을 통한 전투 개체로의 활용 가능성을 분석하여 인류세 위기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此外,在个体研究过程中实施社会化教育,考察异种族与人类间的交互可能性。本研究开发的亲和关系形成量表(RFS)通过探索性因子分析和验证性因子分析对 T-528 进行效度验证。后续将分析通过异种族 DNA 人工培养制造战斗个体的可行性,为应对人类世危机提供新范式。

참고문헌  参考文献

  1. 단행본   专著
    K.H.SIMON, 《머지않은 인류 온라인 서버 종료》 
    K.H.西蒙,《迫近的人类在线服务器终止》

    이토 사카시, 《Z-바이러스, 지구가 내리는 형벌》
    伊藤贤,《Z 病毒:地球降下的惩罚》

  2. 논문  论文
    마에다 토오루, 《암실사육한 Z-바이러스 감염자의 시험관내 생존율》
    前田彻,《暗室培养的 Z 病毒感染者体外存活率》

    기무라 젠, 《진화, 감염, 사망 : 인류 존속의 위기 그 갈림길에서》
    木村禅,《进化、感染、死亡:人类存续的危机分岔路》

    아스카 토마, 《국가의 부재가 재난관리 체제에 미치는 영향》
    飞鸟桃,《国家缺位对灾害管理体系的影响》

  3. 기타  其他
    《Lighthouse on a Bluff》 연구 보고서 (2472)
    《悬崖上的灯塔》研究报告(2472)

    Z-바이러스 백신 개발 기록 (2471)
    Z 病毒疫苗开发记录(2471)

    늑대인간 T-528 유전자 분석 연구 (2473)
    狼人 T-528 基因分析研究(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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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울음소리를 내며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이 동물은 자연계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일 것입니다. 강인하고 피에 굶주렸으며 치명적인 이 녀석은 바로」
「发出毛骨悚然的嚎叫,长着骇人獠牙的这种动物,恐怕是自然界最可怕的生物。强悍、嗜血且致命的这家伙正是」

“그거 그렇게 물면 안 된댔지.”
"不是说过不能那样咬的吗。"

“웅.”  "嗯。"

뻔뻔한 목소리에 반하는 겁먹은 눈빛. 소년은 태연하게 답했던 것과 달리 벌떡 일어서서 토낄 준비를 했다. 그래봤자 몇 발짝 가지도 못할 거면서. 살살 눈치 보며 뒷걸음질을 치다 불호령을 얻어맞았다.
与理直气壮的声音相反的是畏缩的眼神。少年表面镇定回答,却猛地起身准备逃跑。可就算这样也跑不出几步。他蹑手蹑脚地后退时,突然被一声怒喝震住。

“지금까지 네가 물어뜯어 놓은 케이블만 몇 갠 줄 알아?”
"你知道至今咬坏多少根数据线了吗?"

“알아.”  "我知道。"

“아는데 이래?”  "知道还这样?"

거짓말 못 하고 곧이곧대로 대답한 탓에 괘씸죄가 추가됐다. 캡슐도 태블릿도 다 너 때문에 충전을 못 해. 너 여기 들어오고서 내가 새로 사 온 케이블로 집 한 채는 지을 수 있겠다. 이빨이 그렇게 간지러워? 다 뽑아줄까? 쏘아지는 목소리를 피해 뒷걸음질 치던 몸을 돌려 앞으로 뛰어갔다. 티비 화면에서는 그림자가 걷어지며 오늘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因为不会撒谎而老实回答,反倒罪加一等。胶囊舱和平板都因为你充不了电。自从你来这儿,我新买的数据线都够盖栋房子了。牙齿这么痒?要全拔了吗?躲避着凌厉的质问声后退的身影突然转身前冲。此时电视屏幕上的阴影散去,露出了今日的主角。


「회색 늑대입니다.」  "是灰狼。"

“유우시, 도망가지 말고 이리와.”  "勇志,别跑,过来。"


리쿠의 엄한 표정에 유우시는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도망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터덜터덜 방향을 돌렸다. 제일 좋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시간에 혼나는 것도 서러운데 여지없이 명확한 증거에 변명도 못 하니 풀이 잔뜩 죽은 모양이다. 잘근잘근 씹혀서 바스러져 가는 흰색 충전 케이블이 유우시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 졌다. 얼룩덜룩 남아 있는 잇자국을 본 유우시가 작게 침을 삼켰다.
面对前田陸严厉的表情,勇志耷拉着眉毛停下逃跑的脚步,磨磨蹭蹭地转了方向。最爱的国家地理频道时间挨训已经够委屈,更何况证据确凿无从辩解,整个人都蔫了。被咬得支离破碎的白色充电线突然怼到勇志面前,看到上面斑驳的牙印,他悄悄咽了下口水。

“오늘은 푸딩 없어.”  "今天没有布丁。"

“왜?”  "为什么?"

세상이 무너진 표정. 멋모르는 사람 눈에는 효과적일 맑은 얼굴이 틀림없다. 뭐든 갖다 바치게끔 하는 순백의 무구함은 인간 얼굴을 한 어린 늑대의 필살기… 지만 사육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에다 리쿠는 잘 안다. 천진한 거죽 뒤에 숨어 있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영혼을.
一副天崩地裂的表情。在不知情者眼中,这张清透的脸蛋无疑极具欺骗性。那份能让人心甘情愿献上一切的纯真无邪,正是披着人皮的幼狼必杀技...但饲养员可没那么好糊弄。前田陸太清楚了,在那副天真外壳下藏着多么厚颜无耻的灵魂。

“원래 사고 치면 벌 받는 거야.”
"闯祸本来就是要受罚的。"

“벌?”  "罚?"

눈 둥그렇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우시의 머리에 딱밤이 한 대 꽂혔다. 너 다 알아듣잖아. 왜 모르는 척해. 따끔한 느낌과 목소리에 눈을 도륵도륵 굴리다 두 볼 가득 바람을 빵빵하게 넣었다. 토라질 차례라 이건데…
勇志瞪圆眼睛歪着头时,脑门突然挨了个爆栗。你明明都听得懂,装什么傻。他眨巴着眼睛感受着火辣辣的痛感,突然鼓起腮帮子把脸蛋撑得圆滚滚的——这分明是要闹脾气的架势...

기가 차서 웃음이 다 나왔다.
气得我笑都笑不出来了。

“그런 건 누구한테 배웠어.”  "这种事是跟谁学的。"

“리쿠.”  "陸。"

“거짓말은 또 어디서 배웠지. 혼나야겠네.”
"说谎又是跟哪儿学的。该教训你了。"

“거짓말 아니야.”  "我没说谎。"

“난 유우시 앞에서 그런 적 없는데.”
"我在勇志面前从没那样过。"

“아냐. 있어. 리쿠 그랬어.”  "不,你有。陸明明就那样。"

“내가 언제.”  "我什么时候。"

“유우시 밥 안 먹을 때.”
"勇志不吃饭的时候。"

리쿠 속상해애- 했어. 그때를 완벽 재연하려는 모양인지 본인처럼 눈을 뜨고 눈망울을 촉촉하게 적시는 유우시의 등짝에 한 번 더 불이 떨어졌다. 누가 자꾸 선생님을 놀려? 어? 철퍼덕 주저앉은 유우시가 팔을 꺾어 화끈거리는 등을 겨우겨우 문지르며 불퉁한 목소릴 낸다.
陸当时委屈巴巴地说"人家好难过嘛——"。似乎要完美重现那天的场景,勇志像他本人那样睁大双眼,让湿润的眼眸泛着水光,后背又挨了一记火辣辣的巴掌。"谁老是捉弄老师?嗯?"扑通跌坐的勇志扭着手臂,艰难地揉着火辣辣的后背,声音里带着委屈。

“선생님 아냐.”  "不是老师。"

“아니 맞아. 나는 선생이고 유우시는 학생이야.”
"不对,你说反了。我是老师,勇志是学生。"

“아냐.”  "不是。"

“그럼 뭔데.”  "那是什么?"

무슨 대답이 나오나 두고 보자는 얼굴로 노려보고 있으니 올려다보던 시선이 뚝 떨궈졌다. 뒤를 잇는 작은 웅얼거림과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귀 끝이 리쿠의 시야에 들어찼다.
他带着"看你能给出什么回答"的表情紧盯着我,原本仰视的目光突然垂落。随着一声细小的嘟囔,那对逐渐泛红的耳尖闯入了陸的视野。


“…그냥 리쿠.”  “… 只是陆。 ”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합니다.」
“狼一生只会爱上一只雌性。”

“리쿠는 그냥 리쿠야.”  "陸就是陸啊。"

「늑대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可以说狼的初恋会持续到坟墓里呢。」


착 가라앉은 속눈썹이 바닥을 향해 팔랑거렸다. 시무룩한 얼굴이 한껏 동정심을 자극한다. 서슬 퍼렇던 리쿠의 눈초리도 어쩔 도리 없이 말랑해졌다. 항복 예감에 절로 한숨이 나온 리쿠는 절레절레 고개 저으며 팔을 벌렸다. 이리와. 선생은 아니지만 주인쯤은 되는지 유우시가 터벅터벅 걸어와 품에 쏙 안기니 부슬거리는 머리칼이 가슴팍에 부벼졌다. 간지러움에 코를 찡긋하던 리쿠는 유우시의 등을 토닥였다. 어린 늑대를 달래기 딱 좋은 톤의 부드러운 회유와 함께.
低垂的睫毛像蝶翼般轻颤,那张闷闷不乐的脸彻底激发了怜爱之情。连眼神锐利的陸也不由得软化了目光。预感到自己即将投降的陸叹了口气,摇着头张开双臂。过来。虽然不是老师但好歹算主人的勇志吧嗒吧嗒走过来,一头扎进怀里,蓬松的发丝蹭得胸口发痒。陸皱了皱鼻子轻拍勇志的背,用刚好能哄好小狼崽的温柔声线低声安抚。

내일부터는 안 그럴 거지?  明天开始不会这样了吧?

으응…  嗯…

의미 없는 긍정을 들으며 리쿠는 작은 한숨과 함께 가운 포켓에서 안경을 꺼내어 썼다. 리쿠 안경? 공부해? 고개를 들어 갸웃대며 말하는 얼굴에 그렇다는 대답을 하니 가지 말고 놀아달라고 졸랐다. 여태 너랑 놀아서 시간 없어. 단호한 거절과 함께 티비 볼륨을 키워줬더니 눈썹을 추욱 늘어트렸던 유우시가 3초 만에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단순하긴. 픽 웃음이 나왔다.
听着这毫无意义的应和,陸轻叹着从睡袍口袋掏出眼镜戴上。"陸戴眼镜?要学习吗?"抬头看到那张写满疑问的脸,刚点头承认就被缠着要陪玩。刚才陪你玩到现在都没时间了。果断拒绝后调高电视音量,原本眉毛都垮下来的勇志三秒内就把注意力转向了电视。真单纯啊。陸忍不住噗嗤笑了。

껌딱지처럼 들러붙은 늑대를 떼어내고 책상 앞으로 간 리쿠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연구일지를 빼냈다. 두꺼운 커버를 한번 훑으니 새삼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많이도 썼네. 처음 시작할 때는 공백이 더 많았던 일지지만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페이지가 더 많다. 조만간 새로운 일지 보충 신청을 해야겠다. 생각이 멈추고 펜이 사각거리기 시작했다.
把牛皮糖似的狼崽扒拉开,陸走到书桌前抽出书架上的研究日志。指尖划过厚重封皮时又叹了口气。写得真多啊。刚开始时空白页占多多的日志,现在破旧的页面反而更多了。得尽快申请补充新日志。思绪停驻时,钢笔已在纸面沙沙作响。



2473년 11월 30일의 연구일지  2473 年 11 月 30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는 나를 맹목적으로 따른다. 샘플 추출을 위해 실험실에 갈 때면 더는 그를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 고기나 산책 같은 유인책 또한 필요가 없다. 현재로서는 치료제 개발 연구는 척수액 추출로만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23회차째 척수액 샘플 추출을 시행했으며, 유우시는 모든 샘플 추출 과정 가운데 NRS가 가장 높은 이 과정을 잘 버텨내고 있다. 늑대인간은 본래 물리적 고통감내력이 더 강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보다 인내심이 더 강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표본 수집을 통한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현시점 인류에게 발견된 개체는 단 하나이기 때문에 섣불리 유우시에게 생체 연구를 진행할 수는 없다. 전투용으로의 양산을 위해 특성 파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므로 표본 연구 방법을 물색해야 한다.
勇志会盲目地跟随我。现在去实验室采集样本时已无需说服他,也不再需要肉类或散步之类的诱饵。目前治疗剂研发仅能通过脑脊液提取实现,已进行到第 23 次采样,勇志在所有采样过程中承受着 NRS 评分最高的这项操作。需要确认狼人是否天生具有更强的物理疼痛耐受力,或是比人类更具忍耐力。虽然需要通过标本收集进行后续研究,但现阶段人类仅发现这一个体,不能贸然对勇志进行活体研究。为实现战斗用途的量产,必须优先掌握特性,因此需要寻找合适的标本研究方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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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년 11월 2일의 연구일지  2473 年 11 月 2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했던 12차 치료제 개발 실험이 이번에도 실패했다. 소동물 임상까지는 바이러스 차단에 성공했는데 유인원으로 넘어가자 항체가 생성되지 못했고, 결국 감염으로 이어진 거다. 뭐가 문제였을까. 늑대의 유전자로는 결합이 불가한 게 판명됐으니 13차 연구는 감염자의 척수액과 결합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빠른 샘플 채취 일정 수립을 위해 유우시의 컨디션을 상시 체크해야 한다.
被寄予厚望的第 12 次治疗剂开发实验再次失败。虽然在小型动物临床阶段成功阻断了病毒,但转移到灵长类后未能产生抗体,最终导致感染。问题究竟出在哪里?现已证实无法与狼的基因结合,因此第 13 次研究计划进行感染者脑脊液结合实验。为制定最快的样本采集计划,必须实时监测勇志的身体状况。

비고:  备注:

-실험체(유인원) 사살 처리 완료  -实验体(灵长类)处决处理完成

-실험실에 협조 공문 발송 필요
-需向实验室发送协助公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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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년 10월 13일의 연구일지  2473 年 10 月 13 日的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사회화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유우시는 내 말은 좀 들어먹지만 다른 인간들에게는 도무지 협조를 안 한다. 차트 분석을 위해 온전한 하루가 필요한데 유우시가 난동을 부린다는 소식에 가서 녀석을 달래야만 했다.
社会化训练为何如此困难。勇志虽然会听我的话,但对其他人类却完全不配合。明明需要完整的一天来做图表分析,却因勇志闹事的消息不得不去安抚那家伙。

유우시의 사고와 행동은 단순하다. 타인에게 협조하는 로직이 아닌, 단순히 나를 참고 기다리기로 임상 시험에 임하고 있다. 내가 시야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정 증세를 나타내며,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특히나 타 연구자를 극도로 경계하고, 심지어는 공격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사회화 훈련은 행동 교정 면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지만 일시적일 뿐이고, 인간사회에 걸맞은 사고체계를 수립하는 일에는 지금부터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勇志的思维和行动都很单纯。他参与临床试验并非出于配合他人的逻辑,而仅仅是忍耐着等待我。当我不在视线范围内时,他会表现出不安症状,状态不佳时尤其会极度戒备其他研究人员,甚至出现攻击倾向。社会化训练在行为矫正方面虽取得显著成效,但只是暂时性的,要建立适合人类社会的思维体系,看来仍需耗费不少时间。

내 필요성 입증을 위해 단독으로 형성했던 초기 애착이 실험에 독이 되고 있다. 이러면 너 나중에 연구실 밖에서 어떻게 살래, 했더니 “리쿠랑 같이 살 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울 타이로 엮인다는 게 이런 걸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쓸만한 보조 하나를 찾아서 붙여봐야 하나. 내가 바쁠 때 너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소개한다면 유우시의 반응은 어떨까. 내일 바로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当初为证明自身价值而建立的独占式依恋,如今却成了实验的绊脚石。"这样下去你离开实验室后怎么生活",当我这样问时,得到的回答却是"要和陸一起生活"。这就是所谓的灵魂羁绊吗?从长远考虑,绝不能放任这种状况。得在事态恶化前找个靠谱的助手才行。如果介绍说是"我不在时能照顾你的人",勇志会作何反应呢?明天就着手实施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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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년 2월 5일의 연구일지  2473 年 2 月 5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2연구실 1팀 선임 연구원
作者:前田陸 / 第二研究室第一组首席研究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38차 임상 끝에 실패로 종결됐다. 맡는 것마다 실패로 돌아간다고 팀장한테 까이고 실장한테도 까였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몇 번을 더 실패했는지를 들이밀며 낙오자에게는 더이상 신규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을 거라고 엄포했다.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성공시킨 프로젝트가 몇 갠데 그걸 다 잊었나. 나는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먼저 단독 연구를 맡아 더 많은 연구를 했을 뿐이다. 실패가 난무하는 이곳에서 절대적인 실패 수치와 백분율을 들이밀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을 중의 을이고, 그들은 내 가치 여부를 판단하는 슈퍼 갑이니 반박도 못 했지만.
进行中的项目在第 38 次临床试验后宣告失败。因为每接手项目都以失败告终,我被组长和室长轮番训斥。他们甩出我比别人多失败了多少次的数据,威胁说不会再给落伍者分配新项目。我二十岁起成功完成的项目有多少,他们都忘了吗?我只是比其他人更早独立承担研究,做了更多实验而已。在这个失败横行的环境里,甩出绝对失败数值和百分比到底想怎样。我不过是乙中之乙,而他们是判定我价值的超级甲方,连反驳的余地都没有。

오늘 문 앞에서 주운 어린애를 쪼개볼 예정이다. 감염체의 소지품이었던 포대에서 나온 그 아이는 감염체가 이성이 남아 있을 때 자발적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물을 소지한 채 발견된 감염체는 여태까지 전무했으므로 연구 가치는 이미 증명됐다. Z-바이러스 감염체는 뒤를 돌아볼 수 없는데 아이를 등에 업고 온 것이나, 눈에 띄는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이는 감염체에게 납치나 사냥된 것보다는 애착 관계에 가까울 것으로 추측된다. 감염체는 사살되었지만, 주요 단서인 아이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타는 그래봤자 우리가 매일 보던 감염자라고 했지만, 장애물을 넘지 않았던 감염체의 행태는 그간 연구한 감염자들과 분명 다르다. 감염의 전이가 다 이루어지기 전에 아이의 운송을 시도했거나, 감염 과정에서 변이가 있어 이성을 남겨뒀거나, 뭐든 분명 다른 포인트가 있을 것으로 유추된다. 그걸 찾아내면 치료제 개발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 한다.
今天准备解剖在门口捡到的那个孩子。从感染者携带的布袋里发现的这个孩子,是感染者在尚存理智时主动带来的。迄今为止从未发现过携带人类或动物等活体的感染者,其研究价值已不言而喻。Z 病毒感染者本应丧失回望能力,却将孩子背在身后,且孩子体表无明显外伤,由此推测孩子与感染者更接近依恋关系而非绑架或猎食。虽然感染者已被击毙,但关键线索应该能从这孩子身上找到。索塔说反正就是常见的感染者,但该感染者未跨越障碍的行为模式明显不同于以往研究的病例。可能是感染未完全扩散前尝试运送孩子,或是感染过程中产生变异保留了理智,总之必定存在特殊之处。若能找出这个关键点,定能为治疗药物研发作出贡献。不,是必须作出贡献。

획기적인 성공이 필요하다. 벼랑 끝에 몰린 내 처지를 바꿔야 한다.
我需要一场突破性的成功。必须改变这被逼到悬崖边的处境。

연구를 시작한다.  开始研究。




늑대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狼的初恋至死不渝








지구 온라인 서버 종료까지 단 한 발!
距离地球在线服务器关闭仅一步之遥!

2370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구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인류가 살아내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푸른 하늘과 바다, 초록빛의 숲 같은 것들은 이제 고전 동화책의 삽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천방야담이 됐다. 행성의 RGB 값이 누런색으로 바뀐 지 오래였고, 우주에서 찍어 보내는 위성 사진 속 지구는 황토별로 바뀌었다. 푸른별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根据 2370 年公布的资料显示,地球已被判定为脑死亡。这意味着环境已恶化到人类难以生存的程度。蓝天碧海与苍翠森林,如今只存在于古典童话书的插画中,成了天方夜谭。行星的 RGB 值早已转为昏黄,从太空传回的卫星照片里,地球已变成一颗黄褐色星球。那颗蓝色星球如今无处可寻。

끝끝내 생명력을 잃은 지구의 몸살 역사는 길다.
彻底丧失生命力的地球,其病痛历史源远流长。

서기 2335년. 황폐한 지 오래인 토양은 농작물 생산을 전격 중단하였고, 오염수로 가득 찬 강과 바다에서는 어류의 씨가 말랐다. 연이은 동식물의 멸종으로 인류는 기초적인 식량난을 맞닥뜨렸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첫 폭동이 일어난 후 이내 전 세계로 번졌다.
公元 2335 年。早已贫瘠的土地彻底停止了农作物生产,被污染水充斥的江河湖海中鱼类的种子已然枯竭。随着动植物接连灭绝,人类面临着最基础的粮食危机。美国亚特兰大爆发首次暴动后,骚乱迅速席卷全球。

서기 2337년. <생존을 위한 생산의 최소화> 양심 없는 슬로건과 함께 전 세계 인구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주된 사인은 “아사“. 굶어 죽고, 배급되는 빵 쪼가리 하나를 놓고 싸우다 죽고, 병들어 죽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
公元 2337 年。伴随着《为生存而最小化生产》这一毫无良知的标语,全球人口数量急剧减少。主要死因是"饿毙"。饿死、为争夺配给的面包屑而斗殴致死、因病而亡——这样的时代已不再令人陌生。

서기 2350년. 최소화의 생산 따위 당연히 개나 준 인류에게 지구가 판결을 내렸다. 형은 생태파괴였고 땅과 하늘 바다 삼박자 고루 생명체가 살아가기 부적합한 곳이 되었다. 인류가 줄어드니 국가가 붕괴했고 경계가 무너졌다. 타이밍 좋게 새로운 권력 기구가 탄생했다. “범세계연합“의 출범이었다. 각국에 타워를 세우고 지부를 만들었다. 물론 각 지부는 더이상 무의미한 국가명이 아닌 위치에 따라 명명됐다. N25라던가 S01 같은.
公元 2350 年。地球对这群将最小化生产视若草芥的人类做出了审判。刑罚是生态崩溃——陆地、天空与海洋三位一体,全都变成了生命无法栖息的场所。随着人类数量锐减,国家体系崩溃,疆界瓦解。恰逢其时,新的权力机构应运而生——"全球联合"宣告成立。他们在各国建立高塔与分部。当然,这些分部不再以已无意义的国名命名,而是根据地理位置编号,比如 N25 或 S01 之类。

서기 2370년. 인류의 평균 수명이 50세로 줄어들었다. 통계치와 함께 범세계연합에서는 팸플릿을 뿌렸다. “20세부터 세워보는 인생 버킷리스트“ “내 가족을 위한 안락사 방법“. 태어났더니 죽으라네요. 고질적으로 생존 욕구가 강한 인류는 제대로 패닉에 빠졌다. 저명한 사학자들은 너도나도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며 작금의 재앙은 지구를 함부로 다룬 선조들의 업보에 따른 후환이라고 호소했으며, “이쯤 됐으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일갈했다.
公元 2370 年。人类平均寿命缩短至 50 岁。全球联合会在公布统计数据的同时散发了宣传册:《20 岁起就该制定的人生遗愿清单》《为家人选择安乐死的方法》。刚出生就被宣告死亡。向来求生欲强烈的人类彻底陷入恐慌。知名史学家们纷纷在媒体露面,疾呼当前灾变是祖先肆意蹂躏地球招致的业报,更有学者厉声断言:"事已至此,这星球早已病入膏肓"。

하지만 지구의 생각은 좀 다르다. 보란 듯이 인류의 하한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행성을 병들게 만든 인류에게는 새로운 시련을 내려졌다. 세계적인 재난 상황이 선포되었다. 각 지부 외진 곳에 비밀연구소가 설립된다. 그 이유는.
但地球的想法略有不同。人类的下限再次被公然推上试验台。给这个星球带来病痛的人类,迎来了新的考验。全球紧急状态已宣告成立。各分部偏远地带陆续建立起秘密研究所。其缘由是...


서기 2421년. 한때 브라운관을 풍미했던 단골 판타지 소재가 현실을 덮쳤다.
公元 2421 年。曾风靡显像管时代的经典幻想题材,如今成为了现实。

우리는 그것을 Z-바이러스라 칭한다.  我们称之为 Z 病毒。




삐삐  哔哔

삐삐삐삐  哔哔哔哔

삐삐삐삐삐  哔哔哔哔哔


순식간에 적막이 깨졌다. 낯설지 않은 경보음이었다. 리쿠는 손에 들고 있던 차트를 내려놓고 옆자리의 소타를 툭툭 쳤다. 가운을 머리끝까지 걸치고 자고 있던 소타가 눈을 끔뻑거리며 멍청한 얼굴로 일어났다.
寂静瞬间被打破。这是再熟悉不过的警报声。前田陸放下手中的图表,用手肘捅了捅邻座的苏塔。将白大褂蒙到头顶睡觉的苏塔眨巴着惺忪睡眼,一脸呆滞地爬起来。

“뭐야… 벌써 점심시간 끝났어?”  "搞什么...午饭时间已经结束了?"

“아니.”  "不是。"

검지를 세워 천장을 가리켰다. 귀를 때리는 경보음에 소타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필 너랑 나랑만 남아 있을 때 그러냐. 글쎄다 운이 없나 보지. 쯧. 혀를 차며 일어서는 소타에 리쿠도 서류를 내려놓고 점퍼를 챙겼다.
竖起食指指向天花板。刺耳的警报声中,苏塔皱眉起身。偏偏就剩我们俩的时候来这出。看来是运气不好啊。啧。听着苏塔咂舌起身的动静,前田陸也放下文件抓起了夹克。

가뜩이나 예민해진 신경을 긁는 소리를 제거하는 게 급선무였다. 리쿠는 출입구로 걸음을 옮기는 소타와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연구실 제일 안쪽에 있는 경보장치의 스위치를 OFF로 내리자 사위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当务之急是消除那刺激着本就敏感神经的声响。陸朝着与走向入口的소타相反的方向移动。当他把实验室最内侧警报装置的开关拨到 OFF 位置时,四周顿时鸦雀无声。

맡고 있던 프로젝트에 기어이 폐기 처분을 내린 날이었다. 밀어줄 땐 언제고, 세 번 연속 내리 건진 것도 없이 실패를 찍었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불러다 존나 닦아댔다. 오전 내리 갈궈진 것 생각만 하면 속이 뒤집혀서 머리를 비우려 했는데 빌어먹을 경보음이 명상할 틈을 안 줬다. 리쿠는 한숨과 함께 작은 욕지거리를 읊조렸다.
那天终于对我负责的项目下达了废弃处分。需要支持时不见人影,连续三次毫无建树地失败后,从清晨开始就被叫去狠狠训斥。光是回想上午被痛骂的情形就反胃到想放空大脑,可该死的警报声连冥想的机会都不给。陸叹着气小声咒骂了几句。


이곳에서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자원을 축내도 되는 인간이라는 가치 증명이 필요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고 자란 “랩키즈“라 불리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처지다. 우리에게 충성과 헌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에 가까웠고, 우린 말을 배우기 전에 냉철한 등급체계부터 익혔다. 찬밥 더운밥 안 가리고 랩에 득이 될만한 일은 뭐든 했다. 그래봤자 태반이 심부름꾼을 전전하는 현실이지만. 랩키즈들은 연구소 바깥사람들보다 배운 게 없어 노상 청소팀이나 사육팀, 연구실 피라미드 최하위 보조로 빠지곤 한다. 개중 선임 연구원까지 오른 나를 사람들은 초-럭키한 특이 케이스라고 부른다.
要在这里生存下去,就必须证明自己是值得消耗资源的人类。不仅是我,那些在此出生成长、被称为"实验室孩子"的人都处于相同境地。对我们而言忠诚与奉献不是选择而是生存必需,我们在学会说话前就先掌握了冷酷的等级制度。无论脏活累活,只要对实验室有利的事全都做过。即便如此现实里大半时间还是在打杂。实验室孩子因缺乏外界教育,往往沦为街道清洁队、饲养组或实验室金字塔最底层的助手。而像我这样升到资深研究员的人,被大家称作超级幸运的特例。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운은 무슨, 이건 내 개고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다.
但我的想法有些不同。什么运气不运气的,这是我应得的辛苦回报。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잡고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부터, 그러니까 보통의 랩키즈들이 정식 업무를 하달받는 열다섯이 되기 전부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일거리를 도맡아 했다. 손이 늘 모자라는 랩에서는 그런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혹시 심부름 거리 있으실까요? 쬐끄만 게 말도 야무지게 한다고 연구원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从我能用手抓住东西、按照自己意愿活动时起——也就是在普通实验室孩子正式接受工作任务的十五岁之前——我就开始四处奔走,包揽各种杂活。人手永远不足的实验室很欢迎这样的我。"您好,请问有什么跑腿的活吗?"研究员们看我小小年纪说话却老练,都咯咯笑着打趣。

그걸 들으며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자면 어린애가 들기에 무거운 서류 더미 배달이나, 여기부터 저기까지 마대질을 해달라는 말들이 떨어지곤 했다. 서류를 나르고, 청소를 하고,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오염물을 폐기했다. 날 때부터 비위가 약해 생경한 광경과 냄새엔 곧잘 토하곤 했지만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소동물의 사체를 더미째로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는 길에 익숙해졌으며 그륵대는 감염자들의 사이를 지나며 소포를 배달하는 게 아무렇지 않아졌다. 어느새 난 랩에서 맡긴 일을 가장 야무지게 잘 해내는 아이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들의 말처럼 야무지게 말이다. 침대에 기어들어 가서 끙끙 앓는 소리 내고 있을 때면 이층침대 중의 이 층을 차지하고 있는 소타가 내려와서 파스를 발라주며 왜 사서 고생이냐고 날 별종 취급했다. 낮에 들었던 칭찬을 곱씹으며 남몰래 안도하기 바빴던 난 주로 그런 소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거 어디서 났어? 의무실에서 훔쳐 왔지. 너는 나중에 도둑팀에 넣어달라 그래.
每当听着那些话而脸颊发烫时,总会接到让小孩子搬运都嫌重的成堆文件递送任务,或是被支使着从这边到那边干杂活。搬文件、打扫卫生、戴防毒面具处理污染物。我天生肠胃弱,见到陌生场景闻到异味就常呕吐,但总是竭力不让人发现这副模样。后来已能面不改色地抱着成堆小动物尸体走向焚烧炉,也能若无其事地穿过感染者群中投递包裹。不知不觉间,我成了实验室里最能干的"小能手"——正如他们所说,确实很"能干"。当我在床上蜷缩着呻吟时,睡在上铺的小太总会爬下来给我贴膏药,说我自讨苦吃是个怪胎。白天获得的称赞让我暗自庆幸,通常就把小太这些话当耳旁风。"这药哪来的?""医务室顺来的。""你以后该申请调去盗窃组。"

실없는 소리를 하다 까무룩 잠이 들고, 해가 뜨면 또다시 짧은 다리 움직여 가며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짧았던 다리가 길쭉해지기 위해 밤낮없이 무릎이 아파올 즈음 모두가 나를 어이나 거기 대신 리쿠로 부르게 됐다. 교육 빼먹는다고 심심찮게 잡도리를 하던 선생님도 연구원들에게서 칭찬이 이어지자 더이상 나를 통제하지 않았다. 대신 어른들이 쓰는 연구 일지를 오늘의 할 일 차트로 바꿔 내주었다. 오늘은 어디 갈 건지를 상세하게 적고 움직이라며. 난 지금도 속으로 가끔 그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곤 한다. 그때부터 연구 일지 쓰는 연습을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라 내 감사 인사는 못 받으시겠지만 말이다.
说着无聊的话昏昏沉沉入睡,太阳升起后又迈着短腿四处奔走寻找该做的事。当短腿逐渐变长、膝盖日夜作痛时,大家不再叫我"喂"或"那孩子",而开始称呼我为"陸"。就连常因逃课而训斥我的老师,在听到研究员们的连连称赞后也不再管束我,反而把大人们用的研究日志改成了每日任务表递给我,嘱咐要详细写下当天的行程再行动。直到现在我仍会在心里向那位老师致谢——多亏您从那时起就让我练习写研究日志。当然,老师早已作古多年,想必是听不到这份谢意了。


내가 맨 처음으로 연구원 명찰을 단 것은 2차 성징이 올 때 즈음이었다. 2연구실 사육동 청소를 하다가 한구석에 방치된 설표 한 마리를 길들인 게 시작이었다. 성질머리가 더럽고 테이밍이 안 되어 연구원들에게 처맞는 게 일상이던 녀석이었는데, 희귀 개체라 샘플은 계속 필요했는지 마취제와 수면제를 맞추며 채취를 진행하는 것을 오며 가며 많이도 봤었다.
我第一次戴上研究员胸牌时,正值第二性征发育的年纪。一切始于在第二实验室饲养栋打扫时驯服了角落里一只被遗弃的雪豹。那是个脾气暴躁、野性难驯的家伙,每天挨研究员们的揍是家常便饭。由于是稀有个体,似乎总需要采集样本,我常看到他们给它注射麻醉剂和安眠药进行采样的场景。

근데 그렇게 하면 상급 샘플 채취가 안 될 텐데.
但那样的话就采集不到高级样本了。

어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먹이통에서 고깃덩이 하나를 꺼내어 설표에게 가져갔다. 걔가 사나운 눈으로 나를 봤다.
年幼的我这样想着,从饲料桶里取出一块肉带给雪豹。那家伙用凶狠的眼神盯着我。

청소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것을 들으며 먹이를 줬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걔 앞에서 읽어줬다. 공부할 때는 그렇게도 안 읽히던 게 웬일로 그의 옆에선 술술 읽혔다. 원래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농땡이 친다고 구박할 걸 대비해 야무지게 챙겨온 소품에 불과했는데도. 설표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저를 때리지도 않고, 먹이 주고 잘해주는 내가 좋았는지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나를 반기고 기다리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난 좀 웃겼다. 나는 고작 청소부라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못 해주는 걸 못하는 것뿐인데. 말 안 통하고 인간 세상 모르는 동물이라 그런지 순진한 건가 싶었다.
每次打扫时都听着它的低吼声投喂食物。从图书馆借来书在它面前朗读。平时怎么都读不进去的书,不知为何在它身边却能流畅读完。原本只是为了防备路过的人说我偷懒才精心准备的道具而已。雪豹和其他人不同,既不攻击我,或许是因为喜欢投食善待它的我,渐渐收敛了凶性。我开始能看出它在欢迎和等待我。这让我觉得有点可笑。我不过是个清洁工,能做的只有这些,做不到的也无可奈何。或许因为它是无法言语、不懂人世的动物,才会如此天真吧。

길들였다기보다는 이용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마찬가지로 친구도 없고 마음 붙일 곳도 없던 나는 어딘가에 퍼져선 안 될 뒷담이나 고충 따위를 걔한테 털어놓았다. 복도에 빤히 달려 있는 마음의 편지함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말하기 위해 듣는 시늉을 하는 그 편지함과는 달리 설표는 확실히 좋은 리스너였으니까. 내 근심걱정의 경중을 따지지도, 내 말을 듣고 나를 판단하지도 않았으니까. 거기에 속마음을 잘못 넣었다 불려가 혼나는 또래들이 웃긴다는 말조차 나는 설표에게 했다. 나를 고되게 하고 병들게 하는 이들을 신나게 깠다. 나 없이는 밥도 못 먹는 걔를 보며 묘한 고양감이 일었고, 내 처지가 그래도 설표보다는 나은 것 같아 풋내나는 우월감이 피어났다. 멋모르고 날 따르는 걸 보며 내가 멍청한 짐승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与其说是驯服,不如说利用更贴切。同样没有朋友、无处安放心事的我,把那些不该外传的闲言碎语和烦恼都向它倾吐。比走廊上明晃晃挂着的"心灵信箱"有效多了。和那些假装倾听的信箱不同,雪豹确实是个好听众。它不会权衡我烦恼的轻重,也不会听完后评判我。我甚至对它说过"那些放错心里话被叫去挨骂的同学真可笑"这样的话。痛快地嘲讽那些让我痛苦致病的人们。看着没我就吃不上饭的它,涌起奇妙的优越感,觉得自己的处境终究比雪豹强些,幼稚的优越感油然而生。望着懵懂追随我的它,还庆幸自己不是愚笨的畜生。

설표는 나를 퍽 좋아했다. 그리고 걔가 나를 좋아하는 건 내 신상에 굉장한 도움이 됐다. 걔에게 기대어 까무룩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날 깨우려는 사람들을 으르렁대며 쫓아낸 걔 덕분에 임시 보조 연구원 명찰을 받았다. 반쯤은 진심으로 어리둥절했고, 반쯤은 좀 기뻤다. 어쩜 난 이런 날을 기다렸나. 시키지 않은 일에도 무지막지하게 헌신하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나. 오늘부터 너는 설표 담당이라고 말하는 선임 연구원에게 환히 웃으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雪豹非常喜欢我。这份偏爱对我的处境大有裨益。当我靠着它昏沉睡去,次日清晨它低吼着赶走试图唤醒我的人们后,我竟因此获得了临时助理研究员的胸牌。一半是真心困惑,一半暗自欣喜。或许我等待这天已久。那些无人要求却拼命付出的努力终于得到回报。我对宣布"从今天起你负责照顾雪豹"的前辈研究员灿烂一笑,低头道谢。

인정받은 마에다 리쿠처럼 그도 인정을 받았다. 물론 실험체로서.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발탁된 이유는 순전히 실험체가 내게 의지해서였다. 크고 사나운 설표가 날뛸 때면 장비가 고장 나고 실험이 막히기 일쑤였고, 때마침 그가 유일하게 고분고분해지는 대상이었던 내 존재는 머리 싸매던 연구원들에게 유레카를 외치게 했던 거다. 마음을 준 내가 있어야만 샘플 채취가 가능해서, 설표가 실험실에 갈 때면 나도 꼬박꼬박 동행했다. 평생 내게 허락될 일 없을 줄 알았던 극비 영역이 나로서는 신기하고 새로웠지만, 아마추어처럼 티 내지는 않았다. 대신 큼직한 몸뚱이를 익숙하게 안아 다독였고, 그 틈을 타 그의 얄쌍한 다리에 뾰족한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시뻘건 피가 죽죽 뽑혀나갈 때마다 약하게 그르렁대는 걸 들으며, 부디 여기서 더 데시벨이 올라가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내 필요를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면서 입 밖으로는 괜찮아? 아프지? 좀만 참아.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코에 침도 안 바르고 말이다.
和前田陸一样,他也获得了认可。当然,是作为实验体。后来我才知道,我被选中的原因纯粹是因为实验体依赖我。每当那头巨大凶猛的雪豹发狂时,设备就会故障,实验常常受阻,而恰巧我是唯一能让他温顺下来的存在,这让焦头烂额的研究员们欢呼雀跃。只有我在场才能采集样本,所以雪豹去实验室时,我也总是如影随形。本以为这辈子都无缘涉足的绝密领域,对我来说既新奇又陌生,但我没露出半点业余的样子。反而熟练地搂住那庞大的身躯安抚,趁机将尖锐的针头扎进他纤细的腿。听着暗红的血汩汩流出时他微弱的呜咽,我在心里祈祷音量千万别再升高——我不想被否定存在的价值。可嘴上却用担忧的语气问着:"没事吧?疼不疼?再忍忍。"连眼皮都没眨一下。

설표는 밀렸던 샘플 채취를 한 달짜리 할부로 당겨서 완납했다. 그리고는 내 앞에서 어느 날 눈을 감았다. 텅 빈 우리를 보고 있는데 점심으로 먹었던 낫토가 소화가 안 됐는지 속이 메슥거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눈과 코가 매웠다. 목이 메었고 신물로 적셔진 입안은 또 쓰디썼다. 처음 겪는 이상징후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건 내 불안이었을까. 이제 내가 필요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었을까. 지긋지긋한 생존 본능이었을까. 골몰할 틈도 안 주고 나를 찾아온 선임 연구원에 상념은 수거됐다. 임시 딱지가 떼진 진짜 보조 연구원 명찰이 쥐어졌다.
雪豹将积压的样本采集任务压缩成一个月分期,全部完成了。某天它在我面前永远闭上了眼睛。望着空荡荡的笼舍时,中午吃的纳豆似乎没消化,胃里一阵翻涌让我冲向厕所。眼睛和鼻子火辣辣地疼。喉咙发紧,被胃酸浸染的口腔又苦又涩。面对首次出现的异常症状,我手足无措。那是我的不安吗?是害怕自己即将失去价值的恐惧吗?还是令人作呕的生存本能?没等我深入思考,前来找我的资深研究员就打断思绪。一枚揭掉临时标签的正式助理研究员胸牌塞进了我手里。


그렇게 난 사육동 NPC가 되었다. 거기서 밥을 먹었고 거기서 씻고 공부하고 차트 분석하고 말고도 별의별 걸 다 했다. 내 기저질환인 불안은 명찰을 받아도 호전되지 않아 나는 여전히 증명에 목말랐다. 여전히 시키지 않은 걸 찾아서 했고 사서 고생을 했고 소타에게는 별종 취급을 받았다. 사육만 해도 되는 따까리 주제에 잠자는 시간도 줄여서 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어깨너머로 훔쳐본 서류들을 참고해 내 나름의 보고서도 만들었다. 팀장이 직접 불러서 칭찬했다. 물론 공은 그가 다 먹고 소장에게 표창까지 받았지만 난 기뻤다. 끊임없이 살아남고 있다는 안도감은 나를 가까스로 호흡하게 했다.
就这样我成了饲养科的 NPC。在那里吃饭、洗漱、学习、分析图表,什么都干。我基础性的焦虑症即便挂了名牌也没好转,依然渴望被认可。还是主动找活干自讨苦吃,被小田当作怪胎。明明只要做好饲养工作的跟班,却缩减睡眠时间制作教材。参考偷瞄到的文件,自己捣鼓出报告。被组长亲自叫去表扬。当然功劳全被他占了,还受到所长表彰,但我很开心。这种不断求生的安心感让我得以勉强喘息。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구에 투입할 개체를 직접 테이밍 해달라는 요청, 애착 관계 형성 팁을 전수해 달라는 요청, 불안정한 개체에 처방을 내려 달라는 요청. 나는 짐승들의 애착을 주식으로, 또 인간들의 인정과 관심을 부식으로 무럭무럭 키를 불렸다. 짧은 다리가 완전히 길어졌다. 그사이 수도 없이 많은 실험체가 나를 거쳐 갔다. 돌보던 개체에 폐기 처분 딱지가 붙는 날이면 종종 선임이 날 불러 이야기했다.
来找我的人越来越多。有要求亲自驯化实验体的,有请教建立依恋关系技巧的,还有请我为不稳定个体开处方的。我把野兽的依恋当主食,将人类的认可与关注作配菜,就这样茁壮成长。短腿完全变长了。这期间无数实验体经我之手。每当照顾的个体被贴上废弃标签时,前辈总会叫我去谈话。

마에다. 너는 지금 인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건 선택된 인류의 위대한 과업이란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 이 전쟁이 끝나면 인류는 평화를 되찾을 테니 더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돼.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네 덕분에 많은 사람을 위한 연구에 진척이 생기고 있으니 말이지.
前田。你现在所做的是为了全人类的事业。这是被选中的人类肩负的伟大使命。为了大局牺牲个体是无可奈何的事,这点你应该明白。等这场战争结束,人类就能重获和平,再也不必做这种事了。我的意思是,你完全不必感到愧疚。正因为有你,面向大众的研究才能取得进展啊。

그걸 들으며 나는 맑게 웃었다. 당연하죠 선임님.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되바라진 목소리가 자기주장을 했다. 대체 뭔 소리야. 나는 평정심을 잃은 적 없는데. 필요가 다했으면 폐기 선고받는 게 당연한 곳이고, 그걸 통해 인정받는 내가 무슨 죄책감을 느낀다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听着那话,我明朗地笑了。"当然啦,前辈。以后也会继续努力的。"虽然心里有个叛逆的声音在叫嚣:这都什么跟什么啊。我明明从未失去过平常心。既然价值耗尽,被宣判废弃是理所当然的事,通过这种方式获得认可的我凭什么要感到愧疚。你懂我什么。

내 속마음을 알 길 없는 그는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나약한 애 취급이 조금 꼬와서 순간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질 뻔했다, 만 빤히 바라본 그의 얼굴에는 미약한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아.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에게 하는 말이었구나. 짐승은 잘 달래지만 인간에게는 취약한 모양인지, 어쩐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슬퍼 보이는 그의 눈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발이 다섯 개인 노루보다, 뿔이 달린 토끼보다 그가 더 희귀종처럼 느껴졌다.
他无从知晓我的心思,只是轻轻抚摸着我的头发。这种对待弱者的态度让我有些恼火,差点就要皱起眉头,但当我直视他的脸时,却看到上面笼罩着淡淡的愧疚。啊,原来这番话不是说给我听,而是说给他自己听的。他似乎擅长安抚野兽,却对人类束手无策,不知为何我也陷入了沉默。只觉得他悲伤的眼睛很新奇。比起五条腿的獐鹿,长角的兔子,他更像是更稀有的存在。

감정을 내비치는 눈깔을 갈아 끼우지 못한 미련한 그는 시간이 흘러 3연구실로 보직 이동을 당했다. 드물게 자진 지원하는 미치광이들 빼고는 좌천의 상징인 그곳으로 가는 그에게 굳이 손을 흔들진 않았다. 어느새 빼곡한 검은 글씨로 인사기록 카드를 채운 내가 그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这个愚钝到连掩饰情绪都不会的家伙,随着时间推移被调往了第三研究室。除了少数自愿申请的精神病患,那里向来是左迁的象征,我自然没有挥手送别的必要。毕竟转眼间,填满黑色字迹的人事档案卡的我,已经取代了他的位置。


실험체 사육 실무上, 실험체 컨디션 관리 능력上, 고품질 유전자 채취上, 임상 시험에 따른 차트 분석 능력上, 개체별 연구 결과 취합 후 종합 분석 능력上
实验体饲养实务能力、实验体状态管理能力、高质量基因采集能力、根据临床试验的图表分析能力、个体研究结果汇总后的综合分析能力


연구원으로서는 최연소였고, 랩키즈로서는 최초였다. 그날 나는 얼굴도 못 본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석 연구원이었던 부친과 실장까지 달았던 모친이 물려준 유전자 덕이 조금이라도 있겠지 싶어서. 연구원 가운 포켓에 달린 은색 “선임 연구원“ 명찰을 매만지며 전보다 넓어진 책상 앞에 앉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긴 고생 끝에 비로소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진 것 같았다.
作为研究员是最年轻的,作为实验室孩子则是首例。那天我向素未谋面的父母表达了感谢。想着或许继承了曾任首席研究员的父亲和做到室长的母亲些许基因优势。抚摸着研究员白大褂口袋上银色的"高级研究员"名牌,坐在比以往更宽敞的办公桌前。仿佛在看不见尽头的漫长煎熬后,终于得到了应有的回报。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언제 재난 상황이 종료되어 사회에 방생될지 모를 일이었지만 애초에 내일을 생각하고 살아본 적 없었으니까. 적어도 이 세계 안에서는 나의 가치 증명을 위해 내도록 달려도 모자라니까. 랩키즈란 엘리티즘을 신봉하는 연구소 내의 공공연한 계륵이었다. 삼키자니 떫고 버리기는 아까운 그런 존재들인데. 그러나 일찍이 생존법을 터득한 리쿠는 더 시끄럽게 살아남고 싶었다. 주제를 모르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다. 지켜보는 날 선 눈이 많았다. 죄다 색안경을 끼고 있는 탓에 계속계속 목이 탔다. 책 잡히지 말자. 작은 삐끗도 사시사철 경계해야 했다. 헛치면 안 된다.
必须做得更好。虽然不知灾难何时结束能重返社会,但原本我就从未考虑过明天。至少在这个世界里,为了证明自己的价值,拼命奔跑都嫌不够。实验室孩子是信奉精英主义的研究所里公开的鸡肋存在,食之无味弃之可惜。但早已掌握生存之道的陸想更张扬地活下去。不知天高地厚地想要爬得更高。周围尽是虎视眈眈的眼睛。因都戴着有色眼镜而始终口干舌燥。绝不能被抓到把柄。连细微失误都要时刻警惕。绝不能失手。


안 되는데.  不行啊。

일 년 내리 헛발질을 했다. 한마디로 허탕 쳤다. 이때다 싶어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실적 보고 오냐오냐하던 팀장도 슬슬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뜯어먹고 버릴 게 없나 살피는 눈치였다. 마에다 리쿠는 피곤이 올라오는 두 눈을 꾹 찍어 누르며 출입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밑에 찍히는 복도의 냉기가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整整一年都在白费力气。说白了就是竹篮打水一场空。那些虎视眈眈的人终于开始落井下石。就连平时对业绩报告敷衍了事的组长,此刻也像饥饿的鬣狗般撕咬着,用目光搜寻着是否还有残渣可啃。前田陸用力按压着泛起倦意的双眼,朝出入口走去。脚下走廊的寒意仿佛正顺着身体往上爬。

앞에서 대기하던 소타가 무기 창고에 카드키를 찍고 총기를 꺼낸다.
等候在前方的苏塔用门禁卡刷开武器库,取出枪械。

“리쿠, 오늘은 마취총?”  "陸,今天用麻醉枪?"

“그래. 네가 살상용 챙겨.”  "嗯。你带杀伤性武器。"

“오케이, 오랜만에 손맛 좀 보겠네.”
“好嘞,好久没活动筋骨了。”

서로 총 한 자루씩 쥐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 점심 뭐였대? 실없는 소리를 던지는 소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어 대답한다. 모르지 나도 안 먹었는데. 내일은 맛있는 것 좀 나오려나. 글쎄다.
两人各持一把枪走了出去。"今天午饭吃什么?"我凝视着说废话的索塔,开口答道:"不知道,我也没吃。明天能有点好吃的吗?""谁知道呢。"

뇌까지 울리는 경보음이 꺼지니 신경질이 조금 가라앉는다. 살상용을 내가 쓴다고 할 걸 그랬나. 총질 좀 하면 스트레스가 좀 풀릴 것도 같은데. 리쿠는 머리를 털며 걸음을 옮겼다. 아마 정문의 경보를 울린 것은 감염자 또는 야생 동물일 것이다.
震耳欲聋的警报声终于停止,烦躁的情绪稍微平复了些。早知道就该申请使用杀伤性武器。开几枪或许能缓解压力吧。陸甩了甩头发继续前进。触发正门警报的大概是感染者或野生动物。

감염자는 즉시 사살. 야생 동물은 변종일 시 마취, 아니면 사살.
感染者立即处决。野生动物若为变异种则麻醉,否则格杀勿论。

방침은 이랬다. 감염자는 상위 위험군이니 즉시 사살. 이 폐쇄 집단에서 케이지 밖에 살아 숨 쉬는 감염자가 있어 모종의 사고를 일으키게 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 동물 변종은 비교적 제압이 쉽고 물린다 해도 100퍼센트 감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마취 후 실험을 진행하고, 정상적인 동물이라면 이 시국에 먹고 살기 힘들 게 빤하니 도의적으로 사살시켜준다. 사실은 다음 날 식단에 올라오는 묽은 고깃국을 위해서가 더 크지만.
方针如此明确:感染者属于高危群体必须立即处决。在这个封闭社区里,没有什么比笼外存活的感染者引发事故更危险的事了。动物变异种相对容易制服,即便被咬也不会百分百感染,因此麻醉后用于实验;若是正常动物,在这艰难时世显然难以存活,出于人道主义也会予以处决——虽然更现实的理由是为了次日餐桌上那碗稀薄的肉汤。

하지만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然而所有预期都落空了。

정문으로 다가갔을 때 보이는 건, 이성을 잃은 채 그륵대는 소리만 뿜어내는 감염자였다. 애초 감염자에게 정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웃기지만 그건 정상적인 감염자가 아니었다. 현재까지 연구된 감염자들의 행동 패턴에 따르면, 막혀 있는 곳에서는 돌아가거나 어떻게든 오르려 드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문 앞 변종의 변종은 그러지 않고 문을 잡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走近正门时看到的,是一个失去理性、只发出低吼声的感染者。虽然给感染者冠以"正常"二字本就可笑,但那绝非寻常感染者。根据迄今研究的感染者行为模式,遇到障碍时通常会绕行或试图攀爬。然而门前那个变异中的变异体却不同,它抓着门框,用涣散的眼瞳直勾勾盯着里面。

“뭐야?”  "“干嘛?”"

“감염자?”  "感染者?"

“저런 감염자 본 적 있어?”
"见过那种感染者吗?"

“나도 초면.”  "我也是第一次见。"

뭐, 초면이든 아니든 감염자면 사살이지. 고개를 갸웃대던 소타가 시원하게 결론을 내고 어깨에 총을 걸친 뒤 장전을 했다. 철커덕- 소리와 함께 준비된 총알이 검지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날아갔다.
管他是不是初次见面,感染者就该击毙。歪着脑袋思索的苏塔爽快得出结论,将步枪甩上肩头开始装弹。随着咔嚓一声响,预备好的子弹顺着食指扣动快速射出。

탕-  砰——

정문 철창 사이로 날아간 탄두가 정확히 두개골을 쪼갰다. 실습하며 자란 이들에게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감염자의 머리가 터지며 녹색 핏물이 흘러나왔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그대로 쓰러진 시신에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한 리쿠와 소타는 정문으로 다가갔다.
穿过正门铁栅的弹头精准劈开头盖骨。对在实战中成长起来的他们来说,这简直易如反掌。感染者头颅爆裂时溅出绿色血水。确认被沙尘裹挟着倒地的尸体不再动弹后,前田陸和苏塔向正门走去。


“ 저거 뒤에 뭐 달려있는 거 같지 않아?”
"那家伙背后是不是挂着什么东西?"

“그러게. 포대 같은 건가?”  "是啊,像是炮台之类的?"

소타는 신이 났다. 휘파람까지 불며 피크닉 가는 것처럼 팔랑팔랑 걸어갔다. 보고 배운 적 없는 미지의 생물체가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되기엔 충분했는데, 1+1 행사도 아니고 등에 또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두 배로 신나게 한 모양이었다. 마에다 리쿠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걸 보아, 분명 흥미가 동하고 있었다.
苏塔兴奋极了。吹着口哨像去野餐般轻快地蹦跳前行。光是眼前出现从未见过的未知生物就足够让人亢奋,更别说这还不是买一送一的活动——背上居然还驮着不明物体,这让他加倍激动。前田陸的状态也相差无几。从比平时更快的心跳来看,他显然也提起了兴趣。

「인간용 · 짐승용 · 물자용 · 차량용」
「人类用 · 兽类用 · 物资用 · 车辆用」

‘인간용’ 개폐 장치를 누르니 문이 작게 열렸다. 소타는 미동 없는 감염자 시신의 두 팔을 잡고 끌었다. 몸뚱이가 죽죽 끌리며 모래 바닥에 일직선으로 자국이 남겨졌다.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걸 확인한 리쿠가 문단속을 했다.
按下"人类用"开关装置,门微微开启。小田抓住感染者僵硬的尸体双臂拖行,躯干在沙地上划出一道笔直的拖痕。确认完全进入后,前田陸关紧了门。

지잉-  吱——

“리쿠, 포대 깐다?”  "陸,要拆包裹吗?"

철커덕.  哐当。

“같이 해.”  “一起做吧。”

철문 닫히는 소리에 씹힌 건지 뭔지, 제 쪽으론 시선도 돌리지 않고 포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들어먹지도 않을 거 왜 물어본 건지. 제멋대로 선물을 언박싱한 소타가 삑사리를 내며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或许是铁门关闭声的干扰,他头也不回地将手搭在包裹上。明明不会听劝还多此一问。擅自拆开礼物的小田突然发出破音般的尖叫。

“엑, 애잖아?!”  "呃、是小孩啊?!"

애라고? 설렁설렁 걷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내 포대 안에 있는 형상이 보였다.
小孩?原本慢悠悠的脚步突然加快。很快看清了包裹里的轮廓。

진짜 애였다. 창백한 낯빛. 갈색 머리칼. 육안상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애. 그를 뚫어지라 보고 있으니 소타에게서부터 제게로 시선이 옮겨왔다. 긴 머리카락에 가려졌지만, 틈바구니를 비집고 마주친 눈동자는 축축했다.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은 대략 울분과 혼란스러움. 그는 그것을 흘리지 않으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确实是个孩子。苍白的脸色,棕褐色头发,肉眼判断约莫十八岁的少年。当我死死盯着他时,视线从小田转移到了我身上。虽然被长发遮掩,但从缝隙中对视的瞳孔湿润发亮。能读出的情绪大抵是悲愤与混乱。他瞪大双眼,仿佛在强忍不让那些情绪决堤。


감염자는 즉시 사살, 야생 동물은 때에 따라 다름.
感染者立即击毙,野生动物视情况而定。

그런데 정상적인 인간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但作为正常人类时该怎么办呢。


마에다 리쿠는 소타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민에 빠졌다.
前田陸听着小田的声音陷入了苦恼。

“여기에 애가 왜 들어왔대. 신기하지 않냐? 감염자가 업고 온 건가?”
"这孩子怎么进来的?不觉得奇怪吗?是感染者背来的?"

감염자가 달고 왔으니 분명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없다면 1연구실 보내버리면 될 일이고. 빠르게 생각을 마친 후 아무 말 없이 소타를 밀어냈다. 철컥, 어깨에 개머리판을 단단히 고정했다. 견착을 마친 저를 보던 소타가 경악이 섞인 목소리를 뱉었다.
既然是感染者带来的,肯定有什么用处吧。没用的话送去 1 号实验室就行了。快速思考完毕后,他沉默着推开了小田。咔嚓一声,将枪托牢牢抵在肩窝。完成抵肩动作的我看着小田,他发出混杂着惊愕的声音。

“야야, 너 설마 그거 쏘게?”
"喂喂,你该不会要开枪吧?"

아서라, 그거 짐승용이야. 목소리를 들으며 장전을 한다. 탄두가 찰그랑대며 총 끝에 걸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闭嘴,那是兽用麻醉枪。他边听声音边装弹,弹头叮当作响卡入枪管的声音清晰可闻。

이봐, 리쿠!! 그라데이션 마냥 높아지는 데시벨에 인상을 찡그리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 반동으로 리쿠의 몸이 뒤로 조금 밀렸다.
听着,陸!!面对渐次升高的分贝数,他皱眉毫不犹豫扣下扳机。后坐力让陸的身体微微后仰。

푹-  噗——

아이의 목덜미에 주삿바늘이 꽂혔다.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소타가 소리를 질렀다. 와. 정말이지 피도 눈물도 없는 놈. 그걸 그냥 쏜다고? 어떻게 왔는지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는데. 마에다 너는 정말,
针头扎进孩子的后颈。看着那张扭曲的脸直挺挺倒下,小田尖叫起来。哇。真是冷血无情的家伙。就这么直接开枪?我本来还想问问他是怎么来的。前田你这人真是,

“제발 야마자키, 조용히 좀 해.”
“求你了山崎,安静点吧。”

“너는 일평생 부대끼고 산 친구가 냉혈한이란 걸 알고서도 닥칠 수 있어? 이거 봐, 나 닭살 돋은 거.”
"你明知道从小一起长大的朋友是个冷血动物还敢靠近?看啊,我鸡皮疙瘩都起来了。"

“원래 정상이면 사살이야.”  "按常理本该当场击毙的。"

“인마, 짐승 아니고 인간이잖아.”  "喂,不是野兽而是人类啊。"

“그건 까봐야 아는 거고.”  "那得试过才知道。"

“어린 애한테... 데려가서 우리처럼 부려먹으면 되지 그걸 마취까지 시키냐.”
"对小孩子...带回来像我们这样使唤不就行了,何必还要打麻醉。"

“인간용이 따로 없는데 별수 없잖아.”
"没有人类专用版本,只能将就了。"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소타에 어깨를 으쓱한 리쿠가 포대를 짊어 멨다. 이거 나 혼자 끌라고? 호들갑 떠는 목소리를 뒤로한 리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어깨에 실리는 무게가 묵직했다. 귀와 가까워 그런지, 포대 안에서 끙끙대며 앓는 희미한 소리마저 들려왔다.
对着连连摇头的소타耸了耸肩,陸扛起了麻袋。"就让我一个人拖?"把抱怨声抛在脑后,陸点头迈开步子。肩上的重量沉甸甸的。或许因为离耳朵太近,连麻袋里传来微弱的痛苦呻吟都听得一清二楚。

기절한 상태에서도 울 수 있나.
昏迷状态下也能哭泣吗。

포대 속 아이와 첫 만남에 대한 마에다 리쿠의 소감이었다.
这是前田陸对与布袋中孩子的初次相遇所表达的感想。








《Lighthouse on a Bluff》 안내서
《崖上灯塔》指南

범세계연합의 연구소 LAB, 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欢迎来到全球联合研究所 LAB。

우리 랩은 네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쪽을 기준으로 1연구실, 2연구실, 3연구실, 마지막으로 기숙사동입니다.
我们研究所由四栋建筑组成。以东方为基准,依次是 1 号研究室、2 号研究室、3 号研究室,最后是宿舍楼。


1연구실은 인간 개체를 통해 백신 개발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다년간의 소음 발생 민원으로 다른 곳 대비 약 3배 두꺼운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실험실 내에서 위험 상황이 발생한다면, 소리치지 마시고 반드시 호출 벨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1 号研究室是通过人类个体进行疫苗研发的场所。由于多年来的噪音投诉,这里安装了比其他区域厚约 3 倍的隔音墙。若实验室内发生危险情况,请勿大声喊叫,务必按下呼叫铃。

랩에서 사용하는 인간 실험체는 모두 적법한 과정을 거쳐 선별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무기수나 사형수 등 부양 가치 전무한 인간의 생체를 활용했으나, 지원자가 폭주한 현재는 주로 지원자의 생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한 이들의 공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5년 치 1인용 식량을 보상으로 지급하고 있답니다. 우리 랩은 언제든 가족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지원을 환영합니다. 지원 관련 상세는 하기 첨부된 지원처 홈페이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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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구실은 짐승 개체를 대상으로 사육 및 백신 초기 임상 시험을 진행합니다. 연구실 내부에는 사육동이, 외부에는 소각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희귀종을 발견할 시 2연구실 1팀의 내선 번호를 통해 신고 부탁드립니다. 또한, 개체 폐기를 위해 소각장 사용이 필요할 시에는 2연구실 소각장 전담팀에게 미리 전산으로 신고 부탁드립니다. 사용량이 많아 이틀 전 신고를 하지 않을 시 원활한 소각장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반드시 유념 부탁드립니다.
2 号研究室负责动物个体的饲养及疫苗初期临床试验。实验室内设有饲养区,外部设有焚烧场。发现稀有物种时,请通过 2 号研究室 1 组的内线电话报告。此外,如需使用焚烧场处理废弃个体,请提前向 2 号研究室焚烧场专职团队进行电子申报。由于使用量较大,若未提前两天申报,可能导致无法顺利使用焚烧场,请务必注意。


3연구실은 감염체 연구를 통해 Z-바이러스 대응책을 수립합니다. 수심이나 화력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야외 실험실을 이용하는 빈도가 잦습니다. 심약자나 노약자는 3연구실 출입을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가능한 주변 접근도 삼가시기를 권장합니다. 야외 부지에서 실험 중 탈출 개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거북한 소음의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第三实验室通过病原体研究制定 Z 病毒应对方案。因常需运用水压或火力,使用户外实验室的频率较高。恳请体弱多病者及老年人尽量避免进入第三实验室,并建议远离周边区域。户外场地实验过程中可能出现逃逸样本,且刺耳噪音发生频次较高。


입소 시 안내받으셨던 것과 같이, 우리 랩에서는 단독 인트라넷을 사용합니다. 내부 자료 유출을 엄금하며, 미허가 외부 자료 반입 역시 불가합니다. 인트라넷은 3일에 한 회씩 정기 점검이, 월 1회의 불시 점검이 진행됩니다. 규율 위반 사항이 적발될 시 감봉부터 최대 연구원 자격 정지까지 이뤄질 수 있음을 알립니다.
如入职时所告知,本实验室使用独立内网。严禁内部资料外泄,未经许可的外部资料亦不得带入。内网每三日进行一次定期检修,每月另有一次突击检查。特此告知,若发现违规行为将视情节处以减薪至最高吊销研究员资格的处罚。

기타 문의는 내선 번호 5297 혹은 안내 센터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其他咨询请拨打内线 5297 或联系导览中心邮箱。


인류 구원의 사도라는 막대한 중임을 맡고 계신 여러분, 앞으로 우리 랩에서 보내게 될 모든 시간은 숭고한 공헌의 시간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인류의 희망을 찾는 마지막 등대를 찾아주심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여러분의 모든 순간을 응원합니다.
肩负着人类救赎使者的重大使命的诸位,请勿忘记今后在本实验室度过的每分每秒都是崇高奉献的时光。最后,对诸位成为寻找人类希望的最后灯塔深表谢意,我们将为你们的每一刻奋斗喝彩。








2473년 2월 10일의 연구일지  2473 年 2 月 10 日的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2연구실 1팀 선임 연구원
作者:前田陸 / 第二研究室第一组首席研究员

주워온 어린애에게서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유전자 구조로 되어 있지 않았다. 딱 하나 다른 DNA가 발견되었고, 분석 결과 Z-바이러스의 변종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결괏값이 도출됐다.
在被捡来的孩子身上发现了特异点。虽然拥有人类的外形,却不具备人类的基因结构。仅发现了一组不同的 DNA,分析结果显示该基因与 Z 病毒的变异基因完全一致。

랩에서 진행된 모든 연구 가운데 이런 DNA는 없었다. 이건 Z-바이러스를 타개할 중요한 키가 될 것이 분명하다. 3연구실에 요청 넣어둔 변종 감염자 연구 결과를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분석 결과를 보고하자마자 눈을 빛내는 팀장만 봐도 알 수 있다.
实验室进行的所有研究中从未发现过这种 DNA。这显然将成为攻克 Z 病毒的关键所在。虽然还需要查看向第三研究室申请的变异感染者研究结果才能最终确认,但光是看到组长一听到分析报告就两眼放光的样子,答案已经不言而喻。

아직 하늘이 날 버리지 않은 게 분명하다.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 내가 가져와야 한다.
显然上天还没有抛弃我。这个项目必须由我来拿下。



“팀장님, 이 건은 저에게 맡겨 주시죠.”
"组长,这个案子请交给我吧。"

“자네가 여태까지 날려 먹은 프로젝트가 몇 갠데.”
"你至今搞砸的项目还少吗?"

고개를 젓는 팀장을 보며 리쿠는 입안을 씹었다. 그러지 않으면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봐. 보아하니 자신이 전력으로 밀어주고 있는 신지에게 이 프로젝트를 일임하려는 모양이었다. T-528이라 이름 붙이자마자 제 손을 떠난 실험체는 이미 신지가 임시로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엘리트주의 쩐내 풍기는 집단의 옥에 티. 최초의 랩키즈 출신 연구원으로 폐쇄적인 윗선들의 눈엣가시. 줄도 빽도 없는 주제에 유일하게 내세울 만했던 실력마저 고전 중인, 그야말로 미운 오리 마에다 리쿠. 그런 이에 비해 지부에서 연줄 타고 들어온 신지를 밀어주면 팀장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은 건 당연하겠지만 그런 걸 신경 써줄 때가 아니었다. 그 “당연한“ 일이 지금 마에다 리쿠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니까. 마에다 리쿠는 간절했다. 간절한 마에다 리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看着摇头的组长,前田陸咬紧了牙关。若不如此,恐怕脏话就要脱口而出。看来组长是打算全力扶持自己人信治来接手这个项目。那个刚被命名为 T-528 就脱离掌控的实验体,据说已由信治临时接管。这个充满精英主义铜臭的团队里格格不入的存在。作为首个从实验室打杂晋升的研究员,他始终是封闭上层眼中的肉中刺。没有背景没有人脉,连唯一值得称道的实力也陷入瓶颈——名副其实的丑小鸭前田陸。相较之下,扶持从分部靠关系调来的信治,组长自然能获得更多好处,但现在不是计较这些的时候。因为这种"理所当然"的事绝不能发生在前田陸身上。前田陸迫切地需要机会。迫切到哪怕抓住一根稻草也好。

쯧. 속으로 작게 혀를 찼다. 이렇게까지 치사하게는 안 굴려고 했는데.
啧。在心里暗暗咂了下舌。本不想做得这么卑鄙的。

“팀장님, 검은담비는 잘 지내고 있나요?”
"组长,黑貂最近还好吗?"

은근한 물음에 단호하던 팀장의 얼굴이 돌연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에다 리쿠가 꺼낸 비장의 카드는 협박이었다. 희귀종 실험체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파장이 클 테니까. 3연구실행 좌천은 양반이고, 1연구실에 실험체로 갈지도 모르는 신세가 될 터였다.
这个看似不经意的提问让原本强硬的组长突然脸色大变。这也难怪,因为前田陸亮出的底牌是威胁。如果被人知道他在把珍稀实验体当宠物养,后果将不堪设想。被贬到第三研究室都算轻的,搞不好会沦落到成为第一研究室的实验体。

리쿠는 자기암시를 복창했다. 아직 하늘이 날 버리지 않았다.
陸反复默念着自我暗示。上天还没有抛弃我。

“큼.”  "嗯。"

갑자기 그건 왜… 물음표도 찍히지 않을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오자 리쿠의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리쿠는 팀장을 향해 몸을 숙였다. 목소리도 함께 낮췄다.
当那句微弱的"突然问这个..."飘进耳朵时,陸的嘴角浮现出若有若无的笑意。手指敲击桌面的声音传来。陸向组长微微躬身,同时压低了嗓音。

“팀장님께서 데려가신 지 일 년 하고 삼 개월 정도 지났으니… 슬슬 영양제가 필요할 때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算起来组长带走它已经一年零三个月了...我想差不多该补充营养剂了吧。"

챙겨드리고 싶어서 그러죠. 도울 건 없나 해서요. 아시다시피 저만 아니까… 길게 접히는 눈매를 보며 팀장이 동공을 잘게 떨었다. 선임 따위에게 이런 협박 당하는 게 불쌍하긴 하지만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지. 그러게 누가 사리사욕에 눈멀어 규율 위반하랬나. 연일 먹고 자던 연구실에서 팀장이 담비를 몰래 데려가는 광경을 목격한 자신의 좆뺑이에, 그리고 천운에 공을 돌렸다. 쏙 들어간 보조개가 더 깊게 패며 리쿠의 볼에는 옅은 음영이 드리워졌다.
只是想照顾您罢了。看看有什么能帮忙的。毕竟您也知道只有我...看着组长狭长的眼尾微微颤动瞳孔。虽然被前辈这样威胁很可怜,但对我来说倒是值得感激的事。谁让你利欲熏心违反纪律呢。连日来在吃住的研究室里目睹组长偷偷带走貂鼠的自己真是走了狗屎运。深深陷进去的酒窝让前田陸的脸颊投下淡淡阴影。

“팀장님. 이 프로젝트,”  "组长。这个项目,"

마침표가 찍히기 전 팀장이 왼손을 들어 리쿠를 제지한다. 오른손으로는 이미 머리를 짚고 있는 상태였다. 좁아진 미간이 눈에 들어왔다. 성공 예감에 마에다 리쿠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句号落下前,组长抬起左手制止了陸。右手早已抵住太阳穴。紧蹙的眉心映入眼帘。前田陸在心底暗笑,预感到成功在望。

“...지금 당장은 안 돼. 임시 담당 기간이 끝나면 타이밍을 보자고.”
"……现在不行。等临时负责期结束再看时机吧。"

“네, 감사합니다.”  "好的,谢谢您。"

믿고 있겠습니다. 허리를 접어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연구실에서는 평소와 같이 결과지 빼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목소리들뿐이었다. 은밀히 진행된 거래인만큼 주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모를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쥐고 있던 것 하나를 내놓았다. 비밀과 협박은 원래 쓸수록 효력이 약해지니 한 방이 중요했다. 적재적소에 써먹어서 다행이네. 오랜만에 잡음 없이 맑은 머리로 걸음을 옮겼다.
我静候佳音。躬身行礼后离开座位。实验室里如常响着打印报告的机械声、键盘敲击声和分析结果的讨论声。这场秘密交易无人知晓——周围同事根本不会察觉我们交换了什么。为在关键时刻使用而暗中保留的筹码,此刻终于亮出。秘密与威胁本就愈用愈失效,一击必杀才最重要。能用在刀刃上真是万幸。迈步时神思清明,久违地心无杂念。

이제 실험체가 제 손에 떨어질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现在只需等待实验体落入我手中的时刻。

잠을 좀 잘 예정이었다.  原本打算好好睡一觉的。




…(중략) T-528의 개체를 늑대-인간으로 명명한다. 인간보다 늑대에 가까운 습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갯과와 가장 유사하지만 독립적인 의미체계를 갖추고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밤이 되면 하울링을 하기도 한다. 주로 생식을 하며, 가장 선호하는 먹이는 양고기이다. 의외로 순 육식성은 아니고, 당분이 많은 열매류 등도 선호한다. 성질이 사납고 경계심이 짙어 라포 형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中略)将 T-528 个体命名为狼人。因其表现出更接近狼而非人类的习性。使用与犬科最为相似但具备独立语义系统的语言,入夜时会发出嚎叫。主要以生肉为食,最偏好的食物是羊肉。意外地并非纯肉食性,也偏好高糖分浆果等。性情凶暴且戒备心强,建立信任关系需要持续投入关注。


신지가 찾아왔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 주간의 사육 일지를 내밀었다. 고마워. 리쿠가 눈을 접어 웃으니 낯빛이 똥색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꾸벅 숙인 뒤 돌아갔다. 등짝에조차 억울해 죽겠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리쿠는 소리 없이 큭큭댔다. 뒤에 가서 또 뭐라고 떠들어대려나. 턱에 펜을 대고 잠시 상상을 해보았다.
新治找来了。他双手颤抖着递上这周的饲养日志。"谢谢。"前田陸眯眼一笑,对方脸色顿时变得像土色一样,一句话也说不出来,只是低头鞠了一躬就转身离开。连背影都写着"委屈得要死"几个大字。陸无声地嗤嗤笑了起来。待会儿回去肯定又要说三道四吧。他把笔抵在下巴上,短暂地想象了一下。

랩키즈 주제에 뺏겼던 프로젝트 다시 맡는 게 웃긴다. 윗선에 대줬을 게 뻔하다. 안 그러면 제게 떨어졌던 프로젝트가 그런 하자한테 갈 리 없다. 일 년 내리 쪽박 차고 있는 놈에게 무슨 신뢰가 있겠냐. 여타 등등. 같은 거겠지만 마에다 리쿠는 별 상관이 없었다. 뒤에서 심심풀이 껌처럼 씹어대는 뜬소문 따위는 지금이야 사실인 양 수면 위를 부유하고 기승을 부리겠다만 실적을 뽑아내면,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다시금 밑으로 가라앉을 게 뻔했다. 적자생존의 시대이니 승기는 성공한 자에게 돌아가는 게 섭리였다. 리쿠는 그런 세상에서 태어났고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우며 자랐다.
区区实验室助手竟能重新接手被夺走的项目,实在可笑。显然是向上头打点了关系。否则本该属于我的项目怎会落到那种废物手里。一个连续一年搞砸项目的家伙有什么可信度。诸如此类。虽然情况大抵如此,前田陸却毫不在意。那些背后像嚼口香糖般闲言碎语的流言蜚语,此刻虽如真相般浮出水面兴风作浪,但只要做出成果,只要成功完成这个项目,它们自然会重新沉入水底。适者生存的时代,胜利归于成功者本是天理。陸就是在这样的世界里出生,看着听着这些规则长大的。

팀장은 칼을 빼든 후임에게 냉랭했다. 제게 프로젝트는 일임하면서도 경과를 살펴보고 진행 상황에 차도가 없으면 언제든 담당 재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엄포를 놨다. 가용 인력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알만했다. 그냥 결과 안 나오게 지원 안 붙여주는 거면서 혀가 기네.
组长对拔刀相向的后辈冷若冰霜。虽然把项目全权交给我负责,却又威胁说如果看不到进展随时会重新分配。还借口说没有可用人力拒绝提供支援。我早看透了。明明就是不想给支援等着看失败,话说得倒是漂亮。

허울뿐인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팀원 하나 없이 유명무실한 헤드. 책임 달면 으레 받는 연구 통제권조차도 긴말 없이 반려. 팀장은 뭐 잘못되면 혼자 독박 쓰라는 본심을 말 대신 행동으로 알렸다. 미운털 제대로 박혔네. 리쿠는 그게 좀 웃겼다.
徒有虚名的项目责任研究员。没有半个组员的空头主管。连挂名负责人本该享有的研究控制权都被二话不说驳回。组长用行动而非言语表明:搞砸了就自己背黑锅。这嫌恶算是钉死了。陸觉得这倒有点意思。

언제부터 솔플 안 뛰었다고. 고사당한 연구 통제권 대신 실험체 자유 통제권은 따왔으니 연구 진행에 큰 무리도 없을 테고. 나중에 콩고물 못 주워 먹은 거 후회나 하지 말라지. 리쿠는 고개를 저으며 인수받은 일지를 살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의 DNA를 가지고 늑대의 습성을 가진 아이라. 유일하게 상이했던 유전자는 그럼 늑대-인간만의 특별한 유전자인 것일까. 그렇다면 감염자는 늑대인간으로부터 시작이 된 걸까. 어디서부터 추적 연구를 시작해야 할까. 곱씹으며 일지를 뒤로 넘겼을 때, 마에다 리쿠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谁说我不擅长单打独斗了。虽然失去了研究控制权,但争取到了实验体自由控制权,研究推进应该不成问题。以后可别后悔连豆渣都捡不到。前田陸摇着头翻阅接收的日志。这是个拥有人类外形和 DNA,却具备狼性习性的孩子。唯一差异的基因莫非是狼人特有的特殊基因?那么感染者是从狼人开始传播的?该从何处着手追踪研究?当陸皱眉沉思着翻过日志时,他的表情不自觉地扭曲起来。


(사진)  (照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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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 측면을 고루 촬영한 사진 속에 가득한 푸른 멍 자국. 말 안 듣고 사납게 굴 때마다 매질을 한 모양이다. 1연구실 출신인 신지의 손버릇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으나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정도로 곤죽이 난 실험체는 최근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T-528 역시 자기 생각보다 훨씬 난폭한 개체라는 사실을 쉽게 도출해 낼 수 있었다.
照片中前后侧面都均匀拍摄到的青紫淤痕。看来每次不听话凶暴时都会遭到鞭打。虽然早知道从第一实验室出来的真嗣有暴力倾向,但没想到会到这种程度。最近都没见过被折磨得这么惨的实验体,由此不难推断 T-528 是个比自己预想中更为凶暴的个体。

이런 식으로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가 제 손에 떨어져 테이밍한 녀석들이 한 트럭이다. 사육동을 쏘다녔던 어린 날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됐다. 이런 놈들 길들이기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지. 웬일로 운수를 일시금으로 몰빵 당하네. 일 년 내리 운 좀 안 따라줬던 이유는 이거였나, 아니면 어떤 역풍이 기다리고 있으려고 일이 이렇게 잘 풀리나.
像这样完全暴露在暴力下又落入我手中被驯服的家伙能装满一卡车。童年时在饲养场东奔西跑的记忆自动在脑海中重播。驯服这些家伙简直易如反掌。怎么突然就把运气全押在这一把上了。难道这就是去年一整年都不走运的原因?还是说会有逆风等着,所以事情才进展得这么顺利?

사진 속 T-528은 종이를 뚫고 나올 것처럼 형형한 눈빛을 쏘고 있었다. 내일이면 볼 수 있겠네. 중얼거리던 리쿠의 머릿속에 포대 속에서 끙끙대며 앓던 순간이 작게 스쳐 지나갔다. 늑대라기엔 지나치게 고왔던 미성의 목소리가 어쩐 일인지 뇌리를 감돌았다.
照片中的 T-528 正用锐利得仿佛能穿透纸面的目光凝视着。明天就能见到了吧。前田陸喃喃自语时,麻袋中痛苦呻吟的瞬间在脑海中一闪而过。那匹狼过分清亮的少年嗓音不知为何在耳畔萦绕不去。

어디서도 본 적 없던 변종 DNA를 보유한 실험체. 지구상에서 처음 발견된 인간이 아닌 이종족. 벼랑 끝까지 몰린 인류를 강타한 Z-바이러스를 타개할 마지막 희망. 그리고 마에다 리쿠를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려다 줄 발판.
拥有前所未见变异 DNA 的实验体。地球上首次发现的非人类异族。被逼至悬崖边缘的人类对抗 Z 病毒的最后希望。以及能将前田陸推向更高处的垫脚石。

어시스트를 붙이지 않은 팀장에게 작게 감사 인사를 날린다. 덕분에 단독 행동하며 자유롭게 연구하기 편해졌다. 지원이 들어왔어도 직접 하겠다고 나설 판에, 오히려 지켜보는 눈 없어져서 다행인 셈이었다.
向未配备助手的组长轻声道谢。多亏如此才能自由自在地独自进行研究。即便有支援人员也打算亲力亲为,现在没了监视的眼睛反而更觉庆幸。

리쿠는 일지 속 엉망이 된 T-528의 사진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陸抚摸着日志中那张支离破碎的 T-528 照片喃喃自语。

잘 부탁한다. 내 동아줄.  拜托了,我的救命稻草。








“안녕.”  “你好。”

철창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손을 흔드니 대답이라도 하는 듯 그르렁대는 소리가 돌아왔다. 이러는 맹수 한두 놈 보나. 리쿠는 입꼬리 한쪽을 끌어 올리고 케이지 앞에 앉았다. 누가 본다면 역시 베테랑이라고 추켜 세울만한 모습이었으나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낮게 우는 소리가 뇌를 울려 눈두덩이가 지끈거렸다.
走近铁栅栏打了招呼。挥手时传来低沉的吼声仿佛在回应。这种猛兽倒也见过一两头。陸扯起一边嘴角在笼前坐下。旁人若见定会称赞不愧是老手风范,但与表象不同,低沉的呜鸣震得脑仁嗡嗡作响,太阳穴突突直跳。

밤새 한숨도 못 잔 탓일까. 보조가 없으니 T-528 프로젝트 구성부터 전산 보고까지 혼자 다 해야만 했다. 소타 녀석이 옆에서 뭐 좀 도와줄까, 하며 얼쩡거리다가 책상에 쌓인 온갖 서식을 보고서는 급히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내뺄 거면 입이라도 열지 말던가.
或许是因为整夜未眠。没有助手,从 T-528 项目构建到系统报告都得独自完成。小田那家伙在旁边晃悠着说要帮忙,看到桌上堆积如山的表格后立刻溜之大吉。既然要逃还不如干脆闭嘴。

안압이 올라 뜨뜻해진 눈 위를 꾹꾹 누르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케이지 안의 T-528은 쇠사슬과 수갑, 족쇄로 온몸이 묶여있는 상태였다. 칭칭 둘러매진 얼굴이 허옇게 떠 있었고, 잔기스가 죽죽 그인 입술은 푸르스름한 보라색이었다. 얇은 플라스크도 이것보다 덜 조여서 배달될 텐데, 꽁꽁도 싸매놨다. 척 봐도 피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푸르딩딩한 멍 자국이 다 빠지지 않은 부분 또한.
按压着因眼压升高而发烫的眼球站起身来。笼中的 T-528 全身被铁链、手铐和脚镣束缚。层层缠绕的面部惨白浮肿,布满细碎伤痕的嘴唇泛着青紫色。连薄壁烧瓶的包装都比这个宽松,却把人捆得严严实实。明显有多处血液循环不畅,残留着青紫淤痕的部位也尚未消退。

상급, 또는 그 이상의 최상급 샘플을 채취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실험체의 컨디션이 하이를 찍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신속하게 시행해야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판에, 이런 식으로 엉망으로 관리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실험체를 애지중지 달래고 구슬리지는 못할망정 성질에 못 이겨 괴롭혔다가 고전하는 건 어차피 담당 연구원인데, 스스로의 우월함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간단한 원칙도 지키지 못해서 꼭 피를 보고야 마는 게. 그런 나이브한 인간들이. 그러면서 성과는 또 바라는 도둑놈 심보가. 리쿠는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지 그 새끼는 어떻게 발전이 없냐. 그러니까 네가 거기지. 리쿠는 한숨을 내쉬며 케이지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온몸에 감긴 쇠사슬을 천천히 풀어냈다.
采集上级乃至特级样本比想象中更棘手。必须等到实验体状态达到峰值才行。即便如此也要迅速操作才能获得满意结果,像这样管理混乱根本行不通。就算不能像哄宝贝似地安抚实验体,至少别因控制不住脾气而虐待它们导致后续困难——这本该是研究员的基本素养,可总有人盲目自信到连简单原则都遵守不了,最后自食恶果。这些天真的家伙。既想偷懒又贪图成果的贼人心态。陸实在无法理解。真嗣那小子怎么毫无长进?所以你才永远停留在那个水平啊。陸叹着气将手伸进笼内,慢慢解开缠绕全身的铁链。

철그럭, 철그럭.  哐当,哐当。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느껴지는지 T-528의 움직임이 거세진다. 입마개 사이로 침이 뚝뚝 떨어져 리쿠의 팔을 적셨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쇠사슬을 긁어대는 소리가 사육실 안을 울렸다. 기다려. 풀어주고 있잖아. 그의 뒤통수에 대고 중얼이며 마저 사슬을 풀어낸다.
感受到身体逐渐获得自由的 T-528 动作变得激烈起来。唾液从口套缝隙滴落,打湿了陸的手臂。未经修剪的锋利指甲刮擦铁链的声音在饲养室内回荡。等等,这不正在给你解开吗。对着他的后脑勺低语着,最终解开了锁链。

일부분이 자유로워진 T-528은 가만히 서서 숨을 색색거렸다. 나머지도 풀어줄 거라는 걸 아는 눈치였다. 영리하네, 그런 말은 일지에 없었는데.
获得部分自由的 T-528 静静站立喘息着。它似乎知道剩下的束缚也会被解开。真聪明啊,日志里可没提到这点。

리쿠는 달랑 세 개뿐인 열쇠 꾸러미를 바라본다. 이전에는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열쇠가 걸려있었고, 네임택을 붙이지 않으면 구분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색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새삼 좁아진 제 입지를 실감하니 한숨이 뒤따랐다. 수갑에 열쇠를 집어넣는다.
陸望着仅剩三把的钥匙串。以前挂着多到分不清用途的钥匙,不贴标签根本无法辨认。现在仅凭颜色就能区分。意识到自己权限大幅缩水的事实,他不禁叹了口气。将钥匙插入手铐锁孔。

철컥.  咔嗒。

파랗게 질렸던 손에 피가 도니 늑대가 순간적으로 움찔거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쿠는 무릎을 굽혔다. 그의 족쇄를 마저 풀어주기 위해.
原本泛青的手掌恢复血色,狼人瞬间颤抖起来。目睹这一幕的陸屈膝蹲下,准备解开它最后的脚镣。

철컥.  咔嗒。


쾅-  轰——

손발이 자유로워진 짐승은 배은망덕하게도 리쿠에게 달려들었다. 가로막은 케이지의 창살에 부딪히는 소리가 사육실을 꽉 채웠다. 무시무시한 굉음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위를 올려다보며 입을 연다.
四肢获得自由的野兽竟忘恩负义地扑向陸。撞击铁笼栏杆的巨响充斥整个饲养室。骇人的轰鸣声让人不自觉地皱起眉头。它仰头张开了嘴。

“뭐 하는 거야?”  "你在干什么?"

짐승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으르렁댈 뿐.
野兽没有回应。只是低吼着。

지저분한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육 일지의 사진에서 보았던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자신을 집요하게 노려보는 듯했다. 입마개 밑으로 침이 뚝뚝 떨어져 눈앞의 바닥을 적셨다. 창살을 두 손으로 흔들며 쿵쾅대는 소리가 이어졌다. 밑으로 내리꽂는 시선을 받아내던 리쿠가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尽管凌乱的头发遮挡了视线,却仍能感受到目光交汇的触感。饲养日志照片里那双炯炯有神的眼睛,此刻正执拗地瞪视着自己。口罩下方滴落的唾液将眼前的地面洇湿成片。铁栅栏被双手摇晃发出哐当声响。承受着自上而下视线的陸撑膝起身。

“야.”  "喂。"

“까불지 마.”  "别乱动。"

말도 못 알아먹는 짐승 주제에 T-528의 눈초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리쿠는 손을 들어 그의 코끝을 툭, 쳤다. 순식간에 날카로운 손톱이 손등을 할퀴고 지나갔다. 검게 익은 피부 위에 새빨간 선이 죽 그였다.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피를 물끄러미 보던 리쿠는 손을 빼내고 두 팔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눈 맞춤을 시도하자 경계 가득한 눈초리가 맞닿아 왔다. 핏물이 새하얀 가운 위로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누구도 먼저 눈을 피하지 않는 가운데 상처 입은 늑대와 새로운 사육사의 고요한 대치가 이어졌다.
面对这头连人话都听不懂的畜生,T-528 的眼神愈发锐利。陸抬手弹了下它的鼻尖。霎时间尖锐趾甲划过手背,在黝黑皮肤上拖出鲜红血线。盯着缓缓渗出的血珠,陸抽回手举起双臂作投降状。当他偏头试图对视时,迎上了充满戒备的目光。血滴仍在纯白制服上点点晕开。在无人移开视线的寂静中,负伤的狼与新任饲养员持续着无声对峙。

갈 길이 험난하겠네. 다 알고 뛰어들었음에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前路多艰啊。明知如此投身其中,疲惫感仍如潮水袭来。


하지만 피곤은 피곤이고, 할 일은 할 일이지. 리쿠는 준비해 놓았던 먹이통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육 일지에서 살핀 바로는 식사 거부를 하는 중이랬는데 단식 투쟁쯤 되는 모양이었다. 자유롭게 살아오다 별안간 좁은 공간에 갇혀 비인도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실험체들은 으레 한 번씩 거치는 과정이었으니 T-528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但疲惫归疲惫,该做的事还得做。陸走向事先准备好的饲料桶。根据饲养日志记载,它正在绝食抗议。那些原本自由生活的实验体突然被关进狭小空间,暴露在非人道的环境中,通常都会经历这个过程,T-528 应该也不例外。

고기를 집게로 집어 들어 접시 위에 세팅했다. 보통이라면 케이지 안으로 던져줬겠지만, 그는 사람 꼴을 하고 있으니 사람처럼 먹이려는 거였다. 사회성을 길러줘야 하기도 하고. 접시를 들고 케이지로 다가가 그의 입마개를 풀었다. 얌전히 풀려주지 않아 손등에 날카로운 상처가 몇 개 더 생겼지만, 마에다 리쿠는 미간이나 몇 번 좁히고는 기어이 입마개 해체를 해냈다. 욱신거리는 손을 부여잡고 배식구 사이로 접시를 밀어 넣으니 아니나 다를까 노려보다 접시를 손으로 쳐내버린다. 덕분에 접시는 데굴데굴 구르고 고기는 케이지 밖으로 반품됐다. 그걸 쳐내는 팔목은 어느 날의 설표처럼 빼빼 말라 있었다.
他用夹子将肉块摆进餐盘。若在平日会直接扔进笼子,但既然对方保持着人形,便打算以人类方式喂食。毕竟需要培养社会性。端着餐盘走近笼子时解开了他的口枷。因对方挣扎不配合,手背又添了几道尖锐伤痕,前田陸只是皱了皱眉,终究完成了口枷拆卸。他按着抽痛的手将餐盘推进喂食口,果不其然被对方一掌打翻。餐盘咕噜噜滚远,肉块被退货到笼外。那只挥打的手腕瘦削得如同某日的雪豹标本。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来比比看是你赢还是我赢。

혀를 찬 리쿠가 다시 접시에 고기를 세팅한다. 대신 이번에는 두 개였다. 양손에 그걸 들고 케이지 앞에 앉은 리쿠가 천연덕스럽게 고기를 물어뜯었다. 물컹거리는 생고기의 식감과 비릿함이 목구멍을 타고 그대로 들어왔다. 속에서는 이거 맞냐고 소리를 지르며 당장 빠꾸 시키라고 위를 쥐어짜고 있었지만 포커페이스를 고수했다. 그대로 몇 입 더 꾸역꾸역 삼켜낸 마에다 리쿠는 지금 T-528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안전한 거야. 너를 해치지 않아.
咂舌的陸重新在餐盘上摆好肉块。不过这次是两块。他双手各执一块坐在笼前,若无其事地撕咬起生肉。湿软的生肉口感和腥气顺着喉咙直冲而下,胃袋在体内尖叫着"这能吃吗"并抽搐着要求立刻退货,但他始终保持着扑克脸。前田陸就这样又硬塞了几口咽下去,此刻正向 T-528 展示着:很安全。不会伤害你。

그런 수고에도 날카로운 눈빛은 누그러들 기미가 안 보였다. 리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생고기 먹방쇼를 멈췄다. 도네도 없고 리액션도 없는 시청자 달랑 한 명의 방송을 굳이 계속할 필요는 없었다.
这番苦心并未让那锐利的眼神有丝毫软化。陸轻叹一声,停止了生肉吃播秀。没有打赏也没有互动的单人直播,实在没必要继续下去。

“여기 두고 갈게. 죽겠다 싶으면 먹든가.”
"放这儿了。快饿死的时候再吃吧。"

아무 짓 안 한 거니까.
我什么都没做。

그의 몸을 꼼꼼히 훑은 리쿠가 말을 남기고 몸을 일으켰다. 늘어진 손을 타고 핏방울이 바닥에 툭, 툭 떨어졌다. 물끄러미 그 자국을 바라보다 천천히 발을 뗐다. 내가 아무리 지원 못 받는다 그래도 이쯤은 청소부가 와서 닦아주겠지.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기던 리쿠가 잠시 멈추어 허리를 숙였다. 발끝에 채는 고깃덩이 하나를 집어 들고 케이지 쪽으로 던졌다. 나름의 선심이었다.
前田陸仔细检查完他的身体后留下这句话,直起身来。血珠顺着垂落的手臂啪嗒、啪嗒砸在地板上。他盯着那摊血迹发了一会儿呆,才慢慢移开脚步。就算申请不到经费支援,这种程度总会有清洁工来擦吧。走向出口时,前田陸突然停下弯腰,拾起脚尖碰到的一块肉块扔向笼子方向。算是他难得的善心。

배고프면 이것도 먹어라.  饿了就吃这个。








2473년 3월 2일의 연구일지  2473 年 3 月 2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영양 상태를 포함해 모든 신체적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 이 상태로는 샘플 채취는커녕 신체검사도 곤란하니 기초 영양 공급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 만나고 온 바로는 그조차도 못 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包括营养状态在内的各项身体指标整体欠佳。这种状态下别说采样,连基础体检都难以进行,必须从基础营养供给开始。但就今天面诊情况来看,恐怕连这都做不到。

T-528과의 라포 형성은 난항이 예상된다. 연구소에 대한 첫인상이 아비의 사살이었고, 초기에 폭력을 행사한 이력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모든 상황에 비협조적인 것을 보아 랩 전체를 동일시하고 있으며, 랩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그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 단기간에 이전과 다른 결과를 뽑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与 T-528 建立信任关系预计将困难重重。因其对研究所的第一印象是目睹父亲被枪杀,且初期有过暴力行为记录。从目前对所有情况都采取不合作态度来看,他显然将整个实验室视为一体,对实验室的戒备心与敌意已到达顶峰。这种情况下,长期投入时间让他熟悉并建立"安全人物"的认知至关重要。但我的时间所剩无几。若要在短期内取得与以往不同的成果,究竟该如何行动?



리쿠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던 어렸을 적 이후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그가 빌린 책은 <늑대 백서> . 늑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두꺼운 양장 표지를 넘겨 독서를 시작했다. 아. 독서는 아니고 공부 정도 되겠다. 불을 켜도 사위가 어두워 스탠드 빛을 추가했다.
陸时隔多年再次踏入图书馆,上次这样跑得脚底出汗还是小时候的事。他借阅的书是《狼类白皮书》。翻开那本烫金精装厚封面,上面印着门板大小的狼照片,开始阅读。啊,说是阅读不如说是学习更贴切。即使开了灯室内依然昏暗,他又加上了台灯光源。

늑대는 후각과 야간 시력이 뛰어나다. 2~3km 내에 있는 것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늑대는 주로 무리 생활을 한다. 비상시에는 우두머리가 홀로 사냥을 해와 부족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늑대는 단혼 동물이다.
狼拥有卓越的嗅觉和夜视能力,能嗅到两三公里内的气味。狼通常过着群居生活,紧急情况下首领会独自狩猎为族群提供食物。狼是一夫一妻制动物。

…이런 건 필요 없고. 활자를 빠르게 훑던 리쿠는 “늑대의 의사소통“에서 멈췄다.
…这种东西根本不需要。快速浏览着活字的陸突然在"狼的沟通方式"处停了下来。

단체 생활과 사냥 습관 때문에 훨씬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음. 공격적이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늑대는 움직임이 신중하고 느림. 자세, 귀, 털, 꼬리를 낮추는 것은 수동적인 복종의 의미. 능동적 복종을 표하고 싶을 때는 상대의 면부을 핥는 방식으로 표현.
因群居生活和狩猎习性而形成更为复杂的体系。攻击性强或自我主张强烈的狼行动谨慎而迟缓。压低姿态、耳朵、毛发和尾巴是被动臣服的表示。想要表达主动臣服时,会通过舔舐对方面部的方式展现。

「입술을 깨무는 행위는 나는 너를 해치지 않겠다는 의미」
「咬住嘴唇的动作代表我绝不会伤害你」

어찌 됐건 내가 우위에 있어야 하니 복종 같은 건 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필요한 처방은 그의 경계심을 허무는 것이다. 입술을 깨문다라. 피의 맹세라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입술 정도는 뭐. 쉽네.
无论如何我必须占据主导地位,不可能做出臣服之举。当下需要的是瓦解他的戒备心。咬住嘴唇是吧。本来还纠结要不要立个血誓,不过咬个嘴唇算什么。简单得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방의 불을 모두 끈다.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제가 있는 기숙사동과 T-528이 있는 사육실은 거리가 있을 텐데, 어쩐지 그의 하울링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울링. 집단생활을 하는 늑대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내는 소리. 사냥 직후에 무리를 다시 모이게 하도록 내는 소리. 울어서 뭐하냐. 너 찾으러 올 늑대도 없는 것 같은데.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중얼이다 수마에 빠진다. 어둠에 잠긴다.
点头起身熄灭了房间里所有的灯。彻底沉入黑暗。我所在的宿舍楼与 T-528 所在的饲养室应该有些距离,却恍惚听见了他的嚎叫声。狼嚎。群居狼群用于彼此交流的声音。狩猎结束后召唤同伴重聚的声音。嚎什么呢。看起来也没有会来找你的狼。把被子拉到脖颈处呢喃着坠入梦魇。沉没在黑暗里。



그리고 지금, 마에다 리쿠는 입술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 자신만만하던 과거의 자신을 씹고 있었다. 차라리 팔 한쪽을 잘라 피의 맹세를 하는 것이 더 빠르지 싶었다. 유레카를 외쳤을 적엔 빌어먹을 실험체가 제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깐 망각했던 걸까. 다가가면 도망가는 놈은 입술은커녕 눈길 한 자락도 제게 내어주지 않았다. 한때 늑대는 미디어에서 로맨스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다고 한다. 뒷걸음 정답이지만 마에다 리쿠는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놈의 늑대 때문에 천하의 마에다 리쿠 애간장이 살살 녹고 있었다. 나 좀 봐주라. 입술 한 번만 깨물게 해줘. 소리 없이 외쳐봤자 여전히 찬 바람만 쌩쌩 불었다.
此刻,前田陸正懊悔地咀嚼着曾经自信满满以为亲吻不过是小菜一碟的自己。他恨不得砍断手臂立下血誓来得更痛快些。当初高喊"尤里卡"时,或许短暂忘记了那该死的实验体根本不会主动靠近自己。那家伙别说献上双唇,就连一片衣角都不让他触碰,稍一靠近便逃之夭夭。传说狼在媒体中曾是浪漫的象征。虽然听起来像是倒行逆施,但前田陸觉得这话或许没错——因为那头该死的狼,堂堂前田陸的肝肠都快被熬化了。看我一眼吧。让我咬一下你的嘴唇就好。无声的呐喊过后,唯有刺骨寒风依旧呼啸而过。

머리를 헝클이다 케이지 앞으로 먹이통을 끌고 와 앉았다. 제 바운더리 안에 들이진 않아도 밤사이 식사는 했는지 우리 앞에 던져놓은 고깃덩이가 자취를 감췄다. 입 싹 닫는다는 거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실컷 먹어놓고 모르쇠 하겠다 이거지. 리쿠는 먹이통 안에서 생고기 두 덩이를 꺼내 배식구 안에 집어넣었다. 물론 접시 위에 얹은 채로.
他胡乱抓了抓头发,拖着饲料桶来到笼前坐下。即便没踏入我的领地范围,昨夜投喂的肉块已不见踪影——看来是享用过晚餐了。"守口如瓶"说的就是这种情形吧。吃饱喝足就装聋作哑。陸从饲料桶里取出两块生肉,放进投食口。当然是搁在食盘上的。

관심 없는 척은 왜 하는 건지. 으르렁대며 저를 노려보다 한 번씩 힐끗힐끗 고깃덩이에 가서 꽂히는 그의 눈길은 참 투명했다. 누가 짐승 아니랄까 봐. 역시나 사람은 못 된다.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던 리쿠가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을 때는 과거의 경험 속에서 찾아내는 게 최고였다.
何必装作漠不关心。他边低吼着瞪视我,目光却总忍不住往肉块上瞟,那眼神倒是纯粹得很。不愧是野兽啊。终究成不了人类呢。托腮观望的陸懒洋洋开口道。当束手无策时,从过往经验里寻找答案总是上策。

“야. 너 신지 알지.”  "喂。你认识新吧。"

그래서 뭘 할 거냐면, 마에다 리쿠의 전매특허 뒷담 까기. 별 의미 없이 떠들기는 뭣하니, 이런 주제로라도 떠들어서 목소리를 각인시키려는 거다.
所以我要做的,就是前田陸的拿手好戏——背后嚼舌根。与其毫无意义地闲扯,不如用这种话题来刷存在感。

“그 왜, 예전에 너 담당했던 애.”
"就是那个,以前你负责的家伙。"

너 때렸던 애. 걔 되게 잘나가. 지부 출신이라 팀장도 예뻐하고. 실적도 잘 나 오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싸가지가 보통이 아니야. 내가 너 안 빼 왔으면 걔 밑에 있다가 너 죽었을지도 몰라. 고마워하라고?
你揍过的那小子。他现在混得风生水起。因为是分部出身连组长都偏爱他。业绩又好所以目中无人,那副德性简直离谱。要不是我把你调出来,你在那家伙手下可能早就完蛋了。不该感谢我吗?

주절주절 떠들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듯 낮게 운다. 그렇지만 마에다 리쿠는 조용히 할 생각이 없었다. 다 네 맘대로 맞춰주고 있는데 나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리고 네 선배들은 내 얘기 듣는 시간 좋아했어. 너도 얌전히 밥 먹고 얌전히 입술 갖다 바칠 거 아니면 걍 들어.
嗡嗡作响的机械声仿佛在示意安静。但前田陸丝毫没有闭嘴的意思。"什么都顺着你来,我总该有点随心所欲的权利吧。况且你那些前辈可爱听我说话了。你要么乖乖吃饭乖乖接吻,要么就老实听着。"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但突然想到件事。"

한참을 얘기하던 리쿠가 다리를 쭉 펴며 얘기한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시야에 삐딱하니 T-528을 담는다.
说了许久的陸突然伸直双腿。他歪着头,视线斜斜锁住 T-528。

“너 나중에 말 배울 건데, 너한테 이런 얘기해도 되나.”
"你以后要学说话的吧,这种话能说给你听吗。"

마주친 눈동자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누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종일 이러고 있으니 저게 디폴트 값이라고 여겨져, 온순해지면 그것대로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눈을 깜빡거리던 리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对视的瞳孔依然锐利。没有半分软化迹象。整天这样让人以为那是默认状态,就算突然温顺起来反而会不适应。眨着眼睛的陸深深叹了口气。

“근데 뭐, 그런 건 안 가르칠 거니까 괜찮아.”
"不过反正,那种事也不会教你的,所以没关系。"

너 웬만하면 나한테 잘 보여라. 안 그러면 이상한 말만 가르칠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레 찔리는 마음에 다음 주제를 찾아 나섰다. 무슨 얘기를 해볼까. 실험실의 누가 마음에 들지 않고, 오늘 연구는 어땠고, 밥은 뭐가 나왔고. 같은 걸 제외하고서는 입술에 올릴 토픽이 없다. 어지간히도 재미없게 살았네.
你最好给我表现好点。否则我就专教你说怪话。虽然嘴上这么说,心里却莫名发虚,开始寻找下一个话题。聊什么好呢。实验室里谁不顺眼,今天研究进展如何,食堂出了什么菜。除了这些,实在找不到能开口的话题。活得可真够无趣的。

무의미한 자아 성찰이 지겨워진 리쿠가 몸을 일으킨다. 시선이 위로 주욱 따라붙었다.
厌倦了无意义自我反省的陸站起身来。视线随着他的动作向上延伸。

“왜. 가는 줄 알았어?”  "怎么。以为我要走?"

늑대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댄다. 너는 하루빨리 말을 배우긴 해야겠다. 너도 말 안 통하니까 울기만 하고 답답하지? 눈썹을 까딱대던 리쿠가 사육실 한쪽에 마련된 책장 앞으로 다가간다. 이거 옮겨달라고 우선 신청 넣느라 고생깨나 했는데, 들여놓고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네.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동화책 하나를 꺼낸다. 색깔 단어만 쓰여 있는 아주 간단한 책이었다.
狼露出獠牙发出低吼。你倒是该快点学会说话。你也因为无法沟通只能干着急吧?抖动着眉毛的陸走向饲养室一隅的书架。为了申请搬这个书架可费了不少功夫,现在看着觉得辛苦都值得。他点点头抽出一本短篇童话书。是本只写着颜色词汇的极简书籍。

케이지 앞에 다시 주저앉은 리쿠가 책을 읽기 시작한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비록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늑대는 시력과 청력이 좋다고 했으니 다 보고 듣고 있겠지. 보라를 말하던 리쿠가 책을 들어 올려 보여줬다. 늑대에게.
重新在笼前蹲下的陸开始念书。红色。蓝色。黄色。绿色。虽然距离遥远,但听说狼的视力和听力都很好,应该都能看见听见吧。念到紫色时,陸举起书本展示给狼看。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我最喜欢的颜色。"

으르르-  呜噜噜——

대답은 뭔 개소리 하냐는 듯 한층 맹렬해진 울음소리.
回应的是更加激烈的嚎叫,仿佛在说"胡扯什么"。

성질머리 하고는, 너라도 알아달라는 거지. 어차피 못 알아듣겠지만. 픽 웃으며 중얼이던 리쿠가 처음부터 다시 책을 읽어 나간다. 이번에는 단어 하나씩을 더 붙여서. 빨강, 사과. 파랑, 바다. 노랑, 나비. 초록, 숲. 보라, 포도.
真是急性子,我是想让你也明白啊。虽然你肯定听不懂。嗤笑着嘀咕的陸从头开始念书。这次每个词都加上对应事物。红色,苹果。蓝色,大海。黄色,蝴蝶。绿色,森林。紫色,葡萄。



T-528은 누가 이기나 내기라도 하듯 마에다 리쿠를 줄기차게 밀어냈다. 보통은 이쯤 되면 으레 마음의 문을 열곤 했는데. 눈에 익고 귀에 익으면 어느새 낑낑대며 제게 먼저 다가오기 마련이었는데. 꼴에 인간 유전자 좀 섞였다고 비싸게 구는 건가.
T-528 像是跟谁打赌较劲似的,执拗地把前田陸往外推。通常到这种程度对方就该敞开心扉了。明明只要混个眼熟耳熟,很快就会哼哼唧唧主动凑过来。区区混了点人类基因就摆起架子来了?

어느 날은 종일 식사 거부를 한 듯 고깃덩이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생고기를 또 한 번 씹었다. 이것도 한 번 해봤다고 익숙해진 건지 스무스하게 내려가길래 긴장 풀고 있다가 날벼락 맞았다. 퇴근길에 도서관 들리다가 결국 화장실로 뛰쳐 갔다. 누가 위장을 두 손으로 꾹 누른 것 같이 갑작스레 토기가 올라온 탓에. 변기 커버를 부여잡고 속을 게워내던 마에다 리쿠는 그를 꼭 꺾고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某天似乎整天没进食,肉块原封不动地剩着,他又嚼起生肉。或许因为有过经验变得熟练,本以为能顺利咽下放松了警惕,却遭晴天霹雳。下班顺路去图书馆时突然冲向厕所。像是有人用双手猛压胃部般突然反胃。前田陸抓着马桶盖呕吐时,燃起了非要战胜它的斗志。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쏜살같이 달려와 제 등을 긁고 간 녀석 때문에 의무실도 다녀왔다. 케이지에 기대어 책 읽어 주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등짝에 상흔이 꽤 크게 남아 피부 위에 미싱도 했다. 드레싱을 해주던 의사는 오지랖을 부렸다. 안 되는 건 빠르게 포기하는 게 미덕이라나. 그럴 때마다 마에다 리쿠는 잘 감춰둔 반골 기질의 태동을 느꼈다. 왜 나만 보면 자꾸들 그렇게 포기하래. 이럴수록 뭘 자꾸 보여주고 싶어지게. 인간들도 안 되는 거 꾸역꾸역 부여잡고 목숨줄 연장하려고 아등바등하는데 나는 왜 안 돼.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
因为某个不知为何不满的家伙箭一般冲过来抓挠我的后背,连医务室都去了趟。这是靠在笼子边读书时发生的事。后背留下了相当深的伤痕,皮肤上还缝了针。包扎的医生多管闲事地说:懂得迅速放弃才是美德。每当这时,前田陸都能感受到自己隐藏的反骨气质在萌动。为什么一见到我就叫人放弃?越是这样越想证明什么。人类明明也会死抓着不可能的事拼命延长生命线,为什么我就不行?他表面堆着友善笑容,内心却翻涌着这样的念头。

다가가면 도망가고 다가가면 도망가는 실험체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게 뒤꽁무니 졸졸 쫓아다니며 술래잡기도 했고, 기초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혈액 검사로 확인해 보려고 주사기 들이댔다가 왕창 물리기도 했다. 케이지 안에 넣는 손에서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의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다. 그는 잔소리가 늘었고 리쿠는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为了那个靠近就逃、再靠近又逃的实验体,前田陸不合年龄地追着它屁股满场跑玩捉迷藏;想用抽血确认基础营养素是否充足,反被狠狠咬了一口。伸进笼子的手永远带着未愈的伤。几乎每天都要见不待见的医生,对方唠叨越来越多,陸听得嘴角都要抽搐了。

2연구실은 핫토픽은 씹창난 마에다 책임의 왼손이었다. 다들 식당에 가면 반찬 대신 그걸 밥이랑 곁들여 먹었다. 저러다 말겠지. 프로젝트 다시 내놓지 않을까. 아서라, 걔가 보통 독한 놈이냐. 절대 양보 안 할걸. 소타가 종종 뒤에서 도는 말을 물어다 줬다. 그런 소린 별 상관없었다. 이 실험이 끝나면 인류는 틀림없이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될 거다. 그럼 나는 구원의 사도가 될 텐데. 그땐 누가 날 비웃을 수 있을까. 마에다 리쿠는 자신 있었다. 이를 악물며 혼자 왼손에 감긴 붕대를 풀어 다시 감았다.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눈 감고도 가능했다.
二实验室的热门话题是前田组长废掉的左手。大家去食堂都拿这个当配菜下饭。觉得他快撑不住了吧。该重新提交项目了吧。得了吧,那家伙是省油的灯吗。绝对死不松手。苏塔经常传来背后的议论。这些闲话都无所谓。等实验成功人类就能摆脱病毒。到时候我就是救世主。看谁还敢嘲笑我。前田陸信心十足。他咬着牙独自解开左手的绷带重新包扎。做得太多次现在闭着眼都能完成。


오늘도 사육실 불을 켜고 들어가니 케이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던 T-528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매일 그러면 목 안 아프냐. 툭 던진 말에 울음소리가 짙어졌다. 하여간 무슨 말을 못 한다. 리쿠는 설레설레 고갤 저었다.
今天也如常打开饲养室的灯走进去,蜷缩在笼子角落睡觉的 T-528 悄悄抬起头开始发出低吼声。每天这样喉咙不痛吗?随口抛出的这句话让呜咽声更浓了。反正它也说不了话。陸轻轻晃了晃脑袋。

평소와 다르게 빈손으로 T-528 앞에 주저앉았다. 늘 루틴처럼 챙기던 먹이통이나 책이나 볼펜이나 주사 따위를 내팽개친 채로. 그 모습이 그도 좀 놀라웠는지 더벅진 앞머리에 가려진 눈이 조금 커졌다. 빤한 시선을 느끼며 리쿠는 입술을 열었다.
与往常不同,他空着手在 T-528 面前蹲坐下来。抛弃了总是按惯例准备的饲料桶、书本、圆珠笔或注射器之类的东西。那副模样似乎也让对方有些惊讶,被蓬乱刘海遮住的眼睛微微睁大。感受到直白的视线,陸张开了嘴唇。

“유우시.”  "勇志。"

두 귀가 쫑긋거린다. 리쿠는 다시 한번 말을 뱉었다.
两只耳朵竖了起来。陸再次开口。

“오늘부터 네 이름이야.”  "从今天起这是你的名字。"

유우시.  勇志。

마침표와 함께 목 긁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늑대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이제부터 너를 유우시라고 부를 거야. 내가 유우시라고 말하면 너를 부르는 거고. 따라 해봐. 유우시. T-528은 제게 처음 생긴 이름이 신기한지 들을 때마다 눈알을 도륵도륵 굴렸다. 입술을 달싹거려 보지만 예의 울음소리는 출력되지 않았다. 말을 하나도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특정 단어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대충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는 아는 것도 같았다. 희미하게 웃으며 먹이통으로 가서 고깃덩이를 꺼낸다. 평소와 같이 넣어주고, 평소와 같이 뒷담도 까고, 평소와 같이 책을 읽어 주고, 평소와 다르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불을 끄고 나갔다.
随着句号落下,抓挠喉咙的呜咽声消失了。狼快速眨了眨眼睛。以后我就叫你勇志了。当我说勇志时就是在叫你。试着跟我念。勇志。T-528 似乎对这个初次获得的名字感到新奇,每次听到都骨碌碌转动眼珠。虽然嘴唇蠕动着,但熟悉的呜咽声并未响起。就当它是完全不懂外语的人好了。不过看它对特定词汇的异常反应,大概多少能明白我在说什么。我挂着淡淡笑意走向饲料桶取出肉块。如常投喂,如常抱怨,如常念书给它听,与往常不同的是唤着它的名字关灯离开。

시종일관 귀를 울리던 울음소리 또한 평소와 다르게 자취를 옅게 하고 있었다.
终日萦绕在耳边的哭声也一反常态地变得微弱。








2473년 4월 16일의 연구일지  2473 年 4 月 16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와 기초적인 라포 형성은 거의 완료된 것 같다. 이제는 반항 없이 식사를 잘하고, 나를 공격하지도 않는다. 입술을 깨물게 해주면 완료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늑대식 유대감 형성 없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하다. 종종 인간처럼 굴길래 잊고 있었는데 그도 역시나 짐승이었던 모양이다. 고기 좀 씹어주고 책 좀 읽어 주고 때리지도 않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짐승. 어찌 됐든, 아직 사용하지 않은 든든한 패 하나 쥐어서 내게 나쁠 건 없다.
与勇志的基础信任建立似乎基本完成。现在它乖乖吃饭不反抗,也不攻击我。原以为让它学会咬唇就大功告成,但跳过了狼式情感联结直接进入收尾阶段,感觉有些异样。因为它偶尔表现得像人类就忘了,终究还是野兽啊。给点肉嚼、念点书、不打它,就以为和人类不同的蠢货。不过,多张未打出的王牌在手总没坏处。

유우시의 최초 신체 능력 검사를 완료했다. 결과지에는 신지가 뽑아내지 못한 수치가 찍혔다. 팀장에게 보고하니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생했다며 내 어깨를 두드렸고, 신지는 바로 앞자리에서 부들부들 떠는 게 다 보였다.
完成勇志首次体能检测。报告单上出现了新治未能测出的数值。向组长汇报时,他表情复杂地拍拍我肩膀说辛苦了,而新治在前排座位发抖的样子一览无余。

언어 습득 능력은 꽤 뛰어난 것 같으며, 학습 능력은 인간 청소년의 평균을 웃돈다. 뇌 구조가 인간과 흡사하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아직 문장을 구사하진 못하지만 알려준 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과 내 말을 알아듣는다. 새로운 행동습관으로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제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 또한 말을 배우는 유아기 단계의 인간과 유사한 양상이다. 더불어 이름이 썩 마음에 드는지 질문이나 놀이 신호로 자주 활용한다.
语言习得能力相当出色,学习能力远超人类青少年平均水平。或许因其脑部结构与人类相似,这本是理所当然的事。虽然还不会组织完整句子,但能准确运用教导的词汇并理解我的话语。最近养成了新习惯——遇到不懂的事物时,会歪头呼唤我的名字。这种表现也与人类幼儿学语阶段极为相似。此外似乎对自己的名字相当满意,常将其用作提问或游戏的信号。

비고 : 책장 2열 학습 완료 후 언어 습득치 검사 예정.
备注:完成第二书架学习内容后,将进行语言习得值检测。


2473년 4월 30일의 연구일지  2473 年 4 月 30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를 케이지에서 풀어줬다. 한풀 꺾인 건지 나와서도 별다른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실험체와의 라포 형성이 처음도 아닌데 눈물이 찔끔 나와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생고기 소화 시키느라 고생한 내 위장이 제일 수고했다.
我把勇志从笼中放了出来。或许是锐气已挫,出来后也没表现出攻击性。虽不是第一次与实验体建立信任关系,却还是忍不住落泪冲进了洗手间。最辛苦的是我那消化生肉而备受折磨的胃。

최초 신체검사 결과에 따르면 유우시의 신체 능력은 훈련된 군인이나 운동선수보다 훨씬 강화되어 있다. 기초체력을 비롯해 고강도 운동 수행능력, 균형, 인지기능, 낙상 효능감이 최대치로 활성화되어 있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간과 동일한 유전자 중 신체 능력에 관련된 것이 모두 우성을 띄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이걸 활용하면 전투형 개체 인공 배양도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전투형 개체의 필수 불가결 요건은 명령에 대한 복종, 그리고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화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늑대의 행동을 하지만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니 교육에 큰 무리가 없을 듯도 싶고. 동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初次体检显示勇志的身体机能远超训练有素的军人或运动员。基础体能、高强度运动执行能力、平衡性、认知功能和坠落缓冲能力均激活至峰值水平。这似乎是因为与人类相同的基因中,所有涉及身体能力的部分都呈现显性特征。若能善用这点,或许能培育出战斗型个体。但战斗型个体的必要条件是服从指令且不伤害人类,因此必须观察其社会化进程的积极程度。虽具狼性行为却拥有人类智能,教育应该不会太困难。建议同步推进相关研究。

※체크할 것:  ※待确认事项:

1) 인간과 얼마나/어디까지 섞이며 살 수 있는가?
1) 能与人类混居到何种程度/范围?

2)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처럼 교육한다면 야생성은 얼마나 보존되는가?
2) 若从出生起就接受人类式教育,野性本能能保留多少?

3) 그럴 경우 본연의 신체 능력은 저하되지 않는가?
3) 这种情况下原始体能会退化吗?

비고: 정확한 출생연도 확인이 불가능해 치아 성분과 혈액 검사로 인간 나이 18세 기준을 수립하였으며, 모든 신체검사 수치는 해당 기능을 기준으로 분석되었음.
备注:因无法确认确切出生年份,通过牙齿成分与血液检测建立人类年龄 18 岁基准,所有体检数据均以该标准进行分析。



내 생물학적 부모는 정말 좋겠다.
我的生物学父母真是幸运啊。

체력과 정신력을 골고루 축내는 육아 전쟁을 맞닥뜨릴 때면 마에다 리쿠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제 부모가 부러워졌다. 애가 알아서 커 준다는 건 정말 축복이구나. 실무는 손 가는 일도 많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다. 케이지에서 꺼내 놓으니 사방팔방 제 흔적 묻힌다고 박박 긁어놓은 T-528, 인간 이름으로는 유우시 때문에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길게 늘어졌다. 괜히 꺼내줬나. 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목을 가다듬는다.
每当陷入消耗体力与精力的育儿战争时,前田陸总会羡慕素未谋面的亲生父母。孩子能自己长大真是天大的福气。实际照料中尽是些琐碎杂事,总有不顺心的突发状况。自从把 T-528——人类名字叫勇志的那位从笼子里放出来,它到处留下抓痕宣示领地,害得他眼下挂出长长的黑眼圈。早知不该放出来的。他清了清嗓子准备训斥。

“거기 그만 긁고 이리와.”  "别挠了,过来。"

근데 또 말은 잘 듣는다. 한참 신나게 날뛰고 있던 걸 부르니 뚱한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터벅터벅 걷는 소리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다. 하여간 투명한 자식.
但这家伙倒是很听话。刚才还兴奋地撒欢,一叫它就耷拉着脸过来了。拖沓的脚步声里满是恋恋不舍。总之是个心思透明的家伙。

“오늘은 기다려 할 거야.”  "今天要让你学会等待。"

갸웃-  歪头-

유우시가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눈으로 물었다. 그게 뭔 개소리냐고. 개소리는 네가 하는 게 개소리고 인마. 독심술을 마친 리쿠가 이마에 딱밤을 놓자 낑낑거리며 성난 눈을 한다. 눈꼬리가 심술 맞게 위로 쭉 째졌다. 하지만 마에다 리쿠는 개의치 않았다. 달려들어 해를 가할 거면 이미 애저녁에 했을 테니까. T-528 때문에 거적때기가 된 왼손을 수도 없이 기워본 경험으로, 눈앞의 맹수가 제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거란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우시는 제 예상에 맞게 이마를 두 손으로 짚은 채 입술을 삐죽대기만 했다. 점점 인간과 유사해지는 행동 패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勇志歪着头用眼神质问。说什么鬼话呢。你干的才是鬼事好吧。前田陸读完心就弹了他一个脑瓜崩,勇志立刻嗷嗷叫着瞪圆了眼睛。眼角还使坏地向上吊起。但前田陸并不在意。要扑上来咬的话早就该动手了——凭着被 T-528 弄成破抹布的左手缝了无数次的经历,他很容易判断眼前这头猛兽不会伤害自己。而勇志果然如他所料,只是双手捂着额头撅起嘴。看着越来越像人类的行为模式,前田陸露出了满意的笑容。

그의 머리칼 안에 손을 집어넣고 쓰다듬었다. 인간보다 높은 체온을 가진 늑대의 두피에서 따끈한 온기가 올라와 손바닥을 데웠다. 리쿠는 슬쩍 웃음을 흘리며 오늘의 공부를 설명했다.
将手伸入他的发间轻轻抚摸。拥有比人类更高体温的狼族头皮散发出温热气息,暖意顺着掌心蔓延。陸微微勾起嘴角,开始讲解今天的学习内容。

“기다려, 라고 말하면 밥 안 먹고 기다리는 거야.”
"说'等等'就真的连饭都不吃乖乖等着啊。"

옆의 먹이통에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앞에 털썩 주저앉은 유우시의 시선이 제 손을 따라 움직였다. 먹이통에 가서 꽂힌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고깃덩이를 꺼내기도 전인데 그의 입술을 타고 새어 나온 침이 반질거렸다. 기다려 훈련이 아니라 이건 무슨 조건 반사 훈련하는 것 같다. 입가를 훔쳐주니 침을 꿀꺽 삼키며 눈치를 봤다. 네가 파블로프의 개새끼냐… 중얼중얼하며 다시 한번 훈련을 설명한다.
边说边将手伸向旁边的食桶。瘫坐在前方的勇志视线紧跟着我的动作移动,那双紧盯食桶的眼睛闪闪发亮。肉块还没掏出来,他唇边溢出的唾液就已泛着水光。这哪是等待训练,根本像在搞条件反射训练。替他擦去嘴角时,他咕咚咽着口水偷瞄我的脸色。你该不会是巴甫洛夫的狗崽子吧...我嘀咕着重新讲解训练要点。

“먹으면 안 돼.”  "不能吃。"

갸웃-  歪头-

“...알겠지?”  "...明白了吗?"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초롱거리는 눈을 보니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고 싶은 건 도둑놈 심보지만. 그래도 내 말 알아듣는 사람이잖아. 몰려오는 불안함을 애써 무시한 리쿠가 먹이통에서 고깃덩이를 꺼내어 접시 위에 올렸다.
看着那双天真闪烁的眼睛,前田陸不禁心生疑虑。虽说贪心不足是盗贼本性,但毕竟你是能听懂人话的。他强压下涌起的不安,从食桶里取出肉块放在盘子上。

그 모습을 보던 야생의 늑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접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다린 것은 늑대뿐만이 아니었다. 짐승 길들이기에 도가 튼 연구원 역시 기다렸다는 듯 그의 이마를 주욱 밀어냈다. 그럼 그렇지. 침 뚝뚝 흘리는 유우시에게 한숨 푹 내쉬며 말했다.
野狼见状立即扑向餐盘,但等待时机的不仅是狼。那位驯兽经验丰富的研究员也同时出手,一把推开他的额头。果然如此。看着口水直流的勇志,陸深深叹了口气说道。

“기다리라고.”  "等着。"

접시를 입에 가져다 댄 채로.
把盘子凑到嘴边时。

“먹으면,”  "要是敢吃,"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팔로 크게 엑스자를 그리며.
边摇头边用胳膊比划出大大的叉号。

“안 돼.”  “不行。”

아무리 달려들어도 쉽게 먹이를 내어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유우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늑대 속은 빤했다. 안 먹겠다는 거 약 올리기라도 하듯 먹방쇼까지 펼치며 회유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먹지 말라고 하냐 싶은 거다. 근데 너 이제 인간처럼 행동하는 거 배울 거라고. 리쿠가 중얼이며 부루퉁하게 나온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感受到无论如何扑腾都难以得手的气氛,勇志眯起眼睛。狼的心思昭然若揭——先前为诱哄连吃播都演得欢,现在倒不让吃了?"不过你该学学人类的行为规范了。"陸嘟囔着用手指弹了弹他气鼓鼓的嘴唇。

“이거 집어넣지?”  "这个要放进去吗?"

답변은 약하게 하악질하는 소리였다. 밥 달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던 녀석이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린 현장에 리쿠는 뒷목을 잡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유우시가 한 번 더 달려들었다.
回应只是微弱的咬牙声。看着这个连"要吃饭"都会说的家伙竟丧失了人类语言能力,陸不禁扶住后颈。得能勇志没有放过这个空隙,再次扑了上来。

“안 된다고. 기다려.”  "不行。等着。"

역시나 피도 눈물도 없는 사육사에게 제지당했지만 말이다.
果然还是被那个铁石心肠的饲养员制止了。

“자꾸 그러면 안 줄 거야.”
"再这样就不给你吃了。"

잇새로 흘리던 소리를 곧바로 집어넣고 눈썹을 축 늘어뜨린다. 약아빠진 늑대는 착한 눈과 예쁜 짓에 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머리를 갖다가 무릎에 부비기까지 한다. 애처롭게 끙끙대는 소리에 리쿠가 접시 내려놓을 준비를 했다. 먹어, 하면 먹어야 해. 알겠지. 끄덕끄덕. 흔들리는 머리통을 따라 머리카락이 움직인다. 달려들면 바로 뺏어야지. 미심쩍은 눈빛으로 완전히 바닥에 접시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立刻咽回齿间漏出的呜咽,耷拉下眉毛。这头狡猾的狼在装乖卖巧方面颇有天赋,甚至把脑袋蹭上膝盖来回磨蹭。听到可怜巴巴的哼哼声,陸已经准备放下食盆。说吃就得吃,明白吗?点头点头。随着脑袋晃动,发丝轻轻摇摆。要是扑过来就得立刻抢走。就在他满眼狐疑将食盆完全放地的瞬间。

“야!!”  "喂!!"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순식간에 눈이 뒤집혀 달려든다. 식사 전에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결과였다. 기다리라고. 먹으라 그러면 먹어야 한다니까? 접시에 코를 박은 그의 머리통을 뜯어내려 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이리 내놔. 접시를 쥔 손에 힘을 넣자 갑자기 벌떡 일어난 유우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잡을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저 구석탱이에 처박혀 고깃덩이를 뜯는다.
但根本来不及。转瞬间他眼露凶光扑了过来。这就是饭前长篇大论的后果。不是让你等着吗?说吃才能吃懂不懂?试图拽开他埋在食盆里的脑袋,他却充耳不闻。交出来。刚握紧食盆,勇志突然弹起来开始狂奔,以追不上的速度窜到墙角撕咬肉块。

“와…”  "哇..."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입을 떡 벌린 리쿠가 허탈한 숨을 뱉었다.
目睹瞬间变故的陸张大了嘴,泄气地长叹一声。

인간의 지능. 강아지 훈련.  人类智商。小狗训练。

이거 가능할까.  这能行吗。

사육사로서 오랜만에 짙은 현타가 몰려왔다. 아니. 그래 바로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그래도 사람이잖아. 아니다. 짐승이라고 생각하자. 아니 그래도 사람이잖아? 이마를 짚고 중얼대는 목소리 뒤에 우적대는 소리가 비지엠으로 깔린다. 근원지를 노려보니 조심스레 밑으로 눈을 내리깔고 고기를 한 입 더 베어 문다.
作为饲养员久违地感到强烈幻灭。不,本来也没指望立刻成功。但好歹是个人啊。不对,当野兽看吧。可明明就是人类?按着额头喃喃自语时,背景音传来吧唧吧唧的咀嚼声。瞪向声源处,他立刻垂眼低头又啃了一大口肉。

아주 약이 오르는 행태였다.  这种行为实在让人火冒三丈。



차도 없는 “기다려” 훈련과 다르게 언어 능력은 착실하게 늘어가고 있었다.
与毫无进展的"等待"训练不同,语言能力正在稳步提升。

책장 2열을 완전 타파한 후 언어 학습 능력 검사를 했다. 결과는 말하기 능력 약 4세, 듣기 능력 약 10세. 그걸 들고 마에다 리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정도면 학교 다니고도 남았어. 너, 기다려 안 하고 싶어서 모르는 척하는 거지? 역시나 기막히게 알아먹은 유우시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야무지게 모른 척을 시전했다. 아무리 늑대가 반복적인 훈련을 지루해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그냥 쟤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彻底攻克书架第二排后做了语言能力测试。结果是口语能力约 4 岁,听力约 10 岁。前田陸拿着报告单眯起眼睛。这水平上学都绰绰有余了。你该不会因为不想等就装不懂吧?果然被看穿的勇志骨碌碌转着眼珠,煞有介事地装起糊涂来。就算狼族再讨厌重复训练,也不至于这样。结论只能是这家伙实在太贪吃了。

리쿠는 오늘도 실패한 “기다려”를 어떻게 성공시킬지에 대해 머리를 굴리며 제 옆에 앉아있는 유우시를 바라봤다. 금일 자 식단표가 입가에 쓰여있는 꼴을 보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입가를 쓱쓱 닦아주니 눈을 빛내며 고개를 갸웃한다.
陸望着坐在身旁的勇志,盘算着今天又失败的"等等"训练该如何成功。看到今日菜单还沾在他嘴角,便从口袋掏出手帕。擦完嘴角后,勇志眼睛发亮地歪着头。

“손수건.”  "手帕。"

너처럼 더러운 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손수건“을 입안에서 웅얼거리던 유우시가 눈을 샐쭉하게 떴다. 욕하는 줄은 아나 보지. 클클대며 웃던 리쿠가 한구석에 마련된 칼라박스에서 오늘의 동화책을 골랐다. 벌떡 일어나 쫄쫄대며 쫓아온 유우시가 손가락으로 책 하나를 가리켰다.
是给像你这样脏小孩擦干净的。嘟囔着"手帕"的勇志突然睁圆眼睛。看来没听懂是在骂他。咯咯笑着的陸从角落彩盒里抽出今日童话书。蹦跳着追来的勇志用手指戳向其中一本。

“유우시.”  "勇志。"

제 이름을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름을 말할 줄 알게 된 이후 의사 표현할 때 생긴 버릇이었다. 리쿠는 어깨를 으쓱하며 책을 꺼내 들었다.
他点着头报出书名。自从学会说书名后养成的表达习惯。陸耸耸肩取出那本书。

“뭐 맨날 이거 보쟤.”  "怎么天天都要看这本。"

퉁명스런 어조와 달리 제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리쿠를 보며 유우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위로 올라간 입꼬리를 꾸욱 누르며 리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따끈한 열기와 샴푸 냄새가 풀풀 올라왔다.
虽然语气不耐烦,但看着当真照做的陸,勇志脸上漾开笑容。他压住上扬的嘴角,把脑袋靠上陸的肩膀。暖烘烘的体温和洗发水香气扑面而来。

“아빠와 달님.”  "爸爸和月亮。"

옛날옛날 어느 마을에, 아빠와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아빠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답니다. 비록 산골짜기에 집을 지어놓고 살아 마을을 오가기 굉장히 힘들었지만 말이에요.
很久很久以前,某个村庄里住着爸爸和儿子。爸爸为了家人辛勤工作。虽然他们在山沟里盖了房子,往返村庄非常不便。

유우시가 귀를 쫑긋거렸다. 책 속에 있는 아빠가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들어 아빠 그림을 박박 긁는다. 왜, 너도 아빠 보고 싶어? 물음을 던지니 눈알을 도륵도륵 굴리는 모습에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좋은 곳 갔을 거야. 사실 아직도 그의 시신을 3연구실에서 붙잡고 있지만 말이다. 아주 먼 훗날엔 어린 늑대도 알게 될까. 인간에게는 하얀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고. 리쿠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勇志竖起耳朵。似乎很喜欢书里的爸爸,伸手反复摩挲插画。想爸爸了?听到询问时他眼珠乱转的模样惹得陸笑着揉他头发。爸爸去了很好的地方。虽然其实遗体还扣在第三实验室。不知多年后这头小狼是否会明白,人类有种东西叫善意的谎言。陸边想着边撒了个白色谎言。

“어느 날 밤, 아기가 많이 아팠어요. 아빠와 엄마는 깜짝 놀라며 아기를 안아 들고 달래 보았지만, 소용없었답니다. 아빠가 말했어요.”
"某个深夜,婴儿突然病得很厉害。爸爸和妈妈惊慌失措地抱起孩子安抚,却无济于事。这时爸爸说道。"

당신은 여기 있어요. 내가 아기를 업고 의원에 가서 약을 달라고 할게요.
你留在这里。我背着孩子去诊所讨些药来。

유우시는 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끔뻑댔다. 동화책 안에서는 아빠가 아기를 업고 산 중턱을 뛰어 내려가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勇志听着温柔的声音眨了眨眼。童话书里,父亲正背着婴儿从山腰飞奔而下,向月亮娘娘许着心愿。

달님, 달님. 제발 우리 아기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月娘娘啊月娘娘,求您保佑我家孩子不再病痛。

세웠던 손가락을 조심스레 펴서 아빠 그림 위에 툭 얹는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팔랑대던 속눈썹이 어느새 움직임을 멈추고 착 내려앉았다. 얕게 색색대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他小心翼翼伸直蜷缩的手指,轻轻搭在父亲画像上。而后又缓缓抚过。扑闪的睫毛不知何时停止了颤动,安静地垂落下来。传来细微的呼吸声。

어린 늑대는 아빠 늑대가 많이 그리웠다.
小狼崽非常想念狼爸爸。



우리는 인간과 다르다. 보기엔 똑같은데 어디가 어떻게 다른 걸까. 어느 날 궁금해서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해줬다. 쟤들은 우리처럼 힘이 안 세. 그러면서 팔에 힘을 불끈 주면 알통이 뿅 하고 튀어나왔다. 사실 보름달이 뜨면 알통이 훨씬 커지는데, 나는 보름달이 뜨지 않을 때도 종종 아빠의 알통이 보고 싶어서 모른 척 묻곤 했다. 그럼 바보 같은 우리 아빠는 허허 웃으며 알통을 보여주곤 했다. 그걸 보며 난 항상 아빠 같은 멋진 수컷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我们和人类不同。明明看起来一样,究竟哪里不一样呢?有次好奇问父亲,他耸耸肩回答:那些家伙没我们这么大力气。说着突然绷紧手臂,肌肉就嘭地鼓起来。其实满月时肌肉会更大,但我常假装不懂,在非满月时也要看父亲的肌肉。傻气的父亲就会呵呵笑着展示。看着那样的父亲,我总想着要成为像他那样出色的雄性。

우리 가족은 원래 엄청 많았다고 한다. 열셋 정도 돼서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고. 부족의 우두머리는 아빠였다. 사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사냥을 마치고 온, 피 칠갑이 된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도 난 좋다고 방긋방긋 웃었댔다. 너 완전 어렸을 때부터 아빠만 보면 웃었어- 아빠는 종종 옛날을 회상하며 내 코를 꼬집었다.
据说我们家族原本人丁兴旺。大约十三口人组成村落生活。父亲是部落首领。其实我记忆模糊,但据说即使看到为村民狩猎归来、浑身染血的父亲,我也会开心地咧嘴笑。你从小一见爸爸就笑——父亲常这样回忆着捏我的鼻子。

근데 이제 둘이다. 마을에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이상한 것으로 변한 탓이었다. 아빠는 그걸 얘기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국 그 반대파들이 일 칠 줄 알았다면서. 종종 아빠가 저것들을 조심해야 한다며 그림을 보여주던 감염자들은-
但现在只剩两人了。因为村里爆发瘟疫,人们都变成了怪物。每次提起这事父亲都连连摇头。说早知道就该除掉那些反对派。父亲常警告要小心那些感染者,还给我看他们的画像——

다 우리 늑대 부족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说这一切都是因为我们狼族才发生的。


《완악한 인간과 교류하지 말 것》
《切勿与顽固人类往来》

《편리함에 속아 인간 문물과 타협하지 말 것》
《莫因便利而妥协于人类文明》

늑대 부족은 인간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 간간이 그들과 교류를 하며 먹고 살았다. 예를 들자면, 어린 새끼가 털갈이한 털을 잔뜩 모아 늑대 털이라고 팔아먹는다거나, 부족의 숲에서만 나는 보름달의 정기를 받은 열매를 약이라고 하며 팔아 치운다거나 하며 말이다.
狼族在远离人世的聚居地生活,偶尔与他们交易维生。比如收集幼崽换毛期的狼毛高价出售,或将部族森林里吸收满月精华的果实当药材贩卖。

썩은 물은 죽는다.  死水终将腐臭。

하지만 고인 물 정도는 괜찮았다.
但微澜止水尚可接受。

정기적으로 교류가 이뤄지고 물자나 문화가 흘러들어왔다. 썩은 물을 희석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늑대들은 그렇게 지냈다. 본인들의 전통에 인간의 새로운 것을 얹어 색깔 정도만 바꾸면서. 그 정도로도 괜찮았다.
定期往来让物资文化得以流通。这是稀释腐水的唯一渠道。狼族就这样生活着,在传统底色上点缀人类的新鲜事物。这般程度倒也相安无事。

하지만 부족의 전통성을 중시하는 반대파가 집권하기 시작하며 상황은 좀 달라졌다. 늑대 주제에 무슨 의회 같은 게 있냐 하겠지만, 우리는 그냥 “늑대“가 아니라 늑대“인간“이다. 인간에게 있는 특성은 대부분 우리에게도 있다는 뜻이다.
但随着重视部落传统的反对派开始掌权,情况发生了变化。虽然你们可能会说狼族搞什么议会,但我们并非单纯的"狼",而是"狼人"。这意味着人类具备的大部分特性我们也同样拥有。

덜떨어진 인간들이 뛰어난 늑대 부족의 물자를 후려친다.
愚蠢的人类正在掠夺优秀狼族部落的物资。

조금만 불편한 것을 참으면, 우리만의 것으로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다.
只要稍微忍耐些不便,我们就能靠自己的产出自给自足地生活。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잘 먹혀들었다. 폐쇄 집단은 우월감이 더 공고되기 마련이니까. 순식간에 찬성표가 모여 손쉽게 세상과의 교류가 막혔다. 처음엔 별문제 없었다. 그동안 쌓아놨던 물자와 늑대 부족이 자랑하는 특산물로 버텼다. 밀이 찔끔씩 생산되는 밭지대도 있어 먹을 것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지해온 식습관이나 소비량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됐다.
他们的主张很快得到响应。封闭的群体总会强化优越感。转眼间赞成票就凑齐了,与外界的交流被轻易切断。起初没什么问题。靠着积攒的物资和狼族引以为傲的特产还能支撑。边缘地带还有少量麦田产出,食物不成问题。但长期养成的饮食习惯和消耗量却难以改变。这最终酿成了祸患。

이내 늑대 부족은 교류를 위해 나가던 이들이 묘사하던 인간 세상과 흡사한 모습이 되었다. 아사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부족 내에서는 다시금 인간과 교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터져 나왔다. 부족장과 보수파는 아직까지 버틸만 하다며 그들을 다독였다. 그대로 권력을 빼앗길 수는 없었겠지. 그게 아빠의 설명이었다.
很快狼族部落就变得和外出交流者描述的人类世界如出一辙。开始有人饿死,部落内部爆发出应该重新与人类通商的呼声。族长和保守派安抚说还能再坚持。毕竟他们不能就这样失去权力。这是父亲的解释。

우리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我们再坚持一会儿吧。

그렇게 말한 의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틀 밤낮을 꼬박 회의하곤 배식대를 만들었다. 노릇한 고깃덩이가 줄줄이 배식대에 올랐다. 부족민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식량의 출처를 의문스러워 했지만, 눈앞에 있는 것을 당장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먹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这样表态的议员们聚首商议了两天两夜,随后搭建起配餐台。腌制好的肉块在台面排成长列。族人虽对突然出现的食物来源心存疑虑,却无法抗拒眼前可立即果腹的东西。而随着食用次数增加,异常现象开始显现。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펄펄 끓는 고열과 몸살에 고통을 호소했다. 약초가 제공되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부족민들이 모여서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조상들을 모신 제단 앞에서 기도했다.
有人卧床不起。他们无法出门,饱受高烧和浑身疼痛折磨。虽然提供了草药,却不见好转。族人们聚集在供奉祖先的祭坛前祈祷,恳求指引他们渡过难关。

응답은 보름달이 뜬 날 내려왔다.
回应在满月之夜降临。

쾅-  轰——

제단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몸져누워있던 병자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더이상 “병자“라고 할 수 없었다. 괴상한 몰골을 하고 부패한 시신의 냄새를 풍기며 움직였다. 아비규환. 그보다 이 상황에 더 맞는 말이 없었다. 의회에 숨어든 부족민들은 대체 우리에게 뭘 먹인 거냐 악다구니를 썼다.
祭坛降下的瞬间,原本卧病在床的患者们蜂拥而出。他们已不能被称作"患者"——以怪异扭曲的姿态移动着,散发着尸体的腐臭。人间地狱。没有比这更贴切的形容了。潜入议会的部族成员们咬牙切齿地质问:到底给我们吃了什么?

의원들은 벌벌 떨며 입을 열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생살 뜯겨 나가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밖의 소리와 안의 소리가 합쳐져 귀를 찢을 듯한 소음이 발생했다.
议员们瑟瑟发抖不敢作声。外面传来皮肉撕裂的声响与凄厉惨叫,内外声浪交织成震耳欲聋的噪音。

그때였다. 미처 단속하지 못한 의회의 비밀 문이 하나 열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就在此时,议会一扇未被封锁的暗门突然开启,有人厉声喊道。

저자들이 조상님의 시신을 먹였어!!!  那些混蛋让我们吃了祖先的遗体!!!

모두의 이목이 소리의 근원으로 집중되었다. 문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씩씩거리던 그는 입을 벌리던 순간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뒤에서 달려드는 병자들에게 덮쳐졌다.
所有人的视线都聚焦到声源处。那个推开门、泪流满面喘着粗气的男人,刚张开嘴还未来得及多说,就被后方扑来的病患们淹没了。

으득 으득  咯吱 咯吱

으드득 까드득  咔嚓 嘎吱

방금 전까지 사람이었던 것이 발작을 했다. 머리통 삼분지 일이 남은 모양으로 걸었다. 걷다가 뛰었다. 의회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검은 늑대 부족은 소리소문없이 멸족을 맞았다.
刚才还是人类的那个生物突然发作了。它拖着只剩三分之一的头颅行走,走着走着就跑了起来。议会内部转眼间变成了修罗场。就这样,黑狼部落在悄无声息中迎来了灭族之灾。



역병은 아빠가 우두머리로 있는 회색 늑대 부족까지 퍼졌다. 부족민 모습을 하고 비척비척 걸어온 그녀는 덜덜 떨며 그간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괴물로 변한 부족민들이 어떤 모습인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울면서 설명했다. 그들은 머리통 절반이 없어져도 움직일 수 있어요. 완전히 날려야지만 멈춰요. 서로를 잡아먹어요. 앞만 보고 걸어요. 뒤는 돌아도 안 봐요. 말하면서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가엾은 모습에 아빠는 그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瘟疫蔓延到了父亲担任首领的灰狼部落。那个伪装成族人踉跄走来的女人浑身发抖,哭诉着这些天的遭遇。她边哭边描述族人变成怪物后的模样和行为——即使失去半个脑袋也能活动,必须彻底摧毁才能停止,它们互相撕咬,只会直勾勾地向前走,连回头都不会。看着她说话时冷汗直流的可怜模样,父亲还是让她进了屋。

당신은 멀쩡한 거요?  你没事吧?

네, 네… 저는 멀쩡해요. 다행히도 아들이 먼저 탈출을 시켜줘서…
没、没事...我好好的。幸好儿子先帮我逃了出来...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약자를 밖으로 내쫓을 수는 없었다. 늑대는 곤경에 처한 이를 매몰차게 대하지 못한다. 우두머리의 아내인 우리 엄마가 그녀를 간호했다. 생을 다한 그녀의 아들 이야기를 할 때면 엄마는 나를 들이밀며 이제 우리 아들이라 생각하고 지내자고 그녀를 다독이기도 했다.
我们无法将眼泪汪汪的弱者赶出门外。狼族从不会对落难者见死不救。作为首领妻子的母亲照料着她。每当说起她死去的儿子时,母亲就会把我推过去安慰道:"以后就把这孩子当作你的儿子吧"。

문제는 그녀가 마을에 들어오고 이틀 후, 그러니까 아빠가 사냥을 나갔을 때 일어났다. 갑자기 고열에 복통을 호소하던 그녀가 목을 으득으득 꺾더니 옆에서 간호하고 있던 엄마를 문 것이었다.
问题发生在她进村两天后——也就是父亲外出打猎时。原本因高烧腹痛呻吟的她突然咔咔扭断脖子,咬伤了正在照顾她的母亲。

그때 난 엄마 옆에서 약초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엄마는 물린 부위를 보더니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속눈썹이 팔랑거리는 게 보였다. 우리가 늘 하던 놀이 같아, 엄마의 속눈썹을 만지려 손을 뻗었는데, 엄마가 내 손을 쳐냈다. 앞에서 엉엉 울던 여자는 어느새 그륵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흰자위가 사라지고 빨갛게 변했다. 검은 눈동자와 붉은 핏줄만 눈에 가득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녀가 말하던 괴물의 모습과 같았다.
当时我正在母亲旁边摆弄草药。母亲看了眼伤口,快速眨了眨眼睛。我看到她的睫毛在颤动,像我们常玩的游戏那样伸手想摸,却被母亲拍开了。前面嚎啕大哭的女人突然发出咕噜咕噜的怪声,眼白消失变成通红,整个眼眶里只剩下漆黑的瞳孔和猩红的血丝——就像她初来时描述过的怪物模样。

엄마는 나를 광주리 안에 숨겼다. 그리고는 그 여자를 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팔과 얼굴을 수차례 더 물리면서도 악 소리 내지 않고 질질 끌고 나갔다. 엄마? 무슨 일인지 광주리 안에서 엄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났다.
妈妈把我藏进竹筐里,然后拽着那个女人出了门。即使被多次撕咬手臂和脸庞,她也没发出惨叫,只是被拖拽着离开。妈妈?我在竹筐里呼唤着不知发生何事的母亲,却没有回应。外面传来门闩落锁的声音。

엄마!  妈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움직이면 안 돼. 절대 나오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待在那里别动。不许出来。无论发生什么都绝对不要出来。

절대 나오지 말라고 소리치던 목소리가 어느새 사라졌다. 방금 눈앞에서 봤던 여자한테서 나던 이상한 소리가 두 개가 됐다. 나는 엄마 말 잘 듣는 애니까 여기 있어야 돼.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가면 안 돼. 어린 나는 그렇게 광주리를 뒤집어쓰고 발발 떨며 숨죽여 울었다. 사실 우는 줄도 몰랐다. 그땐 말이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건 그냥 긴장해서 떨군 땀인 줄 알았다.
厉声呵斥我不要出来的声音突然消失了。刚才眼前那个女人发出的怪声变成了双重。我是听妈妈话的好孩子所以要待在这里。说不让出来就不能出去。幼小的我顶着竹筐瑟瑟发抖,屏住呼吸哭泣。其实都没意识到自己在哭。那时候啊,还以为浸湿地板的只是紧张流下的汗水。

비명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울부짖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아빠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일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던 목소리. 아빠. 아빠. 광주리를 뒤집어쓰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조그맣게 아빠를 불러댔다. 그륵대는 소리, 절규하는 소리, 퍽퍽대며 무언가를 깨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광주리도 열렸다. 빛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 아빠가 나를 끌어안았다. 꽉 끌어안았다.
不知持续了多久的惨叫中,传来熟悉的嚎哭声。即使那声音没喊我名字,我也知道是爸爸。每天对我轻声说爱你的声音。爸爸。爸爸。我顶着竹筐动弹不得,只能小声呼唤。在咕噜声、尖叫声和物体碎裂声中,门突然开了。竹筐也被掀开。随着光线映入眼帘的爸爸紧紧抱住了我。用尽全力地抱住。

가자.  我们走。

아빠는 날 둘러업고 달렸다. 바깥에는 이상한 모습을 한 괴물들이 서로를 뜯어 먹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아빠는 바람처럼 달렸다. 쏜살같이 달렸다. 눈앞의 광경들은 끔찍했고 일렁이는 아빠 등에서 나는 멀미를 했다. 아빠 등짝에다가 먹은 것을 그대로 토했지만, 아빠는 신경 쓰지 않고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爸爸抱着我狂奔。外面奇形怪状的怪物正在互相撕咬。爸爸如风般穿过它们之间的缝隙,箭似地飞驰。眼前景象可怖,我在爸爸颠簸的背上晕眩呕吐。虽然吐在了爸爸背上,但他毫不在意继续奔跑。凉风拍打着脸颊,我感受到了自由。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 어디 가? 아빠는 대답했다. 안전한 곳으로 가자. 아빠가 지켜줄게.
我问爸爸。爸爸我们去哪儿?爸爸回答。去安全的地方。爸爸会保护你。

인간 마을과 조금 떨어진 산기슭에 우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빠가 사냥해 오는 것을 먹으며 살던 우리는 퍽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전처럼 가족이 많지는 않았지만 둘만 있어도 행복했다. 엄마 생일에는 서로 끌어안고 하울링을 하고. 이제 같이 사냥 나가겠다고 말하는 나를 떼어놓느라 레슬링도 했다. 나도 이제 알통 있는데 왜 안 되느냐고 우겼더니 아빠는 대답했다. 몸이 자란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야. 늑대는 말이야, 지키고 싶은 게 생길 때 진짜 수컷이 되는 거란다. 어린 나에게는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이어서 아빠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아빠는 엄마를 지키지 못했어. 아들은 꼭 지켜주고 싶어. 아빠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때 난 알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플 때 마음대로 울지 못한다는 거구나. 나는 말 없이 아빠를 안아줬다. 사랑하는 아빠가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
在离人类村庄不远的山脚下,我们搭建了新家。靠着爸爸狩猎得来的食物,我们度过了相当平静的时光。虽然不像从前家人众多,但两人相伴也很幸福。妈妈生日时我们会相拥长嚎。为阻止我说要一起去打猎,我们还玩起了摔跤。我争辩说自己也有肌肉了为什么不行,爸爸回答:身体长大不代表成为大人。狼啊,是在有了想守护之物时才会成为真正的雄性。对年幼的我来说这话似懂非懂。接着爸爸用悲伤的眼神说:爸爸没能保护好妈妈。一定要守护好儿子。他的声音很平静。那时我明白了,所谓长大就是悲伤时不能随意哭泣。我默默抱住爸爸,希望心爱的父亲不要难过。

하지만 멈출 줄 모르는 늑대 부족의 저주가 끝끝내 인간 세상까지 침범했다. 근방에 괴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빠가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하여 자주 이사를 다녔다. 하지만 저주는 우리가 이사 다니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퍼져나갔다.
但永不停息的狼族诅咒最终侵入了人类世界。听到附近出现怪物的消息,爸爸勃然大怒。为避免再次被他们纠缠,我们频繁搬家。可诅咒蔓延的速度比我们搬迁更快更可怕。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아빠가 도망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나는 다 큰 몸으로 아빠 등에 한 번 더 업혔다. 물론 싫다고 떼쓰고 반항했다. 레슬링을 시작하길래, 이젠 나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를 쓰고 덤벼들었는데 그간 아빠가 나랑 놀아줬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목 뒤를 후려치는 아빠의 손길에 정신을 잃으며 나는 아빠를 노려봤던 거 같다.
那天打猎归来的父亲突然大喊着快逃。我拖着已经长大的身躯又一次爬上了他的背。当然也像小时候那样耍赖反抗过。当他摆出摔跤架势时,我铆足劲扑上去想着这次定能赢他,却突然意识到这些年父亲其实都在让着我。当他的掌刀劈向后颈失去意识前,我似乎狠狠瞪了父亲一眼。

그러지 말걸.  早知不该这样。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내 마지막 모습이 아빠를 원망하는 눈일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걸.
如果知道爸爸最后看到的我,是用怨恨的眼神望着他。我绝不会那样做。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후회한다.
我至今仍后悔那一刻。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옮겨지고 있었다. 이음새를 따라 작게 난 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어렸을 적 봤던 괴물들이 바깥에 득실거렸다. 아빠는? 몸을 움직이자 바로 앞, 엄청 가까이서 그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고 있었다.
睁开眼时,我被困在某处。正被缓慢移动着。透过接缝处的小缝隙往外看,儿时见过的怪物在外麇集。爸爸呢?刚挪动身体,正前方极近处就传来咕噜声。那声音说着无法理解的话语。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건 우리 아빠였다.
但我能确定。那是我们的爸爸。

사랑한다고 매일 속삭이던 목소리를, 나는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那个每天轻声说爱我的声音,我瞬间就能辨认出来。

그때처럼 얼굴에 닿는 시원한 바람조차 없는 갑갑한 곳이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아빠가 내게 주는 자유였다.
虽然身处连拂面凉风都没有的闷热之地,但我能感受到。那是爸爸给我的自由。

괴물이 된 부족민들을 설명하던 여자는 말했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볼 수 없어요. 앞만 보고 걷기 때문이죠. 나는 아빠를 불렀다. 아빠. 그르륵대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는 다시 아빠를 불렀다. 부르고 또 불렀다. 아빠. 아빠. 아빠.
解释族人变成怪物的女人说过。他们无法回头。因为只会向前走。我呼唤爸爸。爸爸。咕噜作响的声音回应着。我继续呼唤。一遍又一遍。爸爸。爸爸。爸爸。

괴물이 된 우리 아빠. 괴물로 변해가면서도 내게 손을 못 대게 나를 묶고 달렸던 우리 아빠. 나는 아빠가 보고 싶은데 아빠는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보지 못하기를 선택했다. 나를 광주리에서 꺼내주던 아빠는 이제 없다. 그럼 이제 나는 누가 꺼내줘? 짠물이 입안을 타고 들어와 뱉는 말이 불투명해진다. 웅얼이며 물어도 그르륵대는 이상한 소리만 들려왔다.
变成怪物的我们的爸爸。即使逐渐怪物化也要捆住我不让触碰,带着我奔跑的爸爸。我想见爸爸,可爸爸为救我选择不见我。那个会把我从篮子里抱出来的爸爸已经不在了。现在谁来抱我出来?咸水漫入口中,吐出的话语变得模糊。呜咽着追问,只传来咕噜作响的怪声。

아빠 사랑해.  爸爸我爱你。

그것만은 알아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我虔诚祈祷唯独这句话能被听懂。








2473년 5월 7일의 연구일지  2473 年 5 月 7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가 나를 완전히 따르기 시작했다. 기초 라포 형성이 되었을 때랑은 또 다르다. 잘하면 맹목적인 관계까지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나도 좀 상냥하게 굴어볼 예정이다. 그가 내게 맹목적인 애착을 느낄수록 연구를 진행하기 수월할 테니까.
勇志开始完全服从我了。这与最初建立基础信任关系时又有所不同。如果顺利的话,或许能发展成盲从的关系。现在我打算对他稍微温柔些。他对我越是产生盲目依恋,研究就越容易推进。

오늘은 1차 샘플 채취를 진행했다. 혈액과 척수액 채취를 동시에 시도했는데 실험체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것 때문에 채취가 중단되진 않았다. 실험실에서 나오니 실장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에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씩 내가 있던 위치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내일은 유우시의 혈액과 인간의 혈액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今天进行了首次样本采集。同时尝试抽取血液和脑脊液时,实验体表现出极度痛苦。虽然担心现场监视者众多,但幸好采集工作并未因此中断。走出实验室时,所长拍了拍我的肩膀。久违地听到了"拜托了"这句话。渐渐有种正在回归原有位置的感觉。明天计划使用勇志的血液与人类血液进行对比研究。



유우시는 제 목 위에 올라오는 차가운 금속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손으로 끽끽 소리 나게 긁어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 마. 바짓단을 접어주던 리쿠가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눈알을 도르륵 굴려 옆을 봤다. 다 알아들었으면서 목줄은 계속 긁는다.
勇志似乎不喜欢脖子上冰凉的金属项圈。看他用手抓挠发出刺耳声响就知道了。"别这样。"正在帮我卷裤脚的陸抬头说道。他低头与陸对视片刻,突然转动眼珠看向别处。明明全都听懂了,却还在继续抓挠项圈。

“하지 말라고 했지.”  "不是说了别这样吗。"

기어이 몸을 일으킨 제게 딱밤까지 한 대 맞고서야 쇳소리 내는 행위를 그만뒀다. 대신 오랜만에 으르렁대며 목을 긁는다. 하지만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꼬리 추욱 늘어뜨린 얼굴로 저러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리쿠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直到我被弹了个脑瓜崩,才终于停止发出金属般的呜咽声。转而久违地低吼着抓挠脖子。但双手抵着额头、眼角下垂的这副模样根本毫无威慑力。陸轻声笑了出来。

“산책 가자.”  "去散步吧。"

“산책?”  "散步?"

밖에 나가서 바람 쐬는 걸 산책이라고 해. 너 여기 온 뒤로 밖에 나간 적 없으니까.
出门吹风就叫散步。你来了之后还没出去过吧。

자. 다 됐다. 마지막으로 목줄을 체크한 리쿠가 한 손에 손잡이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우시의 머리를 정리한다. 아무래도 시야를 방해하는 앞머리가 거슬릴 것 같아 옆으로 삭 넘겨주니 고전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고릿적 남자 주인공 머리가 됐다. 그것도 모르고 순진한 눈망울 끔뻑대는 게 웃겨 입꼬리가 절로 비죽 꿈틀거렸다.
好了。都准备好了。最后检查完项圈的陸一手握着牵引绳,另一手整理勇志的头发。大概是觉得遮住视线的刘海碍事,往旁边一拨竟成了古典电影里贵族男主角的发型。看着他毫不知情扑闪天真眼眸的样子实在好笑,嘴角不自觉翘了起来。

“리쿠, 왜?”  "陸,怎么了?"

“그냥. 웃겨서.”  "没什么。就是觉得好笑。"

혼자 웃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을 샐쭉하게 뜨고는 가슴팍에 머리를 쿵 찧어온다. 닿아오는 온기를 잠시 느끼다, 그의 어깨를 잡고 조심히 떼어냈다. 눈이 마주쳐진다.
似乎不满我独自发笑,他瞪圆眼睛把脑袋咚地撞在我胸口。感受着传来的体温片刻后,我扶住他肩膀轻轻推开。四目相对。

“가서 사고 치면 안 돼.”
"出去不许闯祸。"

“사고?”  "事故?"

“못 알아듣는 척하지 마.”  "别装听不懂。"

“......”

눈알 굴리는 걸 보다, 밑에서 달랑이고 있는 유우시의 손 하나를 잡아 올렸다. 잘 봐.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슥슥 적는다. 간지러운지 몸을 잘게 떠는 게 맞잡은 손을 타고 전해졌다.
看他眼珠乱转,我抓起勇志垂在下方的一只手。看好了。用指尖在他掌心轻轻写字。通过交握的手掌,能感受到他因发痒而微微颤抖的身体。

勇志

“네 이름이야.”  “是你的名字。”

유우시.  勇志。

용기 엄청 많은 사람 되라고 지어준 거니까. 잘 버텨.
给你取这个名字就是希望你能成为非常勇敢的人。要好好坚持住。

낮게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유우시가 눈을 끔뻑댄다. 용기? 응, 용기. 엄청 멋있는 거. 속눈썹을 팔랑대며 글씨가 쓰였던 손바닥 위를 빤히 바라본다. 용기… 엄청 멋있는 거. 동화책에서만 보던 단어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해서 중얼이는 목소리가 어쩐지 기분 좋아 보였다. 리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대로 하이 컨디션일 때 채취를 진행하면 상급 샘플이 나오겠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함께 걸음을 옮겼다.
听着低语般的声音,勇志眨了眨眼。"勇气?嗯,勇气。超帅的。"他扑闪着睫毛,直勾勾盯着写有字迹的掌心。"勇气...超帅的。"仿佛很喜欢这个童话书里才见过的词汇,他反复嘟囔的声音莫名显得心情很好。陸静静地点头。趁现在状态绝佳时采集的话,应该能获得上等样本吧。怀着对积极结果的期待,两人一同迈开了脚步。


긍정적인 결과는 고사하고, 유우시는 검사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사육실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탓에 낯선 환경에 한껏 예민해졌다. 본인에게 꽂히는 무수한 낯선 시선들과 온통 하얀 실험실이 주는 위압감은 늑대를 날 서게 했다.
别说积极结果了,勇志一进检测室就龇牙咧嘴开始低吼。由于长期生活在饲养室里,对陌生环境异常敏感。无数投来的陌生视线和纯白实验室带来的压迫感,让这匹狼浑身炸毛。

목을 잔뜩 빼내고 어깨를 올린 채 위협적인 울음을 뱉는 맹수에 검사실 직원들은 혼비백산이 됐다. 육안상 어린 남자애와 동일한 형상인데도, 무려 목줄까지 차고 있는데도. 그들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발발 떨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두 명만 남기고 모두 검사 기계 뒤로 숨었다. 이래서야 무슨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겠다고. 리쿠가 작게 한숨을 흘리며 유우시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检测室员工被这只伸长脖子耸起肩膀发出威胁吼叫的猛兽吓得魂飞魄散。明明肉眼看来只是个少年模样,甚至还戴着项圈。他们脸色惨白地发抖乱窜,最后只剩两人躲到了检测仪器后面。这还做什么研究搞什么实验。陸轻叹一声,在勇志额头弹了个爆栗。

“착하게 굴어.”  "老实点。"

여기저기 노려보며 이를 드러내던 유우시가 소리를 멈추고 이마를 문지른다. 홉뜬 눈이 마치 내가 뭘 잘못했냐고 묻는 듯했다. 씁. 착한 눈. 파들파들 떨리던 눈가에 서서히 진동이 멎는다. 그래.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쓰다듬으니 눈꼬리가 축 처졌다. 그래도 낯섦과 딱밤의 설움이 가시지 않는지 여전히 작게 콧김을 뿜고 있었다.
原本四处瞪眼龇牙的勇志停下吼叫揉着额头。圆睁的眼睛仿佛在问"我做错什么了"。啧。无辜的眼神。颤抖的眼角渐渐平静下来。对。就这样。陸点头抚摸着他的脑袋,勇志的眼尾就垂了下来。但似乎仍未消解对陌生环境和爆栗的委屈,还在小声喷着鼻息。

“여기 사람들 아무도 너 못 해쳐. 내가 여기 중에 제일 쎄.”
"这里没人能伤到你。我最强。"

“리쿠?”  “陆?”

음… 위아래로 자신을 훑더니 갸웃, 한다. 영 못 미더운지 눈이 가늘어진다. 어쭈. 눈썹을 구기며 커다래지는 리쿠의 눈에 다시 한번 날아올 딱밤을 피하려 유우시가 몸을 뒤로 뺐다. 그걸 보니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리 와. 손짓하니 또 고분하게 다가온다. 주춤주춤.
嗯...上下打量自己后歪头发愣。显然不太相信似的眯起眼睛。哎呀。看到陸皱起眉头瞪大眼睛又要弹额头,勇志赶紧往后缩。这模样让陸噗嗤笑出声。过来。招手示意又乖乖靠近。犹犹豫豫地。

“이거 얼른 하고 산책하러 가자. 예쁜 거 보여줄게.”
“快点做完这个我们去散步吧。给你看个漂亮的东西。”

끄덕끄덕.  连连点头。

눈을 빛내는 유우시를 데리고 가 의자에 앉혔다. 리쿠는 어린아이에게 하듯 앞에 쭈그려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잔뜩 밴 거친 손바닥이 맞닿는 게 느껴졌다. 땀으로 축축해진 그의 손바닥을 엄지로 쓸어내리며 리쿠는 눈을 마주했다.
带着眼睛发亮的勇志走到椅子旁让他坐下。陸像对待小孩子般蹲在他面前,握住了他的手。能感受到布满老茧的粗糙掌心相触的触感。陸用拇指抚过他汗湿的手掌,抬眼与他对视。

“나는 밖에 있을 거야.”  “我会待在外面。”

“왜?”  “为什么?”

“이거 하는 동안은 같이 있을 수 없어. 원래 그래.”
"做这个的时候不能在一起。本来就是这样。"

“싫은데…”  "不要嘛..."

“앞에서 계속 보고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마.”
"我会一直在前面看着的,别担心。"

알겠지? 눈을 몇 번 깜빡이던 유우시가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키니 시선이 주욱 올라와 따라붙는다. 잘하고 만나자. 리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 걸음을 옮겼다.
明白了吗?勇志眨了眨眼,小心翼翼地点头。起身时视线一直追随着他。好好表现,待会见。陸轻抚他的头发后迈步离开。


혈액 채취는 심플하게 끝났다. 밖에서 그에게 손을 흔들며 지켜보고 있으니 실장과 팀장이 다가왔다. 안 그래도 참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던 차라 놀라지 않았다. 허리를 숙여 둘에게 인사하니 잘 지냈냐며 연구 진척을 묻는다. 다 알고 있을 게 빤한 인사치레가 지루했다. 마에다 리쿠는 입꼬리의 각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상황을 보고한다. 성과 자랑인 셈 치고.
采血过程简单结束了。正在外面挥手注视时,室长和组长走了过来。本就接到过观摩通知,所以并不惊讶。弯腰向二人行礼时,他们询问近况和研究进展。明知故问的客套令人厌倦。前田陸维持着嘴角弧度向他们汇报情况。权当是业绩炫耀。

유리창 안의 유우시는 어느새 척수액 채취를 위해 베드에 눕고 있었다. 창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해서 아래를 바라보니 그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여기저기를 배회하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찾는 인영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런 듯한데.
玻璃窗内的勇志不知何时已为采集脑脊液躺在了床上。几乎贴在窗边往下看时,发现他的瞳孔正茫然地四处游移。大概是因为找不到想见的身影吧。

똑똑.  咚咚。

주먹을 말아쥐어 창을 두드렸다. 소리에 시선이 위로 올라왔다. 자신을 발견한 유우시가 미간을 좁히다가도 얼굴을 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건 안도의 의미일까. 꾹 쥐고 있던 손도 풀어 조심스레 흔든다. 티 없이 맑은 눈이었다. 초조하게 그걸 바라보던 마에다 리쿠는 멈칫하다 손을 들어 올려 마주 인사했다. 실험체가 정상적인 인간의 행동을 한다. 짐승을 이곳에 밀어 넣는 건 몇 번이고 해봤는데. 제일 익숙한 일인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그런가, 생각에 잠깐씩 버퍼링이 걸린다. 이상했다.
握拳敲了敲窗户。听到声响的视线向上望来。发现他的勇志先是蹙眉,随即舒展面容露出浅笑。那或许是安心的意思。一直紧握的手也松开轻轻摇晃。那双眼睛纯净得不含一丝杂质。焦躁观望的前田陸突然抬手回礼。实验体做出正常人类行为。虽然把野兽塞进这里早已轻车熟路。最熟悉的工作才对。或许是初次见到这般模样,思绪竟出现短暂卡顿。真是奇怪。

늑대의 굽은 다리에 쿠션이 끼워진다. 그럼 마취 바늘은 이미 들어갔겠고. 리쿠는 조금 뒤로 물러나 검사실 전체를 눈으로 훑는다. 척수액 채취가 곧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라포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결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거라 특히 잘 지켜봐야 했다.
狼弯曲的后腿被垫上了软垫。看来麻醉针已经打进去了。陸稍稍后退,用目光扫视了整个检查室。马上就要进行脑脊液采集了。为了不破坏至今建立起的信任关系,这次特意没有使用束缚装置,所以必须格外留心观察。

“마에다 책임, 실험체 컨디션은 잘 올라온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른 연구원에게 넘길 생각은 없나.”
"前田主任,实验体状态看起来不错,但您现在有没有考虑转交给其他研究员?"

“...네. 제가 맡은 이상 제 손으로 결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是的。既然由我负责,我想亲手完成这件事。”

“흠. 중요한 연구 같은데. 또 실패하면 어쩌려고. 상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건인데,”
"嗯。这可是重要研究啊。要是再失败怎么办。上面也很关注这个项目,"

“제 손 탄 실험체는 다른 사람이 관리 못 해요. 실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经我手调教的实验体别人可管不了。室长您不是最清楚这点吗。"

“그럼 자네가 관리만 하면 되지.”
“那你就只管管理好了。”

리쿠는 약하게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넌 연구할 능력 없으니 사육만 전담으로 맡으라는 소리가 뒤지게 고깝다. 옆에 있는 팀장을 슬쩍 바라보니 딴청이나 피우고 있다. 아직도 신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옆에서 바람 넣은 게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었다. 랩에서 나보다 논문 많이 쓴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누가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깊게 숨을 들이마신 리쿠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陸轻轻咬住口腔内侧的软肉。"你搞不了研究就专心养动物"这种话简直让人火大。偷瞄身旁的组长,发现他正心不在焉地发呆。显然这家伙还对信治念念不忘,在旁边煽风点火。陆现在就想拍桌怒吼:实验室里谁发的论文比我多就站出来啊。谁能比我做得更好。他深吸一口气,强撑笑容继续道。

“관리와 연구는,”  "管理与研究,"

리쿠! 리쿠!!!  陸!陸!!!

내뱉으려던 반박은 검사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뚝 끊겼다. 뭐가 잘못됐나. 미간을 좁히며 유리창 앞으로 달려가니 눈물범벅을 한 채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와당탕 소리와 리쿠를 부르는 절규가 뒤엉켰다. 뒤를 돌아보니 실장과 팀장이 마뜩잖은 얼굴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그러나 해명할 시간은 없었다. 실험체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였으니까. 리쿠는 빠르게 뛰어 검사실 문을 열었다.
刚要脱口而出的反驳被检测室里传来的声音硬生生打断。出什么状况了?陆皱眉冲向玻璃窗,只见实验体正泪流满面地挣扎着。器皿碎裂声与呼唤陸的惨叫交织在一起。回头看见所长和组长都面色不善地盯着自己。偏偏是这种时候。但没时间解释了,当务之急是稳定实验体。陆迅速冲过去打开了检测室的门。

“리쿠… 리쿠……”  "陸...陸......"

안으로 들어온 자신을 보며 유우시가 손을 뻗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난동을 피우지 왜 하필 지금 이러냐고. 너 때문에 나 곤란해지고 있다고.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한숨과 함께 그의 이름을 부른다.
勇志看到走进来的陆,颤抖着伸出手。你倒不如从一开始就闹腾,为什么偏挑现在?都是你害我陷入这种困境。陆把涌到喉头的怨言咽下去,伴着叹息唤出他的名字。

“유우시.”  "勇志。"

“응…”  “嗯…”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끅끅대던 유우시가 얼굴을 닦던 제 손을 잡더니 머리를 부빈다. 아파. 아파 리쿠… 아파… 늘어지는 목소리에 한참 동안 뭐라 답을 내놓지 못했다. 머릿속이 혼잡했다. 실험체의 컨디션을 위해서라면. 실험체가 검사실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 않게 하려면. 지금까지 쌓아온 라포가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여기서 멈추는 게 맞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나를 평가하기 위해, 정확히는 내가 삐끗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유리창 너머에서 시퍼런 칼날 같은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하아… 머리가 복잡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从口袋里掏出手帕。正抽噎着的勇志抓住我给他擦脸的手,突然低下头去。好痛...好痛啊陸...好痛...面对他拖长的哭腔,我半晌说不出话来。脑子里乱作一团。为了实验体的状态着想。为了让实验体不对检查室产生负面情绪。为了不让至今建立起的信任关系化为泡影——理智上明白此刻应该停下。但那些透过玻璃窗、用刀锋般锐利的目光盯着我的人,他们正等着评估我的表现,更准确地说,是等着抓我出错的瞬间。我绝不能在他们面前示弱。哈啊...思绪太纷乱,不禁长叹一声。

“많이 아파?”  “很疼吗?”

두 눈을 꾹 감으며 얼굴 위 그대로 눈물길을 짜낸 유우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삽관이 진행되었던 허리를 손으로 더듬거린다. 여기가 아파. 많이 아파. 근데 리쿠도 없어. 더 아파.
勇志紧闭双眼,任由泪水在脸上流淌,点了点头。他摸索着插管过的腰部。这里疼...好疼...而且陸也不在...更疼了。

달달 떨리는 목소리. 불안해하는 눈동자. 퍼렇게 질린 얼굴이 애처로웠다.
带着哭腔的声音。不安的瞳孔。惨白的脸色令人心疼。

마에다 리쿠는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다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다. 그리고는 유우시와 제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소음이 가득했던 공간이 어느새 둘만의 곳으로 바뀐다. 마치 시공간이 멈추고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듯했다.
前田陸默默凝视片刻,脱下身上的白大褂。然后罩在自己和勇志头上。原本嘈杂的空间突然变成只属于两人的世界。仿佛时空静止,静谧的沉默在流动。

천천히 얼굴을 마주한다. 벌건 눈가와 축축한 동공이 눈앞에 있어 마주하기 어려웠다. 리쿠는 두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리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곳을 입에 삼킨다. 입안에 담긴 입술에서 다시금 그 숨결이 감돌았다.
缓缓对视。通红的眼眶和湿润的瞳孔近在咫尺,令人难以直视。陸微微垂眸。将呼出炽热气息的所在含入口中。唇齿间再度萦绕着彼此的呼吸。

촉-  啾-

살짝 깨물었다 떨어지며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유우시가 빠르게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광대에 붉은 기가 내려앉아 있는 듯도 했다. 그걸 바라보며 리쿠가 천천히 운을 뗐다. 이거. 꼭 해야 하는 거야. 안 할 수도 없고,
轻咬后分离,抬起眼帘。勇志正快速眨着眼睛。脸颊似乎染上了红晕。望着这样的他,陸缓缓开口。这个...非做不可。也无法不做。

“아프지 않은 것도 없어.”  “没有一处不痛。”

대신, 덜 아픈 건 내가 없고 더 아픈 건 내가 있어.
不同的是,没有我你会少些痛苦,有了我你会多些痛苦。

선택해. 눈물을 매단 눈꼬리로 리쿠를 바라보던 유우시는 이내 입술을 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리쿠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운을 걷는다. 시야에 들어온 검사실 안은 이미 기계를 한둘씩 정리하는 중이었다. 몸을 일으킨 리쿠는 가장 가까운 연구원에게 가서 말한다.
选择吧。勇志用挂着泪珠的眼角凝视着陸,随即开口。犹豫并不长久。听到回答的陸点点头,撩起白大褂。映入眼帘的检验室内,工作人员已开始陆续整理仪器。站起身的陸走向最近的研究员说道。

채취 계속 진행해. 베드 말고 의자에 앉혀서.
继续采样。别用病床,让他坐在椅子上。








“산책.”  “散步。”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  "今天时间实在太晚了。"

아냐.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도리질 치는 모습에 리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산책이라 해도 고작 모래바람 부는 작은 뒷동산 올라가는 게 전부인데 그게 왜 좋지. 1차 샘플 채취를 시작으로 산책에 눈을 뜬 유우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제게 산책하자며 졸랐다. 언젠가 책에서 본 고릿적 애완견 같았다.
不。看着对方用斩钉截铁的声音蹬腿耍赖的模样,陸长叹了一口气。所谓的散步不过是去被沙风吹拂的小后山转转,这有什么好玩的。自从第一次采集样本后迷上散步的勇志,现在每天都要缠着我出去好几回。活像从前在书上看到的那些古早宠物犬。

리쿠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기어이 1차 백신 개발 연구가 실패로 돌아가서 한껏 예민한 상태였는데. 칭얼대는 늑대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니 겸사겸사 환기나 하지 뭐. 그리고 원하는 거 하게 해줘야 스트레스 덜 받아 컨디션 유지도 잘 되고. 속으로 자신을 달래며 목줄을 챙긴다. 목에 차가운 것이 닿자 유우시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지만, 목줄을 박박 긁어대는 행위는 더이상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걸 해야 밖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陸叹着气站起身来。明明因为首轮疫苗研发失败正处于极度敏感的状态。但总不能放任这头哼哼唧唧的狼不管,顺便就当透透气吧。而且满足他的需求才能减轻压力,保持良好状态。他一边自我安慰一边取来项圈。冰凉的触感碰到脖颈时,勇志微微皱了皱眉,但不再像以前那样拼命抓挠项圈了。看来是终于明白只有戴上这个才能出门的道理。

자유롭게 살던 야생의 늑대가 싫은 걸 참는 법을 배워간다. 고작 이딴 게 인간의 사회성이라. 인간의 욕심대로 이용하고 인간의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해. 문득 마에다 리쿠는 제가 못된 것만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그러니까 아주 조금 부끄러워졌다. 재미없는 선생님이네, 쓴웃음과 함께 나긋한 자조를 뱉었다.
自由惯了的野狼开始学会忍耐厌恶之事。区区这种程度就是人类的社会性啊。为了按人类的贪欲利用,按人类的口味驯养。前田陸突然意识到自己净教些坏东西,不由得感到些许——真的只是些许的羞愧。"真是个无趣的老师呢",他苦笑着吐出这句温和的自嘲。


연구실에서 나오자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유우시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탓에 리쿠에게는 익숙한 냄새. 사람 짐승 감염자 태우는 냄새. 삶을 죽음으로 바꾸는 냄새. 무수한 비인도적 행위의 결과물을 소각하는 냄새.
刚走出实验室,烧焦肉体的气味就扑面而来。得能勇志皱起眉头,嘴唇不悦地撅起。对在此地土生土长的前田陸而言,这却是熟悉的味道。焚烧人形野兽感染者的味道。将生命转化为死亡的味道。无数非人道行为产物的焚化味道。

그런데 이런 걸 인도라고 부를 수 있나. 애초에 이딴 짓은 인간만 하잖아. 또 문득 마에다 리쿠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但这真的能称作人道吗?说到底,干这种事的只有人类吧。前田陸突然又涌起这样的疑问。

유우시의 걸음이 빨라진다. 따라 목줄을 잡은 제 발걸음 또한 뛰듯이 빨라졌다. 이건 산책을 시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산책을 당하는 건지 모를 만큼 숨이 차올랐을 즈음 동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팔팔한 어린 늑대는 눈을 빛내며 언덕 꼭대기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천천히 가자. 제발. 저질 체력의 연구원은 바튼 숨과 함께 그를 제지해 보지만, 이미 눈 돌아간 짐승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무릎을 짚고 헉헉대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勇志的脚步加快了。牵着项圈的我也不得不小跑起来。这到底是在遛狗,还是我被狗遛?正当我气喘吁吁分不清状况时,山丘已映入眼帘。精力充沛的幼狼眼睛发亮,开始向坡顶冲刺。拜托慢一点。求你了。体力不支的研究员喘着粗气试图制止,但红了眼的野兽根本听不进这些话。最终爬到山顶时,我只能撑着膝盖大口喘息。

“리쿠.”  "陸。"

“...왜.”  "...为什么。"

숨을 삼키며 고개를 들어 말하니 환히 웃는 얼굴이 보였다. 좋아. 산책 좋아. 발밑의 누런 풀 위에서 콩콩 뛰며 지르밟다 철퍼덕 주저앉는다. 그러고서는 아직도 숨 고르고 있는 저를 보며 풀밭을 손으로 툭툭 치는 것이다. 리쿠도 앉아.
他吞咽着呼吸抬起头说话时,看到了一张灿烂的笑脸。好啊。散步很好。在脚下枯黄的草地上蹦跳着踩踏,突然扑通一声跌坐下去。然后看着还在调整呼吸的我,用手啪啪地拍打草地。陸也坐下来。

누가 보면 네가 여기 주인인 줄 알겠어. 리쿠가 헛웃음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꽤 높은 지능 덕분인지 유우시는 제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빠르게 배웠다. 이렇게 옆에 앉으라고 손으로 두들기는 것도 제게서 카피해 간 것이었다. 이쯤 됐으면 아직까지 성공 못 한 기다려는 얘가 일부러 안 한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쩝. 리쿠가 입맛을 다시며 바닥에 손을 짚고 뒤로 기댄다.
别人看了会以为你才是这里的主人。陸苦笑着坐下。或许因为相当高的智商,勇志很快就能学会我说的话和做的事。像这样用手拍打示意坐在旁边,也是从我这里模仿去的。到这种程度还学不会等待的话,学术界普遍认为它是故意不做的。啧。陸咂着嘴,双手撑地向后仰去。

“좋아?”  "喜欢吗?"

“응.”  “嗯。”

유우시는 푸실푸실 웃으며 손 밑의 풀을 뜯어댔다. 버석한 풀잎이 뜯기는 순간 바람에 휩쓸려 날아간다. 그 모습을 말끄러미 바라보던 리쿠가 입을 열었다.
勇志咯咯笑着,不停地揪着手下的草。干枯的草叶被扯下的瞬间就被风卷走了。默默看着这一幕的陸开口了。

“안 아파?”  "不疼吗?"

“뭐가?”  "怎么了?"

“검사실 가는 거 말이야.”  "我是说去检查室的事。"

“아-”  "啊——"

아파. 근데 리쿠 있어서 괜찮아.
疼。但是有陸在就没关系。

무심히 말을 뱉으며 풀 뜯는 것에 집중한다. 당연하단 듯 여상한 대답을 듣다 무심코 손을 뻗는다. 그의 머리에 닿았다. 유우시는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머리를 손에 부볐다. 맞닿아 뜨거운 게 제 손바닥에서 나오는 온기 때문인지, 얘 머리통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인지 리쿠는 알 수 없었다.
他漫不经心地说着,专注地揪着草。听到这理所当然般的回答,我不经意伸出手。碰到了他的头。勇志似乎心情很好,闭着眼睛把脑袋往我手心蹭。分不清这触手可及的温暖是来自我的掌心,还是来自他头顶散发的热度,陸想不明白。

뜨거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게 느껴져서. 차갑게 식어가는 건 상상조차 되지 않는 온도라서. 리쿠는 종종, 아니 자주 유우시가 울부짖을 때면 검사실에 뛰쳐 들어가곤 했다. 검사실 관할 연구원들은 극성맞게 군다며 자중 좀 하시라고 한마디씩 일갈했다. 여기 안 들어오는 게 룰인 거 모르시냐고, 자꾸 이러시면 규율 위반이라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대체 왜 자꾸 채취 중에 문 따고 들어 오시냐고. 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애처롭게 울부짖는 늑대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불안함이 심장을 치고 들어와 이성이 쉽게 동났다. 이러다 얘 죽으면 어떡해.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실험체인데. 너희가 책임질 거야? 대체품 찾아올 수 있어? 대답하는 목소리의 끝은 꼭 떨려왔다. 어쩔 땐 앞에서 파르르 떠는 유우시가 차라리 더 의젓해 보이기까지 했다.
能感受到热度真是太好了。因为这让我确信他还活着。那种逐渐冷却的温度,是我连想象都不敢想象的。每当勇志发出哀嚎时,前田陸总会——不,是经常冲进检测室。负责检测室的研究员们总是气急败坏地警告他:"不知道这里禁止进入吗?再这样只能按违纪上报了。为什么总要在采样期间破门而入?"他都知道。这些规矩他都明白。可当听到狼凄厉的哀嚎声时,不安就会直击心脏,理智轻易就被击溃。"要是他死了怎么办?这可是地球上唯一的实验体。你们负得起责任吗?能找到替代品吗?"质问的声音到最后总是带着颤抖。有时候,反倒是眼前瑟瑟发抖的勇志显得更为镇定。




T-528은 어느 때보다 반항기 어린 눈을 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성이 잔뜩 난 얼굴로. 평소 같았으면 어딜 건방지게 그런 눈을 하냐 타박했을 사육사의 목소리가 없었다. 그럴 만했으니까. 마에다 리쿠는 여느 때와 달리 쩔쩔매고 있었다. 뿔난 늑대를 달래는 대신 방 안에 있는 거울들을 치워버리는 것을 택했다. 끙끙거리며 전신거울이고 탁상거울이고 뭐고를 다 돌려놓는다. 유우시의 눈에 닿지 않도록.
T-528 正以前所未有的叛逆眼神坐在床沿。满脸怒容。若在平时,饲养员早该呵斥"你凭什么用这种傲慢的眼神看人",此刻却异常安静。这情有可原——前田陸一反常态地手足无措。他选择收拾屋里的镜子来安抚暴怒的狼人,而非直接劝解。只见他吭哧吭哧地把穿衣镜、梳妆镜统统转了个面,确保勇志的视线触及不到镜面。

사건은 눈을 덮다 못해 코까지 찌르는 앞머리가 답답했던 사육사에 의해 일어났다. 머리 자르자. 도리도리. 왜? 도리도리. 야생의 늑대는 계속해서 거부를 했다. 안 하겠다고 도리질 칠 때마다 나풀거리는 그 머리카락마저 거슬렸다. 참다 참다 인내심이 동난 리쿠가 소타를 통해 이발용 가위를 공수했다. 곧이어 사육실에서는 세기의 대치가 벌어졌다.
事件的起因是饲养员实在受不了那头遮眼戳鼻的烦人刘海。剪了吧。摇头晃脑。为什么?继续摇头。野狼持续表示抗拒。每当它甩头拒绝时,那飘来荡去的发丝更让人火大。忍了又忍终于耗尽耐心的陸,通过小田搞来了理发剪刀。紧接着饲养室里便上演了世纪对峙。


“이리와 얼른.”  "“快给我过来。”"

“싫어.”  “不要。”

고기 산책 간식 책 읽기 한 시간. 평소 그가 눈 돌아가던 것으로 유혹을 해봐도 통하질 않았다. 늑대도 막 유교 사상 개쩔어서 신체발부 수지부모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나. 그렇다고 하기엔 또 짧은 머리카락인데. 앞머리만 좀 자르자고. 왜 말을 안 듣지. 머리를 굴리던 리쿠는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보란 듯이 바닥에 내려놓았다.
肉干、散步、零食、读书一小时。平时用这些他眼睛发亮的东西诱惑他都不管用。难道这匹狼也深受儒家思想影响,抱着"身体发肤受之父母"的信念?可要说这个吧,他头发又挺短的。"就修一下刘海嘛","怎么就不听话呢"。陸转着脑袋,示威般把手里拿着的剪刀啪地扔在了地上。

“됐지? 이제 얼른 와.”
"好了吗?现在快点过来。"

이리저리 눈알 굴리며 눈치를 보다 스윽 다가온다. 그리고 유우시가 목덜미를 붙잡힌 순간 리쿠의 만면에 웃음이 번진다. 눈이 접히며 동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유우시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바라봤다. 거기엔 가위가 들려 있었다. 아닌데 가위 버리는 거 봤는데. 늑대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싱긋 웃은 리쿠가 소리 없는 질문에 답을 한다.
眼珠滴溜溜转着察言观色,突然悄无声息地靠近。当前田陸抓住得能勇志后颈的瞬间,笑容在他脸上绽放。看着对方因眯眼而消失的瞳孔,勇志本能地望向他的手——那里握着一把剪刀。不对啊明明看见他扔掉了剪刀。狼的瞳孔里发生了地震。咧嘴笑着的陸回答了无声的质问。

“여분.”  "备用的。"

여기 있었지. 뒷주머니를 툭툭 쳐 보이고서는 유우시가 반항할 새도 없이 앞머리를 싹둑 잘라버린다. 순식간에 눈앞이 휑해졌다. 황망한 얼굴로 손을 들어 이마를 꾹꾹 누르는 걸 보며 친절한 목소리로 말한다. 손 치워-.
原来在这里啊。拍了拍后裤袋展示后,没给勇志反抗的机会就咔嚓剪掉了额发。眼前瞬间变得空荡荡。看着对方慌乱地用手反复按压额头,他用亲切的声音说道:手拿开——

대치의 승자는 마에다 리쿠였다. 그럼 그렇지 어디 감히 짐승 따위가 인간을 이기려고. 한껏 오만한 목소리로 준비해온 바가지까지 씌우고 앞머리를 싹둑싹둑 자른다. 음. 근데 좀 삐뚤은 거 같기도 하고. 튀어나온 오른쪽 머리를 마저 자른다. 음… 여기가 좀 더 짧은가. 왼쪽 머리를 다시 한번 자른다. 그렇게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가다…
这场对峙的胜者是前田陸。理所当然嘛,区区野兽也妄想战胜人类?用极度傲慢的声音说着,连准备好的水盆都扣上,咔嚓咔嚓修剪着额发。嗯...不过好像有点歪。又把翘起的右侧头发剪掉。嗯...这边似乎更短些?再次修剪左侧头发。就这样左右左右交替修剪着...

“...미안.”  “...对不起。”

빠른 사과를 갈긴다. 거울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유우시의 입술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불퉁하게 튀어나온 입술을 집어넣으라고 손가락으로 밀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목을 쭉 빼내어 거울 속으로 들어갈 듯이 군다. 그러다 리쿠를 바라본다. 거울 한 번, 리쿠 한 번 번갈아 바라보는 늑대의 눈깔에 점차 노기가 서렸다. 이게 지금 나 맞느냐고 원망스러운 눈동자가 묻고 있었다. 죄 많은 사육사는 다급해진다.
快速削着苹果。盯着镜子看的勇志嘴唇渐渐嘟了起来。试图用手指把鼓起的嘴唇按回去,却无济于事。他伸长脖子几乎要钻进镜子里,又转头看向陸。在镜子与陸之间来回扫视的狼眼中逐渐燃起怒火。那双怨怼的眼眸仿佛在质问:这真的是我吗?罪孽深重的饲养员顿时慌了神。

“너 그래도 예뻐.”  "你这样也很可爱。"

엄청 예뻐. 이렇게 자르니까 더 예쁜데. 역시 유우시는 이마 시원한 게 더 예쁘다. 그치. 봐봐. 약장수처럼 되지도 않는 소리를 어거지로 뱉어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 유우시가 슬쩍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있는 리쿠의 볼이 뚫어져라 시선을 쏴댔다. 앗 뜨거. 볼이 홧홧했다. 데이겠네 데이겠어.
超级可爱。剪成这样更漂亮了。果然勇志露出额头更好看对吧。看啊。这些连江湖郎中都不会说的违心话根本没用。勇志突然转头,灼热的视线直射身旁陸的脸颊。啊好烫。脸颊火辣辣的。要烫伤了要烫伤了。

“미워.”  "讨厌。"

처음 듣는 단어에 리쿠가 벙쪄있을 동안 유우시는 몸을 벌떡 일으켜 침대로 갔다. 이불 속에 꾸물꾸물 들어가서 옆으로 누워 굼벵이처럼 몸을 말았다. 누가 봐도 삐졌네. 큰일 났다… 리쿠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마구 나기 시작했다. 미용 가위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침대 쪽으로 다가간다. 진짜 예뻐 유우시. 내 눈에는 예뻐. 늑대인간이랑 인간이랑 미의 기준이 다른 거야. 우리 산책갈까? 책 읽어 줄까? 맛있는 거 먹을까? 줄줄이 늘어놓는 제안을 깡그리 무시한 유우시의 입술이 열린다.
听到这个陌生词汇的陸还在发愣,勇志已经猛地起身扑到床上。钻进被窝蜷缩成蜗牛状侧躺着。任谁看都是在闹脾气。糟了…陸的后颈开始狂冒冷汗。把理发剪塞进口袋走向床边。真的很好看啊勇志。在我眼里就是很漂亮。狼人和人类的审美标准不一样啦。我们去散步吧?给你念书?吃好吃的?面对一连串的提议,勇志终于开口了。

“아냐. 기준 똑같아.”  "不对。标准是一样的。"

“네가 어떻게 알아.”  "你怎么知道。"

“...리쿠 예쁘니까.”  "...因为陸很漂亮。"

말을 내뱉고 귀 끝이 붉게 물든다. 짧아진 머리칼이 그의 귀를 더이상 덮지 않아 눈에 직빵으로 들어왔다. 막을 새도 없이 웃음이 났다. 아냐. 인간들은 나 예쁘다고 생각 안 해. 피식거리며 터지는 웃음을 삼키고 있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说完这句话后他的耳尖瞬间通红。剪短的头发再也遮不住耳朵,羞红直接暴露在视线里。忍不住噗嗤笑出声。才不是呢。人类才不会觉得我好看。正憋着哧哧的笑声,突然听到一声冷哼。

“거짓말쟁이.”  "骗子。"

진짠데에. 거짓말 아닌데. 나 봐봐. 일어나봐, 응? 유우시의 몸을 돌려 뉘려 갖은 애를 쓰면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단단하게 굳은 그의 몸은 그날 온종일 그렇게 누워 있었다. 한껏 삐져서는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했고 팔을 벌려도 안기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나이트 루틴이 된 뽀뽀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입술 쭉 내밀고 기다릴 땐 언제고. 입술 깨물어주면 기분 좋아져서 가슴팍에 머리 부빌 땐 언제고.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는 말씀이다. 익숙해진 루틴의 부재에 마에다 리쿠는 무려 밤잠까지 설쳤다.
是真的啦。没有骗你。你看看我。起来好不好?得能勇志费尽力气想把他身体转过来躺平说话,却毫无用处。他僵硬的身体就这样躺了一整天。闹脾气不回答任何问题,张开双臂也不让抱,甚至连已成为夜间惯例的亲吻都不允许。那个撅着嘴等待亲吻的时刻去哪了呢?那个被轻咬嘴唇就会开心得在胸口蹭脑袋的时刻去哪了呢?现在连靠近都不让了。由于习惯了的生活惯例突然中断,前田陸甚至辗转难眠到深夜。

머리 좀(많이) 못 잘라줬다고 늑대에게 문전박대까지 당하다니. 외모에 예민하게 구는 걸 보면 사춘기가 온 건가. 이거 완전 그루밍 늑대네. 리쿠는 늘어진 다크서클을 누르며 고뇌했다. 그루밍이 짐승의 본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사육사의 말로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就因为我没(太)给他剪好头发,居然被狼拒之门外。看他对外表这么敏感,难道是青春期到了?这完全就是只爱打扮的狼啊。前田陸按着耷拉的黑眼圈苦恼不已。忘记梳理毛发是野兽本能这件事的饲养员,说出来的话简直惨不忍睹。








2473년 6월 10일의 연구일지  2473 年 6 月 10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요즘 들어 T-528이 이상행동을 한다. 산책을 나가면 동산에서 구르기도 하고 괜히 바위를 찾아가 온몸을 부딪치기도 한다. 아플 텐데. 신체에 손상이 가면 안 되는데 돌발행동을 해서 깜짝 놀라 저지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사육실에 돌아와서도 계속 벽에 몸을 부딪치고 심할 땐 머리를 찧는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답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 전신에 군데군데 상처가 생겼다. 혈액 유실은 소량이지만 감염 위험이 있어 파상풍 접종을 해야겠다.
最近 T-528 行为异常。带它散步时会在山坡打滚,还莫名找岩石用全身撞击。明明会疼的。身体不能受损却突然做出这种举动,虽然及时制止但收效甚微。回到饲养室后仍持续撞墙,严重时甚至用头砸墙。询问原因也不应答令人焦急。全身已遍布伤痕。虽失血量不大但有感染风险,必须注射破伤风疫苗。

여전히 샘플 채취는 힘들어한다. 그래도 전보다는 덜 울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소리를 덜 낼 뿐 고통이 줄어든 건 아닌 것 같다. 끝내고 나오면 입술이 다 짓물러 있다. 안아주고 입 맞춰 주면 어느 정도는 진정되지만 분명 길게 할 짓이 못 된다. 백신 개발 연구가 더뎌지고 있어 샘플 채취 빈도를 늘려야 하는 실정이 답답하다. 신체 능력이 워낙 우수해서 회복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극심한 고통은 뇌 신경에도 쇼크를 줄 수 있는데… 실험실 돌팔이들은 나더러 유난이라고만 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나. 하여튼 마음에 드는 놈이 하나도 없다.
采集样本时它依然很痛苦。不过比起以前哭喊少了算是万幸?只是声音小了,痛苦似乎并未减轻。结束后嘴唇总是咬得发白。抱着亲吻能稍微安抚,但显然不是长久之计。疫苗研发进度迟缓不得不增加采样频率实在令人焦躁。虽说它身体素质优异恢复力强,但剧烈疼痛可能冲击脑神经…实验室那些庸医却只说我小题大做。谨慎些总没坏处吧。反正这群人里没一个顺眼的。

무엇보다 이렇게 이상행동을 이어가면 컨디션이 자꾸 저하된다. 그러면 검사실 데리고 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다.
最棘手的是持续异常行为会导致状态不断恶化。这样下去恐怕连带它去检测室都…得想办法解决才行。



도시락을 비운 유우시는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풀밭에 대 자로 뻗었다. 그걸 흘긋 바라본 리쿠는 이내 태블릿을 꺼냈다. 혈액 샘플로 진행했던 신체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열어본 파일에는 한동안 줄곧 우상향이던 그래프가 오랜만에 꺾여있었다. 내일모레 있을 6차 채취에 영향이 갈 것이 빤해 한숨이 절로 나왔다.
吃完便当的勇志拍着鼓起的肚子,在草地上伸展开来。陸瞥了他一眼,随即拿出平板电脑。今天是血液样本体检结果出来的日子。不出所料,打开的文件显示原本持续上升的曲线图久违地出现了拐点。想到后天第六次采样会受影响,他不禁叹了口气。

“일어나봐.”  "起来吧。"

속도 모르고 옆에서 열심히 풀이나 뜯고 있던 유우시를 툭툭 쳤다. 전생에 제초기였던 걸까. 제약된 반경의 풀을 거의 다 뜯어버려 휑해진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리쿠가 그의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좋지 않은 컨디션이 너무 갇혀 있어 그런가 싶어 좀 풀어줘 볼까 싶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목줄이 풀어진다. 유우시는 시원한지 목께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빛냈다.
陸轻轻敲了敲旁边正专心拔草的勇志。这家伙前世是除草机吗?限制范围内的草几乎被拔光,四周显得空荡荡的。陸摇着头,把手伸向他的脖颈。或许是觉得被束缚的状态太差,想给他松快些。随着咔嗒声,项圈解开了。勇志摸着凉快的脖子,眼睛闪闪发亮。

“멀리 가지 마.”  "别跑远。"

끄덕끄덕.  连连点头。

한시적 자유를 얻은 유우시는 제 옆을 뱅뱅 돌았다. 어깨에 머리를 비비기도 하고 쿵쿵 찧기도 했다. 왜 목줄 풀어줬는데 나한테 이러고 있어. 가서 놀다 와.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던 그는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근처 나무 밑으로 달려갔다. 쌩하니 뛰어가는 게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일반 인간보다는 훨씬 빨랐다. 보고 있자니 뒤로 미뤄놨던 전투형 개체 양산 시나리오가 문뜩 떠올랐다. 하지만 곧 한숨과 함께 태블릿에 다시 고개를 처박는다. 백신 개발도 다 죽 쑤고 있는데 뭔 개체 양산이냐. 쯧.
获得短暂自由的勇志绕着陸直打转,时而用脑袋蹭他肩膀,时而咚咚地撞他。给你解开项圈怎么反倒缠上我了?去玩吧。陸撅着嘴说完,勇志突然蹦起来冲向附近树下。即便状态不佳,他奔跑的速度仍远超常人。看着这场景,被搁置的战斗型个体量产方案突然浮现在脑海。但很快他又把脸埋回平板叹了口气。疫苗研发都一团糟了还量什么产。啧。

“리쿠.”  "陸。"

부드러운 목소리에 시선을 올리니 품에 솔방울을 한 아름 품고 있다. 선물. 언젠가 동화책에서 봤던 왕자님처럼 근사한 얼굴로 솔방울을 제게 내민다. 풉. 웃음을 터뜨리니 눈을 샐쭉하게 뜬다. 왕자님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린 늑대 한 마리만 남았다. 유우시가 발을 쿵쾅대며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리쿠는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역시 이편이 잘 어울리네. 어쩐지 가슴께가 불편하게 꿉꿉해져 리쿠도 그냥 눈을 감았다. 들판 위에 드러누웠다.
听到温柔呼唤抬头时,只见勇志怀里抱满松果。礼物。他像童话里的王子般优雅地将松果递来。噗。陸笑出声的瞬间,对方眼睛瞪得溜圆。王子形象转瞬消失,只剩一只小狼崽。勇志跺着脚又跑进森林。陸凝视着那背影。果然这样更适合他。莫名感到胸口发闷,陸也闭眼躺倒在原野上。

해가 떨어질 즈음 들어가자며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나타난 것은 꼬질꼬질해진 강아지 한 마리였다. 부슬한 머리칼 사이로 삐쭉 잡초가 솟아 있었다. 또 굴렀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하자 눈알을 도르륵 도르륵 굴린다. 저 잘못한 건 아는 표정. 그러니까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자꾸 그러냐고. 파상풍 주사가 아니라 광견병 주사를 맞혔어야 했나. 하. 절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日落时分呼唤他名字时,出现的是一只脏兮兮的小狗。蓬乱毛发间支棱着杂草。又打滚了?听到責备,他眼珠骨碌碌直转。明明知道不对还这样。该打的不是破伤风而是狂犬疫苗吧。哈。陸忍不住笑出声。


사육실로 들어가자마자 베드인 하려는 유우시의 목덜미를 잡고 욕실에 밀어 넣었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옷을 벗겨내니 터덜터덜 욕조 안으로 쑥 들어간다. 물은 받고 들어가지? 뒤에서 외쳐봤자 대답 대신 냅다 수도꼭지가 콸콸 올리는 소리만 돌아왔다. 이거 봐라. 확실히 삐딱해졌단 말이지.
刚进饲养室就揪住想直奔床铺的勇志后颈,把他推进浴室。扒下沾满泥土的衣服后,他趿拉着拖鞋躲进浴缸。放好水再进去啊!身后传来的只有哗哗水声。看吧,果然学坏了。

얼추 물을 뿌리고 나니 몸에 새로운 생채기가 생긴 게 보였다. 많이도 긁어 놨다. 그 밑에는 최근 생긴 피딱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팠다. 왜 이러는지는 벌써 골백번도 넘게 물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도 모르겠다며 도리질을 치니 속이 답답했다. 실험의 결과는 언제나 50 대 50이다. 성공 혹은 실패. 그걸 가르는 건 작은 변수 하나인데, 요즘 들어 유우시의 하루는 변수투성이였다. 한숨과 함께 손에 샴푸를 짜내어 거품을 낸다. 보글거리는 거품이 늑대의 갈색 머리를 뒤덮었다.
胡乱冲完水,身上又添了几道新抓痕。挠得可真够狠的。底下还结着新鲜的血痂。头痛欲裂。为什么这样?这问题已自问了千百遍。可每次都说不知道还拼命挣扎,实在令人气闷。实验结果永远是五五开。成或败。决定因素不过是个微小变量,可最近勇志的日常简直充满变数。他叹着气挤出洗发水搓出泡沫,绵密的泡沫很快覆满了狼人棕褐色的头发。

몸 구석구석을 닦으니 애착 오리 꽥꽥대는 소리가 더욱 커진다. 이제는 막 주둥이에서 물까지 제게 쏘아낸다. 하지 마라. 안 그래도 힘들다. 인상을 팍 쓰며 말해봤지만 어린 늑대는 물 위에 시선을 처박고 딴청만 부렸다.
擦拭身体各处时,那只依恋的鸭子嘎嘎叫声愈发响亮。现在它甚至直接从嘴里朝我喷水。别这样。已经够难受了。我板着脸警告,但幼狼只是把视线钉在水面上装聋作哑。

“너 사춘기야?”  "你青春期到了?"

꽤액-  嘎——

대답해줄 의사가 없는 건지 아예 입술에 자크를 채워버린 유우시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일어나봐. 다리 닦게. 엉거주춤 일어난 유우시의 다리를 문지르던 샤워 볼이 천천히 멈춰갔다. 시선의 끝에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검붉어진 성기가 걸쳐 있었다. 찰과상이 났는지 기둥 곳곳에 쓸린 자국도 함께.
看着完全没打算回应、甚至用嘴唇堵住出水口的勇志,我摇了摇头。起来吧。给你擦腿。当淋浴球在踉跄起身的勇志腿上缓缓停下时,视线尽头赫然挺立着肿胀到近乎爆裂的暗红色性器。柱身上布满摩擦痕迹,似乎还带着擦伤。

아.  啊。

잇새로 단말마가 흘러나왔다. 짐승들 발정기까지 해결해준 적은 없어서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해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 것 같다. 힘들었겠네. 리쿠는 잠시 짧았던 제 생각을 탓했다.
断续的呜咽声从齿缝漏出。我从未处理过动物发情期,根本没想到这茬。看来他是因为不懂如何解决这种痛苦而挣扎。肯定很难受吧。陸短暂地自责起来。

“......미안.”  "......对不起。"

흐르는 정적을 깬 것은 유우시의 목소리였다. 리쿠는 시선을 올려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뭐가 미안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는 눈을 깔고 풀 죽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打破流动静默的是勇志的声音。陸抬起视线凝视着他。虽然不明白道歉的缘由,但对方确实垂着眼帘露出消沉的表情。

“네가 왜 미안해.”  "你为什么要道歉。"

이거 되게 자연스러운 건데. 발정기 오면 다 이래. 유우시가 어른이 될 준비가 됐다는 뜻이야. 나쁜 거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这是很自然的事。发情期到了都会这样。说明勇志已经准备好成为大人了。不是坏事。别害怕。

아무렇지 않은 리쿠의 목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자. 다시 앉아봐. 순순히 다시 욕조 안에 주저앉은 유우시의 오른손을 잡는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거야. 그리고선 그의 성기 위에 감싸 쥔 손을 얹는다. 뜨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것을 위아래로 살살 흔들기 시작한다. 물이 찰박대는 소리가 들렸다.
陸若无其事的声音在浴室里回荡。来。再坐好。他握住顺从地重新坐进浴缸的勇志右手。这种时候就该这么做。然后将包裹着的手覆上他的性器。开始上下轻轻摇晃那根逐渐发烫的柱体。水花溅起的声音隐约可闻。

미끈거리는 기둥을 타고 올라가 투명한 액을 꾸물거리며 뱉고 있는 선단을 누른다. 헉-.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울렸다. 잘 되고 있나 보네. 욕조 속에 있는 부푼 성기에 시선을 고정한 리쿠가 속도를 올렸다. 물 튀기는 소리가 빨라질수록 당사자의 호흡도 가빠졌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고스란히 닿았다. 이미 최고치로 부풀었다 생각했던 성기가 갑자기 크기를 불리며 단단해진다. 동시에 허벅지 안쪽에 힘이 들어가 근육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물 위에 쿨럭거리며 희멀건 정액이 쏟아졌다. 숨을 몰아쉬느라 위아래로 몸이 들썩이는 걸 따라 기둥이 꺼떡댄다.
手指沿着湿滑的柱体上移,按住前端渗出透明液体的铃口。哈啊——。倒抽气的声音响起。看来进展很顺利。盯着浴缸里勃起的性器,陸加快了手上速度。随着水声渐急,当事人的呼吸也愈发粗重。灼热吐息完整地落在后颈。本以为已经膨胀到极限的性器突然又胀大一圈变得硬挺。同时大腿内侧肌肉绷紧到几乎撕裂的轮廓清晰可见。随着一阵痉挛,白浊精液汩汩倾泻在水面上。因剧烈喘息而起伏的身体带动柱体微微抽动。

그걸 바라보다 시선을 위로 옮겼다.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눈이 딱 마주쳐 버렸다. 입술 새로 삐져나온 혀끝이 보였다. 리쿠는 그의 성기를 툭툭 쳤다.
凝视片刻后抬起视线。对方似乎一直注视着自己,目光猝然相接。能看到唇缝间若隐若现的舌尖。陸轻轻弹了下他的性器。

“앞으로 아프면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지.”
“以后疼的话要这样做。明白了吗?”

물에 쫄딱 젖어 착 가라앉은 늑대의 갈색 머리통이 작게 끄덕여졌다. 처음 맛본 쾌감에 아직까지도 할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샤워기를 다시 틀었다. 물줄기에 적셔지는 늑대의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被水浸透的狼褐色脑袋轻轻点了点。初次体验的快感让他至今仍发出吞咽声。他漏着气音的笑声再次拧开花洒,水流冲刷下狼的耳尖已染得通红。


“더 놀 거야.”  “还要玩。”

“안 돼. 너 졸려.”  “不行。你困了。”

욕실에서 나와 반질하고 노곤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유우시를 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 졸린다고 더 놀고 싶다고 말하는 목소리조차 피곤해 보였다. 안 돼. 벌써 잘 시간 지났어. 지금 열 시라고. 리쿠의 목소리에 꾸물꾸물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 가면서도 계속해서 툴툴댔다. 그럼 딱 삼십 분만 책 읽는 거야. 끄덕끄덕. 그러고서 신나게 칼라박스 앞으로 뛰어가서 골라온 책은 바로 《우리 꽃 백과사전》이었다. 이 글자 많은 걸 읽어달라고. 끄덕끄덕.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침대에 눕는 그를 지켜보다 책을 펼쳤다.
将浴室出来满脸倦意的勇志推进被窝。那声"不困还想玩"的抗议听着都疲惫。不行,已经过睡觉时间了,现在十点哦——在陸的催促下,他虽嘟囔着还是蠕进被窝。那就只读三十分钟书哦。点头点头。结果他雀跃地冲向彩色收纳盒抽出的竟是《我们的花卉百科全书》。要读这么多字哦。点头点头。看着摇头表示拦不住的他重新躺下,我翻开了书页。

“이거는 제비꽃.”  “这是堇菜花。”

“제비꽃.”  “堇菜花。”

“제비꽃은 무슨 색일까?”  “堇菜花是什么颜色呢?”

“파랑? 빨강? 보라?”  “蓝色?红色?紫色?”

찍지 말고 말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고 있는 색을 다 말하려는 기세인 유우시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얼얼한 이마를 두 손으로 붙잡고 볼을 부풀리는 꼴을 보며 다시 한번 묻는다.
不许指要说出来。见勇志歪着头准备报遍所有知道的颜色,我弹了下他额头。看他双手捂着发红的脑门鼓着脸,我又问了一遍。

“무슨 색?”  "什么颜色?"

“빨강…”  "红色…"

“보라. 너 색깔 공부 다시 해야겠다.”
"紫色。你该重新学学颜色了。"

공포의 색깔 공부. 외우는 데 한참 걸려서 엄청 하기 싫어했던 그 공부를 다시 한다는 소리에 유우시의 얼굴이 한껏 구겨졌다. 입을 떡 벌리고 제발 한 번만 봐달라는 눈빛을 쏘지만, 알다시피 그의 사육사는 피도 눈물도 없다. 싱긋 웃으며 코앞까지 들이민 늑대의 얼굴을 주욱 밀어냈다. 손을 휘휘 저으며 다시금 《우리 꽃 백과사전》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恐怖的颜色学习。听到要重新开始那项因为背诵耗时太久而极度厌恶的学习时,勇志的脸皱成了一团。他张大嘴巴投来"求求你就看一眼"的眼神,但众所周知他的饲养员铁石心肠。对方咧嘴笑着,把凑到眼前的狼脸一把推开。挥了挥手后,重新将视线聚焦在《我们的花卉百科全书》上。

“제비꽃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 입니다.”
"三色堇的花语是'请想念我'。"

“꽃말? 꽃이 말해?”  "花语?花会说话?"

“응. 그 꽃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嗯。意思是这种花代表着那种含义。"

오… 작은 탄성을 내뱉은 유우시가 꽃 사전에 그려진 제비꽃을 매만진다. 생각해 주세요. 보라색. 중얼거리는 걸 들으며 감상하는 걸 기다리던 리쿠가 다음 페이지로 사전을 넘겼다. 팔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오, 또다시 감탄이 터진다. 먹는 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할지도. 리쿠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꽤나 많은 꽃이 둘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哦...勇志发出小小的惊叹声,抚摸着花典上绘制的三色堇。请想念我。紫色。听着他的喃喃自语,等待他欣赏完毕的陸翻开了百科全书的下一页。随着书页翻动的声音,又一声"哇"的赞叹响起。本以为他只对吃感兴趣,没想到还挺感性。陸微微笑了。相当多的花朵从他们眼前掠过。

“이건 무슨 색이야.”  "这是什么颜色?"

“빨강.”  "红色。"

“맞아, 장미는 빨강.”  "对,玫瑰是红色的。"

“꽃말?”  "花语呢?"

“사랑과 아름다움 열렬한 사랑 아름다운 정절 아름다움 사랑의 비밀… 엄청 많네.”
"爱与美、热烈的爱、美丽的贞节、美的化身、爱的秘密...超级多呢。"

“으응…”  "嗯…"

말이 길어지자 금세 흥미가 떨어진 듯한 얼굴로 이불을 가지고 손장난을 친다. 책을 더 읽어 보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고 성의 없는 리액션만 하는 그에 결국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두꺼운 꽃 사전을 덮었다. 이럴 거면 그냥 그 좋아하는 아빠와 달님이나 읽어 달라 그러지. 덮은 이불을 정돈해주며 리쿠가 입을 열었다.
话语渐长时,他立刻露出兴致缺缺的表情开始摆弄被角。虽然继续读着书,但他连耳朵都没竖起来,只是敷衍地应付着,最终让我彻底举手投降。合上厚重的花卉图鉴。早知如此还不如让他找喜欢的爸爸或月亮姐姐读呢。整理着被角时,陸开口了。

“내일부터는 밖에 나올 수 있게 해줄게.”
"从明天开始让你出门吧。"

“왜?”  “为什么?”

“나 일하고 있을 때 자꾸 호출 벨 눌러서.”
"我工作的时候你老按呼叫铃。"

자신이 그런 적 있나 떠올리는 듯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린다. 장난이야. 씩 웃으며 말하던 리쿠가 팔랑거리는 속눈썹을 보다 충동적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손가락 위로 내려앉는 속눈썹이 부드러웠다. 깜빡이던 유우시의 눈이 멈추고 천천히 얼굴이 돌아갔다. 자신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주한 눈이 돌연 슬퍼 보였다. 왜 그래?
他眨着眼睛,似乎在回想自己是否真这么做过。开玩笑的。笑着说话的陸突然冲动地伸手触碰那颤动的睫毛。落在指尖的睫毛柔软轻盈。勇志原本眨动的眼睛突然静止,缓缓转过脸来。他凝视着我,仿佛在思考什么。对视的双眼忽然显得悲伤。怎么了?

“…백일홍.”  "…百日红。"

그의 말을 곱씹던 리쿠가 작게 침음했다. 네가 말을 좀 더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내게 들려줄 수 있을 만큼만. 그래서 답답하지 않을 만큼만. 나는 달래주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축 처지는 눈꼬리를 바라보다 입을 맞췄다. 인간보다 높은 체온을 가지고 있어 뜨거운 늑대의 입술이 맞닿았다. 방금 막 샤워를 해서인지 달큰한 바디워시 냄새가 풀풀 올라왔다. 살짝 깨문 뒤 떨어지는 입술에 유우시가 아쉽다는 듯 혀를 빼꼼 내밀었다.
前田陸反复咀嚼着他的话,轻轻叹了口气。真希望你能更快学会说话,只要能把想说的话传达给我就好。只要不让你感到憋闷就好。毕竟我不懂如何安慰人。望着他垂落的眼角,我吻了上去。拥有比人类更高体温的狼族,嘴唇相触时传来灼热温度。刚洗完澡的缘故,香甜的沐浴露气息不断涌来。当我的嘴唇微微松开时,得能勇志像是意犹未尽般悄悄吐出了舌尖。

“잘 자.”  "晚安。"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착한 내 늑대는 조르지도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는다. 리쿠는 좁은 사육실 소등을 진행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他笑着打招呼。我温顺的狼既不纠缠也不吵闹,只是安静地点头闭眼。前田陸在狭窄的饲养室里进行熄灯作业,同时挪动脚步。



그리고 마에다 리쿠는 그의 행동반경을 넓혀준 지 딱 이틀 만에 후회하게 됐다. 착하다는 말 취소. 온순해졌다는 것도 사회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다 취소다. 퇴근도 못 하고 야근하며 입에 밥 쑤셔 넣던 한밤중에 그런 봉변을 당할 줄은 몰랐으니까.
而前田陸在扩大他活动范围的两天后就后悔了。收回"温顺"的评价。什么变得驯服、社会化训练进展顺利之类的说法统统作废。他万万没想到加完班深夜喂饭时,会遭遇这种荒唐事。

한 손으론 분석지 들고 한 손으론 숟가락 입에 넣고 있는데 갑자기 우다다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니 유우시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이마에 땀방울까지 송골송골 맺혀있어 또 아픈가 싶었다. 눈썹이 절로 팔 자가 되어 목소리가 튀어 나갔다.
一手拿着分析表,一手将勺子送进嘴里时,突然传来哒哒的奔跑声。探头望去,只见得能勇志气喘吁吁地跑来。额头上甚至挂着豆大的汗珠,让人担心他又要犯病。眉毛自动拧成八字,声音不自觉地拔高。

천천히 뛰어, 왜 그래.  慢点跑,怎么了。

대답 없이 늑대는 리쿠의 맞은편 의자에 안착했다. 상기된 두 볼로 대뜸 바지를 내리더니 발딱 서 있는 제 성기를 잡을 뿐이었다. 하필이면 입에서 수저를 빼는 타이밍에 성기를 위로 쓸어올려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제가 키운 짐승 새끼가 저를 반찬 삼아…
狼沉默着在对面的椅子落座。顶着通红的脸突然拽下裤子,只管抓住自己勃起的性器。偏偏在从嘴里取出餐具的瞬间,那东西向上挺动,让人莫名感到异样。自己养大的野兽崽子竟把我当下酒菜...

딸을 치고 있었다. 욕정으로 번들거리는 해맑은 눈. 기름기 잔뜩 끼얹은 무구한 눈. 그러니까 엄청 모순적인 그 눈을 마주 보며 마에다 리쿠는 입에 있던 음식을 바로 옆 쓰레기통에 뱉었다.
正在自渎。那双因情欲而湿漉漉的明亮眼睛。被欲望浸透的纯真眼眸。前田陸凝视着这双矛盾至极的眼睛,将嘴里的食物直接吐进了旁边的垃圾桶。

미친 거 아니야?  疯了吧?

머리 옆에 대고 빙빙 돌리자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쓰인 순진한 눈망울로 손짓을 이어간다. 탁탁탁- 소리와 함께 탁자 위에 탁, 젓가락을 내려놓은 리쿠가 팔짱을 꼈다. 어이가 없어 제지도 못 하고 바라보고 있기를 한참, 기어이 희멀건 정액이 사출되어 발치에 떨어졌다.
他歪着头转来转去,用写着"我什么都不知道"的天真眼神继续比划着。随着咚咚咚的声响,前田陸把筷子往桌上一放,抱起了胳膊。我愣得连阻止都忘了,就这么呆看了好一会儿,最终那滩泛白的精液还是射出来落在了脚边。

제 나름의 거사를 치르고 기분이 좋아진 유우시는 말끔해진 얼굴로 바지를 슥 올렸다. 제게 다가와 머리를 부비는 꼴이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저리 가. 딱밤 놓는 손길에 부러 힘을 더 실었다. 하얀 이마가 시뻘게졌다. 유우시는 낑낑대며 두 손으로 얼얼한 부위를 짚었지만,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안 불쌍했다.
得能勇志办完自己的"大事"后神清气爽,提着裤腰一脸清爽。凑过来蹭脑袋的模样简直厚颜无耻至极。滚开。我故意加重了弹脑门的力道。白皙的额头立刻通红。勇志呜呜咽咽地用双手捂着火辣辣的额头,但说真的连半点可怜相都没有。

늑대 미친 거… 미친 게 틀림없다.
这匹狼疯了…绝对是疯了。

입맛이 똑 떨어져 버린 마에다 리쿠가 자리에서 일어나 멋모르는 짐승 새끼를 잡아끌었다. 너는 오늘 징벌적 찬물샤워 맛 좀 봐야겠다. 끔뻑이는 눈이 얄미워 괜히 등짝을 철썩 때리니 아주 억울한 양 눈썹이 구겨진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시무룩한 얼굴에 속이 더 뒤집혔다.
胃口全无的前田陸起身拽住那个懵懂的小畜生。今天非得让你尝尝惩罚性冷水澡的滋味。看他眨巴着眼睛就来气,忍不住往背上狠拍一掌,那家伙立刻委屈得眉毛都拧成一团。见他摆出这副不明就里的臭脸,我更是气不打一处来。








2473년 7월 7일의 연구일지  2473 年 7 月 7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T-528 6차 유전자 샘플 채취 완료. 혈액 상급 샘플 채취 성공, 척수액 상급 샘플 채취 성공. 여기서 컨디션이 더 좋아지면 최상급 샘플 채취도 가능해 보인다. 늑대의 발정기는 밤이 되면 심해지니 컨디션 관리를 위해 19시 이후에는 더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밤중에 나만 보면 바지를 내려대서 열이 받긴 하지만 그것도 연구 과정에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딸감 신세 자처할 수 있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아니 근데
T-528 第六次基因样本采集完成。血液上级样本采集成功,脑脊液上级样本采集成功。若状态继续改善,有望采集特级样本。狼族的发情期入夜后会加剧,19 点后需特别注意状态管理。虽然半夜看到我就脱裤子让人火大,但若对研究有帮助,当个自慰工具也无所谓。这有什么难的。不过...

백신 연구는 또 실패했다. 인간 DNA와의 유전자 융합은 모두 실패했다. 이쯤 되면 하나 정도는 임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 늑대-인간이니 회색 늑대의 유전자와 융합해 볼 예정이다. 어딘가에 분명 답이 있을 것이다.
疫苗研究再次失败。所有与人类 DNA 的基因融合都失败了。本以为至少能有一项进入临床阶段,结果完全偏离预期。接下来准备尝试与灰狼基因融合。答案一定存在于某处。

사회화는 착실히 진행되는 중이다. 드디어 기다려 훈련을 성공해냈다. 이번에는 식기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칠 참이다. 그러려면 생고기가 아닌 익힌 고기를 먹여야 하는데 소각장 냄새랑 비슷한 고기 구운 냄새를 워낙 싫어해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접시에 코 박고 먹는 것부터 좀 어떻게 해야겠다.
社会化训练进展顺利。终于成功完成等待指令训练。接下来要教用餐具使用方法。这意味着需要喂食熟肉而非生肉,但那股类似焚化厂气味的烤肉味实在令它厌恶,成功率仍是未知数。至少得先解决把脸埋进盘子吃饭的问题。



“잘했어. 이제 가자.”  "做得很好。现在走吧。"

“으응… 리쿠…”  "嗯…陸…"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채취를 마친 유우시를 끌어안았다. 향긋한 샴푸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서 올라왔다. 뜨거운 열기가 맞닿아 가운을 적셨다. 한쪽 팔을 어깨에 둘러 비척대는 걸 부축해 복도를 가로질렀다. 몸에 힘이 축 늘어져 업어주려 해도 어쩐지 그것만은 강경하게 거부하는 늑대 탓에 사육실로의 귀갓길이 유달리 길어지곤 했다.
我抱住完成采集后冷汗涔涔的得能勇志。洗发水的芬芳与汗味交织升腾。灼热体温让病号服变得潮湿。架着他摇晃的肩膀穿过走廊。明明已经力竭到需要背抱,却不知为何唯独对此强烈抗拒的狼族,使得返回饲养室的路途总是格外漫长。

사육실에 들어온 유우시는 곧장 침대로 향했다. 평소엔 이제 제발 자라고 잔소리를 귀에 때려 박아야만 말을 들었는데 검사실만 다녀오면 저 알아서 침대에 눕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목 안에 가시가 걸린 듯 이물감이 몰아쳐 속이 불편해졌다. 고초는 쟤가 겪었는데 왜 내 몸이 유난인지 모를 일이었다.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눈을 감는 모습을 벽에 기대어 지켜보던 리쿠가 칼라박스에서 책을 하나 빼 왔다. 침대 옆 간이 의자를 꺼내어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서.
勇志一进饲养室就直奔床铺。平时非得把"快睡觉"的唠叨塞进他耳朵才肯听话,但只要去过检查室就会自己乖乖躺下。看着他这副模样,喉咙像卡了鱼刺般涌起异物感,心里说不出的难受。明明吃苦的是他,不知为何我的身体反倒格外不适。倚墙望着他将被子拉到下巴闭眼的模样,陸从收纳盒抽出一本书。搬来床边的简易椅子坐下开始阅读——总觉得不做点什么就无法排解这种情绪。

바다에 사는 인어공주 이야기였다. 인어공주 꼬리에 스팽글이 달려있어 반짝반짝한 걸 좋아하는 유우시가 좋아할 것 같아 도서관에서 공수해온 책이었다. 리쿠는 축 늘어진 유우시의 손을 들어 스팽글을 위아래로 쓸었다. 신기한 촉감이 닿아오자 슬며시 눈을 뜬 유우시가 입을 열었다.
这是本关于海底人鱼公主的故事。人鱼尾巴上缀满亮片,想着喜欢闪闪发光东西的勇志会中意,特意从图书馆借来的。陸托起勇志绵软无力的手,上下摩挲那些亮片。当奇妙触感传来时,勇志悄悄睁开眼开了口。

“뭐야?”  "“干嘛?”"

“인어공주 책.”  "“美人鱼的书。”"

“신기해.”  "“好神奇。”"

눈을 끔뻑거리며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한다. 그걸 보며 작게 웃고 있자니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결과지를 첨부한 메일이 온 모양이었다. 이거 잠깐 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유우시를 두고 일어서서 데스크로 향한다. 밝은 빛을 뿜고 있는 태블릿의 잠금을 해제하고 결과지를 클릭하자 이상한 수치들이 쏟아져나왔다. 지금 컨디션 나쁘지 않고, 방해요인도 없는데 왜 갑자기 중급 샘플이 나온 거지. 미간이 절로 좁아졌다.
他眨巴着眼睛开始东摸西摸。正看着这情形微笑时,震动声传来。看来是附有检测结果的邮件到了。你看会儿这个。留下点头的勇志,起身走向书桌。解锁发着亮光的平板点击报告,一堆异常数值倾泻而出。现在状态不差,也没有干扰因素,怎么突然出现中级样本。眉头不自觉地皱紧了。

런쓰루 용으로라도 써야겠네. 침대 옆으로 돌아와 제게 있는 중복 샘플을 떠올려 보고 있으니 옆에서 손을 잡아끈다. 왜인지 평소보다 체온이 좀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샘플 채취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지를 보니 작은 것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인다. 골몰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에 거칠거칠한 감촉이 닿아왔다.
看来得当润喉糖用了。回到床边正回想自己留存的重复样本,突然被拽住手。不知为何体温似乎比平时更高些。回来时还以为是采样后遗症,看了报告后每个细节都让人在意。正沉思着,粗糙的触感突然覆上手背。

“인어공주 꼬리.”  "人鱼尾巴。"

“너 만져.”  "你摸摸。"

“인어공주는 진짜 있어?”  "人鱼公主真的存在吗?"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웅얼거린다. 본인한테 집중하라는 거겠지. 어린 늑대는 왕성한 독점욕을 종종 이렇게 표출했다. 이전에는 토라지는 게 전부였는데 말을 가르치니 이런 식으로 머리를 썼다. 어차피 그가 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온종일 그와 관련된 것만 읽고 듣고 보는데, 실험체는 그런 것까진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他压根没在听我说话只顾嘟囔。大概是要我专注陪他的意思。幼狼旺盛的独占欲常以这种方式显现。以前只会闹脾气,教会说话后倒学会这样动脑筋了。横竖不论他睡着醒着,我整天看的听的都与他有关,实验体自然无从知晓这些。

“진짜 있지. 바다에 살아.”  "真的存在哦,住在海里。"

“바다? 진짜?”  "海里?真的?"

갸웃거리는 탓에 땀에 젖지 않고 살아남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살랑거린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가 말하는 걸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리쿠는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因歪头动作,几缕未被汗水浸湿的头发轻轻晃动。明明什么都不懂,却对我说的每句话深信不疑。这模样实在讨喜,陸嘴角上扬着点了点头。

“응. 파란 바다.”  "嗯,蔚蓝的大海。"

지금은 세상에 없다는데, 언젠간 가보고 싶어. 그게 내 딱 하나 있는 버킷리스트.
听说那里现在已经不存在了,但总有一天想去看看。这是我唯一的遗愿清单。

버…뭐? 갸웃대던 유우시에 리쿠가 실소를 뱉으며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소원이라고 소원. 그림책 속 바다를 한 번, 리쿠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본다. 잘 어울려. 바다. 리쿠. 인어공주. 입도 제대로 안 벌리고 중얼거리던 녀석의 눈이 스르륵 감긴다. 옅게 잠이 든 건지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자라. 자야 덜 아프지. 그의 볼에 손등을 한 번 댔다 뗀 리쿠가 몸을 일으켰다.
「愿...什么?」前田陸轻笑着抚摸歪头困惑的勇志的头发。说是愿望就是愿望。他交替望着绘本中的大海和陸。真相配啊。大海。陸。人鱼公主。连嘴都没好好张开就嘟囔着的家伙,眼睛慢慢闭上了。传来均匀的呼吸声,似乎是浅眠了。嗯,睡吧。睡着就不那么痛了。陸用手背轻触他的脸颊后起身。

이상한 답을 내놓은 결과지에 대한 분석을 시작할 차례였다.
是时候开始分析这份给出奇怪答案的答卷了。



하루를 꼬박 붙잡고 있어도 답이 없던 분석 결과는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유우시의 몸에서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그는 뜨거운 몸뚱이를 말고 몇 날 며칠 잠만 잤다. 얘 이러다가 눈 못 뜨는 거 아냐. 비슷하게 앓다 세상을 뜬 설표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整整一天都没能得出结果的分析数据突然有了眉目。勇志的身体开始发高烧。他蜷缩着滚烫的身躯昏睡了好几天。这孩子该不会就这样醒不过来吧?曾因类似病症离世的雪豹的身影在脑海中一闪而过。心脏猛地沉了下去。

안 돼. 백신 개발도 아직이고, 너 엄청 세니까 전투용 개체 연구도 해야 하고. 갈 길이 먼데. 죽으면 안 돼.
不行。疫苗还没研发出来,你这么强的战斗个体还需要继续研究。前路漫漫。你不能死。

오늘도 몸 일으킬 힘도 없는 주제에 데굴데굴 굴러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CCTV 속 유우시를 지켜보던 리쿠가 몸을 일으켰다. 자꾸 바닥에 대고 몸을 부비길래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너무 더워서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침대에 냉온기 설치해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저러고 있다. 아무리 찬 바람이 나온다 해도 냉기 가득한 쇠 바닥이 더 효과적인가 보다.
今天也看着监控里连起身力气都没有、骨碌碌滚到床下的勇志,陸站了起来。问他为什么总在地上蹭来蹭去,他说因为太热了。明明刚给他床上装了冷暖装置没多久。看来比起冷风,充满寒意的金属地板更有效果。

삐빅.  哔——

삑.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귀에 꽂은 수신기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리쿠는 손을 들어 수신기를 때리며 경보를 해제했다. 체온 고위험 감지 경보였다. 고열에 시달린 지 이틀째에 제가 유우시의 몸에 달아놓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다리는 저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正走着,耳边的接收器突然响起尖锐警报。陸抬手拍停警报,是体温高危警报。为持续高烧两天的勇志安装的监测器。不知不觉间,原本快步走着的双腿已经在走廊上狂奔起来。

문 앞에 서서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사육실 안으로 들어가니 바닥에 누워 끙끙 앓고 있다. 기껏 입혀놓은 옷은 오늘도 벗어던졌는지 쫄딱 젖은 상의가 구석에서 구르는 중이고. 숨을 몰아쉬며 냉찜질 팩을 들고 다가가니 색색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올려 자신을 바라본다. 짓무른 눈꼬리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눈물에도 무게가 있나. 왜 네가 우는 게 점점 무거워질까. 언제쯤 내성이 생기려나.
站在门前连喘气的时间都没有就冲进饲养室,见他正躺在地上痛苦呻吟。好不容易穿上的衣服又被脱掉扔在角落,浸透汗水的上衣团成一团。拿着冰敷袋喘着粗气靠近时,他抽泣着抬眼望来。红肿的眼角不断滚落泪珠。连眼泪都有重量吗?为什么你的哭泣越来越沉重。我到底什么时候才能麻木。

“그만 울어.”  "「别哭了。」"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찜질팩을 붙여주니 좀 나은지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다. 품을 파고드는 몸이 뜨거웠다. 맨날 붙어있다가도 덥다며 쫄래쫄래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게 일상이었던 녀석이 힘을 빼고 기대왔다. 덕분에 보송했던 연구 가운이 빠르게 젖어 들어갔다.
用毛巾擦拭身体并贴上暖贴后,他摇摇晃晃地撑起身子。依偎进怀里的身躯滚烫。这个平日总嫌热而扭来扭去逃开的家伙,此刻却卸了力气靠过来。原本干爽的研究服很快被汗水浸透。

이대로는 안 된다. 진통제를 맞추든 해열제를 맞추든, 아니면 둘 다 맞추든 선택을 해야 했다. 샘플 채취 진행 중에는 투약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렇게 뒀다간 아예 폐기 처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리쿠는 땀에 젖은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这样下去不行。必须做出选择——要么注射止痛剂,要么退烧药,或者双管齐下。虽然采样期间通常不进行药物干预,但再拖下去恐怕只能作废弃处理了。前田陸轻轻抚摸着被汗水打湿的头发。

“유우시. 가서 약 가져올게.”  "勇志。我去拿药。"

도리도리.  摇头晃脑。

머리카락에 맺힌 땀방울이 튀었다. 가지 마 리쿠…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와 저를 붙잡으려 들었다.
发梢的汗珠飞溅。别走…陸…微弱的呢喃声漏出来试图拽住我。

“금방 갔다가 올 거야. 오래 안 걸려.”
"很快就回来。用不了多久。"

유우시의 어깨를 잡고 조심스레 떼어낸 뒤 눈을 마주친다. 3분. 3분만 기다려. 아니다. 3분까지도 필요 없어.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 아프게 해줄게. 축축하게 젖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주문을 외우듯 그에게 이야기한다. 사실은 제게 거는 주문이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주사가 있는 연구실까지 미친 듯이 달려도 3분 컷은 어렵다. 하지만.
按住勇志的肩膀小心分开后直视他的眼睛。三分钟。只要等三分钟。不。连三分钟都不需要。再坚持一下就不让你疼了。对着那双湿漉漉的眼睛像念咒语般说着。其实也是说给自己听的咒语。从这里到有注射器的实验室就算拼命跑也很难三分钟往返。但是。

조심스레 끄덕이는 작은 머리통을 보고 있자면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쟤의 사육사고, 보호자고, 신이니까. 유우시의 이마에 작게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看着那颗小心翼翼点着的小脑袋,突然涌起必须做到的决心。这根本不是选择题。因为我是他的饲养员、监护人、以及神明。在勇志额头落下轻吻后站起身。

갈 길이 멀었다.  前路漫长。


틈틈이 휴대폰에 연결된 CCTV로 그의 상태를 살피며 달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유우시가 적신 가운 위에 마에다 리쿠의 땀방울이 떨어져 번졌다.
边跑边用手机连接的监控确认他的状态。额前汗如雨下。前田陸的汗滴落在勇志浸湿的研究服上晕开。

연구실에 들어가 데스크 위를 거칠게 쓸어내린다. 책임님 어쩐 일이세요? 아직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던 연구원 하나가 말을 붙여왔지만, 귀에 들어올 새 없었다. 급히 손을 놀릴 뿐이었다. 주사기란 주사기가 모두 가방에 툭툭, 떨어져 담겼다. 네임택이 붙어있는 것이든, 네임택이 붙지 않은 불명의 것이든, 모조리 싹. 모든 주사기를 쓸어 담은 서둘러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바람 따위 불지 않는 폐쇄된 내부인데 어쩐지 두 뺨에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래알갱이가 섞이지 않은, 맞아보지 않은 과거 언젠가 지구의 신선한 바람을.
冲进实验室粗暴地扫过桌面。"组长您怎么了?"还留在办公室的研究员搭话道,却充耳不闻。只顾匆忙动作。所有注射器都被啪啪扔进包里。贴标签的、没贴标签的来历不明物,统统扫光。将所有注射器扫进包后,匆忙挎上肩包又开始奔跑。明明是没风的封闭空间,脸颊却莫名感到有风拂过。那是未曾掺杂沙粒、未曾经历过的,地球昔日的新鲜空气。

목적지에 도착해 문을 열어젖히니 문 바로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늑대가 보였다. 갈색 머리통을 무릎 사이에 처박고 발발 떨며 있는 게 안쓰러웠다. 실험체에게 이런 감정 따위 느끼기 싫었는데. 속수무책으로 심장이 내려앉았다. 리쿠는 입술을 깨물며 그에게 다가갔다. 걸음 소리에 유우시가 고개를 들어 저를 올려다봤다.
抵达目的地推开门,看见狼正蜷缩在门前。他把褐色脑袋深埋膝间瑟瑟发抖的样子令人揪心。明明不想对实验体产生这种感情。心脏却无能为力地沉了下去。陸咬着嘴唇走近他。听到脚步声,勇志抬起头望向我。

가방을 풀어 주사기를 꺼내는 손길이 조급해진다. 진통제. 해열제. 여기서 더 안 되면 진정제까지. 네임택이 붙은 것들을 꺼내는데도 보이지 않는 해열제에 네임택 붙지 않은 것의 구성물을 살핀다. 다행히도 옅은 붉은색의 해열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解开背包取出注射器的手愈发急促。止痛药。退烧药。实在不行还有镇静剂。翻找贴标签的药品时,也在检查未贴标签的退烧药成分。幸好浅红色的退烧药不难找到。

“유우시. 이거 맞으면 안 아플 거야 한동안.”
"勇志。打了这个就不会痛了。"

리쿠는 투약 준비를 하며 주사기 피스톤을 약하게 눌렀다. 안에 들어있던 액체가 푸슛거리며 사출됐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우시의 건조한 입술이 열렸다. 갈라지고 부르터 거스러미와 피딱지가 잔뜩 앉아있었다.
陸准备注射时轻压活塞。里面的液体嘶地射出。盯着看的勇志干裂嘴唇微张。上面布满裂痕、痂皮和血块。

“...주사 싫어.”  "...讨厌打针。"

눈썹을 팔 자로 만들고 벌건 눈께를 문지른다. 거기 문지르지 마. 쓸려서 아파. 내뱉는 목소리에도 유우시는 도리질을 친다. 주사 싫어. 그거 말고.
他眉头拧成八字揉着通红眼角。别揉那里。擦破了会痛。即使听到喝止,勇志还是扭动身子。不要打针。换别的。

“이거 말고 뭐. 이거 맞으면 안 아파진다니까?”
"除了这个还能有什么?打了这个就不痛了啊?"

한시가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늑대에 목소리가 절로 날카로워진다. 잠자코 눈을 맞추며 고개를 흔들던 유우시가 벽을 짚고 일어섰다.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对无法理解事态紧急的狼,声音不自觉地尖锐起来。沉默对视摇头的勇志撑着墙站起来。踉跄着迈步。

“이렇게… 이거 해줘…”  "这样...做这个..."

그는 뭉그러진 목소리와 다르게 단단한 것을 다리에 부비며 목을 감싸 안았다. 코앞에서 눈이 마주쳤다. 사회화 학습시킨 것은 모두 날아갔는지 본능적으로 개의 습관이 나와 마운팅을 시전하는 유우시에 머리가 핑 돌았다. 리쿠는 고개를 저었다.
他沙哑的嗓音与坚硬触感形成反差,用腿蹭着环抱住我的脖颈。近在咫尺的四目相对间,所有社会化训练成果都烟消云散——当勇志本能地展现出犬类习性开始骑乘动作时,我脑中一片嗡鸣。陸摇了摇头。

“안 돼.”  “不行。”

“주사 맞아도… 유우시 아파…”  "就算打针...勇志也会痛..."

축 늘어지는 말꼬리처럼 눈꼬리가 떨어진다. 찜질팩이 수명을 다했는지 다시금 몸에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리쿠는 본능적으로 손에 있는 주사기를 그의 팔로 가져갔다. 망설임 없이 꽂아 넣으려던 그때, 빌어먹게도 하필이면 그때.
眼尾像垂落的马尾辫般耷拉下来。或许是退热贴失效了,身体又开始发烫。陸本能地将手中的注射器移向他的手臂。就在他毫不犹豫准备扎入的瞬间——该死的偏偏就在那时。

마에다 리쿠는 보고야 말았다. 수없이 이 바늘에 찔려 푸릇한 벌집이 되어버린 그의 팔목을.
前田陸终究还是看见了。他那被无数针头扎得如同新生蜂巢般青紫交加的手腕。

“이렇게 해줘…”  "像这样帮我..."

멈칫한 사이, 내려앉은 시선을 느꼈는지 유우시가 제게 다시금 아랫도리를 부비기 시작했다. 등골이 오싹했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두 개나 있음에도 사면초가에 몰린 기분이었다.
迟疑的间隙里,勇志似乎察觉到我的视线游移,又开始用下身磨蹭。脊椎窜过战栗。明明有两个可选方案,却有种被逼入绝境的错觉。

마에다 리쿠는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실험체의 신체를 훼손할 수 없다. 애초에 그렇게 커스터마이징 된 인간이었다.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다시 한번 허벅지 사이에 닿아왔다. 느낌이 점점 선연해졌다.
前田陸纵有更好选择,也无法无谓损伤实验体身体。这本就是他被定制成的人类形态。当坚硬灼热再次抵上腿间,感知正变得愈发鲜明。

뛰어오느라 급해졌던 숨은 어느새 가라앉아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유우시의 거친 숨소리만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그의 호흡이 마치 제 것이 된 것 같았다. 리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奔跑时急促的呼吸不知何时已平复无踪,此刻房间里只回荡着勇志粗重的喘息。他的呼吸节奏仿佛与我融为一体。陸紧紧闭上了双眼。

촉-  啾-

어두워진 시야 속에서 조심스레 제 입술을 깨무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하고 잘 아는 행위. 그건 늑대의 말로 하면 이런 뜻이었다.
在暗下的视野里,我小心感受着被轻咬下唇的触感。这熟悉至极的举动,用狼的语言来说便是如此含义。

너를 해치지 않아.  不会伤害你。

한 번도 누군가에게 받아본 적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유우시에게도. 매번 그를 아프게 하는 건 자신이었기 때문에 안심시키는 것도 당연히 제 몫이었다. 잘못됐다. 역할이 뒤바뀌었다. 왜 네가 나를.
这是从未从任何人那里获得过的承诺,包括勇志。毕竟每次让他受伤的都是自己,安抚自然也该由我来做。错了,角色完全颠倒了。为什么是你在——

분명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데.  分明是千钧一发的危急时刻。

아이러니하게도 마에다 리쿠는 늑대가 왜 너를 해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입을 맞추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눈두덩이에 힘을 주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애처로운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눈꼬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그러나 시선만은 곧았다. 허락을 구하는 것도 같았고 대답을 종용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리쿠는 마른 침을 삼켰다. 따라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讽刺的是,前田陸似乎明白狼为何要以"不会伤害你"的方式亲吻。他用力抬起沉重的眼皮,眼前是双泫然欲泣的眼睛正凝视着自己。濡湿的眼角微微颤动,目光却异常坚定。那眼神既像在请求许可,又像在催促回答。而答案早已注定。陸干咽了一下,喉结随之滚动。

한참이나 유우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치 홀린 듯 그의 팔랑대는 속눈썹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久久凝视勇志后,他如同被蛊惑般轻轻点头,像扑扇的睫毛般轻柔。

그래. 안 아프게 해줄게.  嗯,我不会弄疼你的。



온종일 힘없이 굴던 것은 다 이때를 위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늘어져 있던 늑대의 행동에 탄력이 붙었다. 침대까지 갈 인내심은 없었는지 그대로 바닥에 자빠졌다. 딱딱한 쇠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왔지만 맞닿은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살짝 맞췄다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겹쳤다. 쪽쪽 거리며 빨아대다 기어이 입술 새로 밀고 들어와 난폭하게 혀를 빨아들인다.
整日懒散瘫软仿佛都是为了此刻蓄力,原本萎靡的狼突然动作矫健起来。或许等不及走到床边,他直接摔倒在地。虽然金属地板传来冰冷触感,但相贴的身体如烙铁般滚烫,根本无暇顾及。方才轻触即分的双唇再度交叠,在啧啧吮吸声中,他粗暴地撬开唇缝将舌头长驱直入。

아파…  疼...

순간 눈물이 핑 돌아 감았던 눈을 뜨니, 해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듯한 번들대는 짐승의 눈깔이 보였다. 그는 마치 마에다 리쿠의 모든 것을 씹어 먹어버리겠다는 듯이 굴었다. 엉뚱한 포인트에 자극된 것 같았다.
睁开通红含泪的双眼时,那双闪着凶光的兽瞳仿佛在宣告"不伤害你"全是谎言。前田陸感觉自己要被嚼碎吞尽般被对待。对方似乎被某个意想不到的点刺激到了。

한참 동안 물고 빨던 유우시는 이내 입술을 떼어냈다. 첫키스의 달큰함 따위는 없지만 클래식한 호흡 곤란 정도는 느낀 모양이지. 잠시간 제 얼굴을 바라보며 헉헉대고 있던 유우시가 그대로 바지를 죽 잡아끌었다. 어찌나 급한 손길로 벗겨냈는지 미처 푸르지 못한 버클이 덜렁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쓸려내려 간 골반이 화끈거렸다.
得能勇志在长时间吮咬后终于松开嘴唇。虽然没有初吻的甜蜜,倒是体验了经典的窒息快感。他喘着粗气凝视自己片刻,突然粗暴地拽下裤子。急不可耐的撕扯让未及解开的皮带扣哐当滚落地面,被磨蹭的胯部火辣辣地发烫。

그리고 그렇게 조급히 군 것이 쓸모없게 유우시는 아무것도 못 하고 일시 정지당했다. 제 맨다리에 멍하니 시선을 꽂고 있던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뭐해. 피식 터지는 웃음과 함께 리쿠가 그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然而这般急躁全是徒劳,得能勇志突然僵住动弹不得。当他呆望着对方赤裸双腿时,额前汗珠不断滴落。"发什么呆"——随着扑哧笑声,陸一把扯下了他的裤子。

퉁,  咚,

소리와 함께 이미 곧게 서 있는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무줄 밴딩이 긁고 내려갔는지 반동이 심했다. 꺼떡대는 성기의 끝은 이미 프리컴으로 완전히 젖은 채 미끌거리고 있다. 마에다 리쿠는 눈앞의 흉물을 보며 아찔해졌다. 이게 내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눈을 끔뻑대며 바라보고 있으니 유우시는 자신의 손으로 좆을 잡더니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한다. 수음? 이럴 거면 왜 벗긴 거야. 안 그래도 복잡한 뇌에 생각이 한 줄 추가됐다.
随着声响,早已挺立的性器赫然显现。橡皮筋弹力带刮擦着滑落,反作用力异常强烈。颤动的性器前端早已被前液浸透,泛着湿滑的光泽。前田陸望着眼前这骇人之物,感到一阵眩晕。这东西真的能进入我体内吗?正当他眨着眼睛呆望时,勇志突然用手握住自己的阳具开始上下撸动。自慰?既然要这样何必脱我衣服。本就混乱的脑海里又添了一行思绪。

한 손으로는 자위를 하고 한 손으로는 제 무릎을 잡아 다리를 활짝 벌렸다. 은밀한 곳이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 그의 좆이 크기를 더 키웠다. 위에서 거친 숨을 뱉으며 제 눈을 빤히 바라본다. 탁탁거리는 소리에 가속이 붙었다.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잘게 떨고 있으니 늑대가 몸을 붙여왔다. 허벅지 끝에 그의 다리가 닿아온다. 매일같이 닦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면서도 몰랐다. 그의 몸이 이렇게 단단하고 뜨거운지를.
他一手自渎,一手抓住自己膝盖将双腿大大分开。当隐秘之处在眼前暴露的瞬间,他的阳具又胀大了一圈。上方传来粗重的喘息声,他直直盯着我的眼睛。啪啪作响的声音逐渐加快。在泛着寒气的地板上微微发抖时,那头狼贴了上来。他的大腿抵住了我的腿根。明明每天都为他梳毛喂食穿衣哄睡,却从未知晓他的身体竟如此坚硬灼热。

악문 잇새 사이로 거친 숨결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어린 늑대는 그대로 파정을 맞는다. 닿아있는 아래보다 더 뜨거운 게 얼굴을 적셨다. 동시에 눈이 따갑기 시작했다. 대비 없이 맞은 희멀건 점액질의 무언가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사고가 멈춰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마에다 리쿠가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따질 수도 없었다. 당혹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을 아, 와 같은 멍청한 소리로 제한했다.
獠牙缝隙间喷出粗重的喘息。幼狼就这样被射了个正着。比接触到的下方更滚烫的液体溅满了脸庞。同时眼睛开始刺痛。看来是毫无防备地被某种灰白黏液击中了。大脑当机的前田陸呆滞地眨着眼。连质问都做不到。困惑将能说出口的话限制成了"啊"之类的愚蠢音节。

그러나 얼떨떨한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뒤를 가르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악!! 소리를 지르니 구멍에 제 것을 쑤셔 넣던 유우시가 입을 맞춰온다. 이거 뭐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협박 같은 건가. 젠장. 하다 하다 실험체한테 명령 당하는 인생. 방금 싼 거 아니었나. 대체 늑대들의 좆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싸고서도 죽질 않아. 왜. 들어오는 대로 꽉 물어버리는 점막을 느끼는지 위에 있는 속 편한 짐승의 얼굴은 다시금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의 입술 속에 욕지거리와 함께 앓는 소리가 퍼진다.
但恍惚状态没持续多久。突然感到有什么从后方破入。"啊!!"刚叫出声就被勇志堵住了嘴。这算什么,无声的威胁让我闭嘴?该死。居然沦落到被实验体命令的人生。刚才不是才射过吗。狼的孽根到底怎么长的射完还能硬。感受到被长驱直入的黏膜紧紧咬住,上方那匹没心没肺的野兽脸庞再次涨得通红。他唇间泄出咒骂与痛苦的呜咽。

안 울려고 했는데 기어이 눈꼬리를 타고 내려오는 눈물방울이 얼굴에 선을 그었다. 배은망덕한 늑대 놈은 그걸 보며 무려 입맛을 다셨다. 그런 주제에 또 혀는 착실하게 눈물선을 핥는다. 이를 악물고 허리를 두 동강 내는 고통을 참아보지만 신음이 절로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미친. 씨발. 욕지거리가 늘어진 테이프마냥 이상한 목소리로 반복됐다.
本想忍着不哭,泪珠却还是顺着眼角在脸上划出痕迹。忘恩负义的狼崽子见状竟饶有兴致地咂嘴。就这样还认真舔起泪痕。咬紧牙关忍受腰斩般的痛苦,呻吟却不受控制地漏出。妈的。操。咒骂像卡带的录音般用怪异声线不断重复。

어느덧 제 것을 완전히 밀어 넣은 유우시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리멍덩한 시야로 봤을 때도 그가 돌아 있다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을 상태. 왜냐면 눈깔이 맛탱이가 갔다. 멋대로 개방한 안을 쾅쾅거리며 치고 나간다. 안 아프게 해준다며. 안 해친다며. 안심하라며.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사육사 가오 때문에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말을 속으로 끊임없이 외친다. 얼굴에 뿌려졌던 점액이 그가 좆을 박아 넣을 때마다 흔들려 죽죽 흘러내렸다.
终于整根没入的勇志开始摆动腰肢。即便视野模糊也能清楚感知他在旋转。说什么都听不进去的状态。因为这混蛋眼睛都爽得翻白了。在擅自敞开的内部横冲直撞。说着不会弄疼。不会伤害。叫我放心。碍于还维持着饲养员尊严,只能在心里不断呐喊那些说不出口的话。脸上溅到的黏液随着他每次顶入摇晃着滑落。


정신없이 리쿠의 안을 파고들던 유우시는 뜨거운 몸이 한층 더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지. 이렇게 하면 안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열이 더 나는 것 같다. 온몸이 뜨거워서 터져버릴 것 같다. 제가 싸지른 것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있는 리쿠를 보고 있으니 아랫도리가 더 아려왔다. 어딘가에 메다꽂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았다. 크기를 부풀린 그것을 리쿠의 가장 깊은 안쪽까지 밀어 넣고 쾅쾅 쑤셔 박는다.
忘情深入陸体内的勇志感到滚烫的身体更加燥热。奇怪,明明以为这样做不会疼,反而觉得体温更高了。全身热得仿佛要炸开。看着被自己弄脏的脸庞满是浊液的陸,下半身愈发胀痛。若不找个地方狠狠贯穿似乎无法解脱。他将膨胀的凶器顶入陸最深处,开始猛烈抽插起来。

눈물과 점액이 범벅진 리쿠의 입술에서 어느 순간 궤가 다른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아프다며 제 어깨를 퍽퍽 때리며 울던 목소리가 아닌, 그것보다 조금 더 높은 톤으로. 그의 목부터 귀 끝까지가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 소리를 낼 때 제 주인은 목과 허리를 꺾었다. 덕분에 끝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유우시는 그의 골반을 잡으며 한 번 더 거세게 제 것을 박아 넣었다.
混着泪水与黏液的陸唇间突然迸出不同以往的呻吟。不是先前喊着疼捶打他肩膀哭叫的声音,而是稍高些的声调。从脖颈到耳尖都逐渐染上绯色。当"啊"声响起时,他的主人折断了腰。于是本以为到底的深处又被开拓了些。勇志扣住他骨盆再次狠狠贯入。

읏- 아…!  嗯-啊…!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마에다 리쿠 입술에서 또다시 새로운 소리가 나왔다. 듣기 좋았다.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싶었다. 유우시는 발갛게 달아오른 그의 광대를 깨물었다. 아프다고… 여전히 젖은 목소리를 내는 그의 귀를 핥는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위아래에서 동시에 울렸다. 어느새 완전히 꼿꼿해진 리쿠의 좆대가리에서 투명한 점액이 질질 새기 시작했다.
紧咬臼齿的前田陸唇间又漏出新声线。很好听。好听到想一直听下去。勇志啃咬他通红的脸颊。说着好痛…却仍用湿漉漉的声音舔他耳朵。黏腻水声从上下同时响起。不知不觉完全挺立的陸性器前端开始渗出透明黏液。

리쿠 좋아… 여기 좋아…  喜欢陸…这里好舒服…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직직 그인 눈물선으로 엉망이 된 그의 얼굴 중 성한 곳을 찾아 잇자국을 남긴다. 덕분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발 디딜 틈 없이 망가져 버린다. 손으로 가릴 수도 없고 어디 숨어 버릴 수도 없는 얼굴을 내보인 마에다 리쿠는 그대로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저 가쁜 숨으로 유우시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在他耳边低语。沿着泪痕斑驳的脸庞寻找完好的肌肤,留下齿印。连一只蚂蚁都无处落脚的面容彻底毁坏。前田陸露出无法用手遮掩也无处躲藏的脸,只能任人摆布。他只能用急促的呼吸呼唤着勇志的名字。

강한 추삽질이 이어진다. 땀방울이 타고 흐르는 늑대의 복근이 갑작스레 선명도를 더했다. 얕게 뜬 눈 새로 그걸 보자마자 아래에서 터질듯한 쾌감이 올라왔다. 징하게 뇌를 때렸다. 깜빡거리며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잠깐, 잠- 깐만. 잠깐…! 새된 목소리로 소리쳐 보지만 모든 단어가 묵살당한다. 마치 제 것을 이 안에 박아 넣고 빼지 않겠다는 듯이 좆기둥이 부풀어 오를 뿐이었다. 내벽을 마구잡이로 자극당한 리쿠의 눈이 뒤집혔다. 그의 흰자위 같은 허연 점액이 곧장 사출된다. 마치 좀 전에 본인이 만지던 주사기처럼.
强烈的抽插持续着。汗珠滚落的狼族腹肌突然变得更加清晰。浅色的瞳孔刚捕捉到这画面,下体便涌上近乎爆裂的快感。狠狠冲击着脑髓。眼前闪烁着刺眼的白光。等等、等——等一下!用嘶哑的声音喊叫却全被无视。仿佛要将自己钉入其中永不拔出般,性器愈发肿胀。内壁被胡乱刺激的陸翻起白眼。他眼白般的浊白黏液瞬间喷射而出。就像方才把玩的注射器一样。

그리고 동시에 안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퍼지는 게 느껴진다. 울컥대며 정액을 배출하는 좆기둥의 움직임이 그대로 내벽에 닿아왔다. 얼마나 부비고 뒹굴었는지 이제 바닥이 더이상 차갑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없어 팔을 뚝 떨구는 마에다 리쿠의 입술에 늑대 놈의 입술이 다가온다. 살짝 감쳐 무는 것을 느끼며 그의 볼을 꼬집는다. 넌 진짜…
与此同时体内扩散开灼热的触感。喷涌精液的凶器脉动直接传抵内壁。不知纠缠翻滚了多久,身下地板早已不再冰凉。浑身脱力的前田陸刚垂下手臂,狼人的嘴唇便覆了上来。感受着被轻轻啃咬的触感,他揪住对方脸颊呢喃道:你真是...

거짓말쟁이…  骗子...








2473년 9월 21일의 연구일지  2473 年 9 月 21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가 달라붙는 빈도에 따라 계산해본 결과, 그의 발정기는 2주에 한 번꼴로 온다. 그때는 미친 듯이 들러붙고 깨물고 난리를 치지만, 발정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해한 얼굴로 눈이나 끔뻑댄다.
根据勇志黏人的频率计算,他的发情期大约每两周一次。那时他会像疯了一样缠着人又咬又闹,但发情期一结束就立刻摆出人畜无害的表情眨巴眼睛,仿佛什么都没发生过。

늑대인간의 성욕은 발정기에만 올라오는 것일까. 오늘 낮에 그의 성기를 건드리며 이제 여기 안 아프냐 물었더니 입꼬리를 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달력에 쳐놓은 빨간 별표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데. 괜히 이런 걸 물어보는 내가 늑대가 되는 기분이다.
狼人的性欲只在发情期才会高涨吗?今天白天碰触他性器问"这里还疼吗",他抿着嘴点了点头。距离日历上标记的红星日期还有段时间。问这种问题的我反而像要变成狼人了。


2473년 10월 2일의 연구일지  2473 年 10 月 2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편의상 본문 중 T-528은 “유우시”, 작성자 마에다 리쿠는 “나”로 표기 예정
*为便于阅读,正文中 T-528 将标注为"勇志",记录者前田陸将标注为"我"

유우시의 척수액과 늑대의 림프액 융합 실험이 성공했다. 소동물 임상까지 진행되었는데, 감염자 사이에 풀어놓은 쥐 떼 중 60%가 감염되지 않았다. 소장이 직접 찾아와서 그간 고생 많았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어깨를 두드리고 갔다. 신지는 완전히 세상이 무너진 얼굴을 했다. 웃겼다. 나름 보람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반 확률을 가진 백신을 백신이라 부를 수는 없으니 실험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10차 실험은 늑대의 척수액으로 진행해볼 예정이다.
勇志的脊髓液与狼的淋巴液融合实验成功了。已推进到小动物临床阶段,在感染者群体中投放的鼠群有 60%未被感染。所长亲自过来拍肩说"辛苦了,今后也请多关照"。真司一副天塌下来的表情,真可笑。我倒是觉得很有成就感。但五五开概率的疫苗不能称之为疫苗,实验又回到了原点。第十次实验准备改用狼的脊髓液。

나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유우시에게 24시간 중 20시간을 매인 몸이라 어디 가지 못한다고 거절하니 다들 아쉬워했다. 팀장은 이제 와서 지원을 붙여준다고 했다. 손이야 많으면 좋으니 보조들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서류와의 전쟁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도.
找我的地方变多了。但以每天 20 小时被勇志拴住的状况推辞邀约时,大家都显得很遗憾。组长说现在要给我增派助手。人手多总归是好事,便没有拒绝辅助人员。或许能稍微从文书战争中解脱出来。



“착하게 굴랬지.”  "要乖乖听话才对。"

오늘도 한 명 더 쫓아내서 총 37번의 뺀찌 기록을 세운 유우시의 이마에 딱밤이 떨어진다. 이마를 문질대며 눈을 사납게 치떴지만 눈꼬리가 둥그렇다.
今天又赶走了一个人,创下 37 次驱赶记录的勇志额头挨了记爆栗。他揉着额头恶狠狠地瞪眼,眼角却圆滚滚的。

팀장이 보조를 붙여준다고 한 이후 수도 없이 많은 연구원이 보조 사육사로 지원을 했다. 망할 거라 생각했던 프로젝트가 순항을 달리고 있으니 숟가락이라도 한번 얹어보자는 심보가 투명했다. 하지만 마에다 리쿠는 거절하지 않았다. 위급 시에 그를 돌봐줄 사람이 하나 더 있다면 어쨌든 손해 볼 건 없으니까.
自从组长宣布要配助手后,无数研究员申请担任辅助饲养员。眼看这个原以为会完蛋的项目进展顺利,人人都想分一杯羹的心思昭然若揭。但前田陸没有拒绝。毕竟危急时刻多个人照看他总没坏处。

그러나 결정권자는 마에다 리쿠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육실에 들어오는 족족 다 까였다. 유우시에게. 들어왔던 문 그대로 돌아 다시 나가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됐다. 이제 듣고 말하는 건 잘하는 유우시의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너를 해치지 않겠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입술을 들이대면 유우시는 언짢은 얼굴로 그들의 이마를 주욱 밀어냈다. 왜 그러냐. 너 나 없을 때 어떡하게. 물으면 뜬구름 잡는 대답만 돌아왔다. 리쿠가 왜 없어? 난 리쿠랑 살 거야. 리쿠 없으면 안 살 거야. 같은.
但决定权不在前田陸手里。这些人刚进饲养室就被勇志赶了出来。进门转身就出去成了固定流程。如今能在会听会说的勇志面前做完自我介绍,刚凑近说"不会伤害你"就被他不悦地推开额头。为什么这样?我不在时你怎么办?每次问都得到些不着边际的回答。陸为什么不在?我要和陸一起生活。没有陸我就不活了。诸如此类。

에휴. 한숨을 내쉬며 아직까지도 딱밤에 삐져있는 유우시를 부른다. 그는 시위라도 하듯 이제 다 가라앉은 이마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 채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거기까지 갔어. 이리와. 오늘 검사실 가야 해.
唉。叹了口气叫还在为爆栗闹脾气的勇志。他像抗议般用双手捂着已经消肿的额头,撅着嘴蜷在墙角。什么时候躲那去的。过来。今天要去检查室。


복도를 걷는 걸음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죽죽 발을 끌며 움직이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영 신경 쓰여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제대로 걸으라고 불호령이라도 내리고 싶었지만, 아픈 거 하러 끌려가는 와중에 그런 소리를 내뱉기엔 애저녁에 출타한 제 양심이 요즘 자꾸 제자리로 기어 들어왔다. 그래서 리쿠는 그냥 입술이나 씹었다.
走廊上的脚步迟迟快不起来。拖沓的脚步声在走廊回荡。实在烦得人直皱眉。想厉声呵斥他好好走路,但拽着人家去做痛苦检查时说这种话——最近早早出走的良心总悄悄爬回原位。所以陸只是咬了咬嘴唇。

유우시의 샘플은 모두 상급 혹은 최상급으로 채취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눈물은 마르는 날이 없었다. 9차 연구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샘플 채취를 이틀 연속으로 했을 때, 그는 제대로 누워서 잠들지도 못했다. 등에 삽관을 진행했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마에다 리쿠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끙끙 앓는 소리를 뱉으며 괴롭게 잠든 유우시의 부은 등짝에 냉찜질 팩을 대주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뭐랄까. 기분이 이상했다.
勇志的样本全都达到优等或特优。当然过程中他眼泪没干过。第九轮研究时为出成果连续两天采样,他根本没法躺平入睡——因为背部插管的后续影响未消。那天前田陸也彻夜未眠。忙着给痛苦呻吟的勇志肿胀的后背敷冰袋。怎么说呢。心情很复杂。

가기 싫은 게 분명하면서 안 가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마치 그러면 내가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한없이 어리게만 느껴지던 그는 때때로 다 안다는 듯 속 깊게 굴었다. 눈치가 빠른 탓일까. 그런 눈치는 어디서 배웠지. 그런 걸 왜 배웠지. 배워야 하는 건 맞는데. 사회화에 누구보다 열 올렸던 건 본인인데. 동시에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일까.
明明不想去却不说拒绝。仿佛知道这样会让我为难。平时觉得他幼稚无边,偶尔又深沉得像洞悉一切。是太敏锐吗。这种察言观色从哪学的。为什么要学这些。虽然确实该学。明明他才是社会化最积极的。同时希望他不必学这些——是奢望吗。

“갔다 와.”  "我走了。"

“응. 리쿠 앞에 있어?”  "嗯。陸会在门口等吗?"

“응. 앞에 있을게.”  "嗯。会在门口等的。"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마에다 리쿠는 그와의 유대를 쌓고 검사실에 집어넣는다. T-528은 마에다 리쿠에게 온기를 얻는 대신 검사실에 제 발로 들어간다. 그들은 필요에 의해 서로의 니즈를 등가교환 한다. 언뜻 아주 잘 꾸려진 기브앤테이크처럼 보였다. 심란함이 연일 가중되는 건 정보의 비대칭을 홀로 인지하는 마에다 리쿠의 사정이었지만.
然而一切如常。前田陸与他建立羁绊后将其送进检测室。T-528 为从前田陸身上获取温暖而主动踏入检测室。他们因各自需求进行等价交换。表面看来是场精心设计的互惠交易。但日渐沉重的不安源于前田陸独自意识到的信息不对等。


유리창 앞에서 유우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원래는 들리지도 않는 거 혼자 뭐라 뭐라 중얼대는 게 일상이었던 그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옅게 웃는다. 허리에 삽관을 진행하면서도 손을 들어 흔드는 꼴을 보며 울렁였던 마음에 파동이 더욱 거세졌다.
站在玻璃窗前凝视勇志时,那个平日只会自言自语到旁人听不清的家伙竟定定回望过来。随后露出浅笑。看着他腰间插着导管仍抬手挥动的模样,翻涌的心潮愈发剧烈。

뭐가 좋다고 웃어. 실험체 주제에 나를 안심시키기라도 하려는 듯한 태도가 아주 건방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에다 리쿠는 그와 눈싸움이라도 하듯 바라보다 끝끝내 참지 못하고 눈을 돌려버린다. 아주 어색하게. 몹시 부자연스럽게. 그건 빼도 박도 못 하는 패배였다.
有什么可笑的。区区实验体竟摆出安抚我的态度,实在狂妄。令人不悦。前田陸用眼神较劲般瞪视着,最终却败下阵来移开视线。生硬至极。别扭非常。这无疑是场彻头彻尾的败北。

검사실 앞에 멍하니 서있자니 샘플을 채취하는 30분이 3시간, 아니 30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뜨문뜨문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책임님, 이번 실험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저희 팀에서 뭐 도울 건 없을까요? 카이사 녀석 보조 지원했다가 낙방했다면서요. 늘상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더니만. 지루한 인간들. 지겨운 인간들. 지긋지긋한 인간들. 혐오감이 올라왔지만, 마음과 달리 웃으며 답해준다. 아직까진 선방 중. 글쎄, 지원 필요하면 말할게. 카이사한테 너무 뭐하고 하지 마. 지원했다 떨어진 애들이 한 트럭이야.
呆立检测室前,采样的 30 分钟漫长得像 3 小时,不,30 小时。零星路过的同事搭话道:主任,这次实验顺利吗?需要我们团队协助吗?听说凯撒那小子辅助支援落选了。这些总把我当透明人的家伙。无聊的人类。烦人的人类。可憎的人类。强忍厌恶挤出笑容回答:目前还算顺利。需要支援会通知。别对凯撒太苛刻,落选的支援者能装满卡车。

말은 인간과 섞지만 시선은 다시금 짐승에게로 꽂힌다. 이제 얼추 마무리되었는지 파리하게 질린 낯짝을 한 유우시가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릇이 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갈무리한 마에다 리쿠가 검사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言语与人类周旋,视线却钉回野兽身上。似乎终于结束检测,面色苍白的勇志正欲起身。前田陸习惯性深吸气,咽下即将逸出的叹息走向检测室门口。

“리쿠.”  "陸。"

문이 열리고 비척비척 걸어 나온 유우시는 자신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렸다. 채취가 끝날 때마다 제가 해주던 것이었다. 그걸 멍하니 바라본다. 안기는 몸이 없으니 고개를 갸웃하던 유우시가 다가와 자신을 스스로 끌어안았다. 뜨끈한 체온과 축축한 땀이 가운을 적셔왔다. 팔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있으니 유우시가 몸을 떼고 눈을 맞춰온다.
门开后踉跄走出的勇志见到他便张开双臂。这本是每次采样结束后前田陸的例行动作。他怔怔望着。见无人回应而偏头的勇志主动上前将他搂住。温热体温与潮湿汗水浸透白袍。僵着不知该抬手还是放下的前田陸被松开时,正对上勇志凝视的双眼。

“울지 마, 리쿠.”  "别哭,陸。"

“나 안 우는데.”  "我没哭。"

“으응. 울지 마.”  "嗯。别哭。"

아무것도 흘러내리지 않은 뺨을 핥는다. 이건 복종의 의미. 넌 왜 내게 복종을 하나. 고작 치사하고 간악한 인간 따위를 섬기나. 그래서 너를 아프게 해도 너그러워지고 기꺼워지는 건가. 아픈 건 너면서 외려 나를 달래려 드는 건가. 멍청한 짐승. 바보 같은 늑대. 건조했던 얼굴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왜 밖에서 이러냐고 딱밤이라도 한 대 날리거나, 손수건으로 묻는 즉시 박박 닦아냈을 마에다 리쿠는 멍청하게 눈이나 깜빡거렸다.
舌尖轻舔过干燥的脸颊。这是臣服的象征。你为何向我臣服。何必侍奉这般卑劣的人类。所以即使伤害你也会宽容欣喜吗?明明痛苦的是你,反倒要来安慰我吗?愚蠢的野兽。傻气的狼。本应干燥的脸庞逐渐湿润。若在平日,前田陸早该弹他额头质问"怎么在外这样",或用手帕狠狠擦净痕迹,此刻却只是呆愣地眨着眼。



평소와 같이 검사가 끝난 뒤 사육실에서 쉬다 산책을 나왔다. 아픈 것도 잊었는지 목줄을 풀어주자마자 어딘가로 우다다 달려가는 유우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소각장 굴뚝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쩐지 여기까지 고기 탄내가 나는 것 같았다. 속이 느글거렸다.
和往常一样结束检查后,在饲养室休息片刻便出来散步。勇志似乎忘记了伤痛,刚解开项圈就啪嗒啪嗒地朝某处跑去,我望着他的背影,随后将视线转向冒着白烟的焚化炉烟囱。总觉得连这里都飘着烤肉的焦味,胃里一阵翻腾。

“리쿠.”  "陸。"

언덕에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던 리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르는 곳을 바라봤다. 사라졌던 유우시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릎을 짚고 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눈앞에 불쑥 무언가를 내민다.
坐在山坡上发呆望着前方的陸,转头看向呼唤自己的方向。消失的勇志正大口喘着气。当我怔怔望着拄着膝盖的他时,他突然把什么东西递到眼前。

붉은색 꽃이었다. 이름은 금어초. 꽃말은…
是红色的花。名叫金鱼草。花语是...

“이거 리쿠 해.”  "这个给陸。"

힘내요.  加油。

마에다 리쿠는 그걸 받아 들지도,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맞춘 유우시가 씩 웃는다. 맑게 핀 얼굴이 시야에 꽉 찼다.
前田陸既没有接过,也没有拒绝,只是呆呆望着。见我的视线无法移开,蹲着平视的勇志咧嘴笑了。那张明媚的笑脸占满了整个视野。

“리쿠 귀여워.”  "陸好可爱。"

“...귀여워는 나한테 쓰는 말이 아니야.”
"...可爱这种词不该用在我身上。"

“아냐. 맞아.”  "不,就是很配。"

“아냐. 네가 아직 인간 말을 다 못 배워서 그래.”
"才不是。是你还没完全学会人类的语言罢了。"

가오 상하게 목이 메었다. 늑대는 제 속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었다. 아무런 피드백이 없으니 유우시가 제 무릎에 꽃다발을 얹었다. 하얀색 가운 위에 붉은 꽃밭이 만들어졌다. 퍽 이질적인 그림이었다.
喉咙哽得生疼。狼却浑然不觉地咧嘴笑着。见毫无反应,勇志便将花束搁在了自己膝头。雪白长袍上绽开一片红色花圃,构成一幅极不协调的画面。

“울지 마.”  "别哭。"

“너 진짜 말 다시 배워야겠다. 내가 왜 울어.”
"你真该重新学学说话。我为什么哭。"

“아냐. 리쿠 아까도 울었고, 지금도 울어.”
"不。陸刚才也在哭,现在还在哭。"

멍청한 늑대. 지지리 말도 안 듣지.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판단하는 어리석은 늑대. 고집불통에 바보 같기까지 한 구제 불능 늑대. 뭘 안다고 다 안다는 얼굴로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쓰다듬는다. 맞닿아 뜨거운 게 그의 손바닥에서 나오는 온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 머리통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인지 마에다 리쿠는 알 수 없었다. 등 뒤에 내려앉는 석양을 매달고 있는 유우시를 보던 두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蠢狼。根本不听人话。自以为是擅自判断的愚笨之狼。固执到愚蠢无可救药的狼。摆着副什么都懂的表情抬手抚摸自己脑袋。前田陸分不清那灼热感是来自他掌心的温度,还是自己脑门升腾的热度。只能紧紧闭上注视着勇志背后垂落夕阳的双眼。

이딴 건 완벽한 기브앤테이크가 아니잖아.
这根本不是什么完美的等价交换。








2473년 12월 6일의 연구일지  2473 年 12 月 6 日的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감염자의 척수액과 융합했던 13차 연구에 특이점이 발생했다. 백신을 맞은 쥐의 신체 능력이 폭등했다. 분명 Z-바이러스용 백신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도출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걸 뒷걸음 정답이라고 하나.
与感染者脑脊液融合的第 13 次研究出现异常现象。接种疫苗的小鼠身体机能暴增。这明明是 Z 病毒疫苗,却产生如此结果需要分析。这大概就是所谓的适得其反吧。

소동물 임상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은 확보되어있는 앵무새 실험체를 이용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좋아하긴 이르지만,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 같다.
小型动物临床试验已顺利完成。下一步计划使用已备妥的鹦鹉实验体进行临床测试。虽然现在高兴还为时过早,但总算看到曙光了。

간만에 홀가분하다. 얼른 끝내버리자.  久违地感到一身轻松。赶快做个了结吧。



13차 연구의 임상 시험이 드디어 유인원으로 넘어갔다. 단 한 번도,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결과에 짜릿함이 앞섰다. 팀장은 저를 불러 그간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 마지막 관문까지 잘 통과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랩에서 귀하다는 외부 음식을 선물로 줬다. 책에서만 보던 햄버거였다.
第 13 次研究的临床试验终于推进到类人猿阶段。这种前所未有的成果让我兴奋得浑身战栗。组长把我叫去,说这段时间辛苦了。他祝我能顺利通过最后关卡取得好结果,还送了实验室里难得一见的外界食物当礼物——是只在书上见过的汉堡。

마에다 리쿠는 당연하게 그걸 사육실로 들고 갔다. 티비 앞에 앉아 열심히 애니메이션 채널을 보던 유우시는 문을 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킁킁대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낯선 냄새를 맡고 온 듯했다.
前田陸理所当然地带着它去了饲养室。正坐在电视机前专注看动画频道的勇志一听到开门声就猛地跳起来冲过来。看他抽动鼻子的模样,八成是闻到了陌生食物的气味。

“뭐야?”  "“干嘛?”"

“햄버거.”  "汉堡。"

처음 보는 음식에 눈을 둥그렇게 뜬다. 리쿠가 픽 웃으며 티비 앞에 자리를 깔았다. 갈색 봉투가 죽 찢어지며 동그란 모양을 드러냈다. 겉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지를 꾸깃꾸깃 접으니 정말 책에 나온 것과 똑같은 모습이 나온다. 번에 눌린 갈색 고기 패티와 붉은색 토마토, 초록 양상추가 보였다. 이거 완전 구시대의 유물이라 지하 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라던데. 아마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연구원 중 하나가 바친 뇌물임이 분명할 테고. 팀장은 그걸 제게 뇌물 먹일 겸 내민 거겠지. 생각하며 유우시의 입 앞에 햄버거를 가져다 댔다. 먹어.
面对从未见过的食物,他瞪圆了眼睛。陸噗嗤笑着在电视机前铺好垫子。褐色纸袋被撕开时露出圆形轮廓,当外层包装纸被窸窸窣窣展开后,呈现出的模样和书上一模一样——被面包压扁的褐色肉饼、红色番茄和绿色生菜。据说这完全是旧时代的遗物,只有黑市才能搞到。肯定是新来的研究员进贡的贿赂吧。组长这是借花献佛想收买我呢。这么想着,我把汉堡递到勇志嘴边。吃吧。

도리도리.  摇啊摇。

“리쿠 먼저 먹어.”  "陸,你先吃。"

얼씨구. 기다려 하나 못하고 접시에 달려들던 때가 아직 눈에 선한데, 이제는 제게 음식을 먼저 권하기까지 한다.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사람이 되어간다. 이러다 진짜 사람 같아지면 어떡하지. 누구보다 그걸 바랐던 마에다 리쿠는 이제 늑대의 인간화가 두려웠다. 말없이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걸 보던 유우시가 씩 웃더니 얼굴을 내밀었다. 아-.
哎呀。明明不久前还急不可耐扑向餐盘的模样历历在目,如今竟学会先给我递食物了。相处时间越长,他越来越像人类。这样下去真要变成人可怎么办。曾经最渴望这个的前田陸,现在却开始害怕狼的人性化。他默默咬了一口汉堡。看着他的得能勇志咧嘴一笑,突然把脸凑了过来。啊——。

혀끝에서 새로운 맛이 퍼졌다. 일평생 바로 된 식사 키트나 짜여진 식단만 받아먹던 처지라 씹을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그건 유우시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눈을 빛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을 보며, 이제 미디엄 레어 정도에서 완전히 익힌 고기로 넘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햄버거를 완전히 그에게 넘긴 리쿠가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이 손바닥에 스쳤다 떨어졌다.
舌尖蔓延开全新滋味。这辈子只吃过标准餐包和配给口粮的他,每嚼一下都忍不住惊叹。勇志看起来也相差无几。望着他眼睛发亮垂涎欲滴的模样,陸想着或许该从三分熟过渡到全熟肉了。将汉堡完全让出去的陸抬手揉了揉他的脑袋,蓬松发丝掠过掌心又滑落。

평화로웠다. 조용한 사위에 눈을 살며시 감았다.
平和安宁。他在静谧的暮色中轻轻阖上眼帘。

…조용한 사위?  …安静的女婿?

잠시 적막을 즐기던 마에다 리쿠는 돌연 이상함을 깨달았다. 사육동이 조용하다고. 울부짖는 짐승들과 그들을 구타하는 소리, 끌고 가는 소리, 호통치는 소리가 바글바글한 게 당연한 곳인데. 여기가 조용하다고.
正享受着片刻寂静的前田陸突然察觉到异样。饲养场太安静了。这本该是充斥着野兽嚎叫、殴打声、拖拽声和呵斥声的喧闹之地。可这里却静得出奇。

그럴 리가.  这不可能。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리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옆에서 우물대던 유우시의 눈길이 따라붙는다.
后颈泛起一阵战栗。当陸猛地从座位上弹起时,正在旁边发呆的勇志立刻投来视线。

“뭐해?”  "怎么了?"

사육실의 잠금장치를 이중으로 거는 것을 바라보며 유우시가 갸웃거렸다. 옆에 졸졸 쫓아와서 어깨에 턱을 기대고 신기하다는 듯이 손으로 그걸 만지작댔다. 리쿠는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여기 올 때 사육실들이 어땠지. 케이지 안에 실험체들이 있었나. 아니면 연구원이 하나라도 복도를 걸었나. 햄버거가 식기 전에 갖다 주겠다고 달려오느라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주저앉아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우시가 그런 자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저도 입에 손을 가져다 댔다. 너는 하지 마. 이거 나쁜 거야. 손을 쳐낸 리쿠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유우시가 불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나쁜 거. 리쿠도 하지 마.
勇志歪头看着陸给饲养室上双重锁链,像条小尾巴似的跟过来,把下巴搭在他肩上,好奇地伸手拨弄锁具。陸轻轻咬住下唇。来时饲养室是什么样子?笼子里有实验体吗?走廊上有研究员经过吗?他懊恼自己为了赶在汉堡冷掉前送达而没注意周围。蹲下来开始啃指甲,发出咔嗒声响。勇志直勾勾盯着他看,突然也把手凑到嘴边。"别学这个。这是坏习惯。"陸拍开他的手喃喃道。勇志不高兴地撅起嘴。"坏习惯。陸也不要做。"

확실히 무언가 달랐다. 직감은 무섭다.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하는데 손끝이 달달 떨릴 정도로 불안했다. 이를 악물고 중얼거린다. 하늘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다. 버리지 않았다. 버리지 않았어야 하는데.
确实有什么不一样了。直觉真是可怕。明明什么都无法预测,却不安到指尖发颤。我咬紧牙关喃喃自语。上天还没有抛弃我。没有抛弃。本就不该抛弃的。

쾅-  砰——

잘게 되뇌던 자기암시는 문을 부술 듯한 굉음에 깨져버렸다. 얌전히 옆에 앉아있던 유우시가 소리를 듣자마자 허리를 둥그렇게 말고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목 긁는 소리가 오랜만에 귓전을 때렸다. 무장 병력이 앞으로 엎어진 문을 밟고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찼다. 먼지와 함께 날리는 요란스러운 소음에 리쿠가 눈살을 찌푸렸다.
细碎的自言自语被破门般的巨响击得粉碎。安静坐在一旁的勇志闻声立刻弓起腰背,龇牙咧嘴地发出威吓。久违的抓挠声刺入耳膜。全副武装的士兵踏着前倾的门板径直闯入视野。在飞扬的尘土与刺耳噪音中,陸皱起了眉头。

“마에다 책임님, 그간 격조하셨나요.”  "前田负责人,别来无恙啊。"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한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연구실의 수석 연구원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연구원들 가운데서도 손꼽히기로 소문난 냉혈한. 실험에 쓰인다 하면 무마취로 생체에 장기 적출까지 불사한다는 미치광이 과학자. 랩밥 먹는 이라면 누구든 모를 수 없는 유명인사. 옆에서는 그의 입술에서 어절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를 지키려는 듯이. 가만있어 유우시.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해봤지만 끝에서 절어버렸다. 리쿠는 주먹을 말아쥐며 유우시를 제 뒤로 숨겼다.
主角总是最后登场。缓缓现身的正是第一研究室首席研究员。在冷血研究员中亦堪称翘楚的活阎王。传闻为实验可不施麻醉直接活体摘取器官的疯癫科学家。但凡吃实验室这碗饭无人不晓的狠角色。他每吐一字,身侧便传来低沉咆哮。仿佛在守护我。别动,勇志。试图压抑颤抖的声线却在尾音破了功。陸攥紧拳头将勇志护在身后。

“다름이 아니라.”  "无事不登三宝殿。"

수석 연구원의 손에서 종이 한 장이 펼쳐졌다. 검은 활자가 빼곡하니 쓰여있는 공문이 보였다.
首席研究员手中展开一页纸张。密密麻麻的黑色铅字印着正式公文。

“T-528을 1연구실로 인도하라는 명령이 있어서요.”
"奉命将 T-528 移交第一研究室。"

사육실을 울리는 나긋한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뒤에는 무장 병력이 총구를 겨누고 언제든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与回荡在饲养室的柔和声线截然相反,他身后武装部队的枪口早已蓄势待发。

“...전해 들은 바가 없습니다.”  "......未曾听闻此事。"

“아. 좀 전에 정해진 거라 그래요.”
"啊。这是刚才才定下来的事。"

지금 바로 실행하라고 하셔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 친구들과 함께 인도받으러 왔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싱긋 웃는다. 접히는 그의 눈매 사이로 동공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 뒤에 반쯤 튀어나와 있는 유우시를 살피는 듯한 시선이었다.
因为要求立即执行...为防万一,我带着这些同伴前来报到了。他画上句点,嘴角高高扬起露出微笑。在眯起的眼缝间,瞳孔急促地转动着。那目光像是在审视半躲在我身后的勇志。

“사유를 알고 싶습니다.”  "我想知道理由。"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름뿐인 프로젝트 책임 주제에 꼬치꼬치 캐묻는 게 언짢은 티가 났다. 그는 한참 동안 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알고 싶을 수 있죠.
他眉心皱了起来。明明只是个挂名项目负责人,却摆出不耐烦的表情应对这刨根问底的追问。他用手指敲了好一会儿下巴,最终点了点头。好吧,你想知道也正常。

“T-528로 인한 백신 개발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으니, 전투형 개체 양산 연구는 저희 쪽에서 하려 해요. 아무래도 인간체니까.”
"基于 T-528 的疫苗研发已进入最后阶段,战斗型个体量产研究就由我们这边负责吧。毕竟是人形机体。"

“하지만,”  "但是,"

“마에다 책임.”  "前田负责人。"

이곳에 하지만이 어디 있나.  "这里哪有什么"但是"的余地。

나긋하던 목소리가 고압적인 목소리로 변했다. 흔들림은커녕 고저조차 없는 음성이었지만 그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여실히 알렸다. 랩은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이루어질 서열 사회다. 여기서 더 개기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까라면 까고 바짝 엎드리는 감각은 일평생 피부로 느끼며 자랐는데. 실험체 따위 순순히 넘겨버리는 게 맞는 것이란 걸 아는데. 마에다 리쿠는 그럴 수가 없었다. 1연구실은 악명 높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유우시는 연구라는 명목으로 온몸이 찢어발겨질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걸 죄 뽑아낸 후 인류 발전을 위해 시신으로까지 연구를 할 정신 나간 연구원들이 모여있는 곳이니 말이다.
"温和的嗓音骤然变得高压。那声音既无起伏更无动摇,却清晰传达出他已到达忍耐极限的事实。实验室是等级森严的绝对服从社会。明明知道不该再顶撞了。那种"让趴下就立刻五体投地"的生存法则,早已刻进骨髓长在血肉里。明明知道乖乖交出实验体才是正确选择。但前田陸做不到。第一实验室是恶名昭著的地方。勇志若被送进去,必定会在"研究"名义下被撕得粉碎——那里聚集的疯子研究员们会榨干他最后一滴价值,连尸体都要为"人类进步"继续贡献。

“안 됩니다. 앞으로 임상도 많이 남았고-”
"不行。后续还有大量临床试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유예 기간을 달라, 지금 바로 보낼 수는 없다, 이러다가 곧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연구가 엎어지면 어떡하냐, 새하얘진 머릿속에서 간신히 끄집어낸 이야기를 떠듬떠듬 내뱉던 목소리는
为防不测请求宽限时日,现在立刻送走绝无可能,若是眼看就要成功收官的研究就此毁于一旦该如何是好,从一片空白的大脑里勉强挤出的说辞,被断断续续吐露出来的声音

철컥,  咔嚓,

소리와 함께 이마에 닿는 서늘한 총구에 멈췄다.
伴随着声响,冰冷的枪口抵住额头停了下来。

동시에 등 뒤에 있던 유우시가 튀어나왔다. 육안으로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리쿠의 머리에 겨눠졌던 총을 쳐낸 그는 흉포하게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마에다 리쿠의 앞을 등으로 가리고는 수석 연구원의 멱살을 잡아챘다. 연구원을 물어뜯으려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여러 개의 총구가 겨눠진다. 철커덕대며 장전하는 소리가 울렸다.
与此同时,身后的勇志猛然窜出。那速度肉眼根本无法捕捉。他打飞了瞄准陸头部的枪支,开始发出凶暴的低吼。前田陸被他用后背护在身后,只见他一把揪住首席研究员的衣领。随着他试图撕咬研究员的动作,周围多支枪管同时瞄准过来。咔嗒作响的装弹声回荡在空气中。

“그만!!!”  "住手!!!"

일촉즉발의 사육실이 조용해졌다. 리쿠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실험체 폭주하면 유혈 사태 일어날 수도 있어요. 잘못하면 인명사고도요. 다들 손에 든 거 바닥에 내려놓으세요. 실험체 필요하시잖아요. 지금 죽이면 안 되잖아요. 성대에 힘을 주고 말한다. 목소리가 우글거리려는 걸 애써 가라앉혔다.
剑拔弩张的饲养室突然安静下来。前田陸稳住颤抖的嗓音。实验体暴走的话可能会引发流血事件。搞不好还会出人命。请大家把手里东西都放到地上。你们不是需要实验体吗。现在不能杀死它。他绷紧声带说道,竭力压制住声音里的颤抖。

수석 연구원은 당황한 듯이 두 손을 빠르게 들어 올려 항복 자세를 만들었다. 뭐해! 다들 총 내려놔!! 유려하게 읊던 인류의 대의보다 한낱 모가지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외침에 따라 천천히 총구가 내려갔다.
首席研究员慌忙高举双手作投降状。干什么!都把枪放下!!比起那些冠冕堂皇的人类大义,此刻脖颈安全更重要这个理所当然的事实显露无遗。随着他的喊声,枪口缓缓垂落。

“바닥에 완전히 내려놓으세요.”  "“请完全放到地面上。”"

허리를 굽힌 그들의 총기가 천천히 바닥에 닿는다. 유우시가 그르렁대며 그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개머리판까지 온전히 바닥에 닿았을 때,
他们弯腰将枪支缓缓抵上地面。得能勇志低吼着将这一幕幕尽收眼底。当最后一块枪托也完全接触地面时,

마에다 리쿠는 몸이 갑자기 붕 뜨는 것을 느꼈다.
前田陸突然感到身体腾空而起。


늑대가 자신을 등에 업어 메고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는 사육실 철문을 짓밟고, 철문이 덮여 바깥과 차단된 여타 사육실들을 지나치며, 복도를 내달렸다. 뭐 하는 거야!! 떨어지지 않게 그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마에다 리쿠가 외쳤다. 뭐 해, 잡아 와!! 무조건 생포해!!! 뒤에서 날 선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순식간에 조용했던 복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원래의 사육동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유우시는 귀가 먼 듯 아무 말 없이 바삐 다리를 움직일 뿐이었다.
狼人将他背在肩上开始狂奔。踏过倒塌的饲养室铁门,穿过其他被铁门隔绝的饲养室,在走廊上疾驰。你干什么!!前田陸死死搂住他的脖子喊道。愣着干嘛,抓住他!!必须活捉!!!后方尖锐的喊声在走廊上回荡。转瞬间寂静的走廊骚动起来,仿佛要回到最初的饲养区。但得能勇志充耳不闻,只是沉默地加快脚步。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바람이 일었다. 머리칼이 휘날렸다. 그 바람을 두 뺨에 맞으며, 내려달라 발버둥 치던 것을 서서히 멈췄다. 시야에 잡히는 배경이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었다. 등에 딱 달라붙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상하게도. 연구실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심장의 파동을, 유우시의 등에 업힌 지금에야 느끼고 있었다.
奔跑速度快得掀起疾风。发丝在风中飞扬。感受着扑面而来的气流,他渐渐停止了挣扎。视野里的背景不断变换、变换、再变换。紧贴后背的心脏砰砰直跳。奇怪的是。在实验室时从未感受过的心跳律动,此刻被得能勇志背着才真切体会到。

카드키가 필요한 출입문을 그대로 들이받고 나갔다. 배경은 어느새 연구실 내부가 아닌 외부로 이어졌다. 실험이 끝나면 함께 걷던 언덕을 순식간에 뛰어 올라간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늑대는 그러나 결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일정한 속력으로, 그는 뛰고 있었다.
他径直撞开需要门禁卡的大门冲了出去。场景不知何时已从实验室内部切换到了外面。实验结束后,他瞬间就冲上了曾经一起漫步的山坡。喘着粗气的狼却始终没有停下脚步。保持着恒定速度,他继续奔跑着。

누런 하늘, 탁한 공기, 뺨에 닿아오는 거친 모래알갱이.
昏黄的天空,浑浊的空气,拍打在脸颊上的粗糙沙粒。

모든 것이 지금 마에다 리쿠가 현실에 있다고 알렸지만, 그는 어쩐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느껴보는 자유 비슷한 무언가 때문에. 숨이 벅차 펌프질을 빠르게 하는 늑대의 심장 박동이 등을 타고 제게 옮은 것만 같아서. 조금만 오래 들이마시면 다음 날 바로 목이 칼칼해지는 이 더러운 공기가 왜인지 상쾌한 것만 같아서.
尽管周遭的一切都在提醒前田陸此刻身处现实,他却莫名觉得自己在做梦。或许是因为初次体验到的某种类似自由的感觉。狼族急促如泵的心跳仿佛顺着脊背传到了他身上。明明多吸几口就会让喉咙次日干涩发痛的污浊空气,此刻竟莫名显得清新。

울창한 숲을 지난다. 언젠가 유우시가 모아다 줬던 솔방울 같은 색의 숲이었다. 늑대는 그곳을 계속해서 돌았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까지 가는지, 무얼 위해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저 계속해서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자신의 주인을 살릴 수 있다는 듯이 계속해서 뛰었다.
穿越茂密森林。那是片与勇志曾为他采集的松果同色的林海。狼在其中不停绕行,仿佛去向、时限与目的都不重要。只是持续向着某处前进,像是唯有如此才能救回主人般不断奔跑。


이건 완벽하게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다.
这根本不是公平交易。

나는 이런 걸 바란 적이 없었다.
我从未祈求过这样的结局。

그런데 왜 일평생 이런 걸 바라왔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可为何又觉得,自己似乎毕生都在期盼这一刻。


늑대는 모르는 게 많다. 이를테면 여긴 다 연구소 안이라는 것. 네가 아까부터 지금까지 뱅뱅 돌았던 여기부터 저기. 언덕으로 보이고 동산으로 보이고 숲으로 보였던 모든 곳. 네가 살아왔던 곳과 닮아있을 수풀이 무성한 이곳, 저곳, 저 너머까지. 네가 나를 업고 내달린 모든 길들. 숨이 턱 끝까지 차도 멈추지 않았던 너의 발길이 닿은 모든 곳.
狼不知道的事情太多了。比如这里其实都在研究所范围内。从你刚才一直转圈的地方到这里。那些看似山丘、看似小丘、看似森林的每个角落。与你生活过的地方相似的那些草木繁茂之处,这里,那里,直到远方。你背着我奔跑过的每一条路。即使喘不过气也未曾停下的你,脚步所及的每一寸土地。

다 같은 곳이라는 걸. 늑대는 모른다.
明明是同一个地方。狼却不知道。

하지만 이판사판에 이른 사육사는 태업을 결심한다. 이런 것까지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멈추고 싶었다. 뭐를? 늑대가 인간이 되는 것을.
但被逼入绝境的饲养员决定消极怠工。他本不想教到这种程度。哪怕能拖延片刻也好。可能的话甚至想阻止。阻止什么?阻止狼变成人类这件事。


눈가가 뜨거웠다. 일렁이던 심장이 눈꼬리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리고 기어코,
眼眶发烫。翻腾的心脏顺着眼角缓缓爬出。最终,

툭.  啪嗒。

유우시의 뒷목 위에 점이 하나 찍혔다. 땀으로 얼룩져 티도 나지 않는 작은 점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제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란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 다리가 우뚝 멈춰 섰다.
勇志的后颈上落下一个点。虽是被汗水晕染到几乎看不见的小点,但他立刻察觉那并非来自自己体内。双腿猛然僵在原地。

“...내려줘.”  “...放我下来。”

대답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는다. 마치 혼자서만 시간이 멈춘 듯 군다. 자꾸 어른 흉내를 내는 말썽쟁이 늑대의 등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는 쿵쿵대는 심박이 느껴졌다. 그건 이내 귀까지 타고 들어왔다. 마에다 리쿠의 머릿속은 그의 심장으로 넘쳐 흘렀다.
他沉默地站着不作答。仿佛只有他的时间停滞了。前田陸将额头抵在那只总爱模仿大人模样的麻烦狼背上。感受到与自己毫无二致的剧烈心跳声。那声音随即传至耳畔。前田陸的脑海里满溢着他的心跳。

“내려주라.”  "放我下来。"

다 젖은 등판에 대고 웅얼거리니 잠시 머뭇거리다 무릎을 굽혀 조심스레 팔을 풀었다. 자신을 단단히 받치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바닥에 발이 닿았다. 그러나 심장은 고장 난 것처럼 붕 뜬 채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마에다 리쿠는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엉거주춤 앉아있던 유우시가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았다.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이 제게 꽂혔다. 멍청한 짐승. 안 괜찮은 건 너야. 인생 종친 건 너야. 앞날 험한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너를 그렇게 만든 게 나야. 그런데 무슨 군번으로 나를 걱정해 네가. 정말이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짐승이었다.
对着湿透的背脊低语后,对方迟疑片刻屈膝小心松开了手臂。原本牢固支撑着自己的某种存在消失了。双脚触到地面。但心脏像故障般悬空着迟迟找不到归处。前田陸不断吞咽着干涸的唾液,生怕心脏会从嘴里蹦出来。蹲坐着的勇志起身转过来。饱含忧虑的目光直刺向我。愚蠢的野兽。状况糟糕的是你。人生终结的是你。前途多舛的不是我而是你。把你变成这样的元凶是我。可你凭什么用这种眼神担心我。真是蠢得无可救药的野兽。

“리쿠,”  "陸,"

“들어가자.”  "我们进去吧。"

그의 목소리를 끊어내며 말한다. 돌아가야만 했다. 유우시에게 읽어줬던 그림책 속 동화를 떠올린다. 열두 시 종이 친 신데렐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무도회장에서 나오자마자 마법이 풀려버리는 기분 말이야. 속으로 중얼대며 걸음을 옮긴다. 옆에서는 자신을 따라오는 발걸음이 느껴졌다. 손에 조심스레 닿아오는 온기를 모른 척해준다. 손가락이 얽혔다. 발밑에서는 잘그락대며 솔방울이 즈려 밟히는 소리가 났다.
打断他的声音说道。必须得回去了。想起曾给勇志读过的绘本童话。十二点的钟声敲响时,灰姑娘也是这般心情吗?就是那种刚离开舞会魔法就消失的感觉。一边暗自低语一边挪动脚步。身侧能感觉到跟随而来的脚步声。假装没注意到那只小心翼翼触碰掌心的温暖。手指交缠。脚下传来松果被踩碎的咯吱声响。

어두운 밤이었다.  那是个漆黑的夜晚。








2474년 1월 20일의 연구일지  2474 年 1 月 20 日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T-52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记录者:前田陸 / T-528 项目首席研究员

인간 대상 15차 임상이 성공했다. 소장이 직접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그 사실을 발표했다. 아직 상용화를 위한 작업이 조금 남아 있긴 했지만, 랩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드디어 지긋지긋했던 Z-바이러스를 타개할 해결책이 나타났다며, 지긋지긋하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종료되었다며, 대단한 업적을 혼자 세웠다며, 가는 곳마다 얼굴을 아는 이들이, 또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 나를 추켜세웠다.
人类对象第 15 次临床试验成功了。所长亲自召集全体职员宣布了这个消息。虽然离商业化应用还有些收尾工作,但实验室已洋溢着节日气氛。人们说终于找到了解决棘手的 Z 病毒的方法,说与这个顽疾的战争结束了,说我独自立下了汗马功劳。所到之处,认识的不认识的人都对我赞不绝口。

이제 더이상 랩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모든 자료를 소각하고 실험체를 폐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미 일주일 전 미리 명령을 받은 3연구실은 자료 소각을 완료하고 실험체 사살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음은 2연구실 차례라고, 실장이 연구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实验室已无存在必要。销毁所有资料、废弃实验体的命令已经下达。据说一周前接到指令的 3 号实验室已完成资料焚毁,开始处决实验体。接下来轮到 2 号实验室了——所长召集全体研究人员宣布时,我的脑袋几乎要炸裂。

다들 우리가 세상을 구했다고 한다. 우리였던 적 없어서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다. 세상을 구하는 일이 원래 이렇게 별거 아닌 건가. 분명 나는 원하던 것을 이뤘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성공적인 연구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는 인정 받았다. 내 가치를 여과 없이 증명했다. 게다가 이건 내 인생의 마지막 연구일 거다. 앞으로 나는 자유를 얻게 된다. 기쁠 일이다.
人人都说是我们拯救了世界。或许因为从未真正属于"我们",我始终无法理解。拯救世界原本就是这般微不足道的事吗?我确实实现了夙愿。这项空前成功的研究正迈向终点。我获得了认可,毫无保留地证明了自身价值。况且这将是我人生最后的研究,从此我将重获自由。本该欣喜若狂的。

기쁘지 않다.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일 년 내리 연구에 실패했을 때보다 더.
却丝毫高兴不起来。只感到前所未有的空虚,比连续一年研究失败时更甚。



“유우시.”  "勇志。"

삼 주 만에 만난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쿠… 부르튼 입술에 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들으며 마에다 리쿠는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时隔三周再见,他面容明显憔悴了许多。"陸..."听到自己名字从对方干裂的唇间挤出,前田陸暗自叹了口气。


소각 및 폐기 명령이 떨어진 이후, 마에다 리쿠에게는 개인적인 명령이 하나 더 떨어졌다. T-528과의 접촉 금지. 머리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지만, 입은 멋대로 움직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왜 그러시는지 이유라도 알려주십시오. 아직 최종 샘플 채취가 남지 않았습니까. 다급하게 물으니 팀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샘플 채취야 다른 연구원이 진행하면 되고, 인간 대상의 폭력성이 통제가 안 돼서 전투형 개체도 부적합 판정이 났는데 더이상 접촉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그리고 그건 우선 사살할 예정이니 정 떼라고. 서론이 길었지만, 리쿠는 알 수 있었다. 방점은 마지막에 찍혀 있었다.
焚毁处置令下达后,前田陸又接到一道个人禁令:禁止接触 T-528。理智上明白这是正确决定,嘴巴却擅自行动了。"这不行。至少请告诉我理由。最终样本采集不是还没完成吗?"见我急切追问,组长抱臂答道:"样本采集换其他研究员就行,人类对象的暴力倾向失控,连战斗型个体都被判定不合格,没必要再接触了。而且那东西优先处决名单,趁早死心吧。"虽然铺垫很长,但陸听明白了——重点落在最后那句。

왜요?  为什么?

일개 연구원 주제에 하늘 같은 팀장한테 개겼다. 왜, 어떻게, 뭐 때문에. 생전 궁금해 본 적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던 것들. 제 신상에 이로울 게 하나 없어 일부러라도 멀리했던 것들. 여태까지 이곳에서 그런 식으로 말해본 적 없었는데, 마치 누군가 제 입술에 주문을 건 것처럼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리쿠는 당황했으나 팀장은 마치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픽 웃었다.
区区一个研究员竟敢对高高在上的组长出言不逊。为什么,怎么敢,凭什么。这些生前从未好奇过、也从未说出口的话。这些对我个人毫无益处、刻意回避的事。至今为止从未在此地这样说过话,却像被人施了咒语般自然脱口而出。陸顿时慌了神,而组长却仿佛早有预料般突然笑了。

“역시 내 착각이 아니었어. 마에다, 자아가 생겼네?”
"果然不是我的错觉。前田,你产生自我意识了?"

“.......”  "......."

“자네는 순종적인 맛이 있었는데 말이야. 하자는 많지만, 언제나 조직을 우선시하는 점만큼은 높게 샀었지. 그게 네가 주제에 책임 명찰씩이나 달고 있는 이유고. 모르지 않을 텐데?”
"你原本的顺从很合我胃口。虽然想法很多,但始终把组织放在首位的特质最令我欣赏。这就是为什么你能挂着责任徽章——你心里应该清楚吧?"

“......”

“묻자. 내가 그걸 마에다 책임에게 설명할 이유가 있나?”
"问得好。我有必要向'前田负责人'解释这个吗?"

목소리를 들으며 머리를 굴린다. 짐작 가는 구석은 있었다.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거겠지. 이곳에서 온갖 비인도적인 대우를 당하고 목도한,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실험체가 사회에 방생된다는 게 무서운 거겠지.
听着声音转动思绪。隐约能猜到缘由。他们想销毁证据吧。毕竟让这个遭受非人待遇、会说"人话"的实验体流入社会,光是想象就令人胆寒。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실장의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비협조적인 태도가 위험하다며, 방에서 짐이나 싸고 나올 생각 하지 말라고 했다. 그날 이후 마에다 리쿠의 방문 앞을 무장 병력이 지켰다. 식사도 모두 방으로 배달이 되었다. 갑갑했다. 창문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폐까지 찔러오는 모래알갱이가 그나마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抬头看见课长紧锁的眉头。他说不合作的态度很危险,让我在房间里收拾行李别想出去。那天起全副武装的士兵就守在前田陸门前。三餐都送进房间。闷得慌。只有开窗深呼吸时,刺痛肺部的沙粒才能让我感觉自己还活着。

나는 연구원이고, 유우시는 실험체다.
我是研究员,勇志是实验体。

종일 중얼거리며 뇌에 박아 넣으려 했던 말은 밤이면 꿈이 되어 리쿠를 괴롭혔다. 그가 나오는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베개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슬픈 꿈도 아니었다.
那些终日喃喃自语想要刻进脑海的话语,到了夜晚便化作梦境折磨着陆。每当梦见他后醒来,枕头总会浸得湿透。可那也并非悲伤的梦。

그저 평범한 어느 날의 기억들. 어느 어린 늑대와의.
只是某个平凡日子的记忆。与一只幼狼的。


리쿠- 힘들어?  陸- 很累吗?

아니. 왜 자꾸 나보고 힘드냬?
不。为什么总问我累不累?

리쿠 얼굴이 힘들어 보여.  陸的脸色看起来很疲惫。

눈꼬리를 추욱 늘어뜨리며 유우시가 단어를 마구잡이로 내뱉기 시작한다.
勇志耷拉着眼角,开始胡乱吐出单词。

바다. 보라. 봄. 공부. 귀여워. 사랑해.
大海。紫色。春天。学习。可爱。我爱你。

꿈속에서 자신은 귀 끝을 붉히며 그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그만해 그만. 안 힘들어. 그러면 유우시는 으레 짓는 그 부루퉁한 얼굴을 하며 제게 입술을 내밀었다. 웃으며 입을 맞춘다. 하얀 백열등밖에 없는 사육실에 어쩐지 자연광의 햇살이 들어차는 것 같았다.
梦中自己红着耳尖,在他额头上弹了个爆栗。够了够了。不累。于是勇志照例摆出那副气鼓鼓的表情向我撅起嘴唇。我们笑着接吻。只有白炽灯的饲养室里,不知为何仿佛充满了自然光的暖阳。

주로 그렇게 끝난다. 늑대의 입술을 깨물고. 팔랑거리는 속눈썹이 내 앞볼을 간지럽히고. 그러면 나는 간지러워서 웃고. 가슴팍에 곰살맞게 머리칼을 부비는 유우시를 끌어안고.
通常都是这样结束的。咬着狼的嘴唇。颤动的睫毛轻搔着我的脸颊。于是我被痒得发笑。将毛茸茸蹭着我胸膛的勇志搂入怀中。

꿈에서 깨어나면 리쿠는 제 입꼬리를 만진다. 꿈에서와 달리 그건 어떻게 해도 좀처럼 올라가질 못했다. 손을 꽉 말아쥐며 손바닥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제법 길게 자라 따가웠다. 정신 차리자. 실험체일 뿐이야. 나 편하자고 관계 형성한 거다. 전쟁은 끝났다. 나는 이제 자유야. 다 잊어버리자. 흔들리지 마. 흔들리지 말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방안을 채웠지만 머릿속까지 채우지는 못했다.
每当从梦中醒来,陸总会触碰我的嘴角。与梦中不同,那弧度无论如何都难以扬起。我紧握拳头,指甲深深掐进掌心。已经长得有些长的指甲刺痛皮肤。清醒点。不过是实验体罢了。只是为了自己方便才建立的关系。战争已经结束了。我现在是自由的。全都忘掉吧。不要动摇。绝不能动摇。喃喃自语填满了房间,却没能填满脑海。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혀 있다 풀려났다. 이유가 웃겼다. T-528의 최종 샘플 채취에 제동이 걸렸으니 가서 달래라는 것이었다. 검사실 관할 연구원 하나를 해쳤다고 했다. 목이 물어 뜯겨서 피 분수를 뿜으며 급히 의무실로 호송되었지만 결국엔 사망. T-528에 대한 평가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난폭함. 포악함. 고위험군. 다 뛰어넘고 무려 소장 선에서 특별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인간의 피 맛을 본 개는 오늘 쓸모를 다할 테니 내일 당장 사살 처리하라고. 겉은 번지르르했지만, 마에다 리쿠는 그 행간을 모를 리 없었다. 백 번 돌려 말해봤자 다 같은 말이다.
刚从时间与精神的囚笼中解放,理由却荒唐可笑。因 T-528 最终样本采集受阻,竟要我去安抚。据说它咬伤了实验室一名主管研究员,脖颈被撕咬得鲜血喷涌,虽紧急送医仍不治身亡。T-528 的评估重新回到了原点:凶暴、残虐、高危。更离谱的是,据说所长亲自下达了特别指令——尝过人血的狗今日既已无用,明日立即处决。表面冠冕堂皇,但前田陸岂会读不懂字里行间的真意。纵使百般婉转,终究都是同一个意思。

T-528은 죄가 없다. 다만 용도를 다했을 뿐이다. 잡음 없고 흠결 없는 아름다운 피날레를 위해, 인류의 축제를 위해, 쓸모를 다한 짐승은 퇴장을 선고받았다. 그뿐이다.
T-528 没有罪。它只是完成了自己的使命。为了无杂音无瑕疵的完美终章,为了人类的庆典,耗尽用途的野兽被宣告退场。仅此而已。

검사실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리쿠의 눈에 들어온 건, 흉포한 고위험 실험체가 아닌 마르고 외롭고 슬퍼 보이는 어린 늑대였다. 리쿠는 한숨을 내쉬며 유우시에게 다가갔다. 그가 작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팔을 벌렸다. 머뭇거리다 그를 품에 안았다. 익숙한 온기가 몸을 데웠다. 목께에서 달싹대는 입술이 꺼슬거렸다. 그러나 유우시는 좀처럼 소리를 내지 못 했다.
推开检查室的门时,映入陸眼帘的并非凶暴的高危实验体,而是一只瘦弱、孤独又悲伤的小狼。陸叹了口气走向勇志。对方轻声呼唤他的名字张开双臂。犹豫片刻后,他将他拥入怀中。熟悉的温暖包裹了身体。颈间不安分的嘴唇蹭得发痒。但勇志始终没能发出声音。

마치 처음 연구원 명찰을 달았을 때처럼. 빼빼 마른 설표를 품에 안고 달래며 그의 샘플을 채취했을 때처럼, 유우시를 베드에 눕혔다. 의자에 앉혀 진행하기엔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유우시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나 리쿠는 입을 맞추지 않았다.
就像初次佩戴研究员胸牌时那样。如同怀抱瘦骨嶙峋的雪豹安抚并采集样本时那样,得能勇志被安置在床榻上。他的状态已不适合坐在椅子上进行。勇志撅起嘴唇,但前田陸并未吻上去。

다 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었어. 여태까지도, 지금도, 나는 너를 해칠 거야. 아프게 할 거야. 아주 많이 힘들게 할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을 믿지 마. 해치지 않겠다는 내 약속을 믿지 마. 나를 믿지 마. 나를 위하지 마. 나를 위해 참으려고 하지 마. 그냥.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
都是谎言。全都是谎言。从过去到现在,我终将伤害你。让你疼痛。让你备受煎熬。所以别信我的话。别信我不伤害你的承诺。别相信我。别为我着想。别为我忍耐。就这样。什么都别做。

할 수 없는 말 대신 그를 끌어안았다. 가슴팍에 그의 얼굴이 닿았다. 삽관이 진행되자 고통스러운 숨소리와 잘게 떨리는 머리통이 느껴졌지만, 끝끝내 땀방울 외에 제 가슴팍을 적시는 물기는 없었다.
无法言说的情绪化作拥抱。他的脸颊贴上胸膛。插管过程中能感受到痛苦的喘息与微微颤抖的头颅,但最终浸湿胸口的只有汗珠,没有其他湿润。

넌 기어코. 기어코 울지 않는 법을 배웠네.
你终究...终究学会了不流泪的方法啊。

그 사실은 아마 나를 남은 평생토록 울게 할지도 모르겠다.
这个事实或许会让我余生都泪流不止。


“리쿠…”  "陸…"

채취가 끝나고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유우시가 리쿠를 불렀다. 왜.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해보지만 품에 안긴 채 리쿠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걱정이 묻어있다. 네까짓 게 왜 그런 눈을 하느냐고. 네 주제에 나를 왜 걱정하느냐고 어깨를 붙들고 소리치고 싶다. 마에다 리쿠는 울컥대며 올라오려 하는 것을 열심히 쑤셔 넣었다. 그건 한숨의 모양을 하고 목 뒤로 삼켜졌다.
采样结束后,勇志用恍惚的声音呼唤前田陸。为什么。虽然试图用平静的语气说话,但仰躺在怀中注视陸的眼神仍透着担忧。你这家伙凭什么露出那种眼神。你凭什么担心我——想抓住肩膀这样吼叫。前田陸将哽咽着要起身的他用力按回去。那声叹息化作形状,被咽回喉咙深处。

“산책… 산책 가자…”  “散步…我们去散步吧…”

힘없이 부서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리쿠는 고개를 돌려 바깥에 서 있는 팀장을 바라본다. 그는 마지막 작별인사 앞에 관대해진 양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기력 쇠약한 실험체와 연구원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리쿠는 살짝 머리를 숙여 목례를 했다. 팀장이 뒤돌아 연구실로 돌아갔다.
听着虚弱破碎的声音,陸转头望向站在外面的组长。面对最后的告别,组长似乎变得宽容,点了点头。毕竟一个虚弱的实验体和研究员能做什么呢。陸微微低头致意。组长转身回到了实验室。


휘청거리는 유우시를 부축하며 걸었다. 언덕을 올라가며 몇 번이고 넘어지는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여기 진짜 가야겠어? 유우시는 그냥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끄덕끄덕. 뙤약볕 아래에서 본 유우시의 입술은 푸른색에 가까웠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살랑이지도 않았다. 리쿠는 다리에 힘을 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他搀扶着摇摇晃晃的勇志前行。在上坡时多次摔倒的勇志被重新扶起时,他问道:真的要来这里吗?勇志只是含混地摇着头。点头点头。烈日下勇志的嘴唇近乎青紫,被汗水浸湿的头发也不再飘动。陸绷紧双腿继续向前走去。

꼭대기에 올라와 숨을 좀 돌리려고 하는데 제게 몸을 기대고 있던 녀석이 도리질을 쳤다. 아냐. 더 가야 돼. 조금만, 조금만 쉬었다 가자. 안 돼. 단호한 목소리에 무릎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래. 가자. 삐걱대는 인간과 비척거리는 늑대가 함께 무거운 다리를 움직였다.
登上山顶想稍作喘息,倚靠在他身上的家伙却突然挣扎起来。不行。还得继续走。就休息一会儿,一会儿就好。不行。听到这坚决的声音,他移开了撑在膝盖上的手。好吧。走吧。嘎吱作响的人类和踉跄的狼一同迈动沉重的双腿。

“리쿠.”  "陸。"

얼마나 더 갔을까. 이제 그만 사육실로 돌아가야 할 때라 말하려던 리쿠의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멈췄다. 제 이름을 부르며 환히 웃는 유우시의 얼굴 때문에 목구멍에 걸려버린 탓이었다.
不知又走了多久。当陸想说该回饲养室时,声音却卡在喉咙里没能发出。因为勇志正灿烂地笑着呼唤他的名字,那笑容让他语塞。

“힘들 때, 여기 와.”  "累的时候,来这里。"

휘어진 눈꼬리를 하고 두 팔을 벌린 유우시의 뒤에는 붉은색 꽃이 대지를 메우고 있었다. 언젠가 그가 내 무릎에 얹어줬던 꽃다발의 출처 같았다. 마에다 리쿠는 입을 벌린 채 그곳을 바라본다.
眼角弯弯张开双臂的勇志身后,红色花朵铺满大地。那似乎就是曾经放在我膝上那束花的来源。前田陸张着嘴凝视着那片花海。

“리쿠가 유우시 힘들 때 저기 갔어.”
"陸在勇志累的时候去过那里。"

손가락으로 지나온 언덕 정상을 가리키며 말한다. 유우시의 눈이 빛나고 있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他用手指着来时的山顶说道。勇志眼中闪烁的光芒,或许只是因为心情好吧。

“유우시는 리쿠 힘들 때 여기.”
"勇志会在陸累的时候来这里。"

한참 동안 바라본 그의 뒤에는 여기저기 파헤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곳에서만 그런 건 아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꽃을 헤집어댄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꽃들은 다 엉성하게, 하지만 뿌리만은 보이지 않게 묻혀있었다. 자신의 시선이 꽂힌 그곳에 눈길을 돌린 유우시가 배시시 웃었다. 하얗고 반질한 이가 드러났다.
他身后四处都是被翻掘的痕迹。并非只在一处,似乎辗转多地刨挖过花朵。这里的花全都凌乱不堪,但根部都被仔细掩埋着。勇志将目光投向自己视线所及之处,突然咧嘴笑了。露出洁白锃亮的犬齿。

“다 리쿠 꺼. 제일 예쁜 거.”
"都是陸的。最漂亮的那些。"

가장 예쁜 꽃을 모아 가장 예쁜 꽃밭을 선물하려 했단다. 산책을 다녀오면 언제나 흙투성이가 되어있던 그가 떠올랐다. 한낱 늑대 주제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친 지도 모르는, 내일 당장 죽을 위기에 놓인 줄도 모르는 열등한 짐승 주제에. 인간이 네게 무슨 짓을 한 줄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 주제에.
原来是想采撷最美的花朵,打造最绚丽的花圃作为礼物。想起他每次散步回来总是满身泥土的模样。区区一匹狼罢了。连自己身处何等境地都不知晓,明天就可能命悬一线的低等畜生罢了。连人类对你做过什么都不明白的蠢货罢了。

“울지 마.”  "别哭。"

“안 울어.”  "“不哭。”"

말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제 사육사 아니라고 가오도 뭣도 없다 이건가. 멍청한 늑대가 제게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눈앞이 뿌옜다. 시야가 흐릿해질 때마다 리쿠는 가운 소매로 눈을 벅벅 부벼 닦았다. 이곳을 한시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저해상도로 우글대는 그림이 아닌, 좀 더 선명한 모습으로. 좀 더 예쁘게. 제일 예쁘게. 영원히 남겨놓고 싶었다.
话音刚落泪水就决堤而出。现在不是饲养员了所以连尊严都不要了吗。这蠢狼到底对我施了什么魔法。眼前一片模糊。每当视野朦胧时,陸就用白大褂袖子狠狠擦拭眼睛。他想将这里的景象多留存一刻——不是低分辨率蠕动的画面,而是更清晰的姿态。更美好的。最美好的。想永远珍藏起来。

늑대가 다가와 제 볼을 핥았다. 리쿠우. 울지 마. 리쿠 웃는 게 좋아. 그러나 주인은 끝끝내 그가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다.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시야를 차단했다. 소리 없는 울음이 목구멍으로 먹혀들었다.
狼凑过来舔了舔我的脸颊。陸。别哭。我喜欢看陸笑。但主人最终都没能露出他喜欢的表情。扑通跪坐在地用双手挡住视线。无声的呜咽哽在喉咙深处。

사람이 된 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
真正变成人类的不是你,是我。



밤이 깊은 새벽, 마에다 리쿠는 방에서 탈출했다. 
深夜凌晨,前田陸从房间里逃了出来。

유우시를 사육실에 데려다주고 연구실이 분주한 틈을 타 제 자리에 있던 마취제를 소매에 숨겨 들어왔다. 잠자코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먹는 족족 게워내는 바람에 입에 잘 대지 않던 밥도 싹싹 긁어먹었다. 오랜만에 비워진 식판을 보며 식사를 배달해주던 소타가 문밖에서 드디어 정신 차렸냐고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어. 짧은 대답에 정리되는 대로 밖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리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쥔 마취제를 만지작거렸다.
将勇志送回饲养室后,趁着研究室忙碌的空档,前田陸把原本放在自己位置上的麻醉剂藏进袖子里带了回来。他沉默地等待着时间流逝。由于吃多少吐多少,连平时难以下咽的饭菜也都吃得干干净净。看着久违的空餐盘,送饭的苏塔在门外终于松了口气说"总算清醒了吗"。嗯。简短应答后对方说收拾完就出来见面。陸一言不发地摩挲着手中的麻醉剂。

제멋대로 정한 거사 시간이 되었다. 문을 박찬 마에다 리쿠는 곧바로 호위 둘의 목덜미에 주사를 꽂아 넣었다. 이곳에 인간용 마취제는 없다. 짐승용뿐이다. 인간에겐 버거운 그것이 퍼져나가자 그들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눈이 완전히 감기는 것까지 확인한 리쿠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뒷주머니가 불룩했다.
到了擅自决定的行动时刻。踹开门的瞬间,前田陸立即将注射器扎进两名守卫的后颈。这里没有人类用的麻醉剂,只有兽用型。当对人类而言过强的药效扩散时,他们的身体立刻变得僵硬。确认守卫完全闭眼后,陸迅速移动脚步。他的后裤袋鼓鼓囊囊的。

익숙한 사육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일 당장 사살 예정이라 그런지 보안이 허술했다. 거진 일 년간 살다시피 했던 사육실 내부를 주욱 훑는데도 찾던 인영이 보이지 않았다. 리쿠는 입을 열었다.
推开熟悉的饲养室大门走进去。或许因为明天就要执行处决,安保十分松懈。几乎住了一整年的饲养室内扫视一圈,仍不见要找的仁英身影。陸开口了。

“나와.”  "出来。"

낮은 목소리가 방안에 깔렸다.  低沉的声音在房间里蔓延开来。

말똥한 눈으로 갸웃거리는 유우시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책상 밑에서였다. 손엔 인어공주 그림책을 들고 있었다. 매번 리쿠 공부할 때 심심하다며 괜히 들어가 손장난 치던 곳이었다. 꼭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공백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눈앞에 그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리쿠는 이를 악물며 겨우 생각을 털어냈다.
勇志睁着圆溜溜的眼睛从书桌底下探出头来,手里还拿着《小美人鱼》图画书。那里是他每次看陸学习觉得无聊时,总爱钻进去摆弄小玩意的地方。仿佛昨日重现,中间空白从未存在。那画面在眼前清晰浮现,但此刻无暇沉浸感伤。陸咬紧牙关勉强挥散思绪。

“이리와.”  "过来。"

“리쿠?”  “陆?”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온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살이 얼마나 내린 건지 바지가 헐렁거려 밑단이 질질 끌리고 있었다. 마치 처음 그와 외출을 한 날처럼 바짓단을 조심히 접었다. 몸을 일으켜 허리춤도 접어주니 더이상 바지가 끌리지 않았다. 유우시는 계속해서 리쿠? 리쿠? 하며 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반가움이 잔뜩 묻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또 외면했다.
他竖着耳朵走近时,我在他面前蹲了下来。不知瘦了多少,裤腿空荡荡地拖在地上。像初次与他外出那天般,我仔细折起裤脚。起身时又折了折腰际,裤子终于不再拖地。勇志不停地喊着"陸?陸?",我一次次避开那充满欣喜的呼唤声。

어깨에 메고 온 가방을 그에게 둘러 매줬다. 한 손에는 먹이통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사육실을 한 번 둘러본 리쿠는 유우시의 손을 잡았다.
我将肩上的背包转给他背上,一手拎起饲料桶。前田陸最后环视了一圈饲养室,握住了勇志的手。

“산책 가자.”  "去散步吧。"

“산책? 아까도 갔어.”  "散步?刚才不是去过了。"

“이번엔 뛰어서 갈 거야.”  "这次要跑着去。"

“달리기?”  "跑步?"

“그래, 달리기.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멈추면 안 돼. 알았지. 계속 뛰는 거야.”
"对,跑步。我没喊停就不准停。记住了,要一直跑下去。"

“좋아. 언제부터?”  "好啊,什么时候开始?"

아무것도 모르는 유우시는 눈을 빛내며 묻는다. 별 같아. 지금은 먼지투성이 하늘 때문에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별 같아. 리쿠는 무언가를 속으로 꾹꾹 눌러 담으며 웃었다. 희미하게 미소가 번지니 늑대의 입술이 다가온다. 들이받진 못하고 코앞에서 눈을 깜빡이며 눈치를 봤다. 낮에 외면당한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리쿠는 망설임 없이 그의 입술을 살짝 물었다 뗐다. 나 말이야. 이번에는 진짜로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처음으로 거짓말이 아니야. 제 속을 알 길 없는 늑대는 신난 듯 히죽 웃었다. 곱게 말린 입꼬리가 참 예뻤다. 참 예뻐서 리쿠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눈을 꾹 감았다 떴다.
毫不知情的勇志眨着发亮的眼睛问道。像星星一样。像被尘雾遮蔽已久不见踪影的星星。前田陸将某种情绪用力压进心底,笑了。微笑漾开的瞬间,狼的嘴唇凑了过来。没敢直接撞上,只在鼻尖前眨着眼睛试探。似乎还在介意白天被躲开的事。但陸毫不犹豫地轻咬了下他的唇又松开。听好了。这次真的不会伤害你。是第一次没有说谎。不明白主人心思的狼开心地咧嘴笑了。那微微翘起的嘴角真好看。好看得让陸有点想哭。他使劲闭了闭眼睛。

“지금부터.”  "「从现在开始。」"

뛰어!  跑起来!


밖으로 나온 유우시는 익숙하게 언덕 쪽으로 내달렸다. 유우시, 여기! 리쿠의 목소리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곧장 반대로 달리고 있는 리쿠 쪽으로 따라붙는다. 밤에 나온 건 처음이라 그런지 신나서 여기저기 킁킁대고 돌아다닌다. 마에다 리쿠는 속이 탔다. 그럴 시간 없어. 얼른 와. 그렇게 방향 지정을 해줄 때마다 제게 따라붙었다가, 콧잔등에 앉은 벌레랑 놀다가. 다시 함께 달리다가, 발밑에 핀 꽃을 꺾어 들고 내밀었다가. 정신없는 뜀박질을 반복하다 정문 앞에 도착한다. 숨을 몰아쉬며 리쿠는 여전히 신이 난 그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래. 그렇게 살아. 잘할 수 있지? 묻고 싶었다.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약속 한 번 지킨 적 없는 나쁜 사육사 주제에 짐승의 약속을 받아내고 싶었다.
冲出室外的勇志熟练地朝山坡方向奔去。"勇志,这边!"前田陸的声音拽住了他的后颈。他立刻调转方向追向正在反方向奔跑的陸。或许是第一次夜间外出,兴奋得四处嗅闻打转。前田陸心急如焚。"没时间磨蹭了,快跟上!"每次指明方向时,那家伙就会跟上来,转眼又去逗弄鼻梁上停驻的飞虫。重新并肩奔跑时,突然折下脚边绽放的野花递过来。在这样昏头转向的反复折返跑中,他们终于抵达正门前。陸喘着粗气,将那张依然神采奕奕的脸庞烙入眼底。是啊,就这样活着。你能做到的,对吧?他想问出口,想听见回答。明明是个从未遵守过承诺的糟糕饲养员,此刻却妄图得到野兽的誓约。

실험체를 방생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최소 무기징역 최대 사형이겠지만.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마에다 리쿠는 더이상 비겁하게 살 자신이 없었다. 죄 없는 T-528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피날레를. 인류의 축제를. 그가 구한 세상을. 
若释放实验体的事败露,最轻也是无期徒刑,重则死刑。并非不感到恐惧。但前田陸已无法继续怯懦地活着。他想让无辜的 T-528 也看见。那华美的终章。人类的庆典。他拯救的世界。

늑대는 인간이 됐다. 쓸모를 다한 사육사는 자신의 퇴장을 선고한다. 마에다 리쿠는 심호흡 끝에 정문 개폐 장치에 손을 댔다.
狼化作了人形。完成使命的饲养员宣告自己的退场。前田陸深吸一口气,将手按在了正门开关装置上。

「인간용 · 짐승용 · 물자용 · 차량용」
「人类用 · 兽类用 · 物资用 · 车辆用」

인간용.  人类规格。

버튼을 꾸욱 누른 리쿠가 유우시를 정문 밖으로 밀쳤다. 개폐 장치를 누르고 딱 3분. 그 안에 보안실에 신호가 간다. 신호가 가자마자 뛰어올 게 분명했기 때문에 3분 안에 유우시를 보내야만 했다. 늑대는 앞으로 걸어갔다. 불빛 내는 벌레에 신경이 팔려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 그렇게 쭉. 그렇게 쭉 가.
用力按下按钮的陸将勇志推出正门外。自按下开关起恰好三分钟。届时信号会传至保安室。他们必定会闻讯赶来,所以必须在三分钟内送走勇志。狼向前走去。被发光昆虫吸引了注意力,未曾回头。就这样。一直走。一直走下去。

“리쿠 안 와?”  “陸不来了吗?”

석연찮음을 깨달은 유우시가 갑자기 뒤를 돌아서는 제게 묻는다. 대답을 하지 않으니 외려 정문 쪽으로 다가온다. 리쿠는 입 안쪽 살을 짓씹으며 한 손에 든 먹이통에서 고깃덩이 하나를 꺼내 멀리 던졌다. 유우시는 눈을 빛내며 고깃덩이가 그리는 포물선을 따라갔다. 그러더니 또다시 방향을 틀어 제게로 뛰어왔다. 가라고. 그냥 가라고. 주문을 외워보지만 기어이 다가와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연다.
察觉到异样的勇志突然转身问我。见我不回答,反而向正门方向走来。前田陸咬着口腔内侧的肉,从手中饲料桶里掏出一块肉团远远抛出。勇志眼睛发亮地追着肉团划出的抛物线。可转眼又调转方向朝我奔来。走啊。快走啊。我默念着咒语般的话,他却执拗地凑近,睁圆眼睛张开了嘴。

“리쿠, 왜 안 와?”  "陸,为什么不过来?"

순해 빠진 얼굴을 보며 마에다 리쿠는 다시 한번 고기를 던졌다. 하지만 유우시는 제자리에 서서 고개만 갸웃거렸다. 리쿠 이상해. 왜 안 와? 같이 놀아. 목소리를 들으며 리쿠는 천천히 먹이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看着那张天真无邪的脸,前田陸再次扔出肉块。但勇志只是站在原地歪着头。陸好奇怪。为什么不来?一起玩嘛。听着这声音,前田陸慢慢将饲料桶放在地上。

“왜 왔어. 멈추라고 안 했잖아.”
"为什么过来。不是让你停下吗。"

“리쿠도 같이 가야 산책이야.”  "陸也一起走才算散步啊。"

“너 말 안 들을 거야?”
"你不听我话吗?"

“리쿠랑 같이 갈래.”  "我想和陸一起走。"

“오늘은 유우시 혼자 달리기하는 거야. 얼른, 뛰어.”
"今天该勇志自己跑步。快,跑起来。"

도리질을 친다. 입술이 불퉁하게 나온다.
他撅起嘴来。嘴唇高高地嘟着。

“싫어. 안 해. 리쿠 없으면 다 싫어.”
"不要。我不干。没有陸的话全都不要。"

정에 약한 짐승. 바보 같은 짐승.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야 하는 적기를 모른다. 왜 모를까. 늑대들은 사냥을 잘하잖아. 틈을 노리다 뛰어드는 건 맹수의 본능이잖아. 내가 너의 야생성을 빼앗았나. 뭐 좋은 거라고 자유와 본능 대신 틀에 박힌 인간의 것을 가르쳤나. 치사하고 무료하고 멋없는 삶을, 누르고 견디고 버티는 것 따위를 왜 가르쳤나. 너는 네가 사랑하던 것들을 잊었나. 네가 갈구하던 자유를, 네가 살아왔던 숲과 풀의 냄새를 모두 잊은 걸까. 나 때문에.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들이마시는 바람에 알알이 모래알이 씹혔다. 칼칼한 목을 억지로 가다듬었다. 찌르르 가슴께에 전류가 통하는 걸 모른척했다.
容易心软的野兽。愚蠢的野兽。连该头也不回全力冲刺的时机都不懂。为何不懂呢。狼群明明很擅长狩猎。伺机突袭本就是猛兽的本能。是我剥夺了你的野性吗。究竟有什么好,非要教你用框架束缚的人性取代自由与本能。为何要教你那些卑劣无趣又丑陋的生存方式,那些压抑忍耐与强撑的把戏。你是否已忘记自己深爱过的一切。是否连渴求的自由,与栖息过的森林草木气息都遗忘了。都是因为我。霎时间怒火中烧。吸入的风中夹杂着沙粒在齿间摩擦。强行清了清火辣辣的喉咙。假装没察觉胸口窜过阵阵刺痛电流。

“먼저 가.”  "你先走。"

“리쿠도 같이 가.”  "陸也一起走。"

“좀만 이따가 따라갈게.”  "我待会儿就跟上。"

“그럼 나도 이따 갈래.”  "那我也等会儿再走。"

리쿠랑 같이-  要和陸一起-

말하며 다시 문 안으로 걸어 들어오려고 한다. 개폐 장치에서는 붉은빛이 나기 시작한다. 보안실에서 정문이 열린 걸 확인했다는 소리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유우시는 무슨 놀이라도 하는 듯이 눈을 접어 웃으며 도리질 친다. 가방을 달랑거리며 신나는 걸음으로 다가들었다.
说着又要往门里走。启闭装置开始泛起红光。这是监控室确认正门已开启的信号。不明状况严重性的勇志像在玩闹般眯眼笑着蹦跳起来。晃着背包蹦蹦跳跳地凑近过来。

“...나 지금 너 놔주는 거야. 가. 말 들어.”
“...我现在要放你走了。走吧。听话。”

“싫어. 안 가.”  "不要。我不走。"


삐삐삐삐  哔哔哔哔

삐삐삐삐삐  哔哔哔哔哔

붉은빛 경광등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경보음을 만들어낸다. 멈추지 말라고 했잖아. 그냥 가던 대로 가면 되는데. 사회화를 학습한 늑대는 기어이 제 품에 돌아오려 든다. 제발. 그냥 가. 자유롭게 살아. 제발 좀. 이렇게 빌 테니까. 리쿠는 시큰거리는 눈두덩이를 애써 무시한다. 이걸 꺼낼 일은 없기를 바랐는데. 결국, 다급한 손길로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권총을 빼 들었다.
红色警灯开始旋转发出警报声。不是说过别停下吗。明明继续往前走就好。这匹学会社会化的狼却执意要回到我怀里。求你了。走吧。自由地活着吧。算我求你。我都这样恳求了。陸强忍着酸胀的眼眶。本希望永远不必动用这个。最终还是慌忙地从后袋掏出那把手枪。

“가. 이제 다 끝났어.”  "走。现在一切都结束了。"

유우시를 향해 조준했다. 가라고!!! 어지러운 경보음에 섞인 목소리가 날카롭게 째진다. 
枪口对准勇志。快走啊!!!混在刺耳警笛声中的喊叫尖锐地撕裂空气。

처음으로 직접 위해를 가하려 하니 유우시의 눈이 평소보다 배로 커졌다. 멍청해. 너무 멍청해 너. 이딴 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계속 너한테 못 할 짓 하고 있었어. 계속 너를 아프게 하고 있었어. 너를 위협하고 때리고 욕한 사람들보다 너한테 더 나쁜 짓 하고 있었어. 너를 어르고 달래서 네 피를 빼먹었어. 너를 고통 속에서 살게 했어. 그런 주제에 울지 않는 법을 배우게 했어. 나는 너에게 인간만 할 수 있는 짓을 하고 있었어. 너 같은 짐승은 세 번 다시 태어나도 배우지 못하는 거. 움츠러든 어깨를 하면서도 조심히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는 그를 보다 기어이 눈물이 터진다. 울분이 뒤엉킨 음성이 막을 새 없이 입가를 타고 터져 나왔다.
第一次要直接伤害对方时,勇志的眼睛瞪得比平时大一倍。蠢货。你真是蠢透了。这根本不算什么。我一直在对你做更恶劣的事。一直在伤害你。比那些威胁你、打骂你的人对你更残忍。用甜言蜜语哄骗你吸食鲜血。让你活在痛苦中。还让你学会不哭的本事。我对你做的事只有人类才做得出来。像你这样的野兽轮回三次也学不会。看着他瑟缩着肩膀仍小心翼翼一步一挪的样子,我终于崩溃大哭。混杂着愤懑的呜咽声不受控制地从嘴角迸发。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제게 겨눠져 있는 총구가 보이지도 않는지 냅다 달려온다.
一听到哭声,连对着我的枪口都顾不上看就冲了过来。

리쿠. 리쿠 울어? 울지 마. 리쿠 울지 마. 응?
陆。 陆在哭吗? 别哭。 陆不要哭。 嗯?

망설임 없이 연구소의 문 안에 발을 집어넣으며, 애써 내보냈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 그에게는 한때 감옥이었고 지옥이었던 곳으로 망설임도 없이.
他毫不犹豫地将脚踏入研究所大门,重新折返这条曾费尽心力逃离的路。 对他而言,那是曾经的监狱与地狱,却依然毫无踌躇。

너 한 발자국 더 오면 쏠 거야. 오지 마. 여기 오면 너 죽어.
再往前一步我就开枪。 别过来。 敢靠近就杀了你。

뱉는 단어마다 자글자글 구겨져 있다. 아무리 목에 힘을 주어 봐도 빳빳하게 펴지지 않는다. 말끝이 달달대며 뭉그러진다. 떨리는 목소리가 형편없었다. 최악이네. 그러나 유우시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每个吐出的字词都皱皱巴巴地蜷缩着。 无论如何绷紧喉咙也无法说得流畅。 话尾黏黏糊糊地糊成一团。 颤抖的声音糟糕透顶。 真是差劲。 但勇志依然没有停下。

“내가 못 쏠 것 같아?”
“你觉得我射不中吗?”

“리쿠우…”  "陸…"

철컥.   咔嚓

타앙-  哐当

바람을 가르는 위협적인 소리와 다르게 유우시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어렸을 적부터 손에서 총 놓을 일 없던 랩키즈답지 않은 행태였다. 눈앞의 늑대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했다. 네가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체 뭘 안다고 그런 눈으로 나를 봐.
那记划破长空的威胁性声响,却连勇志的一根汗毛都没伤到。这完全不像从小枪不离手的说唱少年该有的水准。眼前的狼露出了"果然如此"的表情。你懂什么。明明一无所知。到底凭什么用那种眼神看着我。


새빨간 경광등.  鲜红的警示灯

뇌까지 울리는 경보음.  震彻脑髓的警报声。

뒤에서 달려오는 무장 병력들의 발소리.
身后武装部队逼近的脚步声。

그리고 눈앞의 유우시.  以及眼前的勇志。


마에다 리쿠는 안다. 자신의 실험체가 무엇을 가장 끔찍해 하는지를.
前田陸很清楚,自己的实验体最恐惧什么。

적기는 지금뿐이라는 것도.  也知道时机只有现在。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킬 정신도 없다. 광대를 타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새어 나오는 뜨거운 방울을 느끼며 천천히 총구를 제 관자놀이에 가져다 댄다. 그와 동시에 아무렇지 않았던 유우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사육사 폼 아직 안 죽었네. 실험체가 뭘 제일 무서워하는지 이렇게 잘 알잖아.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볼품없게 달달 떨렸다. 저를 향해 걷던 유우시의 발걸음이 뜀박질로 바뀌었다.
连抑制奔涌泪水的余力都没有。泪水顺着脸颊不断滑落。感受着每次眨眼时渗出的滚烫泪珠,他缓缓将枪口抵上自己的太阳穴。与此同时,始终面无表情的勇志突然扭曲了面容。"饲养员架势还没死透嘛。明明这么清楚实验体最怕什么..."颤抖的嘀咕声不成调地发着抖。原本向他走来的勇志突然变成了奔跑。

더 오면 쏠 거야. 나 죽어버릴 거야.
再过来我就开枪。我会死的。

하지 마… 하지 마 리쿠!!
不要...不要啊陸!!

늑대는 울 때 저런 목소리를 내는구나. 마치 하울링 하는 듯한 목소리로 애타게 제 이름을 부른다. 어차피 방아쇠 당겨봤자 죽는 건 난데 너는 왜 그런 얼굴을 해. 왜 내가 네 세상이야.
原来狼哭泣时会发出这样的声音。他用近乎嚎叫的声音焦灼地呼唤我的名字。"反正扣动扳机死的是我,你为什么要露出那种表情。为什么我成了你的全世界。"

심호흡을 한다. 너는 멍청한 늑대니까 속아줘야 해. 내가 진심이라고 믿어줘야 해. 혹은 내가 진심이 아닌 거 알아도 그냥 도망가 줘야 해. 나를 잊어버려야 해. 자유로워져야 해. 인간을 멀리해야 해. 마음속으로 부탁도 한다. 운을 떼려다가 도저히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아 눈을 감는다. 가라앉는 눈꺼풀을 따라 볼에 눈물선이 그어진다.
他深吸一口气。"因为你是笨狼才要骗你啊。必须让你相信我是真心的。或者就算知道我在说谎,也请你转身逃走吧。忘记我。获得自由。远离人类。"他在心里默默祈求。试图开口却发不出声音,只能闭上眼睛。随着眼帘垂落,泪痕在脸颊划出轨迹。


…너랑 있기 싫어.  …不想和你在一起。

너 안 가면 내가 죽을 거야.
你不走的话我会死的。


사위가 소음으로 가득 찼지만, T-528은 낮게 가라앉은 마에다 리쿠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잘게 떨리고 있는 목소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을 꿇는다. 당장 달려도 모자랄 시간에 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뜬다. 늑대는 인간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온기라곤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가장 사람답게 애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엉망이었다. 엉망이라 안아주고 싶었다. 입술을 짓씹어 생각을 털어낸 마에다 리쿠는 소리를 지른다.
虽然四周充满噪音,但 T-528 仍能清晰听见前田陸低沉的嗓音。那微微颤抖的声音。他来不及思考就跪了下来。在分秒必争的时刻,传来扑通跪坐的声响使他睁开了眼。狼正做着人类的举动。在这毫无温度的地方,露出了最像人类的哀切表情。糟透了。正因为糟透了才想拥抱他。前田陸咬紧嘴唇甩开杂念,发出了一声嘶吼。

“가!!! 제발 좀 가라고!!!”  “走啊!!!求求你快走啊!!!”

총을 고쳐 쥐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장전이 완료된 총의 걸쇠에 검지를 올린다. 늑대의 야간 시력과 청각은 뛰어나다. 내 목숨을 걸고 하는 최후의 협박을 못 볼 리 없고 못 들을 리 없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유우시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갈게. 나 갈게, 리쿠. 그거 하지 마. 응? 하지 마.
重新握紧了枪。随着咔嚓一声,食指搭上完成上膛的枪栓。狼的夜视力和听觉都很出色。这意味着他不可能看不见、听不见我以性命相胁的最后通牒。正如预料,勇志慌忙撑起身子。我走。我这就走,陸。别那么做。嗯?别这样。

유우시가 두 팔을 올렸다. 엉엉 울며 자신을 말린다. 아. 소리 지르면서 울고 싶다. 그냥 주저앉아서 울고만 싶다. 그는 제가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배웠다. 이건 항복 자세다.
勇志举起了双臂。抽抽搭搭地哭着阻止我。啊。好想放声大哭。只想瘫坐在地上痛哭。他学会了我从未教过的东西。这是投降的姿势。

인간의 언어로 그는 말하고 있다.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他用人类的语言说着。不会伤害你。

네가 늑대의 언어를 버리고 인간의 언어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했던 짓. 너를 해치기 위해 해치지 않겠다며 간악하게 들어 보였던 두 손. 너를 아프게 하려고 가짜 안심을 줬던 숱한 거짓말. 진짜만 보는 너는 몰랐던 인간의 이기심과 배신. 억눌린 울음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문득 리쿠는 협박이 아닌 진심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구멍을 내면 숨이라도 끊어지겠지. 가슴에 구멍이 나는 건 어쩔 길도 없다.
在你抛弃狼族语言适应人类话语期间不断重复的把戏。那双看似凶恶实则承诺不伤害你的手。那些为刺痛你而编织的虚假安慰。只懂真实的你从未察觉的人性自私与背叛。压抑的呜咽冲出喉咙。忽然陸真心想扣下扳机而非威胁。在脑袋上开个洞至少能停止呼吸。若是击穿心脏就真的无计可施了。

미련한 늑대는 끝까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어둠 속에서도 죽죽 흩뿌려지는 눈물방울이 가슴을 때렸다.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완전히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시야에 담았다. 흐리멍덩한 시야를 닦고, 닦고, 또 닦았다. 뒤에서는 수신호 주고받는 손짓까지 느껴질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愚笨的狼最终踉跄着倒退。黑暗中四溅的泪珠砸得胸口生疼。恍若晴空降暴雨。目送他完全走入森林。反复擦拭模糊的视野,擦了又擦。后方距离近得能感受到交换暗号的手势。

퍽-  砰-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어둠에 빠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잘 도망쳤는지가 궁금했다. 달리느라 접어준 바짓단이 풀리면 어떡하지. 넘어질 텐데. 칠칠맞은 늑대가 다칠 텐데. 그냥, 그냥 그런 게 걱정됐다. 희미해지는 시야에서 제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달리던 유우시를 더듬으며 눈을 감았다. 이내 퓨즈가 끊겼다. 죽은 듯이 눈을 감은 얼굴 옆선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后脑遭受重击。陷入黑暗前最后惦记的是他是否逃得够远。奔跑时卷起的裤脚松开怎么办。会摔倒的。那个冒失的狼会受伤的。只是,只是担心着这种事。在逐渐暗淡的视野里追寻着始终凝视我奔跑的勇志,闭上了眼睛。保险丝随即熔断。如死般紧闭的眼睑边缘滑下泪水。

이제 아픈 거 하지 마.
现在别做会痛的事了。

잘 가.  一路走好。

내 늑대.  我的狼。





 






유우시 메이 칸타 이츠키 루이 …… 루토 렌 지미.
勇志 梅 坎达 树 路易 …… 鲁托 连 吉米。

지미.  吉米。

나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실험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 고치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별종 취급이 싫어서 보기 좋은 핑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을 붙여서 불러주면 라포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그게 사실인 것처럼 떠들고 다녔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게 정말인 것처럼도 느껴졌다. 내 병은 어느새 팁이 되어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我有个顽固的毛病,就是总爱给实验体起名字。虽然无数次试图改正却总是失败。因为讨厌被当作怪胎,我编造了个冠冕堂皇的借口——给它们起名呼唤能极大促进情感联结。我到处宣扬这套说辞,久而久之连自己都信以为真。不知不觉间,这个毛病竟成了流传各处的经验之谈。

내 설표 지미.  我的雪豹吉米。

내 발병 원인인 지미는 좀 많이 아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빼빼 말라 있어서 살 좀 찌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 일찍 사육동 공용 먹이통에 가서 고깃덩이를 꺼내 그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청소를 마친 밤이면 고된 몸을 이끌고 그 앞에 가서 내 얘기를 털어놨다. 지미는 밥이나 달라고 그르렁댔지만, 그게 마치 내 말을 듣고 있다는 리액션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마음 붙일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지미만큼은 성실하게 내 얘길 들어줬다. 자질구레한 뻘소리에 지루하다는 티를 내지도, 내 부끄러운 모습에 나를 평가하지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건 아니다 저건 안 된다는 나를 재단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았다. 지미는 그냥 지미였다. 그냥 내 옆에 있어 줬다.
让我发病的吉米确实病得不轻。初次见面时它瘦骨嶙峋的模样,让我总想把它喂胖些。没人要求我这么做,我却每天天不亮就去饲养室的公共食槽取肉块分给它,就这样开始一天的生活。每当深夜打扫完毕,我总会拖着疲惫的身子到它跟前倾诉。虽然吉米只是发出讨食的呼噜声,但那反应就像在认真听我说话般令人欣慰。在这个无处安放真心的地方,只有吉米会真诚地听我唠叨。它不会对琐碎废话露出厌烦,不会评判我难堪的模样,更不会用"该这样不该那样"的教条来框住我。吉米就是吉米,只是安静地陪在我身边。

처음 케이지 안에 손을 넣고 지미의 털을 쓰다듬었을 때 난 정말 짜릿했다. 맹수가 내게 등을 내어줬다는 건 피상적인 이유였고, 실은 걔가 나한테 마음을 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거였다. 근데 상상했던 것만큼 털이 부들하진 않아서 좀 속상했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털에서 윤기가 나면 더 예쁠 것 같아. 걔 앞에서 종알대면서 형이 꼬옥 그렇게 해주겠다며 작은 주먹을 내밀었다. 지미가 머리를 꽁하고 부딪혀왔다. 저가 마음먹으면 아작나는 건 일도 아닌 한 입 거리 인간의 형 노릇에 잘도 따라줬다. 시키지 않은 책임감을 짊어진 나는 연구실에 몰래 잠입까지 했다. 컨디션이 빠르게 올라와야 하는 실험체에게 놓는 영양제를 훔쳐 와 지미의 팔에 꽂아줬다. 걔는 서툴게 들어간 주삿바늘에 아프다고 목을 긁어 울면서도 몸부림치지 않았다. 내가 하는 거라 꾹 참아준 걸 거다.
第一次将手伸进笼子抚摸吉米毛发时,我激动得浑身战栗。表面理由是猛兽对我袒露了后背,实则是因为它似乎向我敞开了心扉。不过它的毛发没想象中柔软,让我有点失落。现在它已经这么漂亮了,要是毛发再油亮些该多好。我在它面前絮絮叨叨说着"哥一定会让你变更好",还伸出小拳头比划。吉米突然用脑袋重重撞过来。明明能轻易咬碎我这个塞牙缝都不够的人类,却配合地扮演着弟弟的角色。怀着这份自找的责任感,我甚至偷偷潜入实验室,偷来给急需恢复的实验体注射的营养剂,扎进吉米的前肢。针头笨拙地刺入时,它痛得抓挠喉咙呜咽,却始终没有挣扎——大概因为是我就默默忍住了。

매일같이 가던 도서관에서는 빌려오는 책이 달라졌다. 자기 계발 연구 독학 사육서 같은 책들에서 지미 같은 동물이 나오는 동화책 같은 거로 바뀌었다. 지나다니는 어른들에게 쿠사리 먹지 않으려고 빌려온 마구잡이 책이 아니라 그냥 걔한테 읽어 주고 싶은 책이었다. 예상대로 지미는 그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책 읽어 주다 너도 이랬어? 묻기도 했고, 나중에 네가 다 나으면, 실험이 끝나면 우리 나가서 뭐할까. 처럼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도 했다. 지미에게 기대어 밤을 보내면 쪽잠 자고 나와서 종일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도 힘들지가 않았다. 나는 아마 지미에게서 힘을 얻었던 것 같다. 내가 걔를 많이 좋아해서.
常去的图书馆里,借阅的书籍渐渐变了。从自我提升、研究论文、养殖手册变成了吉米这类动物出现的童话书。不再是随便借来应付大人眼光的杂书,而是真心想读给它听的故事。果然吉米格外喜欢这些书。读着读着我会问"你也这样吗?",也会自言自语"等你痊愈了,等实验结束,我们出去后要做什么呢"。靠着吉米度过的夜晚,哪怕只浅眠片刻,白天四处奔波也不觉得累。我大概是从吉米身上获得了力量吧。因为我如此喜欢它。

내 유일한 친구는 지미였고, 지미의 유일한 친구도 나였다.
我唯一的朋友是吉米,吉米唯一的朋友也是我。

지미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사실에 갔을 때, 나는 비명이 터지지 않도록 혀를 콱 깨물어야만 했다. 교육관에서 내도록 배운 장면이 울렁거렸다. 분명 나는 청소나 사체 태우는 잡일보다, 훨씬 중요하고 쓸모 있는 걸 하고 싶었는데. 매일같이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멋진 연구원이 되어 부하들에게 실험 지시하는 상상도 해봤는데. 설렜던 것들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니 속이 뒤틀렸고 눈앞이 우글거렸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꾸며내며 걔를 꽉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프지 마. 죽지 마. 울지 마. 입술 위에 올라오는 목소리와 다르게 목구멍에 걸린 말들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听到吉米说需要我时,走进检验室的那一刻,我不得不死死咬住舌头才没让尖叫脱口而出。训练馆里反复演练的场景在胃里翻涌。明明我想做的是比打扫或焚烧尸体更有价值的事啊。每天坚持意象训练,幻想过成为优秀研究员指挥下属做实验的模样。当曾经憧憬的一切在眼前化为现实时,五脏六腑都绞成一团,视野里爬满扭曲的暗影。只能强装镇定紧紧抱住他。别疼。别死。别哭。与唇间溢出的轻柔安慰不同,哽在喉头的字句早已皱皱巴巴。

지미가 죽던 날, 나는 스스로에게 불량품 딱지를 붙였다. 끔찍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에 어울리는 아이로 자라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엔 나는 너무 나약하게 태어났다는 걸 깨달은 거다.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것도. 왜냐면 나는.
吉米死去的那天,我给自己贴上了残次品的标签。被可怕的恐惧感彻底吞噬。我生于此地,本有义务长成适合此处的孩子。却发现自己生来就太过脆弱,无法那样活着。而且已无回头路可走。因为我是——

나는 지미가 아프지 않길 바랐다. 버석한 지미의 털이 부들부들해지길 바랐고, 빼빼 마른 몸에 살이 올라 통통해지길 바랐다. 나가서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지길 바랐고, 언젠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걔가 자유롭게 살길 원했다. 감히 걔의 행복을 원했다. 하지만 지미는 멍청하고 오만한 어린애의 오지랖 때문에 죽을 날을 앞당겨 받았다. 처음 맡은 연구부터 완전한 실패로 시작했던 거다 난.
我希望吉米不要生病。希望它干枯的毛发能重新变得蓬松柔软,瘦骨嶙峋的身体能长回圆润的模样。盼着它能恢复健康到可以外出奔跑玩耍,有朝一日重返野外。我渴望它能自由生活,甚至奢望过它的幸福。但那个愚蠢傲慢的小鬼多管闲事,让吉米提前迎来了死期。从接手这个研究的第一天起,我就注定要迎来彻头彻尾的失败。

내 고질병은 이름을 붙여주는 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건 아주 끈질기고 지독했다. 지미가 죽은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실험체를 맡고 그들의 사육실에 들어가고 케이지 안에 손을 뻗어도 물리지 않게 되고 먹이를 주고 친밀해지고 동화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다시금 눈을 감겨주고. 쉴 새 없이 쳇바퀴가 굴렀다. 그리고 나는 매번 빠짐없이 실패를 했다.
我的顽疾并非止于赋予名字。它顽固又恶劣,即便在吉米死后也依旧如此。接手其他实验体,进入他们的饲养室,将手伸进笼子也不会被咬,喂食、亲近、读童话书、唱歌。再次为他们阖上双眼。转轮无休止地转动着。而每一次,我都毫无例外地失败了。

어린 나는 매일 밤 베개를 적시며 주문을 외웠다. 실험체를 사랑하지 말자. 이용만 하자. 정 주지 말자. 그깟 짐승이 뭐가 중요해. 나는 그들보다 중요한 인류의 구원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 시대고, 그래야만 하는 곳이라는데. 나만 다른 건 슬퍼. 나만 슬픈 건 이상해. 나만 이상한 건 불공평해. 그러나 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다. 쉽사리 해방되지 못했다. 날 때부터 랩에 어울리지 않았던 하자 많은 나는 마치 열성 신자들이 기도하는 것처럼, 이름 모를 신에게. 어쩌면 지미에게 매일같이 중얼이며 빌었다. 내가 이상하지 않게 해줘. 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줘. 내가 더 외롭지 않게 해줘.
年幼的我每晚浸湿枕头,反复念诵咒语:不要爱上实验体。只利用就好。别付出真心。区区野兽有什么重要。我研究的可是比它们重要得多的人类救赎。这个时代允许这样,这地方必须这样。只有我与众不同真可悲。只有我悲伤真奇怪。只有我异常真不公平。可我始终无法习惯。难以轻易解脱。天生与实验室格格不入的残缺之身,我就像狂热的信徒般,向无名之神——或许是对着吉米——日日呢喃祈求:让我别这么异常。让我能够活下去。让我不再如此孤独。

폐기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부지런히 적응했고 부지런히 생존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됐다. 어느덧 나를 속이는 데 무리가 없어졌다. 나는 지미를 잊었다. 정확히는 지웠다. 지미는 내 꿈에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자주 구역질을 하지도 않았고, 눈물로 베개를 적시지도 않았고, 악몽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따금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실험체들 위에 겹쳐 보이는 잔상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그래 나는 가까스로 모두를 속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했던 거다.
不想被废弃的我拼命适应,拼命生存。时光流逝,我长大成人。不知不觉间,欺骗自己已不再费力。我忘记了吉米。确切地说是抹去了。吉米不再出现在我的梦里。我不再频繁作呕,不再用泪水浸湿枕头,也不再被噩梦折磨。但偶尔掠过眼前的、与实验体重叠的残影却始终无法抹去。是啊,我勉强骗过了所有人,却终究没能战胜任何事。


유우시를 보낸 날, 오랜만에 지미를 만났다. 죽지 말라는 내 외침대로 살아 움직이는 채였다. 지미는 눈 덮인 산을 민첩하게 뛰어다녔다. 과연 설표다운 용맹함이었다. 지미는 아프지 말라는 내 바람대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털에선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다. 나는 지미에게 물었다. 이제 안 아파? 
送走勇志那天,我时隔许久见到了吉米。它正如我"别死"的呼喊般活蹦乱跳。吉米在积雪的山间敏捷地奔跑,尽显雪豹般的勇猛。它也如我"别生病"的祈愿般健康,身子圆润了不少,皮毛泛着油亮光泽。我问吉米:现在不疼了吧?

지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미는 대답을 할 수 없는데도. 나는 지미에게는 인간의 말을 가르친 적 없는데도. 그런데도 난 그걸 믿었다. 믿고 싶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어. 그러자 지미는 내게 되물었다. 괜찮아? 나는 대답했다. 안 괜찮아. 지미는 약하게 내 귀를 깨물었다. 아프다기보단 간지러웠다. 맹수로 돌아갔으면서, 이제 건강해졌으면서, 지미는 여전히 한 입 거리 인간에게 다정하게 대해줬다. 지미가 말했다. 리쿠, 난 괜찮아.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턱 끝에 맺힌 눈물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 응. 그럼 나도 괜찮아.
吉米这么回答了。明明吉米不可能回答的。明明我从未教过吉米人类的语言。可我还是相信了。想要相信。我松了口气点点头。这样就够了。这时吉米反问我:没事吗?我回答:有事。吉米轻轻咬了下我的耳朵。比起疼痛更觉得痒痒的。明明已经恢复成猛兽,明明已经痊愈了,吉米依然温柔对待我这个一口就能吃掉的人类。吉米说:陸,我没事。我又点了点头。悬在下巴的泪珠滴落在手背上。嗯。那我也没事。

이제 괜찮아. 정말로.  现在没事了。真的。


돌아보건대 나는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었어야 했다. 손익과 로직이 엄호하는 세상에서 개연성 없는 행복을 꿈꿨으니까. 쓰여야 살아남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증명할 필요 없이 존재하고 싶어 했으니까. 어처구니없는 희망을 꿈꿨으니까. 그걸 꿈꾸게 하는 것들을 자꾸 사랑했으니까. 어쩌면 하루도 적응한 적 없었겠지. 내 생존은 그래 전부 억지였겠지. 다만 나는 남들과 다른 게 더는 두렵지 않다.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 나는 지구가 황폐하고 사랑이 종말된 25세기에 날 때부터 입뺀을 먹은 별종이다. 답 없는 하자품이다. 이곳에 부적합한 폐급 개체다. 저주받은 연구원이다. 난 인간으로 태어났고, 감히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죄로, 실패한 인생을 선고받았다.
回想起来,我早该被废弃了。因为在盈亏与逻辑主宰的世界里,我竟梦想着不合常理的幸福。生而为必须有用才能存活的人类,却妄想无需证明就能存在。因为做着荒唐的美梦。因为总是爱上那些让我做梦的事物。或许我一天都不曾适应过。我的生存本就是强求。但我不再害怕与众不同。我选择接受。是的,我是地球荒芜、爱情终结的 25 世纪诞生的异类。是无解的瑕疵品。是不适合此地的废品个体。是被诅咒的研究员。我生而为人,却因妄图像人一样生活的罪过,被宣判了失败的人生。

그래도 이제 다 괜찮았다.  但现在一切都好了。








2474년 2월 28일의 연구일지  2474 年 2 月 28 日的研究日志

작성자 : 마에다 리쿠 / _____________
作者:前田陸 / _____________

백신의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범세계연합 보건기구는 비상사태의 해제를 발표했고, 바이러스의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각계각층의 소견이 밝혀졌다. 바이러스 사태가 빠르게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식적으로 Z-바이러스는 이제 없다. 따라서 더이상 랩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으므로. 원래 그렇게 가치 없는 것들은 없어지는 게 맞다. 그러니 나도 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랩에서 태어났고 랩에서 가르친 대로 인간이길 포기하며 자랐으니 사회에 풀려나 봤자 해악이 될 것이고, 어딘가에 뿌리내려 봤자 독초가 될 것이다.
疫苗开始投入商用。全球联合卫生组织宣布解除紧急状态,各界意见均表明病毒危险性已降低。有消息称病毒事态正快速趋于稳定。官方宣告 Z 病毒已不复存在。因此实验室也没有继续存在的必要——它既无存在理由也无存在价值。原本那些毫无价值的东西就该消失。所以我也失去了活下去的理由。在实验室出生,按照实验室教导放弃为人身份而成长的我,即便回归社会也只会成为祸害,在任何地方扎根都终将化作毒草。

어느 시대에서나 그랬듯 배신자의 말로는 처참하다.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랩의 존재와 극비리에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는 실험체를, 그것도 흉포하기로 이름난 고위험군 실험체를 독단적으로 방생한 나의 처분은 예상대로 사형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인류의 역사에서 지워졌다. 인류를 구원한 프로젝트에 배신자의 이름이 올라갈 수는 없다며 팀장이 대신 책임 타이틀을 가져갔다. 당연히 논문도 빼앗겼다. 가짜 저자는 중앙 지부에 간부 명찰을 달고 들어갔다고 한다. 이송을 준비하는 내게 종종 몰래 먹을 걸 넣어주던 소타는 부당하다 중얼댔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도 분하지도 않았다.
如同任何时代的叛徒下场般凄惨。我擅自放走了知晓实验室存在与所有机密项目的实验体——而且还是凶名昭著的高危实验体,最终判决如预期般是死刑。理所当然地,我从人类历史中被抹去。"拯救人类的项目不能留下叛徒名字",组长代我领走了责任头衔。论文自然也被夺走。听说冒名作者挂着中央支部干部的名牌入职。经常偷偷给我塞食物的小田嘟囔着不公,但我既不惊讶也不愤怒。

세간은 Z-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성공한 연구라고 칭했다. 2421년 선포되었던 세계 재난 위기가 해제되었다. 반세기만이었다. 인류는 이제 더이상 속수무책으로 감염자에 당하고 있지 않는다. 그들이 밀고 들어오면 삶의 터전을 두고 도망가기 바빴던 사람들은 백신 개발 후 감염자와 맞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범세계연합에서는 감염자 대응 병력을 꾸려 그들을 진압하러 다녔다. 감염자가 없는 곳에서 지난한 서바이벌을 벌였던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다시금 넓어졌다. 도시에 사람들이 폭증하여 발생했던 문제들이 사라졌다. 여전히 살기 어려운 땅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인구수와 생산량, 수확량이 사이좋게 올라갔다. 범세계연합은 인류의 존속 가능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인류가 멸종 유예 판정을 받았다. 비로소 아름다운 피날레였다.
世人盛赞这是成功研发 Z 病毒疫苗的研究。2421 年宣布的全球灾难危机宣告解除。仅仅半个世纪。人类不再对感染者束手无策。当感染者进犯时,那些曾慌忙弃家逃命的人们如今能与之对抗。全球联盟组建镇压部队四处清剿感染者。在无感染者区域艰难求生的人们生活圈再度扩大。城市人口暴增引发的问题随之消失。虽然这片土地依然不宜居住,但随着最大难题解决,人口数、生产量与收获量都和谐增长。全球联盟为人类延续争取了更多时间。人类获得了灭绝缓刑判决。终于迎来完美终章。

하지만 내 연구는 실패했다.
但我的研究失败了。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실패했다. 내 연구는. 내 연구는.
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失败了。我的研究。我的研究。

완전히 실패했다.  彻底失败了。

 

 

거친 손길이 마에다 리쿠를 덮쳤다. 얼굴 위에 복면이 씌워졌다. 두 팔을 잡고 뒤로 끌어 밧줄로 묶고서는 양옆에 달라붙어 리쿠를 끌고 갔다. 아무런 예고 없던 상황에도 마에다 리쿠는 기이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오늘이구나.
粗糙的手掌突然袭向前田陸。面罩被粗暴地套在他脸上。抓住双臂向后拖拽,用绳索捆绑后,两侧的人架着陸向前走去。在这毫无预兆的突发状况中,前田陸却感受到奇异的轻松。就是今天了。

해제된 세계적 재난 위기. 끝나버린 바이러스의 위협. 그것만을 위해 설계된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행복을 되찾은 군중 속에서 공허해졌다. 고대하며 달려왔던 지난날이 꼭 신기루 같았다. 여기서도 부적격 판정이군. 늑대를 보내던 그날 방아쇠를 당길 걸 그랬나. 슬픔으로 꽉 찬 채 죽는 게 차라리 나았을까. 텅 비어버린 느낌이 도리어 어색했다. 그냥 얼른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全球灾难警报解除。病毒威胁彻底终结。在这个为应对危机而设计的设施中长大的他,却在重获幸福的人群中感到无比空虚。曾经拼命追逐的往日,此刻恍若海市蜃楼。在这里也被判定为不合格啊。当初送走狼群时,真该扣下扳机的。或许带着满心悲伤死去反而更好。这种空荡荡的感觉反而令人不适。他只想着赶快结束这一切。

오래도록 무언가를 먹지 못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리쿠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걸었다. 두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리쿠를 끌고 가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밀어 넣었다. 우당탕 굴렀을 때 차가운 바닥이 출렁였다. 호송차에 태워진 모양이었다.
长久未进食的身体使不上力气。陸像是被拖拽着前行,双腿完全不听使唤。押送他的人突然停下脚步,将他粗暴地推入某处。哐当翻滚时,冰冷的车底传来震动——看来是被塞进了押运车。

호송차는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덜덜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이 고스란히 몸에 와닿았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몸이 차체가 흔들릴 때마다 덜컹거리며 튀어 올랐다. 정신머리는 빼놨으면서 아픈 건 또 느껴졌다. 윽,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갔다. 단단한 바닥에 저항할 수 없이 부딪히는 건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호송차는 숲을 지나기도 했고, 삼삼오오 모여든 인파를 뚫기도 했고, 끝도 없이 늘어진 평야를 달리기도 했다. 리쿠는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사정없이 닭장 안을 굴렀다. 귀를 찌르는 시끄러운 배기음이 꼭 장송가처럼 들렸다.
押送车没耽搁太久时间。在未铺砌的道路上颠簸行驶的震动感清晰地传遍全身。没被固定好的身体随着车身摇晃不断弹起又落下。虽然神志不清,痛感却格外鲜明。喉咙里不由自主溢出"呃"的呻吟。硬邦邦的车底无情撞击着躯体,带来难以忍受的剧痛。押送车时而穿过森林,时而冲破三三两两聚集的人群,时而又在无边无际的平原上飞驰。陸在铁笼里被摔得前仰后翻,像只待宰的鸡仔般滚来滚去。刺耳的引擎轰鸣声,听来竟像送葬的哀乐。

유우시.  勇志。

바닥을 뒹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엔 작게, 그다음엔 좀 더 크게. 욕심껏 제가 지어준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내가 지나온 곳곳 어디쯤엔 너도 있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수신인 없는 물음을 던진다. 닿지 못한 물음표가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갇혀있던 좁은 창고에 홀로그램처럼 둥둥 떠다니던 그를 떠올린다. 커다란 박스 속에 들어가서 뒹굴던 유우시. 랙에 올라타 놀다가 엎어버리고 눈알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 보던 유우시. 작게 난 창문에 매달려 밖을 구경하던 유우시. 모두 허상인 건 알지만. 그는 그곳에 들어온 적이 없으니, 모든 광경은 제가 꾸며낸 거란 걸 알지만. 마에다 리쿠는 그곳에서 나올 때까지 끝끝내 유우시에게 말 한 번 걸지 못했다. 말을 걸면 도망갈까 봐. 그렇게라도 볼 수 있어 좋았으니까.
我在地上打滚呼唤着他的名字。起初轻声细语,而后渐渐提高音量。贪婪地咀嚼着我为他取的名字。在我走过的每个角落,你是否也曾驻足?现在过得好吗?向无人接收的虚空抛出问句。未送达的问号在空气中漂浮游荡。想起那个如全息影像般飘荡在狭小仓库里的身影。钻进大纸箱里打滚的勇志。爬上货架玩耍却摔下来,眼珠骨碌转着察言观色的勇志。扒在窄小窗沿张望外界的勇志。明知皆为幻影。他从未踏入此地,所有画面不过是我虚构的妄想。前田陸直到离开都没能对勇志说出一句话。生怕开口就会惊走这幻影。能这样看着已是莫大幸福。

유우시.  勇志

마에다 리쿠는 감았던 눈을 떴다. 여전히 눈앞은 어두웠다. 캄캄한 그곳에는 더이상 유우시가 없었다. 환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 뒤에 꽉 묶인 손을 더듬대며 바닥을 짚었다. 차가웠다. 리쿠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다. 떼어내려 해도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어린 늑대의 이름을.
前田陸睁开了紧闭的双眼。眼前依然一片漆黑。在那黑暗深处,已经没有了勇志的身影。连幻影都不曾出现。他摸索着被牢牢绑在身后的双手,触到了地面。冰冷刺骨。陸眨了眨眼,再次呼唤那个名字。那个如同幼狼般无论如何撕扯都紧咬不放的名字。

유우시.  勇志。

 

쾅!!!  砰!!!

그리고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仿佛回应般,车身剧烈摇晃起来。

콰앙-!!  轰——!!

다시 한번 치받는 무언가에 거세게 기우뚱하던 차가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차단된 시야 대신 예민해진 청각이 저 앞에서 나는 비명을 잡아챘다. 괴물이야!!! 도망가!! 따위의 소리가 귓구멍에 때려 박혔다. 여기까지 오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남자들의 고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비규환의 현장에서는 총과 칼의 소리도,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다. 침입자는 그들을 무기 없이 맨손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호송차가 덜컹댈 때마다 불규칙하게 심박이 가속했다.
再次遭受撞击的囚车猛烈倾斜,开始向一侧倾倒。被遮蔽的视觉让敏锐的听觉捕捉到前方传来的尖叫。"是怪物!!!快逃!!"这类喊声直刺鼓膜。押送途中从未听过的男人们惨叫此起彼伏。但在这片混乱中,既无枪械刀剑的声响,也无爆炸轰鸣。入侵者正徒手压制着他们。每当囚车颠簸,不规则的心跳就加速鼓动。

앞좌석이 조용해졌다. 터벅대며 걷는 소리가 얇은 호송차 안까지 들어왔다. 익히 알고 있는 걸음 소리였다. 눈두덩이 위에서도 맥박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철문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前座安静了下来。拖沓的脚步声穿透单薄的囚车壁传来。那是他再熟悉不过的步履。即使隔着肿胀的眼睑也能感受到太阳穴的脉动。紧接着,禁锢自己的铁门被撕裂的声响传来。

문짝을 뜯어낸 침입자가 걸음을 옮겨 제 앞에 멈춰 섰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몰아쉬는 숨소리만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묶여있는 두 손을 이로 끊어낸다. 뜨거운 숨결이 손목 끝에 닿아 알 수 있었다. 익숙한 손길이 자신을 업어든다. 단단하게 둘러매는 손의 촉감이 까슬해서 알 수 있었다. 몸이 맞붙자, 마에다 리쿠를 내도록 울게 했던 익숙한 피 냄새가 났다. 다급하게 물었다. 다쳤어? 대답 대신 마에다 리쿠의 몸이 붕 떴다. 그는 그 어느날처럼 뜨거운 등에 달라붙어 침입자의 목을 둘러 안았다.
扯下车门的入侵者移步至他面前停下。虽未言语,但那急促的喘息声已昭示其身份。他用牙齿咬断捆缚双手的绳索。灼热的吐息拂过腕部皮肤时便已确认。熟悉的臂膀将他托起。粗糙却有力的捆扎触感如此鲜明。当身体相贴,那股曾让前田陸失声痛哭的熟悉血腥味扑面而来。"受伤了吗?"他急切追问。代替回答的是前田陸突然悬空的身体。如同往昔那般,他紧紧攀附在那炽热的背脊上,双臂环住了入侵者的脖颈。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마에다 리쿠는 인공 호흡 끝에 살아난 사람처럼 급히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가만히 업혀 목에 팔을 꽉 두르고 있는 주제에 쉴 새 없이 헐떡댔다. 죽는 게 무섭지 않았었는데. 오늘이 너무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 나를 속이고 있었나 보다. 볼을 타고 뜨뜻한 게 흘러내렸다. 참 멋도 밸도 없다고, 이 와중에도 마에다 리쿠는 생각했다.
劈风疾驰。前田陸像刚结束人工呼吸般急促喘息起来。明明被安静地背着,手臂紧紧环住对方脖颈,却仍止不住地剧烈喘气。明明不害怕死亡的。本以为今天能及时赶到已是万幸。看来我又在欺骗自己。温热液体顺着脸颊滑落。真是既没出息又狼狈啊,这种时候前田陸还在想着。

툭.  啪嗒。

눈물방울이 침입자의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발걸음이 뚝 멈췄다. 리쿠를 단단하게 감싸안고 있던 팔이 조심스레 풀어졌다. 그를 어딘가에 내려놓은 침입자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복면을 걷어냈다. 갑자기 강한 빛이 들어와 리쿠는 두 눈을 찡그렸다.
泪珠落在入侵者的后颈上。脚步声戛然而止。原本紧紧环抱陸的手臂小心翼翼松开。将他放在某处的入侵者用谨慎的手势掀开面罩。突然射入的强光让陸皱起双眼。

“리쿠.”  "陸。"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빛에 적응되자 코앞 얼굴의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찬다.
听着声音缓缓抬起眼帘。适应光线后,近在咫尺的面容渐渐清晰起来。很快便鲜明地映入视野。

“보고 싶었어.”  “我好想你。”

흑백이었던 화면이 컬러로 바뀐다. 무성 영화에 대사가 생겼다. 부드러운 목소리, 곱게 휘어진 눈매,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해사한 미소까지. 나무랄 곳 없는 주연 배우가 피날레에 등장했다. 참 예뻤다. 참 예뻐서 마에다 리쿠는 엉엉 울고 싶어졌다.
黑白画面突然变成了彩色。默片有了对白。温柔的嗓音,弯弯的笑眼,闪亮的瞳孔和明媚的笑容。无可挑剔的主角在终幕登场。真美啊。美得让前田陸忍不住想放声大哭。

“...내가 도망가랬잖아.”  "...我不是让你逃走了吗。"

“갔어.”  "是逃了。"

“근데 여긴 또 왜,”
"那为什么又来这里,"

 

바다.  大海。

리쿠가 좋아하는 바다 찾았어.  找到了陸喜欢的大海。

그래서 리쿠를 찾았어.  所以来找陸了。

웃음기 섞인 그의 목소리에 괜히 성을 내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마에다 리쿠는 그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떼어내 앞을 바라봤다.
夹杂着笑意的声音让原本带着怒意的嗓音戛然而止。前田陸移开定格在他身上的视线,望向正前方。

바보 늑대 같으니라고.  真是只笨狼啊。

입술 사이로 웃음이 픽, 튀어나왔다. 유우시는 제 웃음소리를 듣고는 좋아? 리쿠 좋아? 속눈썹을 깜빡이며 동그란 눈을 빛냈다.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좋으면 이거 해달라고 입술을 주욱 내밀었다.
噗嗤一声,笑意从唇间溢出。勇志听到自己的笑声后眨着亮晶晶的圆眼睛问:开心吗?陸开心吗?若无其事地歪着头。就像昨天才见过面似的,撒娇般嘟起嘴唇说那亲亲我好不好。

혼자 있을 땐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올라가지 않던 입꼬리가 비죽 솟아올랐다. 칭얼거리며 제게 안긴 늑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맞춘다. 따가운 거스러미가 잔뜩 일어 있었지만 어쩐지 까슬거리지 않았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独自一人时无论如何努力都难以扬起的嘴角,此刻却俏皮地翘了起来。我轻抚着撒娇般依偎在我怀里的狼的毛发,吻上它的唇。虽然触到许多扎手的毛刺,却莫名不觉粗糙。那触感柔软而温暖。

눈앞의 바다를 바라봤다. 언제 버려진 건지도 모를 만큼 인기척이라곤 찾을 수 없는 마을. 그곳을 덮고 있는 파란 슬레이트 지붕들. 우리가 산책을 나가던 동산 같은 곳에 올라 그곳을 내려다봤다. 내 늑대의 바다는 수온 조절이 안 되는 것이 분명했다. 여긴 물고기 따위 살지 못할 정도로 따뜻했다. 저 바다에 살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만을 위한 바다였다.
我凝望着眼前的大海。这是个连何时被遗弃都无从知晓、毫无人烟的荒村。蓝色石板屋顶覆盖着整个村落。我们登上曾经散步的小山丘,俯瞰那片风景。我的狼之海显然无法调节水温。这里温暖得连鱼类都无法生存。能在那片海中存活的,唯有他自己。所以说,那是只属于我的海洋。

품을 파고들어 가슴에 머리를 부비던 늑대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에 담으려는 듯 한참 동안 얼굴을 보며 눈을 깜빡이던 그는 이내 리쿠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린다. 주욱 돌아가던 고개가 같은 곳에 멈췄다. 기분이 좋은지 머리를 슬쩍슬쩍 흔들었다.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살랑이는 게 보였다.
将头埋入怀中蹭着胸膛的狼突然抬头凝视着他。像是要把面容刻进眼底般长久注视后眨了眨眼,随即又顺着陸的视线转移目光。转动的头颅最终停在相同方向。似乎心情愉悦地轻轻晃了晃脑袋,发丝随风飘动的光景映入眼帘。


날씨 좋다.  天气真好。

바다도 좋고.  大海也很美。

리쿠도 좋고-  陸也很可爱——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이는 유우시의 머리 위에 제 턱을 얹었다. 안 본 사이 말 많이 늘었다? 다 컸네 이제. 보드라운 머리칼에 입술을 부비니 고개를 들어 샐쭉하게 쳐다본다. 한껏 뿌듯한 얼굴이었다.
把下巴搁在低声呢喃的勇志头顶。才多久没见就长这么高了?现在完全是个大人了呢。嘴唇蹭过柔软发丝时,他倏地仰头望来。脸上写满得意。

“응. 유우시 이제 어른이니까.”  "嗯。因为勇志现在已经是大人了。"

“누구 마음대로?”  "谁准你擅自决定的?"

“...아빠가 그랬어.”  “...是爸爸说的。”

아빠가? 묻자 또 멋대로 입을 닫고 가슴팍을 간지럽혔다. 심장 언저리에서 뜨거운 기운이 풀풀 올라왔다. 영영 이룰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버킷리스트 위에 가볍게 삭선이 그였다. 마에다 리쿠는 자신의 바다를 내다봤다. 눈 시리게 파랬다. 그건 개연성도 없이 바다였고, 증명할 필요도 없이 바다였다. 지척에 널린 그것을 평생토록 바다인 줄 모르고 살 사람들이 가엾다. 제가 나고 자라며 내도록 배운 것처럼, 땅이 죽고 하늘이 죽고 바다가 죽었다며 아마도 평생토록 지구를 원망하며 살아갈 25세기의 사람들이 불쌍하다. 늑대는 진짜만 본다. 그것은 바다다. 늑대와 나는 안다. 늑대와 나만 안다. 그거면 됐다고, 마에다 리쿠는 생각했다.
"爸爸?"刚问出口,他又擅自闭上嘴,胸口泛起一阵酥麻。心脏附近涌起滚烫的热流。那个本以为永远无法实现的遗愿清单上,被轻轻划去了一条。前田陸望着属于自己的海。那海蓝得刺眼。它无需任何可能性就是海,也无需任何证明就是海。可怜那些近在咫尺却终生不识海为何物的人们。就像我出生成长时被灌输的那样,说什么土地死了天空死了海洋死了,25 世纪那些或许终生都要怨恨着地球活下去的人们真是可悲。狼只认真实。那就是海。狼与我知道。只有狼与我知道。这样就够了,前田陸想。

 


내 연구는 정말로 실패했나?  我的研究真的失败了吗?